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논리 빠진 채 닻 올린 첨바법 "반쪽짜리 지원책"
이인복 기자 (news@medicaltimes.com)
기사입력 : 2020-10-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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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발-연구-임상-상용화 잇는 재생의료 활용책 부재 지적
    • |산학연 잇는 가교 강조…"사회적 합의 통해 법 개정해야"
    |메디칼타임즈=이인복 기자| "서울에서 부산을 잇는 고속도로를 만들겠다는 방향성은 분명히 맞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대전에서 한번, 대구에서 한번 트랙이 끊어져 있는 꼴이다. 이 길을 이어주지 않으면 첨바법은 반쪽짜리일 뿐이다."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이른바 첨바법이 시행된지 50여일. 기대감을 안고 법 시행을 기다리던 의학자들과 바이오기업들이 하나 같이 입을 모아 던진 말이다.

    미래 의료, 첨단 의료로 불리며 주목받던 재생의료를 막고 있던 빗장이 풀렸지만 현장의 반응은 아직까지 물음표로 가득하다. 규제와 지원이 양대 축이지만 지금까지는 규제만이 가득하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설명.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의 사례를 상당 부분 차용했지만 가장 중요한 '경제 논리'가 빠져 있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다. 방향성은 맞지만 길을 잘못 닦고 있다는 것이다.

    첨바법 시행 50일 시작은 창대 진행은 거북이 걸음

    실제로 첨바법은 의학계는 물론 바이오기업들의 큰 기대를 안고 수년의 진통 끝에 지난 8월 마침내 닻을 올렸다.

    첨바법 시행에도 재생의료의 한계는 여전하다는 지적이 많다.
    그동안 관련법의 미비로 임상에 한계가 있었던 재생의료 등을 드디어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도록 빗장이 걷힐 수 있다는 기대감에 법안 시행 전부터 관심을 모았던 것이 사실.

    이로 인해 첨바법이 논의되던 시점부터 큰 기대감을 안고 있던 바이오 기업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보이며 적극적인 투자와 개발을 공언했다.

    강스템바이오텍부터 메디포스트, 파미셀 등 이미 관련 분야를 개척하던 기업들은 물론이고 세포 보관 기업이던 한 바이오와 SCM 생명과학 등도 사업 계획을 공표하며 일제히 첨바법이 마련한 장으로 뛰어든 것이다.

    각 대학병원들도 기대감을 드러내며 발빠르게 대응에 나섰다. 이 분야에 먼저 자리를 잡은 차병원 그룹이 재빠르게 선점 효과를 노렸고 한림대의료원도 바이오솔루션과 협약을 맺으며 재생의료 분야에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이처럼 첨바법에 큰 기대감을 갖고 시작한지 50여일. 이들은 여전한 기대감을 가지면서도 초기에 가졌던 의욕은 상당 부분 꺾여 있는 모습이다. 법안은 시행이 됐지만 속도를 내기에는 트랙이 불완전하다는 이유다.

    줄기세포치료제를 개발중인 A바이오기업 관계자는 "일단 대부분의 과정들이 의료기관의 주체로만 가능하다는 점에서 재생의료와 관련해서는 지금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은 많다"며 "그나마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신속 심사 등은 기대할 만 하지만 두개의 법이 범벅이 되어 있어 어느 것이 되고 어느 것이 되지 않는지 모호한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실제로 현재 첨바법 상 재생의료의 연구와 임상의 주체는 정부의 허가를 받은 의료기관으로 국한하고 있다. 또한 대상도 희귀, 난치성 질환으로 한정된다.

    재생의료의 문턱을 낮춘 것은 분명하지만 그 문턱안에는 의료기관 외에 존재하지 못하는 환경이 만들어진 셈이다.

    이에 대해서는 바이오기업 뿐만이 아니라 의료기관들도 답답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의료기관의 힘만으로 연구와 임상을 끌어가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 이대로라면 개발과 임상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B대학병원 연구부원장은 "지금 상황이라면 병원에서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기업에 기술 이전 한 뒤 다시 용역을 받아 임상을 진행하라는 프로세스로 보인다"며 "한번에 갈 수 있는 길을 여러번 돌아가야 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미 GMP 등 시설과 인적 인프라, 자본을 갖춘 기업이 연구 단계부터 들어와야 탄력이 붙는데 이를 장려한다는 입장만 있고 실질적인 지원책이나 구체적 시스템이 없는 상황"이라며 "일부 의료기관이 아예 자체 GMP를 갖추겠다고 나선 것도 이러한 답답함에서 비롯된 것 아니겠냐"고 덧붙였다.

    경제 논리 빠진 첨바법 대학병원도 기업도 '답답'

    이처럼 첨바법 시행에도 의료기관과 기업 모두 답답한 속내를 드러내는데는 이번 법안에 '경제 논리'가 빠져 있다는 점에 있다. 결국 자본이 흐르지 않고 있다는 의미.

    의료기관과 기업 모두 첨바법의 한계에 답답한 마음을 호소하고 있다.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 하더라도 연구자와 의료기관, 기업이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통로가 원활하지 않다는 비판이다.

    B대병원 연구부원장은 "비단 재생의료가 아니더라도 새로운 약물이나 치료법 개발에는 막대한 자본이 필수적으로 동반된다"며 "기대 이익을 본 기업이 돈을 내고 연구자들과 의료기관이 이를 기반으로 연구를 이어가며 성과를 공유하는 선순환 구조가 필수적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금 첨바법에는 이러한 필수적인 구조가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데다 재생의료 분야는 오히려 막혀있다는 느낌"이라며 "고속도로를 뚫겠다면서 중간중간 신호등을 넣고 비포장 도로를 넣어놓은 셈"이라고 덧붙였다.

    첨바법 상 적용 분야를 희귀, 난치성 질환으로만 한정한 것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제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생의료나 바이오의약품 등이 말기 암이나 만성 질환, 피부 미용 등에서의 활용 기대감이 높은 것과는 대비되는 방향성이기 때문이다.

    결국 막대한 자본을 들여 치료제 등을 개발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상이 희귀, 난치성 질환으로만 한정된다면 기술 개발에 제동이 걸릴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미 줄기세포치료제를 임상 시험중인 C바이오기업 관계자는 "세계적인 제약사들이 고속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항암제와 당뇨 등 만성 질환에 대한 오리지널 신약을 개발했기 때문"이라며 "이 과정속에서 희귀, 난치성 질환 약제들이 나오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시작부터 희귀, 난치성 질환 약만 개발하라 한다면 어느 기업이 이 분야에 뛰어들겠느냐"며 "돈을 벌 기회를 주고 여기서 번 돈으로 필수 의약품 분야에 투자하라는 것이 맞는 수순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안전성과 신뢰가 발목…경제 논리 적용 한계점

    하지만 이처럼 '경제 논리'가 첨바법 속으로 스며들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바이오기업들은 첨바법에 경제 논리가 빠진 부분을 지적한다.
    일단 첨바법 논의 단계부터 시민사회단체나 종교단체들의 반발이 있었다는 점이 한계점이다. 이들은 도덕, 윤리적 문제에 더해 인체 유래 원료를 통해 환자를 실험체, 실험 대상으로 삼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수년간의 논란 끝에 첨바법 시행 대상을 희귀, 난치성 질환으로 한정한 배경에도 이 이유가 크게 작용했다. 적어도 인체 유래 원료를 통한 재생의료를 상업적으로는 이용하지 않는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셈이다.

    다만 바이오의약품 부분에서는 허가 자료를 미리 제출받아 단계별 사전 심사를 진행하는 맞춤형 심사와 다른 합성 의약품보다 먼저 심사를 진행해주는 우선 심사를 얻어냈다.

    또한 2상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하면 3상 임상시험을 전제로 먼저 허가를 내주는 조건부 허가 등도 마찬가지로 상당한 특혜에 속한다.

    그러나 이러한 조건부 허가 제도 또한 여전한 논란에 휩쌓여 있다. 우리나라는 물론 해외 사례에서 도출되는 재생의료, 바이오의약품의 부작용과 유효성 논란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만해도 지난해말을 기준으로 약 800개 이상의 유전자 및 세포 치료제 임상시험이 진행중이며 매년 200여개씩 그 수가 늘고 있지만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해 상용화된 제품은 CAR-T 세포치료제 등 손에 꼽을 정도다. 하지만 이마저도 안전성 논란이 여전하다.

    국내에서도 강스템바이오텍과 네이처셀, 파미셀 등이 잇따라 이 분야에 도전장을 던졌지만 역시 고배를 맞았다. 그러던 가운데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사태가 터지면서 첨바법 시행을 앞두고 찬물을 끼얹었다. 현재 상황에서 의료기관과 기업들이 원하는 '경제 논리'가 끼어들이 힘든 이유다.

    식약처, 하위 법령 통해 정비 계획…전문가들 "신뢰 바탕 법 개정 추진해야"

    이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정부는 강화된 시행규칙 등 하위 법령을 통해 이를 철저하게 통제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이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는 점에서 잡음은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합의를 통한 법 개정을 제언하고 있다.
    최대 30년까지 첨단바이오의약품에 대한 장기추적조사를 실시하고 실시간 이상 사례 조사 분석을 진행하며 연구 승인 단계부터 이러한 시스템을 갖춘 곳에 한해 적용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 또한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이유다.

    앞서 언급한 A바이오기업 관계자는 "결국 이러한 장기추적조사의 책임이 기업으로 전가될텐데 어느 기업이 이러한 부담을 안고서 무리하게 희귀, 난치성 질환 치료제를 개발하겠느냐"며 "또한 우리나라에 과연 연구 승인 단계부터 이를 만족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몇개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일맥상통한다. 하루 빨리 이처럼 산발적으로 흩어져 방황하고 있는 인프라를 한 곳으로 모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연구자와 의료기관, 기업을 잇는 가교가 필수적이라는 것. 모두가 하루 빨리 노력해야 할 과제라는 지적이다.

    또한 정부와 기업, 연구자, 병원, 환자, 시민단체간에 재생의료와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신뢰를 이끌어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입장을 내고 있다.

    인하대학교 박소라 재생의료전략연구소장(의학전문대학원장)은 "일단 법 자체에는 재생의료 분야의 특징을 담아 협업의 조건을 명시한 조항들은 있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연구자와 의료기관, 기업간에 이러한 협력을 해보지 않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는데다 모호한 부분들로 인한 한계도 분명하다"며 "하지만 이같은 협력 체계가 이뤄지지 않고서는 재생의료 분야는 결코 산업으로 발전할 수 없는 만큼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과제"라고 제언했다.

    이어 그는 "이렇듯 일정 부분 한계가 있는 법안이 나오게 된데는 법의 남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이미 법이 시행된 만큼 현재 법 체계 안에서라도 정부와 기업, 연구자와 의료기관, 환자, 시민단체 간에 신뢰를 회복하고자 하는 노력을 이어가며 사회적 합의를 유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렇듯 현재 마련된 법안으로는 첨바법의 취지가 제대로 진행될 수 없는 만큼 이러한 신뢰회복을 기반으로 당초 법 제정의 목적을 찾아가야 한다는 의견.

    우선 연구자와 의료기관, 바이오기업 간의 네트워크나 파트너쉽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나아가 재생의료가 실제 환자에게 유용하게 쓰여질 수 있도록 법 개정 등을 도모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박소라 소장은 "당초 첨바법이 마련된 중요한 취지 중의 하나가 줄기세포, 면역세포치료를 받기 위해 일본과 중국으로 넘어가는 환자들에게 국내에서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현재 법의 테두리 내에서는 이 부분이 해결되지 않는 만큼 신속한 법 개정은 피할 수 없는 수순"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결국 앞서 언급한 신뢰를 바탕으로 법을 개정하며 본래 취지를 찾아가야 한다는 것"이라며 "또한 재생의료를 국가 경제 원동력이 되는 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정부 부처들이 통합된 국가 전략을 도출하는 거버넌스의 통합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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