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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이트 주범은 약가규제, 쌍벌제는 또 다른 규제일 뿐

손의식
발행날짜: 2015-11-13 05:15:08

한국경제연구원 윤상호 연구위원 "약가규제·건보 정부 독점 내려놔야"

'불법 리베이트'. 국내 제약산업에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불명예스러운 단어다. 제약 리베이트를 이야기 할 때 제약사와 의사의 비윤리적 행태가 낳은 범죄행위로 인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제약사와 의사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제약산업과 보건의료 모두 정부의 강력한 규제 하에 통제받는 산업이라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일부 경제학자들은 제약 리베이트의 원인을 정부의 규제적 약가산정 제도에 의해 만들어진 문제로 보고 있다.

메디칼타임즈는 한국경제연구원 공공연구실 윤상호 연구위원(경제학 박사)를 직접 만나 제약산업을 규제하는 정부 정책에 대한 경제학자로서의 생각을 자세히 들어봤다.

국내 제약산업이 대한민국 산업 전반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어느 정도인가.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한민국 경제 전반에서 제약산업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상당히 작은 편이다. 국내 제약산업은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꽤 큰 산업군이었다. 그러나 1980년도 이후 산업적 위치가 상당히 낮아졌다.

국내 산업에서 제약산업의 비중이 작아진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경제학자 입장에서 볼 때 약가제도에 가장 큰 문제가 있다. 가격에 대한 규제가 문제다. 가격을 규제받는 산업이 높게 치솟을 수 있는 가능성은 없다.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제약산업은 직접적으로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정부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들이다. 그러나 생명과 직결되지 않은 산업은 없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자동차산업, 전자산업, 건설업 등 마찬가지다. 하다못해 우리가 매일 마시는 생수도 생명과 직결돼 있다.

규제가 어느 정도 있을 순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모든 것을 규제할 순 없다. 제약산업에서 안전규제를 확실히 하자는 건 이해한다. 가격까지 꼭 규제해야 하는가에 대해선 의문을 갖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을 감안하면 약가규제는 불가피한 측면도 있을 것 같다.

전 세계에서 약가를 free market에 맡긴 나라는 없다. 미국이 약가에 대한 규제가 가장 약한 나라이긴 하지만 그 외에 국가건강보험 제도를 갖고 있는 나라에서는 대부분 약가를 규제하고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그런 나라에서는 세계적인 제약사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밸런스를 맞추면서 가야 하는데 잘못 맞추다보면 산업을 위에서 누르는 이상한 행태로 갈 수 밖에 없다.

건강보험 재정에 압박이 있다는 이유로 제대로 받아야 하는 가격을 산정해주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건보재정 절감을 이유로 약가제도가 잘못돼 많은 사람들이 혁신적인 신약을 더 저렴한 가격에 혜택 받을 수 있는 출구를 막고 있다면 건강보험이 나쁜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건강보험은 장기적이냐 단기적이냐에 따라 문제를 갖을 수 있는데 만일 좋은 신약이 많이 출시돼 사람들이 아프지 않게 된다면 장기적으로는 국가재정에 도움이 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당장 건보재정이 많이 들어가니 규제로 약가를 막는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측면이 있다.

제약산업에 대한 가장 문제적 규제는 약가라는 의미인가.

내가 보기엔 그렇다. 제대로 된 보상을 받을 수 없는 구조의 산업에는 투자가 이뤄질 수 없다. 최근 한미약품이 5조원 규모에 기술수출을 했다. 만일 3상을 마치고 제품화에 직접 판다면 더 많은 수익을 예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은 그 정도 여력은 갖추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약가제도를 보면 해외 국가건강보험에서 운영하고 있는 좋은 약가제도는 전부 가져다 적용했다. 좋다는 것을 다 가져놨다고 해서 전체가 다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누더기 제도로 전락할 수도 있다. 현실적으로는 안 맞는 상황도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우리나라를 2017년 글로벌 10대 제약 국가로 성장시킨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를 국정 과제로 선정해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다. 기대효과는 어느 정도인가.

산업을 정부가 키우겠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한 것이다. 말이 안 된다.

비교 우위(comparative advantage)를 가질 수 있는 산업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산업이 있다. 비교 우위는 시장이 결정하는 것이지 정부가 계획을 잡아 설정하는 것이 아니다.

일례로 정부가 자동차산업을 키우려고 해서 큰 것이 아니라 하다보니 산업에서 비교 우위를 확보하면서 커진 것이다. 누구도 정부의 지원 때문에 자동차산업이 커졌다고 인식하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제약산업도 정부가 7대 제약강국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제약강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 국내 제약산업이 자체적으로 비교우위를 찾아야 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제약산업은 잠재력이 있는 산업임은 확실하다고 본다.

정부는 길만 열어주면 된다. 규제를 풀어주는 것이 필요하지 육성하겠다고 돈을 밀어줄 필요는 없다. 제약산업을 위해 특혜적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아니다. 특혜는 필요 없고 클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 정책 당국은 직접 제약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식의 정책을 내놓고 있는데 위험한 발상인 것 같다.

그렇다면 국내 제약산업은 정부의 약가규제가 풀리면 충분히 성장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보나.

국내 제약산업이 임상시험 측면에서 상당히 뛰어난 실적을 보이고 있다느니 점을 감안할 때 충분히 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혁신적인 신약을 바로 만들기는 어렵다고 본다. 1970년도에 이런 이야기를 한다면 혁신 신약을 개발한 가능성이 높겠지만 지금은 그럴 기회가 거의 없어진 것 같다.

개량신약은 혁신적 신약 대비 효용보다는 편의성에 대한 접근적 측면이 크다. 국내 제약산업이 개량신약에서는 분명히 두각을 나타낼 수 있겠지만 이를 제대로 밸류에이션(valuation)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과제가 있다.

그런데 밸류에이션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정부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정하는 것이다.

기존에 하루에 두번 먹던 약에 비해 100원이 비싼 대신 같은 효용으로 1번 먹는 약이 나왔다고 가정할 때 소비자가 100원을 안 내겠다면 계속 기존 약을 먹는 것이고 100원을 지불하겠다면 하루에 1번 먹는 약을 선택해 먹으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에 대해 정부는 약의 혁신성을 측정해 약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문제가 있다.기존 약과 같은 적응증에 대한 새 약의 혁신성을 정부가 정할 필요도 없이 이에 대한 선택권을 소비자에게 주는 것이 레퍼런스포인트(Reference Point)다.

예를 들어 아이폰을 사느냐 안 사느냐의 문제는 소비자가 느끼는 혁신성과 필요성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정부가 새로 나온 아이폰이 기존의 휴대전화보다 30% 좋아졌으니까 얼마를 더 받아야 한다고 정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마찬가지로 약도 그런 제도가 충분히 들어온다면 혁신성을 위해 노력하는 회사가 나타날 것이고 이로 인해 자본의 여력(financial capacity)을 키운다면 글로벌 제약사로 나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선택의 권리가 소비자에게 있지 않고 정부에게 있다면 항상 이상한 현상이 벌어진다.

▲"정부 약가규제 때문에 리베이트 생겼는데 쌍벌제라는 또 다른 규제는 필요없다"

국내 제약산업에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것이 리베이트 문제다. 경제학자로서 제약 리베이트를 어떻게 보나.

경제학적 관점에 따르면 가격에 규제가 있을 때 리베이트가 발생하고 반대로 가격에 규제가 없으면 리베이트가 나오지 않는다. 리베이트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 있다. 경쟁이 있으면 가격을 깎아주면 되기 때문에 숨어서 리베이트를 할 필요는 없다. 따라서 경쟁이 있을 때 나오는 리베이트는 전부 보이는 리베이트다.

한 재화에 대해 120원의 지불의사가 있는 사람과 100원의 지불의사가 있는 사람이 있을 때, 120원의 지불의사가 있는 이에게는 120원을 지불토록 하고 100원의 지불의사가 있는 사람은 100원을 지불하게 하기 위해 쿠폰제도나 리베이트 제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숨어서 하는 리베이트가 있다. 제약사들의 불법 리베이트가 대표적이다. 그런 것들은 대부분 가격에 실링(ceiling)을 갖고 있다. 즉, 가격을 제 3자가 정했을 때 나오는 현상이다. 공정한 시장에서는 불법 리베이트가 나올 수 없다.

결국 국내 제약산업의 문제가 리베이트라고 한다면 약가산정 제도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따라서 리베이트를 없애기 위해 또 다른 규제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원인을 없애야 하는데 리베이트를 막기 위해 리베이트 쌍벌제와 같은 또 다른 규제를 만들 필요는 없다. 리베이트 쌍벌제는 제도를 누더기로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다. 약가에 대한 규제를 없애는 것이 리베이트를 없애는 첫 단계지 리베이트 쌍벌제로는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전문약은 구매결정자와 지불자가 다르다. 약가 규제 철폐에 따른 가격 경쟁의 혜택이 구매자인 의사에겐 매력적이지 않을 것 같다. 지불자인 환자가 혜택을 받기 위해선 대안이 있어야 할 것 같다.

건강보험 영역에 민간보험(private insurance)이 있다면 싼 것과 비싼 것을 환자가 고를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모노폴리(Monopoly. 독점적 성격의 유일한 구매자)로서 건강보험이 있다.

경쟁을 해서 Monopoly가 되는 것은 괜찮다. 왜냐면 Monopoly가 잘못할 경우 언제나 경쟁자가 생길 수 있다. 마켓에서 엔트리가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건강보험은 규제를 통해 마켓에서 엔트리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Monopoly가 된 것이다.

따라서 약가를 규제로 억누르는 요소가 없다면 궁극적으로 혜택은 환자가 가져갈 것이다. 그 때가 되면 의사도 약가에 대해 환자에게 설명을 하느냐 안 하느냐에 따라 경쟁력의 차이가 생길 것이고 일정 부분 환자에게 혜택을 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약가규제 풀던지, 건강보험 정부 독점 내려놓던지"

정부가 약가 규제를 푸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대안은 어떤 것이 있나.

약가제도를 푸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건강보험을 대체할 수 있는 시장을 열어달라고 하고 싶다. 앞서 설명했듯 건강보험 시장은 100% 정부가 독점하고 있다. 건강보험이라고 해서 팔리는 보험 상품이 있긴 하지만 실제로 건강보험 상품은 아니다.

약가 산정제도라는 것은 약을 건강보험이 얼마에 사겠다고 정하는 것이다. 건강보험이 풀려 약에 대한 민간보험 상품이 나온다면 민간보험이 그 약을 얼마에 사겠다는 것은 건강보험법의 적용을 받지 않게 된다. 건강보험과 민간보험과 가격 경쟁을 하게 되는 것이다.

보건산업의 가장 큰 문제점은 건강보험이 모든 것을 독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점만 고치면 경쟁이 발생한다. 건강보험이 현재 독점적 파워를 가지고 있는 이유는 건강보험을 거치지 않으면 약을 살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국가 사업을 볼 때 경쟁이 있는 상태에서 유지되는 것과 경쟁이 없는 상태에서 유지되는 것은 굉장히 다르다. 나라에서 하고 있는 것을 민간도 할 수 있다면 경쟁이 되기 때문에 국가가 한다고 해서 민간과 다른 형태로 보이지 않을 것이다.

민간보험사가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네트워크 구축이다. 전 세계적으로 건강보험 상품을 갖고 있는 보험사는 가격을 컨트롤하기 위해 병원 및 약국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환자가 그 병원이나 약국을 찾을 경우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방법이 우리나라에서는 환자 유인알선행위에 속하기 때문에 할 수 없다.

따라서 건강보험의 독점만 풀게 되면 보험상품도 훨씬 많아질 것이고 가격면에서도 건강보험보다 민간보험을 이용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나올 것이다. 지금의 일률적인 서비스 제공에서 벗어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여건도 만들어질 것이다.

결국 약가산정제도와 독점적 건강보험은 서로 유기적 관계라는 의미로 들린다.

약가산정제도는 실질적으로 건강보험이 독점이기 때문에 정부가 가지고 있는 것이지 독점만 풀리면 정부의 약가산정제도는 금방 무너질 것이다.

약가에 대한 정부의 독점이 없어지면 제약사로서도 출구가 생길 것이다. 그런데 모든 제약사에게 좋을 지는 잘 모르겠다. 혁신을 추구하는 제약사에겐 좋은 제도겠지만 현실에 안주하고 로비하면서 현재 상태에서 오랫동안 가려는 제약사는 도태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약가 규제를 푸는 것이 궁극적으로 제약산업과 소비자에게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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