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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처방약 콜린알포세레이트 효과 논란...해법은 없나?
최선 기자 (news@medicaltimes.com)
기사입력 : 2019-12-14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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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점|뇌기능개선제 재평가 착수에 학계 대안 제시
  • |"애매한 적응증이 무분별한 처방·무용성 논란 촉발"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정부가 효능 논란을 빚은 뇌기능개선제 콜린알포세레이트 평가에 본격 착수하면서 논란의 본질이 '효능 여부'가 아닌 '임상 설계'로 확장되고 있다.

콜린알포세레이트 허가 당시의 근거 자료에 나타난 적용 환자군과 실제 적응증이 불일치하면서 구조적인 처방 남용이 빚어진 만큼 적응증을 구체화하기 위한 '새로운 임상'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

허가 당시 자료가 부실했던 점을 인정하더라도 장기간의 연구에서 콜린알포세레이트의 병용 효과 등이 실제로 확인되고 있어 효과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선 지금이라도 임상 근거의 확보 및 적응증 수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효능 논란에 정작 효능은 없다? 범인은 적응증

"장기 임상에서 효과를 확인했다." "해외에서는 건기식으로 판매한다."

콜린알포세레이트의 효능을 둘러싼 시각은 양극단을 달린다. 한쪽에서 근거를 가지고 효과를 주장하는 반면, 다른 한쪽 역시 근거의 부실함을 이유로 무용론을 주장한다. 의견이 엇갈리는 원인은 뭘까. 여러 근거 자료에도 불구하고 시각차가 발생한 것은 오히려 자료의 유무가 아닌 자료의 인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콜린알포세레이트의 적응증은 다음과 같다.

- 뇌혈관 결손에 의한 2차 증상 및 변성 또는 퇴행성 뇌기질성 정신증후군 :
기억력저하와 착란, 의욕 및 자발성저하로 인한 방향감각장애, 의욕 및 자발성저하, 집중력 감소
- 감정 및 행동변화 : 정서불안, 자극과민성, 주위무관심
- 노인성 가성우울증


문제는 감정 변화나 정서 불안 등은 엄격한 적응증이 아닌 보편적으로 노인 환자에게 나타나는 증상이라는 점.

고려의대 신경과 정일억 교수는 "정서불안, 자극과민성, 주위무관심과 같은 감정 및 행동변화, 노인성 가성우울증에도 콜린알포세레이트를 사용할 수 있다"며 "이들 적응증은 뇌에 문제가 있는 노령 환자의 보편적 증상을 나열해 놓은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콜린알포세레이트 적응증이 포괄적이기 때문에 노령 뇌 환자 대부분에 적용 가능하고, 이런 상황이 처방량의 급격한 증가를 가져왔다. 처방액은 2014년 1200억원에서 2018년 3000억원을 기록했다.

실제 콜린알포세레이트의 효능 논란이 효능 여부에서 촉발된 것이 아닌, '치매 예방약'과 같은 끼워넣기 약으로 처방되면서 촉발됐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대한노인신경의학회 한일우 회장은 "경도인지장애(MCI) 환자의 15%가 치매로 발전하는데 정확히 이런 환자들을 대상으로 콜린알포세레이트를 투약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구분해야 정확한 효능을 알 수 있다"며 "지금은 그런 연구가 없다"고 말했다.

고대안암병원 신경과 박건우 교수
콜린알포세레이트의 작용 기전은 신경계통에 있어 학습과 기억을 담당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의 보충이다. 주로 뇌기능 장애환자에게 아세틸콜린이 부족하기 때문에 외부에서 콜린알포세레이트를 투여해 아세틸콜린을 보충하는 방식으로 뇌와 신경세포 대사에서 신경세포의 구조와 기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주목할 점은 아세틸콜린이 부족할 경우 콜린알포세레이트가 기여할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아세틸콜린이 부족하지 않은 환자가 보충제나 영양제처럼 콜린알포세레이트를 복용할 경우 효과를 장담할 수 없다.

고대안암병원 신경과 박건우 교수는 "콜린알포세레이트는 일반인에게는 독이 될 수도 있다"며 "콜린 성분이 부족해서 치매 고위험군 환자들에게는 투약이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이를 모두에게 효과가 있다고 하는 건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예를 들어 비타민 부족으로 치매에 걸린 사람에게 비타민을 채워줘 치매가 호전될 수 있다면, 비타민 부족 환자에 한해 비타민이 효과적이라 말 할 수 있다"며 "비타민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비타민이 약이 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무용하거나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콜린알포세레이트의 효능 논란은 주로 아세트콜린이 부족한 환자를 대상으로 처방한 게 아닌 무분별한 처방이 가능하다는 데서 기인한 부분이 크다"며 "정작 아세트콜린 부족 환자, 충분 환자를 두 그룹으로 나눠 콜린알포세레이트를 줬을 때의 효능 차이를 분석한 연구 논문도 없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현실적 대안은 적응증 세분화

콜린알포세레이트는 약의 기전상 콜린이 부족한 환자에게 투약하면 콜린이 보충되는 한편 콜린 분해를 막는 AChE(아세틸콜린에스테라아제) 억제제 병용 시 효과가 증가된다.

효과 논란이 엄격한 적응증 적용이 부족해 발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문약을 건강기능식품으로 전환하는 급진적인 재분류 방식은 옳지 않다는 결론에 이른다. 따라서 현실적인 대책은 적응증의 세분화라는 것.

콜린알포세레이트의 효능을 살핀 대표적인 연구는 이탈리아 아멘타 교수가 진행한 아스코말바(ASCOMALVA)다. 이 연구에서 아멘타 교수는 허혈성 뇌손상과 알츠하이머병을 동반한 59세부터 93세의 환자를 도네페질 단독투여군과 콜린 알포세레이트 병용투여군으로 분류해 인지기능 변화와 일상생활 수행 능력을 추적 관찰했다.

올해 5월 공개된 아스코말바 3년 중간 연구에서는 병용군의 MMSE 점수가 기준치 대비 2점 감소하는데 그쳤지만 도네페질 단독 투여군은 5점이 감소했다. 또 알츠하이머병의 악화를 의미하는 ADAS-cog 점수는 단독투여군이 15점 이상 상승했지만 병용투여군은 5점 상승에 그쳐 두 가지 평가지수에서 모두 단독투여군 대비 병용투여군의 인지기능이 더 잘 유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효과를 증명한 다양한 연구들은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들이다. 아세트콜린이 부족한 환자를 대상으로 투약했을 때 콜린알포세레이트의 효과가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험 급여로 처방 가능한 적응증을 세분화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대한노인신경의학회 한일우 회장
고려의대 신경과 정일억 교수는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콜린알포세레이트의 효과를 연구를 했을 때 이상적인 결과가 나왔고 뇌졸중 환자도 추적관찰 기간이 짧았는데도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아스코말바도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라고 설명했다.

집중력 감소, 정서불안, 자극 과민성, 주위 무관심, 노인성 가성우울증과 같은 소위 '뜬구름' 잡는 식의 적응증은 앞으로도 콜린알포세레이트의 무분별한 처방을 유도할 수 있다.

치매 환자군을 대상으로 효능을 확인한 약물을 건보재정 낭비와 같은 외부적 요인에 따라 재분류를 하는 것 역시 정치적 판단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긴 어렵다.

대한노인신경의학회 한일우 회장은 "지금 필요한 것은 새 임상을 통해 콜린알포세레이트의 통계적 유의성이 어떤 환자군, 적응증에서 나타나는지 밝히는 일"이라며 "치매 치료제가 아직 없는 현실을 감안하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연구자 혹은 제약사 주도의 임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일억 교수는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아시아인 특히 한국인 대상으로 약물 효용성을 확인하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며 "여러 조건을 고려할 때 약물 적응증의 재검토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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