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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와 유럽문명의 완충지, 발칸[22]

양기화
발행날짜: 2016-05-19 10:12:50

천사의 머리카락, 라스토케

양기화의 '이야기가 있는 세계여행'
천사의 머리카락, 라스토케


라스토케의 식당에서 먹은 송어구이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의 2번 출입구에서 버스를 타고 40분 정도를 달려서 식당에 도착했다. 식당은 점심 후에 우리가 보게 될 라스토케를 조금 지난 곳에 있다. 한국에서 온 관광객들이 벌써 두어 팀이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오늘 점심은 특식으로 준비한 송어구이라고 가이드가 사전에 홍보한 것을 보면 특별한 무엇이 기대된다. 수프, 전채, 주요리 그리고 후식의 순서로 나온 점심차림은 간략하지만 형식을 갖춘 셈이다. 주요리로 나온 송어구이가 참 좋았다. 양념이 잘 배어있고, 부드러우면서 감칠맛이 있다. 소면을 넣은 수프는 물론 차려낸 음식이 모두 맛깔스러워서 알뜰하게도 다 먹었다.

#i2#점심 후에 우리는 다시 플리트비체 방향으로 차를 돌려 라스토케로 갔다. 라스토케(Rastoke)는 2001년 기준으로 65명이 거주하는 작은 마을로 스루니(Slunj) 지역에서는 잘 보존된 방앗간과 그림같이 예쁜 작은 폭포들로 유명한 마을이다.

마을 곳곳에 흩어져 있는 작은 폭포들은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에서 흘러내리는 코라나(Korana)강으로 합류하는 스루니치차(Slunjčica) 강으로 떨어진다. 라스토케에서는 플리트비체국립공원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자연현상을 볼 수 있어서 ‘플리트비체의 작은 호수’라고 부른다.

한국관광객들 사이에서는 ‘천사의 머리카락’으로 알려진 라스토케라는 마을 이름은 강줄기가 나뉘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게 나뉜 강줄기를 누군가 천사의 머리카락에 비유한 모양이다. 라스토케에서 스루니치차강이 몇 개의 강줄기로 나뉘어서 폭포들을 지나 코라나강으로 합류하기 때문이다.

라스토케는 크로아티아어로 라스토피나(rastopima) 혹은 라스토크(rastok)라고 하는 석회암의 한 종류이기도 하다. 이 돌은 물에 녹아 칼슘 카보네이트의 침전을 만든다. 물 속에 녹아 있는 탄산가스의 양이 이와 같은 작용이 일어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침전물은 작은 폭포를 따라 가며 새로운 바위를 만들어내게 되는 것이다.

라스토케 물레방아의 구조(좌. 위키디피아 인용), 예전 물레방앗간 앞 잔디에 놓인 물레방아 부품들(우)
연대기작가 요한 베이크하드 폰 발바소르남작이 1689년 슬루니마을의 요새에 관하여 기록하면서 이 마을에 있는 다리와 방앗간에 대하여 적은 것이 문서로 처음 기록된 것이다. 1789년에는 여행작가 벨사자르 해킷(Belsazar Hacquet)가 방앗간의 동판에 대하여 기록하면서 슬루니치차 강의 폭포들에 대하여 생전 처음 보는 아름다운 것이라고 적었다.

1860년 문헌학자이면서 사제인 아돌포 베버 칼레체비치(Adolfo Veber Tkalčević)의 여행기에서 개별 장소의 이름으로 라스토케가 처음 기록되었다.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운 녹색의 슬루니치차강은 비록 길이는 짧으나 다양한 아름다움을 만들고 있다’라고 적었다.

그는 사람들이 미처 깨닫지 못하던 것들을 포착해냈는데, 어떤 폭포는 꽃다발에 비유하는가 하면 커다란 폭포는 로마의 트레비분수에 비교하였다. 스테판 시롤라(Stjepan Širola)는 라스토케를 이렇게 묘사했다. “스루니의 자연환경은 솔직히 낭만적이다. (…) 스루니치차강의 웅장한 폭포을 왕관처럼 쓴 모습은 솔직히 자연애찬론자가 아니더라도 매혹적일 수밖에 없다. 사실 스루니의 자연환경과 스루니치차강의 은빛 폭포는 마치 보석처럼 이방인을 놀라게 한다.”

라스토케에 물레방아가 처음 등장한 것은 17세기까지 거슬러 오른다는데, 한창 때는 22대까지 있었다고 한다. 방앗간의 이름은 가문의 이름을 따서 불렀다고 한다. 라스토케의 물레방아는 수평으로 장착된 외륜(paddle wheel)이 강물의 힘으로 돌아가는 방식이었다. 간단한 기계조작만으로도 필요할 때 외륜을 돌릴 수 있도록 되어 있다.

3-5미터의 낙차의 폭포물이 35도 정도의 경사를 이룬 나무판을 따라 흘러내려와 외륜을 돌리는 것으로 맷돌을 충분히 돌릴 수 있었다. 물레방아마도 두 세 개의 맷돌을 돌렸는데, 대부분은 검은 옥수수를 갈았고, 호밀, 보리, 기장, 귀리 등을 갈았고, 가장 좋은 맷돌은 하얀 옥수수를 갈았다.(1)

작은 폭포들이 이어지는 사이로 그림 같은 집들
라스토케는 플리트비체 공원을 보러 가는 사람들이 숙소를 구하는 마을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던 것을 국내 예능프로그램에서 이곳을 소개하면서 한국여행사의 필수코스가 되었다는 것이다. 강을 건너 마을로 들어가 구경하려면 입장료 5유로를 내야 한다. 2014년 입장료를 받기 시작할 무렵에는 일부 주민들이 아시아계 관광객들에게 오물을 뿌리는 등 적절치 못한 행동을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간 마을에서는 큰 길 네 개를 빼고는 개인 소유지라서 입장을 불허한다는 표지를 흔히 볼 수 있다. 레스토랑과 같은 영업장을 제외하고는 들어가 볼 수 있는 곳이 별로 없다. 마을 사람들의 덤덤한 표정에서 정말 관광을 통하여 먹고 산다는 생각이 있는 것인지 의문이었다. 뿐만 아니라 입장료를 인상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하니 우리나라 여행업계에서도 생각을 달리 먹어야 하는 것 아닐까 싶다.

마을 입구에 있는 폭포 위 레스토랑
어떻든 마을 끝에 있는 다리를 건너야 마을로 들어갈 수 있다. 다리 곁에는 규모가 되는 레스토랑이 있다. 마을에 우리 일행 이외에 다른 사람들을 별로 볼 수 없었던 것처럼 레스토랑에도 손님이 없었다. 우리는 다른 곳에서 점심을 먹은 이유가 있을 법하다. 레스토랑 아래로 꽤 커다란 폭포가 흘러내리고 있으니 레스토랑에 앉아 있으면 쏟아지는 물 소리가 대단할 것 같다.

마을 끝을 감아 돌아가는 계곡으로 떨어지는 개울물을 따라서 집들이 들어서 있는데, 이 골 저 골을 흐르는 물이 우르르 쾅쾅 쏟아져 내리고 있어 소란스럽지 않을까 싶다. 마을사람들은 이미 익숙해져서 자장가 삼아 지내나 보다.

마을 끝에 떨어지는 크고 작은 폭포가 무려 7개나 되고 마을 안에도 곳곳에 작은 폭포가 있다. 어린이들이 물에 휩쓸리기라도 하면 물에 떠내려가다가 폭포에서 떨어지는 불상사가 생기지 않을까 공연한 걱정을 해보았다.

사실 내가 살고 있는 마을에 외지사람들이 몰려와 이리저리 몰려다니면서 소란을 피우면 일상이 피곤해질 법도 하다. 아무리 관광으로 먹고 산다고 해도 말이다. 그런 점을 고려해서 주민이 사는 동네를 돌아볼 때는 가급적 피해를 주지 않도록 신경을 쓰는 것이 좋겠다. 출입금지 표지가 많았던 탓에 자유시간이 남아돌았던 것 같다. 라스토케를 출발한 일행은 다음 일정인 풀라에 도착하기 위하여 4시간 정도 달려야 한다. 구름이 오락가락하던 오전과는 달리 날씨가 개어가고 있어 다행이다.

발칸여행을 같이 한 일행은 모두 27명이었다. 지금까지 다녀온 여행 가운데 가장 큰 규모라서 여러모로 신경이 쓰였다. 전체는 27명이지만 8명, 6명으로 구성된 모임이 있고, 부부 혹은 친구 두 세명이 온 팀도 있다. 버스를 이용한 해외여행을 하다보면 대체적으로 앞좌석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좌석을 두고 다툼이 벌어지는 경우도 있어 대개는 앞좌석과 뒷좌석을 번갈아 가면서 앉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 일행 가운데 절반 가까운 분들이 처음부터 뒷좌석으로 정하는 분위기였다. 같이 온 분들이 많고 뒷좌석의 경우에는 여유 있게 앉아갈 수 있기 때문인 듯하지만 사실은 단촐한 팀을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앞자리를 각각 혼자서, 그것도 매일 차지하는 것은 경우가 아닌 것 같다.

이스트라반도에서 가장 큰 도시 풀라는 반도의 최남단에 위치한다. 고대 로마 시대에 이스트라반도의 행정중심지였고, 2011년 기준 인구 57,460명으로 포도주 양조업과 어업, 조선업, 관광업으로 유명하다. 풀라의 풀라호텔에 도착한 것은 7시반경이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일찍 숙소에 든 날이다. 식사를 먼저하고 숙소에 들어 쉴 준비를 하는데 휴대폰충전기를 비오그라드호텔에 두고 온 것을 알게 됐다. 남이 정신없는 것을 탓할 이유가 없게 됐다.

참고자료

(1) Wikipedia. Rasto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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