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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병 걸린 우리나라 보건의료

이윤성 교수
발행날짜: 2015-07-02 11:59:05

대한의학회 이윤성 회장

우리나라 보건의료는 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라는 병에 걸려 한 달 동안 지독히 앓고 있다. 사회경제적으로 매우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는데 아직도 진행하고 있다. 의료의 측면에서 보면 6월 28일 09시 현재 182명이 확진을 받고 32명이 사망하였다. 격리 해제된 사람도 1만 3000명을 넘었고 아직도 2467명이 격리 상태다. 처음 겪는 사태다. 역사적으로야 우리나라에 여러 번 역병(疫病)이 돌았겠으나 제대로 먹고 살만 해진 다음에는 처음이다. 몇 년 전에 중증급성호흡증후군이 전 세계를 놀라게 한 때에도 우리는 다행히 크게 고생하지 않았다.

의사가 하는 일이란 환자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크게 나누어 진단과 치료다. 진단에는 원인을 밝히는 일뿐 아니라 병에 걸리게 된 여러 상황도 포함한다. 치료에는 사회 복귀와 예방 조치도 포함한다. 이번 사태의 발병 원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지만 우리 보건의료의 체질이 사태를 키운 주요 원인이다. 정부가 내세운 통계로는 적은 비용으로 높은 수준의 의료라며, 미국 대통령도 부러워 한다는 세계적인 자랑거리인 줄 알았는데, 실상은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기관으로는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삼성서울병원 등이 비난을 많이 받았고, 국민들의 의료기관 이용 행태도 만만치 않은 문제라고 한다.

이런 일이 생기면 전문가도 많이 나타난다. 중동호흡기증후군이나 방역 체제 등에 대한 전문가들이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다. 잘못된 점을 하도 많이 지적하여 다 기억하기도 힘들고 책임을 물어야 할 사람을 꼭 짚어 비난하기에 오히려 민망하다. 너무 쉽게 원인을 파악하고 너무 쉽게 대책을 내기에 걱정스럽다. 세상일이란 때로 보기에는 뻔한 것일지라도 알고 보면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을 수 있다. 심지어 살인을 저질러도 즉시 처벌하지 않고 제삼자(법원)로 하여금 신중하게 사실을 확인하고 기준(법)에 비추어 형벌을 정한다. 누구나 비난하는 정부,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평택성모병원, 삼성서울병원, 중동에서 바이러스를 가져온 1번 환자, 중국으로 출장 간 10번 환자,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매우 많은 감염을 일으킨 14번 환자 등도 상황을 모두 알고 보면 그럴만한 까닭이 있을 수도 있다. 요컨대 이들을 옹호하자는 것이 아니라 사정을 꼼꼼히 살핀 연후에 비난을 하거나 책임을 묻자는 취지다.

그래도 대충 이번 사태에 대한 진단은 어느 정도 방향을 잡았다. 아직은 환자가 계속 발생하며, 국민들이 불안하여 사회경제 활동이 위축되었고, 세계에서 우리를 보는 눈이 곱지 않지만 그래도 방향을 잡았다. 이제 정부도 초기에 보인 우왕좌왕 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고 의료기관과 의료인들은 커다란 피해 속에서도 눈물겹도록 열심히 대처하고 있다. 국민들도 조금씩 공포와 불안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듯하다. 더욱 매진하면 사태가 종료되리라 믿는다.

"무엇을 배웠는가?" 엄청난 비용을 지불한 이번 사태로 교훈을 얻지 못하여 다음에 이런 일을 닥쳐서 똑같은 피해를 본다면,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다. 이번 사태의 발생과 전개(展開)에는 어쩔 수 없는 측면과 어찌 해야 할 측면이 있다. 수없이 많은 미생물(바이러스 포함) 속에서 진화하며 생존한 인류는 항생제를 발견한 지 한 세기도 안 되어 감염증의 정복이 가능하리라고 오만하였다. 끊임없이 새로운 감염원이 생기고, 일정 지역에만 있던 감염병이 지구촌에서 쉽게 퍼지는 것은 어찌할 수 없는 현상이다.

방역(防疫)은 국방만큼이나 국가 안보의 중요한 요소다. 의료기관의 대부분을 민간이 운영하고 2015년도 보건복지부 전체 예산 가운데 겨우 4.3%가 보건의료 부분인 우리 현실에서 가능한 개선책이 얼마나 있을지 알 수 없다. 보건부를 독립하고, 의료인이 장관을 맡거나, 보건복지부에 복수 차관을 두거나 미국처럼 Surgeon General을 둔다고 해결될 수 있을까?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는 몇몇 관료를 물러나게 한다고 해서 될 일도 아니다. 조급하여서는 안 된다. 우리는 이미 이 사태에 대한 진단 과정에서 책임질 사람과 기관과 사회현상을 너무나 쉽게 결정하였고, 거침없이 수없이 많은 개선안을 제시하였다. 시급하게 적용해야 할 내용도 있겠으나 대부분은 즉흥적이라 할 수 있다.

모두들 이번 사태로 매우 놀랐다. 우리 보건의료 수준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은 걸 알고는 실망도 컸다. 이제 놀란 가슴과 불안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긴 호흡으로 처음부터 다시 살피자. 적어도 누군가는 이 사태가 시작하고 진행하여 종결되는 과정을 객관적으로 살피고 어찌할 수 있었던 단계를 학술적으로 파악하여, 다음에 혹시 이와 같은 일이 생기면 어찌할 것인지를 합리적으로 제시하여야 한다. 의학이 중심으로, 나아가 사회과학을 비롯한 다른 학문들과 연계하자. 다만 무엇이 우선이고, 무엇이 가능한지를 고려하자.

이제는 우리 사회에서 전문행정기구가 제대로 리더십을 발휘하고, 의료기관과 의료인이 적절하게 진료하며, 우리 사회도 안전하고 편리하게 보호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각자가 부담해야 할 것이 있다면 기꺼이 부담하리라. 그토록 얻어내기 어렵다는 예산도 결국은 국민이 부담하며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사용해야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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