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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선생님'이라는 이름의 무게

마새별
발행날짜: 2016-05-21 05:00:39

의대생뉴스=경희대 의학전문대학원 3학년 마새별

매일 아침 병원에 들어서서 가운을 입고 나설 때면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병원 내에서 많은 분들이 내게 길을 물어보시기도 하고 이것 저것 질문을 하신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병원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나는 아는 것이 너무 없다.

환자분들은 거의 대부분 내게도'선생님'이라는 호칭으로 불러주신다. 20대의 젊은 나이에 듣기에는 참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무거운 이름이다.

한 때 교사가 될까라는 생각도 했었기에 선생님이라는 단어가 그리 낯설지는 않지만 의학의 길에 들어서서 직접 이 호칭을 듣다 보면 내가 정말 '선생님'이라고 불릴 만한 자격이 있는지 싶은 생각이 들어 부끄러울 때도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학교에서 수업을 듣던 학생 신분이었는데, 지금도 여전히 실습학생이기는 하지만 학생의사라는 타이틀을 갖고 병원에서 머무르다 보니 마치 일년 만에 엄청난 신분 상승이 일어난 것 같은 느낌도 든다.

그렇지만 보이는 것과는 달리 정작 내 자신 스스로는 작년과 지금의 내가 크게 달라진 것도, 발전한 것도 없는 것 같아 때론 죄책감이 든다.

그래도 환자 분들이 이렇게 선생님이라고 불러주실 때면 행동도, 말도 더 조심히 하게 되고 더 친절하게, 더 많은 것을 알려드리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리고 '잘 모르겠다'는 대답을 할 때면 환자분들과 보호자분들이 내심 실망하신 듯한 표정이 보여서 내 마음도 순간 철렁해진다.

'조금이라도 환자분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고 공부를 했더라면'과 같은 생각이 수도 없이 반복된다. 그래서 나는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들으면 오히려 내 자신이 더 작아지는 느낌이 든다.

한 교수님께서 환자나 보호자 앞에서는 얼굴 표정, 말투, 손짓 하나하나도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하셨다. 특히나 예후가 안 좋은 경우라면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

나쁜 예후가 예상되는데도 불구하고 헛된 기대를 품게끔 섣부르게 말해서는 안되고, 환자의 의지에 따라 충분히 좋은 예후가 기대되는 경우에는 더 밝고 힘 있게 환자와 보호자의 의지를 북돋아야 한다.

외래를 보거나 입원 환자 회진을 돌 때면 의료진의 좋은 기운을 얻어 크게 호전되는 환자가 있는 반면, 의료진과의 만남 자체를 불편해 하거나 치료방식을 신뢰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병원에서는 흔히 '라뽀' 형성의 중요성에 대해 얘기를 많이 듣는데, 이것은 rapport, 즉 누군가와의 친밀한 관계를 의미하는 말로 환자의 치료 순응도를 높이고 치료에 대한 반응을 높이기 위해서는 의료진과의 라뽀 형성이 크게 중요해진다.

그리고 이것은 특히나 한국인들의 정서 상 매우 중요한 요소로, 진정한 라뽀를 쌓는 데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든다. 그만큼 쉽게 형성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선생님'이라는 호칭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면, 이것은 적어도 환자 혹은 보호자들이 의료진을 믿고 있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내 아픈 몸과 마음을 맡길 수 있는 대상으로 여기고 먼저 믿어주시기에 이에 대해 의료진이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와 대응을 한다면 점차 튼튼한 라뽀가 형성되는 것이다.

심지어는 담당 주치의와 라뽀가 강하게 형성된 환자의 경우, 교수님의 말보다 주치의의 말을 더 믿고 따르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이렇게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가장 강하게 환자와 의사를 연결하는 고리가 바로 이 '라뽀'가 아닐까 생각된다.

앞으로 진짜 의사가 되는 과정에서 '선생님'이라는 호칭의 무게를 몸소 깨닫고, 스스로 그에 부합할만한 자격이 있는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또 노력해서 환자분들의 기대에 꼭 응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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