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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받는 의사가 목표" vs "내가 불행하면 무슨 소용"

발행날짜: 2017-01-02 05:00:58

신년대담-상 새마을운동 시대 교수와 삶의 질이 중요한 전공의 만남



"요즘 애들은 왜그래?"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이다. 수천년 전에도 존재했던 세대갈등. 2017년, 붉은 닭의 해라는 정유년. 의료계에도 어떤 세대간 시각차가 있을까.

<메디칼타임즈>는 신년을 맞이해 대한의학회 이윤성 회장(53년생)과 대한전공의협의회 기동훈 회장(84년생)이 함께 대담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윤성 회장은 의과대학 교수 세대의 고충을, 기동훈 회장은 젊은의사들의 고민을 풀어놨다. 인터뷰 장소는 이윤성 회장이 있는 서울의대 인근 카페로 잡았다.

교수와 전공의가 만나다

이윤성= 내가 53년생이야. 생일이 빨라서 용띠야. 내 아들이 77년생인데 기동훈 회장이 84년생이네. 이해관계가 전혀 없는 내 아들과도 세대차를 느끼는데 이해관계가 있는 젊은의사들과는 오죽하겠어. 하지만 그게 세상인걸.

기동훈= 아, 저희 아버지가 52년 용띠이신데 아버지뻘이시네요. 세대간 갈등은 정말 어디에나 있어요. 제가 응급의학과 3년차(기 회장은 공중보건의사로 군복무 후 전공의 수련 중이다)인데 지금 인턴들과도 세대차를 느끼는걸요.

사실 제가 인턴하던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전공의 선배가 권위주의적인 측면이 강했는데 요즘은 제가 느낄 정도로 바뀌었어요. 심지어 교수도 권위적이고 경직된 모습을 보이는 분들의 비중이 크게 줄었어요.

이윤성= 그래도 의료라는 특성상 도제식 교육이 사라질 순 없을거야. 아마 외과계는 더 그렇겠지.

기동훈= 네, 그 부분은 100% 공감합니다.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의료에서 도제식 교육은 남아있을 것 같아요.

이윤성= 과거 의대도 교과서도 없을 때는 마당쓸고 밥하고 했겠지. 이후 면허제도가 생기고 시스템이 구축되면서 점차 제도적으로 흘러가게 된거야. 사실 도제식은 의사를 만들기에 좋은 시스템은 아니라고 봐. 명의를 만나면 나을 수 있는 병을 나쁜 의사를 만나면 못 고칠 수 있으니까. 교육과 의료수준이 평준화된다는 게 환자에게 좋은 것이라고 봐.

기동훈= 네, 맞아요.

'새마을시대'를 거쳐온 교수와 'QOL'를 생각하는 전공의

이윤성= 요즘 젊은 의사들은 뭐랄까.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때 우리 때와는 확실히 달라. 나만 해도 빨리 의과대학 졸업하고 돈 벌어서 안정된 가정을 꾸리고 잘 살아야겠다는 게 목표였거든. 요즘 친구들은 그 당시에는 쓰지 않던 '삶의 질(QOL:Quality of life)'에 대해 얘기하더라고.

기동훈= 네, 젊은 의사들이 QOL를 따지는 건 맞아요. 과거에는 레지던트 4년만 버티면 사회·경제적인 측면을 보장해줬지만 이젠 그렇지 않잖아요? 그러다보니 더욱 본인의 삶의 질을 따지게 되는 것 같아요.

이윤성= 그럴 수 있지, 근데 좀 걱정되는 측면도 있어. 내가 몇년 전부터 의과대학 수업시간에 20년후의 바라는 모습을 얘기하라고 했더니 '하루 일과를 마치고 자신만의 오디오방에서 와인을 마시면서…' 천편일률적인 답을 내놓더라고. 물론 여전히 젊은의사 중에도 특이한 한두명이 있긴 하지만…

확실히 우리 때와는 달라졌어. 우리 시대의 성공이란, 사회에서 인정받는 사람이었어. 알다시피 그땐 우리 사회 캐치프레이즈가 '잘 살아보세' 였잖아. 자신의 삶의 질 보다는 의사로서의 사명감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지. 하지만 요즘은 확실히 삶의 질이 최우선이더라고.

기동훈= 네, 요즘에는 의사로서의 사회가 요구하는 사명감 보다는 개인적인 삶에 대한 성취감으로 미래를 선택하죠. 삶을 추구하는 방식이 다양해졌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여전히 외과, 흉부외과 등 힘들다는 걸 알면서도 선택하는 의사들이 있잖아요? 소수이긴 하지만요.

저만해도 솔직히 돈을 잘 벌 수 있을 것이라는 짧은 생각에 피부과를 선택지만 적성에 안맞아서 응급의학과로 바꿨거든요. 뭐랄까. 피부과라는 학문 자체가 저랑은 안맞았던 것 같아요. 어차피 수련을 받는 4년동안 어떤 과를 선택했을 때 더 행복할까 생각해보고 응급의학과를 택했어요. 물론 응급의학과도 오프가 확실하다는 이유로 선호하는 과이긴 하지만 근무 강도는 확실히 세죠.

이윤성= 그래도 성적이 좋았나봐? 요즘 피부과 경쟁률 치열할텐데…

기동훈= (웃음)하하, 성적은 그저 그랬지만 인턴을 열심히 했습니다.

이윤성= 그래, 사실 '소명'이라는 게 객관적이진 않아. '국가에 대한 충성도' 사실은 허구라고 봐. 객관적인 정보나 자료가 부족했던 과거와 지금은 다르지. 요즘에는 어떤 과의 수입이 어느정도라는 등의 객관적인 정보가 쏟아지니까 따지는 것도 많아지기 마련이지.

엄밀히 말하면 젊은 의사가 힘든 것을 거부한다기 보다는 그에 상응하는 대우를 원한다고 봐. 더 힘들고 위험한데 그에 대한 보상이 없으니까 기피하는 거지. 게다가 의사 수가 증가하면서 비교대상도 더 많아졌고.

기동훈= 이제는 본인이 직업적으로 성취감을 얻으면서도 가족과 시간도 충분히 보낼 수 있는 걸 원해요. 솔직히 돈이 많아도 쓸 시간이 없으면 의미가 없잖아요.

저희 또래 친구 아버지들의 삶만 봐도 그래요. 사회적으로는 성공했지만 자녀 등 가족들과의 교감이 없다보니 성인이 된 이후에도 어색하고 불편해지는 거죠. 본인들은 몸바쳐 일했는데 시간이 흐른 어느날, 남은 게 없는 느낌. 그런 걸 보면서 나는 가족들과 시간을 더 많이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되는 것 같아요.

이윤성= 그래, 우리 때에는 캐치프레이즈가 '잘 살아보세'였잖아. 회사에 한번 들어가면 끝까지 다녔고 회사는 끊임없는 희생을 요구했지. 지금 젊은 세대는 안그렇겠지만.

미안하지만 늙어봐. 지금은 미래의 자녀와 잘 놀아주고 싶다고 해잖아? 그럼 자녀들이 '행복했어'라고 말할까. 글쎄, 20~30년후 그 세대에선 또 다른 이야기를 할꺼야. 그게 인류가 진화하는 과정아니겠어?

* 이윤성 회장과 기동훈 회장의 대담은 <하>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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