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 합치는 바이오기업-제약사...인수합병 진짜 이유는?
|초점|HLB생명과학·비보존·셀트리온 등 전통 제약사 '흡수'
최선 기자 (news@medicaltimes.com)
기사입력 : 2020-10-13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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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식 상장·유상 증자 한계…캐시카우 확보로 연구개발 지속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최근 신약 개발 중심의 바이오업체들이 제약사 인수합병을 진행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주식 상장 및 유상증자만으로는 신약 개발 비용 충당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 잇단 제약사 인수합병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반면 제네릭 중심 제약사 입장에선 약가 인하와 각종 정부 규제가 미래 전망을 불투명하게 한다는 점이 매각의 원인으로 꼽힌다. 바이오사의 인수 및 제약사의 지분 매각의 배경 등에 대해 짚었다.

    ▲에이치엘비생명과학·비보존·셀트리온, 인수합병 러쉬

    신약 연구개발 업체 비보존의 계열사 루미마이크로는 23일 비상장제약사 이니스트바이오제약의 지분 89.6%를 인수, 본격적으로 제약 사업을 영위하게 됐다.

    일반약 라라올라로 인지도를 쌓은 이니스트바이오제약은 318개의 품목을 가진 연간 매출액 기준 600억원 대의 중소형 제약사다. 블록버스터급 신약 및 개량신약 비중은 없고 주로 제네릭 위주의 영업을 진행해왔다.

    비보존은 "글로벌 혁신신약 개발의 정점을 찍기 위해서 생산과 영업 판매를 담당하는 제약사업의 실체적 기반을 마련하고자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며 "마침내 이니스트바이오제약을 통해 그 결실을 맺게 됐다"고 지분 인수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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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미마이크로는 10월 22일 임시주총에서 사명을 '비보존 헬스케어'로 변경하고 향후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이니스트바이오제약과 합병을 추진할 계획이다.

    에이치엘비생명과학도 중소형제약사 메디포럼제약의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제약업'에 발을 담궜다. 11일 에이치엘비생명과학은 메디포럼제약의 지분 17.18%를 확보하고 100억원 대의 메디포럼제약 전환사채도 취득했다.

    지난 6월엔 셀트리온이 다국적제약사 다케다제약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제품군에 대한 권리 자산을 인수하는 내용을 공표했다. 아태지역 9개 시장 18개 제품 특허, 상표, 허가, 판매권를 확보하기 위한 3324억원 규모의 대형 인수 사례다.

    셀트리온이 인수하는 제품군에는 글로벌 개발신약인 네시나, 액토스(당뇨병 치료제), 이달비(고혈압 치료제) 등 전문의약품과 화이투벤(감기약), 알보칠(구내염 치료제) 등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일반약도 포함돼 있다.

    ▲"캐시카우 확보하라" 바이오업체 인수 배경은?

    잇단 바이오사의 제약사 인수와 관련 캐시카우 확보라는 설명이 뒤따른다. 생산설비 및 판매 품목이 없는 신약 개발업체로서는 신약 개발에 충당할 자금 마련이 무엇보다 절실하기 때문이다.

    기술특례를 통해 코스닥에 상장한 신약개발사 A업체 관계자는 "항암제 개발 등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가지고 있지만 글로벌 임상에 들어가면 한 파이프라인당 연간 최소 수십억원의 개발 비용이 필요하다"며 "질환 분야마다 다르지만 보통 신약 개발 성공률은 7% 언저리"라고 설명했다.

    그는 "낮은 개발 성공률 때문에 확률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운영한다"며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금 수혈이 필요하지만 국내에서는 파이프라인이 실패하면 거의 사기꾼 정도의 취급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모 아니면 도 식의 주주들의 반응이 유상증자나 전환사채 발행으로 자금을 수혈하는 데 어려움을 갖게 한다"며 "제네릭 및 개량신약으로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한 전통제약사가 오히려 신약 개발 및 라이센스 아웃에 두각을 나타내는 배경도 이와 맞물려 있다"고 설명했다.

    수년간 지속된 바이오업체들의 신약 개발 실패 소식 및 급증한 바이오업체 IPO 등으로 주주를 통한 자금 수혈에 피로감이 누적됐다는 게 업계의 진단. 바이오업체 스스로 연구 개발 자금을 충당하기 위한 수단으로 제약사 인수 합병에 나섰다는 뜻이다.

    특히 기술특례 방식으로 상장한 업체의 경우 고정적인 매출 확보가 필수적이다. 일반 상장사의 경우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 오른다. 기술특례 상장 업체의 경우 보다 관대한 기준이 적용되지만 연구개발 업체로서는 무엇보다 지속적인 매출 확보가 생존을 위한 과제다.

    항암제를 개발하는 B 업체 임원은 "모회사가 공산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사업을 영위하고 있고 이를 통해 연구 개발 자금을 수혈받고 있다"며 "주식 상장을 통한 자금 확보에는 확실히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간 제품을 판매해서 얻는 수익이 실질적으로 없는 바이오업체들은 연구개발비를 자산으로 인식하는 편법을 써왔다"며 "연구개발비로 자금을 쓰고도 이를 자산으로 인식하면 장부상으로만 매출을 발생시키거나 흑자인 것처럼 보이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지만 2018년 금융감독원이 무분별한 연구개발비 자산화에 제동을 걸면서 일시적인 흑자 전환도 어렵게 됐다"며 "관리종목 지정 및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서 자유롭게 하기 위한 노력이 제약사 인수 및 이를 통한 매출 확보로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니스트바이오제약을 확보한 비보존 헬스케어는 기존의 LED 조명 사업 이외에 완제약품 사업,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사업 등의 '캐시카우'를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신약 파이프라인을 발굴하고 글로벌 임상을 진행한다는 계획을 공표했다.

    15개 적응증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에이치엘비생명과학은 항서제약, 프로메세라 바이오사이언스와 다국가 임상을, 이테리온 테라퓨틱스, 살라리우스 제약과 미국에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2017년 10억원의 영업이익을 끝으로 2018년 80억원 적자, 2019년 45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에이치엘비생명과학 입장에서는 향후 타 적응증에 대한 파이프라인 임상을 지속하기 위해서라도 안정적인 캐시카우 확보가 필수적이다.

    ▲"제네릭 성장성 한계" 제약사 매각 배경은?

    잇단 바이오사의 제약사 인수와 관련 캐시카우 확보라는 설명이 뒤따랐지만 지분 매각에 나선 제약사의 속사정은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다.

    바이오사의 인수, 제약사의 매각은 캐시카우 확보와 제네릭 위주의 어두운 사업 전망이라는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총 283건의 품목을 보유한 메디포럼제약의 2019년 기준 3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6.1% 매출액 증가 및 영업익 흑자 전환에 성공한 바 있다.

    이니스트바이오제약 역시 마찬가지다. 이니스트바이오제약은 지난 3년간 매년 20~40% 이상 성장해 2019년 626억원의 매출과 24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고, 2020년에는 약 750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이니스트바이오제약 입장에선 굳이 황금알을 낳는 사업을 남의 손에 맡길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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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제약사 관계자는 "제네릭 중심의 중소형제약사 입장에서는 사업의 미래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다"며 "고령 인구의 지속적인 증가로 약제비의 증가 및 건강보험 재정 지출의 지속적인 증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보건당국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손쉽게 약가 인하 카드를 주기적으로 꺼내든다"며 "매출액 기준 10위 내의 상위 제약사들도 과거엔 다 제네릭을 만들어 판매하던 업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제네릭 판매를 통해 생산, 기술 개발 노하우를 습득하고 자금력이 확보되면 개량신약을 거쳐 신약 개발로 나아간다"며 "위탁제조품목의 GMP 자료 제출 등 제네릭을 옥죄는 정책들이 늘고 있어 과거와 같은 성장전략이 먹히지 않는 것도 중소제약사 입장에선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리베이트가 불가능한 영업 환경으로의 전환, 제네릭 중심 제약사의 지속적인 증가 및 경쟁 가속에 덧붙여 약가 일괄 인하와 같은 위험 요소가 사업 전망을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진단.

    C제약사 관계자는 "제약사 영업이익률이 5~6%에 불과해 정부의 규제에 따라 제약사는 쉽게 휘청일 수 있다"며 "대부분의 상장사 사업보고서에는 정부의 제네릭 규제를 리스크로 인식한다는 내용이 나오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미 제약사간 체급이 확고하게 나뉘어졌고 시간이 지날수록 중소업체의 경쟁력은 더욱 떨어질 것으로 본다"며 "다양한 제약사들이 건강기능식품, 화장품뿐 아니라 통신판매업, 심지어 부동산 임대업까지 손을 뻗는 것도 제약 하나만으론 성장성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 아닐까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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