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의 질과 심사체계개편 2020-07-20 11:45:00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각 나라는 코로나에 대응하지만 서로 다른 의료보험제도 및 의료시스템에 따라서 차별화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의료진, 병상 및 장비 부족, 높은 의료비 등으로 어려움을 보이는 나라도 많다. 단일화된 전국민 건강보험제도와 일관된 심사 평가 시스템을 갖춘 우리나라는 비교적 체계적인 질병관리본부의 대응과 역학조사, 선별 진료소, 진단시약 보급, 높은 병상가동율과 격리 집중 입원 치료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심평원도 코로나 19에 대한 검사와 치료의 보험 등재, 해외 여행력 및 마스크 공급 이력 추적 시스템 등을 통해 지원하고 있다. 현장대책활동을 위해서 파견된 직원들도 실무에서 많은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작년부터 심평원은 심사체계 개편으로 바빠지고 있다. 공개된 심의 사례 및 고시, 지침에 대한 일제 정비와 지침 제정에 집중하고 있다. 심사 지급업무도 심사의 투명성과 예측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명확한 고시, 지침 제정등을 통해 공개된 내용을 통해서 의료기관과 심사기관 간에 투명성과 신뢰도를 높이는 방향이다. 또한 질환별, 진료내역, 의료기관 단위, 진료양상의 변화 등을 다각도로 분석하여 심사 평가에 연계 시키는 것도 준비 중이다. 건강보험 요양급여 심사와 더불어 공공심사부의 입원 적정성 자문회의에 참여하고 있다. 각 과별로 부적정 입원율 등을 검토한다. 의료기관의 진료기록부 등을 통해 적정 진료 여부를 살피게 된다. 의료기관의 제출 자료를 보면 의무기록을 판독하기 어렵거나 누락된 경우도 많고 미흡한 사례가 많다. '국민건강보험법 요양급여 기준에 관한 규칙'에는 '요양급여는 진료의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정확한 진단을 토대로 하여 환자의 건강증진을 위해 의학적으로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 최적의 방법으로 실시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입원은 진료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며 단순한 피로 회복, 통원 불편 등을 이유로 입원지시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드시 중증이나 집중치료를 위한 입원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 혹은 외래로 통원이 가능하지만 불필요한 장기 입원의 사례도 많다. 척추질환, 암 환자의 진료, 혹은 만성질환의 적정한 입원 치료 기간은 어느정도로 봐야할까? 불필요한 부적정 입원을 효과적으로 예방, 조절할 대책이 있을까? 향후 고령화 시대에 늘어나는 의료서비스이용과 더불어 의료비용의 증가가 예측된다. 현행 심사평가 체계의 추진방향은 자율성, 전문성, 투명성, 일관성, 종합성의 핵심가치를 기반으로 국민에게 적정 의료서비스 이용을 보장하고 의료인의 전문성, 자율성을 존중하는 의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의료의 질과 효율성 향상을 균형있게 도모하는 가치기반 심사 평가체계로의 전환이다. 미국의 경우 의료기관의 해당 질환으로 인한 병원 입원율, 30일내 재 입원율, 계획되지 않은 재입원율, 원내 사망률, 질환별 증상 조절율 등을 평가 지표로 검토하기도 한다. 임상 질 지표는 전체 인구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질환별 조절율, 인구당 입원율, 감염 지표 등이 열거되고 있다. 의료기관과 심사기관은 국민 건강에 기여할 공동의 가치를 가진 동반자이다. 의학적 근거에 기반한 진료여부의 적정성 심사평가체계 개편으로 국민건강 증진과 의료의 질 향상에 기여하길 기대해 본다.
맘모톰·페인스크램블러와 관련한 최근 판례 동향 2020-07-20 05:45:50
1~2년 전부터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 중 하나는, “보험사로부터 뭔가가 자꾸 날아오는데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묻는 내용이었다. 받았다는 공문의 종류도 다양했다. 특정 진료에 관해 실손의료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으니 환자에게 안내를 해 달라는 내용, 존재하지도 않는 검사 결과지를 달라는 내용, 자꾸 그 진료를 하면 소송을 하겠다는 내용, 심지어 병원이 사기를 저지르고 있다며 고소를 언급하는 내용 등 여러 가지 공문으로 병원을 압박해왔다. 심지어 그 중에는 “환자로부터 동의를 받아 진료비 환수에 관한 권리를 확보했으니 진료비를 돌려 달라” 라는 다소 의아한 내용의 공문도 있었다. 그리고 그 이후 환자와 병원들을 상대로 선별적인 소송 제기가 이루어졌다. 주로 실손의료보험과 관련하여 많은 케이스를 취급하거나 진료비가 비싸다고 생각되는 병원들이 타겟이었다. 여러 가지 논점들이 소송을 통해 다뤄졌는데, 오늘은 최근 판결이 선고된 맘모톰, 페인스크랜블러에 관한 케이스에서 다뤄진 논점들을 분석해 보고자 한다. 먼저 맘모톰은 1999년 경부터 수입허가를 받기 시작하였는데, 허가 사항은 “생체검사를 위한 유방조직의 추출 또는 채취”였다. 애초에 진단목적으로 개발되었기 때문에 “유방양성병변 절제술”을 시행하고서도 “유방에 대한 표재성 침생검”에 대한 상대가치점수만을 부여받을 수 있었다. 이후 맘모톰을 이용한 절제술이 대중화되면서 임의비급여 논란이 불거졌다. 절제술에 대한 신의료기술 평가는 번번이 불인정되었다. 불인정 당시 평가위원회는 맘모톰 절제술이 임상적인 유용성이 부족한 조기기술에 해당한다는 의견을 제시하였고, 결과적으로 맘모톰 절제술은 보험급여항목에 추가되지 못한채 오랜 시간 동안 임의비급여로 남게 되었다. 문제는 이 “임의비급여”라는 애매한 상황에서 시작됐다. 대법원 2012. 6. 18. 선고 2010두27639,27646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임의비급여가 허용될 수 있는 예외 상황들을 잘 정리해 주었지만, 그 요건이 까다로운 탓에 “임의비급여는 일단 위법하다. 아닐 수도 있지만” 이라는 정도로 분위기가 조성되었던 것이다. 결국 보험사가 공격하기로 선택한 것도 이 “임의비급여” 라는 약점이었다. 병원이 허용되지 않는 비급여진료비용(맘모톰을 이용한 절제술 관련 비용)을 환자로부터 받아서 결국 보험사가 실손의료보험금을 환자에게 지급했으니, 병원이 그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최근 선고된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가단5136808 판결은 이런 보험사의 주장을 전부 배척했다. 판결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① 2002년에 보건복지부 고시를 통해 ‘맘모톰 장비를 이용한 유방 생검’을 ‘침샘검 항목’에 추가하고, 상대가치점수 적용 조건을 개정함으로서 검사 목적에서 유방 종양 조직을 채취하는 것은 요양급여 대상으로 인정되었으나, 유방양성종양절제술에 직접 상대가치점수를 적용할 수 있다고 개정되지는 않았다. 따라서 2019. 신의료기술로 인정받기 전의 맘모톰을 이용한 절제술은 임의비급여가 맞다. ② 하지만 맘모톰 절제술은 안정성과 유효성, 의학적 필요성을 모두 갖추었으므로 의료기관이 미리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받았다면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에 해당하지 않는다. 즉, 대법원 판례에 의해 인정되는 허용되는 ‘임의비급여의 예외사유’로 볼 수 있다. ③ 병원은 환자에 대한 진료행위를 하고 환자들로부터 진료비를 받았는데, 그게 유효한 이상 보험사가 환자에게 지급한 보험금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 성립할 여지가 없다. 따라서 소 각하 판결을 한다. 쉽게 말해서, 의료기관이 선택한 맘모톰을 이용한 절제술은 임의비급여지만 위법하지 않고, 그에 대한 비용 청구도 적법하므로 그 반환을 구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로써 그 동안 사기를 저지른 사람처럼 취급받아오던 많은 의료인들 그 누명을 벗을 수 있게 되었다. 제도적으로도 보완장치가 마련되었으니, 향후 맘모톰에 관해서는 논란이 많이 잦아들 것으로 예상된다. 페인스크램블러에 관한 판결은 더욱 의미 깊다. 페인스크램블러(비침습적 무통증 신호요법)에 관한 논점은 이 시술이 만성 통증, 암성 통증 및 난치성 통증에 대해서만 적응증이 있는데 의료기관들이 그렇지 않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시술을 하고 임의비급여를 받아왔기 때문에 부당이득반환 대상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가단5177529 판결은 맘모톰 판결보다 과감하게 ‘채권자대위권’에 관한 보험사 주장을 배척했다. 위 판결에서 재판부는 “당사자가 치료자와의 신뢰관계에 기초하여 스스로의 자유로운 선택과 결단에 의해 형성된 치료에 관한 법률관계에 보험사가 당사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개입하여, 그의 결단에 의한 법률관계를 부정하고 직접 부당이득 반환청구를 할 수 있게 허용한다면, 이는 피대위자의 권리 행사를 부당하게 간섭하는 것이 되어 우리 사법질서의 근본원칙인 사적자치와 자기책임의 원칙에 반하게 된다”고 판시함으로써 임의비급여 사건에 있어 채권자대위권의 행사 가능성 자체를 원천 차단했다. 보험사가 병원을 상대로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하는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이 판결은 향후 여러 소송의 향방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백내장, 정맥주사, 도수치료 등과 관련한 분쟁에서도 병원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게 하는 의미 있는 판결이다. 다만, 앞서 소개한 두 판례는 모두 하급심 판례일 뿐임을 기억해야 한다. 판결 이유에서 전개된 논리가 상당히 정치하여 항소심에서도 그 판단이 유지될 것으로 예측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예측일 뿐이다. 이후 대법원 판결을 통해 상황이 변경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판례 동향에 지속적으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콜린알포세레이트 논란, 고마해라 마이 묵었다!" 2020-07-13 05:45:50
콜린알포세레이트 이슈를 정리하면, 작년 8월 건약(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에서 콜린알포세레이트의 급여로 인한 건보재정 누수 등을 문제삼아 복지부와 심평원을 직무유기로 공익감사 청구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도 이 문제가 논의되었고, 이 과정에서 대한신경과학회는 콜린알포세레이트 3가지 적응증 중 2가지에 대한 근거가 없으므로 적응증 취소가 타당하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심평원은 지난 6월에 이 2가지에 대한 급여를 축소하여 선별급여로 적용시켰다. 왜 근거가 없는 적응증에 선별급여를 적용했는지는 참으로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 결과에 대해 이 약물을 판매하고 있는 66개 제약사와 대한신경외과병원협의회 등 학회들이 사회적 요구가 반영이 안되었다고 재심사를 요청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사회적 요구는 의약품의 유효성이라는 대전제하에서 고려해야 하는 것인데 이 무슨 안드로메다식 추론인가? 결국 복지부는 제약사 의견을 검토해 재심의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점점 이 이슈가 본질을 놓치고 있다고 생각된다. 최초 건약이 문제시 삼은 것은 유효성의 근거가 없다는 것이었고, 이것이 문제의 본질인 것이다. 콜린은 사람의 몸 안에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성분, 즉 내인성 물질로서 식이로 흡수되는 영양성분이다. 이와 같은 영양성분은 일반적으로 균형잡힌 식사로 충분히 유지되지만, 균형잡힌 식사가 어려운 경우에는 보충제, 소위 영양제로 보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비타민 C가 우리 몸 안에 존재하지만, 야채나 과일을 좋아하지 않는 필자 같은 사람은 비타민 C 보충제를 먹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콜린 성분도 마찬가지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과 유럽에서는 콜린 제제가 의약품이 아니라 영양보충제로 허가가 난 것이다. 그런데 이런 영양성분이 왜 우리나라에서는 의약품으로 허가가 되었을까? 인보사에 대한 칼럼에서도 다루었지만, 잘못된 허가는 반드시 문제가 발생하게 되어 있다. 식약처는 의약품으로 허가할 근거가 없는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를 허가를 냈을 뿐만 아니라 제네릭 의약품 규제에도 실패하여 이 약물의 제네릭은 2019년 7월 기준 184개 품목에 이르게 되었다. 게다가 이 제제의 급여청구액이 2019년 약 3500억원(185만명)에 이르게 되었는데, 이는 의사들이 일단 허가된 약의 적응증에 기초해서 처방을 하지, 그 근거까지 일일이 살피지는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작년 대한신경과학회에서 검토한 바와 같이 2가지 적응증에 대해서는 아예 근거가 없다. 이는 관련 연구들을 종합하여 분석하는 메타분석에서도 반복적으로 밝혀진 바 있다. 사실 필자는 치매 예방도 충분한 근거가 없다고 생각되나, 대한신경과학회 의견을 존중하는 바이다. 국내에서 시행된 콜린알포세레이트의 생물학적동등성 시험 결과에 따르면 콜린알포세레이트 1200mg (일일 최고 복용량)을 건강한 사람에게 투여했을 때 약물 농도가 약 300μg/L 정도 상승한다. 영양제에 포함된 콜린은 주로 choline bitartrate 인데 이 영양제를 콜린 함량 600mg 투여했을 때에도 비슷한 정도가 상승한다. 이는 콜린알포세레이트 1200mg을 복용하는 것과 Choline bitartrate에 함유된 콜린 600mg을 복용하는 것이 유사한 양의 콜린을 인체에 공급한다고 추정할 수 있다. 그럼 가격은 어떨까? 제약회사와 몇 의사학회는 환자부담금이 늘어나서 환자에게 피해가 간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현재 콜린알포세레이트의 환자부담금이 한 달에 약 만원 정도이다. 그런데 만원이면 콜린알포세레이트와 유사한 효과로 혈중 농도를 올릴 수 있는 콜린 영양보충제는 한달치 이상을 구입할 수 있다. 그리고 날마다 계란 왕란 2개와 두유 한컵 정도면 1일 콜린 필요량을 섭취할 수 있으니 균형잡힌 식사를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양 보충제도 필요하지 않다. 물론 3500억원대 시장이 날라가는 것은 제약회사에 큰 타격이 될 것이다. 이것이 잘못된 허가의 결과인 것이다. 그러나, 어떤 영화의 이런 대사가 생각난다. "고마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 지금까지 1조 몇천억원 이상 해먹었으면 되었다. 이제 제약회사는 해당 품목을 영양보충제로 재개발한다는지 다른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또 비록 의학적 근거는 없지만, 의사가 처방경험상 정말 콜린 제제가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다면 처방받아 구입하는 것보다 더 저렴한 콜린 영양보충제를 사서 복용하도록 권고하면 된다. 연 3500억의 급여가 근거 없이 의약품으로 허가된 영양 보충제가 아니라, 고가의 희귀의약품으로 경제적, 정신적으로 피폐해지는 환자와 가족들에게 돌아가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대한민국에서 통합의료 갈길 멀다 2020-07-13 05:45:50
1991년도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의사로서의 삶을 30여 년간 살아온 필자로서도 이 땅 대한민국에서 의료, 의학이란 용어의 정의가 너무 어렵다. 단지 확실한 팩트는 본인이 의사가 되기 위하여 의과대학을 입학 졸업했고 해당시기에 국가가 주관하는 의사고시에서 합격하여 의사가 되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누구나 잘 알듯이 법치국가로서 법에 의해 대부분의 규정이 만들어지고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이 구분되어진다. 의료인에 대한 규정은 의료법에 잘 규정되어 있지만 사회적 변화와 시대적 변화에 따라 변화하게 되어 크게 작게 계속적으로 개정되는 상태이다. 의료와 의학을 동일한 단어로 정의한다면 의료인과 의학인도 동일하게 생각해야 하지만 의료법 상의 의료인은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간호사, 조산사로 규정되어 있으므로 의사를 제외한 치과의사, 한의사, 간호사, 조산사도 의학인으로 불러야 하겠지만 사회적으로 오랫동안 해당 직업군의 명칭은 이와 같이 다른 이름으로 불러왔기 때문에 의료와 의학은 분명하게 다른 단어임을 알 수 있고, 의사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학문이라고 정의함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치과의사의 경우 치의학을, 한의사의 경우 한의학을, 간호사의 경우 간호학을 공부하며 발전시키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말이다. 의료라는 단어가 한자어 중심으로 이루어진 우리나라의 언어개념에서는 의학과 참 많이 다르다. 의학과 같은 단어인 듯 하지만 국어사전의 정의를 보면 의료를 업으로 삼는 의료인의 경우 병을 치료하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설명되는 것으로 보아 실질적으로는 약사까지도 포함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참 어렵다. 최근 한 의료인단체의 장이 통합의대를 만들어 통합의료를 실현하겠다고 공공연하게 외치고 다니는 것을 보면 참으로 다양한 생각과 더불어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우리나라가 의사와 한의사가 환자치료에 있어 거의 동등한 법적 권한을 지닌다는 것은 사실 세계 의료계에서 거의 유일무이하다고 할 수 있다. 한의학계에서는 한의학의 현대화와 과학화를 위해 의학과 한의학이 합쳐져야 한다고 생각하며 통합의료를 외치며 통합의대로 한의과대학을 전환하겠다고 선언하는 바인데, 한의학은 한방이론을 근거로 이루어지는 의학으로 그들이 양방(필자는 이 단어를 매우 싫어하지만 한의학계의 입장에서 사용함)이라고 외치는 의학과 거의 동등한 내용과 실력을 갖춘 것으로 주장하는 것과 통합의료라는 용어를 의료계 전체 구성원과의 공감과 동의 없이 사용한 것에 대해서는 심한 불편감을 느낀다. 사실 통합의학이나 통합의료라는 단어는 필자의 소신으로는 아직 우리나라에서 뚜렷한 정의가 없다. 학자로서 나 이무열의 소신을 통해 통합의학이나 통합의료에 대해 묻는다면 내 소신에 따른 대답을 해줄 수는 있지만 아직 사회적 공감대가 만들어지지 않는 개념이라고 생각해서 평소에도 말을 아끼는 편이다. 단지 의학과 한의학의 결합이 통합의학이나 통합의료는 절대 아니라는 것이 필자가 자신 있게 표현하는 것 중 하나이다. 이 가정이 맞다면 이미 우리나라를 제외한 모든 의료 선진국에서는 통합의학 내지는 통합의료가 활용되고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실제 의료 선진국을 방문하여 통합의학 내지는 통합의료에 대해 고민하며 연구해 오던 필자의 입장에서는 국내에서의 통합의학의 길은 아직 매우 먼 곳에 있다고 생각하는 바이다. 의료인이라 불리는 많은 사람들과 환자의 치료에 관여할 수 있는 모든 사람들이 공감하는 개념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최근 현대화를 부르짖고는 있지만 아직도 발전을 위해 많은 숙제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한의학계에서 한의과대학을 통합의과대학으로 전환하겠다는 주장은 우물에서 숭늉을 찾는 모습으로 보인다. 통합의료 내지는 통합의학에 대한 더 자세한 국내 모델을 만들기 위해 각 분야 전문가의 공감대가 형성된 이후에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의료계 해당집단의 이권보다는 국민과 국가를 위하는 마음으로 접근하는 모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어렵겠지만 세계 최빈국에서 세계의 중심으로 향해 전진하는 현재의 위치까지 발전을 멈추지 않은 우리 국가와 국민들의 저력이라면 이에 관련된 어려움과 과제 또한 힘들겠지만 충분히 수행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공룡의 멸종에서 얻은 지혜 2020-07-06 05:45:50
약 2억 만 년 전부터 중생대 시기 지구를 주름잡던 공룡들이 홀연히 자취를 감췄다. 학자들은 소행성이나 혜성의 충돌 혹은 거대한 화산 폭발로 인해 생긴 재가 오랫동안 하늘을 뒤덮어, 기온이 떨어지고 먹이사슬을 비롯한 환경 변화로 대멸종을 일으켰을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다. 환경이 변하면서 먹이가 부족해지고 먹을 것이 부족해지면, 초식공룡보다 육식공룡이 더 살아갈 확률이 높아진다. 그러나 초식공룡보다 점점 육식공룡이 많아지면서 육식공룡 간 경쟁이 치열해져 서로 싸우다 함께 공멸한 것 아닐까. 자원이 한정되면, 서로 우선하여 자원 확보를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게 되고, 지나친 싸움은 모두의 생존을 위협하여 결국 공멸하게 된다. 공룡이 멸종한 과정을 차분히 돌아보면서 의료계가 건강보험 재정에 대해 어떤 방식의 접근이 필요한지를 고민해 봐야 한다. 건강보험 재정은 국민이 내는 건강 보험료와 정부의 국고지원금이 합쳐 형성된다. 국민건강보험법에는 국가가 건보 재정의 20%를 책임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2007년 이후 지금까지 정부가 건보에 내놓아야 하는 국고지원금을 제대로 내지 않고 미납 중이다. 미납금 규모는 자그마치 24조5374억원에 달하고 있다.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을 중립적이고 안정적인 운용을 목표로 제시하며, 그동안 의료계가 지속해서 요구한 수가 인상을 억제해 왔다. 대통령도 인정한 낮은 수가 개선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에 의료계도 동의한다. 부족한 건강보험 재정에 정부도 지금까지 미납한 국고지원금을 조속히 납부하여 건강보험 재정의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 법을 집행하고, 정책을 수행하는 정부가 스스로 법률을 위반하고 의무를 다하지 않는다면 국민에게 법률을 준수를 요구하고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더 늦기 전에, 재정이 더 악화하기 전에, 국민의 비판 여론이 더 커지기 전에 그동안 못한 국고지원금을 조속히 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시름시름 앓고 있는 병·의원의 수가 협상도 결렬되고 말았다. 정부가 의료계가 처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의지가 조금이라도 남아 있고, 국민이 외치는 ‘덕분에’라는 구호에 동의한다면 조속히 국가보조금을 충당하고 현실적인 수준의 수가 인상에 나서야 한다. 상급병원과 대형병원만 살리면, 의료 생태계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착각은 마치 초식공룡이 죽으면, 육식공룡 또한 공멸한다는 공룡의 멸종 과정이 주는 교훈을 망각하는 것이다. 정부가 의료계의 생태계를 조성하고 상호 정당한 경쟁을 통한 선진 의료 국가 조성을 통해 국민 건강을 증진하는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서도 풀뿌리 병·의원의 생존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죽어가는 병·의원을 되살려 의료 생태계를 안정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금의 저수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의료전달체계의 확고한 정립 없이 선진 의료 국가 달성은 요원한 과제가 될 것을 명심하고, 국고지원금을 조속히 내 수가 개선에 나서야 한다.
식약처, 업체 목숨줄 쥐락펴락…GLP 인증은 받았나 2020-07-01 05:45:50
필자는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이다. 필자가 인턴 때 한 지방병원에 파견을 갔는데, 환자의 임상 상태와 검사 결과가 너무 달라서 당황한 적이 많았다. 그 때 검사가 다 같은 검사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고, 검사를 기계가 하는 것 같지만 검사실의 질 관리 수준이 천차만별인 것을 알게 됐다. 병원의 검사실은 진단검사의학재단에서 주관하는 우수검사실 인증을 받으면, 그 검사실은 일정 수준 이상의 질 관리가 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신약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동물시험 또는 약물 농도 분석 등 비임상시험을 진행하는 기관은 GLP 인증을 받으면 그 기관의 결과를 신뢰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 GLP 인증은 매우 까다로와서 우리나라에 이 인증을 받은 기관이 몇 개 안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GLP 인증이 중요한 이유는 그 검사결과에 따라서 허가가 되기도 하고, 허가 취소가 되기도 하기 때문에, 그 검사결과가 반드시 신뢰할 수 있다는 보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식약처는 한 식용유에서 유해성분인 벤조피렌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고 해당 제품에 대한 회수 조치를 명령하고, 언론에 공표했다. 그러나, 해당 회사의 소송으로 그 검사 결과는 잘못됐다는 것이 증명됐다. 그러나 잘못된 사실이 언론에 공표돼 이미 이 회사의 매출은 30% 이상 떨어졌고, 이에 대해 식약처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다. 이는 분석기관의 결과가 얼마나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가를 보여주며, 그러므로 분석기관의 신뢰성은 매우 중요한 것이다. 특히 허가 또는 허가 취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부의 분석 결과는 매우 중차대한 영향을 주므로 정부의 분석기관은 반드시 GLP 인증을 받아야 하는 이유이다. 필자는 당연히 식약처 내 분석기관이 GLP 인증을 받았으려니 생각했다. 당연하지 않겠는가? 식약처의 분석 결과에 따라 허가되기도 하고 허가취소가 되기도 하는데, 설마 GLP 인증을 안받았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식약처 내 분석기관이 과연 GLP 인증을 받았는지에 대해서 의구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는데, 작년 식약처가 발표한 액상전자담배 유해성 자료를 보면서이다. 식약처는 액상전자담배의 유해물질의 하나로 추정되는 비타민 E acetate가 일부 제품에서 0.1~8.4ppm 정도로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한 연구에 따르면 매우 정밀한 HPLC(고성능액체크로마토그래피) 분석의 비타민 E acetate 정량한계가 0.889 ppm이고, 이 결과에 따르면 0.1ppm 이라는 수치는 그 결과를 신뢰할 수 없는 수치이다. 그러므로 필자는 식약처는 어떤 방법으로 분석했는지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의 칼럼(2019.12.16일자)을 쓴 바 있다. 전자담배협회 또한 식약처 분석방법에 대한 정보공개를 요청했으나, 식약처가 공개를 거부해 소송까지 가게 됐는데 법원은 정보공개 거부가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또 최근 식약처는 NDMA 자체 분석 결과에 따라 당뇨 치료제인 메트포르민 31개 제품에 대해서 제조와 판매를 중지했다. 그러면서 검출된 NDMA양은 인체에 위해한 정도는 아니라고 발표했다. 이렇게 인체에 위해한 정도가 아니지만 잠재된 위험 때문에 판매를 중지하는 것이라면 더욱 더 그 분석 결과가 신뢰할 만한 것이어야 한다. 이 제품 중 어떤 제품은 연간 100억 이상의 처방이 이루어지고 있는 약품이었다. 그러므로 이렇게 제약회사의 매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식약처의 결과는 반드시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과학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같은 제조공정을 거친 제품 중 어떤 제품에서는 검출이 되고, 어떤 제품에서는 검출이 되지 않았다. 메트포르민 용량이 높은 제품에서만 검출이 되면 그나마 이해가 되지만, 어떤 제품은 낮은 용량에서는 검출이 되고 최고용량에서는 검출이 안됐다. 이렇게 분석결과가 과학적으로 개연성이 없을 때 어떻게 해야할까? 예를 들어서 필자는 병원의 검사실에서 일하면서 가끔 주치의로부터 '검사결과가 환자 상태랑 안맞아요'라는 문의를 받을 때가 있다. 검사담당자에게 물어보면 검사과정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그럼 검사 결과가 맞고 환자 상태가 틀린걸까? 그렇지 않다. 검사과정의 한단계 한단계 검증해보면 어떤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던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큰 문제였으면 검사하는 사람이 알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검사실의 허용범위내에서도 오류는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 식약처는 전혀 개연성이 없는 결과를 가지고 성급하게 결론을 내렸다. 마치 병원에서 환자 상태와는 상관없이 검사는 제대로 했으니 알아서 하라고 얘기하는 것과 같다. 과학적으로 개연성이 없다면 분석 과정에 오류는 없었는지를 다시 점검하고 더 많은 검체로 재분석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런데도 식약처는 막무가내로 제조와 판매 중지 처분을 내렸다. 심지어 식약처는 해당 회사에 NDMA 결과를 알려주지도 않음으로 해당 회사가 후속 조치를 취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 결과를 알아야 자체 조사를 통해서 비교라도 해볼텐데 말이다. 필자가 일하는 검사실은 이번에 우수검사실 인증을 받았다. 이를 통해 필자의 검사실은 그 결과에 대해서 어느 정도 신뢰성을 보증하게 됐다. 식약처 내 분석기관은 GLP 인증을 받았을까? 그래서 그 결과를 정말 신뢰할 수 있는 걸까? 그것이 알고 싶다.
의사 수(數)를 늘릴 여건은 충분한가? 2020-06-29 05:45:50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의사 수 증원'이 핫 이슈로 급부상하면서 정부와 의료계, 의료계 내부적으로 갈등이 점진적으로 증폭되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중 일부 지역에서 감염이 폭발적으로 늘었을 때 환자를 적시에 적절히 치료할 의료 인력이 부족하다 판단하였고, 때 마침 지역 내 의과대학 설립을 추진하던 정치권의 이해가 맞아 떨어짐에 따라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었다. 대한병원협회와 상급종합병원 일부도 정부의 주장에 동조하고 나섰다. 이에는 의사 수를 늘려 더 많은 진료 행위를 수행하고, 정부의 규제를 피하면서 '의료질관리'를 통한 수가 인상 효과를 노리는 이중 포석이 깔렸다. 그러나 건강보험의 한정된 진료비로 인해 상급병원의 수익이 증가하는 만큼 다른 직역의 진료비 감소가 불가피한 불편한 진실을 어떻게 해소할지에 대한 방안은 전혀 없다. 다른 직역이야 어찌 되든 자신들의 사익 추구만 생각하는 형태의 '의사 수 증원'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현재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로 단골 메뉴처럼 등장하는 'OECD 평균 의사 수'와 '의사 1인당 외래 환자 수 및 입원 환자 수'가 과연 객관적인 의사 수 측정 기준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 다른 조건을 포함해 함께 살펴야 한다. 근본적으로 전 국민 의료보험이 시행되고 있는 대한민국은 국민 의료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낮은 수가를 책정할 수밖에 없었고, 이에 따라 병·의원은 생존을 위해 더 많은 진료를 해야 하는 구조가 고착화하였다. 이런 문제를 내버려두고 단순히 OECD 국가의 통계를 적용한 평균의사 수 부족을 언급하는 자체가 난센스다. 의사 수 증원을 위해서는 정부가 의사 평균 노동 시간 감축, 의사 평균 임금과 동일 질환에 대한 진료비를 OECD 국가의 평균에 맞게 책정하겠다는 정책적 목표를 먼저 밝히고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과연 정부는 이런 논의를 위한 여건이 충분히 충족된 상황인지 심사숙고해야 한다. OECD 국가의 기준만 인용하고 실질적인 제도가 따르지 못한다면, 누가 정부의 주장에 공감할 수 있을까? 정부는 대한민국이 처한 급격한 인구 구조의 변화와 의사의 지역적 불균형 분포에 따른 의료 혜택 공정성 문제에 대한 해결 대책을 먼저 수립해야 한다. 아울러 미래 대한민국 의료 체계에 대한 밑그림을 먼저 그리고 이에 따른 아젠다를 설정한 다음 이를 수행하기 위한 의사 수 추계를 제시해야 한다. 또한 정부가 정한 정책 수행과 의료 체계에 필요한 의사 양성과 전문의 수를 예측하여 교육의 패러다임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앞서 제시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 없는 '의사 수 증원' 정책은 공허한 주장이 될 가능성이 클 뿐 아니라 자칫 어렵게 구축한 안정적인 의료 체계에 극도의 혼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정부는 국민이 원하는 의료의 질과 양적 행위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의사 수 증원 주장에 나서는 것은 허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조정중재원, 성장하려면 자동개시제 변혁해야 2020-06-22 05:45:50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하 조정중재원)에서 발간한 2018~9년도 『조정&65381;중재 통계연보』에 따르면 자동개시 사건은 2017년 383건, 2018년 591건, 2019년 522건이 접수됐다. 자동개시 사건을 포함한 조정개시율은 2016년 45.9%에서 2017년 57.2%로 소폭 증가했지만 조정성립률은 자동개시 이후 10%p 가까이 하락했다. 2016년 64.4%에서 2017년 50.1%로 낮아진 것. 이와 같은 결과는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의 자동개시에 대한 반발심이 작용한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자동개시 제도가 가지는 체질의 변혁(變革)이 없다면 조정중재원의 성장엔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기존에는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이하 의료분쟁조정법)'에 따라 의료행위 등으로 인해 사람의 생명ㆍ신체 및 재산에 대해 피해가 발생한 경우 당사자나 그 대리인이 조정재원에 분쟁의 조정을 신청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의료기관이나 보건의료인인 피신청인이 조정에 응하지 않으면 각하 하도록 되어 있는 규정에 따라 조정개시율이 높지 않았다. 그러자 예외 절차로써 자동개시 절차가 제도화될 수 있도록 관련법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되었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서 수면 위로 떠오르는 문제로 환자가 (해당 의료기관 여부를 불문하고) 사망하면 왜곡된 사실관계라 하더라도 인과관계를 판단하지 않은 채 당사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조정 절차가 개시된다. 현실은 보건의료인 폭행, 협박, 업무방해 등을 각하 사유로 규정한 외형적인 안정적인 진료 환경을 조성하는 목적 달성보다 조정 절차에 참여하지 않을 권리를 침해하거나 보건의료인으로서의 직업 수행의 자유를 침해하는 등의 문제가 있다. 환언하면, 다른 자동개시 요건과 달리 '사망'이라는 결과와 환자 또는 그 유족이 의료사고라 주장하는 사정과 결합하고 조정신청을 하게 되면, 환자 또는 유족의 조정신청에 따라 무조건 의료분쟁 조정 절차가 개시됨으로써 인과관계가 없는 사건들도 모두 조정사건의 대상에 포함돼 불합리하게 조정 절차에 참여토록 강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대한병원준법지원인협회는 최근 조정중재원에 의료사고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생각되는 경우로 제한해 사건이 자동개시 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요청했다. 조정중재원의 답은 거절이었다. "사망과 의료행위와의 인과관계 유무에 대한 판단은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므로 조정 절차가 개시된 후 감정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다뤄져야 할 것"이라며 "감정 절차를 진행하기 전 인과관계를 판단하는 심의기구를 구성&65381;운영하는 것은 본격 절차 전에 또 하나의 감정 절차를 두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정확한 사실관계를 왜곡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조정중재원은 의료사고로 인한 피해를 신속&65381;공정하게 구제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의료인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진료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목적도 있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신속&65381;공정과 달리 조정 성과 달성에 그 역할이 매몰되어 의료인 및 의료기관의 희생은 당연한 과정이라 판단하지 않도록 주지해야 한다. 결국 자동개시 제도가 폐지되지 않는 이상, 조정이 시작되면 병원은 잘못이 없더라도 조정 절차(합의)라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이 공고해지지 않기 위한 제도 변혁(變革)이 필요하다. 의료분쟁의 공정하고 신속한 해결을 위한 절차를 담고 있는 자동개시 제도가 보건의료기관과 보건의료인에 대한 헌법 제10조 행복추구권(자기결정권 또는 조정에 참여하지 않을 권리), 헌법 제15조 직업 수행(선택)의 자유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의료분쟁에 대해 재판상 화해와 같은 강력한 효력이 있다는 강점이 작용할 수 있도록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역할 재정립을 주문해 본다.
혈맥약침술 신의료기술평가 타당한가 2020-06-22 05:45:50
P요양병원을 운영하는 한의사 오OO은 폐암으로 입원한 환자 A씨에게 혈맥약침(산삼약침 등) 치료를 한 뒤 본인부담금 920만원을 받았고, 이와 관련하여 2014년 8월 경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으로부터 산삼약침 치료는 임의비급여에 해당한다며 과다본인부담금 확인 처분을 받자 심평원을 상대로 확인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하였다. 1심에선 원고(한의사 오OO)가 패소, 2심은 원고 승소 판결, 이에 심평원은 상고를 제기하였고 2019년 6월 27일 대법원은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한방 측에서는 승소 가능성이 없음에도 재상고를 하였고 2020년 5월 27일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을 내려 원고 패소로 최종 확정이 되었다. 혈맥약침술은 기존의 약침과는 달리 다량의 주사액을 정맥에 주입하는 방법이기에 통상의 약침술의 일종으로 볼 수 없으므로 신의료기술 평가를 통과해야 한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 이유였다. ‘혈맥약침술’중에는 대표적으로 ‘산양산삼 증류약침(이하 산삼약침)’이 있으며 10여 년 전부터 한의원이나 한방병원에서는 ‘산삼약침’을 말기 암 환자에게 주로 시술해왔다. 말기 암 전문 한의원들은 인터넷 포탈에 대대적인 광고를 하면서 더 이상의 치료방법이 없는 말기 암 환자들을 현혹해 왔으며 매달 수백에서 수천만원 하는 고액의 진료비를 받으며 헛된 희망을 팔아왔다. 한방에서는 ‘인삼’이나 ‘산삼’이 자양강장이나 항암효과가 있다고 주장해왔고 삼 종류에 포함된 ‘진세노사이드 성분’의 항암효과에 관한 동물실험 결과도 일부 존재하기에 ‘산삼약침’이라는 표현이 말기 암 환자나 그 가족에게는 구원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산삼약침’에는 한방에서 인삼, 산삼 등의 효능으로 주장하였던 유효성분인 ‘진세노사이드’가 없다. ‘산삼약침’은 산양산삼(산삼 씨를 야생에 뿌려 재배한 삼)을 물에 끊여 생긴 전탕액을 증류한 후 모은 액체를 가공 처리하여 주사액으로 만든다. ‘진세노사이드’는 증류 과정에서 기화하여 이동이 불가능하기에 증류추출물에는 기존에 유효성분이라고 하였던 ‘진세노사이드’ 성분이 존재할 수 없다. 그럼 왜 유효성분이라고 하는 ‘진세노사이드’를 포함한 주사액을 사용하거나 개발하지 않았을까? 진세노사이드 등을 포함하는 산삼의 추출물을 혈관에 직접 주입하면 면역반응과 발열, 쇼크 등을 유발할 수 있기에 ‘산삼약침’을 개발한 한의사 스스로가 사용을 안 했으리라는 추측을 할 수 있다. ‘산삼약침’에 대한 연구논문은 2003년도부터 보고되었으며 2011년까지의 관련 논문 29편은 모두 S 한의대 K 교수팀에 의해 발표되었다. 이에 대한 타 연구팀의 논문은 전무하기에 한방 내부에서 제대로 된 교차 검증은 없었다. K 교수 팀의 세포실험이나 동물실험과 같은 기초 연구논문 중에는 연구자의 자의적인 해석으로 효과가 없는데도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는 다음과 같은 사례도 있었다. [사례 1] B16/F10세포를 이식한 C57BL/6 생쥐에서 산삼약침의 항암효과 및 Doxorubicin에 의한 생식독성 완화 효과 (2006, 권 등)에서는 독소루비신 단독과 독소루비신+산양산삼 군은 종양 크기가 감소하였고 산양산삼 군은 대조군과 마찬가지로 종양 크기가 증가한 결론을 얻었다. 하지만 저자들은 산삼약침이 흑색종 세포에 의해 유발된 암세포에 유의한 항암효과를 나타내지는 않았으나 독소루비신의 투여로 인한 생식세포의 파괴를 억제하는 부작용 완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독소루비신과 비교하여 산양산삼약침의 항암효과가 관찰되지 않으니까 독소루비신+산삼약침 군에서 생식세포 보전의 효과 있다는 지엽적인 결과만 얻은 논문이다. 한방 항암제라고 주장하면서도 아무런 항암효과가 없음을 자인하였다. 한편, 이 논문과 동일한 내용을 복지부의 지원금을 받아 다른 학회지에 중복 게재까지 한 자기 표절 논문이기도 하다. [사례 2] 농도별 산양산삼 증류약침의 apoptosis에 관한 실험적 연구 (2004, 권 등)에서는 암세포사멸은 농도 의존적 결과 나타내지 않았으나 약침의 양을 늘리면서 세포사멸이 증가한다고 하는 결론을 얻었다고 주장하지만, 일반적으로 약물은 농도 증가나 용량 증가에 따라 같은 결과가 도출돼야 함에도 궤변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 한편 ‘산삼약침’ 관련 치료사례 관련 논문은 2015년도까지 총 12개였고 이 중 한 개만이 산삼약침 단독의 효과일 가능성이 있는 사례였으며 다른 사례들은 현대의학적 치료를 병행하였거나 논문에 게재한 치료 전후의 영상자료에 호전이 없음에도 호전사례라 주장하는 등 잘못된 해석을 통해 호전이 가능한 것처럼 엉뚱한 주장을 하였다. 논문으로 발표된 내용조차 신뢰하기 어렵고 제대도 고안된 임상연구 결과 없이도 말기 암에 획기적인 효과가 있는 것처럼 과장하여 홍보하며 실제 치료에 사용하면서 환자와 보호자를 현혹해왔으며 더욱 심각한 것은 허위과장 또는 조작된 논문에 대한 자체 검증도 한방 내부에서 못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의학적 근거가 빈약한데도 혈맥약침술은 과연 신의료기술 평가를 통과할 수 있을까?
원격진료는 '진료' 아냐…코로나에 묻어가지 말아야 2020-06-16 05:45:50
현재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원격진료는 진료가 아니다. 진료를 할 때 중요한 두가지가 병력 청취(history taking)와 이학적 검사(physical examination)인데 원격진료로는 병력 청취만 가능하고, 이학적 검사를 할 수 없다. 즉, 환자분이 기침을 호소하는데, 정작 흉부 청진은 할 수 없고, 흉부 X-ray 검사도 할 수 없다. 병력 청취만으로 진단을 하고 처방을 할 수는 없다. 그 옛날 허준도 그러지는 않았다. 직접 환자를 보고, 맥도 짚고 그러면서 처방을 했던 것이다. 원격진료에 대한 논의는 약 10여년 전에 시작됐는데 의료기반이 취약한 지역의 환자들이 가까운 병의원이 없어서 제대로 진료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원격진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여전한데, 예를 들어서 독도에서 근무하는 경찰이 참을 수 없는 복통이 발생했다고 하자. 원격진료로 환자 진료가 가능할까? 절대로 불가능하다! 닥터헬기를 타고 날아가서 환자를 빨리 의료기관으로 이송하는 것이 답이다. 즉, 의료기반이 취약한 지역의 환자들을 위해서 원격진료를 도입하자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원격진료가 아니라 제대로 된 공공의료기반 또는 의료전달체계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일부 전화처방이 허용되고 생활치료센터에 대한 원격자문을 하면서 비대면 진료라는 용어가 생기고, 뜻하지 않게 원격진료에 대한 논의가 다시 불붙게 됐다. 마치 전화처방과 원격자문이 가능하니 원격진료도 가능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의 흐름인데, 이런 현상을 신경정신과에서는 flight of idea, 즉 사고의 비약이라고 한다. 특수한 상황에서의 전화처방, 원격자문과 원격진료는 같은게 아니다. 또 정부는 원격진료가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 상황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얘기하는데 이런 잘못된 추론을 '교란됐다(confounded)'라고 한다. 바른의료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원격진료 선진국인 미국이나 유럽 국가의 코로나 발생율이 원격진료가 활발하지 않는 한국, 대만, 일본 등보다 더 높다. 즉, 원격진료와 코로나19 방역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그러니까 사고의 비약, 교란된 추론으로 원격진료를 밀어부친다면 크게 잘못하는 것이다. 다만 이번 코로나19 상황에서 우리는 두가지 새로운 의료시스템을 만들게 됐다. 첫번째는 전화처방을 허용한 것이다. 전화처방 허용을 통해 환자들의 전화처방 만족도가 높다는 것을 확인하게 됐다. 필자의 시아버지도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데, 전화처방을 이용해 약을 처방받았다. 담당 주치의는 전화로 환자의 상태에 대해 확인한 후 두 번은 전화처방을 해주었는데, 다음에는 환자 상태도 직접 확인하고, 필요한 검사도 해야 하니 병원에 꼭 오도록 설명해 주었다. 아마도 꽤 많은 만성질환 환자들이 전화처방을 활용했고, 편안함을 느꼈을 것이다. 90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화처방에 대해서 환자들의 87%가 만족스러웠다고 답했다. 즉, 만성질환자의 경우 건강 상태의 변화가 없다면 늘 규칙적으로 처방받는 약을 전화로 처방받을 때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다. 두번째는 원거리 생활치료센터에 대한 원격자문이다. 코로나19 판데믹 상황에서 감염내과 전문의들은 거점병원에서도 인력이 모자라는 상황이었다. 그러므로 생활치료센터에는 감염내과 전문의가 파견될 수 없었다. 이에 생활치료센터에는 일반의 또는 타과 전문의가 상주해 환자들을 모니터링하면서, 의학적 자문 또는 결정이 필요한 경우에는 원격으로 거점병원과 논의하는 방식이었다. 이 방식은 코로나19 판데믹 상황에서 매우 효율적이었다. 그러므로 정리를 해보자. 정부가 주장하는 의료기반이 취약한 곳의 사람들에게는 공공의료기반 또는 적절한 의료전달체계가 필요한 것이지 원격진료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도리어 원격진료로 의료취약계층의 의료의 질이 더 낮아지고,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번 코로나19 판데믹 상황에서 잘 조절되고 있는 만성질환의 경우 전화 처방을 허용할 때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다는 것이 입증됐으니 이를 코로나19 이후에도 활용하는 것은 바람직하겠다. 이를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경증 질환의 상급종합병원 이용 제한 정책과 맞물려 경증 만성질환의 전화처방을 1,2차 의료기관으로 제한한다면 우리나라의 비정상적인 의료전달체계를 바꾸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지역전염병센터를 구축하려고 할 때 이번 코로나19를 통해 경험한 생활치료센터와 원격자문의 형태를 도입하는 것이 한정적인 의료인 자원을 활용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원격진료는 공공의료기반과 의료전달체계의 기본을 견실히 놓으면서 고민할 문제이지 얼렁뚱땅 코로나19에 묻어갈 일이 아니다.
심사환경의 변화 2020-06-15 05:45:50
이곳 원주의 본원으로 이사 온 지도 벌써 반년이 가까워지고 있다. 작년 12월부터 서울사무소의 모든 부서가 순차적으로 옮겨오고 심사부서도 12월 27일 이곳 2동에 자리 잡게 됐다. 처음 이곳을 왔을 때에는 눈에 덮인 치악의 봉우리들과 백운산의 장관에 감탄하고 혁신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뛰어난 경관 속에 자리한 심평원의 탁월한 입지선정에 놀라움을 느꼈다. 이제는 봄도 거의 지나가고 초여름의 절경이 펼쳐지며 내가 즐겨 산책하는 반곡역까지의 길에는 아름다운 꽃들이 활짝 피어 서로서로 화사함을 경쟁하고 사무실의 창을 동해 매일 보는 치악과 백운은 무성한 푸른 숲으로 뒤덮여있다. 많은 분이 이곳의 아름다움을 함께 나눌 기회가 자주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곤 한다. 그동안 코로나19로 많은 놀라운 일들이 벌어져 나라가 어려웠지만 국민들과 의료계, 정부가 하나가 되어 큰 위기를 넘기고 다른 나라들에 비해 빨리 이 사태를 안정시켰다고 생각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뛰어난 건강보험체계, 수준 높은 의료체계, 메르스를 경험한 전염병 방역의 전문성 등은 대한민국을 세계인들이 다시 평가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 작년 5월 건강보험발전 종합계획안이 결정된 후 심평원의 고유업무인 각 분야에는 많은 변화의 물결이 다가오고 있다. 특히 요양급여비용 심사지급업무 처리기준과 관련해 작년 말까지 새로운 고시와 심사지침들을 전문학회와 의협의 협조로 제정했고 이 일은 앞으로도 계속되며 변화하는 의료환경에 걸맞는 심사체계를 만들어 가고자 모두 노력하고 있다. 동시에 심사체계 개편의 일환으로 기존의 중앙심사조정위원회의 업무 외에도 전문심사위원회(SRC)와 동료심사위원회(PRC)를 만들고 기관심사 외에도 5개 질환 즉 고혈압, 당뇨, 천식, COPD, 슬관절치환술을 대상으로 해 심사하는 새로운 체계를 도입해 심평원의 고유업무의 일부였던 심사기능에 의료계가 참여해 수평적인 관계에서 원활하고도 합리적으로 수행하려는 심평원의 의지가 반영된 대책을 수립했다. 또한 심사체계도 모두 전산화되고 심사위원들이 고시와 기준에만 의거해 심사하게 함으로써 객관성, 타당성, 전문성, 일관성 등이 제고되도록 했다. 지난 과거에 병원에서 일할 때 가끔 보험과에서 청구내역이 조정됐다고 사유서를 써달라고 찾아오면 내역을 보고는 그 결정이 부당하다고 느꼈던 적이 여러 번 있었고 그때마다 소명서를 쓰면서 귀찮은 업무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적이 여러 번 있었지만, 이곳에서 4년 동안 있으며 심사를 하다 보니 청구를 잘못해 조정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사실 한 의료행위에 대한 상대가치는 어렵게 했건 쉽게 했건 심사지침에 별도의 기재사항이 없으면 그 의료행위에 수반되는 모든 과정을 포함하는 것이 원칙이다. 또한 행위에 수반되는 치료재료에 대한 기준도 정해져 있다. 그러니 대부분의 별도로 수반되는 행위에 대한 급여청구는 조정되기 마련이며 의사는 정당하게 받을 수 있는 비용을 삭감당했다고 불평하며 심평원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드러내곤 한다. 또 많은 경우 청구사항 중에는 고시와 기준, 심사지침에 대해 잘 모르고 청구한 항목들이 있는 것을 발견하곤 한다. 이제 대형병원들은 보험청구실을 전문화해 내부에서 심사를 거친 후에 청구가 돼 내역들이 정확해지고는 있으나 아직도 일부 사례에서는 불완전한 청구를 하기도 한다. 심사에 참여하는 각 분야가 더 전문적인 지식을 위해 내외부적 소통과 교육을 필요로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심평원은 의료계와 함께 국민건강 향상을 위해 달려가는 동지이다. 복지의 목표 중 하나인 국민 개개인의 건강보장을 위해 예방적 치료이건 질병의 치료이건 최상의 의료가 국민 각자에게 보장되도록 함께 노력하는 동반자이며 그 관심은 항상 의료계와 모든 국민들을 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을 뿐이다.
안심할 수 있는 보건의료 현장이 되길 기원하며 2020-06-15 05:45:00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 2019년 1월 시행됐다. 응급의료종사자를 폭행해 상해에 이르게 한 사람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중상해에 이르게 한 사람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며, 사망에 이르게 한 사람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기존에도 제12조를 위반해 응급의료를 방해하거나 의료용 시설 등을 파괴, 손상 또는 점거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하는 규정이 있음에도 국회는 왜 새로운 규정을 만들었을까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의료법도 이와 비슷한 형태로 뒤따라 개정되었는데 의료인 등을 폭행해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형법상 법정형 보다 가중 처벌하는 등의 내용이다. 바로 제12조 제3항으로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7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중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3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며,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 법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그 보호법익을 직접적으로는 응급의료종사자와 의료인 등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나,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의료인 등을 두텁게 보호함으로써 응급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고 나아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것임에는 두말할 나위 없다. 이후 보건복지부는 안전한 진료환경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배포했는데 주목할 내용은 경찰청의 경우 진료 중 폭력 및 폭행 사건은 보건의료기관 종사자와 주변 환자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중대한 사건으로 인식해 현장에서 적극 대응하도록 했다. (다소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만) 의료인이 범죄행위, 의학적 사유 등 합리적 사유가 있을 경우 진료거부도 가능하다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와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의료기관 내에서는 폭행으로 응급의료종사자가 폭행을 당하거나 의료인이 감금을 당했다는 뉴스가 끊임없이 보도되고 있다.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보건의료 현장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의료기관 사용자는 폭행(暴行)과 상해(傷害)의 개념을 정확하게 숙지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폭행(暴行)'이란 사람의 신체에 대한 직접적 유형력의 행사를 말하는 것인데, 신체에 직접 접촉하는 것 뿐만아니라 피해자에 근접해 욕설을 하면서 때릴 듯이 손발이나 물건을 휘두르거나 던지는 행위도 폭행에 해당한다. 상해(傷害)란 신체의 완전성을 훼손하거나 생리적 기능에 장애를 초래하는 것을 의미한다. 수사기관에서는 폭행에 수반된 상해가 경미해 폭행이 없어도 일상생활 중 통상 발생할 수 있는 상처나 불편정도이고, 자연적으로 치유되면 상해죄의 상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정 성범죄로 인해 피해자가 불안, 불면, 악몽, 자책감, 우울감정, 대인관계 회피, 일상생활에 대한 무관심, 흥미상실 등 정신과적 증상인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 해당한 것은 상해를 입은 것이라고 판단한 판례도 존재한다. 한편, 중상해는 생명에 대한 위험 여부, 불구 여부, 불치나 난치 질병 여부, 대화 또는 보행 가능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하는 '교통사고에 대한 대검찰청 업무처리 지침'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둘째, 수사기관에서는 의료법 제12조 제3항 위반의 죄와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12조 위반의 성격에 대해 '구체적 위험범'이 아닌 '추상적 위험범'으로 해석할 것을 요청한다. 위험범은 위험에 대해 고의가 필요하다는 구체적 위험범과 고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추상적 위험범으로 구별한다. 다시 말하면, 어떤 행위가 실제로 위험을 일으키지 않더라도 위험성이 인정될 수 있으면 범죄의 구성 요건이 충족되는 것이다. 교통방해죄, 현주건조물방화죄 등이 이에 해당한다. 대법원은 "법 해석의 법리에 따라 법률에 사용된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에 기초를 두고 입법 취지와 목적, 보호법익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라며 "운행 중인 자동차 운전자를 대상으로 하는 범행이 교통질서와 시민 안전 등 공공의 안전에 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보아 이를 가중 처벌하는 추상적 위험범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여기에다 사람을 상해나 사망이라는 중한 결과에 이르게 하면 보다 중한 형으로 처벌하는 '결과적 가중법'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봤다. 이런 대법원 판례를 의료법과 응급의료법에 적용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보건의료 현장이 될 수 있도록 수사단계에서 적극적으로 해석해 범죄에 강력 대응해야 할 것이다. 셋째, 병원 행정직원이나 보안요원도 법에서 보호해야 한다. 의료법 제36조(준수사항) 제11호인 의료인 및 환자 안전을 위한 보안장비 설치 및 보안인력 배치 등에 관한 사항이 신설되었는데, 이와 같은 업무는 의료기관 내 행정직원이나 보안요원 등이 역할을 담당한다. 그러나 의료법과 응급의료법에서 보호하는 대상에 병원 행정직원이나 보안요원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에 따라 응급의료센터 내에서 위법 행위가 있더라도 단순 폭행, 상해, 모욕 등의 범죄로 처벌되고 있어 해당 법의 취지가 무력해진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해당 법의 객체 범위에 행정직원과 보안요원 등을 두루 포함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폭행 또는 상해 피해를 입은 직원을 보호하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의료법과 응급의료법 위반의 죄로 인해 근로자에 대한 건강장해 등이 발생하면 산업안전보건법 제41조(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한 건강장해 예방조치)에 따라 법무조직의 적극적인 노력(의견서 작성 및 수집한 증거자료 등의 제출)과 법률지원을 통해 의료기관 종사자를 두텁게 보호하는 환경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문 정부 질병관리본부 강화를 진정 원한다면 2020-06-08 05:45:50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승격시켜 제2의 코로나19 파동에 대비한다고 한다. 정부안에 따르면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가 제대로 행사할 수 없었던 독자적인 인사와 예산에 관한 권한은 승격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개편안을 보면 기가 막힌다. 우선 질본의 소속기관으로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K방역의 기초를 세우는 데 큰 공헌을 하고 있는 국립보건연구원(이하 보건원)을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 소속으로 전환시킨다고 한다. 이 문제는 대통령의 전면 검토 지시로 백지화 될 수도 있으나 아직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보건원은 감염병 연구를 비롯한 질병관리를 위해 필수적인 연구를 수행하며 긴 세월을 질본과 동고동락 해온 조직이며 2004년 창설된 질본의 전신이다. 소속 인력만 해도 공무원과 공무직을 합치면 400명에 달하는 큰 조직이고 주요 업무를 담당하는 대다수는 박사나 석사 소지자들로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다. 평소에도 법정 감염병, 유전체, 심혈관질환, 호흡기질환, 뇌질환, 희귀질환 등의 연구로 질병관리본부 행정업무의 의학적, 과학적 기반을 조성해왔으며 이번 코로나19 방역에도 바이러스 배양과 유전자분석을 비롯하여 진단키트,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의 중심에 서 있다. 이런 기관을 떼어 내겠다는 정부안에 어안이 벙벙하다. 분리해야 하는 이유로, 정부는 감염병 관련 업무 이외 바이오헬스 등 다양한 기술 지원 업무가 이뤄지며 다수 부처의 협력이 필요한 업무가 다수 포함돼 복지부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효율적이라 했다. 일견 맞는 말이다. 하지만 보건의료관련 R&D 예산의 약 80%는 보건산업진흥원을 통해 복지부가 이미 집행하고 있으며, 국립보건연구원은 고작 10%만 배정해왔다. 정부 발표대로라면 우선 국립보건연구원이 전체 R&D예산을 집행하도록 해주는 것이 순서이다. 분리의 배경으로 미국 CDC 와 NIH를 거론했는데, 그렇다면 그와 같은 처우를 해주면 분리가 가능하다. 미국 2개 기관은 소속은 보건부에 있지만,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고 의회 청문회도 거치는 우리와는 비교조차 안 되는 매우 권위 있는 기관들이다. 또한 보건원은 국립백신지원센터, 병원체자원은행, 바이오뱅크 등 우수한 시설과 자산들을 보유하고 있어 질본의 고유업무 수행에 맞춤형 연구기관의 역할을 해왔다. 뿐만 아니라 가장 위험한 병원체를 취급하는 BSL4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는 세계적으로도 많지 않은 특수시설이며 이를 통해 에볼라 등 치명적 바이러스 연구를 함으로써 또다른 팬데믹에 대비해야 하는 것이다. 결론이 어떻게 날지 모르나, 이런 세부사항을 다 알고 분리를 추진했으면 매우 나쁜 정책이고,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첫째는 복지부가 복수차관을 절실하게 원했기 때문이다. 보건차관이 맡을 새로운 업무가 필요했던 것이다. 보건원과 더불어 가져가려는 장기이식센터(KONOS), 혈액안전업무 등도 질본의 전문가들이 지금까지 해온 고유사업이다. 특히 국립감염병연구소를 만들고 이를 질본에 두지 않겠다는 발상은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한다. 보건 담당 차관도입은 필요하다. 현재의 과중한 보건의료정책 업무와 궁극적으로 보건부의 독립을 위해서라도 2명의 차관이 있는 것이 옳다. 하지만 질본의 청 승격과 맞물리면 지휘권의 분산으로 상충하게 된다. 질병관리청이 복지부의 외청이므로 보건차관은 청장에 대해 지휘권을 가지게 되며, 이는 질본의 독립성을 저해하는 결과가 된다. 지금도 본부장은 차관급이므로 서열상 복지부내 3위이다. 보건차관이 들어서면 4위로 밀리게 되며, 이는 일반인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의 심각한 청의 위상 격하로 이어진다. 메르스 수습으로 차관급 질본을 만들게 되었는데, 막상 일을 해보니 무늬만 차관이었다. 인사는 6급 이하 공무원만 재량권이 있었고, 예산편성도 복지부에 항상 우선 순위가 밀렸다. 같이 일하는 5급 공무원이 4급으로 승진하는 인사위원회에 참여도 못하는 기관장이 과연 지휘를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 예산도 제대로 따지 못하는 기관장을 누가 신뢰할까. 지금의 사태에 질본과 보건원 구성원들이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도 복지부의 인사권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복지부가 질본의 독립을 내심 바라지 않는데 있다. 식약처 독립한 전철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독립성과 전문성 보장 선언으로 청으로의 승격은 거스릴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 그래서 사전에 최대한 지분(인원과 예산)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이번 정부 조직개편안에 실리게 된 것이다. 청장에게 감염병 컨트롤타워 역할을 일임을 한다면서 중수본부장은 왜 맡기지 않는가. 지휘권 보장을 위해 의료기관 보상에 관한 것은 청장이 결정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지 않은가. 이 모든 것이 separation anxiety 라고 보면 된다. 이미 독립행 열차는 플랫폼을 서서히 빠져나가고 있다. 그리고 언젠가는 보건부라는 종착역에 다다를 것이다. 그래서 차제에 청 보다는 처로의 격상을 제안한다. 국무총리실 직속이 되면 보건차관 도입과도 무관하게 된다. 그리고 복지부는 지금부터 보건차관이 주도하여 보건과 복지를 분리하는 작업에 착수하면 된다. 그 작업의 첫발은 학교보건, 환경보건, 산업보건, 노동보건 등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보건 행정을 통합하고, 지자체 보건소를 보건부로 이관시키는 것이다. 현재 교육부, 환경부, 산자부, 노동부, 보훈처 등은 보건의료전문성이 거의 없는 인력들이 해당 부처의 보건을 맡고 있어 의료계에서 보기에 답답할 때가 적지 않다. 첫 발을 떼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나, 선진국을 향한 발걸음이니 그리해야 한다. 또한 전국의 국공립 의료기관도 보건부가 관장을 해야 한다. 이번 코로나19도 국공립 기관이 지자체, 산자부, 보훈처, 국방부, 행안부 등에 산재한 관계로 일사 분란한 병실 수급이 불가능하였다. 이런 과정을 통해 국공립병원의 수준 향상으로 전 국민이 고른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현 정부가 강력하게 원하고 있는 공공의료 인력의 확보 및 발전과도 일맥상통한 방향이다.
|이경권칼럼|코로나19와 비대면 진료 2020-06-02 10:42:46
정부발 비대면 진료 화두로 의료계가 시끄럽다. 여당은 자신들이 반대했던 원격의료와는 다르다고 선을 긋고 있다. 여당 소속 국회의원이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밝힌 바에 의하면 취약한 대상, 취약한 지역에 한해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한시적으로 허용했던 전화상담 및 처방건수 26만 건을 기초자료로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언론에서도 관련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현행 의료법 제17조에 의하면 직접 진찰하지 않은 의사는 처방전이나 진단서를 발급할 수 없고, 여기서의 ‘직접 진찰’을 대면진료로 보는 것이 다수의 견해다(재진환자에 대해 전화로 진찰하고 처방전을 발급한 것은 의료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례도 있다. 대법원 2013. 4. 11. 선고 2010도1388 판결). 즉,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려면 현행 의료법 제17조를 개정해야 하는 것이다. 반면 원격의료를 규율하고 있는 것은 의료법 제34조로 제목도 ‘원격의료’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원격의료의 일부인 원격협진 또는 원격자문만을 허용하고 있다. 즉, 진정한 의미의 원격의료인 의사-환자간 진료는 금지하면서 의사-의사간 협진이나 자문만 허용한다.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듯이 무늬만 원격의료인 제도를 원격의료라는 이름을 붙여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법의 규정이 이렇다 보니 정말 불필요한 시범사업이나 연구가 벌어진다. 취약지역에 사는 환자가 의사와 진료를 하는 것이 필요하지 취약지에 근무하는 의사가 왜 다른 의사와 협진을 해야 하는가. 그럴 바에야 환자를 이송하여 진료를 보게 하면 된다. 교도소에 있는 의사가 다른 의사와 협진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하다면 죄수를 외진 내보내면 된다. 비대면 진료라는 용어를 써서 우회할 것이 아니라 이번 기회에 의사-환자간 원격의료라고 떳떳이 밝히고 국민의 의견을 묻는 것이 낫다. 그래야 여러 논의도 같이 진행될 수 있다. 처방전을 어떤 약국에 보낼 것인가, 약의 배달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처방전 리필제는 시행할 필요가 있는가 등등. 세상은 바뀌고 있다. 당연히 학교에 모여서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도 과거의 것이 되었고, 글로벌화, 지구촌이라는 단어도 어색해졌다. 기존의 상식이 도전받고 있는 상황이다. 반드시 의사와 얼굴을 맞대고 진료를 보아야 하는 것이 불변의 진리일까. 과학기술의 발전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휴대폰의 카메라 기능으로도 의사의 시진기능을 대체할 수 있다. 촉진이나 청진도 대체가능하며 실제 청진기를 잘 사용하지도 않는다. 앱을 이용한 신체활동 측정은 보편화되었다. 최근 원격 모니터링의 하나인 손목시계형 심전도 검사기기가 건강보험에 포함되어 업계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비대면 진료, 원격의료, 원격협진, 원격 모니터링, 국민들은 용어에 혼란스러워 한다. 본질은 하나인데 왜 직접적으로 얘기하지 않는가. 기술의 발전과 인구의 노령화 등으로 인해 원격의료는 시행될 수밖에 없다.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들을 마련해야 할 뿐 거대한 시대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는 것이다. 방직기계를 부순들 산업혁명을 막을 수는 없었던 것처럼.
원격의료 대안이 왕진? 과연 올바른 해법인가 2020-06-01 05:45:00
원격의료 추진은 정부·여당과 의료계 사이 '뜨거운 감자'로 등장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국민 안전 확보를 위해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원격의료 추진이 필요하다는 정부와 원격의료의 안전성과 효과가 입증이 우선이라는 의료계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정부가 국민의 안전을 위해 도입하려는 원격의료가 의료계의 주장처럼 도리어 국민의 건강과 안전 확보가 보장되지 않았다면, 먼저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의료계의 동의하에서 시행한 전화 상담과 처방을 통해 원격의료의 안전성과 효과가 충분하게 입증되었다고 주장하지만, 의료계의 입장은 사뭇 다르다. 의료계는 정부가 발표한 제한된 전화 상담 및 처방만을 기준으로 원격의료의 안전성과 효과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라며 원격의료 추진을 즉시 철회하라고 연일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의사협회는 정부의 근거로 제시한 전화 상담과 처방 건수가 전체 진료 건수 대비 미미하여 안전성 여부를 평가하기 어렵다는 견해다. 또한, 코로나19 사태로 안전에 위협을 느낀 독자 보행이 어려운 고령의 만성질환자에 한해 시행된 전화 상담과 처방 결과를 일반화하여 원격의료 추진의 근거 자료로 활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는 사실을 경고하고 있다. 의사협회와 의료계가 원격의료 추진 반대에 목소리를 높이는 중에 놀랍게도 의사협회 홍보이사가 원격의료의 대안으로 '왕진제도(방문 진료)' 시행을 주장하고 나섰다. 정부가 커뮤니티사업의 핵심으로 제안하였으나 현재 유명무실화한 방문 진료가 원격의료의 대안이라는 주장이 과연 현실성 있는 것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원격의료를 산업의 관점에서 활성화하려는 것과 마찬가지고 의료계가 원격의료를 대체할 수단으로 방문 진료를 주장하는 이유가 수가 인상을 위한 방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원격의료 반대에 대한 명분과 실리 측면에서 큰 착오다. 물론 방문 진료가 대면 진료 원칙을 준수하고 있으나, 이 또한 환자의 안전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 의사협회의 공식적인 판단이다. 아울러 방문 진료비 책정 또한 현실과 동떨어져 참여하는 의사가 적을 수밖에 없는 한계점을 노출하여 현재 참여도가 매우 저조한 상황이라는 상기해야 한다. 따라서 방문 진료는 원격의료의 대체 수단으로 적절하지 않다. 최근 대법원의 판단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의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의료분쟁이 발생하면, 책임은 대면진료와 같다는 태도다. 이것이 원격의료를 반대하는 의료계는 대표적인 이유 중 하나로 법적 책임 소지에 대한 불명확성 해결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가장 중요한 국민 건강의 안전성과 의료 행위에 대한 책임소재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수립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산업 논리에 근거하여 원격의료를 시행하는 것은 국민을 위한 제도로 평가받기 어렵다. 국민으로서도 불완전한 제도로 인해 자신의 생명과 건강이 위협받을 수 있다면, 원격의료 시행이 주는 편리함만으로 원격진료가 대면진료를 대신하기 어렵다는 사실에 공감할 것이다. 정부도 이런 점에서 무조건 원격의료를 추진하기보다는 의료계와 국민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사전 안전장치 마련에 최선을 다하고, 여기서 한 합의에 근거하여 원격의료가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올바른 제도로 정착하는 데 힘써야 한다. 정부는 반대를 위한 원격의료 철회 주장이 아닌 국민 건강을 위한 진정한 의료계의 충언을 허투루 듣고 흘리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