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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급변하는 의료환경, 변화를 감지해라

메디칼타임즈
발행날짜: 2017-07-27 05:00:33

해성산부인과 박혜성 원장의 '따뜻한 의사로 살아남는 법'(25)

해성산부인과 박혜성 원장의 '따뜻한 의사로 살아남는 법'(25)

처음 개원했을 때는 산부인과 의사로서 환자를 보았고, 산과 환자와 부인과 환자가 반반이었다. 한 달에 분만을 40~60명 정도 했고, 부인과 수술도 많았다.

개원 10년 정도 되니까 산모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근처에 새로 개원한 산부인과로 산모가 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부인과 환자를 늘리기 위해 고민을 했다. 피부와 비만, 통증을 맡아서 할 의사를 새로 뽑았다. 지방흡입술을 새로 시작했고, 검진센터를 만들었다. 그렇게 해서야 직원들 월급을 줄 수 있었다.

그 사이 병의원을 증축했고, 직원도 처음보다 4~5배 늘었다. 산과 환자는 줄어서 지금은 한 달에 10명 정도의 분만을 하고 있다. 만약 다른 분야로 확대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나는 지금 손가락을 빨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흉부외과 선배도 나와 같은 운명을 겪었다고 한다. 그 선배는 종합병원에서 흉부외과 과장을 10년 정도 했다. 처음 5년은 주로 선천성 심장질환 수술을 했다. 그런데 산과 태아초음파 기술이 발달하면서 점점 선천성 심장질환이 줄어들고, 주로 서울 대형병원 흉부외과로 환자가 몰리면서 자신이 수술할 환자가 없어졌다고 한다.

그 후 5년은 환자들이 비만해 지면서 죽상동맥이 막히는 것을 뚫어주는 수술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내과에서 스텐트를 삽입하기 시작하면서 죽상동맥 경화증 환자를 흉부외과로 보내주지 않더라는 것이다. 결국 종합병원 과장을 그만두고 하지정맥류 수술을 배우고 성형수술을 다시 배웠다. 지금은 주로 하지정맥류와 성형, 피부비만 환자를 보고 있다.

만약 선천성 심장질환이나 죽상동맥 수술만 고집했다면 지금 의사를 그만 두어야 했을 지도 모른다. 그는 빨리 의료의 변화에 적응해서 아직까지 의사로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얘기한다.

20년 사이 같은 과 의사에게도 환자의 진료 형태가 달라진다. 산부인과는 산모가 점점 줄어 부인과를 주로 봐야 하는 일이 생기고, 그것마저도 앞으로는 노인환자가 늘어나니 또 다른 진료형태를 준비해야 할지도 모른다.

산부인과나 흉부외과 뿐만 아니라 모든 과가 같은 운명일 것이라고 본다. 우리가 레지던트 때 배운 지식으로 처음 진료를 시작할 수는 있지만, 진료하면서 직접 피부로 느끼는 체감온도와 환자군의 변화를 알아내지 못하면 자신은 열심히 환자를 보려고 해도 환자가 오지 않을 수가 있다. 변화에 적응하고 발 빠르게 대처하는 의사만이 살아남는다.

의사뿐만 아니라 다른 직업군에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비디오를 보던 시대가 있었다. 주로 세진비디오라는 회사의 비디오 테이프가 전국에 팔렸다. 그런데 어느 날 DVD를 만드는 업체가 자본이 부족하니까, DVD를 만드는 데 자본을 투자해 달라고 왔다고 한다. 세진비디오 회사는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고 한다. 결국 모든 기계가 DVD로 바뀌었고, 그 회사는 망했다고 한다.

과도기가 있을 때, 변화의 느낌을 감지할 수 있었을 때, 발 빠르게 변화를 받아들였다면 좋았을텐데 설마 하면서 기회를 놓친 것이다.

21세기에 살아남기 위해서 필요한 것을 두 가지로 꼽으라고 한다면, 내가 생각하기에는

1. 소통 내 입장이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연습을 하면서 소통하려고 한다. 즉 역지사지(易地思之)다. 만약 환자가 내가 불친절하다고 느끼면 나는 불친절한 것이고, 환자가 다시 방문하지 않는다면 나와 우리 병원 구조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본다. 직원이 오래 버티지 못하는 것은 뭔가 우리 내부에 문제가 있는 것이고, 그 원인을 나와 우리 병원 내부에서 찾아서 고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모든 문제의 핵심을 '나'부터 시작해서 생각하고, 소통하려고 노력한다.

2.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 얼리어답터(Early adaptor)가 되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적어도 5~10% 정도의 시간과 돈을 변화를 배우거나 받아들이는 데 사용한다. 기계를 사도 제일 먼저 사고, 기술을 배워도 제일 먼저 배우려고 한다. 이왕 배워야 한다면 먼저 배운다. 변화의 물결에 나를 싣는 일을 기꺼이 한다.

나는 10만명이 안 되는 경기도의 한 조그마한 도시에 개원을 했다. 시민은 주위에 새로운 병의원이 생기면 자신이 다니던 병의원을 바로 바꾼다. 즉 새로운 것에 대해 호기심이 많고, 혹시 더 새로운 것이 없나하고 찾아가보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다. 그런데 그것은 새로운 레스토랑이나 식당이 생겼을 때 내가 느끼는 호기심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그것이 매우 서운했다.

'나는 나름대로 환자에게 잘 해 주었는데, 의리도 없이 가 버리다니….'

'내가 첫 애 분만할 때 얼마나 고생하면서 받아줬는데, 둘째 임신하고 다른 산부인과에 분만하러 가 버리다니….'

서운하다고 땅이 꺼지게 한탄만 하기에는 직원들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내가 다른 의사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선택과 집중을 했다. 나는 실력은 있지만 무뚝뚝하니까 젊은 산모에게는 인기가 없었다. 내가 젊은 산모의 입맛에 맞게 사근사근하게 얘기도 못하고, 손을 잡아주면서 다정하게 대하지도 못하고, 대기시간이 긴 것도 불친절의 이유가 되기 때문에, 나는 산모에게 인기가 없었다.

대신 나는 실력이 있고, 의리가 있고, 마음이 여리고 따뜻해서 오래된 단골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을 잘 돌 봐주고, 그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해 준다. 그리고 그들을 언니나, 동생, 딸, 엄마처럼 생각하고 무엇이 가장 애로사항인지 내 마음에 전달되는 데로 그들에게 해 주었다.

환자들은 내가 살이 쪘다, 예뻐졌다, 하나도 안 늙는다고 얘기해 준다. 김치를 담아다 주고, 커피를 사 오고, 맛있어서 사왔다면서 고로께를 건내준다. 덕분에 산부인과 외래에는 먹을 것이 떨어지는 날이 거의 없다. 나는 환자의 사랑을 받고 산다.

나는 산부인과 의사이다. 성의학을 공부하면서 산부인과 외로 진료 영역을 넓혔다. 성의학은 또 다른 환자군이 있는 분야다. 성적인 문제가 있는 사람, 특히 불감증은 내가 죽을 때까지 연구하고, 공부하고 싶은 분야다. 그 분야에 나는 한 획을 긋고 싶고, 그렇게 할 것이다. 불감증 환자들에게 내가 공부하고 연구한 것을 나눠줄 생각이다.

가장 좋은 삶의 형태는 자신이 잘 하고 좋아하는 것을 즐겁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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