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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예과 학생의 조금 특별한 연수기 30

메디칼타임즈
발행날짜: 2016-11-15 08:50:07

의대생뉴스2기 필진 한림의대 의학과 1학년 이영민

고생길 가운데의 한 줄기 오아시스, 칠레 편 -

하룻밤 우유니에서의 황홀한 이탈을 끝마치고 이제는 다음 목적지로 향해야 할 시간이다. 원래 필자가 남미 여행에서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온 여행지 세 곳은 잉카 문명 유적지인 페루의 마추피추와 볼리비아의 우유니 사막, 아르헨티나의 이과수 폭포였다. 여행은 대부분 현지에서 직접 교통수단을 결제하여 이동하는 것이 사전에 미리 일정을 계획하여 여행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고 편하다는 것이 정설이었기 때문에 필자도 남미로 여행을 떠날 때, 어느 정도의 일정은 볼리비아 우유니 까지만 계획해 두고 이후 일정은 짜지 않은 상태로 남미로 향했다. 우유니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주어진 한 달이라는 시간 안에서 벌써 절반 이상이 흘러간 만큼, 이제부터는 어느 곳을 여행할지 좀 더 신중하게 선택하여 가야할 필요성이 생겼다.

사실 이과수 폭포를 보기 위해서라면 곧바로 볼리비아에서 아르헨티나로 넘어가 이과수 폭포까지 내려가는 방법이 있었으나, 볼리비아의 도로 사정이 좋지 않은데다가 볼리비아에서 아르헨티나로 넘어가는 과정이 그리 순탄치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우유니에서 아르헨티나를 들어가려고 할 때 직접 국경을 넘어서 아르헨티나로 가는 대신에 칠레를 경유하는 경우가 많았다. 칠레를 경유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들르게 되는 도시가 바로 산 페드로 데 아타까마(San Pedro de Atacama)라는 곳이다. 필자도 이 대세를 따라서 아르헨티나로 갈 계획을 먹고 산 페드로 데 아따까마를 들어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칠레의 중간 대도시인 깔라마(Calama)까지 가는 버스표를 구입했는데, 이것이 고생길의 서막이라는 것은 꿈에도 몰랐다.

볼리비아에서 칠레까지 달리는 그 길은 온통 사막길이었다. 주변도 적막하고 인적하나 없는 사막길을 조금은 덜컹거리고 먼지가 곳곳에서 들어오는 버스를 타면서 오랜 시간이 걸려 볼리비아와 칠레 국경 경비소에 도착을 하게 되었다. 출입국 심사를 마치고 다시 출발 하려던 찰나 아주 놀라운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버스가 고장이 나서 움직일 수가 없다는 것!

기사아저씨도 적잖이 당황한 눈치였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오는 길 내내 인적이란 인적은 찾아볼 수도 없는 국경 한 가운데에서 새로운 버스를 가지고 오려면 최소 왕복 5시간정도는 되는 거리를 다시 갔다 와야 하니 그 뒤에 남겨진 승객들의 불만과 짜증은 얼마나 더해졌을까? 하물며 필자도 그 소식에 적잖이 당황하여 시시각각 새로 국경으로 오는 버스들도 알아보고 해가 지기 전에 산 페드로 데 아타까마에 들어가야지 숙소를 구할 수 있는 상황이서 어떻게 해서든지 깔라마 가는 버스에 빈자리가 있다면 탑승해서 하루빨리 움직여야 하거늘 간간히 들어오는 버스에 빈자리란 없었다. 결국은 계속되는 기다림에 체념하게 되고 새로운 버스를 가져간 기사아저씨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수밖엔 달리 도리가 없었다.

국경 바로 옆에는 아주 작은 마을이 있었는데 결국은 강제로 그 마을을 돌면서 나름대로의 관광(?)을 하게 되었다. 사실 이름도 없는 국경 지대 마을에 특별히 볼거리가 있을 턱이 없었다. 그러나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가져보지 못하던 여유를 가지면서 주변을 바라보게 되니 자연이 가장 먼저 보였고, 그리고 드물지만 그 곳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행복해 보이는 그들의 웃음이란! 어쩌면 특별히 가진 것이 없어도 그 자리에서 유유자적하면서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고 만족하면서 사는 사람들의 얼굴에서 드러나는, 그 행복해 보이는 모습을 보면서 잠시나마 버스 고장으로 짜증나 있던 내 모습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여행을 하고 있는 그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 일이랴!

우리네 삶에서도 때로는 힘들고 어려운 일들 때문에 우리에게 주어진 여러 가지 환경들에 대한 감사함을 잃기가 쉬울 때가 많다. 필자는 그럴 때마다 잠시 머물었던 이 국경 마을에서의 느낌을 상기시키곤 한다. 오늘 하루도 좀 더 감사한 마음, 아침을 일깨우면서 소소한 행복을 찾아보면서 스트레스에 지친 자신을 위로해 보는 건 어떨까?

이렇게 국경 마을에서의 하루도 뒤로 하고, 새로 돌아온 버스는 최종 목적지인 산 페드로 데 아타까마로 점차 향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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