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에 가혹한 '폐고혈압'…"공론화 1년 바뀐 것 없다"
장혁재 신촌세브란스병원 교수
최선 기자 (news@medicaltimes.com)
기사입력 : 2020-11-02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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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96% 대 56%. 국내의 폐동맥 고혈압 환자의 3년 생존율이 일본 대비 절반 수준이다. 개선이 필요하다." -2019년 7월 국회토론회 중에서

"치료 성적이 민망할 정도다. 우리나라는 의료선진국이다. 부끄러운 일이다." -2020년 10월 치료지침 공개 자리에서

시간이 지났지만 바뀐 건 없었다. 공론화를 시작한지 1년이 훌쩍 넘었지만 약제 병용에 대한 보험 급여 기준도, 새로운 기전의 약제도 국내에 들어온 것이 없다.

28일 폐동맥고혈압학회는 서울스퀘어 3층에서 '폐동맥 고혈압 치료 가이드라인' 제정 발표 기자간담회를 갖고 한국형 진료지침(안)을 공개했다.

폐동맥 고혈압 급여 기준 및 지침 제정의 필요성은 무엇일까. 왜 국내에서만 유독 폐동맥 고혈압 환자들의 예후가 '가혹'한 걸까. 장혁재 신촌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를 만나 그간의 문제점을 짚어봤다.

장혁재 신촌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
폐동맥 고혈압은 심장에서 폐로 혈액을 공급하는 폐동맥의 혈압이 상승하는 질환이다. 진단이 쉽지 않고 약제 병용의 보험 기준이 없어 적극적인 치료가 어려웠다. 국내에서 이 질환에 걸린다면 속된말로 "죽었다고 생각해야 한다"는 말이 과장이 아닌 셈.

국내 폐동맥 고혈압 전문가들이 작년 7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치명적인 폐동맥고혈압 조기 발견 및 전문 치료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고 약제의 자유로운 병용 사용, 정부 차원의 환자 등록 사업 후원 등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후 바뀐 것은 무엇일까.

장 교수는 "적극적으로 병용치료를 하면 사망률은 현저하게 떨어진다"며 "이는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병용 치료가 자유로운 일본의 경우 5년 생존율이 74%에 달하지만 우리나라는 46%에 그치고 3년 생존율은 일본이 96%, 한국은 56%로 절반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모범적인 치료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의료선진국인 우리나라에서 지침 등이 뒷받침된다면 더 나은 치료 성적을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일본은 센터를 통해 환자가 등록을 마치면 치료 약제 사용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이웃나라와 대조되는 저조한 치료 성적이 한국형 진료지침 마련의 토대가 됐다.

장 교수는 "환자 관리 성적이 일본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과락에 해당하는 조조한 성적에 불과하다"며 "한국형 진료지침 마련은 국내 현실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자 치료 성적이 민망할 정도로 나쁜 현실을 개선하는 데 초석이 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그는 "폐동맥 고혈압 환자에게 치료를 제공하는 이유는 일상 생활을 영위하고 다시 사회 구성원으로 활동하는 걸 기대하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 의료진은 실력이 좋기 때문에 더 좋은 성적이 나올 수 있다"고 기대했다.

그는 "국내에선 저위험도 도달하기 위한 병용 치료를 할 수 없거나 제한이 있다"며 "환자를 적극적으로 치료하지 못하고 중등도 상태에서 입원하지 않을 정도로만 관리하고 있는 등 '앉지도 않고 서지도 않은 이상한 상태'로 있는 상황이다"이라고 비유했다.

국내 약제 사용 현황은 어떻게 될까.

장 교수는 "전세계적으로 시판된 폐동맥 고혈압 치료 약제는 12종이 있다"며 "국내에서는 6~7종만 사용이 가능한데, 이에 대해 국회토론회에서 문제를 제기했지만 1년이 지나도 개선된 것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새로운 기전의 무기(약제)가 주어지면 최상이겠지만 당장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있는 무기라도 잘 활용해야 하는데 그렇지도 못하다"며 "트럭, 승합차, 승용차가 있듯이 한 카테고리의 약제가 반응이 약하면 다른 카테고리 쓸 수 있게 하자는 게 진료지침의 주요 취지"라고 설명했다.

진료지침에는 전문센터 운용 방안도 제시했다

장 교수는 "높은 치료 성적을 위해선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며 "희귀질환이기 때문에 센터가 아닌 전국 여러 기관에서 수술을 나눠서 하게되면 의료기관당 4~5년에 한 두번씩 수술을 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공급자 위주의 관점이 아닌 수요자 관점 및 입장에서 전문센터에서 의료 서비스의 집중화가 필요하다"며 "이와 유사한 관리 방식은 선진국에서 확립돼 있고 이를 기반으로 한국형 진료지침에도 전문센터 운용 방법을 포함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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