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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혁명 눈돌린 병리학…디지털 전환 새 전기 맞나

발행날짜: 2020-10-19 05:45:58

권고안 마련해 수가 가산 등 정책 지원 근거 마련
AI 기반 산업화 가능성 강조…의료기기 기업들도 기대감

파라핀 블록과 슬라이드, 현미경으로 대표되는 병리학 교실의 풍경을 디지털로 바꾸고 빅데이터를 축적하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의학회가 나서 권고안을 통해 기준을 만들고 수가 가산 등 정책 지원을 촉구하며 움직이기 시작했기 때문. 이에 대해 의료기기 기업들도 빅데이터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며 전방위 지원 사격에 나서는 모습이다.

디지털 병리학 사업 본격화…병리학회 등 권고안 마련

대한병리학회는 병리학을 디지털로 전환(digital transfomation)하기 위한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을 담은 '디지털 병리 권고안'을 마련하고 Journal of Pathology and Translational Medicine을 통해 공개할 계획이다.

대한병리학회가 디지털 병리 권고안을 마련했다.
내달 15일 출판을 앞둔 권고안은 일차적으로 디지털 병리의 필요성과 더불어 기본 용어와 수반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대한 추천 내용이 담겼다.

또한 디지털 전환을 위해 선제돼야 하는 조건들과 지침, 디지털 전환 후 고려해야 하는 내용 등 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 조건들도 포함됐다.

특히 미국과 영국, 독일, 캐나다, 일본 등 이미 디지털 병리를 시작한 주요 국가들의 가이드라인의 주요 내용을 포함해 국내 환경에 맞는 구체적 추진 방향을 정리했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일단 첫번째로 모든 병리학 실험실을 단계적으로 슬라이드 이미지 기반의 병리학 시스템으로 전환할 것을 권고했다. 시대의 흐름에 맞춰 사실상 디지털로의 방향성을 분명히 한 셈이다.

디지털 병리 전환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도 세세하게 정리됐다.

일단 검증 연구는 병리학 시스템 즉 의료기기업체에만 맡기지 말고 현재 임상 상황과 일치하는 조건에서 진행하라고 주문했고 일부 병리 진단만을 대상으로 해서는 안돼며 병리학 전체를 포함하라고 권고했다.

또한 이러한 검증 과정은 디지털 병리 시스템을 이미 갖춘 병리과 전문의가 무조건 한명 이상 포함돼야 하며 적어도 60개 이상의 샘플에 대해 유효성 검증을 진행한 후에 설계에 들어가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는 무작위 검증 방식을 사용해야 한다. 무작위로 슬라이드를 뽑아 현재 현미경 방식의 병리학 진단과 디지털 병리 시스템을 활용한 진단이 일치하는가를 우선적으로 검사하라는 취지다.

아울러 디지털 병리 시스템으로 병리학 교실을 전환할 경우 이러한 과정을 소상히 담은 검증 문서와 슬라이드 등을 반드시 유지할 것을 마지막으로 주문했다.

권고안 마련을 이끈 병리학회 정도관리위원회 정요셉 간사(여의도성모병원)는 "4차 산업혁명에 맞춰 디지털 병리는 피할 수 없는 시대 흐름이며 미래의 핵심 부가가치 기술"이라며 "이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돕고 정책적 지원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권고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병리과 전문의 부족·업무 증가 배경 "과부하 불가피

그렇다면 병리학회 등이 주장하는 디지털 병리로의 전환 이유는 뭘까.

의학계는 디지털 병리를 통해 전문의 부족을 돌파할 계획이다.
일단 병리 검사의 중요성이 계속해서 강조되는 가운데 인력 부족과 업무 과중이 첫번째 이유로 꼽힌다.

매년 병리 검사 업무가 3~5%씩 증가하고 있지만 병리과 전문의 수는 계속해서 줄어가고 있는 이유다.

실제로 2020년 현재 대한병원협회 등에 따르면 병리과 전공의는 4년차가 31명, 3년차가 22명, 2년차가 21명, 1년차가 15명으로 전국을 모두 합해도 100명이 되지 않는다. 그나마도 연차가 거듭될 수록 전공의 숫자는 크게 줄어가고 있는 중이다.

2017년만 해도 병리과 전공의 수급율이 60%에 달했지만 2019년에는 35%로 크게 줄었기 때문. 결국 업무는 계속해서 늘어가는데 전공의는 줄고 있다는 의미다.

대한병리학회 장세진 이사장(서울아산병원)은 "현재 병리학은 과거 기본 검사 외에 면역조직화학과 분자, 유전체 검사까지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며 "병리 진단시 요구되는 필수적인 업무가 크게 늘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매년 전공의 수가 크게 줄어들며 병리과 전문의 수는 크게 감소하고 있다"며 "이 문제를 풀지 못하면 병리 검사 과부하는 피할 수 없는 수순"이라고 덧붙였다.

병리 검사가 고도로 숙련된 전문의들이 사실상 수작업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과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그러면 여기서 디지털 병리의 핵심 개념을 짚고 갈 필요가 있다. 현재 병리 검사는 검체를 채취한 뒤 육안 검사를 진행하고 파라핀 블록을 제작한 뒤 병리 슬라이드를 만든다. 이후 현미경으로 이를 판독하고 슬라이드 및 파라핀 블록을 창고에 보관하게 된다.

디지털 병리를 도입하게 되면 검체 채취 과정부터 고배율 디지털 영상을 전환해 현미경 대신 컴퓨터 화면으로 다각도로 검체를 돌려보며 진단하는 시스템이다. 수작업의 양이 반 이하로 주는 셈이다.

서울대병원 병리과 이경분 교수(병리학회 정보이사)는 "질병 분류가 초 세분화되고 다양함 검가 결과 해석이 필요해지면서 병리과 전문의의 업무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업무량 증가와 전문성 유지를 위해서는 디지털 병리 전환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전했다.

권고안 통해 심평원 등과 협의 진행 "정책적 지원 필요"

이에 따라 대한병리학회 등은 이러한 권고안을 들고 보건복지부 및 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디지털 병리 전환을 위한 논의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병리학회 등은 디지털 병리의 효용성을 감안한 정책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4차 혁명 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하루 빨리 디지털 병리로의 전환이 시급하다는 판단. 이에 대해 정부 또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이에 대한 근거로 병리학회는 전문의 부족과 업무 증가 등 외에 빅데이터 구축과 의료 인공지능(AI)의 기반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디지털 병리 시스템이 전국적으로 확산된다면 병리과 업무 흐름이 매우 빨리지는 동시에 진단 효율이 높아지고 특히 병리 기반의 빅데이터가 생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각 병원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병리 슬라이드와 진단 기록 등만 디지털로 전환하고 활용해도 AI 소프트웨어 개발의 토대가 된다는 것이다.

병리학회 장세진 이사장은 "내가 속해있는 아산병원만 해도 연간 100만개 이상의 조직 병리 슬라이드가 쌓이는데 이를 디지털로 전환한다면 매년 엄청난 규모의 빅데이터가 쌓이게 된다"며 "자동 병리결과 보고서가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코드화된 진단 데이터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결국 이러한 자료들은 진단 보조용이나 개량화를 위한 AI 소프트웨어의 기반이 된다"며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과연 이러한 디지털 병리 전환에는 어느 정도의 예산과 인력, 정부의 지원이 필요할까.

일단 전문가들은 대형병원을 기준으로 100억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한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이 이 정도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에 있는 이유다.

그렇기에 병리학회 등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가산 수가를 요구하고 있다. 각 의료기관의 힘으로 디지털 전환에 한계가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호소다.

이에 따라 병리학회는 공단과 심평원 등에 이러한 정책적 요구를 바탕으로 논의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병리학회 김동훈 총무이사(세브란스병원)는 "영상의학과에 PACS가 도입될때 수가 가산이 진행되면서 빠르게 전국화가 이뤄졌다"며 "현 수가의 10~15 정도만 수가를 가산하는 정책적 지원만으로 전국적 확대를 도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0~15% 수가를 가산한다 해도 전체 건보 예산은 1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며 "4차 산업 혁명의 기반을 만드는데 건강보험 의료비 전체 예산의 1%도 쓰지 못하느냐"고 반문했다.

디지털 병리에 눈 돌린 기업들 "산학연 시너지 기대"

이렇듯 학계가 나서 디지털 병리 시스템 전환에 속도를 내면서 의료기기 기업들도 전방위 지원사격에 나서고 있다.

디지털 병리 빅데이터에 대한 의학계와 산업계의 기대감이 높다.
의료 AI의 핵심이 결국 의료 빅데이터라는 점에서 진단의 근거가 되는 조직병리 검사 데이터가 빅데이터로 가공된다면 사업의 큰 기반이 될 수 있는 이유다.

병리학회 등 학계도 이러한 부분에 큰 기대를 가지고 있다. 병리 검사 업무 효율성과 더불어 학계와 산업계가 함께 도모할 수 있는 시너지가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서울대병원 병리과 이경분 교수는 "사실 그동안 잘 알려지지도 않았던 병리학이 새롭게 주목받게 된 것은 디지털화에 대한 기대감"이라며 "뷰노와 루닛 등이 좋은 성적을 내면서 조직병리검사 자료의 디지털화를 통한 빅데이터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높아졌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이들 기업들이 크게 성장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것은 바로 제대로된 데이터베이스가 없다는 것"이라며 "결국 뷰어(view)는 크게 발전하고 있는데 데이터는 깡통이라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의료 AI 기술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정부와 학계, 기업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미 선진국들에서 본격적인 사업화를 시작한 가운데 우리나라의 뛰어난 IT 기술을 접목한다면 충분히 따라잡는 것을 넘어 시장을 지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 MD앤더슨 등 유수 의료기관들은 디지털 병리 시스템을 통해 이미 200만장 이상의 병리 슬라이드를 디지털화하고 AI 기업들의 개발 과정에 협력하고 있는 상태다.

병리학회 장세진 이사장은 "결국 우리나라의 경우 엄청난 데이터와 뛰어난 IT 기술, 이러한 가능성을 알아본 선제적 기업들이 모두 존재하지만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생태계가 없는 셈"이라며 "이러한 생태계는 학회나 기관, 산업계가 아닌 정부만이 구축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기업들도 지원 사격에 나서며 학계의 이러한 호소를 뒷받침하고 있다. 학계가 기대하듯 이러한 시너지에 대한 기대감이다.

인피니트헬스케어 김동욱 대표이사는 "의료 AI 등을 실제 병원에 도입하기 위해서는 의료기관과 학계의 도움이 절실하다"며 "디지털 병리 권고안 등은 결국 이를 검증하기 위한 첫 단추라고 볼 수 있다"고 피력했다.

그는 이어 "결국 데이터만 구축되면 디지털 병리를 통한 기술들을 의료기관에 곧바로 도입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른 기업들도 디지털 병리를 통해 정부와 의학계, 산업계가 힘을 합쳐 4차 산업 혁명을 이끌 동력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을 기대하고 있다.

필립스코리아 김동희 대표이사는 "병리학회 등에서 나서 준다면 디지털 병리를 통한 의료기술을 더욱 체계적으로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며 "AI 기반의 정밀 진단 시스템은 물론 원격 병리 시스템 등으로 연구 개발에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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