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기야|"있지만, 못 써요" 총알 부족한 다제내성균 관리 구멍
"신규 항생제 확보 시급" 국제 기조-국내 온도차, 전문가들 "비급여 급여화 정책 속 항생제 정작 소외"
원종혁 기자 (news@medicaltimes.com)
기사입력 : 2018-11-05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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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타임즈 원종혁 기자| 신규 항생제들의 국내 처방권 진입 지표가 '늪'에 비유되고 있다.

매년 환자수가 급증하는 다제내성균(슈퍼박테리아) 관리 분야에서는 중요한 총알로 평가되지만, 정작 이러한 항생제 신약의 국내 도입률은 '제로'에 가까운 수치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무분별한 항생제 오남용을 줄이자"는 짙은 그늘에 가려진 채, 내성 환자 관리에 처방할 수 있는 선택지는 계속해서 줄고 있는 탓이다.

대한감염학회 김양수 이사장(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은 "이러한 항생제 내성 관리 문제는 서서히 환자의 목을 조르는 상황과도 같다"고 비유했다.

김 이사장은 "감염 문제는 지난 2015년 전국을 강타한 메르스 사태로 대중에 알려졌지만 항생제 내성 문제는 이보다 심각하다"면서 "항생제 내성은 사망자 발생건수도 그로 인한 비용 발생도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현행, 국제 기조는 명확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올해 "항생제 내성은 계속해서 증가하는 반면 치료 옵션은 빠르게 고갈되고 있다"며 "단지 시장의 힘에만 맡겨두면 가장 시급한 새로운 항생제들이 적기에 개발되지 않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항생제의 오남용은 엄격하게 규제하면서도 동시에, 항생제 신약의 공급과 접근성을 충분히 확보하자는데 초점을 모았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다제내성균 감염 문제를 국가적 위기 상황으로까지 지목하고 있지만 여전히 신규 옵션의 처방권 도입에는 요원한 상황이다.

OECD 국가 중 녹농균에 대한 카바페넴 내성률 2위, CRE나 VRSA 전수감시체계를 시행하는 사회적 분위기와는 극명한 온도차를 보이는 이유다.

다제내성균 관리? 신약 공급부터 처방까지…신약 가뭄 도돌이표

영국의 항생제 내성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에는 암보다 항생제 내성으로 인한 사망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보고가 나온다. 1년에 1000만 명 정도가 항생제가 없거나 내성 문제로 사망할 수 있다는 것.

상황은 이러한데, 항생제 신약들이 국내 도입 문턱에만 오면 유독 애를 먹는다는 얘기들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온다.

실제 항생제 내성으로 인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2012년부터 '항생제 개발 촉진법(GAIN Act)이 시행된 이후 달바반신, 테디졸리드, 오리타반신, 세프톨로잔-타조박탐, 세프타지딤-아비박탐, 메로페넴-버보박탐 등 올해 10월까지 11개의 항생제가 미국FDA 허가 관문을 넘었다.

하지만 이 중 국내 허가를 받은 제품은 2개 품목에 불과하며, 대부분이 국내 시장에서 허가 및 판매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문제는 도입이 지체되는 이들 신규 항생제는 치료제 확보가 시급한 3대 슈퍼박테리아 ▲카바페넴 내성 녹농균 ▲카바페넴 내성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균 ▲카바페넴 내성 및 3세대 세팔로스포린 내성 장내세균에 대안 옵션이라는 점이다.

일부 품목은 ESBL 생성 장내세균에 효과적일뿐 아니라, 내성 증가가 지적되는 카바페넴과의 동등성을 입증하며 대체약으로도 거론된다.

감염학계 '카바페넴 보존 전략 주요'…"대안 치료제 있지만 실 사용 어려워"

최근 다제내성균 관리 차원에서 최후의 항생제로 평가되는 '카바페넴'의 과다 사용을 줄이자는 학계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의 감염병 웹통계 시스템을 살펴보면, 항생제 내성균 중에서도 가장 심각하다고 알려진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carbapenem resistant enterobacteriaceae, 이하 CRE)' 감염증 발생은 올해 6월 기준 전수조사 1년 만에 1만 500건에 달했다.

대한화학요법학회 및 대한감염학회는 "ESBL 생성 그람음성균 증가로 치료제인 카바페넴 사용이 계속 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카바페넴 내성균주가 출현하고 있다"며 "사용 가능한 치료 옵션을 보유해 현재로서 ESBL 생성 그람음성균에 대한 치료의 보루로 여겨지는 카바페넴을 반드시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처방 가능한 항생제 선택지가 제한적인데다 ESBL 생성 그람음성균 증가로 인해 치료제인 카바페넴 항생제 사용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 내성균주 출현이 되풀이되는 악순환을 보이기 때문이다.

현재 카바페넴의 대체 옵션으로 평가받는 저박사(세프톨로잔/타조박탐) 복합제는 작년 4월 국내 허가를 획득하고, 올해 신규 항생제로는 국가필수의약품 목록에 신속 등재된 상태.

그러나, 국내 의료 현장에서 해당 복합제는 여전히 비급여에 묶여 있어 실 사용은 어려운 상황으로 평가된다.

경희의대 감염내과 이미숙 교수는 "슈도모나스(녹농균)는 30% 정도의 카바페넴 내성률을 보이고 최근 항생제 내성의 증가로 신독성이 높은 콜리스틴을 카바페넴과의 병용으로 많이 쓰기도 한다"며 "저박사를 대안으로 쓸 수 있는데 현재 비급여이기 때문에 환자에게 비용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는 "항생제는 급여가 되지 않으면 사실상 사용이 어렵다. 현 의료정책 기조가 비급여의 급여화인데 항생제만큼은 그 부분이 빗겨나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건강보험 내 급여기준이 제한되어 있거나, 의료기관 내 제한 항생제로 분류될 경우 처방접근성 자체가 제한되는 문제가 따른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환자들이 희귀약품센터를 통해 개인적으로 항생제를 구하거나, 치료가 시급한 중증 질환자에 약을 제 때 투여하지 못하는 사례까지 빚어지고 있다.

규제 및 임상조건에 허들? '비열등성' 키워드 발목 잡힌 신규 항생제들

중증도가 높은 악성 암종이나 희귀질환들과 달리, 내성 문제가 심각한 항생제 신약에는 정책적 지원이 부족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 경제성평가를 기반으로 하는 선별등재제도가 2007년 도입된 이후 6개 신규 항생제가 허가받았는데, 임상적 유용성을 입증한 것은 타이제사이클린(타이가실) 이외 모두 비열등 정도의 임상자료를 입증하며 가중평균가로 결정됐다.

업계 관계자는 "임상에서 우월성이 입증되지 않으면 기존 대체약제의 가중평균가를 받아들이거나 경제성 평가를 통해 대체약제 대비 비용 효과성을 입증해야 한다"며 "수십 년 전 출시된 모든 계열의 항생제와 그 제네릭까지 포함해 산출하는 가중평균가는 낮을 수 밖에 없고, 현행 경제성 평가는 유효성과 안전성 등의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신약의 가치를 측량하기 때문에 신규 항생제의 내성 관리 측면의 가치가 반영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테디졸리드'는 국산신약임에도 식약처 허가 후 급여권까지 진입했지만 시판하지는 않고 있다. 보험 약가 수준이 낮은 상황에서 론칭을 포기하는 상황에까지 이른 것이다.

일각에서는 항생제 신약 개발에 또 다른 어려움을 제기한다.

통상 항생제는 중증 환자 등 위약을 대조군으로 허용하지 않는 만큼, 현존하는 가장 좋은 치료법(BAT)을 비교 기준으로 잡아야 한다.

결과적으로 우월성이 아닌 비열등성 검증을 목표로 잡은 임상 자료가 많기에, 추후 가격을 인정받는데에도 현실적인 제한점이 나오는 것이다.

성균관대학교 약학대학 이의경 교수는 "(사례를 보면)항생제는 개발 실패 확률이 높고 새로 개발된 약이 적어 오래 전 개발된 약가 기준에 맞추기 때문에 임상을 통해 우월성을 입증하더라도 기존 낮은 약가를 토대로 약가가 낮게 잡히는 편"이라며 "이 때문에 항생제로 인한 이익을 얻기가 어렵고 개발을 포기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총알' 담보하는 국제 기조…항생제 가치 평가 방향성은?

신규 항생제 도입 문제가 계속되는 국내 분위기는, 다제내성균 관리방안 마련에 분주한 주요 선진국들의 행보와도 비교된다.

영국 및 프랑스, 스웨덴 등 선진국에서는 다제내성균에 사용할 수 있는 항생제 신약 확보를 위해 국가 차원에서 보험급여 정책개정을 논의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2012년 항생제 개발 촉진법인 GAIN act (Generating Antibiotic Incentive Now Act)를 입법화하며 항생제 고갈을 해는데 집중하고 있으며, 영국은 정부에서 용역을 통해 항생제 내성에 대응하기 위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올해 미국FDA는 "점점 더 많은 박테리아가 기존 항생제에 내성을 가지게 되기 때문에 지속적이면서 치명적일 수 있는 이 문제에 대해 모든 방면으로 대처하고 새로운 접근법을 찾아야 한다"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관전 포인트는, 신약의 도입 협상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항생제 가치를 고려하는 가치 평가 방식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프랑스는 경제성평가와 함께 ASMR(의약품의 임상적 편익 개선수준)이라는 기준을 잡고 있다. 이외 사회적지불의사(Willingness to pay, 이하 WTP), 다기준결정기준분석 (Multi Criteria Decision Analysis, 이하 MCDA) 등도 평가에 포함된다.

성균관대학교 약학대학 이의경 교수는 "지금은 정해진 가치를 입증하지 않으면 건강보험에서 책정하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 신약의 가치를 입증할 수 있는지 노력이 필요하다. 가치를 입증하기 위해선 근거가 필요하기 때문에 다각적인 경제성평가, WTP 등의 연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국내 항생제 내성균의 발생률이 높은 상황에서 적정 사용과 함께 신약 공급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제는 보험정책을 담당하는 사람과 의료진들의 협업이 필요하다"면서 "항생제 내성관리에 사회적인 공감대 형성과 함께 긴급 항생제에 대해선 치료 옵션 가치를 반영하고자 하는 노력 또한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편집자주|'급·기·야'는 '급여기준 이젠 이야기 할 때'의 줄임말로, 건강보험 재정절감 때문에 제한적인 의약품 및 치료행위 등의 급여기준을 개선해, 환자의 의료서비스 혜택 확대를 추구하는 메디칼타임즈의 특별 기획 컨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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