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 살균제 사태, 의협 침묵이 무서운 이유
최선 기자 (news@medicaltimes.com)
기사입력 : 2016-05-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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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타임즈 최선 기자| 4일 의사협회 기자실. 의협 상임이사회와 관련한 브리핑에서 모처럼 질문들이 쏟아졌다. 이날 뜨거운 감자는 '옥시 가습기 살균제'였다.

핵심은 이렇다. 가습기 살균제 논란 때문에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시작된 옥시레킷벤키저 제품 불매 운동에 약사들까지 가세한 마당에 의협은 뭘하고 있냐는 것이다.

기자들의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옥시에 대해 상임위에서 논의된 게 있느냐"를 시작으로 "국민 건강의 종주단체라고 자부하던 의협이 침묵하는 이유는 뭐냐", "3년 전 의협이 옥시 세제를 추천한 일의 연장선상이냐" 등이 쏟아져 나왔다.

이날 의협의 답변, 아니 침묵은 궁색하기 그지없었다.

옥시에 대해 상임위에서 논의가 됐느냐는 질문에 김주현 대변인은 "의협 산하 국민건강보험위원회에서 논의 중인 것으로 안다"며 "이미 10년이 지난 사안에 대해 접근하는 것은 의학적이라기 보다 정치적이 될 수 있다"며 입장 발표가 없다는 쪽에 무게를 실어줬다.

국민건강을 우선시한 의협이 전문가단체답게 빠른 입장 발표로 여론과 수사에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는 촉구에는 "의사들이 가습기 살균제 문제 확인에 가장 열심이었고, 의사의 중심에 협회가 있기 때문에 협회가 가만히 있었다는 건 맞지 않다"는 다소 황당한 답변을 내놨다.

옥시의 문제점을 밝혀낸 의사가 의협의 지침에 따라 조사를 했냐는 물음에는 "그건 아니다"고 얼버무렸다.

정치적인 해석을 우려해 침묵을 선택했다는 의협의 입장은 과연 적절한 걸까. 최근 의협이 발표한 보도자료를 살펴보면 이런 주장이 무색해진다.

약 2주간 의협은 노인 학대·노인 소외 문제부터 담뱃갑 경고 그림의 위치, 미세 먼지·한약 임상시험에 대한 대국민 설문조사까지, 요즘 말로 '오지라퍼(흔히 오지랖이 넓은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의협이 공익단체로서의 성격을 강조해온 까닭에 정치적인 해석을 우려해 침묵을 선택했다는 해명은 다른 설명을 필요로 한다.

2012년 옥시가 의협에 제안했던 제품 추천 요청이 바로 그런 납득이 가는 설명의 예. 당시 의협은 옥시의 '데톨 3 in 1 키친시스템'을 의협 추천 제품으로 승인하고 순 매출액의 5%를 가져가기로 했다.

문제는 의협 추천 제품이 허위 표시, 규격 위반으로 공정위에 고발되면서 의협이 인체에 유해한 제품을 정확한 확인없이 추천했다는 논란에 시달리게 된 것. 마지못한 의협은 2013년 8월이 돼서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날 기자들의 질문에도 2013년 의협의 사과의 연장선상에서 옥시 사건에 침묵하는 것이 아니냐고 물었지만 결국 의협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불리한 일에는 침묵으로 일관하는 방식은 추무진 집행부에서 수 차례 확인한 기조다. 최근 김록권 부회장 임명에서도 추무진 회장은 깔끔하게 "노코멘트"를 외쳤다. 유야무야된 최대집 대표의 윤리위원회 징계건, 의료일원화 추진, 이진석 실장의 인사 논란, 35번 메르스 환자 사과 문제 등에서 침묵의 수사학은 추무진 집행부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옥시에 대해 입을 여는 순간 전 집행부가 벌였던 옥시와의 악연이 원죄로 돌아온다는 우려를 의협은 몰랐을까. 알았기 때문에 침묵을 선택한 것은 아니었을까.

오지라퍼의 침묵이 무서운 이유는 간단하다. 그 침묵이 더욱 정치적이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침묵은 더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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