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이어진 오메가3 효과 논란…첫 단추부터 잘못" 2021-06-21 05:45:50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오메가3는 모순적이다. 누구나 오메가3를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그 효용은 여전히 미스터리다. 심혈관 보호 효과를 두고 10여년째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 기세에 밀리는 건 '효용론'이다. 다양한 임상 연구를 대상으로 한 메타 분석뿐 아니라 실제 위약군, 투약군으로 나눈 대규모 임상에서 '무용론'이 재차 승기를 잡으면서 논쟁을 예고했다. 최근엔 효과 여부를 떠나 도대체 왜 지속적으로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임상 결과가 나오는지에 대해서 문제 의식이 옮겨가고 있다. 메타분석의 대가로 꼽히는 명승권 국립암센터 교수는 오메가3 효과 논란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 묻지마 긍정론이 대세였던 2012년 그는 "오메가3는 심혈관질환에 예방효과가 없다"는 연구로 국내외의 이목을 끌었다. 논문 발표 후 9년, 현재 진행형인 논란을 그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명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2019년 REDUCE-IT 연구에선 효과가 있었지만 2020년 STRENGTH, 2021년 OMEMI 연구에선 다시 효과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오메가3 성분은 크게 EPA와 DHA로 나뉜다. REDUCE-IT 연구는 심혈관계에 보다 영향을 끼치는 EPA를 하루 4g이라는 고용량을 사용해 심혈관계 위험 저감 효과를 살폈다. 연구에선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오면서 고용량/EPA 성분 사용이 공식처럼 자리잡았다. 반면 STRENGTH, OMEMI 연구는 비슷한 연구 설계에도 불구하고 그런 효과가 관찰되지 않았다. 그러면서 성분 정제 여부나 용량이 효과에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닌, 다른 변수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효과를 본 REDUCE-IT 연구는 대조군이 미네랄 오일을 투약했지만 STRENGTH/OMEMI는 옥수수 기름을 사용했다. 미네랄 오일이 심혈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쳐 마치 오메가3가 효과가 있는 것처럼 결과의 착시, 왜곡을 유발했을 가능성이 있다. ▲미네랄 오일, 옥수수 기름이 그 정도 차이를 만들 수 있나.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오메가3와 옥수수 기름 모두 미약하게나마 심혈관계 보호 효과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둘의 효과가 비슷하면 상대적인 차이가 미미해 위약 대비 효과가 없다는 결론에 이를 수 있다. 반대로 두 투약군 모두 실제 보호 효과가 없었을 수도 있다. 미네랄 오일의 경우는 다소 다른 지점이 있다. 임상에선 미네랄 오일을 사용하는 경우가 드물다. 왜 미네랄 오일을 대조군으로 설정했는지는 다소 의아한 부분이 있다. 미네랄은 광물이기 때문에 어떤 종류, 양을 사용했는지도 규명해야 한다. 그런 부분을 차치하더라도 미네랄 오일이 심혈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지 여부가 밝혀져야 한다.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면 상대적으로 오메가3는 효과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효과가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간 상반된 결론들이 임상 설계 오류에서 빚어졌다는 뜻인지? 그렇다면 합리적으로 설계된 새 임상이 나오기까지 논란이 불가피하다고 볼 수 있나? 많은 경우 임상 결과는 선정된 대상자의 특성 차이, 대조군 및 용량의 차이, 연구 주체의 임상 수행능력, 연구의 질적 수준, 이해관계, 이중맹검 여부 등에 영향을 받는다. 연구마다 사용한 정제 성분 차이 및 심혈관 질환자 비율, 환자 중증도가 달라 어쩌면 결과가 혼재된 상황이 자연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최신 대규모 연구들이 고용량/정제 성분 사용에 포커스를 맞춘 만큼 이를 기본으로 대조약 선정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고용량 EPA 정제 성분을 투약군으로 하고 대조군은 옥수수 기름으로 한 새 임상이 진행된다면 보다 분명한 효과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여기서도 올리브유 등 다양한 기름 대신 왜 옥수수 기름을 대조약으로 선정했는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 성질이 비슷하다고 올리브유와 식용유가 유사한 임상 결과로 이어질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이미 메타분석을 통해 오메가3 무용론을 주장한 바 있다. 새로운 임상이 진행된다면 기대감은? 건강기능식품이나 신약후보물질들은 초반에는 효과가 있는 것처럼 나오는 연구들이 많다. 일반적으로 제약회사는 비용을 투자해 임상을 진행하다가 결과가 나쁘게 나오면 그런 내용을 발표하지 않는다. 간혹 효과가 있을 때만 임상 내용을 발표하는데 이는 어디까지나 제한적인 상황에서의 효과다. 다양한 인종, 성별, 나이 등 리얼월드 상황을 대입해 임상을 하면 일관된 효과를 증명하기 더욱 어려워진다. 약제 상용화 후 10년 정도 지나면 연구들이 축적돼 이를 기반으로 재분석을 하는 메타분석을 할 수 있게 된다. 2012년 내놓은 오메가3 메타분석 연구도 질적 수준을 충족한 14편을 종합해 분석한 결과다. 반드시 위약을 사용한 이중맹검 비교 임상만을 추려 분석했다. 잘 아시는 것처럼 연구는 심혈관 보호 효과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 이후로도 다른 연구진이 진행한 3~4편의 메타분석도 비슷한 결론이었다. 양질의 연구만을 추려 분석했을 때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것이 추후 뒤집어진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 아닐까. 각 연구마다 분석이 객관적이고 공정할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부정적인 자료 및 항목에 구실을 붙여 의도적으로 누락시킬 경우 얼마든지 통계 정보의 취사 편취, 과장, 확대 해석이 가능하다. 연구자의 양심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 ▲오메가3뿐 아니라 칼슘 보충제, 비타민D까지 다양한 약제를 대상으로 무용론을 주장했다. 이유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기 때문이다. 고혈압/당뇨 약제와 같이 처음부터 약제로 시작한 경우 보통 10~15년이 걸리는 엄격한 임상 과정을 통과했다. 반면 엉성한 허가심사를 거쳤던 건기식은 추후 진행된 임상에서 효과 증명에 실패하는 것이 요즘 추세다. 건기식은 임상 대상자 수가 수십명에 그치거나 동물연구에서 일부 효과를 입증해도 허용되기도 한다. 오메가3도 건기식이라는 제도, 개념이 없었다면 이렇게 논란될 이유가 없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 해외에선 건기식인데 국내에선 일반약, 심지어 전문약으로 분류되는 사례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엄밀히 말해 오메가3는 어유, 즉 생선기름이다. 케미컬 기반의 약제로 엄격한 임상을 거쳐 급여권에 진입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국내에선 한의학, 민간요법을 맹신하는 경향이 있다. 건강기능식품이라고 하면 누구나 건강에 기능적인 성분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오메가3도 같은 선상이다. 많은 국민들이 '건기식'이라는 잘못된 제도, 개념으로 인해 쓸데 없이 돈을 낭비하는 사례를 많이 봤다. 안타까운 마음에 '비타민제 먼저 끊으셔야겠습니다'는 책을 집필한 바 있다. 흔히 복용하는 칼슘보충제나 비타민D도 복용 목적과 실제 효과가 충격적으로 다를 수 있다. ▲인식 변화를 촉구했는데 처방 패턴 변화 등 실제 효과는? 안타깝지만 아직 멀었다. 오메가3 무용론을 공론화한 이후 심혈관 보호 목적으로 더 이상 오메가3 처방을 하지 않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생겼지만 대다수의 의료진들은 굳이 안쓰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냐는 막연한 인식에 사로잡혀 있다. 홈쇼핑 채널만 봐도 오메가3는 불티나게 팔린다. 건기식 광고들이 임상적 효능에 대한 과장된 희망을 부채질한다고 생각한다. 10년 전부터 일관되게 "효과있는 성분은 의약품으로 두고, 나머지 건기식은 제도부터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수적인 치료 지침도 혼란을 가중시킨다. 주요 학회 가이드라인에선 고중성지방혈증 치료제로 오메가3 사용을 제시한다. 과학적 근거 여부를 따져 아닌 건 과감히 지침에서 빼야 한다. 긍정적인 처방 패턴 변화는 지침 변경 이후에야 본격화될 것으로 본다.
클라우드로 병‧의원 디지털헬스케어 마켓 꿈꾸는 네이버 2021-06-18 06:00:58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 한국형 왓슨으로 불리는 닥터앤서(Dr. Answer)와 정밀의료병원정보시스템(P-HIS), 최근 개발이 확정된 디지털 병리 기반 암 전문 AI 분석 솔루션 및 디지털 치료제까지. 이는 '디지털 헬스케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국내 대형병원이 주도하며 향후 사업화를 꿈꾸고 있는 차세대 빅데이터 연구개발 사업이다. 관련 연구&8231;개발에 투입&8231;지원된 예산을 모두 합하면 1000억원이 훌쩍 넘어설 정도로 정부는 국가성장 동력 프로젝트로 여기고 있다. 해당 사업의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수도권 대형병원 주도 아래 지방 거점병원까지 힘을 모아 분야별 진료데이터를 모으고 이를 토대로 시스템을 개발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병원들은 진료데이터를 모으기 위해선 이를 한 대 모을 '플랫폼'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이러한 솔루션으로 주목받고 있는 곳이 바로 네이버다. 최근 들어 클라우드 성격의 플랫폼을 활용해 정부 지원 보건&8231;의료 빅데이터 연구&8231;개발 사업에 적극 참여하는 등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 진출에 고삐를 죄고 있다. 메디칼타임즈는 최근 네이버 클라우드 류재준 헬스케어사업 이사를 만나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 구축 방향과 관련 시스템 개발의 걸림돌 등을 들어 봤다. "디지털 헬스케어도 수도권 쏠림…클라우드로 해결" 네이버는 지난 2017년서부터 대학병원과 제약사, 바이오기업 등과의 협업을 통해 헬스케어 분야 기반을 닦아왔다. 특히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자체 클라우드 시스템을 활용, 대학병원과의 협업을 통해 프로그램 개발에 집중해왔다. 대표적인 것이 서울아산병원이 주도해서 만들어진 닥터앤서와 고대의료원의 P-HIS다. 이들 모두 네이버 클라우드 시스템이 밑바탕이 돼 진행됐고 최근 개발이 완료돼 각자 스타트업 형태의 기업을 설립해 사업화를 추진 중이다. 최근에는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주도 디지털병리 기반 암 분석 솔루션, 한양대병원 주도 디지털치료제 개발에도 네이버가 클라우드 시스템을 통해 측면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네이버 내에서 이 같은 시스템 개발 지원을 책임지고 있는 인물이 바로 류재준 이사다. 그는 이 같은 시스템 개발에 있어 상대적으로 소외될 수 있는 지방 병원들의 참여가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수도권 대형병원들이 주도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지만 지방병원들도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해 개발에 따른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류 이사는 "AI 진단도구, 맞춤형 처방 등 모두가 병원 진료데이터가 바탕이 된다. 이들 모두 병원들에게 데이터를 받아 기업이 사업화하는 형태로 가야한다"며 "문제는 지방으로 갈수록 디지털 헬스케어에 소외되는 형상이 벌어진다는 점이다. 수도권과 지방이 똑 같은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관련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에 지방 거점 병원들이 참여하고 이를 클라우드를 통해 제공함으로써 수도권과 지방 할 것 없이 시스템 제공 기회를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류 이사는 "EMR 데이터와 임상정보, 진료기록, 영상정보를 클라우드를 통해 한 데 모으고 이를 기업들이 활용해 사업화를 할 수 있도록 운동장을 마련해준다는 성격"이라며 "네이버는 대학병원과 스타트업 간의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 터전을 마련해주고 이를 통해 클라우드의 가치를 상승시키겠다는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대형병원들의 많은 진료 데이터에 대해 스타트업들이 접근하기 조차 어려웠다"며 "하지만 이제 클라우드 환경이 만들어진 만큼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를 마련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간보다 늦은 의료분야 공공 데이터 구축 앞서 정부는 지난 2월 의료 분야 마이데이터인 '마이 헬스웨이' 도입 방안을 마련하고 '나의 건강기록'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하는 등 민간 못지않게 의료분야 빅데이터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여러 곳에 흩어진 자신의 건강정보를 한 곳에 모아 원하는 대상에게 데이터를 제공하고 진료, 건강관리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일종의 플랫폼. 정부는 2022년 말까지 마이 헬스웨이 전체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시사평가원, 질병관리청 등 공공기관 데이터만 제공된다. 2022년까지 사업이 완료될 경우 마이 헬스웨이 플랫폼으로 의료기관까지 포괄 가능한 전체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의지다. 하지만 민간 기업들 사이에서는 최근 이를 두고서 관련 분야를 위축시키는 행태라고 비판한다. 더구나 제약사를 중심으로는 건보공단이나 심평원 등에 공공 빅데이터를 요청할 경우 6개월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을 두고서도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실정. 이를 두고 류 이사는 "마이 헬스웨이는 시사하는 바도 크지만 대국민 서비스를 오히려 더 폐쇄적으로 운영하는 형태가 될 수 있다"며 "민간은 이미 활용하고 있는 시스템을 2년 뒤에나 현실화 한다는 것은 시장에서 뒤처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관련 비식별 데이터를 민간에게 제공해 사업을 키워줘야 하는데 도리어 본인들이 그것을 쥐고 2년 후에 자기가 하겠다고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도 보건&8231;의료 빅데이터를 받으려면 6개월이나 줄을 서야 하는 형편"이라며 "인력과 예산 문제로 데이터 오픈에 시간이 걸린다고 하는데 이는 애초 정부가 생각했던 민간 기업의 발전을 위축시키는 꼴"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마지막으로 류 이사는 국내에서 클라우드를 통해 네이버가 꿈꾸는 사업화 방향도 드러냈다. 류 이사는 "최근 대형병원에서 다양한 디지털 헬스케어 시스템 개발을 하고 있는 만큼 클라우드를 통해 시스템 개발을 지원하고 이를 한 바구니에 담을 수 있는 마켓을 만들고 싶다"며 "간단히 말하면 디지털 헬스케어 포털이다. 병&8231;의원들이 이를 참여하고 싶다면 애플리케이션처럼 구매하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가령 앱스토어처럼 국내에서 이러한 생태계를 우선적으로 만들고 이를 토대로 해외도 공략하겠다는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의료행위, 근거와 함께 '사회적가치'도 따져야죠" 2021-06-14 05:45:50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 "건강보험 재정 규모가 100조가 넘어서면서 재정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높아졌다. 재정낭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과학적으로 객관화하는 등 선심성 정책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 산하 환자중심 의료기술 최적화 연구사업단을 이끌고 있는 허대석 단장은 최근 실시한 인터뷰에서 사업단의 취지를 이같이 설명했다. 허 단장은 지난 2019년 9월부터 해당 연구사업단을 진두지휘하기 시작해 올해 2월,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교수로 정년퇴임하면서 해당 프로젝트에 전념하고 있다. 올해로 3차연도에 접어든 연구사업단은 현행 의료행위 중 '과학적 근거'와 더불어 '사회적 가치'를 짚어보기 위한 것으로 정부는 여기에 8년간 총 18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가령, 말기암환자에게 연명의료와 호스피스가 적절한지 여부를 결정할 때 단순히 과학적 근거만 갖고 선택하는 것과 사회적 가치까지 염두했을 때에는 그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허 단장은 "지난 수십년간 근거중심의학(EBM), 과학적 근거를 우선시했지만 그것만으로는 해결이 안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이를 보완하고자 사회적 가치를 반영해 환자입장에서 무엇이 최선인지를 고민하면서 지금의 연구가 시작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표적항암제 등 항암제만해도 수십개로 늘어나고 그와 얽힌 이해당사자도 많아졌지만 의료자원은 한정돼 있어 이를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허 단장은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교수로 재직할 당시에도 '말기암 환자에게 1~2개월 생명을 연장하고자 수천억원의 고가항암제를 투약하는 게 적절한가'라는 화두를 던지곤 했다. 그는 평소 임상현장에서 환자를 진료하면서 늘 고민했던 부분을 연구사업단을 통해 실타래를 풀어나가고 있는 셈이다. 현재 가장 쟁점이 되는 것은 의학적 근거수준은 낮으면서 사회적 가치는 높은 영역. 허 단장은 표적치료제를 대표적인 예로 꼽았다. 연구사업단의 추진 중인 연구주제는 '최근 빈도가 높아진 노안교정술은 과연 적절한가' '적정한 골다골증 약제 급여기준은?' 등 2년 단기과제부터 '투석환자 중 혈액투석과 복막투석을 결정하는 기준은?' '갑상선 수술 적절성 여부' '요통이 있는 경우 척추수술을 꼭 해야하는가' '위암 수술 후 적절한 모니터링 검사 간격은?' 등은 5년 장기과제까지 다양하다. 허 단장의 역할 중 하나는 어떤 연구과제를 선정하는 것. 연구사업단은 첫해는 총 500건의 연구요청을 30개 과제로 추렸으며 올해는 200건의 연구요청 중 20개의 과제를 선정했다. 그는 "연구자 중심의 주제보다는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주제를 선정하고 있다"면서 "선정된 과제 중에서도 매년 재평가를 통해 의미가 없어진 주제나 특정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경우는 탈락시키기도 한다"고 했다. 허 단장이 추진하는 연구과제는 단순히 보고서, 논문 발표에 그치는 게 아니라 이를 기반으로 정책에 반영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하고 있다. 실제로 복지부가 정한 규정에는 각 과제별로 임상진료지침을 도출하는 것을 의무사항으로 정해 의료현장의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미 미국, 영국에선 이와 같은 조직을 운영한지 수년째. 영국은 NHS예산의 1%를 무조건 국민보건연구소(NIHR)에 배정해 이와 같은 연구를 지속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도 환자중심결과 연구소(PCORI: Patient-Centered Outcomes Research Institute)를 통해 지속적으로 재정누수를 초래하는 의료정책이 없는지 재평가를 하고있다. 허 단장은 그런 의미에서 연구사업단 조직의 확장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특정 단체가 합의하고 문서로 발표한다고 끝이 아니다. 연구하고 실질적인 소통의 과정이 필요하다"면서 "오랜시간 대화를 통해 물흐르듯 소통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건강보험도 들여다보면 낭비적 요인이 분명히 있어 재평가를 통해 정리해야 선순환 구조를 유지할 수 있다"면서 "의학적 근거와 사회적 가치 두가지 축을 기준으로 바라봐야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암 진단 AI 개발로 반전 꿈꾸는 디지털 병리" 2021-06-07 05:45:50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 지난 몇 년 동안 병리과는 젊은 의사들에게 외면받아온 대표적인 진료과목 중에 하나다. 근무시간 내내 진단을 내려야 하는 등 독특한 업무 특성으로 인해 매년 레지던트 모집에서 미달이 속출하는 것이 이제 일상이 된 지 오래다. 이로 인해 대학병원에서 병리과 소속 레지던트를 보는 것이 어려운 일이 돼 버렸다. 하지만 최근 빅5 대형병원 중심으로 이른바 '디지털 병리'로의 전환을 추진, 업무환경 개선으로 이어지면서 '비인기과' 꼬리표를 떼겠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특히 '디지털 병리'의 가능성을 엿본 정부도 수백억원에 달하는 연구 과제를 발주, 개발에 나서면서 병리학계의 '유쾌한 반전'에 힘을 싣고 있다. 최근 가톨릭중앙의료원에 5년간의 과제인 디지털 병리 AI 개발을 맡긴 것이다. 메디칼타임즈는 최근 정부의 '디지털 병리 기반 암 전문 AI 분석 솔루션 개발'권을 따낸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정찬권 교수(병리과)를 만나 의의와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열악한 업무환경…AI 개발로 병리과 바꾸겠다" 사실 서울성모병원은 국내 의료기관 중에서 '디지털 병리'로의 전환이 가장 빠르게 추진되는 곳으로 꼽힌다. 한 해 8~9만건에 달하는 전체 병리검사 건수 중 70%를 디지털로 전환해 운영하는 데, 올해 말까지 100% 전환이 목표다. 이 같은 디지털 병리로의 전환은 병리과 업무 특수성도 원인이 됐다. 다른 진료과목들과 다르게 병리과 전문의들은 하루 종일 진단에만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타 진료과목 교수들은 일주일에 특정 외래 무료시간 외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부여받지만, 병리과 교수들은 종일 진단에만 매달려야 하므로 연구 등에게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레지던트를 포함한 젊은 의사들에게 외면받았던 가장 큰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로 인해 소위 빅5에 속하는 서울성모병원조차도 병리과 레지던트 뽑기도 쉽지 않은 현실이 됐다. 정찬권 교수는 이 같은 병리과 업무환경에서 비롯된 악순환을 이번 계기로 끊어보겠다는 계획이다. 정찬권 교수는 "병리과의 지원이 떨어지는 이유는 그동안 진단을 내리는 데 있어 의사 개개인에게 전적으로 의지해야 했기 때문"이라며 "타 진료과목 교수들은 오전, 오후 외래시간 외에 연구 시간이 주어지지만 병리과는 하루 종일 진단에만 집중해야 하기에 업무환경이 좋은 편이 아닌 것도 하나의 이유"라고 아쉬워했다. 이 때문에 병리과 전문의의 진단에 도움을 줄 수 있는 AI 개발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했던 상황. 때마침 보건복지부와 보건산업진흥원이 150억원의 연구비를 투자해 디지털 병리 기반 암 분석 AI를 개발하겠다고 나서면서 정 교수는 열악한 병리과의 업무환경을 개선할 기회라고 판단, 최근 개발권을 따내게 됐다. 여기에 개발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20억원의 연구개발비를 추가로 투입하기로 하면서 170억원이라는 대규모 연구가 현실에 이르게 됐다. 정 교수는 "오해하는 것이 AI를 개발한다고 해서 의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다. 더구나 병리 영역은 날이 갈수록 검체건수도 많고 복잡해지는 영역"이라며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의 진단을 보조해 10분 걸릴 행위를 단축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의사 행위를 대체하는 AI 개발이 현실화 한 적도 아직 없다"며 "이번 기회에 상대적으로 열악했던 병리과의 업무환경을 개선하고 디지털 기반 시스템을 전국으로 활성화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디지털 병리 기반 AI, 향후 신약개발도 쓰여야" 이에 따라 AI 개발을 위해 구성된 컨소시엄에는 서울성모병원을 포함해 아주대병원, 전담대병원, 충남대병원, 칠곡경북대병원, 부산대병원 등 지역 거점 대학병원들과 네이버와 필립스, 평화이즈 등이 참여한다. 사업단의 이름은 코디파이(CODiPAI, Collaborative Open Digital Pathology Artificial Intelligence Platform). 클라우드 기반의 개방형 병리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저장&8231;관리 및 분석&8231;활용 지원이 가능한 디지털 병리 데이터 플랫폼 개발 등이 목표다. 플랫폼을 통해 소위 빅5로 꼽히는 초대형병원뿐만 추진 중인 디지털 병리로의 전환을 전국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코디파이 사업단에 참여한 지역 거점 병원들의 경우도 현재 디지털 병리로 시스템 전환의사를 밝힌 곳들이다. 추가적으로 지역 거점병원뿐만 아니라 중소병원들의 '나 홀로 병리의사'들도 시스템을 활용하는 기회도 엿보겠다는 것이 정 교수의 구상이다. 정 교수는 "디지털 병리의 목표는 기존에 현미경의 의존하는 진단시스템에서 탈피하자는 것"이라며 "이번 AI 개발은 디지털 병리 변화에도 초점이 맞춰져 있다. 참여하는 병원들은 아직 디지털 병리 시스템을 도입하지 못했는데 이번 개발 참여로 더 수월하게 전환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국내에는 병리 의사가 대학병원들에 집중돼 있다. 중소병원의 경우에는 1~2명 있기도 쉽지 않은 현실로 이들을 의료현장에서는 '나 홀로 병리의사'로 불린다"며 "제도적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들이 많지만 플랫폼 개발을 통해 향후 이들에게도 원격 자문 등에도 쓰일 수 있도록 시스템 개발에 힘을 쏟을 것"이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정 교수는 이번 시스템 개발 관련 개인적인 소망도 밝혔다. AI 개발이라는 과제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향후 '병리 AI 활용 생태계' 마련의 기틀을 마련해보겠다는 것이다. 가령 영국을 포함해 유럽을 중심으로는 현재 디지털 병리를 활용해서 모아진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신약개발 연구를 진행하는 사례가 존재하고 있는데 이번 AI 개발을 통해 국내에서도 이 같은 개발에 도전해보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영국 등 관련 연구에는 대형 글로벌 제약사가 해당 연구에 투자하며 대규모로 진행되고 있을 정도로 관심이 크다. 정 교수는 "병리 AI를 개발, 이를 통해 빅데이터를 모으고 항암신약 등 개발에 활용하는 생태계 구축이 개인적인 목표"라며 "즉 디지털 병리를 활용, 신약개발에 쓰겠다는 것이다. 유럽에서는 병리 데이터를 모아서 항암제 임상시험에 활용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컨소시엄 발표 때 향후 AI 개발에 따른 활용방안으로 이를 설명한 기억이 있다"며 "우리나라도 늦었지만 못할 바 없다고 생각한다. 발전이 더디고 열악한 업무환경으로 비인기과로 불린 병리학계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겠다"고 덧붙였다.
"개원가 국가건강검진 체계 개선, 효율성 극대화가 관건" 2021-05-31 05:45:50
|메디칼타임즈=원종혁 기자| "바람직한 건강검진 사후관리는 수검기관 특히, 1차 의료기관에서 주도적으로 시행하는게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최근 대한내과의사회(회장 박근태)가 산하 '한국검진학회' 창립을 본격화했다. 지난 15일 의사회 워크숍서 공식 발기인대회를 진행한데 이어, 오는 6월 창립학술대회 개최도 앞두고 있다. 학회 창립 준비에는 신창록 위원장을 필두로, 지역 및 검진 관련 직역별 총 26명의 준비위원회가 꾸려진 상황. 신 위원장은 메디칼타임즈와의 인터뷰를 통해 창립 학회의 밑그림을 밝혔다. 신 위원장은 "국가건강검진 제도의 상당부분을 1차 의료기관에서 담당하고 있으나 제도 개편에는 현장 의견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운을 뗐다. 때문에 "한국건강검진학회는 1차 의료기관의 입장과 수검자들의 요구를 반영할 수 있는 건강검진제의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또한 공단, 대학, 기타 연구소 등과도 활발한 교류를 통해 건강검진 관련 학술 및 연구활동도 활발히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현재 3000여 개소의 내과의원이 국가검진에 참여 중이다. 그만큼 개원가에 검진은 필수영역으로 자리잡은 모양새지만, 그간 검진시행 현장엔 애로사항이 많았다고 전했다. 신 위원장은 "국민과 검진의사들의 요구와는 동떨어진, 학술적인 관점으로만 검진 항목들이 정해진다"며 "비용효과만을 중시해 수검자들이 피부로 느낄수 있는 고지혈증 검사와 같은 항목은 줄고, 문진항목만 늘리는 식의 검진개편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검진기관들에선 문진항목 중심의 검진결과 입력과 같은 행정소요시간이 필연적으로 증가하게 되나, 보상책은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 신 위원장은 "3년마다 시행되는 건강검진 질평가제도는 방대한 제출서류와 평가항목으로 인해 건강검진 기관들에 가장 큰 부담을 가지는 상황"이라면서 "이러한 부담에 비해 최소한의 보상도 없는 불합리성은 받드시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학회 창립을 공식화하면서 '검진'과 '사후관리'에 역점을 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건강검진은 환자발굴 목적만이 아니라, 고위험군 사후관리와 질병 예방까지 연결지어 봐야 한다는 얘기. 그는 "현재 건강검진 결과를 공단이나 보건소에서 사무적으로 환자에게 전화 통화나 우편물을 통해 관리 사업을 하고 있으나 실제적 효용성은 의문"이라며 "바람직한 건강검진 사후관리는 수검기관 특히 1차 의료기관에서 주도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고, 이를 위한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재 진행 중인 일차의료 만성질환 관리사업과 연계함으로써 만성질환 치료 및 고위험군 관리가 더욱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회원을 대상으로 한 양질의 교육과 최신 정보제공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라고 생각을 전했다. 한편 대한내과의사회 5대 집행부 시절부터 중점 추진과제 중 하나였던 검진학회 창립에 대한 방향성도 분명히 밝혔다. 신 위원장은 "본 학회는 산하단체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나갈 예정"이라며 "향후 건강검진 관련 정책결정에 있어 논리적인 근거와 정보를 기반으로 대응해 나가는 동시에 정기적인 학술대회를 통해 학회로서의 역할에도 만전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첫 CAR-T 셀 치료 기대만큼 고민도 많은 영역이죠” 2021-05-27 05:45:57
|메디칼타임즈=황병우 기자| 유전자를 편집하는 새로운 방식의 CAR-T 치료제가 국내에도 허가를 받으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의료기관 입장에서도 준비부터 투여까지 기존 치료제와 다른 방식으로 진행됨에 따라 새롭게 지침을 마련해야 되는 상황. 특히, 초고가약이라는 특성상 아직 급여가 적용되지 않은 치료제 비용청구를 어느 시점에 해야 할지도 의료기관이 가지고 있는 고민 중 하나다. 메디칼타임즈는 국내에서 첫 CAR-T 치료제 두 종에 대해 환자 치료를 시작한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석진 교수를 만나 CAR T-세포치료센터가 마련한 지침과 이 과정에서 가지고 있던 고민에 대해 들어봤다. CAR-T 치료제는 체내의 면역세포를 꺼내 항체의 바이러스 벡터를 활용해 암세포에 특이적인 키메릭 수용체(CAR)를 발현시킨 뒤, 다시 넣어주는 방식의 새로운 항암제를 말한다. 유전자 변형을 이용한다고 해서 유전자 가위 치료제라고도 불린다. 앞서 삼성서울병원은 2020년부터 국내 기업인 큐로셀과 함께 미래의학연구원 내 GMP 시설을 마련하고 CAR-T 치료제 임상시험을 준비해 온 상황. 김석진 교수는 CAR-T 치료제가 기존의 치료제와 투여 방식이 달라 제약사와 계약은 물론 내부적으로도 프로세스를 밟는 과정에 대한 논의가 쉽지않았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보통 신약은 제약회사에서 만들어 론칭하면 병원이 사용하는 방식으로 약물심의위원회를 거쳐 계약을 맺게 된다"며 "하지만 CAR-T 치료제는 약의 원료를 만드는데 병원이 참여하는 독특한 구조이기 때문에 여러 애로사항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계약으로 접근해보면 병원이 약의 원료가 되는 세포를 제공하기 때문에 병원에서 지켜야할 내용도 많이 포함돼 있다"며 "제약사도 치료제 제조 중 환자 상태가 나빠져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 환자가 비용을 내지 않는 등 처음 보는 내용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현재 CAR T-세포치료센터는 큐로셀 임상으로 환자 3명에서 치료제 투여를 마쳤으며, 최근 국내 허가를 받은 킴리아(티사젠렉류셀)의 경우 2명의 환자에게서 T세포를 채취해 미국으로 보냈거나 보낼 예정이다. 향후 미국에서 CAR-T 치료제가 완성돼 들어오게 되면 환자에게 주입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본격적으로 센터 운영에 앞서 CAR-T 치료제와 관련해 내부적으로 표준작업절차(Standard Operation Procedure, SOP)를 만드는 작업을 거쳤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 환자에게 CAR-T 치료제를 투여할 경우 외래부터, 입원, 입원 후 관리, 치료제 투여까지 일련의 과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 프로세스를 논의하는 것은 물론 각 단계별로 누가, 어떤 역할을 맡을지 RNR(Role & Responsibility)확립헸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CAR-T 치료제가 생소하고 기존에 안 해본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러 부서를 교육하고 협조를 구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오래 걸렸다"며 "실제로 해보지 못한 상태에서 매뉴얼을 만들다 보니 외국자료나 미팅에 참여해 SOP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당연히 기존업무 외에 새로운 분야가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각 부서를 설득하고 조율하는데 어려움은 있었다"며 "SOP 구성 뒤에는 교육과 모의훈련을 통해 최근 환자에게 CAR-T 치료제 주입 당시에는 큰 문제는 없었다"고 전했다. 급여 안 된 초고가 CAR-T 치료제 고민…비용청구는 언제? CAR-T 치료제 투여를 위한 일련의 과정에 대한 지침을 정한 것과 별개로 한 가지 고민은 비용청구의 문제다. 아직 급여가 되지 않은 시점에서 킴리아를 처방받기 위해서는 5억 원에 달하는 비용전부를 환자가 부담해야하기 때문. 초고가인 만큼 병원도 제때 비용을 받지 못하면 큰 부담을 지기때문에 고민이 될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김 교수에 다르면 삼성서울병원 CAR T-세포치료센터는 여러 차례 분할해 납부하는 방식으로 지침을 정한 상태다. 환자가 CAR-T 치료제를 투여 받기 위해서는 T세포 채취및 동결, 제약사 전달 후 치료제 제조, 의료기관 내 환자주입 등 여러과정을 거치는데 이 사이 환자는 3번 정도 입원을 하게 된다. 이 3번의 기간 동안 비용을 분할에 납부하게 되는 것이현재의 방침이다. 김 교수는 "급여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누가 방침을 정해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여러 차례 회의를 통해서 결정했다"며 "하지만 여전히 치료제 비용 외에도 입원, 채취 및 동결 비용 등 행위와 관련된 비용을 어떻게 받아야할지 명확한 지침이 없어 애로사항은 있다"고 말했다. 즉, 현재 CAR-T 치료제 급여 논의에서도 단순히 약가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부가적인 행위에 대한 수가도 논의돼야한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김 교수는 삼성서울병원이 CAR-T 치료를 선도 하는 만큼 향후 통용되는 표준지침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접근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 CAR-T 치료를 생각하고 준비하는 기관에게도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게 누가 봐도 이견이 없는 원칙을 만들고저 노력했다"며 "국내 CAR-T 도입이 다른 나라보다 늦었지만 하루빨리 표준치료가 될 수 있도록 하는 목표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CAR-T 치료가 해외와 비교해 늦었지만 진료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고 옵션을 추가한다는 것이 의미가 있다"며 "만병통치약이라는 과도한 믿음은 지양해야겠지만 병합치료 등 앞으로 CAR-T 치료제 분야도 계속 발전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진단 기반 디지털헬스는 한계…치료제 분야 주목해야" 2021-05-24 05:45:50
|메디칼타임즈=이인복 기자| "디지털헬스케어가 나아갈 방향은 분명합니다. 치료제죠. 결국 모든 의학의 1차 목표가 '치료'거든요. 그만큼 부가가치도 높고요. 하지만 그만큼 더 활발한 융복합 연구가 필요해요. 서둘러 디지털치료연구센터를 설립한 이유도 여기에 있죠." 삼성서울병원이 디지털치료연구센터를 새롭게 설립하고 디지털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개발 단계부터 임상시험, 상용화까지 삼성서울병원의 인적, 물적 인프라를 투입해 치료제 개발을 주도한다는 목표. 이러한 목표를 진두지휘하는 초대 센터장을 맡은 전홍진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메디칼타임즈와의 만남에서 센터의 청사진을 이같이 제시했다. 개발자와 의사, 연구자와 환자 모두를 잇는 진정한 융복합 연구의 허브다. "오픈 이노베이션 토대 개발자-의사 잇는 허브가 목표" "사실 개발자들을 만나면 기술은 너무 좋은데 임상에서 절대 쓸 수 없거나 필요가 없는 부분들을 건드리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의사들도 마찬가지죠. 이런거 있으면 좋겠는데 다들 생각만 하고 있어요. 무슨 기술이 필요한지, 가능은 한 것인지 타진조차 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죠. 결국 이들을 어떻게 이을 것인가. 그 부분이 센터의 시작점인 셈이에요." 실제로 디지털치료연구센터는 설립 당시부터 오픈 이노베이션을 토대로 설계됐다. 개발자와 의사, 연구자, 환자까지 한 곳에 모아 실제로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고 상용화하자는 취지다. 아이디어를 제출하면 개발 전에 의사들이 이를 검토하고, 이를 기반으로 개발자가 치료제를 개발하면 삼성서울병원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한뒤 공동으로 특허와 사업화를 도모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취지가 알려지면서 삼성서울병원이 센터를 개소한지 한달 여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미 27개 기업과 연구진이 모여들었다. 아이디어와 신기술을 가지고 있지만 방향성을 잡지 못한 기업들이 대부분.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이미 삼성서울병원 교수들이 이미 이에 대한 타당성을 검토중이다. 전홍진 센터장은 "기업들은 물론 대학 차원에서 연구되고 있는 많은 아이디어와 기술들을 삼성서울병원 교수들이 함께 검토하며 시스템을 갖춰가고 있다"며 "아이디어는 좋지만 임상에 대한 개념이 없어 엉뚱한 곳으로 가던 부분들도 상당 부분 제자리를 찾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개발자들, 공학자들, 의사들, 특허 전문가들 등 전혀 다른 공부를 한 사람들이 모인 것만으로 엄청난 아이디어들이 쏟아지고 있다"며 "이것이 센터의 존재 이유고 가야할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디지털헬스케어라는 큰 흐름속에서 유독 '치료제' 부분에 초점을 맞춘 이유는 뭘까. 이같은 질문에 전 센터장은 결국 디지털헬스케어가 가야할 방향은 '치료제'라고 못박았다. 결국 디지털헬스케어의 부가가치들은 치료 분야에서 나올 수 밖에 없다는 것. 현재 주목받고 있는 진단 분야는 오히려 경쟁력을 갖기 매우 힘든데다 사업성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전 센터장은 "현재 진단과 관련한 인공지능 등이 주목받고 있지만 이 부분만 가지고는 부가가치를 만들기 매우 어려운데다 세계적 경쟁력을 갖기 힘들다"며 "결국 빅데이터 싸움이라면 미국과 유럽 등에 쌓인 엄청난 데이터와 오랜 연구 결과들은 결코 뒤짚을 수 없는 한계가 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치료제는 아웃컴, 즉 효과만 인정되면 곧바로 시장에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진입 장벽이 낮고 이로 인해 얻어질 수 있는 부가가치가 높다"며 "개발만 하면 세계 시장으로 곧바로 뻗어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지금 당장은 빅데이터 기반의 진단 시스템이 주목을 받을 수 있지만 결국 궁극적인 경쟁력을 갖는 것은 치료제밖에는 없다는 지적이다. "클라우드와 센서가 양대 키워드…5년 후 10개 제품 나올 것" 그렇다면 그는 디지털헬스케어의 미래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그는 앞으로 클라우드와 센서가 디지털헬스케어의 양대 키워드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두가지 기술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하는가가 상용화의 관건이라는 것이다. 전홍진 센터장은 "결국 디지털헬스케어의 핵심은 빅데이터고, 환자가 어떤 상태에 있는지를 빅데이터속에서 분석하는 것이 핵심 기술"이라며 "하지만 과거에는 이러한 빅데이터의 저장과 분석, 나아가 의료기기에 적용하는데 물리적 한계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이제 클라우드 기술이 고도로 발달하면서 언제 어디서든 이러한 빅데이터를 꺼내 분석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며 "클라우드 기술이 향후 디지털헬스케어의 핵심적인 기반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센서 기술 또한 마찬가지다. 과거 대형 기기에 의존해야 했던 많은 부분들이 초소형 센터로 들어가면서 디지털헬스케어를 앞당기고 있다는 것이 전 센터장의 설명이다. 심전도만 해도 과거에는 의료기관에 와야만 검사가 가능했지만 이제는 손톱만한 센서 하나로 더 많은 정보들을 모을 수 있는 기반이 생겼다는 점에서 디지털치료제 개발에도 탄력이 붙고 있다는 것이다. 전 센터장은 "현재 극도로 소형화된 센서 하나로 심전도와 호흡수를 넘어 혈압과 혈당 체크, 피부 상태까지 체크할 수 있는 집적화 기술이 고도화되고 있다"며 "결국 집적화된 기기를 통해 환자 정보를 실시간으로 클라우드에 보내고 그 곳에 있는 빅데이터를 꺼내오는 동시에 인공지능을 통해 걸러지는 구조가 디지털헬스케어의 필수적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삼성서울병원은 이미 삼성전자를 비롯해 성균관대 등과 이러한 산학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익숙하며 교수들 또한 이에 대해 매우 유연한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며 "산학연을 잇는 허브 역할을 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셈"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기반으로 전홍진 센터장은 향후 5년 내에 산학연 융복합 연구를 통해 10개의 상용화된 디지털 치료제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나아가 8년 후에는 27개까지 제품이 상용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중에서 한두개는 세계 시장까지 노린다는 포부도 함께다. 전홍진 센터장은 "오픈 이노베이션 방식으로 아이디어들이 모이고 있는 만큼 5년 뒤면 상용화된 디지털 치료제가 10개는 나오지 않을까 기대한다"며 "8년 후에는 27개 제품 상용화가 목표"라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이 모든 제품들이 살아남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이 중 한 두개는 세계 시장으로 뻗어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치료제 분야는 단번에 엄청난 부가가치를 이뤄낼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디지털 치료제를 내놓는 것이 최우선 목표"라고 밝혔다.
"고관절 뼈수술 전문가가 기술 썩히면 되나요" 2021-05-17 05:45:50
|메디칼타임즈=이창진 기자| "환자 중심의 정형외과 전문병원을 만들겠다는 공동 원장의 비전과 패기가 마음에 들었다. 후배 의사들의 도전에 도움이 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예손병원 김희중 명예원장은 최근 메디칼타임즈와 만나 예손병원을 선택한 이유를 이 같이 밝혔다. 김희중 명예원장(65)은 서울의대 졸업(1980년) 후 서울의대 정형외과 교수, 서울대병원 진료부원장, 정형외과학회 이사장 등을 역임한 고관절 분야 수술 명의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올해 2월말 서울의대 정년퇴임에 이어 3월부터 예손병원 명예원장으로 제2인생을 시작했다. 지난 2007년 개원한 부천 예손병원(공동 원장:김진호 원장·임수택 원장)은 보건복지부 1기 전문병원에서 수지접합 지정 이후 2기부터 4기까지 수지접합과 관절 동시 지정 등 자타공인 정형외과 분야 전문병원 위상을 구축한 상태이다. 참고로 예손병원은 전체 의사 27명 중 정형외과 전문의가 16명이다. 서울의대(1993년 졸업) 동기인 김진호 원장과 임수택 원장 모두 서울대병원 정형외과에서 수련을 받은 김희중 교수의 제자이다. 김희중 명예원장은 "관절과 수지접합, 족부 등을 넘어 고관절까지 정형외과 단일 전문병원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공동 원장의 포부가 가슴에 와 닿았다"며 "예손병원은 대학병원에서 경험하지 못한 환자 케이스가 많다. 정형외과 전문병원으로 육성하겠다는 이유가 이해됐다"고 말했다. 예손병원 봉직의 생활 3개월째, 지금은 적응 기간이다. 김희중 명예원장은 "가장 큰 변화는 외래 진료"라고 전하고 "대학병원에서 전공의와 간호사 도움을 받았다면, 지금은 검사와 처방, 진료행위 등을 전자의무기록(EMR)에 직접 입력해야 한다. 서울대병원과 다른 EMR 시스템을 숙달하는 데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골절 등 초진 환자 내원 시 전문의가 최소 30분 이상 진료하는 점도 놀라웠다. 예손병원은 환자와 보호자가 궁금해 하는 사항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차이점은 외상 골절 등 응급수술이 필요한 환자들이 의외로 많다는 점이다. 김희중 명예원장은 "외상 골절 환자들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타 병원을 돌고 돌다 엉망이 된 상태로 오는 대학병원 환자들과 큰 차이를 보였다"면서 "매일 아침 열리는 컨퍼런스에서 예손병원 전문의들이 다양한 환자 케이스를 놓고 최적의 치료법을 찾기 위해 고민하는 모습도 인상 깊었다"고 전했다. 그는 예손병원에서 이미 고관절 수술을 집도하며 젊은 의료진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정형외과학회 이사장을 역임한 그는 "정형외과에서 고관절 세부 전공자는 많지도 않고, 여자 전문의는 없다. 수가 문제와 더불어 장시간, 고강도 집중력과 노동력을 요구한다"면서 "예손병원 전문의, 간호사 등과 수술해보니 대학병원과 큰 차이가 없었다. 고관절 수술 경험이 젊은 의료진에게 좋은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희중 명예원장은 "예손병원은 정형외과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수술장이 없어 전문의가 수술을 못하는 경우는 없다"며 "수술에 꼭 필요한 C-arm(실시간 방사선 영상장치)이 충분히 구비되어 있는 점도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신중한 성격의 ‘젠틀맨’으로 통하는 김희중 명예원장의 생활패턴은 서울대병원 시절과 동일하다. 오전 7시 30분 병원 도착과 아침 컨퍼런스, 외래 진료와 수술, 오후 7시 퇴근. 그는 "예손병원 의료진과 정을 쌓기 위해 최근에 4명씩 조를 짜서 점심식사를 함께 하고 있다. 혜화동에서 부천으로 출근길은 바뀌었지만 하루하루가 새롭다. 예손병원에서 신세계를 경험하고 있다"고 젊은 의료진과 새로운 병원 생활에 만족감을 표했다. 김희중 명예원장은 "예손병원은 환자 입장에서 정형외과 모든 치료가 가능하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대기 없는 진료와 수술, 신속한 의사결정, 정형외과 중심의 집중 치료 등 전문병원에서 누릴 수 있는 점을 환자들이 적극 활용했으면 좋겠다"고 피력했다. 그의 꿈은 80세까지 수술장을 지키는 것이다. 김희중 명예원장은 "대학병원 교수 중 정년 이전 창업과 개원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데 한 번쯤 도전하고 싶은 용기라고 본다. 교육과 연구, 진료라는 교수 직분을 모두 수행해 매너리즘에 빠지기보다 새로운 활력을 찾은 방법도 나쁘지 않다"고 조언했다. 그는 "10여 전부터 1일 1식으로 건강관리를 하고 있다. 가능하다면 80세까지 고관절 수술을 하는 정형외과 의사로 남고 싶다"면서 환하게 웃었다.
"오랜 숙원 CRPS 장애 인정…인식 개선 첫걸음" 2021-05-10 05:45:50
|메디칼타임즈=황병우 기자| "복합부위통증 환자 장애 인정이 오랜 숙원이었던 만큼 의미 있는 한 걸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 혜택이 돌아가는 환자는 아직 적어 학회도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복합부위통증(이하 CRPS)은 심한 조직손상이나 말초신경 등 신경계 병변 이후 발생하는 질환으로 약한 자극에도 극심한 통증을 느끼는 난치성질환이다. CRPS 환자는 심한 통증으로 인해 팔과 다리 등을 상용 못하는 장애의 요소를 가지고 있지만 아직까진 통증 자체는 장애로 인정되지 않아 이에 대한 필요성이 통증전문가들로부터 꾸준히 제기돼왔다. 하지만 CRPS의 경우 팔다리가 멀쩡한데 통증만 가지고 장애로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료계 내의 시각차 그리고 진단기준을 두고 꾀병이라고 보는 인식 등 장애인정의 허들이 높았다. 이러한 분위기가 바뀐 것은 지난 4월 국무회의에서 CRPS 등도 장애로 인정한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되면서부터로 장애판정 진단기준에 CRPS가 포함되면서 대한통증학회와 환자들의 오랜 숙원이 해결됐다. 메디칼타임즈는 대한통증학회 최종범 법제이사(아주대병원 마취통증학과)를 만나 CRPS의 장애인정의 의미와 한계 등에 대해 들어봤다. 통증학회에 따르면 CRPS 장애 판정 기준은 세계통증학회(IASP) 기준에 따라 CRPS로 진단받은 후 2년 이상 지속적으로 충분한 치료에도 ▲골스캔 검사 ▲단순 방사선 검사 ▲CT 검사 등 객관적 검사 결과 이영양성 변화 등으로 인한 근 위축 또는 관절 구축 등이 뚜렷한 경우다. 또한 팔다리 관절구축으로 가동범위가 50% 넘는 경우 '장애정도기준'에 해당하는 수준의 장애판정을 받을 수 있으며, 관절 가동 범위가 50% 미만에서 구축이 있는 경우 최소 수준 장애판정을 하도록 하고 있다. 즉, 이번 CRPS 장애 인정은 정확하게 말하면 '통증'이 장애로 받은 것이 아니라 신경손상으로 팔 또는 다리 전체에 마비가 있는 경우 지체기능장애로 판정하도록 기준이 마련 됐다는 게 최 법제이사의 설명. 최 법제이사는 "통증을 장애로 인정하는 것을 두고 여러 논쟁이 있어 객관적 지표를 기준으로 CRPS 환자의 장애를 판단하게 됐다"며 "통증으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몸이 아파 치료를 못하고 몸이 굳는 악순환 속에서 일부만 장애가 인정된다는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숙원이었던 CRPS 환자의 장애인정이 가능해졌다는 것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는 게 그의 평가. 최 법제이사는 "CRPS 환자를 보면 공감을 받기 어려웠기 때문에 각개전투처럼 환자들이 질환을 인정받는 단계부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며 "장애를 인정받고 제도권으로 편입돼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환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물론 장애진단 기준을 보면 전체 CRPS 환자 중에 장애를 인정받는 경우는 소수일 것으로 본다"며 "하지만 첫걸음을 디뎠기 때문에 앞으로 계속 개선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가령 현재 임상현장에서 CRPS를 유추할 수 있는 여러 필수 검사들이 있지만 이번 장애인정에는 포함되지 못했던 만큼 근위축이나 관절구축이 아니더라도 일상생활이 어려운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진단기준 등을 발전시켜나가겠다는 것. CRPS 장애인정 치료제 아쉬움 개선 가능할까? CRPS환자의 경우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기 때문에 마약성진통제를 처방 받지만 암과 다르게 사용할 수 있는 마약성진통제의 양이 한정돼 있다. 결국 CRPS 질환이 희귀난치병에 포함돼 건강보험 본인부담금 10%만 부담하면 되지만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영역으로 넘어가면 본인이 전부 부담하게 돼 비용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최 법제이사는 "암환자의 경우 마약진통제가 무한정 보험이 되지만 만성통증 환자는 묶여 있어 사용이 제한된다"며 "이렇다보니 마약 종류는 한 종류만 쓰는 게 일반적인 원칙이지면 상한을 넘기면 비보험 가격차가 너무 벌어져 다른 약을 시작하게 되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이번 장애 인정은 치료제 혜택과 무관하다는 게 최 법제이사의 설명. 장애인정과 별개로 마약성진통제나 신경차단술 등의 급여혜택은 학회가 풀어나가야 할 문제 중 하나인 셈이다. 그는 "마약성진통제 하루용량 상항은 필요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마약의존 같은 부작용도 같이 고려돼야 한다"며 "빛과 그림자가 있기 때문에 학회도 어느 정도가 적정한지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했다. 아울러 여전히 CRPS 환자의 장애인정을 받는 과정에서 의료계 내부의 시각차를 느낀 상황. 최 법제이사는 이번 장애인정이 정상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올라가는 길인만큼 앞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나겠다고 언급했다. 최 법제이사는 "학회 입장에서 환자의 어려움을 해소해줄 수 있고 과 차원에서도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장애 판정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영광스러운 부분"이라며 "분명히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정부 등과 지속적으로 진정성 있는 소통을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공직의사를 계속하는 원동력은 ‘사회치료’ 효과죠” 2021-05-03 05:45:50
|메디칼타임즈=박양명 기자| 국립중앙의료원을 시작으로 질병관리청, 보건소를 거쳐 감사원까지 20년에 가까운 시간을 정부 기관에서만 몸을 담고 있는 '의사'가 있다. 권용욱 전 감사관(40, 전남의대)이 그 주인공. 그는 약 5년 동안 일했던 감사원을 나와 3일부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진료심사평가위원회에서 '평가위원'으로 새롭게 출발한다.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전공의 수련, 질병관리청에서 공중보건의 근무 기간을 제외하면 심평원이 그의 세 번째 직장이 됐다.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수련을 받고 신경과 전문의 자격까지 땄지만 결국에는 임상이 아닌 공공기관 근무를 택한 권용욱 평가위원. 질병관리청에서 역학조사관으로 3년 동안 공중보건의 생활을 했다. 관악구 보건지소장으로 1년을 있다가 감사원 감사관으로 본격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공직 의사로서 이력을 쌓고 있는 그의 결심에는 국립중앙의료원에서의 경험이 한몫했다. 국립중앙의료원 특성상 민간 병원에서 잘 보려고 하지 않는 노숙자 환자가 많다. 겨울에는 동사한 노숙자, 여름에는 살아있는 몸에 구더기가 득실거리는 노숙자가 응급실로 실려왔다. 사회에서 소외된 계층의 적나라한 아픔을 목격하는 일은 그의 마음을 울렁이게 했다. 노숙자, 미혼모, 외국인 노동자 등 단순히 말로만 듣던 소외계층도 결국엔 나와 다르지 않는 이웃이라는 사실을 절감하게 된 것. "인턴 때 욕창이 심한 노숙자 환자에게 매일 소독을 한 적이 있다. 시간이 지난 후 그 환자를 서울역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나를 알아보고 잠시만 기다리라고 한 후 자판기로 뛰어가 커피 한 잔을 뽑아왔다. 자신을 치료해 준 의사라는 이유에서다. 누군가는 이들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고 임상이 아닌 정책하는 의사, 사회를 치료하는 의사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감사원의 유일한 '의사' 감사관 임상보다 정책 분야로 나가기로 마음먹은 후 그가 처음으로 선택한 직장은 감사원. 국가공무원 5급 채용 전형 중 민간경력자 채용 전형으로 합격해 감사원에서 유일한 '의사' 감사관으로 활동했다. 국립중앙의료원, 질병관리청 등 공공조직 근무 경험에다 대학원에서 행정학을 공부한 탓에 공무원 조직에 대한 어려움은 없었다. 의사 출신이라는 특성을 살려 보건의료전문감사관으로 근무한 권 위원은 가장 기억에 남는 감사로 2017년 '응급의료관리실태 감사'를 꼽았다. 감사원은 2016년 2세 소아환자 교통사고 사망사건 이후 '응급의료센터 구축 및 운영 실태' 감사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해당 감사를 직접 하고 보고서까지 작성한 장본인이 권용욱 평가위원인 것. "당시 보건복지부는 전원이 쉽지 않은 응급의료시스템의 문제로 결론을 냈다. 하지만 감사를 하면서 응급실 콜을 받고도 담당 의사가 응급실로 달려와 환자를 치료하지 않은 사실을 밝혀냈다. 전원도 전원이지만 병원 의료진이 환자 치료를 제때 하지 않아 골든타임을 놓친 것이다.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아이를 떠나보내야 했던 부모님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됐으면 한다." 이 밖에도 권 평가위원은 건강보험공단의 본인부담금 상한액 환급 업무와 희귀난치성 질환자 장기요양 보험료 경감 업무에 대한 감사를 했다. 서울대병원 MRI, CT 등 영상검사 급여 청구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임상시험 부작용 보고 체계 관리 등 권 위원이 5년 동안 실시한 감사는 총 30건이다. 감사원에서 심평원으로 "합리적이고 전문적 조직" 권용욱 평가위원은 감사관의 눈으로 다양한 보건의료 관련 정부 기관을 간접 경험했다. 그가 본 심평원은 합리적이고 전문적인 조직이었고 이런 조직에서 '정책하는 의사'의 꿈을 실현해보자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심평원에는 보건의료 관련 전문성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 감사원 감사 업무를 위해 일부 직원을 차출할 정도다. 심평원에 대한 감사는 왜 관련 규정을 지치지 않았나 하는 1차원적 감사가 아니다. 정책 중 합리적이지 않은 정책을 찾아내 제도를 바꾸는 방향의 지적을 해야 할 정도로 감사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기관에서 보건의료정책에 대한 전문성을 높이고, 심평원이 본연의 기능을 잘 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권용욱 평가위원은 감사원에서 일하며 얻은 교훈을 진료심사평가위에서도 그대로 반영할 예정이다. "감사관은 감사로 발생한 정책 변화 후 결과에 대해서도 깊게 고민해야 한다. 이는 정책을 설정하고 집행하는 정책 결정자에게도 해당한다. 심평원에서 일하면서 정책 수정을 건의하게 될 경우 최종 정책 수혜자에 대한 입장에서 실제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결과를 고려하려고 한다. 내부적으로 불편한 상황일 발생할 수 있더라도 정확하게 예상되는 문제점에 대한 의견을 전달할 것이다. 이는 사회에서 관심을 갖지 않는 소외계층을 위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32년 제대혈 연구 면역세포치료제로 결실 맺겠다" 2021-04-26 05:45:50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 제대혈 이식의 권위자로 꼽히는 이영호 한양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차세대 항암제로 주목받고 있는 면역세포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지난 4월부터 그의 새 직함은 '이뮤니크' 대표이사다. 국내 최초로 제대혈 조혈모세포이식까지 성공하며 전국 각지에서 환자들이 몰려오던 소아암 명의가 왜 바이오 벤처에서 눈을 돌려 새로운 도전에 나섰을까. 메디칼타임즈는 최근 이뮤니크 대표이사로 본격 업무를 하고 있는 이영호 교수를 만나 바이오벤처로 뛰어든 이유를 들어보고 면역세포치료제 개발 등 앞으로의 포부를 물어봤다. 30년 제대혈 연구 "실제 환자치료 적용하고파" 이영호 이뮤니크 대표는 사실 동아대병원을 거쳐 한양대병원에까지 32년 간 대학병원에서 환자를 돌봐오며 의사라면 누구나 꿈꿔오던 삶을 살아왔다. 그는 1998년 백혈병 환자를 대상으로 국내 최초로 제대혈 이식에 성공했으며, 2000년 부산경남지역 제대혈 은행을 설립하는 등 자타공인 국내 제대혈 환자치료와 연구를 이끌어 온 주역이다. 이를 계기로 이영호 대표는 2011년 '제대혈 연구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정 및 시행까지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으며 현재도 뇌성마비, 소아당뇨, 자폐증에 대한 제대혈 세포치료 임상시험을 수행하는 등 국내 제대혈 연구의 선도적인 역할을 해오고 있다. 또한 보건복지부로부터도 이 같은 경력을 인정받아 국가 제대혈위원회 위원장을 맡는 등 소아암 권위자로도 인정받아왔다. 하지만 이 대표는 탄탄대로를 걸으면서도 "연구를 위한 연구를 하고 싶지 않았다"고 인생의 방향을 바꾼 배경을 설명했다. 이 대표는 "제대혈 관련 보건&8231;의료 정책의 틀을 잡았다고 자부심을 가졌지만 이를 실제 환자치료에 적용하고 싶은 연구를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며 "지난 2~3년 전까지 주요 대학병원들과 컨소시엄 형태로 실제 제대혈 유래 치료제 개발을 국가과제로 해 도전해봤지만 번번이 탈락했다"고 회상했다. 그 사이 이 대표의 면역세포치료제 개발 욕구를 알고 있던 의사 출신인 메디포스트 양윤선 대표가 자회사인 이뮤니크 CEO를 제안하면서 결국 바이오벤처 대표로서의 그림이 완성됐다. 양윤선 대표와 이 대표는 이전부터 제대혈 관련 용역과제를 수행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국내 최초로 제대혈 이식에 성공한 이후 2001년에 메디포스트에 보관돼 있던 제대혈을 가지고 조혈모세포이식에 추가로 성공한 것이 계기가 된 것이다. 이 대표는 "바이오벤처에 뛰어들겠다는 마음을 먹었던 계기는 연구를 위한 연구를 더 이상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 때문"이라며 "실제 환자치료에 활용될 수 있는 치료제 개발로 이어지기 위해선 직접 바이오벤처에 뛰어들어 적용 가능한 부분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다"고 힘줘 말했다. "면역치료제 개발 후발주자 분명…미국 바이오벤처 협력" 이뮤니크는 동종 제대혈에서 분리, 배양한 면역조절 T세포와 NK(자연살해)세포에 줄기세포를 활용해 치료 효능이 증진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와 면역항암치료제를 개발한다는 목표이다. 다만, 국내에서 NK세포를 이용한 세포치료제 개발에 선두 자리에 있는 국내 기업들과는 차별성을 갖고 개발 연구를 하겠다는 것이 그의 구상이다. 암세포를 죽이거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제거하는 NK세포와 조절 T 세포(Regulatory T cells (Treg))를 줄기세포와 융합한다는 기본 적인 계획이다. 여기서 조절 T세포란 면역계를 조절하는 T 세포들 중 한 그룹으로, 자가항원에 대한 관용(Immune-tolerance)을 유지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가령, 류마티스 관절염, 다발성 경화증과 같은 자가면역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서는 조절 T 세포의 수가 줄어들거나 기능이 저하되는 모습이 나타난다. 이 대표는 "면역세포치료제 개발의 대세가 NK세포지만 이뮤니크는 이보다 조절 T 세포에 초점을 두고 기존 바이오벤처와는 차별성을 갖고 개발에 임할 계획"이라며 "냉정하게 말하자면 이뮤니크는 후발주자다. 다른 회사에 비해 늦은 출발이기에 충분한 검토를 가지고 파이프라인을 정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이뮤니크는 NK세포와 조절 T 세포 융합 면역세포치료제 연구를 하고 있는 미국 의료기관과 바이오벤처 등과도 손을 잡고 연구를 함께 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그는 "현재 논의 중인 미국 바이오벤처와 공동연구를 해 나가는 방향이 메리트가 있다고 보고 있다"며 "해당 바이오벤처가 조절 T 세포 연구에 앞서 나가고 있다. 아직 구체적으로 밝힐 단계는 아니지만 잠정적으로 함께 연구하면서 자가면역질환에 치료제 개발을 구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이 대표는 최근 의사들이 제약&8231;바이오는 물론 다양한 스타트업에 진출하는 것을 두고선 긍정적인 해석을 내렸다. 이 대표는 "대학병원 교수로 이제 정년이 3년 남았다"며 "이전에 생각 못했지만 바이오벤처라는 필드에 나와 보니 의사의 창업활동을 도와줄 수 있는 시스템이 왜 구축하지 못했나라는 후회가 드는 것이 사실이다. 후배들에게 조언한다면 자신의 전문분야를 구축한다면 어떤 분야든 도전해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파브리병 꾀병으로 오해받기 십상...다학제 접근 필수” 2021-04-19 05:45:50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특별한 증상이 없어 꾀병처럼 보인다. 발견했을 땐 너무 늦은 경우가 많다." 희귀질환에 속하는 파브리병은 자칫 '꾀병'으로 오해받기 십상이다. 특정 효소 부족으로 당지질이 축적돼 발생하는 파브리병은 전신에 작용하기 때문에 흔히 보이는 이명이나 신경통, 각막 혼탁과 같은 증상으로 시작해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칠 때가 많다. 실제로 최근 아시아 태평양 지역 의료 전문가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희귀질환자의 약 23~42% 정도만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는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전문가들은 임상지침 부족, 의약품 승인 부족, 검사·치료 재원 부족에 이어 파편화된 진료를 문제점으로 꼽는다. 국내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다학제적 진료가 가능한 보험 환경이 구축됐지만 여전히 갈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욱진 대한폐고혈압연구회 회장(가천대학교길병원 심혈관연구소장)을 만나 파브리병의 다양한 증상과 희귀질환의 다학제적 진료의 활성화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파브리병은 전신에 걸쳐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이 때문에 초기 진단 및 치료가 늦어진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파브리병은 모든 증상들이 비특이적으로 나타나고, 전신에 걸쳐 발생하기 때문에 진단이 매우 어렵다. 실제로 파브리병 남성 환자의 경우 소아 때부터 신경병성 통증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성장통이나 꾀병으로 생각하고 넘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 어떤 환자의 경우 성인이 될 때까지 스테로이드 치료를 받다가 관절에 무리가 온 상태에서 진단을 받은 경우도 있다. 파브리병은 크게 통증, 이명, 뇌졸중 등의 신경계 증상, 눈에 소용돌이 모양이 나타나는 인과적 증상, 혈관 각화종이라고 해 피부에 작고 검붉은 반점이 나타나는 피부과적 증상, 소아기 때 나타나는 소화기계 증상을 비롯해, 신장 기능과 심장 기능을 악화시키는 증상 등도 나타날 수 있다. 환자들은 안과, 피부과, 소화기내과, 신경과, 신장내과, 심장내과 그리고 소아유전학과 등을 통해 파브리병을 진단을 받거나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순환기내과에서는 비후성심근병증을 가진 환자의 1% 정도의 환자가 파브리병으로 진단될 수 있지만 의사가 파브리병을 모르면 진단이 안되는 경우가 있다. 파브리병은 진단까지의 시간이 많이 걸리므로 환자들의 우울증이나 불안증을 겪는 일이 많다. 여성 파브리병 환자는 유전질환이라는 죄책감에 의해 정신적으로 힘들어 하기 쉬워 정신과 진료가 동반되기도 한다. 이처럼 파브리병으로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선 다양한 진료과의 협력을 통한 다학제적 진료가 필요하다. ▲파브리병은 진단까지는 보통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되고, 진단이 늦어지는 이유는? 처음 증상이 나타나는 시기는 3~10세 사이의 어린 나이로, 평균적으로 진단을 받기까지 평균 15년 이상 걸린다고 알려져 있다. 평균적으로 진단을 받기까지 남성은 16.3년, 여성은 13.7년 가량 걸린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신체 전반에 걸쳐 증상이 비특이적으로 발현되기 때문에 다른 질환으로 진단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파브리병의 진단이 늦어지는 이유가 낮은 인지도와 증상적 특징도 있지만, 그보다 질환을 숨기는 경우가 더 문제가 된다. 파브리병은 X 염색체를 통해 다음 세대에 유전된다. 때문에 가족에게 피해가 갈 일을 염려해 질환을 숨기거나 잠적하는 사례도 있다. 국내는 유전질환이 터부시 되는 경향이 있어 특히나 파브리병이 있는 사실을 가족내에서 비밀로 하는 경우가 있다. 파브리병을 조기에 발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진단받은 환자의 가계도를 파악하고 검사를 하는 것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진단받은 환자를 중심으로 평균 5명의 추가 가족 환자가 발견된다고 보고되고 있다. 치료제가 있기 때문에 숨기거나 치료를 미룰 필요가 없다. 조기에 발견해서 적극 치료하는 것이 최선의 결과로 이어진다. 적절한 치료만 받으면 기대수명만큼 남들과 똑같이 살 수 있다. ▲조기 진단으로 적절한 치료를 받았을 때와 치료가 늦어질 때의 예후 차이는? 파브리병을 치료하지 않으면, 신체에 다양한 합병증이 발생해 결국 조기사망에 이를 수 있다. 대부분 파브리병 환자들은 심장이나 신장에 심각한 기능 장애를 가지고 있으며, 가장 흔한 사망 원인은 심혈관 질환으로 보고되고 있다. 일반인과 비교해 파브리병 환자의 기대수명은 남성 16.5년, 여성 4.6년 정도로 짧다. 심각한 증상 발현과 이른 사망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조기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파브리병 등 희귀질환에 다학제적 접근이 필요한데 국내 현황은? 파브리병과 같은 희귀질환의 경우 다학제적 접근이 당연히 필요하다. 파브리병은 증상이 매우 다양하게 전신에 걸쳐 나타나고 환자 개개인마다 겪게 되는 증상이나 치료의 효과 등이 다르다. 때문에 관련 있는 다양한 과에서의 스페셜리스트들이 함께 진료하고 치료하는 다학제적 접근이 중요하다. 실제로 이런 다학제적 접근은 희귀질환에 대한 진료의 표준화와 치료 효과의 개선, 의료질의 향상을 유도할 수 있다. 문제는 현제 국내에서 다학제적 진료가 이뤄지는 병원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해외 파브리병 치료의 다학제적 접근 사례를 설명하자면, 영국은 파브리병을 비롯한 기타 리소좀 축적 질환(LSD)에 대한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국가 전문가가 다수의 센터를 지정한다. 이 센터들에서는 파브리병 환자들의 유전상담, 진단서비스, 환자의 임상 평가 및 지속적인 치료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또 유전 질환에 대한 전문성을 가진 주치의를 중심으로 다양한 관련 과들 스페셜리스트와 팀을 이끌고 환자에 대한 적절한 평가 및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다학제적 그룹에는 전문 간호사들도 포함돼 있다. 이러한 부분이 국가에서 지원, 제공되고 있으므로 다양한 환자의 경험이나 증상에 따라 적합한 치료가 가능하다. 특히 환자 가족 검사(family screening)나 가족 치료를 위해 유전 상담 또한 제공하고 있다. 추가적으로 파브리병 환자들이 겪는 정신과적 증상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치료가 이뤄지고 있다고 알고 있다. 국내에는 아직 이러한 유전 상담이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진행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의료진 8명이 모이는 경우 수가를 인정해 주지만 상담 시간만 30분이 넘어가고 길게는 몇 시간에 걸쳐 이뤄지는데 32만원에 불과한 수가만 인정되고 제출해야 하는 서류로 인한 행정 부담 및 삭감 우려까지 뒤따른다. 병원 경영 입장에서는 그 시간에 차라리 해당 의료인력이 다른 진료를 보는 게 더 이득인데 누가 굳이 자기 시간을 들여 다학제적 진료를 하려고 하겠나. 국내에서도 건강검진을 받을 때 유전적으로 이상이 있는 사람들의 가족에는 유전검사 등을 시행해 사전 선별, 치료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또 특정 지역센터를 지정해 전문적으로 파브리병 등 희귀질환을 진료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국내 파브리병 및 희귀질환 치료 환경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현재 국내 파브리병 환자의 진단 치료율은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매우 낮은 상황이다. 국가 차원에서의 파브리병 환자의 진단을 위한 유전 상담 서비스나 정신과 상담 서비스 등이 연계된다면, 더 많은 파브리병 환자들이 진단과 치료를 통해 일상적인 삶을 지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국내에서 인구 대비 추산되는 파브리병 환자는 1200여명 정도인데 불과 200여명만 진단, 치료를 받는 실정이다. 이들을 적극 발굴해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진료 환경이 구축돼야 한다. 전문 치료 센터를 건립한 영국은 참고할 만한 모범 사례다. 영국은 센터 건립 후 기존 1500명의 환자의 4배에 달하는 6000명의 환자를 찾아내 치료를 받게 됐다. 이런 노력이 없었다면 해당 잠재 환자들은 제대로 된 여생을 살 수 없었을 것이다. 국내는 파브리병 환자로 진단을 받더라도 보험 기준이 다른 나라보다 까다로워서 증상이 발현되지 않으면 약물 치료를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파브리병은 조기 치료가 중요하므로 이러한 부분 또한 완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주사제를 2주에 한번 씩 맞는 일에 부담을 느끼던 환자들에게 경구용 치료 약물이라는 새로운 옵션이 생겼다. 하지만 경구용 치료 약물은 현재 주사 치료를 1년 이상한 환자에게만 처방할 수 있다. 그로 인해 환자들이 경구용 약물로 치료를 시작하고 싶어도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치료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이러한 보험 기준도 변경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제약사 의뢰 임상시험 수익, 공익적 임상에 써야죠" 2021-04-12 05:45:50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지난 2년 동안 중요성이 가장 커진 산업을 꼽자면 단연 제약바이오 산업일 것이다. 코로나로 신약개발의 필요성이 커짐과 동시에 국산 폐암 신약이 최근 상업화 단계에 이르면서 제약바이오가 국민건강을 물론 막대한 부를 창출해낼 수 있는 국가 핵심 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정작 치료제 개발을 위한 인프라는 세계 선진국에 비해 낙후돼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신약 개발은 위해선 무엇보다 각 병원의 임상시험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운영돼야 하는데, 현재는 소위 빅5병원으로 꼽히는 초대형 병원들만이 겨우 인프라를 갖췄을 정도다. 이 가운데 최근 암 연구를 진행하는 의학자들이 관련 시스템 개선에 팔을 걷어 올렸다. 제약사의 후원이 아닌 공익적인 목적 '연구자주도 임상시험'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본격 나선 것이다. 전면에 나서 이를 진두지휘하는 것이 대한항암요법연구회(Korean Cancer Study Group, 이하 KCSG) 장대영 회장(한림대성심병원 혈액종양내과)이다. 최근 메디칼타임즈는 올해부터 연구회를 이끌게 된 장대영 회장을 만나 임상시험 인프라 구축 계획을 들어봤다. "CRO 체계 갖춰 공익적 임상연구 모델 개발“ KCSG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항암제를 연구하는 단체다. 그동안은 의학자들의 자발적 참여로 국가 지원 없이 연구조직을 이끌어 왔지만, 2017년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 사단법인으로 전환되면서부터는 다기관 암 임상연구를 주도하고, 국내 종양내과의사 전체를 대변하는 암 연구그룹으로 발전했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을 중심으로 암 치료 신약 개발에 열을 올리면서 KCSG의 위상도 한층 커졌다. 이에 최근에는 데이터센터를 구축, 임상시험모니터요원(Clinical Research Associate, CRA) 등 50여명의 직원까지 별도 채용하면서 국내 제약사가 의뢰하는 임상시험까지 맡아 수행하고 있다. KCSG가 엄연히 CRO(임상시험 수탁기관)로서의 역할도 해낼 수 있도록 구조적 시스템을 갖춘 것이다. 하지만 정작 장대영 회장은 KCSG의 데이터센터 구축을 두고서 의뢰자 주도 임상이 아닌 연구자 주도의 공익적 임상을 하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임상시험의 경우 크게 '의뢰자주도 임상(sponsor-initiated clinical trial)'과 '연구자주도 임상(investigator-initiated clinical trial)'으로 나뉜다. 의뢰자주도 임상은 제약사가 주도한다. 제약사는 자체 개발한 신약 혹은 의료기기의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하며 회사의 이익을 위한 기대 목표에 따라 움직인다. 반면, 연구자주도 임상시험은 제약사가 아닌 의사가 주도하는 연구이며, 주로 공익적인 목적을 위해 이뤄진다는 것이 특징이다. 장 회장은 "유한양행 폐암신약 관련된 임상도 진행하기로 했지만 데이터센터의 주목적은 사실 의뢰자 주도 임상이 아니다"라며 "이를 통해 얻어진 수익을 바탕으로 공익적 목적의 연구자 주도 임상을 하기 위함이다. 제약사들은 관심 없지만 국가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희귀질환 암종 임상연구를 진행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즉 의뢰자 주도 임상을 통해 얻어진 이익을 공익적 목적의 임상에 활용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 장 회상의 구상이다. 그는 "KCSG의 장점은 국내 종양내과 전문의들이 모두 참여해 임상을 진행, 전국적인 임상데이터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KCSG가 CRO 역할을 한다고 해서 중간에서 이득을 갖는 연구를 할 생각이 없다. 사실 서울의 빅5 병원 중심으로 임상연구가 이뤄지는데 KCSG를 통해 전국적으로 임상시험의 참여기회가 확대됐으면 하는 바람이 가장 크다"고 강조했다. "정부 신약개발 의지 반가워…규제기관과 협력" 장 회장은 KCSG 수장으로 결정된 시점 전&8231;후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과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이 발주한 연구용역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심평원에서는 '의약품 급여 관리를 위한 RWE 플랫폼 마련 후향적 연구'가 그것이다. 장 회장은 지난해 심평원과 함께 위암과 유방암의 임상데이터와 KCSG 인프라를 바탕으로 전국 환자 대상 항암요법의 실제 임상적 효과를 함께 살펴봤다. 최근에는 NECA 주도 '환자중심 의료기술 최적화 연구사업단'으로부터 '위암 보조항암요법' 연구용역을 수주해 KCSG에서 임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장 회장은 이 같은 정부기관의 다양한 공익적 임상시험 용역을 따내 수행하는 것이 앞으로의 발전상이라고 설명한다. 수익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국내 치료제 시장을 고려했을 때, 글로벌 다국적 제약사들의 임상으로만 기댈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는 "글로벌 다국적 제약사 입장에서는 우리나라 치료제 시장이 사실 매력적이지 않다. 인구 등을 고려했을 때 우리나라보단 중국 등에 더 투자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며 "결국 제약사가 설계하는 의뢰자 주도 임상보다는 임상가가 직접 설계하는 연구자 주도 임상이 앞으로 가야할 방향이다. 이를 위해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임상을 해야 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장 회장은 "코로나 이 후 복지부와 식약처를 넘어 다양한 정부기관이 신약개발 중요성을 깨닫고 임상시험의 중요성을 알아나가고 있는 단계다. KCSG가 적극 나서 공익적 목적의 임상시험을 활성화해야 한다"며 "앞으로는 젊고 열정있는 의사들이 임상에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국책과제를 따내 전국적인 임상시험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병리는 선택 아닌 필수…늦으면 의료후퇴 일어날지도" 2021-04-05 05:45:50
|메디칼타임즈=이인복 기자| "디지털 병리는 더이상 늦춰서는 안되는 시대 흐름입니다. 환자 안전과도 직결된 문제인데다 딥러닝 기반 의료 인공지능의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죠. 문제는 결국 비용이에요.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풀어가야 한다는 의미죠." 4차 산업 혁명의 바람을 타고 디지털 병리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과거 현미경과 슬라이드로 대표되던 병리과의 풍경이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를 예고하고 있는 것. 그럼에도 아직까지도 국내에서 디지털 병리는 거북이 걸음을 걷고 있다. 심지어 제대로 시스템을 갖춘 곳도 찾아보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가운데 삼성서울병원이 선제적으로 디지털 병리 시스템을 갖추고 나아가 5G 기반의 통합형 모델을 선보이며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 구축을 주도한 병리과 장기택 교수(대한병리학회 총무이사)를 찾아 이야기를 들어본 이유다. "디지털 병리 시스템 환자 안전 위한 최소한의 안전핀" 실제로 삼성서울병원은 지난 2019년 디지털 병리 전환를 선포하고 올해 3월 마침내 시스템을 정립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장기택 교수는 반드시 가야만 하는 길이었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사실 국내 대형병원에서 일어난 슬라이드 오류 사건은 굉장히 큰 의미가 있어요. 암이 없는 사람에게 암 수술을 한건데 미국이라면 수십억대 소송을 당하고 패소했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가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 특성상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일이라는데 있어요. 대형병원에 수만명의 환자가 몰리는데다 이들은 또 다른 대형병원으로 자주 옮겨다니죠. 병리 슬라이드가 제대로 남아나겠어요?" 그러한 면에서 그는 디지털 병리 전환은 환자 안전을 위한 필수 요소라고 강조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시스템으로는 심각한 사건이 또 발생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지적. 1년에 수십만개에 달하는 병리 슬라이드가 만들어지고 이를 물리적으로 보관하며 이동하는 한 오류가 없는 것이 더 이상하지 않겠냐는 반문이 돌아온 이유다. 장 교수는 "삼성서울병원을 예를 들면 하루에 수백장의 병리 진단 보고서가 나오고 슬라이드만 1년에 30만장이 나온다"며 "이를 물리적으로 보관하고 이동하게 되면 그 가운데서 일어날 수 있는 오류의 위험은 셀 수 없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이러한 물리적 이동보다는 파일 전송이 안전 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며 "이에 대한 기초가 되는 것이 바로 디지털 병리"라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지금의 슬라이드 보관 방식으로는 얼마 가지 않아 큰 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나마 대형병원의 경우 상황이 낫지만 일선 의료기관들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 결국 환자의 히스토리가 되는 병리 슬라이드가 효용성을 잃고 그대로 방치되거나 버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몰린 만큼 디지털 병리 전환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의견이다. 장기택 교수는 "그나마 대학병원에는 별도의 공간에서 온도와 습도가 유지된 채 병리 슬라이드를 보관하고 있지만 일선 의료기관에서는 이같은 시설과 공간을 구비하기 힘들다"며 "온도나 습도차가 심한 창고와 같은 곳에 보관되고 있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시간이 지날 수록 슬라이드 양은 많아지게 되고 결국 이를 보관할 공간은 점점 더 줄어들게 된다"며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상당수 의료기관들이 아예 보관할 곳이 없게 되고 인식할 수 없을 만큼 슬라이드가 망가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디지털 병리 장기적으로도 이득…문제는 초기 비용 특히 장 교수는 디지털 병리 전환이 장기적으로 의료기관의 경영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 초기 비용이다. 경험적 측면에서 볼때 이러한 보관 공간과 인건비, 종이 등의 비용이 대폭 감소하는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는 분명한 이득이 있다는 것. 또한 숨어있는 안전 비용에 대한 감소 효과도 분명하다고 조언했다. 장 교수는 "현재 삼성서울병원만 해도 90평이 넘는 공간에 파라핀 블록과 슬라이드를 보관 중에 있는데 이를 모두 디지털로 바꾸면 공간 활용도가 매우 높아진다"며 "또한 1년에 수천만원씩 들어가던 종이값과 수억원에 달하던 인건비도 모두 그대로 남는 금액"이라고 귀띔했다. 또한 그는 "병리 슬라이드의 분실과 파손 등 숨어있는 안전 비용에 대한 부분도 충분히 감축할 수 있는 예산"이라며 "특히나 슬라이드가 바뀌는 등의 심각한 안전 사고를 미연에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엄청난 부가적 효과"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 초기 비용이다. 이러한 장기적 효과를 기대하기에 초기에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서울병원도 디지털 병리 전환에 수십억원에 예산이 들어갔다. 슬라이드 스캐너에 투입된 비용만 10억원이 넘는 상황. 일선 의료기관들이 가야할 길이라는 점을 알지만 망설이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다. 대한병리학회 등이 디지털 병리 가이드라인 등을 만들며 수가 적용에 힘쓰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수가 적용 없이는 저변 확대가 쉽지 않은 이유다. 장기택 교수는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경영진의 과감한 결정으로 전환에 성공했지만 상당수 의료기관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라며 "결국 디지털 병리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서는 수가 적용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영상의학이 순식간에 디지털로 변화하는데 가장 기폭제가 된 것이 바로 수가"라며 "한두 병원이나 학계의 노력만으로 결코 바꿀 수 없는 흐름이기 때문에 결국 정부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결국 병리 슬라이드를 표준화하고 병원간 시스템을 연결하는 한편 딥러닝과 인공지능의 기반이 되는 빅데이터를 생성하기 위해서는 수가 적용을 통한 전국적 보급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다. 국가적인 지원이 없이는 결국 일부 병원만이 움직이게 되고 오히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이러한 위험한 공존은 의료 시스템과 환자 안전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인 셈이다. 장 교수는 "당분간은 하이브리드 형태로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공존할 수 밖에 없겠지만 하루 빨리 전국적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다면 디지털 병리의 장점이 퇴색될 수 밖에 없다"며 "특히 디지털 전환에 적응 기간과 보완 기간도 필요하다는 점에서 속도를 붙일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그는 "특히 디지털 병리는 인공지능과 맞물려 전 세계적인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우리나라가 충분히 이 분야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만큼 국가적 지원을 통해 저변을 확대하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진단 방랑 겪는 희귀질환자들…시스템 도움 절실" 2021-03-29 05:45:50
|메디칼타임즈=황병우 기자| "희귀질환자는 소수이기 때문에 진단방랑을 경험하는 것은 물론 편견과도 싸워야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위해 의료진의 인식제고는 물론 시스템적인 도움도 필요하다." 희귀질환자들이 가장 많이 경험하는 문제는 진단방랑으로 상대적으로 의료진의 경험과 관심도가 낮다보니 제 때 진단을 받지 못해 치료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질병관리청은 지난 2019년부터 희귀질환 의료접근성 제고와 진단, 관리연계를 위한 권역별 희귀질환거점센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2월부터는 4개였던 거점센터를 11개까지 확대하며 희귀질환자들에 대한 시스템을 강화한 상황이다. 메디칼타임즈는 1기 희귀질환거점센터부터 사업에 참여한 인하대병원 희귀질환거점센터 이지은 센터장(소아청소년과)과 신성희 교수(심장내과)를 만나 희귀질환거점센터의 역할과 방향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희귀질환 환자들이 많이 겪는 상황은 증상이 있음에도 제대로 진단을 받지 못해 '진단방랑'을 경험한다는 점. 희귀질환자가 소수이지만 개개의 질병으로보면 카테고리의 범위가 넓은 만큼 상대적으로 조기진단의 허들이 높다는 의미다. 이지은 센터장은 "희귀질환은 약 8000여개의 질환을 다양하게 경험해본 의료진이 드물기 때문에 관심을 가지고 진단하기란 매우 어렵다"며 "질환마다 다르지만 수개월에서 수년 만에 진단되는 경우도 있어 이 병원 저 병원을 떠돌면서 진단 방랑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성희 교수는 "희귀질환은 이유 없이 피곤하다는 등 증상이 전형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아 병이라 생각하지 않다 우연히 발견된다"며 "경험이 없는 의료진은 희귀질환을 의심하기 어렵고, 환자는 여러 의료기관을 거쳐도 알맞은 진료과에 내원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진단이 늦어지게 된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신 교수가 치료중인 한 30대 후반의 파브리병 환자는 최근 이미 5년 전에 이유 없이 신장이 망가져 말기 신부전으로 투석을 받고 있었고, 이에 대해 단순히 신장이 나빠졌다고 생각했지만 수술을 위해 병원을 내원하는 과정에서 파브리병이 의심돼 진단되는 등 비슷한 사례가 많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진단공백을 메우기 위해 질병청이 시행하는 것이 권역별 희귀질환 센터. 현재 인하대병원 희귀질환 센터에 등록된 희귀질환 질환군은 약 250개로 환자는 5800여명이 치료를 받고 있다. 이 센터장은 "센터를 통해 희귀질환을 전문적으로 보는 의료진들이 생기고 환자도 이러한 센터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접근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며 "또 (사업이)2기가 되면서 병원마다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희귀질환을 양성시키는 등 특성화 병원으로 관리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렇다면 센터에서 희귀질환자들의 진단방랑을 어떻게 줄이고 있을까? 보통 희귀질환자들은 타병원 의료진의 판단 하에 의뢰돼 전원돼 의료진의 인식이 매우 중요한 만큼 센터가 희귀질환자들이 권역 별 협력 병원과의 유기적인 협업체계를 이루고 있다. 또한 다학제 진료를 통해 여러 진료과가 한자리에 모여 담당 전문의와 함께 환자의 상태를 살펴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질환 관리의 효율성과 편의성을 제공한다고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희귀질환센터가 연계와 인식제고를 통해 조기진단의 확률을 높이는 것이 주요한 목표일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러나 지난해부터 지속된 코로나 상황이 환자가 센터문턱을 넘는 허들로 작용해 환자치료에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신 교수는 "희귀질환자들은 본인이 코로나에 걸릴 경우 더 위험한 상황에 닥칠 것이라고 판단해 병원의 접근성이 관건이다"며 "인하대 환자는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갑자기 치료를 중단해 악화되는 경우도 있는 만큼 환자관리를 더 신경썼다"고 말했다. "빠른 조기진단 과제 여전…유전병 잘못된 인식 개선 필요" 이로 인해 코로나 상황에 맞는 치료전략에 대한 변경도 있었다는 게 신 교수의 설명. 장기적으로도 치료전략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 교수는 "일단 코로나가 장기화됨에 따라 환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내원을 자주 하게 되는 것"이라며 "같은 치료제라도 투약시간이 짧은 치료제를 선택하는 변화가 있을 수 있고, 시스템 보완이 필요하지만 외국의 사례로는 재택치료의 방법도 있다"고 언급했다. 현재 진단을 받고 희귀질환자가 치료를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 희귀질환센터의 역할에 방점을 찍는 것은 역시 환자들이 진단방랑을 겪지 않고 센터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 센터장은 앞으로 희귀질환센터가 환자들의 조기진단은 돕는 것은 물론 의료진의 인식제고와 국민들의 편견 해소에도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희귀질환센터 사업은 진단 가능한 환자를 빠르게 진단해 환자 삶의 질을 높여주고자 하는 것이 초기단계의 가장 큰 목표였다"며 "희귀질환은 숨어있는 환자들이 진단될 수 있도록 의료진의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끝으로 신 교수는 유전병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희귀질환자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한 해소에도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전했다. 신 교수는 "유전병이라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거나 부담을 느껴 다른 가족들에게 파브리병이란 사실 자체를 얘기하지 못하고 숨기기를 원하는 경우도 많다"며 "이러한 인식으로 진단 이후 치료를 받지 않고 숨어버리는 경우도 있어 유전질환에 대한 교육과 홍보를 통해 사회적 인식이 변화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내는 아직 유전 상담에 대한 부분이 확립돼 있지 않아 체계를 만들기 위해 우리 센터뿐 아니라 관련 학회에서도 노력하고 있다"며 "유전 상담이 적절히 이뤄지고 사회인식이 계속해서 변화한다면 환자들이 떳떳하게 본인을 드러내고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