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바법 시행 50일…한산한 업계·길잃은 환자들
최선 기자 (news@medicaltimes.com)
기사입력 : 2020-10-1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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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획-상| 연구 목적 사용 규제, 산업 육성 '발목'
    • |"외부기관 세포 채취·배양·이동 제한도 과도"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지하 2층. 다소 어두운 조명, 장식이랄 것이 없는 단조로운 색채. 복도식 길을 따라가자 화려한 인테리어의 성형외과와는 좀처럼 어울리지 않는 공간이 나왔다. 문 앞에 '세포 배양실'이라는 명패가 방의 용도를 알려줬다.

    10평 남짓한 공간에는 원심분리기부터 현미경, 냉동보관소까지 갖춰져 흡사 연구소를 방불케했다. 아직 완성 단계가 아니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본격적인 세포 배양 및 재생의료를 위해서는 설비외에도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아있다는 게 현장의 평가다.

    지난 8월 28일부터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첨바법)’이 본격 시행됐다. 재생의료와 바이오의약품의 두 가지를 축으로 하는 첨바법은 국내에서 아직 가보지 않았던 길이다.

    희귀난치병 환자들에게 치료 기회를, 관련 산업을 영위하는 바이오업체들에는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부실한 신약 심사 및 임상으로 부작용을 양산할 것이란 우려도 교차한다.

    현장에서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을까. 새 시대를 준비하는 조용한 움직임이 있지 않을까. 이달 16일 시행 50일을 맞는 첨바법과 관련해 현장 분위기를 점검했다.

    16일 강남구 테헤란로 유진성형외과를 찾았다. 첨바법의 본격적인 시행을 위한 준비가 한창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유진성형외과는 그간 지방이식 및 항노화 줄기세포프로그램 등 세포 배양에 노하우를 쌓아온 만큼 첨바법에 대한 기대감도 감추지 않았다.

    강태조 원장을 따라 지하 2층으로 내려갔다. 엘레베이터 문을 나와 복도로 연결된 길을 따라가자 작은 방이 나왔다. 앞서 언급한 대로 화려한 성형외과와는 어울리지 않는 공간이다. 흡사 연구소처럼 보이는 기계들이 앞에 두고 강 원장이 설명을 이어갔다.

    "항온 항습이 유지되는 인큐베이터 장비와 세포의 활성도 등을 관찰하는 현미경, 영하 90도의 초저온냉동고, 세포 분리 자동화장비 등을 갖췄다"며 "원자재 및 폐기물을 구분 구획하는 작업과 함께 액체 질소탱크를 들여온 후 조만간 당국에 시설 등록을 하겠다"고 말했다.

    인접한 측면 방의 가벽을 터서 30평 규모 대형 배양시설로 확장하겠다는 것이 그의 계획. 2층에는 이미 투약을 위한 별도 공간을 마련했다. 채취하거나 배양한 세포를 보관하기 위한 질소탱크를 구비하기 위한 작업도 진행중이다.

    강태조 유진성형외과 원장이 구축중인 본원 재생의료 시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의료기관 내에서만 세포의 채취 및 배양을 규정한 법에 따라 GMP 수준의 시설을 갖추는데 '노하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유진성형외과는 시설 구비를 위해 티에스바이오(TS BIO)와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티에스바이오 역시 첨바법 시대 개막을 위해 작년 면역세포와 줄기세포의 무균주사제 생산 GMP 센터를 개소, 총 220평 규모에 연간 생산량은 세포치료제 기준 1만 로트, 세포보관은행 기준 15만 바이알을 보관 시설을 갖췄다.

    강태조 원장은 "세포 배양의 효율성과 안전성은 GMP 시설과 노하우를 갖춘 바이오업체들을 따라갈 수 없는데 법으로 의료기관 내에서만 배양하게 했다"며 "본인 역시 의료진이긴 하지만 시설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에 업체에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 세포를 의료기관에서 채취해 외부 업체를 통해 배양하고 이를 시술할 수 있지만 국내는 운반 과정의 변질 등을 우려로 이를 차단했다"며 "재생의료를 산업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규제를 확실히 풀거나 가이드라인으로 불법과 합법의 경계를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치료 효과는 배양된 줄기세포의 양, 활성도, 무균 유지 등 시설/노하우에 좌우된다. 대규모 GMP 시설을 갖춘 업체를 배제하고 의료기관에만 배양을 일임하는 것은 오히려 낮은 효과와 이로 인한 신뢰성 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게 그의 판단. 실제로 5~10년 전 줄기세포가 신의료기술로 각광받을 때도 일부 병의원들의 수준 이하의 시술이 신뢰도에 타격을 입혔다.

    그는 "재생의료의 범주가 관절부터 피부, 아토피, 미용까지 다양한 질환을 포괄하는 만큼 성형 영역에서 유치하는 해외 환자 대비 최소 몇 십배 규모로 성장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며 "과거 및 현재에도 미용 목적으로는 국내 환자들이 해외를 찾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조용한 대비를 하는 곳은 유진성형외과뿐만이 아니다. 방문한 인근 의료기관들도 이미 관련 서비스를 시작한 곳이 눈에 띄였다.

    포레스트한방병원은 병원 자체적으로 혈액을 채취 및 면역세포를 분리해 2~3주간 배양, 다시 주입하는 항암면역세포치료를 시작한다는 팜플렛을 대기실에 비치했다. 면역세포인 NK세포의 활성도를 검사하는 정밀면역검사 키트 출시 안내문도 대기실에 비치돼 있었다.

    ▲산업 현장 분위기는 '한산'…풀캐파 생산 아직 멀었다

    세포 배양시설을 갖춘 업체들의 분위기는 어떨까. 경기도 광명에 위치한 강스템바이오텍을 통해 분위기를 들을 수 있었다.

    김원균 줄기세포GMP센터장을 따라 세포 채취 및 배양, 보관이 이뤄지는 현장을 둘러봤다. 채취한 세포는 무균 유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품질관리시험을 거쳐 공여자 적합성이 확인되면 세포 내 줄기세포만 분리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후 본격적인 인큐베이터 시설에서 배지를 교체 과정을 거치며 증식된다. 품질관리시험실을 지나 세포 배양시설 및 보관시설에 들어서자 규모에 압도됐다. 재생의학연구소 및 국내 최대 규모의 세포 배양시설을 갖췄다는 설명답게 복도를 줄지어 늘어선 각종 보관탱크 및 세포 배양 시설이 빼곡했다.

    노경환 강스템바이오텍 상무
    김원균 센터장은 "제조실만 320평, 품질시험실은 160평 규모에 달한다"며 "연간 생산 능력(보관 가능 수량)은 약 3만 6000 바이알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분주한 생산 현장을 기대했던 것과 달리 분위기는 한산했다. 완벽에 가까운 시설을 갖췄지만 재생의료를 본격화하기 위해선 법령의 구체화가 필요하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 수요가 공급을 견인하는 풀캐파(full-capa) 생산은 아직 멀었다는 뜻이다.

    강스템바이오텍은 재생의학을 '미래'로 보고 있다. 설립 초기부터 줄기세포·재생의학 부설 연구소를 세운 것도 그의 일환. 생산 시설 타 건물에 위치한 재생의학연구소에서 노경환 강스템바이오텍 상무를 만났다. 그 역시 법과 현실의 괴리를 지적했다.

    노 상무는 "첨바법의 하위법령이 나온 올해 4월부터 본격적인 생산 및 허가 절차를 준비해 왔다"며 "인체유래물 수수 병원과 위탁 계약과 지하에 투약, 공급 내역 기록을 보관하는 공간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드웨어적인 측면에서 재생의료 관련 세포 배양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다만 첨바법이 치료의 영역을 보다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제정됐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상업화로 연결지을 지가 과제로 남았다"고 밝혔다.

    이어 "첨바법을 시행할 수 있는 주체가 의료기관으로 한정돼 있기 때문에 업계가 포함될 여지가 적다"며 "의료기관에서 세포를 받아 배양하고 제공하는 일련의 과정이 연구 목적으로 한정한 것은 한계"라고 진단했다.

    희귀난치병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 목적의 임상 진행은 가능하지만 안티에이징, 피부 미용 등 목적은 제한된다. 일본은 환자의 비용 자부담을 전제로 의료기관에서 채취한 세포를 업체에 제공, 배양하고 다시 의료기관에서 투약받을 수 있다.

    노 상무는 "첨바법이 시행됐어도 현재 단계에서는 산업계가 피부로 느끼는 도움은 거의 없다"며 "일본 법령을 벤치마킹했다면 일본의 규제 및 규제 완화 사례를 그대로 가져와야지 규제 부분만 가져온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학, 의료기술의 발전에는 산업이 견인하는 측면이 큰데 아무런 보상이 없는 현행 구조로는 첨바법이 죽은 법이 될 수 있다"며 "제한적이라고 해도 업체가 세포 배양 및 제공에 들어갈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드디어 열린 길? 방황하는 환자들

    첨바법의 태동은 기존 법의 틀이 재생의료를 담을 수 없다는 데서 기인했다. 그간 국내에서의 재생의료 및 시술은 법의 밖, 즉 불법이었다. 그렇다면 첨바법 시행 이후 환자들의 치료 기회는 넓어졌을까.

    "드디어 시행됐다"는 환자들의 환호와는 달리 현장에선 다른 목소리가 들린다. 첨바법 시행으로 국내에서 재생의료를 경험할 수 있다는 기대가 꺾였다는 뜻이다.

    최은철 강스템바이오텍 줄기세포GMP센터 팀장이 자사 시설에 대한 구조를 설명하고 있다.
    재생의료를 위해 해외를 찾는 환자가 연간 5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4세대 항암치료법으로 꼽히는 면역세포치료를 받기 위해선 환자가 아픈 몸을 이끌고 비행기에 몸을 실어야 했다.

    해외 원정 치료건을 둘러싼 안전성에 대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정부는 약사법과 의료법으로 관리할 수 없는 재생의료를 '첨바법'의 테두리 안에서 재생의료와 첨단바이오의약품을 관리할 것을 결정했지만 국내 시술은 여전히 그림의 떡이다.

    국내법상 바이오업체가 '세포처리 시설'로 허가를 얻을 경우 제대혈, 골수 등의 배양 및 보관이 가능하지만 이마저도 연구용으로만 제한된다.

    강태조 유진성형외과 원장은 "의료기관도 어디까지가 합법이고 불법인지 잘 모른다"며 "연구 목적으로 제한한 규정은 사실상 무상으로 재생의료를 제공하라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재생의료 환자 해외와 연결해주는 사업을 영위하는 티에스바이오 관계자는 "첨바법 시행 이후 이제 국내에서 재생의료가 가능한 것이냐는 문의 전화를 많이 받았다"며 "하지만 여전히 국내에선 어렵다는 말을 드릴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포 배양 기술로 독보적인 고진바이오라는 업체와 협력하고 있다"며 "일본 사례를 보면 도쿄 외곽에 위치한 고진바이오에 일본 각지의 세포가 도착하고 이를 배양해 나고야 등 원거리까지 다시 전달한다"고 말했다.

    그는 "배양은 단순 반복이 아니라 세부적인 노하우와 전문인력의 노동이 필요한 기술집약적인 산업"이라며 "배양에 따른 대가 지불 허용은 당연할 뿐더러 장기이식처럼 외부에서 외부 기관으로의 이동 또한 규제를 풀어야 환자와 업계 모두 윈-윈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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