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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공동체 의식"

손의식
발행날짜: 2015-01-02 06:00:38

부산 김홍식내과의원 김홍식 원장 "家人同心 謀事可成"

을미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라는 두 글자에는 '희망', '다짐', '성공' 등의 기원의 의미가 담겨 있다. 그러나 의료계에 따르면 새해가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희망보다는 불안과 걱정이 더 크다. 의료계 내부의 갈등을 비롯해 정부의 각종 정책과 규제 등 외적 압박 등 지난해부터 이어온 불안요소들이 잔존해 있기 때문이다.

의료계의 오피니언 리더들은 이럴 때일수록 의료계 내부의 개혁과 단합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지난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의권쟁취투쟁위원회 중앙위원으로 활동하던 김홍식 원장(부산 김홍식내과의원. 전 의사협회 정책이사)이 대표적이다.

김홍식 원장은 온·오프라인을 통해 지속적으로 의료계와 보건의료정책 및 제도가 가지고 있는 문제를 날카롭게 비판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인물로 알려져있다. 메디칼타임즈는 신년을 맞아 김홍식 원장을 직접 만나 의사협회의 역할과 개혁 방향을 모색하고 의료계의 우려를 희망으로 바꾸기 위한 노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2014년은 노환규 전 의사협회장의 탄핵부터 의협 집행부와 대의원회의 갈등, 정관 개정을 위한 혁신위의 정체, 최근에는 경기도의사회 양재수 대의원회 의장의 탄핵 등 의료계내부의 갈등이 유난히 도드라졌던 해인 것 같습니다.

노환규 전 회장은 임기 시작 전부터 윤리위원회 징계로 시비가 있었지요. 중앙대의원회의 주축인 시도의사회 회장들과 집행부의 반목이 주요 원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의사협회 내분은 이전 장동익, 경만호 집행부를 비롯해 대부분의 집행부에서 있어 왔습니다. 이렇게 반복되는 의사협회의 내분은 특정 인물의 문제이기 보다 의사협회의 정체성에 의한 문제라 생각됩니다.

의협의 정체성이라고 하면 의사회원의 권익보호라는 설립 취지를 말씀하시는 건지요.

의사협회는 아시다시피 이익단체입니다. 이익단체는 조직력과 정책력을 바탕으로 사회역량을 끌어 올려 회원의 권익을 보호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해야 합니다. 그러나 의사협회는 아직도 과거 구태의연한 친목단체의 행태를 벗어나지 못했어요. 시군구의사회, 시도의사회, 의사협회까지 회장이 인사권과 회무운영권을 좌우하고 소위 자기 사람들로 임원을 채워서 아무런 견제도 없이 임기를 보냅니다.

집행부를 관리하고 견제해야하는 대의원회까지 집행부에 공조하는 인사들로 채워지는 것이 보통입니다. 자연적으로 회장들은 회무의 혁신보다 인적 관리에 더 치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상임이사와 사무국 직원들이 전문성을 가지고 행정부, 보건의료학자, 시민단체 등과 정책적인 대결을 해내야 하는데 인적구성에 치중하다보니 전문성은 뒷전입니다.

생각해보니 의사협회의 새 집행부가 구성될 때마다 정치적인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의 집행부 인사 구성이 의사협회에 미친 영향이라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의사협회에는 회장과의 친혐(親嫌)에 따라 회장의 회무를 무조건 찬성하고 반대하는 현상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정치판에서 여와야 보수와진보로 나뉘어 대립하는 것과 같은 현상인데 내부 결속을 통해 외부로 영향력을 발휘해야하는 이익단체에서의 내분은 치명적인 문제입니다. 그것은 의사협회의 내분과 갈등 이후로 의사협회의 역량이 점점 작아지고 있음으로 알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의사협회는 외부적으로 사회적인 이목도 끌지 못하고 있으며 내부적으로도 회원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외부 의료환경은 날이 갈수록 척박해져 가고 있는데 내부 조직력마저 와해되어 의사협회는 지금 심각한 위기 상황입니다. 의사협회의 지도자들은 내외의 위기상황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헤게모니 싸움을 멈추고 탈출구를 같이 모색해서 이익단체로 회원권익 보호에 최선의 방향을 찾아야 합니다.

결국 의사협회가 거듭나야 한다는 말씀이신데, 의사협회의 '개혁'은 의료계의 숙원과제 중 하나입니다. 최근 의사협회는 대통합혁신특별위원회를 통해 변화와 개혁을 도모하기 위한 노력 중에 있지 않나요.

회원들 모두 의사협회가 달라져야 한다는 것에 공감하고 있습니다. 개혁의 방향에 대해 대통합혁신특별위원회에서 작업 중인 것으로 압니다. 하지만 대의원 직선제 등 혁신위의 개혁안만으로 싸늘하게 식은 회원들의 참여 의식을 고취하기엔 부족합니다. 대의원의 선출방식은 일부 회원들만 관심을 가질 뿐 다수 회원들은 대의원회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도 관심 없습니다. 아무리 대의원을 직선으로 선출한다 해도 회원들이 선거에 참여하지 않으면 달라지지 않지요.

변화의 바람은 상부 지도자들에 향하기보다 하부 일반 회원들을 향해야 합니다. 개혁의 방향도 회원들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방향으로 우선해야겠지요. 회원들은 자신이 처한 문제에 민감합니다. 현재 시급한 문제는 대책 없이 끌려가는 저수가와 원칙 없이 퍼부어지는 공권력의 침해 그리고 회원들의 열약한 근무환경입니다. 의사협회 상임이사회 및 이사회를 이런 문제에 집중할 수 있는 구조로 개편하고 현안에 대해 신속하게 회원들에게 레포팅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여 회원의 관심을 유도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일반 회원을 향한 개혁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일정부분 지부보다 중앙 의사협회의 권한을 지금보다 더 강화해야할 필요도 있다고 봅니다. 대의원회는 최종 심의의결기구로 집행부의 회무를 관리하는 본연의 자세로 가야겠지요. 지금의 의사협회는 집행부와 대의원회의 역할 분담이 안 되어 대의원회가 집행부의 일까지 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대의원회가 필요이상으로 조직이 너무 크다는 생각입니다. 대의원회의 규모를 줄이고 보다 효율적인 운영을 하는 것이 선출방식 변경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최근 전공의 모집에서 내과 미달사태가 발생했습니다. 내과의 위기를 바라보는 의료계의 우려가 높습니다. 근본적인 원인이 어디에 있을까요.

전공의 지원에서 내과마저 미달돼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사실 내과의 위기는 이미 오래전에 시작됐습니다. 요양병원의 급신장과 과도한 전문의 배출이 내과 위기의 배경입니다. 내과 전공의 지원 미달은 위기의 시작이 아니라 한참 진행된 상황에 나타난 것일 뿐입니다. 작년에 배출된 내과전문의가 2년간 소화기내시경 펠로우를 마치고 나와서 지금 요양병원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각 전문과마다 다양한 이유로 무너지고 있는데 근본적인 문제는 수요 공급의 불균형과 초저수가 때문입니다. 초저수가제도 하에 인구 증가율이 하락하는데 의사들은 매년 3400명이나 쏟아져 나오니 과거처럼 박리다매 진료도 통하지 않게 된 것입니다.

결국 내과 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문 진료과 전체의 위기라는 말씀이군요. 하지만 사회적으로는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높습니다.

이미 많이 늦었지만 의과대학을 통폐합해 의대 교육의 내실을 기하고 의사 배출도 조절해야 합니다. 의과대학을 더 세우겠다고 난리인데 통폐합은 불가능하다고 생각되겠지만 의사 배출이 주는 사회적 부담을 근거로 설득해야 합니다. 지나치게 많은 의사가 배출되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단일공보험 제도에서 의사 수는 재정 지출과 연관이 있습니다. 적정한 의사 배출과 효울적인 관리는 의사협회의 의무이기도 합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내부의 갈등뿐 아니라 정책 및 제도 등 의료를 둘러싼 외적 압박 등을 거치면서 이미 의사들이 패배주의에 물들어 있는 것 아니느냐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특히 선배 의사들의 어려움을 보면서 의대생, 전공의 등 후배의사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습니다.

경제위기로 인해 고용불안이 사회문제가 되면서 성적우수자들이 의과대학으로 몰려들었습니다. 그들 세대가 지금 의대를 졸업하고 수련에 들어갔습니다. 아직은 실감하지 못할지 모르나 자신이 선택한 의료계가 고용불안보다 더 심한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의대를 선택한 것에 후회하게 될 것입니다. 비단 의대생이나 수련의 뿐 아니라 기존의 개업 의사, 봉직의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의 의료 환경에 심한 염증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의사가 된 이상 선택의 폭이 협소합니다. 연이은 의학교육과 평가시험에 찌들어 의학 이외 분야에는 이미 무능하여 업종 전환으로 사회 적응하기 어렵습니다. 소위 이미 버린 몸입니다. 현재의 상황이 암울해 패배주의가 팽배하지만 어차피 현실은 우리가 극복해야 하는 과제입니다.

현실이 갑갑하면 이런 환경으로 방치한 선배의사들을 비난 할 수도 있습니다. 백번 이해합니다. 과거 저도 그렇게 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패배주의로 낙담하기보다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해서 자신의 후배들에게는 비난받지 않도록 일어나야 합니다.

의사들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공동체의식'입니다. 개원의가 무너지면 봉직시장에 공급 과잉이 초래될 것이고 그 여파는 교수와 수련을 선택해야하는 전공의들에게까지 미치게 됩니다. 이미 그런 현상은 나타나고 있습니다. 다른 직역에 대한 이해와 동료로의 포용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직역끼리 반목하고 전문과끼리 이해관계로 경쟁하는 모습으로는 우리 모두 공명할 것입니다.

저는 의료계에 주어진 난관들이 비록 극복하기 힘들지만 불가능하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희망을 가지고 의사협회가 그리고 회원들이 변화를 이루도록 깨어나야 합니다.

최근 정의화 국회의장의 발언 이후 의료계와 약계 간 논란이 뜨겁습니다. 의료계는 의약분업 14년을 맞아 새 평가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지만 의약분업 당시의 치열함은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지난 2000년 의약분업 투쟁 당시 의권쟁취투쟁위원회 중앙위원으로 활동했던 입장에서 당시와 현재의 비교가 가능할런지요.

2000년 의사파업 투쟁은 그 동안 정부의 일방적인 관치의료에 울분이 쌓였던 의사들이 의약분업 도입을 매개로 폭발한 것이었습니다. 의사 회원들은 직역을 떠나서 같은 마음으로 파업 투쟁에 동참했습니다. 당시는 이슈도 강했고 의약분업 재검토라는 확고한 목표가 있었기에 의사들이 결집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2000년 투쟁은 의사들이 결집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성과는 있었습니다만 당시 출범한지 얼마 안 된 DJ정권에는 관치의료를 더 강화하게 만드는 단초가 되었습니다. 업무개시명령 등 관치의료의 악법들이 만들어집니다. 정부가 의사들의 자유경제활동을 부당하게 침해한 것이지요. 의사들은 투쟁에 익숙치 않습니다. 투쟁을 계획적으로 이끌지도 못하고 노림수도 부족합니다. 이런 의사들에게 정부가 관치의료의 덫을 씌워 탄압하니 의사들의 투쟁성이 약화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부는 국민들이 알아야하는 의약분업 정보를 차단했습니다. 국민들은 물론 국회의원들까지도 현행 의약분업의 실체를 모릅니다. 시민단체들도 의약분업의 원죄를 안고 있어 언급자체를 기피하고 있어 국민들은 아무런 정보도 얻지 못하고 건강보험료 텀터기만 쓰고 있습니다.

이를 국민들에게 알려야하는 것은 우리들입니다. 의약분업 재평가는 의사들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부당한 건강보험 재정누수를 막아 왜곡돼가는 필수 의료를 살리는데 재정을 사용하자는 것입니다. 의약분업 실시 이후 국민들은 조제서비스의 향상 없이 2.04배의 건강보험료를 더 부담해야 했습니다. 불필요한 지출을 강요당하는 국민들은 우리가 담당하고 있는 환자들입니다.

의사들은 의약분업 재검토 요구가 의사들에게 주어진 의무임을 인식해야 합니다. 현재의 일방적이고 선택할 수 없는 분업에서 국민들에게 선택권을 주자는 주장은 완전의약분업 도입이 돈만 들고 효과는 없다는 것을 유일하게 주장했던 의사들이 나서야 하는 것입니다.

새해를 맞아 동료 의사들과 의료계가 기운을 낼 수 있는 덕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동료 의사 여러분들에게 '家人同心 謀事可成(가인동심 모사가성)'이란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가족이 같은 마음으로 단합해 일을 도모하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2015년은 乙未年(을미년) 양의 해입니다. 양은 공동체로 잘 융합해 무리생활을 하고 사회성이 뛰어난 동물입니다. 의사 동료들도 직역에 상관없이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같은 마음으로 의료 환경을 개선하려 노력한다면 아무리 힘든 장벽도 능히 극복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신년 인터뷰의 기회를 주신 메디칼타임즈의 발전을 빌고 2015년 동료의사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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