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소개비 지급과 관련한 법률 동향 2020-10-05 09:50:42
최근 들어 강남 지역 개원가의 거래처 병원들이 환자 유인·알선과 관련하여 조사를 받고 있다는 연락을 자주 받는다. 현장에서는 영업팀, 홍보팀, 프리랜서, 광고 법인, 상담 실장 기타 다양한 이름과 방법으로 브로커를 운용하고 있는데, 결국 경찰이 문제를 삼는 부분은 이들에게 “소개비”를 지급했다는 점이다. 이름이 뭐가 됐든, 회사 내부 직원이든 외부 인력이든 중요하지 않다. 이런 유형의 사건에서는 결국 “환자를 소개하는 대가로 소개비를 지급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된다. 판례의 태도 등 과거 하급심 판례를 뒤적여 보면, 주로 손해사정사들, 기타 환자를 많이 접할 수 있는 직역의 외부인들로부터 교통사고 환자 등을 소개 받고, 소개비를 지급했다가 의료법 제27조 제3항 위반으로 처벌을 받은 사례가 많다. 이들은 전문적인 브로커는 아니지만, 병원 1~2개 정도와 관계를 맺으며 소액의 소개비를 부수입을 챙겼던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케이스에서 유죄가 선고되었다. 다음으로는 병원 직원에 관한 판례가 등장한다. 가장 유명한 판례는, “의료기관ㆍ의료인이 스스로 자신에게 환자를 유치하는 행위는 그 과정에서 금품이 제공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환자의 '유인'이라 할 수 없고, 그 행위가 의료인이 아닌 직원을 통하여 이루어졌더라도 환자의 '소개ㆍ알선' 또는 그 '사주'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대법원 2004. 10. 27 2004도5724 판결)”라는 대법원 판결이다. 병원 직원이 적극적으로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외부 활동을 하더라도 괜찮다는 취지다. 단, 위 판결을 자세히 읽어보면, “행위자에게 금품이 제공되는 것”은 금지하고 있다. 즉, 병원 직원이 적극적으로 외부 활동을 하면서 환자를 유치하는 것은 괜찮지만, 그 직원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해서는 안된다는 취지다. 이런 원칙하에, 직원들에게 환자 소개비를 ‘인센티브’ 명목으로 지급했다가 처벌을 받은 사례들 종종 찾아볼 수 있다. 다른 병원으로부터 환자를 이송 받으면서 사례비, 수고비, 세탁비, 청소비, 응급치료비 등의 명목으로 돈이 지급됐을 때, 이 또한 환자의 유인·알선이라고 판단했던 대법원 판레도 눈여겨볼 만 하다(대법원 1998. 5. 29 선고 97도1126 판결). 최근의 동향 등 최근에 수사 중인 사건들을 보면, 전문적인 브로커를 활용하다가 내·외부의 제보로 인해 문제가 된 사례들이 대부분이다. 광고대행 법인이라며 별도의 주식회사를 세워 홍보비 명목으로 돈을 지급하기도 하고, 직원으로 직접 고용하여 급여·인센티브 형식의 소개비를 지급한 케이스도 있다. 가끔 보면 소개비 지급에 관하여 버젓이 계약서를 작성하거나, 소개비 정산을 위한 정산자료를 만드는 병원도 있는데 이는 가장 피해야 할 형태이므로 주의를 요한다. 최근에 상담했던 사례에서 A병원은 MSO법인을 활용하기로 마음먹고, 광고, 홍보, 인사관리, 컨설팅 등 명목으로 MSO에 거액의 돈을 송금해 왔다. 그리고 MSO는 나중에 세무조사를 받을 각오를 하고 거액의 현금을 인출해 영업사원들에게 지급했다. 문제가 생기더라도 MSO에서 막아보겠다는 각오로 영업사원들은 다 MSO 소속으로 고용했다. 얼핏 생각하면 그럴싸한 이야기 같기도 하다. 하지만 내부 직원의 고발로 경찰에서는 이 구조를 다 파악하게 되었고, 가장 먼저 조사 받은 직원의 계좌에서 현금으로 받은 인센티브를 꼬박꼬박 ATM기를 통해 입금해온 정황이 드러났다. 수사하는 입장에서 이는 너무 명확한 증거다. 다음 사례는 더 심각하다, B병원은 모 스포츠단체와 협약을 맺고 환자를 소개받기로 했는데, 단체는 소개비가 암시되어 있는 계약서에 서명을 요구했다. B병원 원장은 서로 비밀만 지키면 되겠거나 하는 생각에 계약서에 서명을 했는데, 이후 지속적인 협박에 시달리게 되었다. 계산이 조금 맞지 않는 등 의견 차이가 있을 때마다 “계약서 들고 경찰서로 갑니다” 라는 협박에 시달렸다. 결국, 민사소송 끝에 거액의 합의금을 지급한 이후에야 관계를 정리할 수 있었다. 그밖에 최근의 사건 경향을 보면, 환자 소개 실적이나 매출에 비례하여 수수료를 지급하다가 수사 선상에 오르게 된 사례들이 많다. 대부분 병원의 약점을 정확하게 파고 들어오고 있어서, 개설자 입장에서는 변명 한 번 해보지 못하고 인정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대응 방법 환자의 유인·알선과 관련하여 직·간접적으로 문제가 된 경우, 첫 번째로 문제의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한 행위의 어디까지 허용되고 어디서부터 불법인지, 그리고 문제가 된 부당이득 또는 수수료의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는 것이 먼저다. 이 때 주변 경쟁자들 중 누가 제보를 했는지, 내부 직원 중 누가 정보를 제공했는지 파악하는데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건 문제의 해결에 있어 중요한 사항이 아니다. 제보자에 대한 사적인 복수는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도 않고, 해서도 안될 행동이다. 그 다음이 전략의 수립이다. 전략은 병원이 입게 될 피해를 최소화 하는데 목표를 두고 큰 전략과 세부 전략을 나누어 설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위 A병원은 MSO가 마케팅과 홍보에 사용한 실제 비용을 입증하는데 집중하여 MSO를 통해 영업사원들에게 지급한 돈은 사실상 얼마 안된다는 점을 소명했다. 그리고 B 병원은 스포츠단체와 주고받은 돈이 환자 수나 매출과 직접 관련이 없음을 입증하는데 집중했다. 그런 방식으로 병원이 입게 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법률과 판례가 금지하고 있는 소개비 지급을 근절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불가피하게 필요한 상황이라면 최대한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업무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임총을 파행으로 이끈 주승행 부의장은 사퇴해야 2020-09-29 05:45:55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는 주신구 대의원이 발의한 임시대의원총회가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성립되었다고 발표하고, 대의원회 의장이 임시대의원총회 소집을 공고하였다. 그러나 대의원 의장이 불참한 가운데 임시대의원총회 절차를 논의하기 위해 소집된 운영위원회가 의장에 의해 봉인된 임시총회 발의 동의서를 개봉하는 불미스러운 사태가 발생했다. 이는 정상적으로 대의원회 의장이 발의 동의서를 검수하고 밀봉한 상태로 보관 중인 자료를 열람한 것은 어떤 사유로도 정당화시킬 수 없다. 일부 대의원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대의원운영위원회가 개인정보 보호법을 어기면서 개봉한 사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임시총회 개최에 대해 동의하는 동의서에는 대의원의 이름과 면허번호가 적시되어 있고, 무엇보다 동의서 자체는 무기명 투표와 같이 보호되어야 할 의사 표현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밀봉을 훼손하고 부의장 3명과 간사 한 명은 동의서를 확인했다. 이는 절차를 무시하고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것이다. 동의서에 서명한 대의원 명단을 확인함으로써 보호되어야 할 대의원의 중요한 정보와 의사표현이 심각하게 침해받게 했다. 즉각적으로 감사단이나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이에 대한 진상 조사를 해 회원과 대의원 전체에게 소상하고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 또한 "발의안에 불신임 사유가 명시돼 있지 않지만, 대의원이 낸 안건을 반송시킬 수 없다고 판단해 임시총회에서 불신임 대상자의 소명을 듣고 참석 대의원들의 토의 시간을 가지려 한다"라며 마치 발의안에 불신임 사유가 담겨 있지 않다는 부정적인 개인 의견을 표명해 전체 대의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려 한 점은 매우 부적절하다. 발의안에는 정관에 따른 위반에 의거한다는 명확한 사유가 기술되었음에도 이를 부정하는 발언은 자신의 견해임을 전제하고 밝혀야 했음에도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 임시대의원총회 과정에서도 분과별 회의 환경이 부실함에도 회의를 급속하게 진행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를 노출하였다. 특히 제3 안건(비대위 구성안) 표결에 앞서 의사진행발언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무기명으로 투표를 진행한 일부 분과의 투표 결과를 기명 투표와 합산하는 어이없는 결정을 내렸다. 투표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는 대의원의 정식 절차를 무시함으로써 운영 규정을 위반하는 독단적 만행을 저질렀다. 따라서 이렇게 결정된 제3 안건의 표결 결과는 원천 무효다. 아울러 의장직무대행으로서 상황을 이렇게 만든 책임을 통감하고 즉각적으로 부의장에서 사퇴할 것을 촉구한다. 임시총회 개시 후 모 대의원의 안건 불성립 주장에 대해 아무 제지나 언급 없이 해당 대의원이 표결에 참여시킨 것 또한 문제다. 자신이 스스로 안건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한 불신임안에 대해 의사진행발언을 하는가 하면 표결에까지 참여하는 것은 후안무치한 행동이다. 그런데도 이 대의원의 표결 참여를 지적하지 못한 의장직무대행의 회의 진행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방역을 핑계로 회의장을 끌어 잠근 밀실 진행도 비판받아야 한다. “왕관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는 자”가 역할 감당하기 어렵다면, 물러서는 것이 당연한 이치나 스스로 중립을 훼손하여 대의원회의 신뢰를 추락시킨 잘못은 무엇보다 뼈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임시대의원총회를 파행으로 이끈 주승행 부의장은 결자해지 차원에서 즉시 부의장 자리에서 사퇴하고 회의 뜻을 받드는 겸허한 모습을 보이기 바란다. 대의원회 대의원직에서 물러나면서 마지막으로 회원을 위해 하는 요구를 받아들일 것을 거듭해서 촉구한다. ※기고·칼럼은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삼전도(三田渡)의 굴욕(屈辱)을 아십니까? 2020-09-28 05:45:50
삼전도(三田渡)의 굴욕(屈辱)을 아십니까? 힘없는 조선의 군주가 청나라 황제에게 무릎 꿇고 머리를 9번이나 땅에 찧은 굴욕적인 역사입니다. 정부의 부당한 의료 정책에 맞선 의료계 투쟁에서 의과대학 학생이 투쟁의 기치로 내건 '국가고시 거부'가 의료계의 투쟁 승리로 끝났다고 주장이 무색하게 오히려 이들의 목의 죄고 있습니다. 코로나 확산을 핑계로 손을 내민 정부와 협상에 응한 대한의사협회를 우려스럽게 바라보았던 이유는 자칫, 정부의 술수에 휘말려 잘못된 협상이나 합의로 의사와 의료의 미래를 구렁텅이로 밀어 넣고, 의사 집단 모두가 정부에 머리를 찧고 반성하는 삼전도 굴욕이 재현될까 두렵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런 예상이 정확하게 현실화하였습니다. 투쟁은 어쭙잖은 합의로 막을 내렸고, 덩그러니 내팽개쳐진 학생들의 국가고시 응시는 투쟁을 이기고도 사죄를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인간으로, 국민으로, 의사로 당당하게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나선 투쟁에서 승리했지만 불확실한 미래와 마주한 이들의 박탈감과 허탈함 그리고 분노를 어떻게 잠재울 수 있을까요? 이들 앞에 남을 것은 정부가 강요한 굴욕. 강요당한 굴욕의 학생만 존재하고 있습니다. "의대생의 국가시험 응시 거부는 일방적인 보건의료 정책에 대한 정당한 항의로서 마땅히 구제의 대책이 마련돼야 하며 대한의사협회는 이들이 정상적으로 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모든 방법을 동원해 대응할 것", "더불어민주당 및 정부와의 합의는 대생과 전공의 등 학생과 의사회원에 대한 완벽한 보호와 구제를 전제로 성립된 것", "이와 같은 전제가 훼손될 때에는 합의 역시 더 이상 의미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밝힌다"라고 했지만 정부는 사과 없는 의과대학 학생의 국가고시 응시 수용이 불가하다는 입장입니다. 의과대학 학생은 우리 의사와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이자 주체자입니다. 이런 이들이 굴욕을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투쟁에 이기고도 볼모로 잡힌 의과대학 학생의 ‘국가고시 거부’가 또다시 꺼져가는 투쟁의 불씨를 되살릴 수 있다는 사실을 정부가 명심해야 합니다. 아울러 상황을 이 지경으로 만든 의사협회장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들이 권리가 완전하게 회복되도록 의료계가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여 노력해야 합니다. 정부도 의료공백 사태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합리적인 선택을 해야 합니다. 말로만 국민을 위해서가 아닌 진정하게 국민을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 판단해야 할 때입니다. ※칼럼은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식약처의 의약품 시판 후 안전관리의 실상 2020-09-22 05:45:50
필자는 지난 칼럼에서 의약품의 임상시험 중 발생하는 약물부작용 모니터링의 중요성과 식약처의부실한 실상에 대해서 말했다. 최근 아스트라제네카는 백신 임상시험에서 1예의 횡단척수염이 발생하자 임상시험을 보류했다가 재개했다. 인보사에 대해서도 FDA는 임상시험 보류와 재개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이와 같은 임상시험의 보류 및 재개는 FDA나 유럽에서는 매우 흔한 일이다. 안전이 우려되면 잠시 보류해서 안전에 대한 집중 검토 및 필요한 안전성 관리계획을 수립하고, 우려가 해소되면 다시 재개하는 것이다. 과연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프로세스가 작동할까? 필자가 아는 한 식약처가 안전성에 대한 우려로 임상시험을 보류시킨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식약처의 임상시험 중 안전성 모니터링은 이와 같이 매우 부실하다. 그럼 시판 후 안전성 모니터링은 어떨까? 의약품은 임상시험을 통해 어느 정도의 안전성, 유효성을 입증한 후 허가되지만,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환자들의 지극히 제한된 조건으로 인해, 실제 시판 후 다양한 환자들에게 투여될 때에는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예를 들어 FDA는 올해 로카세린이라는 비만 치료제가 암 발생율을 높일 수 있다는 이유로 판매 중지 및 회수 조치를 명령했다. 사실 이 약은 유럽에서는 동물실험자료상 종양 유발 위험성이 있어서 허가가 되지 않은 의약품인데 FDA는 허가를 했고, FDA가 허가를 했으니 당연히 우리나라도 허가를 해서 결국 이런 결과가 초래됐다. 식약처의 허가 심사 문제에 대해서도 다음에 다뤄볼 기회가 있을 것이다. FDA에는 약물감시부서가 독립적으로 있으며, 안전성 정보 검토는 대부분 의사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유럽은 훨씬 더 안전성 검토에 적극적이고, 보수적인데, 유럽의약품청(EMA)의 산하기관인 약물감시 위해평가 위원회(Pharmacovigilance Risk Assessment Committee, PRAC)가 이 역할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PRAC은 지난 8월 20일 8개의 의약품에 대해 안전성 조치를 권고했는데, 매월 이런 안전성 조치가 쏟아져 나온다. PRAC은 유럽연합의 각 국가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로서 PRAC의 권고에 따라 때로는 투여중지, 판매중지, 허가취소 등의 조치가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올해 2월 PRAC은 울리프리스탈의 간독성 위험성에 대한 충분한 평가가 이루어지기 전까지 투여 중지를 권고했으며, 평가를 완료한 9월에는 허가 취소를 권고했다. 그럼 PRAC이나 FDA가 검토하는 주된 안전성 정보는 무엇일까? 다양한 안전성 정보가 있지만, 가장 핵심적인 정보는 제약회사가 시판 후 정기적으로 제출하는 PSUR(Periodic Safety Update Report)이다. PSUR에는 시판 후 보고된 모든 부작용 정보가 총망라돼 있다. 실제 제약회사는 PSUR을 비롯한 안전성 정보를 검토하고 이에 따른 조치를 취해야 할 책임이 있지만, 대부분의 회사가 그렇지 못하다. 애쓰게 시판한 약의 공든 탑이 무너질까 안전성 정보를 축소하고, 저평가하기 쉽기 때문에 규제기관이 매의 눈으로 감시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약사법에도 2015년부터 시판된 의약품의 PSUR을 정기적으로 식약처에 보고하도록 명시돼 있다. 그런데 이는 전혀 준비되지 않은 제도였다. 식약처는 2016년 ICH(의약품국제조화회의) 정회원 가입을 위해 FDA와 EMA의 안전성관리시스템(GVP, Good Vigilance Practice)을 대거 약사법에 밀어 넣은 것이다. 그러면서 식약처는 2016년 당시 내부 직원 30명을 의약품부작용 감시 전문가로 키우겠다고 발표했는데, where are they? DSUR 만큼이나 중요한 PSUR을 전혀 검토하지 않는 식약처에 PSUR 검토를 반드시 해야한다는 내용의 메일을 여러 차례 보내고, 구두로도 여러 차례 요청했었다. 식약처의 DSUR/PSUR 미검토는 필자의 식약처를 향한 1인 시위의 핵심이었다(이 2가지를 제대로 검토하려면 의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1인 시위 다음날 식약처 고위 공무원은 필자를 앞에 두고, 이렇게 말을 했다. "PSUR 미국이나 유럽에서 다 검토하는데, 우리가 또 검토할 필요가 있나?"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래서 필자는 대답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허가한 약 왜 심사하십니까? 그대로 허가내주면 될 것을" PSUR 검토를 하지 않기 때문에 식약처의 안전성 관련 조치는 거의 모두 FDA, EMA 등 선진규제기관에서 조치를 취하면 따라하는 식이 되고 있다. 반면 일본은 FDA, EMA와는 다른 창의적인 약물감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사실상 약물감시 분야는 매우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분야이고, 정성적/임상적 평가가 중요하기 때문에 다른 나라 제도를 기능적으로 따라가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우리나라에는 약물감시 전문가가 매우 희소하고, 또 PSUR을 검토하기 위해서는 많은 의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항암제 개발을 주로 하는 한 다국적제약회사의 약물감시부서에는 600명이 넘는 의사가 일하고 있다고 한다. 식약처에 그 10%가 아니라 1%라도 있게 되기를 바란다. P.S. 참, 작년 국정감사 때 식약처가 PSUR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변을 했던데 그것은 100% 뻥이었음을 밝힌다. 국회의원을 속일 수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과학자로서의 양심까지 버리지는 말기 바란다. ※칼럼은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한방 추나요법 의료를 왜곡하고 있다 2020-09-21 05:45:50
“추나요법으로 기혈의 순환을 돕고, 체형을 교정합니다. 또한 척추관협착증을 치료하고, 자궁과 난소기능을 좋아지게 하며, 소아의 키 성장을 도와주세요.” 흔히 볼 수 있는 추나요법 관련 한의원 광고다. 한방으로 모든 것을 고칠 수 있다고 하는 것처럼, 추나요법 또한 부작용도 없고, 여러 가지 질환에 효과가 있다고 광고하고 있다. 사실 10년 전만 해도 추나요법을 광고하는 한의원은 많지 않았다. 2019년 4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보험급여가 통과된 후 추나요법은 한의원의 불루오션이 되었다. 국민들이 한방을 외면하는 이유는 한의사의 치료효과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한 불신과 실망, 고가의 치료비에 대한 불만, 한약재의 안전성에 대한 의심 등이다. 한방 이용도는 젊은 층에서 빠르게 떨어지는 추세에 있다. 이러한 이유로 한방을 외면하자, 추나요법과 교통사고 환자를 대상으로 활발한 영업이 시작되었다. 메디칼타임즈에 의하면, 추나요법이 급여화 된 초기 6개월 동안 건강보험으로 청구된 액수는 약 549억원이며 추나요법 실시횟수로만 따져본다면 약 203만회가 실시되었다고 한다. 자동차보험에서도 한방치료비 비용이 대폭으로 증가하여 보험재정을 위협하고 있으며, 과잉치료는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건강보험 급여가 되기 위해서는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되어야 한다. 바른의료연구소의 자료에 의하면, 건정심 통과의 근거가 되었던 자료들은 논문의 수준이 형편없고, 대부분 중국 추나에 대한 중국어 논문들이었다. 따라서 국내 추나요법 타당성 검증을 위한 자료로서 가치가 없는 것이었다. 기존의 한방관련 치료들이 검증 없이 시행될 수 있었던 것은 몇몇 고서에서 언급된 내용을 응용한 ‘한방 원리’라고 주장하면, 검증 없이 시행될 수 있게 허용한 법률적 미비 때문이다. 또한 추나요법이 부작용이 없다는 것은 거짓이며, 다양한 부작용이 보고되어 있으며, 부작용이 없다고 광고하면 위법이다. 더욱 문제인 것은 한국의 추나요법은 중국 전통의학의 추나와 동일하지 않다는 것이다. 과거 추나는 안마라는 형태로 알려져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추나라는 용어가 한방의 수기요법을 지칭하는 의미로 사용된 것도 1990년 이후 이며, 한방의 추나 관련 자료에서도 조선시대 및 일제강점기에는 사용되지 않고 민간요법인 안마 형태로 남아있었다고 언급되어 있다. 또한 한국의 추나는 중국의 추나에 카이로프락틱 등을 결합한 독창적인 형태라고 스스로 주장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한국의 추나는 우리 조상 때부터 내려오는 전통적인 치료가 아니며, 1990년 이후 서양의 학문을 차입하여 자체적으로 급조한 치료법인 것이다. 현재 활동하는 한의사 중에는 한의대에서 교육을 받은 적도 없으며, 단기간의 강좌를 이수한 후 환자들에 적용하는 무모함까지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카이로프락틱을 모방하는 것도 모자라서 정골의학(오스테오페씨;osteopathy) 방법들을 끼워 넣기까지 한다. 참으로 대단한 노력이 아닐 수 없다. 한방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이중 잣대가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지금과 같이 정책당국의 편향된 자세가 계속된다면, 한방 의료의 무한 확장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 차라리 한방 의료보험을 분리하여, 한방 서비스를 받지 않는 국민들에게 불필요하고 불합리한 부담을 지우지 말아야 한다. 추나가 인정되고 급여화 되는 과정에서 의사협회 및 학술단체의 대응이 미흡하였다. 추나요법의 급여화 및 첩약 급여 시범사업과 같이 전문가의 의견이 중요한 사안에 건정심이라는 절차를 통해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의료행위가 시행되는 일이 반복되는 것이 큰 문제이다. 한방에서 시행되는 근거 없는 치료와 이로 인해 피해를 본 환자에 대해서 의료계와 시민단체는 적극적인 모니터링과 개선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 이것은 과학문명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사명이다.
|칼럼|묵인(黙認)과 방조(傍助) 2020-09-17 09:59:56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에서 ‘의과대학 정원 증원과 공공의대 설립’ 정책 추진 반대 투쟁을 종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의-정 합의서 서명과 절차에 관한 회원의 분노 표출의 뜻을 받들어 현 집행부에 책임을 묻는 절차에 돌입한 상태다. 많은 회원이 투쟁을 종결짓는 합의 서명과 관련해 회장의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고, 회장을 보좌해야 할 참모들의 역할이 미흡했다는 점을 들어 함께 불신임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전면에서 투쟁을 주도한 전공의와 의과대학 학생의 허탈한 심정과 분노에 대해 공감하면서 아울러 의사협회가 쇄신을 통해 대정부 투쟁을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할 필요성이 함께 떠오르고 있다. 대전환을 통한 정부와의 협상 주도권을 확보하고 해결하지 못한 의과대학 4학년생 국가고시 응시 거부 문제를 풀어가야 할 새로운 투쟁체의 조직이 불가피하고, 여기에는 다양한 직역의 지도자가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아직 회원의 뜻을 무시하고 아집에 사로잡혀 현 집행부를 감싸는 행동을 일삼는 일군의 무리가 감지되고 있다는 소문이 떠돌고 있어 매우 유감이다. 특히, 다가오는 차기 회장 선거를 염두에 두고 회원의 생각에 반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면, 거대한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모든 회원의 이목이 대의원회의 임시총회 개최에 집중하고 있다. 회원의 뜻이 무엇인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의사협회가 나갈 길을 찾기 원한다면 대의원으로서 그리고 의사협회의 리더로서 해야 할 행동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대표성이 있는 지도자가 현재의 엄중한 상황에서 침묵으로 일관하고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거나 방조하다 막상 선거에 나서 자신을 지지해달라고 말할 수 있을까? 회원이 그토록 필요할 때는 존재감을 숨기고 뒤로 빠져있다가 선거에서 의사협회를 이끌 적임자라고 주장한다면, 참으로 후안무치하다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진정한 지도자는 조직이 위기에 처하거나 회원의 위험과 아픔에 대해 침묵하거나 방조하지 않는다. 어떤 희생을 감수하고라도 조직과 회원을 살리는 데 모든 역량을 쏟아붓는 바로 그런 자세가 지도자가 지녀야 할 기본자세다. 많은 회원의 이목이 쏠린 임시총회의 진행 과정과 결과는 곧바로 자신들이 선택해야 할 차기 의사협회의 지도자가 누구인가 하는 것을 구별하는 중요한 기준점이 될 것이라는 사실에 이견이 없다. 항상 깨어 있고 회원과 조직을 위해 자신을 내던지는 진정한 리더의 모습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칼럼은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뜨거운 투쟁을 통해 의료계가 얻은 것 2020-09-14 12:58:00
나는 이번 투쟁을 통해 우리가 세 가지 큰 자산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첫째, 의료계의 미래들이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정책들에 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제 의료정책의 입안과 실행을 감시할 수많은 젊고 영민한 눈이 생겼다. 의사 집단 배제라는 기존의 관행은 어쩌면 더 이상 생명력을 유지하기 힘들지도 모른다. 둘째, 전공의 의대생들이 조직적으로 투쟁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내외부에 공히 증명했다. 게다가 전공의 의대생들은 그저 집행부의 지휘에 따라 일사불란한 움직임 이상의 무엇을 보여주었다. 내부의 이견들을 비교적 잘 통제 혹은 조율하면서 비교적 장기간의 파업투쟁을 벌였다. 이는 젊은 세대들의 소통 방식이 과거와 달라졌음을 상징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특히 대중과 집행부가 SNS를 통해 양방향 소통을 매일 지속하는 모습은 PC 통신 세대인 40대 의사에게도 신선하게 느껴졌다. 셋째, 미래의 의사들은 우리와는 다를 것이라는 희망이 생겼다. 이번 투쟁에서 정부 여당은 당연하게도 의사들에 대한 비난을 쏟아내었다. 대부분은 무시해도 좋을 법한 것이었으나 일부는 뼈아팠다. 가장 뼈 아팠던 것은 대안 없는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비난이었다. 아직 의사들은 반대를 넘어 대안적 정책을 생산하고 제시할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 왜곡된 의료정책에 대한 분노의 크기와 대안의 크기는 전혀 비슷하지 않았다. 하지만 의대생 시절부터 의료정책에 관심을 가지고 고민을 해 온 젊은 의사들은 분명히 다를 것이다. 정책 논리로는 관료나 국회의원들을 쉽게 이길 수 없다는 사실도 깨달았을 것이다. 우리의 의견이 수용되지 않을 때마다 투쟁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전에 정책을 생산하고 이 정책이 반영될 수 있는 길을 확보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리고 젊은 의사들이나 의대생들 상당수는 이 점을 인지하고 있으리라 확신한다. 부수적인 자산도 얻었다. 첫째, 공인으로서의 의협 회장의 언행이 어떠해야 하는 가에 대한 고민을 많은 의사들이 가지게 되었다. 최대집 회장은 회장 취임 이후 어떠한 정치적 발언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스스로 약속을 져버렸다. 자신이 촉발한 논란에 대한 대응도 매끄럽지 못했다. 그리고 그 논란들은 고스란히 전문가 단체로서의 의협의 공신력 혹은 전문성 하락으로 되돌아왔다. 이 하락한 공신력과 전문성은 투쟁 시국에서 큰 부담이 되었다. 이제 단지 싸움 잘할 것 같은 인물을 회장으로 뽑는 관행은 지양될 것이다. 하기사 싸움만이라도 잘했다면 또 모르지만. 둘째는 의사이면서도 의사 집단을 객체화하고 동료들을 자신들이 주도하는 개혁의 대상으로 삼으려는 이들과 공공성 강화라는 미명 하에 한국 의료를 장악하려는 이들의 존재를 젊은 의사들이 확실히 인지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젊은 의사들이 이들의 적이 되지는 않을지 몰라도 적어도 이들의 주장에 동의하거나 부화뇌동할 가능성은 크게 줄어들었으리라 생각한다. 의정합의에 대한 만족도와는 별개로 이 자산들은 큰 수확이다. 이 자산을 잘 보존하고 관리하며 어떻게 키워가야 하는 가에 대한 고민은 앞으로의 숙제가 될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 2020-09-14 05:45:50
최근 사회적인 거리두기로 인해 힘들어하는 환자들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의 고통이 언제까지 지속되어야 하는 지에 대한 질문도 많아지고 있다. 정부는 조금만 더 참아달라 하고, 언론은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극복하자고 독려하고 있지만 진료실을 찾는 환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서는 그렇게 할 수 없는 것 같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죽기 전에 굶어 죽겠다고 하는 이야기가 이전부터 있어왔지만 경제 문제와는 별도로 건강과 질병의 문제는 인내심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며 특히 노약자에게는 현실이 되고 있다. 고혈압과 당뇨 같은 성인 만성질환은 적절한 신체활동이 중요하다. 규칙적인 운동을 하지 않으면 혈압과 혈당 상승을 막기 어렵기 때문이다. 고혈압은 약물 조절로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당뇨는 약물만으로 어렵기 때문에 규칙적인 일상생활과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을 하지 않으면 건강을 유지하기 어렵다. 65세 이상의 어르신은 대부분 만성질환을 갖고 있으며 혈압과 혈당 상승 뿐만 아니라 심혈관계, 근골격계, 신경계 및 정신건강에 걸쳐 심각한 수준의 고통을 겪고 있다. 어떤 독거 어르신은 시설이 폐쇄되어 친구들을 만날 수 없고 밥도 혼자 먹어야 하는데 자녀들은 가끔씩 전화를 걸어 밖에 나가지 말고 꼼짝 말고 있으라고 한다. 혈압은 오르고 잠도 안오고 답답해서 죽겠다고 하소연 하신다. 또 어떤 어르신은 운동을 못해서 체중이 급격하게 늘어 관절통이 악화, 보행이 더욱 어렵다고 한다. 규칙적인 신체활동이 심신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며 강력한 거리두기로 공원까지 폐쇄하고 있는 상황에서 환자들에게 적절한 신체활동을 유지하도록 안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한번 악화되면 회복하기 어려운 노인성질환의 특성상 현재와 같은 일률적인 거리두기는 심각한 건강의 위협이 되고 있다. 대중시설 이용시 마스크 착용으로 시비를 겪는 상황이 언론에 보도되고 있지만 모든 사람이 똑같이 방역지침에 동참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그것이 단지 시민 윤리의 문제가 아니라 여러 신체적 환경적 요인에 기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방적인 강압은 문제를 일으킬수 있다. 건강한 사람이야 불편을 참으면 그만이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인내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한해의 절만이 넘어버린 시점에서 무작정한 시민의식으로 인내를 요구하기는 어렵다. 치료제와 예방주사가 난망한 상황에서 지금 같은 일방적인 사회적 거리두기 만으로는 코로나를 극복할 수 없다. 지역사회 감염은 국가의 막연한 지침 보다 지역사회의 촘촘한 네크워크의 협력이 중요하다. 지역사회의 건강문제는 지역사회가 가장 잘 파악하고 있다. 현재 보건소와 선별진료소가 지역사회 감염을 힘겹게 막아내고 있지만 장기전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와 전문가와 시민이 참여하는 협의체가 필요하다. 지역사회가 지역의 상황에 맞추어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긴밀한 대응을 함으로써 감염관리와 주민의 일상생활을 보다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감염률에 비해 치사율이 낮기 때문에 의료 시스템의 붕괴만 없다면 극복 가능한 질환이다. 의료시스템을 충분히 활용함으로써 시민의 일상 생활을 최대한 보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의료자원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채 국민의 일상생활을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다. 호흡기전담클리닉 부터 감염관리 거점 병원에 이르기 까지 민간과 공공의 협력체계가 필요하다. 그러한 의미에서 현재 진행중인 공공의료 논란은 매우 유감스럽다. 국가 의료 시스템의 95%를 차지하는 민간의료의 역할을 부정하고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한 공공의료에 몰입하는 것은 당장에 시급한 코로나 극복에 전혀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이시간에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고통을 받는 시민들을 생각한다면 지역사회와의 협력, 전문가 단체와의 소통을 서둘러야 한다. 코로나 초반 마스크 품귀로 많은 국민들이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는지를 상기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질병관리본부는 마스크를 쉽게 구할 수 있는 대책이라고 생각했지만 마스크업체의 생산능력과 국민적 수요량을 예측하지 못했던 결과였다. 현장과의 소통 없는 정책은 언제든지 국민에게 고통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망각한 결과였다. 질본에서 생각하는 간단한 일상생활의 제한으로 인해 국민의 생계와 건강이 위태로워 질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할 시점이다.
전투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 2020-09-11 11:50:33
현재 시점에서 최대집 회장의 탄핵으로 의·정 합의를 파기할 계획인가. 최근 일부 대의원에 의해 발의된 탄핵안에 대해 취하를 요청한다. 전쟁에서 적국의 항복을 받기 전 손해없이 완전한 승리를 거두는 것은 불가능하다. 특히 국가를 상대로 정책에 대한 반대는 최고의 선택을 얻기 힘들며 피해를 최소화한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한다.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과 협상단의 의·정 합의는 모든 회원을 만족시킬 수 없으나 대한전공협의회에서 동의하고 복귀선언을 했다면 합의이행에 대한 실무작업을 준비해야 한다. 물론 의대생의 휴학 취소와 복학은 정부에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하며 상처가 관계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라고 판단된다. 의협 회장 임기가 6개월이 남지 않은 상태에서 회장과 집행부의 탄핵은 적전 분열만을 초래하고 어렵게 얻은 합의문마저도 스스로 파기하여 강화된 입법에 대한 저항의 당위성을 없애는 꼴이 될 것이다. 합의문의 내용이 선언문 수준이어서 모두를 만족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전 국민이 지켜본 집권당과의 합의는 최회장의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회장 후보로 출마했던 대의원의 탄핵안 발의는 의협을 새로운 내부 정치 소용돌이로 넣으려는 의도가 다분하며 회원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시도이다. 절차상 문제에 대한 대회원 사과를 했지만 성난 회원들을 위해 회장단의 일부는 사의를 통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또한, 차기 회장 선거와 무관하게 독자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의·정 합의체 실무진을 탄탄히 구성해서 향후 진행될 회의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국시원은 의사국가고시 실기시험의 지원자가 예년의 10%인 점을 반영하여 지원자의 시험 기간을 2주 내에 조기 마무리하고 새롭게 추가 시험 공고를 통하여 의료인력 수급에 문제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의대생과 의전원생에 대한 적극적인 구제책 마련과 대안 제시가 대한민국 의료의 붕괴를 막고 건설적인 발전의 초석이 될 것이다. 의협 대의원은 누구를 위한 탄핵안이며 무엇을 위한 탄핵안인지 신중히 판단하여 소모적 논쟁을 중단하고 하나된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칼럼은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식약처를 대상으로 1인 시위를 한 이유 2020-09-08 05:45:50
필자는 작년 7월부터 식약처의 부실한 의약품/의료기기 안전관리 부실에 항의하기 위해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 이로 인해 3개월 정직과 해고 처분을 받았다. 이번 칼럼에서는 필자가 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는가를 얘기해 보고자 한다. 최근 뉴스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승인되는 임상시험이 점점 증가되고 있다. 임상시험이란 아직 안전성,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은 의약품에 대한 시험이기 때문에 승인 후 안전성 감시가 매우 중요하다. 미국의 FDA는 임상시험 승인 후 안전성 정보를 모니터링해 중대한 우려가 발생했을 때 수시로 임상시험 보류, 임상시험 취소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런 조치가 취해진 적이 거의 없다. 왜일까? 임상시험 승인 후 안전성 정보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기 때문이다. 의약품/의료기기 안전성 정보를 전문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이유는 부작용의 약 50%는 예방 또는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발생 자체를 막을 수 있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위해관리계획의 조기 수립으로 상당 부분 관리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미약품의 올리타정에서 문제가 됐던 중증피부반응(독성표피괴사용해, 스티븐스존슨증후군 등) 부작용의 경우 1건만 발생해도 즉각 연구자들에게 정보를 알려서 충분히 경고했다면 추후 발생한 사례에서는 좀 더 초기에 관리되고, 사망을 방지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안전성 관리가 적절하게 됐다면 약물 개발이 중지되는 최악의 결과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이다. 즉, 안전성 관리는 신약개발 성공에도 매우 중요하며, 이를 잘 아는 다국적 제약회사는 안전성 관리에 막대한 투자를 한다. 임상시험 승인 후 안전성 정보는 두가지 형태로 식약처에 보고되는데, 한가지는 임상시험 중 발생한 이상반응을 전반적으로 정리한 개발 중 의약품의 정기안전성보고(Development Safety Update Report, DSUR)로서 가장 중요한 자료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식약처는 이를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었다. 2010년 식약처 연구용역보고서에서 정기적인 DSUR 보고의 필요성에 대한 결론이 도출됐고, 2012년, 2015년 식약처에서 발행한 '임상시험 관련 자주 묻는 질의응답집'에 임상시험을 시행하는 회사가 주기적으로 DSUR 을 제출하도록 명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식약처는 회사가 DSUR을 제출하는지조차 감시하지 않았다. 결국 식약처에서 임상시험 관련 안전성 정보로서 검토하는 유일한 정보는 예상하지 못한 중대한약물이상반응(Suspected Unexpected Serious Adverse Reaction, SUSAR) 한가지이다. 또한 다국가 임상의 경우 해외에서 발생하는 SUSAR가 훨씬 많지만, 식약처는 해외 발생사례는 보고만 받고 검토는 하지 않으며, 오직 국내 발생한 SUSAR만 검토하고 있다. 그런데 이 유일하게 검토하는 국내 SUSAR 조차 제대로 검토되지 않고 있었다. 필자가 식약처에 들어갔을 때 검토하지 않은 SUSAR 보고서가 수개월 ~ 1년치 이상 쌓여 있었다. 임상시험 중 안전성 정보는 즉각 검토돼 필요한 경우 즉각 조치가 취해져야 함에도 말이다. 식약처가 얼마나 임상시험 승인 후 안전성 모니터링을 부실하게 하고 있는가 확인하니 너무 절망이 됐다. 우리나라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환자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는 식약처 고위 공무원들에게 DSUR 검토를 하라고 여러 차례 메일과 구두로 요청했으나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 식약처 고위 공무원들의 공통된 특징은 메일을 보내도 아무런 답변이 없다는 점이다. 세미나 등에서도 여러 차례 동일한 의견을 얘기했으나, 역시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 심지어 어떤 의약품이 황당하게 허가가 된 것을 확인하고 허가취소하라는 메일을 보내도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 소위 전문가 집단이라는 조직이 이 정도로 완고하다면 사실상 전문가 집단이라고 할 수 없다. 전문성은 반드시 유연성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식약처의 완고함에 깊이 절망했지만, 부실한 의약품/의료기기 안전성 관리는 대한민국 국민에게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작은 변화라도 만들기 위해서 식약처 고위공무원들에게 임상심사위원(의사) 중 2명이라도 안전성 검토를 전담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안전성 검토 부서조차 없는 식약처 평가원에 작은 시작이라도 만들 수 있게 해달라고 간곡히 요청했다. 필자는 성격상 간곡히 요청하는 사람이 아니지만, 고위 공무원들이 역시나 아무런 답변이 없을 때에도 다시 한 번 간곡히 메일로 요청했다. 직접 만나게 될 계기가 생겼을 때 다시 한번 간곡히 부탁했다. 그러나 역시 무반응이었다. 이 때 필자는 깨달았다. 식약처는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하는 것이라는 것을! 더 이상 내부에서는 어떤 발전도 도모할 수 없겠다는 결정을 하게 됐다. 그리고, 국민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식약처의 부실한 의약품/의료기기 안전성 관리에 대해서 국민들이 적어도 알기는 해야 하므로 1인 시위를 하게 된 것이다. BTS 프로듀서 방시혁 대표가 한 대학교 졸업식에서 이런 말을 했다. "세상에는 타협이 너무 많고, 많은 사람들이 일을 만드는게 껄끄럽다는 이유 등으로 현실에 안주하지만 나는 태생적으로 그것을 못한다" 필자 또한 그러하다. 식약처가 2020년부터는 DSUR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하고, 최근 식약처 평가원에 SUSAR 검토하는 전담 임상심사위원이 생긴다(생겼다)는 말을 들으니, 나의 분노가 헛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과연 식약처는 DSUR을 제대로 검토할 수 있을까? 현재의 의사 인원으로는 절대로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차라리 약물부작용감시의 경험이 있는 지역약물감시센터에 외주를 주기 바란다. 다음 칼럼에서는 허가 후 안전성 정보인 PSUR 검토의 실상에 대해서 알아보자. ※칼럼은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황운하 의원의 의료인력 강제동원법 유감 2020-09-07 12:00:55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 등이 발의한 재난 및 안전 관리기본법이 지난주 논란에 휩사였다. 2020년 8월 24일 발의된 개정안의 제안사유에는 재난관리자원이 물적 자원으로만 구성되어 있어서 코로나19와 같이 의료인력 등 인적자원이 절실히 필요해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법적 근거가 미흡한 실정이라 재난관리자원에 ‘인력’을 포함시키려 한다고 하였다. 이후 의료계 등 관련단체들은 반대의사를 표명하였고 불똥은 같은 당 신현영 의원이 발의한 ‘남북 보건의료 교류 협력 증진법’ 까지 엮여서 언론과 SNS 등에서 커다란 논란이 있었다. 물론 여기에는 전공의 파업 중 정부가 정당한 사유가 없는 진료중단이라고 보고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시점이었다는 점, 의사는 어떤 직역보다 ‘공공재’라는 보건복지부 고위관계자의 발언도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신현영 의원의 개정안은 그 법 자체보다는 황운하 의원의 개정안과 연계되어 논란이 확산된 바 있다. MBC ‘시선집중’에 출연한 황의원은 재난관리자원에 인력이 빠져 있는 것은 입법의 미비사항을 보완한 것에 불과하며 갑자기 강제동원이니 이렇게 주장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답하였다. 협의나 동의를 전제로 가능하다는 것으로 강제동원 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의도적인 왜곡이라고 본다고 답한 바 있다. 황운하 의원이 직접 나서 강제동원이 취지가 아니라고 하는 밝힌 점은 다행스럽다. 하지만 관련 단체가 개정을 반대한 이유를 정확히 이해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단지 사람이 어떻게 비축과 관리 대상이냐는 것뿐만이 아니라 개정안대로 인력이 재난관리자원으로 되면 동법 39조의 동원명령 조항에 자동으로 연결된다. 비축, 관리 대상이 되어버린 인력은 재난관리자원으로서 동원명령에 따라야 한다. 재난관리책임기관이 지시를 위반할 때 형사적 책임은 없어도 정부와 지자체 등은 경고, 징계 등을 할 수 있다. 현행 동원명령 대상은 민방위대, 군부대 등이다. 황운하 의원은 이러한 우려에 대한 설명 없이 그저 의도적 왜곡이라고만 답한 것이다. 2017년 철도파업이 발생했을 때 당시 정부는 파업을 사회재난으로 규정하고 이 조항을 근거로 군을 동원하여 철도파업을 무력화한바 있다. 올해 3월 미국 트럼프 대통령도 평소 정부지원과 급여를 받는 예비군(의료인력 포함)을 동원할지 검토하다가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의료인이 민관협력으로 재난극복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동원의 대상이 아니라 자발적 동의에 근거하여야한다. 동일본 대지진때 현장으로 달려간 타 지역 의료진들은 법에 따라 공무원의 직위를 부여받고 보상규정에 따라 보호를 받으며 재난의료팀, 재난정신응급팀의 소속으로 일했다. 여진의 위험을 알고도 유서를 쓰고 달려갔다. 그것이 이 분야의 전문가의 정신이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다. 국가의 역할은 이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민간의 피해에 대해 공무원과 같은 수준으로 보호하고 신뢰를 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세월호, 지진, 최근 코로나 상황에서 많은 국민들이 그리고 의료인들이 현장으로 달려갔다. 감염의 위험을 감수하고 대구로 달려간 의료진은 3800명이 넘었다. 앞으로 이러한 시스템이 더 활성화되어야한다는 건 맞다. 황운하 의원의 개정안은 오해나 남용의 소지가 없도록 민간 인력이 동원의 대상이 아닌 자발적 동의와 협의의 대상이라는 것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 그리고 위험을 감수하고 재난현장에 달려가는 인력의 권한이나 피해보상규정과 같은 자발적 참여를 존중하는 여건부터 마련해야할 것이다.
설명할 수 없는 죽음 2020-09-07 05:45:50
99.5%, 전국 모든 가구 중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받은 가구수의 분율이다. 금액이 충분한지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힘든 시절을 보내는 이들에게 일상 속 작은 위로가 되었으리라 짐작한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위협을 간신히 피했음에도 불구하고 긴급재난지원금이 주는 소소한 사치를 누리지 못한 이들이 있다. 경산시의 한 고등학생도 거기에 속한다. 그는 달리기를 곧잘하는 17세 막내였다. 건강하던 그는 평범해 보이던 고열을 겪던 중 제때에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서 증상이 생긴지 8일만에 사망했다. 코로나19 감염 여부가 확인되지 않아 적극적 치료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의료기관 첫 방문 이후 2일 동안 폐렴이 심해져 4일 만에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발전하고 사망에까지 이르렀다. 사후에 질병관리본부는 그가 코로나19 환자가 아니라고 확인해주었다. 안타까운 것은방역 당국, 의료기관 모두 지침에 따른 자기의 역할에 충실했지만 그는 허망하게 죽었다는 점이다. 제주의 한 고등학생은 어머니와 함께 생을 마감했다. 18세 고등학생 아들은 발달장애를 앓고 있었고 늘 다니던 특수학교와 장애인 복지시설은 코로나19 유행 이후 이용할 수 없었다. 그 동안 가족이 돌봄의 부담을 오롯이 져오다 어머니는 아들과 함께 스스로 저 세상길을 택했다. 광주에서도 돌봄 부담을 이기지 못한 발달장애 청년과 어머니가 스스로 생을 마감한 일이 3개월만에 반복되었다. 광주의 그 어머니는 아들을 선물이라 부르며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었다. 돌봄의 부담을 견뎌보려 의료기관, 복지시설을 찾아 다녔지만 해결책을 얻을 수 없었다. 의료기관, 복지기관, 교육기관, 방역 당국은 지침에 따라 최선을 다했다. 환자와 장애인, 그 가족들도 치료 및 돌봄을 받기위해 최선을 다했다. 모두가 잘못한 것이 없기에 설명할 길이 없는 죽음이다. 그렇다고 전부 코로나19 때문이고 어쩔 수 없었다고 간주하기엔 억울한 죽음이다. 코로나19가 만든 경제위기가 있다면 건강과 돌봄의 위기 또한 명백하다. 죽음으로만 끝나는 파국이기 때문에 어쩌면 경제위기보다 더 급박하고 냉정한 위협일지 모른다. 게다가 코로나19를 잘 대응한다고 건강과 돌봄 전체가 저절로 안전한 것은 아니다. 현재의 체계로는 우리가 마주한 건강과 돌봄의 위기를 포착도, 해결도 할수 없다. 코로나19 유행 중 건강과 돌봄의 위기는 시스템 속의 오류값처럼 버려지고 처리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운영체제를 업데이트해 오류값을 유효값으로 인식하고 처리해야 한다. 코로나19 여파로 건강과 돌봄의 위기에 처한 이들이 얼마나 되는지, 어디까지 더 늘어날 것인지, 체계의 어느 부분을 개선해야 하는지 등을 파악하고 빠르게 실행해야 한다. 많은 이들이 코로나19가 가을겨&12334;울에 재유행할 것이며 그 규모는 더 클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예상은 코로나19로 파생하는 건강과 돌봄의 위기 역시 함께 커질 것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코로나19 대응에도 벅찬 방역당국에 필수 보건의료 및 돌봄마저 책임지라고 주장할 수 없다. 방역 당국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자기 할 일을 초과해서 감당하고 있다. 다만, 필수 보건의료 당국과 필수 돌봄 당국에게도 방역당국과 동일한 수준의 책무와 전문성이 요구될 수는 있다. 위기 속에서도 국민에 대한 기본 책무를 놓치지 않는 것이 당국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 관련 기관들도 이에 힘을 보탤 수 있을 것이다. 당국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의료계, 환자, 장애인, 보호자, 시민사회 등에서 필수 의료 및 돌봄의 부재로 고통 받는 이들을 함께 찾고 당국에게 개선을 요청해야 한다. 이번에는 모두의 노력이 예방가능한 죽음을 용납하지 않기를 염원한다.
한의사 IPL 치료기기를 사용할 수 없는 이유 2020-09-04 09:00:00
시간이 흘렀지만 한방 관련 대법원 등의 주요 판결에서 중요 부분을 다시 정리해본다. 지난 2006년 6월부터 2009년 9월까지 광선 조사기인 IPL로 환자들의 피부 병변 질환 치료를 해온 한의사에게 1심과 2심의 엇갈린 판결을 거쳐 대법원은 무죄를 선고한 2심 원심 판결을 파기한 바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의사나 한의사의 구체적인 의료행위가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구체적 사안에 따라 이원적 의료체계의 입법목적, 당해 의료행위에 관련된 법령의 규정 및 취지, 당해 의료행위의 기초가 되는 학문적 원리, 당해 의료행위의 경위, 목적, 태양, 의과대학 및 한의과대학의 교육과정이나 국가시험 등을 통해 당해 의료행위의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라고 판결하였고, "IPL이 경락에 자극을 주어 질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적외선 치료기·레이저침 치료기와 작용원리가 같다고 보거나, IPL을 사용한 피부질환 치료가 빛을 이용해 경락의 울체(鬱滯)를 해소하고 온통경락(溫通經絡) 하기 위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결하였다. 원심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사용한 IPL의 개발·제작 원리가 한의학의 학문적 원리에 기초했는지, 만일 그렇지 않다면 피고인이 이를 사용한 경위·목적·태양 등에 의할 때 한의학의 이론이나 원리를 응용 또는 적용해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 심리했어야 한다"고 지적했고, "IPL의 사용에 서양의학에 관한 전문지식과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아 한의사가 이를 사용하더라도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없는지 등을 살펴 이를 토대로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판단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진 파기 환송심에서 재판부는 “IPL은 목표물에 맞는 파장의 빛을 선택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치료하고자 하는 목표물에 선택적으로 흡수되는 파장의 빛이라 할지라도 조사시간이 길어지면 빛에너지로부터 전환된 열에너지에 의하여 원하지 않는 정상 조직에 열 손상을 주게 되고, 한편 치료하고자 하는 목표물이 파괴되려면 충분한 에너지가 가해져서 목표로 하는 피부 조직의 주요 구성 성분인 단백질의 변성을 일으키는 일정 온도를 넘어야 하는데, IPL은 그와 같은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강한 에너지를 방출하기 때문에 피부 관련 조직의 특성 및 적응증, 기기의 특성을 명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사용할 경우에는 화상, 수포, 색소 침착, 반흔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반면 적외선 치료는 조직의 온도 상승에 의한 혈류 증가, 통증 완화 등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서, 짧은 시간에 강한 광선을 조사하여 해당 부분의 목표물을 파괴하는 IPL과 차이가 있고, 한의학의 경락학설에 근거하여 경혈(經穴)이 있는 혈위(穴位)를 자극하여 질병을 치료하는 혈위적외선조사요법 또한 혈위가 아닌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부위에 광선을 조사하여 선택적으로 목표물을 파괴하는 IPL과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레이저 침술의 경우 침술의 경락, 경혈 이론에 기초하여 혈위 또는 경맥에 레이저 광선을 조사하여 자극하는 침술을 말하는데, 이 또한 광선을 조사하는 부위가 혈위 또는 경맥이고, 종래의 침 대신 레이저를 사용하여 경혈을 자극하는 것일 뿐, 목표물을 태워 변성시키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IPL과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은 내용을 모두 종합해 보면, IPL은 빛의 물리적 특성과 인체 조직의 생화학적 특성에 근거를 둔 것으로 서양의 현대 과학에 그 기본 원리를 두고 개발&8228;제작된 것이고, 한의학의 학문적 원리에 기초하여 개발&8228;제작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판결하였다. 또한 “한의학과 서양의학은 앞에서 본 것처럼 그 배경 철학, 인체 및 질병&8228;진단&8228;치료에 대한 이해 및 접근 방법 등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의료인들이 학습하고 수련한 학문의 체계와 부합하지 않는 진료 방법의 경우 그 부작용을 미리 예방하거나 부작용에 대처하는 것이 어렵고, 비록 가정용으로 시판되는 IPL이 있고, 한의사가 일반인과 달리 화상 등 피부 상처나 질환에 대하여 어느 정도의 대처 능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IPL이 한의학의 학문적 원리에 기초하여 개발&8228;제작된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이를 이용한 의료행위도 한의학의 이론이나 원리의 응용 또는 적용을 위한 것으로 볼 수도 없는 이상, 한의사가 IPL을 이용하여 치료행위를 할 경우에는 환자의 생명, 신체상의 위험이나 일반 공중 위생상의 위험을 발생시킬 우려가 있고, 이는 그러한 위험을 방지하려는 의료법의 입법 목적과 취지에도 반한다. 이러한 여러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IPL의 사용에 서양의학에 관한 전문지식과 기술이 당연히 필요하고, 한의사가 이를 사용할 경우 보건 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결국 IPL은 그 개발ㆍ제작 원리가 한의학의 학문적 원리에 기초한 것이 아니고, 이를 사용하는 의료행위 역시 한의학의 이론이나 원리의 응용 또는 적용을 위한 것으로 볼 수도 없으며, 나아가 한의사가 이를 사용할 경우 보건 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 역시 있으므로, 한의사의 IPL을 이용한 치료행위는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하였다. 판결문 전문을 보면 한의학의 학문 원리에 대해 판시되어 있고, 현대의과의료기기의 학문적 원리는 한방의 원리와는 근본적으로 다름에 대해 판시하고 있어 앞으로 혹시 다시 있을 한방 측의 현대의과의료기기 불법 사용에 대한 법적 대응 근거로 십분 참고해야 하리라 생각된다.
대한민국 의료는 공공재가 아니다 2020-09-02 16:18:12
의료는 인간에게 제공돼야 할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불가결한 서비스다.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는 부자든 가난하든 권력자든 아니든 그 누구도 차별하지 말고 제공돼야 한다. 왜냐하면 모든 인간은 한 사람의 생명체로서 존엄과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의료가 제공되는 방법이나 제도적인 측면에서 모든 국가가 동일하지는 않다. '의료 사회주의'적인 정책을 채택한 국가에서는 모든 사람에게 동등한 혜택을 주기 위해 국가에서 개입해 조절하고 통제한다.&160;의료 시설, 인건비, 의료인 양성 등 의료와 관련된 모든 비용을 국가가 부담한다.&160; 국가는 국민이 납부한 세금에서 비용을 충당해 의료 시스템을 유지하고, 국민은 무료로 누구나 동일한 의료 서비스를 받는다. 대부분의 유럽국가와 호주·캐나다 같은 나라에서 채택하고 있다.&160;&160;이들 나라에서는 국민 누구나 병이 들면 공정하게 순서대로 진료를 받는다. 의료가 국민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제공돼야 한다는 명제에 충실한 시스템이기 때문이다.&160;응급상황이 아니라면 수술을 받아야 하는 병에 걸려도 몇 개월씩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나라에서 의료는 공공재다. 하지만 최근 의료 사회주의 시스템을 채택하는 나라에서도 온전히 공적제도로서 운용되는 시스템의 문제점들이 나오고 있다. 그래서 약 10~15%&160;정도는 사적 의료 시스템을 허용하기 시작했다. &160;이와 달리 미국 같은 나라에서 시행하는 제도는 기본적으로 병원이나 보험회사가 주축이 된다. 의료 수가(진료비)나 의료 행위를 국가가 통제하지 않는다. 의료 행위를 통해 경제적 이익을 추구할 수 있다.&160; 국가는 극빈층이나 노인·장애인 등 의료 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취약계층 국민을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만을 두고 있다. 보험료가 비싸기 때문에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의료 혜택이나 의료의 품질에 차이가 매우 크다. 응급실을 한번 갔다 오면 기본적으로 몇 백 만원의 비용이 든다.&160;&160;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가. 의사가 되기 위해 개인이 대학 등록금을 납부한다. 의사가 된 이후에도 전공의(인턴·레지던트) 수련 과정에 드는 비용을 병원이 부담한다.&160;의사가 되기까지 국가는 아무런 비용도 지불하지 않는다. &160;병원을 개업할 때도 빚을 내든 결국 자기 돈으로 시작해야 하고, 병원이 부도나면 개인 책임이지 국가는 일절 책임지지 않는다.&160;&160;하지만 의료 행위에 부과되는 수가는 정부가 결정한다. 의료 행위가 이뤄지기 위해 필요한 시스템에는 전혀 투자하지 않는 정부가 의료 행위에 간섭하고 조정한다. 이는 유럽에서 채택하는 의료 사회주의도 아니고 미국식 의료 자본주의도 아니다. &160; 지금 젊은 의사들을 중심으로 진행 중인 파업은 겉으로 알려진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기 때문은 아니다. 보건복지부 주장처럼 의대 정원 확대에 따른 최악의 부작용이 나타나더라도 2038년부터다. 지금의 전공의들에게 당장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160;&160; 그렇다면 왜 젊은 의사들은 비판 여론에도 파업하는 것일까. 이는 그동안의 잘못된 의료 정책을 바로 잡기 위해서다. 전문가 의견을 무시한 임기응변을 반복해 누더기가 된 의료 정책으로는 한국의 의료 행위가 더는 지속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160; 대한민국에서 의료는 공공재가 아니다. 의사가 되기까지 드는 비용은 개인이 부담하고, 의사가 된 다음에는 공공재 역할을 강요하는 것은 불합리하다.&160;&160;의료를 공공재로 만들고 정부가 의료 정책을 좌우하려면 적어도 의료인 양성 비용부터 국가가 책임져야 할 것이다. 1963년 의료보험법 제정 이후 우리 의료 정책은 저부담·저급여 기조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이제는 진정 국민을 위한 근본적인 의료 개혁이 필요한 때다.
공공의대, 지방의대의 현실을 봐라 2020-08-31 05:45:50
의과대학 교육을 위한 여건조성과 유지가 얼마나 어려운 문제인가를 기존의 의과대학들과 부속병원의 관계를 통해 알아보자. 4.기존의 지역 의과대학 인가와 대학부속병원의 현실을 통해 볼 때 신설 지방 의과대학과 공공의대가 지역에 도움이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우리는 80-90년대 정치권의 이해관계와 지역의 요구에 의해 수많은 의과대학을 인가하였고 지방에 소재하는 많은 의과대학들이 생겨났다. 지역에 의과대학 설립인가를 할 때는 의료취약지인 지방에 학생교육과 지역 의료환경 개선을 위해 부속병원 설립이 조건으로 제시되었다. 2020년 현재 지방의 의과대학 설립 당시 조건이 얼마나 지켜지고 있는지, 지역의 의과대학 학생들이 지역에서 교육이 이루어지는지, 이들 대학들의 부속병원이 의과대학이 위치한 지역에서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으로 현재 논의되고 있는 지역 의과대학 설립의 미래를 살펴보자. 현재 한국에는 40개의 의과대학이 있다. 이들 병원들 상당수는 인가 받은 지역에는 소규모의 병원을 운영하고 주로 서울과 대도시에 메인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 대학을 욕할 수 있을까? 혹자는 지방에 의과대학 인가를 받아 서울진출의 교두보로 삼았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속 사정을 알아보자. 대학병원으로 학생교육을 하려면 일정규모(대략 500병상 이상)의 병원이 필요하다. 이 정도의 병원을 신축하려면 최소 2,000~3,000억 이상이 소요되고 직원도 교수를 제외해도 최소 1,000명 이상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매년 막대한 운영비가 필요하고 운영 비용을 조달하기 위한 적절한 수입을 유지하려면 환자수가 일정이상이 되어야 하고 학생교육을 위해서는 각 진료과별로 다양한 환자군이 존재해야 한다. 지방의 소도시에 이만한 대학병원을 유지할 수 있는 환자수와 다양한 환자군이 존재할까? 수입이 없으면 병원 운영이 가능한가? 병원은 자선사업 하는곳이 아니다. 병원도 적절한 수입이 있어야 운영이 가능한 기업의 한 형태이다. 결국 병원을 설립하기 위한 막대한 예산조달도 문제이거니와 운영을 위한 수입이 담보되기 어렵다. 어찌어찌해서 병원을 설립하였다고 해도 운영이 불가능하면 결국 학생교육을 담보하기 어렵게 된다. 종국에는 병원의 부실화로 인한 학생교육의 부실로 이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새로 지방에 신설되는 의과대학들은 이러한 과정을 밟지 않는다고 자신할 수 있는가? 결국 다른 대학들과 마찬가지로 학교소재지는 지방으로 하고 병원은 적절한 환자수와 수입을 보장할 수 있는 대도시나 수도권으로 진출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 경우 학교는 지방 소도시에 있지만 학생과 병원은 대도시나 수도권으로 진출하는 껍데기 뿐인 지방 의과대학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정부에서 설립을 추진하는 공공의대도 지방 소도시(남원시 추정)에 두겠다고 하지만 병원은 국립의료원이나 서울의료원 등을 이용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 경우 학생들이 지방이 아닌 수도권에 생활기반을 두게 되는 것이다. 학생이 거주하지 않고 지역병원도 없는 의과대학이 지역에 어떤 도움이 될까? 상식적인 이해력만 있으면 해결되는 문제이다. 5. 지방의대 지정과 공공의대 운영을 위한 대학과 부속병원의 충분한 재정지원 계획이 없이 목표 달성이 가능한가? 이 문제는 한국의 의료기관이 재정적으로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으로 알 수 있다. 현재 대한민국의 모든 의료기관은 대학병원을 포함하여 건강보험체계에 강제적으로 편입되는 당연지정제를 적용받고 있다. 즉, 병원의 의료수가가 정부에서 정한 금액만 받도록 되어 있다. 현재의 의료수가는 정부도 인정하듯이 진료원가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 환자를 볼수록 병원은 손해보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환자를 진료할수록 손해를 본다고 하는데 어떻게 병원들이 망하지 않고 운영되는가 하는 궁금증이 있고 원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믿지 못하는 국민들이 많을 것이다. 환자를 볼수록 손해보면서 대학병원이 운영되는 비밀은 다른 곳에 있다. 진료에서 손해보는 비용을 병원의 부대사업 즉, 장례식장, 매점, 식당, 주차장 등의 수익으로 메꾸고 있는 상황이다. 이중에서 장례식장 운영수익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나마 지역의 중소병원은 이마저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병원은 환자를 치료하는 곳이다. 그러나, 병원을 운영하기 위해 환자치료에 필요한 병원시설보다 더 화려한 장례식장을 운영해야 하는 모순을 안고 있는 것이다. 병원의 역할이 산 사람치료보다 죽은 사람의 장례에 더 신경을 써야 병원이 운영되는 구조를 정부가 만들어 놓은 것이다. 선진의료시스템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유럽과 북미 여러나라를 다녀 보았지만 외국의 대학병원들이 장례식장을 직접 운영하거나 화려하게 지어놓은 장례식장을 보지 못했다. 국가에서 모든 수가를 통제하는 한국의 의료체계에서는 병원이 환자 치료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환자를 치료하고 발생하는 수익으로 운영될 수 있게 제도를 만들 책임이 정부에 있다고 할 것이다. 국립대병원의 경우에도 교수 월급은 국가에서 지원되지만 그 외의 운영비용은 병원에서 벌어서 알아서 생존하도록 하고 있다. 사립대학의 경우에는 그나마 교수월급의 지원도 없어 재단이나 병원의 수익으로 모든 비용을 충당해야 한다. 대학병원들의 회계결산 공시내용을 봐도 매년 엄청난 적자가 누적되고 은행의 차입금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을 정부는 충분히 알고 있다. 교육병원 조차도 철저히 자력갱생의 구조를 강요받고 있는 것이다. 건강보험공단에서 직접 운영하는 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의 회계장부만 들여다봐도 알 수 있는 내용이다. 정부에서 추가로 지방에 의과대학을 지정하고 공공의대를 설립하여 운영하고자 한다면 인구가 적은 지방에서 환자 숫자가 적어 제대로 된 교육병원을 운영하기 어려운 이들 병원에 대해 충분한 재정지원 계획을 수립하던가 진료수입만으로 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의료제도를 개편해야 한다. 정부는 아직까지 이런 구체적인 계획은 없이 무작정 지역의대 추가지정과 공공의대 신설계획만 발표하였다. 정권이 바뀌면 책임지지 못할 일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추가적인 정책이 동반되지 않으면 지방에서 적절한 교육병원의 운영은 공염불이 될 것이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 설립에 대한 정부의 정책은 뭔가에 쫒기는 듯한 분위기에서 어설프고 치밀하지 못하며 장기적인 계획수립이 부족한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교육의 문제와 의사 증원의 문제는 치밀한 계획과 그에 수반되는 예산까지 수립한 후에 진행해도 목표를 이루기가 어려운 것이다. 실현가능하며 문제가 없는 정책을 수립하고 국민건강에 도움이 된다면 반대할 의사들이 몇이나 될까? 많은 의사들이 걱정하고 반대하 는 이유가 무엇인지 정부는 다시한번 생각해 보길 바란다. 필자는 이제 정년이 몇 년 남지않아 지역의사제나 공공의대 졸업생들이 사회에 나올 즈음이면 대학을 떠나 있고 의료계 자체에서 은퇴할 나이가 되어 나하고는 개인적으로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정부의 정책은 많은 걱정과 근심을 갖게 한다. 주변의 많은 동료교수들이 학생과 전공의들의 파업에 심정적으로 동의하고 걱정하는 이유의 원인제공이 정부에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의사만 늘려놓고 이들이 사회에 나올 때 쯤 현재의 정부 당국자들은 책임질 위치에 있지 않으니 나중의 발생될 문제는 내 책임이 아니라고 할 것인가? 의사들이 반대한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가 살피고 단순히 밥그릇 싸움이나 이기심 때문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논리적이고 제도적으로 실현 가능한 비전을 보여주어야 할 의무가 정책 입안자 들에게 있는 것이다. 납득할만한 논리로 무장되고 충분히 준비되어 있는 정책을 반대한다면 반대하는 사람들이 잘못된 것이다. 많은 문제점이 발생할 것이 예견되는 정책을 설득이 아닌 힘으로 밀어 붙인다고 될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