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 ‘엑스코프리’…의료진이 평가한 시장성은?
|의료진 "유사 기전 치료제 이미 상용화…과도한 기대 금물"
최선 기자 (news@medicaltimes.com)
기사입력 : 2020-07-23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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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약 기대감 있지만 처방패턴 급작스럽게 변화는 어려워"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SK바이오팜이 상장과 동시에 대어로 등극했다.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한 이후에도 22일 기준 공모가(4만 9천원) 대비 약 4배에 달하는 성적표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규 상장 업체라는 점에서 주가를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주가는 회사의 발전 가능성 및 개발 신약의 시장성 등 가치가 반영된다. 지금의 '과열'은 그 선반영의 결과라는 것이다.

다른 한쪽의 이야기는 다르다. 이미 다양한 3세대 뇌전증 치료제가 나온 마당에 보수적인 의료진의 처방 패턴을 급작스레 변화시키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평. 희귀질환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기대한 만큼의 시장성 확보도 어렵다는 이야기가 뒤따른다.

SK바이오팜의 본래 가치인 신약 파이프라인 및 기전, 기존 치료제 대비 장단점 분석을 통해 향후 게임체인저 가능성 여부를 짚었다.

▲다크호스로 떠오른 SK바이오팜, 간판 품목은?

SK파이오팜은 글로벌 신약 시장을 타겟으로 중추신경계(CNS) 분야 신약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5월 미국에 출시된 세노바메이트(제품명 엑스코프리)는 성인 대상 부분 발작 치료제로 지난 해 11월 미국 FDA의 신약 판매 허가를 받았다. 이후 유럽 지역 파트너사 아벨테라퓨틱스를 통해 유럽 신약 판매 심사 절차에 돌입한 상태다.

특히 신약 개발 경험이 전무한 신생 업체가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 개발, 판매 허가까지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진행해 FDA 승인을 받았다는 점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의 평.

수면장애 치료제 솔리암페톨(제품명 수노시) 성분도 미국 FDA 및 유럽 EMA의 관문을 뚫었다. 솔리암페톨은 기면증 또는 수면무호흡증으로 인한 과도한 주간 졸림증 치료에 사용된다. 한국에서 FDA 승인을 받은 혁신 신약 2개를 보유한 업체는 SK바이오팜이 유일하다.

CNS 질환 의약품 시장은 전체 치료영역 중 3위 규모의 큰 시장에 속한다. SK바이오팜은 주력 파이프라인인 세노바메이트 외에도, FDA가 희귀의약품으로 지정한 카리스바메이트(레녹스-가스토증후군 치료제), 희귀 신경계 질환 치료제 렐레노프라이드 성분 등 다수의 CNS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고 있다.

카리스바메이트는 미국 임상1b/2상, 렐레노프라이드는 유럽 임상 2상을 준비중인데 이들을 제외한 4개 파이프라인은 1상을 완료하거나 준비중인 상태다.

SK바이오팜이 신경계 희귀 질환에 집중하는 이유는 플랫폼 기술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SK바이오팜은 뇌혈관장벽을 통과할 수 있는 기술을 핵심 역량으로 보유하고 있다. 뇌혈관을 통과해 직접적으로 뇌에 작용하기 대문에 집중력 장애 및 조현병, 조울증, 뇌전증과 같은 치료 효과 기대 약물을 주요 파이프라인으로 확보하고 있다.

▲세노바메이트의 고유 효과? 다른 약물도 공유

뇌전증은 전해질 불균형, 산-염기 이상, 요독증 등으로 인해 신경 세포 과흥분 상태가 일어나는 증상을 말한다. 뇌전증 환자는 전세계적으로 약 5천 만명, 치료제는 2018년 기준 약 7조원 규모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IQVIA 데이터에 따르면 2019년 국내 뇌전증치료제 처방액 규모는 약 2700억원 규모다.

신약 세노바메이트의 가치는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우선 뇌전증은 이미 치료 옵션이 풍부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1세대, 2세대에 거쳐 안전성과 효능을 강화한 3세대 약물까지 속속 급여권에 등장했다.

세노바메이트는 기존 치료제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군에도 반응한다는 점과 발작 소실을 주요 효과로 내세운다. 뇌전증 치료제를 복용해도 효과를 보지 못하는 환자는 약 40%로 추산된다. 실제로 세노바메이트 임상은 1~3개 이상의 뇌전증 치료제를 복용하면서도 부분 발작이 멈추지 않는 성인을 대상으로 했다.

발작완전소실 효과(seizure freedom)도 주요한 특징이다. 일정 기간 약물 치료 후 발작의 완전 소실 또는 유사 완전 소실 사례 세노바메이트 투약군에서 최대 21%(400mg)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노바메이트는 약물 불응 환자군을 주요 타겟군으로 설정했지만 문제는 이런 특성이 타 약제에서도 나타난다는 점.

뇌전증 치료제 중 선두는 UCB사의 빔팻이 차지하고 있다. 차세대 뇌전증 치료제인 빔팻은 2018년을 기준 세계적으로 1조 5천억원대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2019년 대한뇌전증학회 학술대회에서는 나트륨 통로 차단제 계열 약에서 효과를 보지 못한 75명 중 40명이 빔팻으로 교체 투약후 효과를 봤다는 연구 결과가 공개되기도 했다. 75명중 29명은 발작 소실을 기록했다.

신원철 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임상 결과만 놓고 봤을 때 세노바메이트는 꽤 괜찮은 약임에 틀림없다"며 "다만 기존 치료제들과 선을 그을 정도로 획기적이라고 평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유사한 기전의 치료제도 이미 나와있고, 무엇보다 환자 수 대비 각종 치료제가 풍부하다"며 "전면에 내세우는 발작완전소실 및 약물 불응군에 대한 효과는 세노바메이트의 고유 성질이 아닌 일반적인 뇌전증 신약의 공통된 효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비교적 최신 신약인 파이콤파도 병용을 시작으로, 소아 등으로 적응증을 넓혀가는 수순을 밟게 된다"며 "기전이 조금이라도 달라지면 기존 치료제에 반응하지 않던 환자도 반응하는 것도 일반적인 특성"이라고 덧붙였다.

기존 약제와 병용을 통해 약효과 유효성 검증을 진행하면서 단독 요법 등으로 적응증을 넓혀가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이를 세노바메이트의 고유 효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의 가치는?

실제로 라세탐 계열의 3세대 뇌전증 치료제 브리바라세탐(제품명 브리비액트) 역시 '16세 이상의 뇌전증 환자에서 2차성 전신발작을 동반하거나 동반하지 않은 부분 발작치료의 부가요법'으로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허가를 받았다.

임상에 참여했던 A 신경과 교수도 비슷한 의견이다.

그는 "기존 약에 불응한 환자가 약 30%라고 하면 기전이 바뀐 약에 조금은 환자들이 더 반응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신경계열 약은 부작용으로 퇴출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시장에 나와서 실제 임상 적용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다양한 3세대 뇌전증 치료제가 시판된 데다가 동일하진 않겠지만 가바(GABA)에 작용하는 세노바메이트의 기전과 유사한 치료제들도 이미 있다"며 "환자 인구나 전세계 시장 규모, 대체 약제와의 경쟁 등 미래가치를 고려하면 지금 주가는 다분히 과도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약가 산정도 걸림돌이다. 빔팻의 특허 만료로 후발주자들이 급여 영역으로 진입한 상황도 우호적이지 않다.

비급여로 판매될 당시 빔팻정 50mg 함량이 한정에 2000원 안팎이었지만 현재 동일 함량 약가는 215원까지 떨어진 상태다. 후발주자가 시장에 진입한지 불과 2~3년새 1/10 토막으로 몸값이 떨어졌다.

빔팻정 제네릭이라는 대체 옵션으로 버티고 있는 만큼 세노바메이트가 신약의 가치를 온전히 보전받고 급여 출시되기란 어렵다는 게 의료진의 중론이다.

다양한 3세대 뇌전증 약이 등장하고 있지만 치료 패턴은 여전히 보수적이다. 신경계에 직접 작용하는 약물이기 때문에 부작용 이슈가 지속적으로 발생한 데다가 근거의 축적까지는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2018년 미국신경과학회 등도 뇌전증치료 가이드라인 개정을 통해 3세대 뇌전증 치료제를 신규 진단 환자의 1차 약제로 권고하지 않았다. 연구 및 실제 임상 적용이 활발하지 않다는 점에서 확실한 근거의 축적까지 '검증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3세대 약물이 시장으로 진입해도 게임체인저 수준의 처방 패턴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뜻이다.

▲희귀질환 기면증, 과한 기대 금물…"시장성 한정적"

솔리암페톨은 기면증이나 수면무호흡증으로 인한 주간 졸림증 치료제로 허가됐다. 기전은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억제 기전이다.

역시 도파민/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억제 기전 약제가 다양하다는 점에서 솔리암페톨도 획기적이지는 않다. 따라서 임상 현장의 검증이 필요하다는 분위기다.

최준호 신경정신의학회 총무이사는 "기면증은 희귀질환이고 보통은 중추신경계를 자극시키는 기전의 약들이 나온다"며 "기면증 역시 다양한 약제들이 나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모다피닐은 각성 효과의 조절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고, 이의 이성질체로 반감기가 긴 아모다피닐이 나왔다"며 "메틸페니데이트와 같은 약물 역시 구조상 암페타민과 비슷해 중독 이슈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기면증은 주로 세부전공 의료진들이 따로 있고 처방도 되도록 보수적으로 한다"며 "신약이 나왔다고 바로 처방 패턴을 바꾸기보다는 검증된 약을 쓰려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귀띔했다.

A 신경과 교수는 "솔리암페톨은 도파민과 노르에프네프린 재흡수를 억제하는 기전으로 알려져 있다"며 "실제 임상 현장에서 써보지 않았지만 비슷한 기전의 약물은 이미 있다"고 말했다.

그는 "ADHD 치료제로 사용되는 메틸페니데이트도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를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며 "보통 기면증 환자를 0.02%로 추산하는데 이렇게 보면 국내 기면증 환자 수는 많아봐야 2만명 안팎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슷한 기전의 약물이 있다는 점, 희귀질환이라 환자수가 극히 제한된다는 점에 비춰보면 과도한 기대보다는 새로운 치료 옵션이 등장한다는 생각으로 기다려야 하지 않을까 한다"며 "중독 부작용 이슈만 줄여도 괜찮은 처방 옵션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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