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손씻기로 충분할까 ○○도 주목해야 2021-07-26 05:45:50
이번 칼럼의 내용은 코로나가 발생했던 초기에 필자가 생각했고, 상식에 기초한 내용이라 당연히 지침에 포함될 것이라고 여겼으나 아직까지도 전혀 활용되지 않고 있어서 이전 칼럼(2021.3.29.)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최근 의미 있는 데이터들이 발표되고 있어 정리해 보고자 한다. 코로나 질환(disease)과 독감과의 차이 중 하나는 소아에서는 잘 발생하지 않고, 발생하더라도 경미하다는 점이다. 사스, 메르스도 유사한 양상, 즉 children-sparing pattern을 보였다. 이런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가설으로서 1) 소아는 그 생활 동선상 코로나 확진자와 마주칠 가능성이 적다, 2) 소아는 선천성 면역이 강하다, 3) 소아 때 접종하는 백신의 비특이적인 보호 효과이다 등등이 있지만,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소아에서의 극히 낮은 위험성과 더불어 필자가 유심하게 본 현상은 연령이 높을수록 위중증율과 사망률이 거의 정비례해 높아진다는 점이었다. 코로나처럼 연령과 위중증률/사망률이 1차 함수적으로 증가하는 다른 질환이 필자는 잘 떠오르지 않는다. 또 고연령의 경우에도 특히 요양원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할 경우 사망률이 극히 높다는 점, 기저질환으로 다른 면역저하 질환보다 당뇨가 현저한 위험인자라는 점 등은 필자에게 뭔가 이 바이러스 질환의 독특한 점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어린이는 쌩쌩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점점 나빠질 수밖에 없고, 요양원에 있으면 더 관리가 안되고, 당뇨가 있으면 더 나빠지는 것, 바로 구강의 건강이었다! 이런 추론은 지극히 상식에 기반한 것이어서 어떤 데이터 기반 근거가 없어도 생각할 수 있고, 또 바로 실생활에 쉽게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어서 전문가 집단에서 당연히 지침이 나올 줄 알았다. 그러나 아무런 얘기가 없었다. 때로는 근거중심의학이 가장 쉬운 접근을 방해할 때가 있다. 결국 구강 건강과 코로나 관련 연구 결과가 나오고 축적되면서 대한치주학회가 드디어 '코로나 시대의 구강건강 관리'에 대한 보도자료를 발표한 것은 코로나가 발생하고 1년 이상이 지난 올해 3월이었다. 그 자료에 따르면 잇몸이 건강한 사람은 코로나 감염증의 사망 가능성이 89%, 중환자실 입원은 72%, 호흡보조기 사용은 78% 감소한다고 돼 있다. 이 정도 효과는 그 어떤 코로나 치료제도 보일 수 없는 엄청난 효과가 아닌가? 그런데 이 보도자료를 본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솔직히 이 정도면 대한치주학회를 비롯한 치과전문의들은 국민 건강에 대해서 직무유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구강 건강이 코로나에 감염됐을 때 중증 합병증을 방지한다는 과학적 근거에 필자가 또 하나의 상식적인 내용을 추가하고자 한다. 사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즉, 구강 건강은 코로나 전파도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코로나에 감염되지 않으려고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을 씻는다. 마스크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입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고, 손을 씻는 이유는 손에 혹시나 묻어 있을 코로나 바이러스를 씻어내기 위해서이다. 즉, 코로나 바이러스는 손을 그저 씻는 물리적 행위로도 감소하거나 없어진다는 얘기이다. 그럼, 이는 구강에도 적용되지 않을까? 코로나 바이러스는 구강과 비강을 통해 사람의 몸에 들어온다. 결막도 가능하지만 당연히 주된 통로는 아니다. 코로나 확진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가장 집중적으로 분포된 곳은 구강의 혀였다. 또 코로나 바이러스의 수용체인 ACE2 수용체는 혀와 함께 치아 사이사이의 잇몸에 분포돼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이를 닦을 때 혀도 쓸어주고, 치아 사이사이의 잇몸도 쓸어준다면 거기에 혹시나 들어와서 붙어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떨궈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전파될 수 있는 바이러스 양도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추가로 샤워할 때는 코도 잘 씻어주도록 하자. 최근 일본의 연구진은 코로나로 인한 뉴노멀 시대 구강관리의 중요성에 대해서 리뷰 논문을 발표했다. 물론 내용은 코로나 시대 구강 관리의 중요성에 대한 것인데, 필자는 내용보다는 제목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그렇다. 언제까지 '앞으로 2주가 고비'의 무한루프를 돌 것인가. 영화 엣지오브투모로우에서 톰크루즈는 그나마 실력이라도 점점 일취월장했는데, 우리나라의 방역 정책은 전혀 진화를 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답은 의외로 쉬운 곳에 있을 수 있다. 마스크, 손씻기에 구강 관리를 추가해 코로나 시대 뉴노멀을 살아가도록 하자. 대한치주학회는 직무유기를 깊이 반성하고 어떻게든 국가 지침에 이 내용이 들어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P.S. 그런데 대한치주학회에서는 구강관리에 치실을 언급했던데, 코로나 감염은 상피세포 손상과도 깊은 관련이 있으니, 치실보다는 구강세정기가 더 낫지 않을까! ※칼럼은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CCTV, 불신과 감시보다는 신뢰와 자정(自淨)의 기회를" 2021-07-19 05:45:50
최근 의료계는 온통 수술장 CCTV 설치 문제에 빠져 있는 듯하다. 의료계 언론은 수술장 CCTV 설치의 불합리성을 설파하는 칼럼과 글 들로 도배가 되어 있고, 수술실 CCTV 설치를 주장하는 정치권과 국민들의 여론 또한 만만치 않다. 의료계의 진료 외적인 문제로, 이렇게 국민적인 관심을 끌었던 적이 언제 또 있었나 싶다. 필자는, 일주일의 반을 수술장에서 지내는 정형외과 의사로서, 이런 사태가 촉발된 것에 다른 것은 일단 차치하고서라도, 우리 의사들에 대한 환자들의 불신이 이렇게까지 커진 것에 대해 먼저 우리 자신을 냉철하게 되돌아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진료를 받고, 수술을 결정하고 수술장에서 만나는 환자분에게, 나는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의사와 환자의 관계에 있어, 나에 대한 무한한 신뢰가 없이는 마취 하에서 이른바, 완전 무장해제된 상태의 자신의 몸을 맡길 수 없는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나 역시 몇 번의 크고 작은 수술을 몸소 경험했던 터라, 환자로서의 그 신뢰의 감정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들과 국민들 입장에서 수술장에 CCTV까지 설치해 가면서 감시의 목소리가 나온다는 것은, 얼마나 크나큰 불신의 경험이 있었기에 그럴까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그 불신의 원인을 우리 의료계가 한번은 짚어 봐야 할 것이다. 환자들이 수술장 CCTV를 통해 감시하고 싶어 하는 것은, 크게 두가지 문제가 아닐까 싶다. 첫째는 본인이 원하는 의사가 수술을 하고 있는지, 둘째는 수술장에서 의료사고와 같은 문제가 될 만한 행위가 없는지일 것이다. 첫번째 사안은 환자나 국민들 뿐만 아니라 의사들도 동의하는 문제일 것이다. 본인이 원하는 의사가 아닌 사람이 수술하는 것, 즉 대리수술이라 함은 명백한 범죄 행위이며, 의료계 내부에서도 단호히 일벌백계로 다스릴 것이다. 이것은 의료계에 자율적인 규제와 징계권를 통해 해결하면 될 일이다. 두번째 사안이 어려운 문제이다. 수술장 내에서 일어나는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함으로써, 환자들이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수술하는 외과의사의 등 뒤에서 감시하며 얻을 수 있는 것이, 신뢰를 바탕으로 최선의 수술로 최선의 결과를 만들고자 하는 것 보다 더 많을 것인가. 물론 이러한 불신의 배경의 시작은 일부 문제가 된 의사들의 탓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CCTV를, 자율이 아닌 의무적으로 모든 수술장에 설치하라는 것은, 방법론적으로도 분명히 과도한 것이다. 이미 의료기관에는 CCTV로 기록할 수 있는 것보다도 더 많은 기록과 증거물들로 가득 차 있다. 의사라는 직업은 기록의 직업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수련의, 전공의 과정을 거치면서 배우고 또 배우는 것은 진료 뿐만이 아니라 모든 것을 기록하는 과정일 것이다. 한 사람의 진료를 위하여 초진기록지부터 시작하여 경과기록지, 수술기록지, 퇴원 요약지 등등 모든 것을 차트에 기록하고, 이러한 기록과 보관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처벌까지 받는다. 특히 수술에 대한 기록은 더욱 그러하다. 만약 이같은 기록들조차 신뢰할 수 없다고 한다면, CCTV를 설치한들 무엇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의사와 환자의 관계는 신뢰로 성립된 관계이다. 환자는 무한한 신뢰를 가지고 자신의 신체를 의사에게 맡김으로서 진료의 시작이 되는 것이고, 의사는 그 신뢰의 바탕위에서 환자를 치유의 과정으로 이끌게 되는 것이다. 의사들 또한, 이런 신뢰를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의료계내의 자율 규제 기능을 확립하여 일부의 일탈된 의사들을 단호히 배제하고, 선량한 의사들을 보호하며 환자와의 신뢰관계를 회복시켜야 할 것이다. 수술장 CCTV를 통한 불신과 감시보다는 의료계에 대한 신뢰와 자정(自淨)의 기회를, 환자와 국민 여러분에게 다시 한번 간구하는 바이다.
[칼럼]확진자 수에 놀아나지 말고 영국을 배우자 2021-07-13 05:45:57
필자가 최근 윔블던 테니스 중계를 보면서 놀랐는데, 로저 페더러가 8강에서 떨어져서가 아니라, 관중들이 전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다닥다닥 붙어서 경기를 보고 있어서였다! 불과 1달 전 프랑스 오픈에서는 관중들이 듬성듬성 앉아 있고,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참고로 둘다 야외경기이다. 심지어 영국은 최근 델타변이가 증가하고 있지만, 7월19일 정부 주도의 봉쇄를 해제하고 자발적인 방역 체제로 들어간다고 선언했다. 보리스 존슨 총리가 '지금이 아니면 돌아갈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을 들으며, '저 분이 저렇게 멋있는 분이었나' 생각했다. 영국은 백신접종률이 올라가면서 확진자 수가 감소하다가, 델타변이가 유행하면서 다시 코로나 확진자 수가 일일 3만명 이상 발생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델타변이종이 우세종으로 확진자의 거의 100%에서 델타변이종이 검출되고 있다. 확진자 수에 근거해서 해석하면 백신 접종이 효과가 없어 보이고, 봉쇄를 다시 강화해야 될 것 같다. 실제 이스라엘은 확진자 수가 늘어나자 봉쇄를 강화했다. 그러나 영국은 달랐다. 확진자 수보다 더 중요한 입원환자 수, 사망자 수에 집중한 것이다. 비록 델타변이 확산으로 확진자 수는 크게 늘었지만, 입원환자 수와 사망자 수는 크게 늘지 않았는데, 최근 입원환자수와 사망자 수는 유사한 확진자 수가 발생했던 지난 1월경에 비하면 1/50 수준이기 때문이다. 즉, 영국은 확진자 수보다 입원환자 수와 사망자 수를 더 중요한 지표로 여기고, 여기에 맞게 정책을 세워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 봉쇄 해제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시위도 한몫 하고 있겠지만. 그럼 델타변이가 확산 중인 영국에서 확진자 수에 비해 입원환자 수와 사망자 수가 낮은 이유는 백신 접종 때문일까? 아니면 델타변이 자체의 특성일까? 영국의 높은 백신 접종율, 특히 노령 인구의 높은 접종율이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델타변이 자체가 바이러스의 독성이 약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추정된다. 왜냐하면 델타변이가 시작된 인도에서 대규모 종교집회와 정치집회를 허용해(이것은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잘못이었다), 우리나라의 신천치 집단감염과는 비교할 수 없이 더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고, 결과적으로 의료시스템이 붕괴됐을 때에도 인도의 확진자 수 대비 사망률은 1% 정도였다. 최근 인도네시아에도 델타변이가 확산돼 의료시스템이 붕괴되고 있는데, 이 곳의 확진자 대비 사망률 또한 2%대이다. 어느 나라든 의료시스템이 붕괴돼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는 사망률이 증가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델타 변이 자체의 치사율이 높다고 추정되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우리가 인도, 인도네시아를 통해 배워야 할 점은 대규모 집단감염을 막아야 한다는 점, 의료시스템이 붕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지, 결코 델타변이 자체에 대한 공포가 아니다. 어떤 상황을 진단할 때 그 상황을 잘 반영할 수 있는 지표를 제대로 선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잘못된 지표를 선정하면 상황 판단을 잘못하게 되고, 혹 그 최종 결과에는 차이가 없더라도 엄청난 비용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런 지표 선정은 임상시험의 유효성 지표를 선정을 할 때도 중요한데 최근 코로나 치료제의 1차 유효성 지표로 RT-PCR 검사의 음전율을 보는 경우가 있었다. 렉키로나주 등 항체치료제들도 그랬고, 최근 피라맥스 2상도 마찬가지였는데 RT-PCR 검사는 민감도와 정확성으로 코로나 진단에는 도움이 되지만, 죽은 바이러스도 검출하는 지나친 민감도로 코로나로부터의 회복을 나타내는 지표로는 매우 부적절하다. 그런데 이 지표의 음전률을 1차 유효성 지표로 설정함으로써 모두 1차 유효성 검증에서 실패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그럼 코로나 바이러스가 각 사람의 건강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가장 잘 반영할 수 있는 지표는 과연 확진자 수일까? 확진 자체가 중대한 임상적 의의를 지닐 때 확진자 수는 적절한 지표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에볼라, 메르스 등과 같이 치사율이 높은 질환은 확진자 수가 그 질환이 미치는 영향을 즉각 나타낸다. 그런데 코로나 바이러스는 치사율이 매우 낮다. 아무도 언급을 안하고 있지만 실제 우리나라의 코로나 확진자 대비 위중증율은 올해 초부터 줄어들기 시작해서 현재까지도 유사하게 150명대 전후를 왔다 갔다 하는 수준이다. 정부는 이를 백신 접종의 효과로 설명했지만, 분명히 언급하건대 이는 백신 접종이 시작되기 전에 일어난 현상이다. 특히 감염에 취약한 동부구치소에서 집단감염으로 천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했지만 사망자는 0.5% 미만으로 매우 낮았다. 이와 같은 현상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감기바이러스 수준으로 약화돼 토착화된 현상으로 추정된다. 델타 변이가 늘어나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위중증 환자는 늘어나고 있지 않다. 물론 위중중환자가 늘지 않으니 사망자 또한 적다. 심지어 그 위중증 환자, 사망자들이 코로나 때문인지 기저질환 때문인지도 알 수 없고 말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확진자 수에 놀아날 것이 아니라, 좀 더 면밀한 분석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확진자의 연령분포, 무증상/경증/중등증/증증 등 말이다. 그저 확진자에 근거해 방역을 하면 코로나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전국의 음압병실은 남아 돌고, 무증상 확진자들을 수용하는 생활치료센터만 미어터지게 생겼다. 이렇게 치사율이 낮은 질환에 대해서 날마다 수만명(곧 수십만명이 될 듯)이 검사를 하고, 확진자 수를 발표하고, 접촉자를 격리하고, 생활패턴을 봉쇄하는데 국가 예산의 수십조(수백조?)를 쓰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정부는 초반에는 전문가 의견을 듣기 위해 코로나 중앙임상위원회를 만드는 듯했으나, 언제부터인가 중앙임상위원회의 의견은 정부 정책에서 사라졌다. 이는 정부가 전문가 위원회를 자기 입맛에 맞으면 활용하고, 그렇지 않으면 팽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정부는 이런 저급한 태도를 버리고 전문가 위원회의 의견을 적극 경청해 공포에 기초한 방역이 아니라 과학에 기초한 방역, 장기적인 안목의 방역을 해야 할 것이다. ※칼럼은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의료법 '직접진찰' 의미와 '전화진료' 적법 요건 2021-07-12 05:45:50
의료법은 환자를 직접 진찰한 의료인이 아니면 처방전 등을 작성하여 환자에게 교부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직접 진찰’의 의미가 무엇인가 문제된다. 구체적으로 ‘직접 진찰’은 의료인이 의료기관 내에서 환자를 대면하여 진료하는 ‘대면 진찰’을 의미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여기서 더 나아가 환자가 자기 집 등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 있는 경우, 의료인이 전화 통화로 환자를 진찰하고 처방전을 발급해 주는 것이 적법한 것인지 문제된다. 이와 관련하여 헌법재판소는 2012년도에 의료법 제17조가 규정하고 있는 ‘직접 진찰’의 의미는 대면 진찰 외에는 달리 해석될 여지가 없다고 결정한 바 있다. 즉 전화통화에 의한 진찰은 진료의무를 성실히 이행한 것이라고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보아 의료법 제17조의 직접 진찰은 대면 진찰만을 의미한다고 결정하였다. 그런데 대법원은 그 무렵인 2013년도에 위 헌법재판소결정과는 전혀 다른 판결을 선고한 바 있다. 해당 사건은 의료인 A씨가 총 670여회에 걸쳐 전화 통화로 환자를 진찰한 후 처방전을 작성하고, 환자가 위임한 약사에게 처방전을 교부한 사건이었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의료법 제17조의 ‘직접 진찰’의 의미는 의사가 스스로 진찰을 하지 않고 처방전을 발급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일 뿐이지 ‘대면 진찰’을 하지 않고 처방전을 발급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이 아니라면서 당해 의료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이와 같은 대법원판결의 내용대로라면 의료인의 전화 진찰 시대가 열린 것이었다. 이와 비교하여 행정해석인 법제처의 유권해석은 원격의료 요건에 해당하지 않으면 반드시 대면 진찰을 해야 한다고 보았다. 즉 환자의 진찰은 원내에서 환자를 대면하여 하는 대면 진찰과 원외에서 진행하는 원격의료로 나뉘는데, 전화 진찰은 원외에서 이루어지는 진찰이므로 원격의료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는 한 위법하다고 해석을 하였다. 이러한 혼란 속에 최근 대법원은 ‘직접 진찰’에 관한 종전의 입장을 변경하여 최소한 사전에 대면 진찰이 한 번이라도 이루어진 경우에 한하여 전화 진찰을 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하였다. 아마도 전화 진찰을 무한정 허용할 경우 발생할지 모르는 폐단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대법원 판결은 종전의 자신의 판단을 변경한 것으로, 종전의 입장에서 후퇴한 입장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법령해석의 전권은 사법부에 있다. 그리고 행정부의 최고의 권위 있는 해석은 법제처 유권해석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행정부의 해석과 사법부의 해석이 일치하지 않고, 나아가 사법부 내에서도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해석이 일치하지 않으며, 심지어는 대법원이 전원합의체의 형식조차 아닌 판결로 자신의 판단도 쉽사리 바꾸고 있는 형국이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일선 병원에서 과연 어느 장단에 맞추어야 할지 고민하고 혼란스러워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지금이라도 일관된 행정을 위하여 법령해석의 일치가 이루어져야 하고, 법령 자체가 불분명하고 모호하다면 입법을 통해 재정비함으로써 일선 의료기관의 혼란을 해결해 주어야 할 것이다. 직접 진찰의 논의는 전화 진찰이 의료법 위반인지 여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화 진찰을 할 경우 해당 진찰료 등을 건강보험법령상 적법하게 청구하여 지급받을 수 있는지 여부의 논의까지 이어지는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기에 법적 안정성을 줄 수 있도록 일관되고 신뢰 있는 판단이 정립되길 기대한다.
[칼럼]비급여 진료비 공개와 관련한 몇 가지 쟁점 2021-07-08 05:45:54
2021년 6월 30일부터 의료기관의 장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비급여 진료비용 및 제45조제2항에 따른 제증명수수료의 항목, 기준, 금액 및 진료내역 등에 관한 사항을 보건복지부장관에게 보고하여야 한다. 2020. 12. 29. 일부개정된 의료법(법률 제17787호)의 제·개정이유에서는, “현행법에서는 의료기관으로 하여금 비급여 진료비용과 제증명수수료 비용을 환자에게 알리도록 의무화하고, 보건복지부장관은 관련 현황을 조사ㆍ분석하여 그 결과를 공개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으나, 일부 의료기관에서 환자에게 비급여 진료를 받을 것을 사실상 강요하여 환자에게 과도한 진료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 이에 대한 감독이 필요한 상황인바, 의료기관 개설자가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항목, 기준 및 진료내역 등에 관한 사항을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정기적으로 보고하도록 하려는 것임.”을 비급여진료비 보고의무의 도입 이유로 밝히고 있다. 보고 방식과 빈도, 항목 등은 보건복지부고시 제2021-100호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공개에 관한 기준’ 에 자세히 기술되어 있으니 확인 후 놓치지 않도록 하자. 실무에서 문제가 되는 것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비급여진료비 확인 서비스를 이용하면 환자는 비급여진료비 확인 신청서를 작성하여 그 적정여부를 판단 받을 수 있다. 진료평가심사위원회에서 비적정한 비급여진료비로 확인되면 병원에 환불 의무까지 발생한다. 이처럼 이미 환자에 대한 보호장치가 존재하는바, 개정법을 통해 과도한 진료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사례를 감독하려 한다는 입법 취지에는 쉽게 공감되지는 않는다.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 급여화 등으로 정의할 수 있는 현 정권의 정책 방향을 유지하기 위해 전국 의료기관의 비급여 수가 정보를 데이터화하고 각 의료기관의 매출과 수익을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었다는 말이 차라리 솔직하지 싶다. 그렇다면 향후 어떤 것들이 문제가 될 수 있을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쟁점은 비급여비용 책정의 적정성에 관한 공식·비공식적 평가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비급여진료비용은 각 의료기관이 정하기 나름이고, 여기에 국가 또는 기타 감독기관이 관여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므로, 지금까지는 특정 병원이 비싸다는 생각이 들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방법이 딱히 없었다. 일례로, 필자가 현재 진행 중인 소송에서 보험사는 “특정 병원의 비급여진료비용이 높다는 점”, “그것이 환자의 실손의료보험금 청구로 이어지며 보험사가 손해를 보고 있다는 점”을 하나의 쟁점으로 삼으며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였는데, 현재는 그 근거로 “병원급” 의료기관의 평균 수가만을 데이터로 제시하고 있다. 병원급 의료기관의 비급여진료비 데이터만 공개되기 때문에, 그 데이터를 제시하며 타겟 의료기관이 “비싸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발상 자체도 어이없지만, 병원급 의료기관의 수가와 개원가의 수가를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하긴 어렵다는 논리로 반박이 가능했다. 하지만 향후 의원급 의료기관까지 비급여진료비 데이터가 전부 공개된다면, “당신이 운영하는 의원만 왜 이렇게 비싸?”, “같은 지역에 있는 의원 중 유독 비싼데?” 라는 공격과 함께 구체적인 데이터가 제시될 것이고, 사실상 비급여진료비를 통제, 하향 평준화하는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더 좋은 시설에서 더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최신 의료장비로 시술을 하더라도, 선동에 능한 전문가들의 작업이 이루어지면 그냥 “비싼 병원”으로 공개되고 낙인찍힐 것이다. 정보의 수집과 가공, 공개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평균의 함정 기타 통계의 오류가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최근 이루어지고 있는 ‘이식형결찰사를 이용한 전립선결찰술’의 적응증 나이 제한과 관련한 보험사와 의료기관과의 분쟁을 보더라도, 보험사들은 젊은 환자에게 지급한 보험금을 의사가 배상하라는 논리를 펼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타켓 의료기관의 ‘비급여진료비가 비싸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문제 삼고 있다.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보험금 청구 데이터의 평균값과 비교했을 때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이런 논란은 베나실(하지정맥류), 백내장, 도수치료 등의 영역에서도 꾸준히 문제되고 있다. 각 시술별로 의원급 의료기관의 평균 진료비, 최고 진료비 등이 낱낱이 공개되면 이런 공격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다만 위와 같은 논란은 사실 전면 급여화라는 큰 흐름에 있어서는 사소한 문제일 수도 있다. 많은 의료인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도 자신이 주로 시행하고 있는 비급여항목이 급여로 전환되는 문제일 것이다. 수집한 비급여진료비용 데이터가 향후 어떻게 활용될 것인지, 그 다양한 가능성을 모두 예측할 수는 없지만 급여화 과정에서 의료계에 불리한 자료로 사용되리라는 점은 꽤나 명확해 보인다. 급여화 과정에서 발생한 잡음의 예로 ‘눈 초음파 및 계측검사’를 들 수 있겠다. 검사비가 급여화 되면서 개원가의 의료기관들은 궁여지책으로 다초점렌즈 비용을 상향 조정하였는데, 일각에선 이를 두고 ‘불법행위’라고 지적하고 있다. “검사비가 급여화 되면서 병원의 수익이 줄어들었으므로,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해 다른 비급여진료비용을 상향 조정했다.” 라고 항변하고 있지만, 렌즈값을 올린 안과 의사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하다. 만약 의원급 의료기관의 비급여진료비가 전부 공개된다면, 가격을 변경한 의료기관, 그렇지 않은 의료기관을 비교하며 더 큰 잡음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비급여진료비의 보고·공개는 다양한 부수적 쟁점으로 연결될 수 있다. 의원급 의료기관의 보고의무는 2021. 6. 30.부터 시행되지만, 그 공개는 9. 26. 부터로 예정되어 있다. 다만, 공개 일정은 변경 가능성이 있어보인다. 많은 파장이 예상되지만, 정부의 정책 방향은 이미 예전부터 예견되어 있었으므로, 개정법과 고시의 내용을 면밀히 체크하여 향후 불이익을 입는 일이 없도록 하자.
수술실 CCTV, 규제와 억압으로 해결하려면 안돼 2021-07-05 05:45:50
필자는 2021년 6월 19일 KBS 1TV 방송국에서 열린 '[생방송 심야토론] 6월 국회, 수술실 CCTV 어떻게 되나?'에 대한의사협회를 대표하여 출연 예정인 임원께 수술실에 CCTV가 설치되어 있다고 하여 집도의가 시행하는 수술이 위축되거나 방해를 받는다는 발언을 하면 안 된다는 뜻을 전했다. 이는 녹화가 되는 카메라 앞에서는 누구나 떨리고 실수를 할 수 있지만, 집도의가 CCTV 설치가 되어 있다고 하여 환자의 생사가 걸린 전쟁터 같은 수술실에서 수술에 집중을 못 한다는 것은 생명을 맡긴 국민이 이해를 못 할 것이라는 이유였다. 더구나 수술실 내 CCTV 설치에 반대하는 의사들을 매도하는 상황에서는 논란의 본질이 흐려질 수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수술하는 의사 누구도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으며 CCTV로 감시하는 수술실에서 수술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작금의 수술실 CCTV 논란은 의사에 대한 신뢰와 환자의 인권 보호가 더 핵심임에도 정치 논리에 묻히고 있다. 의료에서는 환자와 의사의 신뢰가 중요할 뿐 아니라 치료 결과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전 세계 어느 국가에서도 수술실 내의 CCTV 설치를 법으로 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는 이 법안 통과를 밀어붙이기 위해 국민과 의사의 신뢰 관계를 파괴하고, 수술실을 음습한 범죄의 현장으로 만들고, 의사는 잠재적 범죄자라고 낙인을 찍어버렸다. 최고의 의료시스템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에서 의사는 감시의 대상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6월 28일 정책참여 플랫폼인 국민생각함을 통해 수술실 내 CCTV 설치에 대한 의견을 조사한 결과 참여자 1만 3900여 명 가운데 97.9%가 법률로 CCTV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수술실 내 CCTV 설치를 찬성하는 주된 이유로는 의료사고 시 입증 책임을 명확하게 하고 불법행위를 감시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 꼽혔고, 안전하게 수술받을 환자의 권리 보장, 의료진 간 폭언·폭행 예방 등 이유로 들었다. 한국소비자단체연합은 입장문을 통해 수술실 내 CCTV 의무화는 의사가 아닌 무자격자의 대리수술과 의료사고와 같은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로부터 수술실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고, 의료 소비자를 보호하고 최소한의 알 권리 확보하는 중요한 사안이라고 했다. 수술실의 CCTV로 인한 환자의 인권 침해의 문제를 명확히 알리지 않고 여론조사가 진행된 것이라 여겨지지만, 이렇듯 의사에 대한 국민감정이 악화되어 있음에 의사의 한 사람으로서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중앙일보 hot poll에서 실시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CCTV가 설치되면 대리수술이나 성범죄, 의료사고 은폐를 예방할 수 있다는 논리와 과도한 의료감시여서 의사가 위축돼 환자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다는 주장이 맞섭니다. 수술실 CCTV 설치에 대한 의견은"의 설문 조사에서는 2021년 6월 28일부터 7월 3일까지 3만2,653명 참여했고, 설치해야 한다 48%(15,747명), 설치할 필요 없다 49%(16,039명), 모르겠다 3%(867명)으로 나왔다. 국가적 재난 상황의 전염성 질환이 발생하면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가장 먼저 현장으로 달려가는 의료진이지만 이번 CCTV 의무화로 인한 논란이 가열되면서 의사들의 사기는 떨어졌고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환자와의 신뢰가 파괴된 순간 의사로서의 역할은 한계를 나타내게 된다. 그리고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드라마의 의사들처럼 집도의를 꿈꾸는 젊은 의사들이 논란을 보며 포기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현재도 열악한 의료 환경에서 필수의료가 겨우 버티고 있는데, CCTV 설치 법안과 같은 무리한 규제는 외과 계열 전공 기피 현상이 더 심화될 것이고, 수련 기관 병원에서 충분한 수련의 기회를 제공받지 못함으로 인해 숙련된 외과 의사들이 부족하게 될 것이다. 수술실 CCTV 설치 강제화로 의료계에서 일어난 특별한 일탈의 사례를 막는다는 명분은 타당하지도 않다. 범법행위는 현재의 법으로 충분히 제재를 가할 수 있다.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고를 CCTV로 해결할 수 있다면 성범죄나 사회 문제가 일어났던 집무실 등 대한민국의 모든 공간에 CCTV를 설치해야 한다. 입법을 밀어붙이는 국회의원이나 토론회에서 설치 의무화를 주장하는 분들에게 한 번이라도 수술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본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입법을 추진하는 국회의원께서는 TV 방송에서의 수술 장면이 아닌 환자가 수술실에 들어와서 나갈 때까지의 전 장면을 단 한 번만이라도 관찰하기를 바란다. 수술을 받는 경우 수술포가 씌워지기 전까지는 수술 침대 위에서 전신이 노출되는 경우가 많고, 특히 산부인과, 비뇨기과, 유방이나 항문 외과 수술 같은 경우는 특성상 수술 부위 소독 및 수술 과정에서 민망한 자세가 노출된다. 수술실 CCTV 촬영이 되는 경우 그 영상자료를 하는 관리하는 직원이 볼 수 있고, 시스템에 접속할 수 있는 범죄자에 의해 불법 영상 유출이 될 수도 있다. 정부 기관도 해킹이 되는데 사설 기관인 병원 네트워크 보안 취약성을 노린 악성 해커들의 표적이 될 가능성도 있다. 수술실 영상 녹화가 된 순간부터 이미 부작용이 예견된다. 외과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나 의료사고 가해자로 취급하고 있는 CCTV 설치 논란은 의사의 자존감을 떨어뜨릴 것이며, 수술을 보조하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인권도 심각히 침해할 것이다. 그리고 의료진을 감시 아래 두겠다는 여론전이 의사와 환자의 신뢰관계를 더욱 심각하게 해치고 있음을 경고한다. 이는 환자 의사 그 누구에게도 득이 될 것이 없다. 수술실 내 CCTV 설치는 국민의 건강권 보호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으며 일부의 일탈을 확대 해석한 소모적이고 과도한 규제일 뿐이다. 모든 문제를 감시와 억압 그리고 수많은 규제 일변도 입법만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왜곡된 생각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이제는 환자와 의사 간의 신뢰를 잃어 더 이상 돌이키기 어려워지기 전에 본 논란을 멈출 때이다.
공공의료 없는 서울대병원…정체성이 의심된다 2021-07-05 05:45:50
필자가 재미있게 본 의학드라마가 몇 개 있는데, 국내 드라마로서 '낭만닥터 김사부'가 있고', 미드로서 'ER', 최근 보고 있는 '뉴암스테르담'(넷플릭스는 빨리 시즌 3를 올리기 바란다)이 있다. 김사부가 일하는 돌담병원, ER의 배경이 되는 시카고 카운티 병원, 뉴암스테르담 병원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공공의료기관이라는 점이다. 즉, 정부나 지방자체단체가 공공보건의료의 제공을 목적으로 설립, 운영하는 의료기관이다. 서울대병원은 국립대병원으로서 공공의료기관에 속한다. 그런데 공공의료기관의 정의는 위와 같이 법에 명시돼 있지만 그 역할과 책임은 모호하다. 특히 우리나라 의료가 민간의료 중심으로 발달하게 되면서, 공공의료의 역할에 대해서 전문가들의 견해도 다양하다. 그래서 공공의료 강화를 늘 논의하지만 의견이 모아지지 않고, 말짱 도루묵인 경우가 많다. 이렇게 공공의료가 길을 잃은 데에는 공공의료의 구심점, 즉 공공의료의 거버넌스 역할을 하는 핵심 병원이 없기 때문인데, 이에는 서울대병원의 책임이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정체성은 매우 추상적인 단어같이 들리지만 정체성만큼 어떤 개인, 어떤 조직을 규정할 수 있는 단어는 없다. 예를 들어 식약처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에서 식품과 의약품(의료기기)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조직이다. 그런데 필자가 식약처에서 일해보니 이런 정체성을 가진 사람을 만나보지 못했다. 소위 조직의 수장이요 고위직에 있는 사람들조차 말이다. 오히려 식약처는 (제약)산업발전의 초석이 되고자 하는 정체성이 더 강한데, 본연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더 나은 새로운 정체성을 획득한 것일까? 그렇다면 그나마 낫겠지만, 실상은 제약산업의 발전에 가장 저해가 되고 있는 조직도 식약처이다. 최근 보도된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장의 인터뷰를 살펴보면 그 어디에도 안전이라는 단어가 없다. 식약처가 그렇게 간절히 확보하기 원하는 소위 전문성은 외주가 가능하지만, 안전은 외주가 불가능한데도 말이다. 서울대병원은 어떠한가? 요즘 보면 정체성을 상실한 식약처나 별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공공의료기관으로서의 정체성은 거의 완전히 사라진 것 같다. 서울대병원이 서울아산병원이나 삼성의료원 등의 민간의료기관과 다른 점이 뭔지 잘 모르겠다. 그나마 이런 민간의료기관과의 차별점이 의대 교육과 전공의 트레이닝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래서 필자는 의대 시절 환자들의 문진, 이학적 검사 등을 비교적 다양하게 직접 경험해 볼 수 있었고, 인턴 시절에는 수술실에서 fascia tie도 해보고, 응급실 진료도 볼 수 있었다. 민간의료기관도 의대 운영과 대부분 관련돼 있지만, 혹시나 있을 환자들의 민원 때문에 교육병원으로서의 역할은 우선 순위에서 밀리게 된다. 그런 면에서 서울대병원의 교육과 전공의 트레이닝의 질이 높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 서울대병원은 의료법상 불법의 소지가 있는 임상전담간호사 제도를 노골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때 필자는 '서울대병원이 왜 이럴까?' 심히 우려됐다. 서울대병원은 그저 자기 병원의 인력 관리 효율성만 생각해서는 안되는 조직이었기 때문이다. 또 임상전담간호사 제도의 운영은 의대교육과 전공의 트레이닝의 질을 저하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그나마 마지막으로 가지고 있었던 공공의료기관의 역할, 즉 양질의 의사를 훈련해 사회에 배출하는 역할마저 포기한 것인가? 또 서울대병원은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등의 전염병 위기 상황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의학적 근거에 기초해 적절한 대응과 사회적 합의를 주도했다. 이는 서울대병원이 공공의료기관으로서 최고의 학문적 위치에 있기 때문이며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 대응에 있어서 서울대병원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물론 개별 교수들이 질병관리청의 자문을 하고, 여러 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겠지만, 정부 기관인 질병관리청이 하기 어려운 어떤 사회적 합의를 위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오히려 코로나 중앙임상위원장이신 오명돈 교수님은 최근 인터뷰에서 결국 코로나 바이러스는 토착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 이에 대한 전문가 논의 및 사회적 합의가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토로하셨다. 이는 오명돈 교수님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며, 서울대병원이 공공의료기관으로서 해야 할 역할이며 책임이다. 도리어 최근 서울대병원이 운영하는 유튜브에는 '코로나19 백신 부작용, 벼락 맞아 죽을 확률보다 낮다?!'라는 영상이 올라왔다. 그 제목을 보면서 필자는 '서울대병원이 아주 맛이 갔구나' 생각했다. 백신 부작용으로 고통하는 환자들을 생각하면, 그 빈도가 아무리 낮더라도 의사로서 안타깝게 여기고 도울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마땅하지, 벼락 맞아 죽을 확률보다는 낮다라고 얘기하는 것은 도대체!!! 우리나라의 의료 수준은 세계적이다. 여기에는 서울대병원이 조금 기여했다고 본다. 그러나 공공의료의 수준은 글쎄다. 여기에는 서울대병원의 책임이 상당히 크다고 생각한다. 서울대병원이 지나치게 민간의료기관과 유사한 길을 걸으면서, 리더 없는 공공의료는 길을 잃게 된 것이다. 그런데 서울대병원이 공공의료기관으로서의 정체성을 회복할 수 있을지도 의구심이 든다. 어쩌면 서울대병원은 공공의료기관으로서 넘지 말아야 할 선들을 이미 너무 많이 넘은 것 같기 때문이다. 최근 뉴스를 보면 서울대병원은 열심히 기업들과 MOU를 맺고 있는데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또 이 병원의 수장들이 과연 공공의료기관장으로서의 정체성이 있는 분들인지도 의심스럽고, 앞으로도 별로 신뢰가 안간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필자는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면서 '안전'이라는 정체성을 잃은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을 해체하고 제3의 기관을 만들라고 요청했었다. 그렇다면 공공의료기관의 정체성을 잃은 서울대병원은 차라리 그냥 갈길 가도록 두고, IRB를 잘 운영하는 듯한 서울아산병원이나 아니면 이국종 교수님이 있는 아주의료원을 공공의료기관의 거버넌스 기관으로 세워보면 어떨까? 국립의료원은 아직 거버넌스 기관이 되기에는 조금 약해 보이니 말이다. 참고로 필자는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에서 인턴과 전공의 수련을 받았음을 밝혀둔다. ※칼럼은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창간칼럼]전공의 파업 1년, 어떻게 볼 것인가? 2021-06-28 05:45:50
2020년 8월 초부터 9월 초까지 대한의사협회는 '독단적인 의료 4대악 철폐를 위한 대정부 요구사항'을 기치로 전 의료인들이 동참하는 파업 사태를 촉구한 바 있다. 실질적인 파업의 주축은 의대생과 전공의였으며 막강한 파급 효과는 전공의 파업에서 비롯됐다. 대학병원은 파업 전후로 약 3주 정도 엄청난 진료 공백이 생겼으며 이로 인해 암환자 수술, 응급외상환자 수술 등에서 불가피하게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었다. 엄청난 일이 벌어졌었음에도 불구하고 파업이 종료된 후 파업 사태를 야기한 근본적인 원인 분석 그리고 후속 조치가 일체 없었다는 것도 참 아이러니 한 일이라 하겠다. 마치 폭풍우와 비바람이 몰아친 뒤 맑은 날씨에 방금 전 날씨가 기억이 안 나는 것처럼 그랬다. 전공의 파업의 주요 이슈는 정부의 공공의대 설립과 의대 정원 증원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이슈는 어떻게 되었을까? 영원히 덮인 것일까? 아니면 잠시 묻어둔 것일까? 공공의대 설립은 무엇이 문제고 의대 정원 증설은 왜 반대해야 하는 것일까? 아무런 결론도 없다. 그냥 논의하지 않기로만 한 것이다. 이런 결과 치고는 파업의 대가는 심각하다. 우선 의대생들의 경우 졸업반은 그야말로 우여곡절 끝에 2021년에 무사히 의사가 될 수 있었다. 전공의들이 병원 복귀를 하면서 낙동강 오리알처럼 방치된 결과다. 병원의 타격도 매우 심각했다. 경제적인 손실만 해도 엄청났다. 그러나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그냥 마치 그런 일이 있었나? 하는 정도로 지나갔다. 국민도 의료계도 정부도 그냥 아무렇지 않은가보다. 대한민국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의사 수는 적정한가? 아니면 부족하거나 과할까? 의사단체의 의대 정원 증원 반대 주장을 본다면 부족하지 않다는 것인데, 실상 병원 계는 의사 인력이 부족해서 아우성이다. 지방은 더욱더 심각하다. 일각에서는 충분한 보상을 하면 병원계가 필요로 하는 의사 인력 구할 수 있다고 하지만 저 수가 하에서 운영하는 병원의 실상은 쉽지 않은 일이다. 보상의 문제가 아니라도 그렇다. 누구 말이 옳을까? 이 문제를 고민하기에 앞 서 우선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우리 의료 시스템이 적정한가의 문제일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의료 시스템은 적절하다는 전제 아래 인력의 적절성 여부를 따져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본다면 단연코 한 마디로 엉망이다. 다들 알다시피 대한민국은 OECD 평균의 두 배가 훨씬 넘는 병상수와 재원 기간을 갖고 있다. 만일 OECD 평균과 비슷한 병상 수와 재원 기간을 유지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현재의 의사 수가 적절할 수 있을 것이다. 당장 대형병원의 병상 수가 절반씩 줄어든다고 생각해보자. 그렇다면 현재의 의사, 간호사 인력이면 문제없이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이론적으로는 그런데 실제는 OECD 평균의 두 배의 병상수를 유지해야 하니, 게다가 전공의 근무 시간은 느닷없이 주 72시간으로 기존의 근무시간 대비 반 토막이 났으니 의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은 당연한 것이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다. 아이가 용돈이 부족하다고 하소연하면 용돈을 적절하게 쓰는지부터 살피는 것이 상식일 것이다. 아이가 돈을 함부로 쓰고 있다고 하면 교육을 시킬 문제지 씀씀이에 맞춰서 용돈을 주지는 않지 않는가? 있기나 한 것인지 싶은 무용지물의 의료 전달체계(?) 덕분에 수도권 집중과 과도한 재원 기간 등을 안고 있는 대형병원 이용률이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이 상황에 맞춰서 의료 인력의 수급을 논의하고 있으니 이게 상식적이냐 이 말이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이 될 것이다. 한편 잘못된 정책에 대한 대응책으로 의료기관을 마비시키는 방식, 그것도 전공의 파업에 의존하는 이러한 방식은 그야말로 최후의 최후에 선택해야 하는 것 아닐까? 배움의 과정에 있는 전공의들과 학생들의 희생을 담보로 하는 투쟁 방식, 과연 올바른 방식일까? '그래도 의사는 환자 곁을 지켜야지'라고 주장하는 꼰대 같은 주장을 하는 원로 의사도 없다. 아니 원로들도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나서 파업 투쟁에 동참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했다. 물론 당시에도 필수 분야는 잔류했었고 전공의들 또한 많은 고민이 있었다. 그러나 너무도 쉽게 전공의 파업이 결정되고 독려되었다는 것이다. 누구에 의해? 선배들에 의해. 왜 교육 과정의 후배들에게 이 모든 짐을 지우는가? 정말 중요한 일이라면 선배들이 나서야 할 일 아니던가? 개원가가 파업하면 파급 효과가 적다고? 그러니 파급 효과가 강한 전공의들이 나설 수밖에 없다고? 석연치 않다. 국민들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국시를 봐야하는 졸업반 학생들에 대한 국민들의 의견을 보면 알 수 있다. 엄청난 혼란과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치뤘던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향후에는 어찌할지에 대한 담론이 없다. 그저 또 그렇게 지나갔다. 대한민국 의료는 정상인가? 여기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칼럼]전문가가 본 리아백스 임상…"허가 가능성 없어" 2021-06-21 05:45:50
최근 리아백스주가 임상3상에서 성공했고, 그 결과를 미국종양학회인 ASCO에 발표했으며 조만간 정식 허가를 신청할 것이라고 보도됐다. 주가는 일시적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가 다시 떨어졌다. 말기 췌장암 환자에서 리아백스주 병합요법이 기존 요법 대비 무려 3.8개월이나 생존기간을 연장시킨다는 결과다. 이렇게 놀라운 결과가 왜 어떤 해외 뉴스에도 보도되지 않고, 국내 어떤 췌장암 전문가도 반기는 언급이 없을까? 그 이유는 그 어떤 췌장암 전문가도 이 임상시험 결과를 보고 리아백스주가 췌장암에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 왜 리아백스주가 허가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지, ASCO에서 발표한 임상3상 결과를 살펴보자. ASCO 발표 포스터 자료에 따르면 이 임상시험은 혈중 이오탁신이 높은 췌장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리아백스주 병합 요법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하기 위해서 시행됐다. 그런데 임상시험 디자인부터 매우 심각한 결함을 가지고 있다. 이오탁신 수치에 따른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이오탁신 수치에 따라 층화(biomarker-stratification)를 하는 디자인으로 시행돼야 했다. 그런데 이 임상시험은 시험군에는 이오탁신 수치가 높은 환자들이 배정되고, 대조군에는 이오탁신 수치가 높거나 낮은 환자들이 섞여 있는 이해할 수 없는 디자인으로 시행됐다. 즉, 전혀 임상시험의 목적을 구현할 수 없는 디자인으로 임상시험이 진행됐고, 그래서 연구자들도 이오탁신의 역할이 불분명하며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황당한 결론을 낸 것이다. 그런데 식약처는 이 약에 대해 조건부 허가를 준 것도 심각하지만, 조건부 허가 후속 임상시험에 대해서 임상시험 디자인의 적절성도 확인하지 않고 승인한 것인가? 결국 이 임상시험은 이오탁신 수치와는 상관없이 리아백스주 병합요법의 효과를 평가한 것이나 다를 바 없는데, 이는 과거 영국에서 약 1,000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임상3상 디자인과 거의 같은 것이다. 대규모 3상에서 실패한 임상시험과 유사한 디자인으로 왜 한국에서 다시 임상시험을 했을까? 그저 막연히 1,000명을 대상으로는 실패했지만 148명을 대상으로 요행을 바란 것인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는 실패했는데 148명을 대상으로 한 유사한 임상시험에서는 성공했다고 하면 어떤 전문가가 그 결과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 그나마 영국 임상시험과 한국 임상시험에서 동일한 결과는 두가지 임상시험 모두에서 리아백스 투여군과 대조군 사이 환자의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에 차이가 없었다는 점이다. 즉, 리아백스주는 환자의 삶의 질도 유의하게 향상시키지 못했다는 점이 그나마 일관성 있는 데이터였고, 이는 의미가 있을 것이다. 또 가장 심각하게 보이는 점은 이 임상시험에서 1차 유효성 지표인 생존기간에 대한 통계 분석을 Copula 기법을 사용했다는 점이다(이 점은 필자가 메디칼타임즈 기자에게도 언급해 몇 번 기사화된 바 있다). Copula 기법으로 생존기간을 비교할 수는 있지만 여러 문제가 있어서 실제 임상3상, 즉 허가를 위한 임상시험에서는 사용되지 않는 통계기법이다. 임상3상의 통계는 결과를 분석하기 전 통계 계획, 즉 SAP(statistical analysis plan)를 세워야 하며, 결과가 나온 이후 통계 방법을 바꾸어서는 안된다. 이는 임상3상에서 불문율과도 같다. 왜냐하면 통계라는 것이 이렇게 저렇게 방법을 바꾸다 보면 얻어 걸리는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가장 타당한 통계 기법을 사전에 결정해 두는 것이다. 그런데, 허가를 염두에 둔 임상3상의 SAP(statistical analysis plan)에 Copula를 명시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일반적으로 항암제의 생존기간 평가에는 Cox model을 사용한 stratified log-rank test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3상의 1차 유효성 평가를 미리 계획되지 않은 통계 기법으로 분석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 이는 윤리적으로 매우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연구진 또는 회사는 항암제 생존 기간의 일반적인 통계 기법, 즉 Cox model을 사용한 분석 결과를 함께 제시해야 할 것이다. 리아백스주의 조건부 허가에는 많은 문제가 있었다. 필자도 식약처에서 일하면서 이 허가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발견하고, 허가를 취소하라고 식약처 고위 공무원들에게 메일을 보낸 바 있다(물론 답장은 없었다). 필자가 국정감사에서도 언급했지만 식약처의 가장 무능한 연구관조차도 리아백스주 허가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을 정도이고, 심지어 허가보고서조차 없다는 것은 그 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낸다. 한 언론사는 리아백스주 조건부 허가의 문제점에 대해서 집중 탐사 보도를 했는데, 관련 담당 공무원의 교체, 리아백스주 관련 회사로의 이직 등 의심스러운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결국 작년 국정감사에서도 문제가 됐고, 경찰이 이 건을 수사 중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필요한 소식은 연구자들조차 의구심을 표현하는 ASCO 발표 소식이라든지 일말의 가능성도 없는 허가 신청 소식이 아니라 경찰 수사 결과 발표 소식이다! ※칼럼은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자율정화특별위원회(自律淨化特別委員會) 2021-06-21 05:45:50
대한의사협회에는 독립기구인 윤리위원회와 집행부 산하 전문가평가위원회가 있다. 이와는 별도로 집행부가 새롭게 자율정화특별위원회를 신설하려고 추진하고 있다. 이들 위원회의 설치 목적은 의사의 직업 수행에 따른 비윤리적, 비도덕적. 반 학문적, 반 환자 의료 행위에 대한 검증, 평가 그리고 결과에 따른 조치까지 광범위한 역할 수행에 있다. 위원회가 다수로 존재하는 까닭이 의사 단체 내부적으로 회원의 징계나 제재에 소홀하다는 비판을 비껴가기 위해 관련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늘렸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의사협회가 시도의사회장단 회의에서 각 시도의사회의 참여를 요청하여 구성할 예정인 자율정화특별위원회도 위에서 제기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수단의 범주를 벗어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회원에 대한 징계권이 보건복지부장관에 있는 상황에서 자율 징계가 법적인 구속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보건복지부나 사법부가 이런 의사회 내부 조치를 용인하지 않아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결과를 만들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지속해서 정부에게 회원에 대한 징계 권한을 의사협회에 넘겨 달라고 요청했지만, 징계권의 남용을 우려하고 스스로 정화하려는 노력과 의지가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권한 이양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어 반복적인 문제 발생에 대응하는 의사협회의 대처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의사협회와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회원 징계권의 이양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또한, 의사협회도 징계권의 인수에 대비하여 철저하게 권한이 남용되지 않도록 경계하고 징계 대상이 되는 회원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징계 권한을 실질적으로 행사하여 국민과 정부의 불신을 해소하고 의사협회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의사협회가 회원을 징계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징계의 칼을 빼 들어 용단을 내려야 하는 이유는 일부 회원의 파렴치한 범죄로 국민의 분노가 들끓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을 단죄하여 국민에 대한 의사의 신뢰를 회복하고 올바른 윤리를 바탕으로 환자 진료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해야 할 시점이다. 반복적인 위원회의 설치가 능사는 아니지만, 새로 출범하는 자율정화특별위원회가 위에서 지적한 문제점을 극복하고, 회원을 위해 목표한 바를 이루기를 기대한다.
이제 임금명세서를 교부해야 합니다 2021-06-14 05:45:50
|노무칼럼|이동직 노무사(노무법인 해닮) 2021년 4월 29일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됐습니다. 노동관계법이 수시로 개정되긴 하지만, 산업현장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조항이 바뀌는 경우는 흔치 않아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동종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어느 지인의 카톡을 받아보고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빠르게 스마트폰 자판을 눌렀습니다. "정말 이게 통과됐다고?" 이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임금명세서를 서면으로 교부해야 합니다. 근로기준법 제17조 제2항에서 근로조건이 명시된 서면(근로계약서)을 근로자에게 교부해야 하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벌칙조항이 있긴 했지만, 임금명세서 교부와 관련해선 근록기준법에 어떠한 규정도 두고 있지 않았습니다. 물론 근로기준법 제48조에서 사용자가 임금을 지급할 때마다 임금대장을 작성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근로자에게 임금과 관련된 사항을 알려줘야 한다거나 서면으로 교부해야 한다는 취지는 아니었기 때문에 근로기준법 제48조가 임금과 관련한 노사간 다툼을 해결하는데 커다란 도움이 됐던 건 아닙니다. 하지만 근로자에게 임금명세서를 서면으로 교부해야 한다면, 얘기가 전혀 달라집니다. 앞으로 사용자는 임금을 지급할 때마다 근로자에게 임금의 구성항목&12539;계산방법, 공제내역 등을 기재한 임금명세서를 서면으로 교부해야 합니다. 물론 이는 앞서 말씀드렸듯이 근로기준법 제17조 제2항에 따라 근로계약서에 반드시 기재해야 하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근로계약서상 임금 조항은 특수한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 채 일반적인 내용만 담을 수밖에 없습니다. 예컨대 임금 산정기간은 매월 초일부터 말일까지이고, 임금 지급일은 임금 산정기간의 익월 10일이며, 임금의 구성항목엔 기본급&12539;연장수당&12539;야간수당 등이 있으며, 시간외 근로시 기본급의 50%를 가산해 지급한다는 식으로 말입니다. 어찌 보면 근로자에게 가장 중요한 대목이긴 한데, 회사마다 큰 차이가 있진 않기에 곁눈질하고 무심코 넘어가는 조항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매월 상세한 근태내역이 반영된, 구체적인 임금항목이 기재된 임금명세서를 작성한 후 이를 근로자에게 교부해야 한다면 임금을 정확히 계산해 지급해야 하는 병원이나, 자신의 근로 대가를 빠짐없이 받아가야 하는 근로자나 모두 각 잡고 임금지급명세서를 바라볼 게 틀림없습니다. 쉬운 예를 들어 볼까요? 만약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업무처리를 위해 근로시간이 급격히 늘어났다면, 연장근로시간을 계산해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할 겁니다. 임금명세서엔 당연히 연장근로시간과 이에 따른 연장근로수당을 기재해야 하고요. 첫 번째 문제는 연장근로시간에 대한 입장이 병원과 근로자간에 다르다는 점입니다. 병원은 정해진 근로시간에 충분히 할 수 있었던 업무를 처리하지 못했다고 생각해 연장근로시간을 보수적으로 책정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근로자는 정해진 근로시간에 처리하기엔 업무량이 워낙 많다고 여겨 자신의 연장근로시간을 과신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병원과 근로자가 어렵사리 연장근로시간에 대한 절충점을 찾았다 하더라도, 이제 계산방법을 두고 옥신각신을 해야 합니다. 연장근로수당(= 연장근로시간*시급*1.5배)을 계산하기 위해선 먼저 시급(=기본급 / 한달 근로시간)을 산출해야 하는데, 시급 산출의 대상인 기본급(고정급)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병원은 매달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임금항목이 몇 개 안된다고 주장할 테고(기본급이 줄어 시급이 낮아짐), 근로자는 일정 요건이 충족되면 제가끔 지급되는 임금항목도 고정성이 있다고 항변할 겁니다(기본급이 늘어 시급이 높아짐). 임금명세서가 교부되기 전엔 볼 수 없었던 풍경이지요. 체불임금액만 한해 1조원에 이르는 나라에서 노사간 시시비비를 명확하게 가릴 수 있는 수단의 하나로 사용자에게 임금명세서 교부 의무를 지우는 법안의 입법은 오래 전부터 검토돼 왔습니다. 그리고 그 첫발을 뗀 것이고요. 병원 원장님뿐 아니라 사업을 영위하는 모든 사업주, 전체 근로자 분들에게 일대 격변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를 두고 긁어 부스럼이라며 피해가려고 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순리대로 차근차근 준비하는 방법만이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임을 아시시라 생각합니다.
[칼럼]고3 코로나 백신 접종, 소아감염학회 입장 밝혀야 2021-06-09 05:45:50
교육부가 여름방학 동안 고3 및 대입수험생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국내에서 고3 연령에게 허가되거나(만16세 이상), 허가될 예정(만12세까지)인 백신이 화이자 백신 밖에 없으므로 화이자 백신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런데 현재까지 국내에서 화이자 백신은 거의 대부분 어르신들에게 접종됐기 때문에, 젊은층에서의 부작용 양상을 국내 데이터로는 알기 어렵다. 해외 자료를 보면 화이자 코로나 백신에 의한 심근염 발생 위험에 대해서 미국 FDA 등에서 검토하고 있다. 특히 최근 이스라엘 보건부는 화이자 코로나 백신 2차 접종 후 16~30세, 특히 16~19세 남성에서 심근염 발생 빈도가 높았으며, 백신과 관련성이 있을 수 있다고 발표했다. 대부분의 사례는 4일 이내 입원했고, 95%의 사례는 경증이었으며, 후유증 없이 회복됐다고 밝혔다. 이를 달리 해석하면 5%에서는 경증이 아니었고, 후유증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심근염은 화이자 백신에 국한된 것은 아니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후에도 사례들이 보고됐으나, 화이자 백신 접종 후 더 빈도가 높다는 것이다. 물론 다른 백신 접종 후에도 심근염이 발생한 사례들이 있다. 화이자 백신 접종 후 발생하는 심근염은 바이러스 감염 후 합병증으로 발생하는 심근염의 양상과 매우 유사한데 코로나 감염 후에도 심근염이 발생한 사례들이 보고된 바 있다. 예를 들어 코로나 감염으로부터 회복된 대학교 운동선수들 중 약 2%에서 후에 심근염이 진단됐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심근염은 무증상에서 사망까지 증상 스펙트럼이 극히 다양하고, 경미한 증상이 있는 사람들은 진단을 위한 검사를 받지 않는 경우가 많아 빈도가 저평가되기 쉽다고 알려져 있다. 어떤 연구에 따르면 급성 바이러스 감염 후 1~5%에서 심근염이 발생한다고 하며, 20대 돌연사 사망원인 중 약 20%가 심근염이라는 보고도 있다. 역학적 특성으로 젊은 연령에서, 여성보다는 남성에서 발생 빈도 및 중증도가 높다. 여성의 경우는 오히려 고연령에서 중증도가 높다. 어리거나 젊은 남성에서의 높은 빈도와 심한 중증도에 대해서 비슷한 연령의 여성의 경우 호르몬이 심근염을 일으키는 면역반응에 대한 protective effect를 가진다고 추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역학적 특성은 화이자 백신 접종 후 발생한 심근염과 매우 유사하며, 이는 바이러스에 의한 또는 백신에 의한 심근염의 기전이 바이러스 단백질에 대한 면역학적 반응에 의한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한다.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면역 반응으로 심근염이 발생하는 기전 중 하나로 제시되는 근거로서 세포면역반응 중 생산되는 miRNA(microRNA)가 있으며, 특히 miR-155는 특정 바이러스 감염 후 강하게 증가하고, 심근염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코로나 감염 환자에서도 miR-155가 유의하게 증가돼 있는데, 특징적으로 남성에서 현저했다. 이와 같은 연구 결과는 백신 접종 후 발생하는 심근염의 기전을 추론하는데 도움이 되며, 추후 구체적인 연구로 입증돼야 할 것이다. 건강한 청소년들이 코로나에 감염돼도 치사율이 거의 ZERO인 상황에서 심근염의 위험이 있는백신을 청소년들에게 접종할 필요는 없다. 소위 K-방역을 위해 단 한 명의 청소년도 잃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해 비정상적인 수업 형태가 지속돼 교육의 질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백신 접종 없이 방역을 완화하기에는 국민들이 이미 코로나에 대해 지나친 공포를 가지고 있기 것도 사실이다. 코로나 감염은 이제 거의 독감보다 못한 수준이 됐는데도 말이다. 어쨌든 부득불 백신을 접종한다면 일반적으로 세포면역반응에 의한 부작용의 경우 투여하는 항원량에 비례하므로 투여하는 백신의 양을 줄이거나, 해외 심근염 사례들을 보면 2차 접종 후 발생한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므로 간격을 늘려서 접종하는 것도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경우 임상시험 중 실수로 1/2 용량을 접종했을 때 또 접종 간격을 늘렸을 때 유효성이 줄어들지 않았고, 오히려 더 좋았다. 화이자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대비 유효성이 더 좋고, 중화항체 생성량도 높고 항체 역가의 유지기간도 길기 때문에 1/2 용량 또는 접종 간격 연장에도 유효성이 줄어들지 않을 것을 추정할 수 있다. 정부는 백신 구입이 늦어진 사유에 대해서 타국가에서의 안전성 정보를 사전에 검토해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그런데 화이자 백신의 심근염 위험은 해외 사례도 있고, 과학적으로도 개연성이 있음에도 경각심이 없는 것 같다. 교육부가 청소년 접종을 밀어붙이고 있으니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 집단은 침묵해서는 안된다. 소아감염학회 또는 소아청소년과학회 등 관련 전문가 집단은 고3 수험생 및 청소년들에게 백신 접종이 미치는 benefit-risk balance를 분석해 올바른 정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부디 고3 수험생에게 치명적인 심근염 등의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
입원전담전문의 대형병원 전유물 아니다 2021-06-07 05:45:50
입원전담전문의 시범사업 기간 동안 지적되어 오던 제도의 불안정성이 해소되면 입원전담전문의 규모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는 지난 1월 시범사업에서 본 사업으로 전환하였다. 이러한 기대와는 달리 지난 3월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입원전담전문의 수는 전국 249명에서 235명으로 감소하였고, 이에 대한 많은 우려와 제도적 결함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는 “운영현황 신고 시점에 따른 일시적 감소이며, 4월 5일 기준 279명으로 증가하는 추세”임을 밝힌 바 있다. (“본사업 이후 줄었던 입원전담의, 4월 기점으로 상승세”, 메디칼타임즈 2021년 4월 15일자 기사.) 입원전담전문의의 규모가 확대되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나, 그 구체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제도의 방향성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된다. 1분기 운영현황 신고가 끝난 3월 31일 기준으로, 전국의 입원전담전문의는 52개소, 117병동, 전문의 260명으로 시범사업에 비해 모두 증가하였다.(그림1) 그러나 상급종합병원의 전문의 수가 24명 증가한데 반해 종합병원 기관에서는 오히려 13명이 감소하였다. 이에 따라 전체 입원전담전문의 중 상급종합병원에 근무하는 비율은 약 74%로 증가하였으며(그림 2), 이는 종합병원 기관에서 입원전담전문의 운영이 본 사업 전환 이후 더욱 어려워졌음을 나타낸다. 또한 입원전담전문의 운영 병동은 시범사업 기간 전국 90개 병동에서 본 사업 전환 후 117개 병동으로 27개 병동이 증가한데 반해, 전문의 수는 11명이 증가하는데 그쳤으며, 전문의 수 증가에 비해 운영 병동 수의 증가세가 비정상적으로 가파르다. 특히 종합병원 기관에서는 전문의 수가 감소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운영 병동은 증가하였으며, 이는 운영 병동마다 배치하는 의사 수를 줄이고 운영 병동과 진료 환자 수를 늘려 기관의 수익을 보전하려는 소위 ‘쪼개기 운영’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병동 당 전문의 수는 상급종합병원 및 종합병원 모두 시범사업 기간 약 2.7명에 비해 본 사업으로 전환 후 약 2.2명으로 대폭 감소하였으며(그림 3), 병동 당 근무하는 전문의 수의 감소에 따라 주말이나 야간까지 진료하는 상위 유형의 모델로 확대되지 못하고, 주중 진료만 가능한 1형 운영 모델이 전체 운영 병동의 대부분인 81%를 차지하게 되었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우려하였던 입원전담전문의의 서울 편중 현상은 본 사업 전환 이후에도 두드러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운영 기관 수, 병동 수, 전문의 수 모두 서울과 서울 외 지역에서 본 사업 전환 후에도 시범사업과 유사한 비율을 유지하고 있으며, 운영 병동과 전문의 수는 서울과 서울 외 지역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위와 같은 구체적 지표는 입원전담전문의 운영의 성패가 지역적 차이보다는 기관 규모의 차이에서 기인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 입원전담전문의가 상급종합병원에 집중되는 현상은 낮은 수가 수준, 상급종합병원의 의사 인력 구조, 입원전담전문의 운영의 경험을 갖춘 기관에 대한 수요에서 기인한다. 현재의 수가 수준으로는 종합병원 규모의 기관에서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를 도입하기에 부담이 있으며, 초대형의료기관이 아니면 입원전담전문의 운영의 동력을 갖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급종합병원이 앞 다투어 입원전담전문의를 도입하는 이유는 전공의에 의존한 기존 입원환자 진료 구조가 전공의 수련환경 변화에 따라 붕괴하고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아직은 불완전한 새로운 영역에서 전문의들이 기존 입원전담전문의 운영의 경험을 갖춘 대형의료기관으로 집중되는 것 역시 이러한 현상을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 더불어 향후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 의료질평가 등에 입원전담전문의 운영 여부가 새로운 지표로 포함될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대형의료기관으로의 입원전담전문의 집중 현상은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의료전달체계의 붕괴와 상급종합병원, 나아가 초대형 의료기관으로 환자가 집중되는 현상은 이미 오랫동안 지적되어 온 국내 의료 시스템의 중요한 문제이다. 입원전담전문의마저 대형의료기관에 집중되면 이러한 차이는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으며, 반대로 다양한 규모의 의료기관에서 입원전담전문의를 운영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완하고 이를 독려하면 대형의료기관으로의 환자 집중을 완화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다행히도 입원전담전문의 분포가 서울 외 지역에서도 높게 나타나고 있어, 이를 잘 활용하면 지역별 의료 격차의 간극을 좁히는 데에도 입원전담전문의 제도가 단초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는 대형 의료기관 만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 되며, 대형의료기관을 찾는 환자만이 양질의 진료를 경험할 수 있어서도 안 된다. 초대형 의료기관들이 그들만의 잔치를 벌이도록 부채질하는 지금 입원전담전문의 제도의 방향성은 옳지 않아 보인다. 시범사업에 비해 입원전담전문의 수가 늘었다고 기뻐하기에는 그 세부 지표들이 건강하지 않으며, 더 늦기 전에 입원전담전문의 제도의 방향성에 대한 진심어린 고찰이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의료사고 합의와 건보공단 구상권 행사 2021-05-31 05:45:50
일선 의료현장에서 의료진은 최선의 진료를 다하기 위해 고군분투 하지만 의도치 않게 의료사고가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 해당 의료기관으로서는 어찌 대응해야 할지 난감할 수 있다. 의료사고가 일어나는 경우 일반적으로 환자에 대한 손해배상만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건강보험공단에 납부해야 할 구상금도 고려해야 한다.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의료진은 환자 측과 합의를 하게 되는데, 이때 합의서에는 통상적으로 ‘환자는 합의금을 수령하고 의료진에게 더 이상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취지의 문구가 들어가게 된다. 이로써 의료사고에 대한 책임 문제는 모두 끝났다고 생각하지만 양쪽 모두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남아 있다. 먼저, 합의금을 받은 날을 기준으로 그 이전에 이미 발생한 비용들은 의료사고를 일으킨 의료진이 부담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대법원은 ‘병원에서 제공하는 요양급여는 현물급여가 원칙으로 급여제공을 할 때마다 건보공단이 구상권을 취득한다’고 판시하였다. 이에 따라 병원에서 의료사고를 당한 환자를 치료할 때마다 곧바로 건보공단은 구상권을 취득하게 되고, 이후의 시점에 의료진과 환자와의 사이에 치료비를 포함한 손해배상금의 합의를 하게 되면, 이미 건보공단의 권리가 된 치료비 채권을 가지고 합의를 한 셈이 되어버린다. 건보공단에서 구상금을 청구하면 의료진으로서는 이중(환자, 건보공단)으로 치료비를 배상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의료진으로서는 환자와 합의를 할 때 치료비 중 공단부담금은 향후 건보공단이 구상금으로 청구해 올 것을 유념하고 합의에 임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환자들의 경우 의료사고에 관하여 합의를 한 다음 건강보험을 적용하여 치료를 받을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환자가 의료사고에 관하여 의료진과 합의를 하게 되면 이후 건강보험을 적용하여 치료를 받을 수 없게 된다. 따라서 환자로서는 치료를 모두 마친 다음에 합의에 임해야 할 것이다. 한편 의료진으로서는 의료사고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불분명하지만 도의적으로 환자 측에 치료비를 지급하고자 하는 경우, 금원을 지급했다는 사실 자체로 의료사고를 인정하는 것으로 비춰질까봐 고민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 판례는 무조건적으로 의료사고를 인정하지는 않으므로 크게 우려하지는 않아도 된다. 관련된 쟁점으로 환자가 일련의 치료를 받던 도중에 의료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의료진은 의료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정상적으로 이루어진 의료행위에 대하여는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 아울러, 의료사고가 발생하여 환자가 해당 병원에서 계속 진료를 받는 경우가 있다. 이때 해당 의료진은 자신의 손해배상의무를 현물로 이행하는 것인바, 발생한 진료비를 건보공단에 청구할 수 없다. 만일 해당 진료비를 청구하는 경우, 건보공단이 구상권을 행사하거나 부당이득징수의 행정처분을 하므로 유념해야 한다. 정리하여 보자면, 국민건강보험법상 ‘구상권’이란 해당 사고에 대하여 책임 있는 자가 건강보험의 적용으로 책임을 면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제도이다. 그리고 같은 법상 ‘합의 후 수급’이란 피해자가 합의금을 받고 건강보험 적용을 함으로써 이중으로 혜택을 방지하고자 하는 제도인바, 양자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제도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임상 글로벌 6위? 임상 증가에 내포된 위험성 2021-05-24 05:45:50
최근 식약처가 2020년 국내 임상시험 승인 현황을 발표했다. 2019년 대비 약 12% 증가했고, 한국의 임상시험 글로벌 순위는 6위로 역대 최고 순위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특히 항암제 초기 다국가 임상시험은 2019년 대비 거의 2배로 상승했는데, 이에 대한 해석으로 말기암 등 대체치료수단이 없는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나 과연 이 해석이 맞을까? 필자는 이 자료를 보고 도리어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임상1~3상을 거쳐 신약 개발에서 성공할 가능성은 채 10%가 되지 않는다. 항암제는 더 낮은 편이다. 임상1상은 약물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임상시험인데, 과거에는 임상1상 결과를 매우 엄격하게 평가해 1상 실패율이 높았으나, 최근에는 어떻게든 2상까지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서 2상 실패율이 약 30% 정도로 가장 낮다. 2상에서 성공해서 3상까지 진행한 경우 성공률은 약 50%이다. 그렇다면 환자 입장에서 어느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것이 유효성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을까? 당연히 임상3상이다. 말기암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3상에서 성공하는 경우 생존기간이 평균 약 2개월 늘어난다고 가정해 보자. 임상3상에 참여하는 100명의 환자 중 임상3상 성공률 약 50%을 고려해 최대 이익을 추정하면, 약 50명 환자의 여명이 약 2개월 연장되는 것이다. 비록 실패한 임상3상에 참여한 50명의 환자들은 유효성을 경험하지 못하고, 도리어 약물 부작용 등으로 남은 여명의 삶의 질이 저하될 수 있지만, 그래도 임상3상에 참여하는 것이 유효성을 경험할 기회가 가장 높고 임상시험의 과학적 가치 vs. 윤리성이라는 저울에서 균형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2020년 우리나라에서 진행되는 임상3상은 예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이는 우리나라 환자들이 비교적 성공 가능성이 높은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마치 바람직한 현상으로 보도하는 식약처는 제정신인가? 늘어난 것은 초기 임상으로 표현된 임상1,2상이다. 위에도 언급했지만 항암제 초기 임상은 2019년 대비 거의 2배나 증가했다. 항암제 초기 임상이 이렇게 증가한 것은 국내 초기 임상 능력이 다국적 제약사로부터 인정을 받은 점도 있겠지만, 항암제 초기 임상 자체가 전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영향이 크다고 생각된다. 임상시험에 관한 국제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ICH에서 2009년경부터 항암제의 비임상시험 기준(S9)을 대폭 완화하면서, 항암제의 경우 동물시험에서 동물들이 죽거나 비가역적인 심각한 부작용이 없으면 인체에 투여할 수 있게 됐다. 필자는 ICH의 이 조치에 제약회사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것은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ICH의 이 조치 이후 불충분한 동물시험 데이터를 가지고 환자에게 항암제를 투여하는 초기 임상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아무리 말기 암환자가 처한 상황을 고려한다고 해도 윤리적으로 문제가 크다. ICH S9의 윤리적 근거의 하나로서 내세우는, 동물의 희생은 줄일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암환자들은 안전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임상시험에 쉽게 노출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또 일부 제약회사는 항암제 초기 임상 진입을 주가 부양 등의 목적으로 활용하기도 하는 등 부작용이 매우 크다. 항암제 초기 임상에 참여하는 환자들이 유효성을 경험할 가능성은 임상3상에 비해 매우 제한적이다. 위에도 언급했지만 항암제 임상1상은 안전성을 보기 위한 것으로서 유효성은 없는 저용량에서부터 시작해서 Grade 3 이상의 이상반응이 다수의 환자에서 관찰되는 최고 내성용량까지 단계적으로 용량을 올리는 단기간 임상시험으로서 유효성을 경험할 가능성이 매우 적다. 임상2상은 위에도 언급했지만 성공률이 약 30% 가량으로 대부분의 환자들은 유효성을 경험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에서 항암제 초기 임상이 증가한 것은 결코 환자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여명이 얼마 남지 않은 말기 암환자들에게 희망 고문에 가까운 것이다. ICH의 S9 완화에 따라 항암제 초기 임상 진압이 매우 쉬워진, 필자가 생각하기에 매우 비윤리적인 상황에서 국내 항암제 초기 임상이 2배나 증가한 것은 결코 환영할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약처는 이 사실이 매우 자랑스럽다는 듯이 발표했고, 어떤 언론에서도 이에 대한 우려를 표하지 않았다. 식약처는 어떤 곳인가? FDA의 경우 항암제 초기 임상시험 중 예상치 못한 중대한 이상반응이나 사망이 발생하는 경우 수시로 임상시험 보류 및 안전성 조치를 요구한다. 예를 들어 FDA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임상시험 중 발생한 단 1건의 횡단성 척수염에 대해서 임상시험 보류(partial hold)를 명령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식약처는 필자가 아는 한, 단 한 번도 안전성에 대한 우려로 임상시험 보류 또는 중지 조치를 취한 적이 없다. 평상시 건강했던 사람이 백신 접종 후 사망하거나 중대한 부작용이 발생해도 기저질환 때문이라거나 우연히 타이밍이 백신 접종 후 발생한 것이라고 평가하는 나라가 말기암환자의 사망이나 중증부작용에 대한 평가는 오죽 하겠는가! 이런 나라에서 항암제 초기 임상이 급속하게 증가하는 상황은 필자가 보기에 매우 안타까울 따름이다. ※칼럼은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