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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취과 인턴, 시간과 공간의 방으로…

박성우
발행날짜: 2016-05-06 05:00:13

인턴의사의 좌충우돌 생존기…박성우의 '인턴노트'[30]

마취과 인턴: 주간

마취과 인턴은 보통 7시에 출근한다. 출근해서 수술복을 갈아입고 그날 당직 선생님들을 확인한 후 각자의 로젯으로 뿔뿔이 흩어진다. 그리고 그날의 수술 일정표를 출력하여 준비하고 게시판에 당직 선생님들의 이름을 쓰고 로젯 아침 모임에 참석한다.

수술 전날, 마취과 전공의는 다음 날 수술할 환자들을 확인하고 마취에 들어가기 전에 평가기록지를 작성한다.

기록지에서 전신 마취에 필요한 검사들이 시행되었는지, 마취에 영향을 미칠 만한 위험 요인들이 없는지에 대해 확인한다. 마취 전 평가기록지를 통해 마취에 필요한 추가적인 검사를 시행하고 혹여 환자에게 전신마취가 부담되는 경우에는 수술이 미뤄지기도 한다.

수술 당일 아침에는 로젯 팀별로 모여 다시 한 번 그날 전신마취를 하는 환자들에 대한 리뷰를 했다.

서젼은 수술 대상이 되는 질환과 수술 방법이 주 관심사이자 전략이다.

마취과 의사는 환자가 수술 및 마취를 견딜 수 있을지 전신 상태에 관심을 둔다. 기초적인 전신 상태를 평가할 수 있는 고혈압, 당뇨 등의 기저질환 여부와 심장 및 폐 기능 상태를 확인한다. 간이나 신장 기능도 무척 중요하다.

마취에 쓰이는 여러 약물이 간이나 신장에서 대사되고 배설되기 때문에 그 기능이 안 좋은 환자의 경우 약제를 변경하거나 용량을 조절하는 전략을 세운다.

짧게는 10분에서 30분 정도 아침 리뷰를 마치고 각자의 수술실로 흩어진다. 들어서는 수술실에는 아침 첫 수술을 받기 위해 환자들이 수술대 위에 준비를 마치고 누워있다. 집도 과에서 환자를 병실에서 수술실까지 이송하고 수술대 위에 준비하는 책임을 진다.

마취의 시작은 교수님이나 전공의가 누워있는 환자와 간단한 대화를 나누면서 시작한다. 인턴은 주로 옆에서 마취 시작을 돕는다. 혈압, 체온, 맥박, 호흡, 산소 포화도 등의 기계들을 환자 몸에 부착한다.

환자들은 수술대에 누워있는 동안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키려 차분히 눈을 감고 있다. 호기심이 왕성한 환자들은 두리번거리며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한다. 이런저런 설명을 하면서 환자를 안심시키는 모습에서 마취과 선생님들의 연륜이 묻어난다.

이어 제일 중요한 타임아웃. 수술 환자가 바뀌거나 엉뚱한 부위를 수술하는 등의 어이없는 사고가 종종 뉴스를 통해 보도되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환자에게 직접 이름을 물어보고 어느 부위에 어느 쪽 수술을 하는지 확인한다. 서젼과 간호사, 그리고 마취과 의사까지 3명의 의료진이 확인한다.

그렇게 모든 준비가 끝나면 마취 약물을 투여하고 환자는 스르륵 잠든다. 마취 과정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교수님의 지도하에 인턴에게도 마취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외과에서 첫 절개를 할 때나 내과에서 주치의로 첫 환자를 맡게 되면 그 과에 대한 매력이 퐁퐁 샘솟는다. 마취과 역시 첫 환자에게 마취를 함으로써 조용하던 수술실에 잔잔한 흥분감이 돈다.


이후에는 마취과 인턴들이 공유하는 소위 '시간과 공간의 방'에 들어선다. 수술하는 내내 마취 기록지에 혈압, 맥박을 기입하고 혹여 이상이 있을 경우 마취과 교수님에게 노티하는 것이다. 마취하는 동안 수술실을 지키는 것이 주어진 역할이다. 대부분의 수술은 급박하게 돌아가지 않는다.

1시간이고 2시간이고 지키고 있다 보면 정말 '시간과 공간의 방'에 들어선 것처럼 더디게 시간이 간다. 지키고 있는 비좁은 마취과 공간이 갇힌 방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 때문인지 마취과 선생님들이 수술 도중 교과서나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자주 본다.

수술이 무사히 끝나면 인턴들은 마취과 선생님을 도와 마취됐던 환자를 깨운다. 간혹 마취에서 깨면 통증 때문에 기침을 하거나 몸의 온 근육을 써서 움직이려는 환자가 있다. 반대로 마취제의 잔여 효과 때문에 계속 잠만 자려는 환자도 있다. "환자분, 눈 떠보세요." "환자분 주먹 한 번 꽉 쥐어보세요." 마취과 선생님들은 환자들이 근육 이완제로부터 회복이 잘 되었는지 이름을 부르며 재차 확인한다.


마취 회복이 끝나면 환자를 수술실에서 회복실로 이송하고 확인하는 것까지가 인턴의 일이다. 환자는 회복실에서 1시간 정도 안정을 취한 뒤 병실로 복귀하며 끝난다. 보호자들 중 수술이 한두 시간이면 끝난다고 들었는데 왜 오래 걸리는지 물어볼 때가 있다. 전신마취의 경우 마취를 하는 데 30분, 마취에서 깨는 데 30분, 그리고 회복실에서 안정 취하는 데 1시간 도합 2시간 정도가 더 걸린다.

하루에도 몇 번씩 마취를 돕고 지키고 깨워서 회복실로 이송하는 모든 과정이 반복된다. 바깥에서 바라보면 편안해 보이는 것이 마취과지만 속을 파고 들면 사뭇 다르다. 비행기의 수평과 고도를 맞추듯, 주입하는 각종 약물을 통해 마취 상태를 안정시킨다. 복부를 열어 장기를 꺼내고 뼈를 깎고 두개골을 열어 뇌 수술을 하는 와중에도 환자 상태를 안정적으로 지속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5시쯤 되면 정규 수술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다. 어떤 수술은 빨리 진행되어 예상보다 일찍 끝나기도 하고, 몇몇 수술은 정규 시간을 넘어서까지 이어진다. 당직이 아닌 오프일 때는 정규 시간 때까지 끝나지 않은 수술을 당직에게 인수인계하고 퇴근한다. 마취과 인턴의 오전은 그렇게 끝난다.

[31]편으로 이어집니다.

※본문에 나오는 '서젼(surgeon, 외과의)'을 비롯한 기타 의학 용어들은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실제 에이티피컬 병원에서 사용되는 외래어 발음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이 글은 박성우 의사의 저서 '인턴노트'에서 발췌했으며 해당 도서에서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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