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계도 '세대갈등' 극심…다시 잡은 첩약 급여화 흔들
|초점|기득권 지키려는 구세대와 생존 어려운 신세대 시각차 첨예
박양명 기자 (news@medicaltimes.com)
기사입력 : 2019-06-07 06:00
0
  • "비급여 첩약, 한의원 주 수입원" vs "보장성 확대가 살 길"
첩약 급여화 둘러싼 한의계 내분

|메디칼타임즈 박양명 기자| 정부가 하반기부터 시행할 예정인 첩약 급여 시범사업.

의료계는 첩약의 안전성, 유효성을 문제 삼으며 반대 목소리를 강하게 내고 있지만 그전에 한의계 내부에서조차 합의가 되지 않았다.

첩약 급여화 찬성과 반대가 팽팽히 맞서며 갈등이 외부로까지 표출되고 있는 상황.

겉으로는 한약사와 약사가 참여하는 첩약 급여를 절대 반대한다고 주장하지만 기저에는 '세대갈등'이 자리 잡고 있었다. 기득권을 지키려는 구세대와 어려워진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젊은 세대가 대립하고 있는 것.

사실 첩약 급여화로 인한 신-구 갈등은 처음이 아니다. 이미 2012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2000억원을 투입해 첩약 급여화를 하기로 결의까지 했지만 한의계 내분으로 무산된 적 있다. 그 때의 갈등이 7년이 지나서도 다시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첩약, 한의원 수익에 결정적…한의사 고유 권한"

첩약은 한의원의 가장 기본이면서도 수익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항목이다. 실제 한의가 건강보험에 편입되던 1980년대 후반에는 첩약이 한의원의 일반적인 형태였다.

경북 A한의원 원장은 "비급여인 첩약으로도 매출을 많이 올릴 수 있었던 시대가 있었다"라며 "첩약 시장이 지금도 1조~2조원 가까이 되기 때문에 여전히 경험이 많은 한의사 입장에서는 첩약이 매출의 주수입원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건강보험 진입을 반길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상지한의대 동문 100명은 성명서를 통해 "첩약 급여로 일정 부분의 예산을 한의사가 독점한다고 가정해도 한의계에 들어오는 수익은 노인정액제 수익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라며 "노인정액제 구간 하향으로 수입 감소를 초래하는 첩약 급여화 논의는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개한 '자동차보험 한방진료비 변동 요인 및 관리 방안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첩약은 한방 비급여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한방진료비 증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진료비 점유율·환자 수 지속 감소…"시장 넓혀야"

첩약이 주된 수입원이긴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다'라는 게 젊은 한의사들의 생각이다. 실제 건강보험에서 한방의 진료비 점유율이 줄어들고 있는 데다 한의원을 찾는 환자 수도 줄고 있는 게 현실인 만큼 보장성 확대를 통해 시장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한의사협회 보험위원회에 따르면 건강보험에서 한방 진료비 점유율은 2014년 4.2%에서 2018년 3.5%로 줄었다. 환자 수 역시 2014년 1318만명에서 2018년 1249만명으로 69만명이 줄었으며 연평균 1.3%씩 감소했다. 의료기관 중 한방 분야만 유일하게 수치가 감소했다.

경기도 C한방병원 원장은 "우리나라 의료에 대해 환자들은 내 돈을 내지 않고 치료한다는 인식이 전반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라며 "건강보험, 실손보험이 그렇다. 한방 의료는 실손보험에서도 배제돼 비급여는 보장해주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첩약의 인기가 높지만 실손보험이 안되니까 환자가 선뜻 선택하지 않는다"라며 "80~90년대는 실손보험 자체가 활성화되지 않았으니 첩약이 수익에 많은 도움이 됐다"라고 덧붙였다.

첩약 급여화가 한방 의료의 시장성 확대를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울 D한의원 원장도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는 한약이 많은데 지금 한약은 몸 보신에 좋은 것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는 건강기능식품의 업그레이드 버전밖에 안된다"라고 지적하며 "치료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방안이 첩약의 급여화"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것인 좋은 것이라고 개화기 때 쇄국정책을 해서는 안 된다"라며 "첩약이 급여화되면 한의계 수익이 줄어드는 것은 아닌가 우려하지만 좀 더 생각해보면 파이가 커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6년 전과 달라진 분위기? 무조건 반대는 아니다

그래도 6년 전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내분이 있긴 하지만 첩약 급여화를 원하고 있다는 심리가 깔려있다. 실제 2017년 한의협에서 진행했던 대회원 설문조사에서는 78.2%가 첩약 급여화를 원한다고 했다. 투표 대상 1만9730명 중 60%인 1만1947명이 참여했다. 한의사협회를 기습 점거하고 농성까지 하는 물리적 움직임도 아직까지는 없다.

2017년 한의협에서 진행한 첩약급여화 찬반 투표 결과
제주도, 광주, 경북 등 일부 시도한의사회는 아예 시범사업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공식화하기도 했다.

서울시한의사회는 회원 투표 결과 70.8%가 첩약 급여화에 반대한다고 응답했지만 무조건적인 반대를 표명하기보다는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며 "정책 추진 과정에서 회원의 동의와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돼야 한다"라는 의견을 전했다.

한 시도한의사회 임원은 "2년 전 한의협 중앙회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와 결과가 다르게 나오고 있는 것은 첩약 급여화에 대한 반대라기보다는 현 집행부에 대한 불신이 드러난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많다"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집행부가 회원과 소통하는 부분에서 속도 조절을 못한 부분이 있다"라며 "디테일한 부분에 신경 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메디칼타임즈는 독자의 제보에 응답합니다.
    • 이 기사를 쓴

      박양명 기자

    • 대한의사협회를 출입하면서 개원가를 중점적으로 취재 보도하고 있습니다.
    • 기사 관련 궁금증이나 제보할 내용이 있으면 지금 박양명 기자에게 연락주세요.
      메디칼타임즈는 여러분의 제보에 응답합니다.
    • 사실관계 확인 후 기사화된 제보에 대해서는 소정의 원고료(건당 5만원)을 지급해드립니다.
      ※프로필을 클릭하면 기사 제보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독자의견
    0
    익명의견 쓰기 | 실명의견쓰기 운영규칙
    닫기

    댓글 운영방식은

    댓글은익명게재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익명은 필명으로 등록 가능하며, 대댓글은 익명으로 등록 가능합니다.

    댓글의 삭제 기준은

    다음의 경우 사전 통보없이 삭제하고 아이디 이용정지 또는 영구 가입제한이 될 수도 있습니다.

    • 저작권·인격권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상용 프로그램의 등록과 게재, 배포를 안내하는 게시물

      타인 또는 제3자의 저작권 및 기타 권리를 침해한 내용을 담은 게시물

    • 근거 없는 비방·명예를 훼손하는 게시물

      특정 이용자 및 개인에 대한 인신 공격적인 내용의 글 및 직접적인 욕설이 사용된 경우

      특정 지역 및 종교간의 감정대립을 조장하는 내용

      사실 확인이 안된 소문을 유포 시키는 경우

      욕설과 비어, 속어를 담은 내용

      정당법 및 공직선거법, 관계 법령에 저촉되는 경우(선관위 요청 시 즉시 삭제)

      특정 지역이나 단체를 비하하는 경우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하여 해당인이 삭제를 요청하는 경우

      특정인의 개인정보(주민등록번호, 전화, 상세주소 등)를 무단으로 게시하는 경우

      타인의 ID 혹은 닉네임을 도용하는 경우

    • 게시판 특성상 제한되는 내용

      서비스 주제와 맞지 않는 내용의 글을 게재한 경우

      동일 내용의 연속 게재 및 여러 기사에 중복 게재한 경우

      부분적으로 변경하여 반복 게재하는 경우도 포함

      제목과 관련 없는 내용의 게시물, 제목과 본문이 무관한 경우

      돈벌기 및 직·간접 상업적 목적의 내용이 포함된 게시물

      게시물 읽기 유도 등을 위해 내용과 무관한 제목을 사용한 경우

    • 수사기관 등의 공식적인 요청이 있는 경우

    • 기타사항

      각 서비스의 필요성에 따라 미리 공지한 경우

      기타 법률에 저촉되는 정보 게재를 목적으로 할 경우

      기타 원만한 운영을 위해 운영자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내용

    • 사실 관계 확인 후 삭제

      저작권자로부터 허락받지 않은 내용을 무단 게재, 복제, 배포하는 경우

      타인의 초상권을 침해하거나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경우

      당사에 제공한 이용자의 정보가 허위인 경우 (타인의 ID, 비밀번호 도용 등)

    • ※이상의 내용중 일부 사항에 적용될 경우 이용약관 및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으실 수도 있으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위에 명시되지 않은 내용이더라도 불법적인 내용으로 판단되거나 메디칼타임즈 서비스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경우는 선 조치 이후 본 관리 기준을 수정 공시하겠습니다.

      ※기타 문의 사항은 메디칼타임즈 운영자에게 연락주십시오. 메일 주소는 admin@medicaltimes.com입니다.

    등록
    등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