제약회사 스폰서 연구를 맹신하면 안되는 이유
의약학술팀 원종혁 기자
원종혁 기자 (news@medicaltimes.com)
기사입력 : 2020-01-09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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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타임즈=원종혁 기자| 전문약의 처방 근거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평가되는 것이 임상 데이터다. 대규모 임상 검증을 통해 시장에 진입한 혁신 신약들을 두고도, 치료 성적과 관련해 실제 유효성이나 약물 안전성이 꾸준히 거론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최근들어 진료현장에서나 보험급여 논의 단계에서도, 급여 등재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거나 대기 중인 약제들의 리얼월드 데이터(RWD)와 한국인에서의 실제 처방근거(RWE)의 중요성을 한껏 강조하는 분위기도 갈수록 뚜렷해진다.

얼마전 열린, 고혈압 분야 신규 치료제의 한국인 임상 발표 현장에서도 이러한 분위기는 역력했다. 흔히 말해 제약사들이 대규모로 임상 투자 비용을 지원한 스폰서십 연구 결과들에는 데이터의 '다시보기'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기자간담회 자리에 책임 저자로 참석한 한 의료진은 "해당 결과가 한국인 환자들에 새로운 처방 시사점을 제기한 것은 분명하지만, 제약사 후원 연구라는 제한점 때문에 실제적인 장기 추적관찰 결과와 리얼월드 분석 임상을 진행해볼 필요는 있다"는 점을 환기시켰다.

무엇보다 대규모 임상 검증을 통해 시장에 진입하는 고가 신약들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신규 치료제들이 처방 환경에서 어떠한 치료 성적을 보일지는 객관적인 평가 잣대가 필수적으로 거론되는 까닭이다.

그렇다면, 막강한 신약후보물질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글로벌 제약사들이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어 진행한 신약들의 허가 임상 결과들에 괜한 의심들이 끊이질 않는 이유는 무얼까. 이들 신약 물질들이 규제당국의 거름망을 통과한 약물임에도, 제약사 편향 임상시험에서 보여진 효과와 실제 임상현장에서의 치료 결과는 다를 수 있다는 의견들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합리적인 의심들에는 임상에 참여하는 피험자 선정 단계부터 결과 분석까지, 제약사 입맛에 맞게 조리될 여지가 크다는 점도 무시할 수가 없다. 드물게 시판후 조사결과에서 안전성 문제가 불거진 경우라면, 임상연구 과정에서 불리한 임상 데이터의 일부분이 가려지거나 제외된 것은 아닌지 우려가 나온다. 제약사 입김이 작용한 연구일수록 이러한 의심이 깊어지는 이유다.

오리지널 치료 신약들의 등재 과정에서 제출하는 임상자료의 대부분이 글로벌 무작위대조군임상(RCT) 자료들로, 임상적 근거 수준에서는 가장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있지만 이러한 임상 연구들에는 국내 환자들이 빠져있거나 참여율이 적은 경우를 마주할 때가 많다. 때문에 국내 실정에 맞는 리얼월드 자료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는 것이다.

실제로, 이와 관련해 제약사 스폰서십 임상 결과들에 문제점을 지적한 연구 결과들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2010년 미국내과학회지에 실린 연구 결과를 보면 제약사가 후원한 임상연구의 85%는 긍정적인 결과를 내놓았으나 정부 지원의 임상 결과는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또한 2003년 BMJ에 실린 체계적 문헌고찰 결과에서도 제약사 편향된 임상연구는 연구자 주도 임상 대비 4배 정도 긍정적인 결과지를 나타낸 것이다. 단순히 제약사 편향 연구 결과가 좋게 나올 수도 있겠다는 합리적인 의심도 가능해지는 이유다.

때문에 리얼월드 임상 자료의 평가가 중요해지는 것도, 제대로 된 가치 평가 구조를 만들자는 것과 관련 깊다. 국내 보험급여 상 매년 20조원에 달하는 약제비가 임상근거나 안전성이 떨어지는 의약품에 지출될 수 있다는 문제를 줄이자는 것이다.

그럼에도 리얼월드 임상 연구들에 전제 조건은 있다. 의료진 마다 치료제들의 처방 패턴이 다양하기 때문에, 이러한 리얼월드 결과들의 분석치를 어느정도로 중립적으로 받아들일 수가 있는지가 관건으로 떠오르기 때문. 그래서 리얼월드 자료 자체만을 맹신하기 보다는, 약제들의 가치 산정에 있어 다양한 치료제 평가 기준 가운데 하나로 인정해야 한다는 학계 전문가들의 의견이 하나 둘 모이는 이유다.

의학은 처방 경험(empirical) 중심에서 임상근거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바뀐지 오래다. 국내 실제 임상현장 자료를 전향적으로 수집해 환자들에서의 효과를 검증해보는 작업은, 최적의 재정을 투입하는데 있어 좋은 투자가 될 수 있다.

일방적으로 제약사의 지원 자금이 들어간 스폰서십 임상들을 평가절하하는 것이 아니라, 리얼월드 자료들과의 종합평가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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