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업 시기보다 정교한 제도설계 중요하다(하) 2020-11-23 05:45:50
입원전담전문의 사업은 2015년 민간시범사업의 결과를 토대로 2016년부터 보건복지부 시범사업이 시작되어 4년째를 맞고 있다. 시범사업이 응당 그렇듯 그 결과를 토대로 본 사업으로의 전환 또는 폐기 되는 것이 그 운명인데, 뚜렷한 결과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4년째 불안정한 상태로 표류중이다. 그동안 전국의 입원전담전문의는 2016년 11명에서 2020년 249명으로 가파르게 증가하였다. 전국민 건강보험과 행위별 수가제를 토대로 하는 국내 수가제도에서 입원전담전문의의 도입은 필연적으로 진료수가의 신설을 필요로 한다. 이를 위해 2019년 12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 소위원회에서의 긍정적 논의를 거쳐 본 사업 전환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하였으나, 의사 파업 이후 2020년 9월에 개최된 건정심에서 수가 신설이 의결되지 못하고 본 사업으로의 전환이 지연되고 있다. 수가 신설이 지연되는 큰 이유는 건강보험재정으로 의사 인건비 부담의 정당성, 서울 이외 지역의 가산 수가 문제, 입원전담전문의 도입에 따른 타 직역 의사 인력의 부족 유발 등의 문제에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의사 파업 이후 일종의 괘씸죄가 더해져 일부 문제는 논의조차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입원전담전문의 제도에 수가를 신설하는 것은 입원전담전문의의 인건비를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입원환자에게 제공하는 의료서비스에 대한 보상의 개념이다. 시범사업 당시 입원전담전문의를 채용 가능한 수준의 수가를 산정하는 방식에서 이러한 오해가 유발된 것으로 생각되나, 본 사업에서는 의료서비스에 대한 보상의 개념임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이에 따른 보다 정교한 비용 산정을 통하여 합리적 수준의 수가를 신설하여야 한다. 또한 서울 이외 지역의 가산 수가 문제는 입원전담전문의가 서울지역으로 집중되는 것을 방지하고 비수도권 지역으로의 확산을 유도하기 위한 방안이다. 시범사업의 평가에서 수도권보다 비수도권에서 입원전담전문의에 대한 만족도가 더 높았고, 입원전담전문의 도입으로 인해 지역별 의료격차의 감소 효과를 나타낼 수 있기에 보다 효율적인 확산을 위해 지역 가산 문제가 대두된 것이다. 다만 이는 본 사업 초기에 한시적 적용 후 그 효과를 재평가 하여야 하며, 가산되는 수가 차액에 동일한 본인 부담을 적용하는 것은 수도권 환자와의 역차별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대로 수가 신설 시 입원전담전문의 본 사업 확산의 가장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은 경직된 수가 구조이다. 각 의료기관의 병동의 규모와 입원중인 환자의 중증도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유연한 수가 구조의 적용이 입원전담전문의 사업 확산에 필수적이다. 가령 20병상 규모의 중증 환자가 주로 입원중인 병동과, 30병상 규모의 경증 환자 병동 중에 입원전담전문의 사업을 운영한다면 경직된 수가 구조에서는 운영 기관 입장에서 당연히 30병상의 병동에서 운영하는 것이 손해를 최소화하게 된다. 그러나 의료 현장에서 입원전담전문의의 필요는 각 기관별로 모두 다르며, 경직된 수가 구조는 결국 입원전담전문의가 진료하는 환자의 중증도를 낮추도록 유도하여 본 제도의 취지를 희석시키고 확산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이는 소규모 의료기관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으로 예측되며, 입원전담전문의 도입에 따른 지역별 의료 격차 해소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입원전담전문의 도입이 타 직역 의사 인력의 부족을 유발한다는 주장에도 동의할 수 없다. 이미 개원가는 과포화 상태이며, 이에 의해 국민적 의료비용의 증가가 사회적 논의의 대상이 되어오곤 하였다. 입원전담전문의는 신규 배출되는 전문의보다는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고도 전문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지 않는 전문의들을 입원전담전문의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여야 한다. 이를 통해 의료인력 자원의 효율적인 활용 환경을 마련하고, 동시에 의원급 기관 등의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의료 공급의 왜곡을 완화할 수 있다. 2018년 기준 의원급 전문의 1인당 연간 요양급여 발생비용은 내과 약 4억 1천만원, 외과 약 2억 1천만원 수준으로, 이들 중 약 8%를 입원전담전문의로 전환 시 예상되는 연간 요양급여 발생 감소액은 내과 약 2199억원, 외과 약 425억원에 달한다. 이는 의원급 의료기관에 한정한 것이며 요양병원이나 신규 배출 전문의의 일부를 포함하는 경우에는 더 많은 규모의 의료비 감소로 이어질 것이다. 환자와 보호자가 만족하고, 의료진이 만족하는데 더하여 지역 간 의료격차를 완화하고 의료비 발생 절감 효과까지 갖춘 입원전담전문의의 본 사업 전환이 지연되는 원인이 보다 정교한 논의를 위한 것이기를 바란다. 지금은 본 사업으로의 전환이 시급한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효율적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정교하게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는 대형병원만을 위한 제도가 아니며, 수도권의 환자만을 위한 제도는 더욱 아니다. 입원전담전문의가 필요한 전국 모든 환자에게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전문가들이 보다 생산적이고 정교한 논의에 주력할 때다.
화이자 백신 성공 이면엔…"거버넌스 차이 보라" 2020-11-18 05:45:50
지난 주에는 화이자 백신, 이번 주에는 모더나 백신의 중간분석 결과가 발표됐다. 물론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리겠지만, 시간의 문제이지 결과가 뒤집히기는 거의 어려울 정도로 희망적인 결과였다. 한 감염내과 전문가는 한줄기 햇살이 비추었다고 표현했다. 그런데 이와 같은 백신의 성공은 회사만의 능력일까? 당연히 회사의 능력은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예를 들어 화이자가 이번 코로나 백신 개발에서 조금 늦게 시작했지만 가장 먼저 중간 분석 결과를 발표한 데에는 오랫동안의 백신 개발 노하우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이번 칼럼에서 백신의 성공에 영향을 미친 한가지 큰 요인으로서 미국 규제기관의 거버넌스를 얘기하고 싶다. 코로나19와 신종플루는 판데믹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지만, 상황이 아주 달랐다. 신종플루는 치료제가 이미 있었고, 백신 개발이 수개월내 가능한 상황이었던 반면, 코로나19는 치료제도, 백신 플랫폼도 없는 상태에서 판데믹으로 번졌다. 글로벌 거버넌스 역할을 해야 하는 WHO는 코로나19가 판데믹으로 진행하는 과정이나 판데믹이 된 상황에서 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에 각 나라의 방역은 각 나라가 알아서 하는 상황이 됐고, 치료제와 백신 개발 또한 마찬가지이다. 코로나 백신에 있어서 가장 먼저 국가적 승인을 한 나라는 러시아였다. 그러나 세계는 이 발표를 환영한 것이 아니라 뜨악했다. 그것은 해당 나라 규제기관에 대한 신뢰의 문제를 반영한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 코로나 백신을 승인할 수도 있겠지만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즉,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의 중간 분석 발표를 세계가 환영한 것은 이들의 발표 뒤에는 미국 규제기관의 거버넌스가 있고, 이는 신뢰할 만하다는 세계의 암묵적인 판단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에 대해서 규제기관들의 거버넌스가 작동하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미국 국립의료원(National Institute of Health, NIH) 산하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ational Institute for Allergy and Infectious Diseases, NIAID)가 진두지휘하고 있다.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앤서니 파우치는 이 연구소의 소장이다. NIAID는 전체적인 개발 상황을 모니터링할 뿐만 아니라, 또 중요한 역할로서 미국에서 진행 중인 코로나 백신/치료제 임상시험의 독립적인 DSMB(Data and Safety Monitoring Board) 역할을 겸하고 있다. 즉, NIAID는 백신/치료제의 안전성 모니터링 역할을 겸하고 있으며, 예를 들어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 3상 임상시험 보류나 릴리의 항체 치료제 임상시험 보류 등은 NIAID의 DSMB의 의견에 따른 것이다. 그리고 이 거버넌스의 중요한 다른 한 축이 승인/허가를 담당하는 FDA이다. FDA는 코로나 백신 임상시험에 최소한으로 요구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고, 주요 백신 개발사들은 이 가이드라인에 따라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식약처도 이 가이드라인을 거의 그대로 베껴서 쓰고 있다. 이와 같이 NIAID와 FDA를 주축으로 하는 거버넌스는 팬데믹의 혼란한 상황 가운데서도 엄중한 안전성 모니터링, 과학적 심사와 평가의 기반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백신 개발에 있어서 필자가 또 하나 놀란 것은 미국에서 진행 중인 임상3상 계획서가 대중에게 투명하게 공개된 것이다. 임상시험계획서는 개발사의 고유 정보로서 일반적으로 공개되지 않는다. 그러나 미국은 임상3상 계획서를 개발사에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화이자와 모더나는 미국계 제약회사라서 그렇다고 쳐도, 아스트라제네카에게도 계획서 공개를 요구한 것은 참 놀랍다. 이와 같은 투명한 정보 공개는 팬데믹 상황의 극복이 어떤 한 나라나 한 두 제약사에 달린 것이 아니라 전세계 과학자들의 투명한 정보 공개와 협업을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윤리에 기반한 것으로 여겨지며, 참으로 존경스러운 부분이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조건부 허가된 약조차 허가 정보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식약처는 부끄러운 줄 알기 바란다. 대중에게 공개된 임상시험계획서를 살펴보고 더 놀란 점은 화이자는 FDA에 임상3상 계획서로 승인받은 것이 아니라, 임상1/2/3상 계획서로 승인받은 것이었다. 모더나와 아스트라제네카는 1/2상 승인 후 결과가 나올 즈음 3상을 다시 승인받고 진행했다. 어느 규제기관이 1/2/3상이 모두 합쳐진 임상시험을 승인할 수 있을까? 이는 FDA가 아무리 유연하다고 해도 거의 불가능한 승인인데, NIAID가 직접 안전성 모니터링을 하고, 회사와 FDA간의 massive communication을 전제로 매우 파격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화이자는 중간분석 결과도 FDA와 직접 의논해 발표했다. 화이자와 백신을 공동 개발하고 있는 바이오엔테크의 CEO는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백신을 개발하면서 지체 시간이 거의 없었다" 여기에는 미국 규제기관의 유연하면서도 엄중한 거버넌스가 크게 기여했다고 판단된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거버넌스가 큰 역할을 한 분야가 있는데, 진단 키트 분야이다. 진단 키트의 성공은 방역의 (비교적) 성공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한국의 진단 키트를 알리는데 크게 기여했다. 잘 드러나지 않지만 이 거버넌스의 핵심축 역할을 한 전문가 집단이 대한진단검사의학회이다. 이번 코로나 진단 키트도 대한진단검사의학회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응급 키트 및 정식 키트의 평가 등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와 같은 거버넌스는 갑자기 생길 수 없다. 수년 전부터 진단검사의학회와 질병관리청의 감염병 진단과, 식약처의 체외진단 의료기기과의 꾸준한 소통이 있었고, 이번에 그 힘을 발휘한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에는 치료제/백신 쪽의 거버넌스는 잘 보이지 않는다. 치료제/백신 개발에 어떤 전문가 그룹의 거버넌스가 아니라, 오히려 정치인들의 말이 앞서고 있는 것 같다. 치료제/백신의 성공은 '끝을 보자'는 누군가의 말에서 비롯되지 않으며, 전문가집단을 중심으로 한 거버넌스에서 나온다는 것을 코로나 백신의 중간 성공들을 통해서 배웠으면 좋겠다. 위에도 언급했듯이 이런 거버넌스는 갑자기 구축되지 않는다. 평상시 복지부, 식약처가 의료계 전문집단과 얼마나 소통하느냐에 달려있다. 새롭게 임명된 식약처장은 부디 이 거버넌스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의료계와의 적극적인 소통에 힘써주시기 바란다. ※칼럼은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입원전담전문의를 둘러싼 '동상이몽' (상) 2020-11-16 05:45:50
최근 정부와 국회, 의료계의 연이은 발언으로 입원전담전문의가 뜨거운 화제다. 전문의에 의한 양질의 입원환자 진료를 표방하며 어렵사리 4년의 시범사업을 이끌어온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는 보건의료계 최고 수장의 한마디에 의해 ‘인턴의 대체재’로 전락하는 서글픈 현실이다. 입원전담전문의 사업의 추진 동력이 소위 ‘전공의 특별법’ 제정에 따른 의료현장의 혼란이었음은 사실이며, 따라서 입원전담전문의는 ‘전공의 5년차’라는 우려가 가득한 키워드와 함께 출발하였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재원일수 감소, 처치 및 투약의 신속성 증대, 전문적 설명, 환자 만족도 상승, 병동 간호사 업무 만족도 상승 등 다양한 방면에서 전공의와 비교할 수 없는 가시적인 성과들을 나타내었다. 입원전담전문의 도입 후 나타난 극적 효과의 근간은 ‘병동에 상주’하는 ‘전문의’에 의한 입원환자 진료다. 의료 현장에서 의사들은 병동환자 진료 이외에도 다양한 공간에서 수많은 업무를 수행한다. 외래환자 진료와 각종 검사, 시술, 연구, 컨퍼런스 뿐 만 아니라 외과계 의사들이라면 하루의 대부분을 수술실에서 보내는데, 병동에서 발생하는 응급환자들은 다른 공간에 있는 의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급성기 환자의 예후는 진단 및 처지의 정확성뿐만 아니라 그 신속성이 매우 중요한데, 다른 업무 대신 오로지 병동 환자를 위해 같은 공간에 상주하는 의사의 존재만으로도 그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환자 곁에 상주하는 의사가 ‘전문의’일 때 그 효과는 극대화된다. 의료현장의 전공의는 ‘수련의’로서 독자적인 판단과 결정 권한을 가지기 어려운 구조이다. 전공의에 의한 판단이 정확할지라도 담당 교수의 확인을 거쳐 대부분의 의사 결정이 이루어지며 이에 의해 시급한 투약과 처치 등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입원전담전문의는 환자 상태에 대한 독립적인 판단과 의사결정으로 신속한 처치가 가능하며, 이는 국내의 입원환자 진료에서 반드시 필요했던 요소이기도 하다. 또한 전공의 수련환경 변화에 따른 수련의 질 저하에 의해 전문의와 전공의의 격차가 점점 더 커지는 것이 오늘의 의료현장에서 당장 찾아볼 수 있는 현실이며, 이에 따라 ‘전공의 5년차’의 키워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입원전담전문의의 역할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수액공급, 감염관리, 영양지원, 창상관리 등 모든 환자에게 중요하지만 그동안 전문질환 진료에 가려져 소외되었던 영역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모든 의사가 다 아는 것 같지만 실상은 누구의 전문 영역도 아니었던 각 진료과 총론 분야에서 입원전담전문의들의 역할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병동에서 상주하는 전문의에 의한 전공의 교육의 효과는 극명하다. 이제까지의 전공의 교육과는 차원이 다른 실제적이고 즉각적인 교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상급 년차 전공의에 의해서만 가능했던 예전의 교육 시스템은 전공의 특별법으로 인해 이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도제식 교육 아래 자라오던 전공의들은 이제 배움을 위해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길을 걷고 있다. 전공의들에게 입원환자 진료를 위한 교육의 기회는 이제 입원전담전문의가 유일한 원천일지도 모른다. 입원전담전문의는 대한민국 입원환자 진료의 축을 전공의 중심에서 전문의 중심으로 전환하는 거대한 변화의 한가운데 서 있다. 전국 250여명의 입원전담전문의는 의료 현장에서 전문의에 의한 수준 높은 의료를 고민하고 있는데, 의사 파업 당시에는 ‘비상진료패키지’를 내세우더니 이제는 ‘인턴의 대체재’를 언급하며 땜질용 인력정도로 인식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입원전담전문의의 업무는 입원의학이라는 학문적 관점에서 고민할 문제이지, 국가에서 업무의 범위를 지정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의료 현장에 대한 왜곡된 현실 인식의 근본이 대한민국 의료계의 가장 중심이라는 것이 아이러니며, 의·정 갈등의 해소를 위해 입원전담전문의가 더 이상 ‘애드립 소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인턴 수급 공백, 정부·여당 결단이 필요하다 2020-11-11 05:45:50
최근 의대 본과 4학년 학생들의 의사국가고시(국시) 재응시 여부를 두고 그동안 불가방침으로 일관해 오던 정부·여당 일각에서 내년도 ‘의료 공백’을 염려하는 발언들이 나오면서 정부의 입장 변화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기대 섞인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4일 국회 예결위에서 의사 국시 문제와 관련하여 “(국시)추가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에 대한 국민 거부감이 아직 상당하다”면서도 “국가적 차원에서 (보건) 의료인을 양성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책임”이라고 밝힌 것은 기존 입장과 사뭇 다른 기류를 보였다고 평가 된다. 상급종합병원에서 인턴의 존재는 피교육생이자 교수진의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가 가능하게 하는 최상의 조력자다. 인턴의 역할이 PA(Physician Assistant)로 대체될 수 있는 업무라면 이미 각급 상급종합병원의 인턴은 PA로 대체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은 인턴 업무가 PA 수준에서는 감당할 수 없는 고도의 의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의료행위를 수행할 수 있는 자격과 능력을 검증받은 의사 면허자이기 때문이다. 인턴의 업무를 국가 기관에 비유하자면 법원의 행정처장이나 국회의 사무총장처럼 각 기관의 업무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고 각 기관의 고유의 기능이 원활하게 수행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의료를 잘 모르는 법률가나 정치인에게 법원 행정처장이 없는 대법원과 국회 사무총장이 없는 국회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겠는지 상상해 보면 내년도 상급종합병원의 업무가 얼마나 심각한 문제에 직면할지 어렴풋이 알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사태로 인한 직접적 피해자가 국민들 특히 질병으로 인해 고통받는 환자들이라는 사실이다. 본과 4학년들이 국시 미응시로 내년도 신규 의사 배출이 중단된다면 그로 인해 국민들이 입게 될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당장 내년도 중환자 진료체계에 의료대란이 올 우려가 높다. 예를 들자면 뇌질환이나 심장질환으로 인해 수술을 받고 시술을 받은 후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에 대한 경과 관찰과 처치 업무는 통상 전공의 1년차가 주로 담당하면서 해당 과 인턴이 보조적으로 진료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그런데 인턴 공백이 발생되면 물리적으로 전공의 1년차가 매일 밤낮 환자를 볼 수밖에 없게 되어서 어쩔 수 없이 환자의 입원을 제한해야만 되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만일 이로 인해 제 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의료대란이 발생된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여당에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한편 이와 관련하여 최근 보건복지부 장관이 입원전담전문의로 인턴 업무를 대체하겠다고 말하여 장관을 3년씩이나 하고도 의료현실을 이렇게도 모를 수 있는지에 대한 탄식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의사 1년차인 인턴 업무를 입원 환자 질 관리를 위해 두고 있는 교수급 전문의인 입원전담전문의에게 맡기는 것이 현실성이 있는 발언인지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는 것이다. 한 마디로 인턴 업무를 입원전담전문의에게 맡긴다는 발상 자체가 코미디 같은 일이다. 상급종합병원에만 문제가 발생되는 것이 아니다. 당장 내년도 신규 의사 배출이 정상적으로 안 될 경우 매년 500~700여명 정도 충원되어온 신규 공중보건의 충원이 불가능하게 된다. 공중보건의사는 올 초 대구 지역에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했을 때 신임 공중보건의사 742명을 현장에 투입되어 적극적인 검사 업무를 통해 초기 방역 성공에 결정적 역할을 한 바가 있으며 지금도 각 지역의 보건소에서 코로나 환자 검사 및 진료 업무에 투입되어 K-방역의 핵심 자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아직 해결되지 못한 상태에서 본4 국시 재응시 불가로 인해 공중보건의가 배출되지 못한 가운데 K-방역이 붕괴되어 2차 팬데믹 사태라도 발생될 경우 당정은 그로 인한 심각한 공포와 패닉 상황들을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이뿐 아니다. 일부 농어촌 지역 주민들에 대한 보건에 있어서 공중보건의의 역할은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농어촌 보건지소 및 의료 취약지의 응급의료나 필수 의료 분야에서 공중보건의의 역할은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또한 군의관 수급 문제도 큰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는 그동안 ‘의대생 국시 미응시로 인한 의료공백이 큰 차질을 빚을 수준은 아니라’고 말하는 등 안이한 생각에 젖어 있다가 최근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입장 변화를 시사하는 발언을 하는 등 한발 물러선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가 최근 ‘수도동귀’(殊塗同歸, ‘길은 다르지만 돌아가는 방향의 끝은 같다'는 의미)라는 사자성어를 들어 "국민 생명 보호와 환자 안전을 지킨다는 의미에서 의료계와 우리(정부)의 방향은 달라도 목적지는 같다"고 말하며 입장 변화를 시사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지금의 사태를 유발한 책임은 의료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해 공청회 한 번 없이 법적 근거도 없는 공공의대 설립 등 문제 투성이 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한 정부여당에 있다. 따라서 이 과정에 발생된 모든 문제에 대한 일차적 책임도 정부여당에 있는 것이다. 정부·여당은 지금의 본과 4학년 학생들의 의사국시 미응시 문제를 두고 미온적 대응으로 실기를 하여 내년도에 의료대란과 감염병 위기를 자초할 일이 아니다. 지금이라도 정부 여당이 편협한 생각에서 돌이켜 이성적 판단으로 내년에 발생될 의료대란과 감염병 위기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기를 강력하게 권고하는 바이다.
친절한 의사법보다 상식있는 국회의원법 시급 2020-11-10 05:45:50
1인&160;시위에&160; 나서며 &160; 나는&160;9일부터&160;1인&160;시위를&160;시작한다. 더불어민주당&160;권칠승&160;의원의&160;발의&160;법안&160;중&160;의료계에&160;대한&160;단편적인&160;설익은&160;지식과&160;치졸한&160;보복심,&160;그리고&160;내로남불에서&160;비롯된&160;다수의&160;입법&160;발의와&160;의료계에&160;대한&160;부적절한&160;발언&160;등에&160;대해&160;강력하게&160;항의&160;및&160;경고하기 위함이다.&160;개인&160;과외를&160;통해서라도&160;공부라도&160;조금&160;한&160;후&160;의사들에게&160;기존의&160;잘못들에&160;대한&160;진정한&160;사죄와&160;더불어&160;앞으로의&160;입법&160;활동에&160;신중에&160;신중을&160;기할&160;것을&160;요구한다. &160; 보건복지위&160;소속이면서도&160;우리나라&160;의료&160;시스템에&160;대해서는&160;매우&160;무지한&160;상태로&160;우리나라&160;국민과&160;의료를&160;위하기는&160;커녕&160;오히려&160;의료현실과&160;미래에&160;역행하는&160;법안을&160;마구&160;발의하고 있다.&160;결국에는&160;우리나라&160;국민에게&160;3류,&160;아니&160;최악의&160;의료환경을&160;만들어가려는&160;모습을&160;보고&160;이&160;나라의&160;한&160;국민으로서, 또&160;한&160;사람의&160;의사로서&160;절박한&160;마음으로&160;1인&160;시위에 나선다. 이를&160;통해서라도&160;국민과&160;의사&160;회원에게&160;잘못된&160;국회의원&160;한&160;사람이&160;이&160;나라를&160;어떻게&160;나락으로&160;떨어뜨릴&160;수&160;있는지를&160;꼭&160;알리고자&160;한다. &160; 그가&160;최근&160;국정감시&160;등을&160;통해&160;발언하거나&160;대표&160;발의한&160;내용들을&160;보면&160;국민을&160;위한다기&160;보다는&160;코로나19로&160;인한&160;국가비상상태에서&160;최선을&160;다하고&160;있는&160;의료진을&160;폄훼하고&160;일부&160;소수층의&160;인기만&160;노리는&160;불합리한&160;내용들이&160;대부분이다. 그&160;예를&160;들어보자. &160; 우선&160;최근&160;권칠승&160;의원은&160;취소된&160;의사&160;면허의&160;재교부율이&160;97%나&160;된다고 했다. 의사면허&160;재교부&160;소위원회의&160;구성이&160;7인 중&160;4인이&160;의사인&160;것도&160;문제가&160;있다고&160;했다. 이는&160;의사의&160;면허를&160;재허가&160;하는&160;데에&160;있어서&160;의사로서의&160;윤리적인&160;관점이&160;가장&160;중요한&160;것은&160;당연하므로&160;위원회&160;의원&160;중&160;의사가&160;다수일 수밖에&160;없음에도&160;마치&160;제&160;식구&160;감싸기&160;하는&160;것으로&160;매도했다.&160;어려운&160;경제에&160;먹고살기도&160;바쁜&160;국민이&160;"역시&160;의사는&160;끼리끼리야. 팔은&160;안으로&160;굽어. 정말&160;나쁜&160;사람들이야"라는 생각을 갖도록 호도하고&160;있는&160;것이다.&160; 의료에&160;대해&160;의사가&160;판단하는&160;것은&160;당연한&160;것이다.&160;의사의&160;의료행위에&160;대한&160;판단&160;적정성&160;등을&160;의료에&160;대해&160;전혀&160;알지&160;못하는&160;시민단체&160;등이&160;결정한다면&160;그건&160;한마디로&160;말도&160;안되는&160;짓이다. 대한의사협회는&160;이미&160;지난&160;2016년부터&160;보건복지부와&160;합의하에&160;'전문가&160;평가제&160;시범사업'을&160;하고 있다.&160;협회&160;산하&160;회원에&160;대한&160;민원을&160;일반&160;국민이나&160;일반&160;회원&160;또는&160;지자체, 보건소로부터&160;신고 받아&160;해당&160;전문위원을&160;통해&160;철저히&160;조사해&160;자체&160;징계를&160;하거나&160;그&160;정도가&160;지나치다고&160;결정되면&160;사법기관에&160;고발을 하고&160;법적&160;심판을&160;받도록&160;한다.&160;자체적으로&160;공정하고&160;투명하게&160;관리해&160;오고&160;있다. 권칠승&160;의원은&160;현재의&160;진행상황에&160;대해&160;뭘&160;좀&160;알고&160;나서&160;나서든지&160;아니면&160;필자에게라도&160;물어보기를&160;바란다. &160; 권&160;의원의&160;이른바&160;'투&160;스트라이크&160;아웃제'라는 법안도 문제다. 면허&160;취소를&160;당한&160;후&160;다시&160;면허&160;취소&160;사유에&160;해당하는&160;행위를&160;할&160;경우&160;영구적으로&160;면허&160;재교부를&160;하지&160;못하게&160;하는&160;의료법&160;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는&160;다른&160;직역에서는&160;물론&160;해외&160;입법&160;사례에서도&160;찾아보기&160;힘든&160;가혹한&160;이중처벌로 침해의&160;최소성&160;원칙과&160;법익&160;균형성에&160;반하는&160;것이라&160;할&160;수&160;있다. 한마디로&160;치졸한&160;법이다. &160; 10월 14일에는&160;의사&160;되는&160;것보다&160;의대생&160;되는&160;것이&160;더&160;어렵다며&160;의사&160;국가고시&160;합격률이&160;95%로&160;의대만&160;졸업하면&160;무조건&160;합격시키는&160;것처럼&160;비판했다.&160;이는&160;대부분의&160;의과대학에서&160;의사국시를&160;보기&160;전까지&160;자격이&160;부족한&160;학생들은&160;아예&160;국시 자체를&160;볼&160;수&160;없을&160;정도로&160;재시험과&160;과목&160;낙제, 유급,&160;심지어&160;반복유급에&160;따른&160;제적&160;등을&160;통해&160;엄격하고&160;철저하게&160;관리하고&160;있다.&160;권 의원은 실제로&160;국시에&160;임하는&160;학생의&160;실력이&160;향상되어&160;합격률이&160;높다는&160;것을&160;간과했다. 권&160;의원의 발언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지난달 30일에는 진료&160;시에&160;진단명, 증세, 치료방법, 관리, 주의사항&160;등&160;자세한&160;내용을&160;설명하고&160;환자가&160;원할&160;경우&160;이를&160;서면으로&160;제공받을&160;수&160;있도록&160;하는&160;의료법&160;일부&160;개정법률안, 이른바&160;'친절한&160;의사법'을&160;대표발의했다. 발의&160;이유로&160;1분&160;내지는&160;3분으로&160;끝나는&160;'공장식&160;진료' 때문에&160;많은&160;환자들이&160;불만이&160;있고&160;짧고&160;간단하게&160;의학용어로&160;진료를&160;하다&160;보니&160;환자들이&160;이해를&160;못하고 있다는 것을 앞세웠다.&160;특히&160;자신의&160;예를&160;들어&160;부모님이&160;병원에&160;다녀와도&160;병명에&160;대해서는&160;잘&160;전달&160;못&160;하시고&160;괜찮다고&160;얼버무리신다고&160;했다. 서면을&160;통하게&160;되면&160;의사들의&160;바쁜&160;시간을&160;뺏지&160;않고, 환자들은&160;추가&160;비용&160;없이&160;본인의&160;병명에&160;대해&160;자세히&160;알&160;수&160;있다고도&160;했다. 3시간&160;대기&160;3분진료라는&160;의료시스템을&160;만든&160;장본인이&160;바로&160;이&160;나라&160;정치인들이라는&160;사실은&160;제쳐&160;두고라도&160;단&160;한번이라도&160;부모님을&160;모시고&160;병원에&160;다녀&160;온&160;적이&160;있다면&160;진료시&160;의사가&160;설명해준&160;자세한&160;이야기를&160;어르신이&160;자식들에게&160;제대로&160;전달하기가&160;쉽지&160;않다는&160;것쯤은&160;쉽게&160;알&160;수&160;있을&160;것이다. 같은&160;병명이라도&160;모든&160;환자들이&160;각각&160;조금씩&160;다른&160;양상이&160;있을&160;수&160;있는데 의사의&160;설명을&160;검색 포털에서&160;궁금한&160;것을&160;찾듯이&160;병명을 입력하면 한번에&160;일괄적으로&160;인쇄되어&160;나오는&160;것으로&160;의료를&160;아는&160;것이&160;도대체&160;어떻게&160;가능한&160;지&160;궁금할&160;뿐이다. 이런&160;기초적인&160;상황도&160;확인&160;못하고,&160;이러한&160;법안이&160;만들어&160;졌을 때&160;국민과&160;의료진에게&160;일어날&160;수&160;있는&160;상황에&160;대한&160;검토도, 이해도&160;안&160;되는&160;국회의원이라면&160;나는&160;감히&160;보건복지위&160;위원의&160;자격이&160;없다고&160;본다 &160; 지금&160;세계는&160;전문성의&160;시대라고&160;한다. &160; 경제학을&160;전공했으면&160;경제에&160;대해&160;이야기해야지&160;의료에&160;대해&160;전혀&160;모르면서&160;의료법을&160;말하지&160;말자. 최소한&160;뭘&160;좀&160;공부하고&160;전문가와&160;상의&160;후&160;법안을&160;발의하자는&160;이야기다. &160; 경제는&160;숫자이지만&160;의료의&160;기본은&160;인간이다. 법안이란&160;순간&160;순간&160;생각에&160;의해, 자기&160;경험상 극단적&160;상황&160;설정에&160;따라&160;고쳐져서는&160;안된다. 최근&160;부동산&160;정책&160;특히&160;임대법만&160;보아도&160;충분한&160;논의와&160;시뮬레이션&160;없이&160;만들어진&160;잘못된&160;법안에&160;의해&160;얼마나&160;많은&160;사람들이&160;고통을&160;받고&160;있는지&160;우리&160;모두&160;목도하고&160;있지&160;않는가? 툭&160;하면&160;법을&160;만들어&160;의사&160;면허&160;영구취소&160;남발하면&160;당신들이&160;주장하던&160;공공의료는&160;누가&160;하는가? 권 의원을&160;혹자들은&160;'의사&160;저격수'라고도 한단다. 이렇게&160;무분별하게&160;한국&160;의료에&160;대한&160;제대로&160;된&160;인식없이&160;무리한&160;법안만&160;양산한다면&160;의사&160;저격수가&160;아니라&160;국민보건을&160;망치고&160;의료백년대계를&160;망치는&160;'의사&160;훼방꾼'인&160;것이다.
개원가 핵이슈 비급여진료 비용의 법적 고지 2020-11-09 07:54:38
'비급여진료비용의 고지 (2021. 1. 1.시행 개정 의료법 시행규칙)' 최근 개정된 의료법 조항을 모니터링 하나보면 눈에 띄는 변화가 하나 있다. 신설된 의료법 시행규칙 42조의2제3항에 따르면, 개설자가 비급여 진료비용을 사전에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정 전 의료법 시행규칙은 제42조의2에서 “의료기관 개설자는 비급여 대상의 항목과 그 가격을 적은 책자 등을 접수창구 등 환자 또는 환자의 보호자가 쉽게 볼 수 있는 장소에 갖추어 두어야 하며, 인터넷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의료기관은 인터넷 홈페이지에도 따로 표시해야 한다” 라고만 규정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의료기관 출입구나 접수대, 대기실 등에 비급여진료비용 안내문을 책자 형태로 비치하고, 홈페이지에도 별도의 메뉴를 만들어 각 비용을 고지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개정된 시행규칙에서는 마치 의료기관 개설자가 비급여진료비용에 대해 환자에게 직접 설명해야 한다는 식으로 규정하고 있으니, 일선에서 혼란이 올 법도 하다. 실제로 많은 자문 거래처 의료기관에서 개정법에 대한 질의가 쏟아졌다. 제42조의2(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고지) ② 법 제45조제1항에 따라 의료기관 개설자는 비급여 대상 중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비급여 대상을 제공하려는 경우 환자 또는 환자의 보호자에게 진료 전 해당 비급여 대상의 항목과 그 가격을 직접 설명해야 한다. 다만, 수술, 수혈, 전신마취 등이 지체되면 환자의 생명이 위험해지거나 심신상의 중대한 장애를 가져오는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하지만 위 개정 시행규칙의 시행일은 2021. 1. 1.부터이고, 아직 보건복지부에서 구체적인 고시 등을 공고하지 않았다. 따라서 “당장 원장인 내가 환자들에게 비급여진료비를 설명해야 하는건 아닌가?” 라는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이런 질문이 반복되자, 보건복지부에서도 “신설된 사항 중 문의해주신 '의료기관 개설자'(설명 주체)의 경우 의료기관 개설자가 환자들에게 일일이 직접 설명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의료기관 개설자가 해당 의료기관 내에서 비급여에 대한 설명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관리할 책임이 있다는 것으로, 이는 의료법령에서 일반적인 규정 방식입니다. 설명의 주체, 범위, 방식 등에 관한 세부 사항은 해당 조항 시행 전에 관련 전문가, 시민단체 등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별도의 고시를 마련할 예정임을 알려드립니다.” 라고 질의에 응답하여 우리의 궁금증을 어느 정도 해소시켜 주었다. 따라서 이후 구체적인 고시가 발표되면 그에 따라 새로운 매뉴얼을 마련하면 될 것이고, 내년부터는 단순한 “게시”가 아니라 “고지”가 되어야 한다는 정도로 마음의 대비를 하고 계시길 바란다. '비급여진료비용 할인에 관한 광고' 이와는 별개로, 2018. 3. 27.자로 개정된 의료법 제56조 제2항 또한 한 번 체크할 필요가 있다. 위 개정법은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로 하여금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 방법으로 비급여 진료비용을 할인하거나 면제하는 내용의 광고”를 금지되는 의료광고의 한 유형으로 추가하였다. 그리고 의료법 시행령에서는 “비급여 진료비용의 할인ㆍ면제 금액, 대상, 기간이나 범위 또는 할인ㆍ면제 이전의 비급여 진료비용에 대하여 허위 또는 불명확한 내용이나 정보 등을 게재하여 광고하는 것” 이라고 금지 행위를 구체화 하고 있다. 의료법 제56조(의료광고의 금지 등) ②의료인등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의료광고를 하지 못한다. 13.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로 하여금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 방법으로 제45조에 따른 비급여 진료비용을 할인하거나 면제하는 내용의 광고 의료법령의 개정 경향을 보면, 과거에 불투명하게 시장에 맡겨두었던 비급여진료비용의 책정이나 할인 등을 누구나 알 수 있게 공개하고,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단속하겠다는 입법자의 의지를 알 수 있다. 따라서 일선의 의료기관들도 이에 발맞추어 비용 책정 방식이나, 할인 이벤트, 업무 매뉴얼 등을 조금씩 변경할 필요가 있겠다.
주먹구구 당직수당, 올바르게 지급하고 있나요? 2020-11-02 05:45:50
|노무칼럼|이동직 노무사(노무법인 해닮) 학교 선생님들이 돌아가며 당직근무를 서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학교에 외부인이 출입하진 않았는지 그 많은 교실을 하나하나 둘러보며 손전등을 비췄고, 교무실이나 체육관에 잠금장치가 올바르게 설치돼 있는지 손수 확인하며 순찰을 돌았습니다. 지금이야 알파고가 바둑을 두는 시대인 만큼 학교마다 경비시스템을 갖춰놓고 24시간 CCTV가 돌아가고 있지만, 그 시절만 하더라도 전문 경비원 개념도 없었고 IT기술도 발달하지 않아 선생님들은 한 달에 1~2번씩 밤늦은 시간에 학교로 불려가야 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몇 만원의 당직수당이 나왔다는 사실일 겁니다. 학교에서 밤을 꼬박 새우고 손에 들린 단 돈 몇 만원, 선생님은 과연 그 당직수당을 받고 흡족해 했을까요? 입원환자가 있는 병원 사업장에서도 당직근무가 필수입니다. 당직근무 없인 입원환자를 24시간 돌볼 수 없다보니 병원에선 입원환자수, 병상 등을 고려해 당직근무 스케쥴을 설계한 후 애초 근로자를 채용할 때 정해진 근로시간 외에 추가로 당직근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고지합니다. 근로자 또한 입원환자가 있는 병원 사업장에 입사할 땐 당연히 당직근무가 있다는 점을 알고 한 달에 몇 번 정도 당직근무를 서게 될지 물어봅니다. 당직근무가 병원 사업장의 관행으로 굳어진 셈이죠. 그 관행에 법적 뒷받침이 있다는 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입니다. 병원 사업장은 법상 특례업종에 해당하는 탓에 일반 사업장처럼 1주 12시간, 한 달 52시간 등 연장근로에 대한 제한이 없어 상대적으로 당직근무 스케쥴을 유연하게 설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문제는 당직수당입니다. 당직근무가 정당하려면 당직근무의 대가를 정확하게 지급했다는 기본 전제가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기본 전제에 대한 고민 없이 거의 대부분의 병원 사업장에선 으레 당직근무 1회당 정액으로 몇 만원씩을 책정한 뒤 당직횟수에 비례해 당직수당을 지급하곤 합니다. 병원마다 이 당직수당은 천차만별입니다. 어느 정도 매출액이 나오는 병원에선 당직근무 1회당 10만원을 지급하기도 하지만, 영세한 병원은 식대 명목의 적은 금액만 지급하기도 합니다. 한 마디로 주먹구구식이라는 얘기입니다. 당직수당을 이렇게 마음 내키는 대로 지급해도 괜찮은 걸까요? 당직수당이 법에 어긋남이 없게 지급됐는지 판단하기 위해선 우선 당직근무의 구체적인 내용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만약 당직근무가 기존 직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고 소정 근로시간에 하던 직무의 일부를 당직근무를 설 때도 똑같이 수행한다면, 그 당직근무는 곧 '연장'근로에 해당돼 연장수당을 지급해야 합니다. 반대로 당직근무가 기존 직무와 아무런 상관이 없고, 단순히 '경비'를 서는 개념이라면 그 당직근무는 연장근로와 별 상관이 없고, 기존대로 당직수당을 지급하면 그만입니다. 머릿속이 다소 아득해지네요. 그렇다면 다시 학교 선생님을 예로 들어 볼까요? 선생님의 주요 직무는 학생을 가르치고, 학생을 올바른 방향으로 안내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선생님이 당직근무를 설 경우엔 학생보단, '경비'에 초점을 맞춰 업무를 수행합니다. 외부인의 출입이 없는지 수시로 확인하고 학교 시설이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게 지켜지고 있는지 매 시간마다 순찰을 돌며 확인해야 합니다. 물론 선생님 직무 개념을 넓게 해석하면, 학교에서 경비를 서는 것도 학생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일일 테니, 당직근무도 선생님의 직무에 해당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보편적인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선생님의 직무로 '경비'를 꼽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이에 비춰본다면 병원에서 당직근무는 사업장 사정에 따라 다르겠지만 연장근로에 해당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당직근무를 설 경우에도 환자에게 주사를 놓거나 침대시트를 갈아주는 등 소정 근로시간에 하던 업무를 그대로 수행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당직횟수에 비례해 정액으로 책정된 당직수당을 지급할 게 아니라, 개별 근로자의 시급을 토대로 50%가 가산된 연장수당을 계산해 지급해야 합니다. 기존에 지급하던 당직수당이 이렇게 계산된 연장수당보다 많다면 문제가 없지만, 적다면 임금체불에 해당할 수도 있다는 점,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합니다. 아직까지 당직수당을 지급하는 게 맞을지, 연장수당을 지급하는 게 맞을지 혼란스러운 분들이 있을 듯 합니다. 그러면 이렇게 자문해 보는 건 어떨까요. "입원환자가 없다면, 근로자가 굳이 당직근무를 서야 할 계제가 있을까?" 그 답이 '아니오'라면 당직근무는 곧 연장근로에 해당돼 연장수당을 지급해야 할 겁니다. 지금 당장 임금대장 파일을 열어 당직수당이 어떻게 계산돼 지급되고 있는지 면밀히 살펴보길 권합니다.
우려부터 앞서는 식약처 코로나 백신 신속 허가 2020-11-02 05:45:50
약 3년 전에 한 유명한 배우가 자동차 사고로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운전 차량에 제동등이 켜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졸음운전이나 순간적인 운전실수 혹은 급발진으로 인한 사고 가능성은 적었다. 그는 평소 건강했으며, 다만 한달 전부터 피부과에서 처방받은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 뉴스를 읽으면서 항히스타민제의 매우 드문 부작용 가능성을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비록 가능성이 매우 적지만 항히스타민제는 QT 간격 연장을 일으킬 수 있고, 이로 인한 torsades de pointes 라는 치명적인 부정맥과 갑작스러운 사망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사망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는데, 사망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이 더욱 의약품 부작용을 생각해야 하는 까닭이다. 의약품/의료기기/백신 부작용에 대해서 가능성이 매우 적다는 것과 가능성이 없다는 것은 차이가 크다. 일반적으로 중대한 부작용은 빈도가 매우 낮기 때문에, 그것을 의심하고 파고 들어서 얼마나 과학적으로 추론하고 개연성을 이끌어 내느냐가 중요하다. 예를 들어 탈리도마이드의 경우 전세계적으로 약 12,000명의 기형아가 태어났지만(사산아는 집계되지 않음), 미국 FDA는 한 심사관의 '일부 약물이 태반을 통과할 수 있는데, 태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자료 부족'을 우려해 끝까지 승인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미국내 발생은 극히 적었다(제약회사의 샘플을 복용하고 발생한 17명). 최근 판매가 중지된 로카세린(벨빅)도 마찬가지이다. 유럽의 EMA는 동물시험 자료상 발암 독성이 우려돼 허가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미국의 FDA도 동일한 동물시험 자료를 검토했을텐데 허가를 했다. FDA는 뒤늦게 로카세린의 5년간 안전성 추적 조사 결과에 따라 발암 위험성이 증가한다고, 제조사에 자발적 시장 철수를 요청했다. 그 사이 이미 회사는 엄청난 이익을 거두었고, 반면 수십명의 환자들(특히 살을 빼려고 약을 복용한 젊은이들이 많았을 것이다)은 비만 치료제를 복용하다가 암이 발생한 것이다. 그런데 허가 당시 제출한 임상시험 자료에도 안전성이 우려되는 부분이 있었다. 그 때는 그걸 놓친 것이다. 우리나라 식약처는 동물시험 자료도 놓치고, 허가 당시 임상시험 자료도 놓치고, 허가 후 모니터링에서도 놓치고, FDA 조치가 나서야 그저 따라서 조치를 취했으니 할 말이 없다. 우리나라의 가습기살균제 사건은 식약처의 안전 불감증의 가장 두드러진 예라고 할 수 있겠다. 이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불거진 것은 PHMG라는 유해성 카펫 첨가제가 우리나라에서만 가습기살균제로 허용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재판에서 관계 당국은 혐의가 없다고 결론이 났다. 이유는 어처구니 없게도 유해성 물질의 용도 변경(카펫 첨가제 -> 가습기 살균제)시 심사를 해야 하는 규정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가습기 살균제는 인체로 흡입되는 성분인데, 규정이 없었더라도 당연히 심사를 했어야 했다. 만약 그 때 해당 심사관이 PHMG 성분이 어떤 성분인지, 유해성은 없는지 의심하고, 다른 나라의 상황을 살펴봤다면, 그래서 문제의 가습기살균제를 허가하지 않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가습기살균제 사건은 규제의 실패(regulatory failure)가 얼마나 참혹한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가장 명료하게 보여주었다. 최근 식약처가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 백신 신속심사에 돌입했다고 발표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모더나, 화이자 등 거의 비슷한 속도에 있는데, 왜 아스트라제네카를 콕 짚어서 발표했을까? 아마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성공시 국내 제약회사가 생산하고 이 중 일부를 국내 접종분으로 받기로 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필자는 이 뉴스를 보면서 식약처가 과연 이 백신의 안전성 검토를 면밀하게 잘 할 수 있을지 우려됐다.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 백신은 임상개발 중 횡단성 척수염(transverse myelitis) 사례가 발생해 미국 FDA는 임상 보류를 발표했고, Nature 또한 안전성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것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그러므로(사실 항상 그래야겠지만) 훨씬 면밀한 안전성 검토가 필요할 것이며, 연구자가 인과관계를 배제할 수 없다고 평가한 건은 1예도 소홀하게 넘겨서는 안될 것이다, 또한 우려되는 안전성 정보는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것이다. 누군가는 '신속'을 원하는지 모르겠으나, 대다수 국민들은 '엄중'을 원한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칼럼은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독감 예방접종 혼란 속 또다른 복병 '예진표' 2020-10-26 09:36:02
|칼럼|이양덕 대전 이양덕내과 원장 2020년 올해는 독감백신 안전성에 대한 논란 속에서 발생한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사례로 환자와 의료진 모두가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개원가는 백신냉장고의 보관온도 유지에 더욱 철저할 뿐만 아니라 독감 예방접종 예진표 작성에 좀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만 62세이상 무료 독감 예방접종에서 개원가의 업무를 가중시키는 것 중 하나가 예진표 작성일 것이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반이상의 접종대상자가 예진표 작성을 의료기관에 와서 직원과 함께 하고 있으며 고령일수록 시력, 청력 저하로 작성에 시간이 점점 길어진다. 예진표를 보면 개인정보 처리에 대한 동의사항 2개를 제외하고도 접종대상자에 대한 10개의 설문이 더 있다. 질문이 많다보니 집중도도 저하되고 글씨가 작아 읽기가 어렵다. 마지막의 임신 여부에 대한 질문을 할머니에게 할 때는"원장님이 나 웃기려고 하시네!"라며 함박웃음이 터지기도 한다. 10개의 설문을 마치고 나면 '예'라고 답변한 것에 따른 백신접종 시행여부에 대한 지침이 없다. 즉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지만 적격여부에 대한 사용설명서가 없는 예진표이다. 이에 대해 여러 교수님들에게 문의를 하였지만 해답을 구하지 못 했고 '그래도 충실히 작성해야 한다'라는 답변을 들었다. '만 62세이상 독감 예방접종 예진표' 10개의 설문 문항을 간략하게 쓰면 다음과 같다 가. 오늘 아픈 곳이 있습니까? 아픈 증상을 적어주십시오. 나. 약이나 음식물(계란 포함) 혹은 백신접종으로 두드러기 또는 발진 등의 알레르기 증상을 보인 적이 있습니까? 다. 과거에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이 생긴 일이 있습니까? 라. 선천성 기형, 천식 및 폐질환, 심장질환, 신장질환, 간질환, 당뇨 및 내분비 질환, 혈액질환이 있습니까? 마. 경련을 한적이 있거나 기타 뇌신경계 질환(길랭-바레 증후군 포함)이 있습니까? 바. 암, 백혈병 혹은 면역계 질환이 있습니까? 사. 3개월 이내에 스테로이드제, 항암제, 방사선 치료를 받은 적이 있습니까? 아. 1년 동안 수혈을 받았거나 면역글로블린을 투여받은 적이 있습니까? 자. 1개월 이내에 예방접종을 한 일이 있습니까? 차. 현재 임신 중이거나 한 달 안에 임신할 가능성이 있습니까? 필자의 개인적 의견임을 밝히며 좋은 설문지인지를 하나씩 점검해 보고자 한다. 1. 질문이 꼭 필요한 내용인가? 라.의 기저질환에 대한 질문과 차.의 임신여부에 대한 질문은 우선적 접종대상이므로 굳이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또한 필자는 만 62세 이상에서 임신한 경우를 보지 못 했다. 가, 나, 다, 마 질문은 필요하고 접종을 미루거나 하지 말아야할지 결정을 내리는 데 중요하다. 그러나 그 외의 질문은 고령의 환자에게 쉬운 단어로 간결, 명료하게 표현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응답을 정확히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2. 질문의 내용이 중복되지 않는가? 나와 다의 백신접종과 예방접종은 중복으로 볼 수 있고 질문이 각각 독립적이지 않다. '라'의 기저질환과 '바'의 암, 백혈병, 면역계 질환의 질문도 비슷한 내용이다. 3. 응답을 하는데 노력이 많이 들지 않을까? 설문조사를 하다보면 너무 많은 질문은 응답자의 무성의한 답변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청력이 저하된 고령 환자의 인적사항과 함께 총 12개 문항의 예진표를 문진을 통해 작성하는 것은 의료기관 접종업무에 부하가 가중되어 밀집된 환경을 만들고 체류시간 연장으로 이어진다. 반면, 10년전 미국 메이요 클리닉 연수시 작성했던 독감예방접종 동의서(consent form)는 4개의 필수질문만을 포함하고 있었다. 미국의 독감백신 동의서(immunization action coalition, www.immunize.org) A. Is the person to be vaccinated sick today? B. Does the person to be vaccinated have an allergy to a component of the vaccine? C. Has the person to be vaccinated ever had a serious reaction to influenza vaccine in the past? D. Has the person to be vaccinated ever had Guillain-Barre syndrome? 또한 우리나라의 예진표와 달리 동의서라는 단어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접종 후 부작용에 대해 의료진에게 의혹과 책임추궁을 하기 보다는 환자 본인이 스스로 진료를 받을 것을 동의한다(I release HealthWorks and its affiliates from responsibility of any reaction resulting from the injection, and I take full responsibility to seek medical attention should more severe symptoms occur). 이는 예측할 수 없는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으로 의료기관이 예방접종사업 참여를 꺼리는 것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로 지치고 힘든 국민에게 독감백신마저 불안감을 주는 현사태가 안타깝고 접종 후 사망 사례에 인과관계를 떠나 깊은 애도를 표한다. 이를 계기로 대한민국의 예방접종사업이 더욱 안전해지고 신뢰를 회복해 환자와 의료진이 모두 안심하고 참여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과 함께 예방접종동의서에 대한 필자의 작은 생각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리아백스주 식약처 내부감사는 처장에게 달렸다 2020-10-19 05:45:50
필자가 작년 7월 식약처의 부실한 의약품/의료기기 안전관리를 폭로하는 첫 1인 시위를 한 다음날 의약품심사부장실에 불려가 징계에 대한 안내를 받았다. 그리고 얼마 뒤 3일에 걸친 감사를 받게 됐다. 그 때 감사담당관에게 물었다. '저에 대한 감사를 누가 요청한 겁니까?' 상식적으로 누군가 감사를 요청했기 때문에 감사를 받게 되는 것으로 이해했기 때문이다. 감사담당관이 '선생님에 대한 감사는 누가 요청한 것이 아니라, 식약처장(현 이의경 처장)도 알고 있다. 선생님이 하신 일은 결과적으로 식약처의 발전에 도움이 되겠지만 저는 해야 할 일을 할 뿐이다' 라고 답변을 했다. 그 때 비로소 식약처 내부감사가 독립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일반적으로 감사는 해당 조직과 독립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필자가 근무했던 한 외국계 회사에서는 감사 조직이 철저하게 독립돼 있었다. 회사의 대표도 감사 조직에 어떤 힘을 행사할 수 없고, 도리어 감사 조직이 대표를 감사하고, 대표를 퇴출시킬 수 있는 구조였다. 그런데 식약처 조직 구조를 살펴보니, 감사담당조직이 전체 조직에서 독립돼 있지 않았다. 이런 감사가 공정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까? 결국은 식약처 고위공무원들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소위 짜고치는 고스톱인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필자에 대한 징계 사유에는 심지어 감사를 받기 시작한 이후에 발생한 일들, 즉 필자가 외출 시간을 착각해 1시간 늦게 사무실로 복귀한 것, 퇴근하면서 업무용 캐비닛을 잠그지 않은 것 등도 포함됐다. 그야말로 털 수 있는 것은 다 털어서 징계사유에 밀어 넣은 것이다. 그 결과가 정직3개월과 해고였다. 반면 식약처 내부의 어떤 과장은 성추행으로 경찰 고발을 당했지만 내부감사 뒤에 지방청 과장으로 옮겨가는 것으로 무마됐다는 얘기를 들었다. 식약처 내부 감사가 조직의 비리를 감추고, 내부 직원 감싸기 용으로 활용되는 것은 아닌지 강력한 의구심이 든다. 최근 필자가 2019년 식약처 내부에서 문제제기했지만 식약처 고위공무원들이 묵살한 리아백스주 허가 문제가 비로소 이슈가 되고 있다. 필자가 이번 국정감사에서 얘기한 바와 같이 리아백스주 허가는 식약처의 가장 무능한 연구관이라도 하지 않을 비정상적인 허가였다. 여러 매체들은 리아백스주의 허가과정과 관련해, 식약처 허가담당과장이 젬백스로 이직 후 허가 업무를 총괄한 점, 허가 심사기간 심사를 담당하는 종양약품과 과장이 갑자기 교체된 점, 또 당시 식약처 차장이 이후 삼성제약(젬백스 계열회사) 부회장으로 이직한 점, 관련된 사람들 대부분이 현재는 동일한 인허가 컨설팅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점 등 의구심이 드는 내용들을 연달아 보도하고 있다. 이에 이번 국정감사에서 남인순 의원은 리아백스주의 부적절한 허가에 대한 식약처 내부감사를 요청했고, 식약처 이의경 처장은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므로 이번 내부감사에 대한 총책임은 이의경 처장이 져야 할 것이다. 이번 내부감사는 단순히 리아백스주에 관련한 것뿐 아니라, 식약처 내부감사가 과연 공정하게, 엄격하게 이루어지는지에 대한 시금석이 될 것이다. 한 드라마(비밀의 숲 시즌1)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조직을 지키지 말고 조직의 존재이유를 지켜주십시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의 존재 목적은 홈페이지에 명시돼 있듯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의약품 등의 허가심사를 수행하는 것'에 있다. 만약 이번 리아백스주 내부감사에서 아무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난다면, 이의경 처장은 조직을 지키게 될지는 모르지만 조직의 존재이유는 버린 것이다. 그런 조직은 해체돼야 마땅할 것이다(필자는 1인 시위 중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을 해체하고 제3의 전문기구 설립을 요구한 바 있다). 부디 이번 내부감사가 식약처의 환골탈태의 시발점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칼럼은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칼럼|입원전담전문의의 정체성 2020-10-14 12:15:00
저는 2017년부터 4년째 내과 입원전담전문의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2016년 9월 시범사업으로 도입된 입원전담전문의는 의료계 내에서도 생소한 직종이었습니다. 이 이전에는 호스피탈리스트(Hospitalist)라고 미국에서 도입된 용어를 사용하였습니다. 미국에서 1996년 도입된 호스피탈리스트는 입원환자를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직종으로 발전하였고 종사하는 인원도 2019년 기준 6만 명이 넘을 정도로 증가하였습니다. 질적으로도 재원 기간의 감소, 재입원율 감소, 입원 중 사망률 감소, 입원 중 비용 감소, 환자 및 보호자의 만족 또한 보여주었습니다. 호스피탈리스트들의 노력으로 인한 수적, 질적인 향상으로 미국에서는 호스피탈리스트가 하나의 전문 직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습니다. 위의 미국의 사례를 보면서 저뿐만 아니라 저 이전부터 입원전담전문의로 근무하고 있는 선생님들 또한 입원전담전문의로 근무하면서 가장 중요시하고 노력했던 부분은 입원전담전문의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유지하며 알리는 일이었습니다. 입원전담전문의의 도입 이전 우리나라에서는 입원 환자의 진료를 교수진의 책임 하에 최일선에서 전공의 선생님들이 담당해 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입원전담전문의가 처음 도입되었던 시기만 하더라도 아직 수련중인 전공의 선생님과 비교하여 입원전담전문의의 역할과 책임이 분명하지 않았습니다. 전공의 4.5년차, 전공의 5년차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처음 시작하였던 입원전담전문의들은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버티면서 입원전담전문의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어떻게 입원 환경을 개선하는지 하나 둘 보여 주기 시작하였습니다. 입원전담전문의의 도입을 통하여 응급실 체류 시간을 짧게 하였으며 재원 기간의 감소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논문을 통하여 발표하였습니다. 또한 복합질환 환자들에 있어서도 입원전담전문의가 재원 기간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 또한 보여주었습니다. 시범 사업 분석을 통하여 환자와 보호자 대상에서도 입원전담전문의 도입을 통하여 만족도 향상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으며, 의사와의 접촉 시간 또한 늘었으며, 간호사를 포함한 동료 의료진의 만족도 또한 향상됨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입원전담전문의를 운영하는 병원들에서는 입원의학과, 입원의학센터, 종합내과, 통합내과 등의 과 신설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즉 입원전담전문의를 입원 환자 진료의 전문가로 인식하는 모습들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러한 모습들은 입원전담전문의를 지원하고 싶어 하는 예비 지원자들에게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기 시작하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보건복지부에서 보여주는 모습들은 입원전담전문의의 정체성 확립을 위하여 노력해 왔던 일선의 입원전담전문의들을 지치게 하고 실망케 하고 있습니다. 2020년 8월 28일 의료계 집단 휴진에 대한 대책으로 입원전담전문의를 비상진료 패키지로 운영하여 전담 환자 이외에 일반 환자들을 볼 수 있다는 대책을 발표하였습니다. 이 대책은 사전에 입원전담전문의들과 논의되지 않은 상태로 발표되었고 마치 입원전담전문의가 인력 부족의 대체제로 외래 및 응급실의 공백을 담당해야 하는 것처럼 잘못된 시그널을 주었습니다. 그동안 어렵게 만들어 온 입원전담전문의의 정체성 유지를 위해서는 인력 부족의 어려운 상황에서 입원전담전문의를 중심으로 입원 환자 진료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을 같이 고민한 후에 나오는 대책이었어야 했습니다. 이와 비슷한 모습이 2020년 9월 7일 국회 국감장에서 또 나타났습니다. 당시 국감에서 보건복지부는 의대생들이 의사고시를 응시하지 못하여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의사 인력 중 인턴 역할에 대한 대책 중의 하나로 입원전담의의 확대를 통하여 해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보도를 보면서 입원전담전문의들은 그동안의 입원전담전문의 정체성을 위한 노력들이 다시 한 번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모습들은 보건복지부가 2020년 8월과 동일하게 입원전담전문의들을 단순히 인력 부족의 대체제로만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반복되는 정부의 이러한 잘못된 시그널들은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를 운영하는 병원과 입원전담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환자 및 보호자에게도 전해질 수 있어서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2018년 보건복지부는 입원전담전문의 시범사업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입원전담전문의는 의료 인력자원 활용문제의 효율성을 개선하는데 기여할 것이라 보고 있으며 입원전담전문의가 의사진로의 중요한 트랙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의료계와 함께 노력하겠다고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2020년 보건복지부의 입원전담전문의를 향한 시선과 모습들은 2018년의 발표와는 너무도 달라서 입원전담전문의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입원전담전문의는 입원 환자 진료의 전문가로서 입원 환자 진료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으며 입원 진료 환경을 개선시킬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하여 환자 및 보호자, 그리고 같이 일하는 동료 의료진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는 단순히 의료 인력 부족의 대체제가 아닌 향후 의료 인력 자원의 활용과 배치에 있어서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제도입니다. 이 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미 시범사업에서 보여준 긍정적인 결과를 바탕으로 본 사업으로의 빠른 전환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또한 보건복지부도 입원전담전문의의 정체성을 혼란스럽게 하는 정책 발표를 하지 않도록 신중해야 합니다. 의료계의 여러 어려운 상황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지만 이럴수록 그동안 잘 만들고 유지해 왔던 결과물을 무너뜨리지 않는 지혜가 간절히 필요합니다.
근로계약서 쓰지 않는 가족 같은 회사? 2020-10-13 11:47:50
|노무칼럼| 노무법인 해닮 이동직 대표 노무사 어느 날 막역하게 지내던 대표님 한 분이 떨리는 목소리로 연락하셨습니다. 평상시 워낙 느긋한 성격이라 항상 차분하게 말씀하셨던 분이 자기 목소리를 잃을 정도로 흥분한 상태에서 연락했다는 사실은 중차대한 큰 사건이 벌어졌다는 의미였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업력 20년만에 처음으로 노동청에 가게 생겼으니 아무 것도 모르는 자신을 뒤에서 적극 도와달라는 취지의 통화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노동청에 문제를 제기한 직원이 경리 업무를 봐오던 대표님의 처제란 점을 다른 경로를 통해 우연찮게 알게 된 뒤, 통화의 요지가 ‘업력 20년만’이 아니라, ‘처제’란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가족 같은 회사는 손가락질 받기 십상입니다. 가족 같은 회사를 참칭하는 회사가 가족이라는 미명 하에, 가족이라면 절대 시키지 않을 일들을 위태로운 근로조건 속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시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족 같은 회사에 주로 당해왔던 수많은 청년들은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에 가족끼리 왜 이러냐고 하소연하는 이야기를 매일반 작성하고 있고, 이게 굴절된 세태를 반영하는 현장감 넘치는 이야기 소재인 탓에 수차례 매스컴을 타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주로 가족 같은 회사를 꾸려 왔다고 자부하는 사장님들이 이러한 진실과 마주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가족 같은 회사는 일단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습니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탓에 근로시간, 근로일, 휴게시간, 임금 등 핵심적인 근로조건들이 항상 애매모호합니다. 통상 9시에 출근하고 6시에 퇴근하긴 하지만 업무가 많을 때는 1시간 전에 출근해 작업준비를 해야 할 때도 있고 고객이 6시 직전에 당도하면 6시 넘어서 업무를 볼 때도 부지기수입니다. 이렇게 근무한 날이 많으면 그 달은 인센티브 20만원이 임금에 얹어져 추가로 지급됩니다. 반대로 일이 없을 땐 조기 퇴근을 하기도 하는데 이렇게 근무한 날이 많으면 그 달은 정해진 임금에서 10만원씩을 추가로 공제합니다. 아직도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는 회사가 있냐고 반문하는 분들이 있는데, 사업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꽤 어렵지 않게 마주하는 사례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남이가, 좋은 게 좋은 거는 가족 같은 회사가 내세우는 가치나 미션일진데, 외려 그 노랗게 빛바랜 가치와 미션에 의해 사세가 급격히 기울 수도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먼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을 경우 사업주는 형사적 책임을 면할 수 없습니다. 설령 불리한 근로조건을 기재할 수 있다는 염려 탓에 근로자 본인이 먼저 나서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말자고 합의했을지라도 근로기준법상 근로계약서 작성·교부 의무를 사업주에게 부여하고 있기 때문에 근로자가 아닌 사업주에게 그 형사적 책임을 묻게 됩니다. 게다가 출퇴근일지 · 업무일지 · 업무보고 카톡 등 조기 출근하거나 늦게 퇴근한 명확한 증빙이 있다면, 연장수당을 소급해 산정해 체불액으로 청구할 수 있고, 이럴 경우 근속기간 1년당 체불액이 몇 백만 원을 초과하는 건 예삿일입니다. 가족 같은 회사에서 더 나아가 아예 가족 회사를 꾸려 왔던 그 대표님은 결국 피진정인 신분으로 노동청에서 조사를 받은 후 진정인이었던 처제에게 기백만 원의 체불액을 서둘러 지급했지만, 사건 취하 동의를 받지 못해 결국 약식명령으로 벌금형 처분을 받게 됐습니다. 아직도 술자리에서 그 대표님은 처제 얘기로 술안주를 삼는데, 술안주가 심심한지 금세 꼬부라진 혀는 자신은 그저 가족 같은 회사를 꾸려온 죄 밖에 없다고 항변합니다. 한비자는 춘추전국시대 제자백가 중 가장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이론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군주가 훌륭한 인품으로 관리와 백성들을 다스려야 한다는 유가의 가르침은 비현실적이며 인간의 이기적인 본성에도 맞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한비자를 비롯한 법가는 예와 도덕이 아니라,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논지를 기재한 법전을 통해 민중을 다스려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마천은 ‘사기’에서 이렇게 목소리를 높이는 한비자에 대해 이렇게 평합니다. "한비자는 도덕을 법률에 맞추도록 하되, 마치 먹줄을 친 것처럼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그 줄을 벗어나지 않도록 할 것을 주장하였다. 이는 인정에 비추어 생각할 때는 절박한 일이요, 잘잘못을 분명히 가리자는 것은 좋으나, 결과적으로 인간의 따뜻한 아름다움을 없애는 일이다." 도덕을 법률에 맞추려는 한비자의 행위가 결과적으로 인간의 따뜻한 아름다움을 없애는 일이라고 사마천은 평가절하한 셈입니다. 하지만 공정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요즘 같은 시대엔, 가족끼리 왜 이러냐고 하소연하는 청년들이 넘쳐나는 하 수상한 시절엔 법률로서 잘잘못을 분명히 가리려는 법가 사상의 미덕이 곧 인간의 따뜻한 아름다움을 나누는 것이고, 나아가 가족 같은 회사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직장인이 다니고 싶은 회사로 등극할 수 있는 촉매제가 되는 게 아닐까요?
4천명 늘리자더니 3천명 포기해서야 되겠나? 2020-10-12 05:45:50
옛말에 ‘되술래잡다’라는 말이 있다. 잘못을 빌어야 할 사람이 도리어 남을 나무라다는 뜻으로 '적반하장(賊反荷杖)'에 갈음하여 쓸 수 있는 우리말이다. 우리의 전통놀이 가운데 하나인 '술래잡기'는 '순라(巡邏)'가 도둑을 잡는 데서 유래된 놀이다. 그런데 도리어 도둑이 술래를 잡아버린다면, 이미 그것은 놀이가 아니다. 최악의 반칙이다. 이처럼 아이들도 당연하게 지키는 이 놀이의 규칙을 거꾸로 돌려버리는 경우를 ‘되술래잡다’라고 한다. "국시 문제 풀려면 의대생들이 직접 사과해야" "의대생 어디 가고 병원장이 국시 재응시 반협박하나" "병원장, 의대생 응시 기회 달라 90도 사과…복지부 국민이 양해 못해" 요즘 다시 화두가 되고 있는 의대생 국시 재응시와 관련된 기사의 제목들이다.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책임은 의사협회와 사전 논의없이 코로나19 사태를 기회삼아 공공의대 설립추진과 의대정원 증원을 밀어붙인 정부여당에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런데 왜 학생들이 사과를 해야한다는 것일까, 학생들이 대체 무엇을 어떻게 잘못했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왜 대학병원 수장을 비롯한 원로들이 학생들을 대신하여 머리를 숙이는 것일까. 이러한 사과는 정부여당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치고, 정작 학생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혹자들은 밥그릇 싸움이라고 애써 평가절하하려 하지만 학생들은 현재의 왜곡된 의료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없이 오로지 정치적인 이유로 현재의 의료제도를 더 왜곡시켜서는 안 된다는 각오로 의료백년대계를 위해 의사로서의 삶 중 1년을 희생한다는 각오로 선배 의사들과 함께 투쟁에 나섰다. 그런데 왜 정부와 여당은 국민 여론을 핑계로 의사가 아닌 의대생들에게 무릎꿇고 사과하기를 요구하는가? 도대체 학생들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단 말인가? 오히려 정부여당은 학생들에게 사과를 요구하기 이전에 자신들이 의료백년대계가 아닌, 단지 정치적 이유에 의해 공공의대 설립과 의대정원 증원을 추진했다는 사실을 솔직히 인정하고 국민과 의료계, 특히 의대 본4학생과 부모에게 사과해야 한다. 의사 4000명이 더 필요하다고 하면서 공공의대 설립과 의대정원 증원을 일방적으로 추진해 놓고 이제와서 3000명의 의사를 포기하려 하는가? 이제 더 이상 학생들에게 사과를 요구하지 말자. 올바른 의료제도의 책임은 정부여당에게 있다. 정부여당이 국민에게 먼저 사과해야 한다. ※기고·칼럼은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칼럼|식약처 국감이 기대되지 않는 이유 2020-10-06 05:45:50
국감 시즌이 오고 있다. 필자가 식약처에서 일해보니, 식약처가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이 국감이다, 그 다음이 언론(기사)이고. 내부 전문가의 의견은 그들에게 흥칫뽕일 뿐이다. 필자가 내부에서 DSUR(임상시험중인 의약품의 안전성 관리), PSUR(허가후 안전관리) 검토를 아무리 얘기해도 소용이 없었지만, 이런 사안들이 작년 국감 및 언론에서 다루어지니, 식약처가 아주 조금은 반응을 보이는 모습을 보게 된다(물론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바뀐 것은 없지만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국감에서 다루어진 이슈가 팔로우업이 안된다는 것이다. 작년에 다루어진 이슈가 새로운 이슈에 의해 묻히기도 하고, 이슈를 다루는 국회의원이 바뀌고, 또 식약처 담당자가 바뀌면서 결국 제자리걸음을 반복하니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지속된다. 그래서 가만히 보아하니, 식약처는 국감 기간 잠깐 긴장하고 끝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속으로 되내이면서 잠깐 인고의 시간을 버티면 되는 것이다. 식약처 국감 때 자주 등장했지만 전혀 해결되지 않는 심각한 문제 중의 하나라 의료기기 안전성 관리이다. 이는 필자가 작년 7월 식약처를 대상으로 1인 시위를 하면서 지적했던 문제이고, 또한 식약처의 고위 공무원들을 직무유기로 고발한 사안 중의 하나였다. 식약처는 2003년부터 인체에 이식되는 의료기기 안전관리를 위해 추적관리대상 의료기기 제도를두고 있다. 문제는 전혀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 점에 대한 국정감사 이력을 살펴보자. 2013년 국정감사에서 식약처는 인공유방 등 추적관리대상 의료기기의 소재 파악 의무를 소홀히 해 의료기관이 폐업할 경우 추적관리에 필요한 자료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당시 식약처장은 추적의료기기의 이력추적관리 표시를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2014년 국정감사에서 식약처는 추적관리대상 의료기기의 품목 수만 부풀리고 있고, 매년 의료기기 부작용으로 인한 사망 사고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기기의 제조, 수입, 유통, 소비에 이르는 전과정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답은 당연히 똑같았다. 추적관리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2015년 국정감사에서 식약처는 실리콘 인공유방의 부작용 사례가 수천건에 이름에도 불구하고, 추적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을 받았다. 여전히 추적관리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한 언론사의 기사 제목은 '식약처 의료기기 관리 안하나, 못하나, 총체적 난국' 이었다. 2016년 국정감사 직전 식약처는 추적관리대상 의료기기 관리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배포했다. 그러나 여전히 추적관리가 제대로 될 수 없는 형식적인 내용이었다. 어쨌든 이 해에는 의료기기 안전관리에 대한 지적이 없었다. 총선으로 국회의원들이 대거 바뀐 것도 한가지 원인이었을 것이다. 2017년에는 의료기기 안전 관리에 대한 지적이 없었다. 이렇게 그나마 식약처가 무시할 수없는 국정감사에서조차도 지적이 안되면 식약처 의료기기 안전관리는 발전이라는 것이 없을 것이다. 2018년에는 식약처는 추적관리대상 의료기기 부작용 중 인공유방 품목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지적을 받았다. 2019년 국정감사에서는 실리콘 인공유방에 의한 역형성림프종 환자가 실제 발생했기 때문에 의료기기 추적관리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문제가 집중 감사를 받았다. 예를 들어 폐업을 한 의료기관에서 인공유방 시술을 받은 환자는 그 리스트조차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점에 대해서 지적을 받았는데, 이는 2013년 지적받은 내용과 동일한 내용이었다. 놀랍지 아니한가! 필자는 작년 1인 시위를 통해 인공유방 시술 후 역형성 림프종이 발생하기까지 약 10년 전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2007년 해당 제품이 허가된 우리나라는 이제 조금씩 환자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었다. 현재까지 3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런데도 시술받은 환자 리스트조차 파악이 안되니 환자들에게 충분한 경고가 불가능한 것이다. 필자가 작년 10월 식약처 고위공무원을 고발한 것은 국정감사를 통해 지적을 받고, 내부전문가를지적을 받아도, 진정성 있는 변화를 추구하지 않아서 국민 건강에 위협이 되는데도, 식약처 내부에서는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상이 올해 국감도 별로 기대가 되지 않는 이유이다. P.S. 작년에 실제 인공유방 관련 역형성림프종 환자가 발생하자 식약처는 환자 등록연구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과연 식약처는 환자 등록연구를 진행하고 있을까? 필자는 안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왜냐하면 인공유방 부작용 환자 등록연구를 제대로 하려면 적어도 수십억~수백억(도 사실 모자람) 필요한데 그 예산이 하늘에서 뚝 떨어질 리 없고, 식약처는 환자 등록연구를 해 본 적도 없으니 말이다. ※칼럼은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심평의학' 제대로 해봅시다 2020-10-06 05:45:50
'심평의학'은 일선의 의료인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급여에 대한 기준이나 지침 그리고 심사 조정되는 사안들의 사유 등에 대해 비난하는 말로 이해하고 있다. 10여년 전에 유수 대학병원 건물에 교과서적인 진료를 보장해달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불만을 토로한 것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이제는 교과서적 진료를 보장하라는 말을 쉽게 들을 수 없다. 심사의 수준을 현실화해 나가고 있는 결과일 텐데, 이런 심평원의 변화는 아무런 평가를 못 받고 있다. 기준을 설정하는 위원회에서는 일부 의제에 대해 임상시험을 통한 근거가 더 축적돼야 할 항목도 급여 기준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는 전문가들을 드물지 않게 접한다. 지금은 오히려 심평원이 의료인들에게 '제발 교과서적인 진료를 해주세요'라고 할 판이다. 청구한 모든 내역을 심사조정 없이 다 인정하고 아무 기준 없이 행한 대로 보상하면 심평원이 이런 이야길 들을 일은 없다. 그런데 행위별수가제를 쓰고 있는 한 어떤 형태이든 기준과 심사의 지침이 없을 순 없다는 것을 모두 인정할 것이다. 그럼 문제는 어디까지가 적정한 진료이고 어디까지가 과한 진료 혹은 부족한 진료일까. 그 판단 기준은 어떻게 정해야 할까. 상당 기간 전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위장관계 폴립절제술' 기준에 대해 일부 학회에서 강한 항의가 있어 회의를 한 적이 있다. 당시 해당 학회 대표로 오신 분이 주장한 내용을 상당부분 반영하여 기준을 개정 했는데 다음날 그 해당 학회에서 강력한 항의가 들어왔다. 도대체 누가 이런 기준을 만들었냐는 것이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존중해서 기준을 만들어도 다른 전문가들이 동의하지 않는 일들은 왕왕 접하는 일이다. 2007년 이후 근거기반의사결정 체계를 도입한 것도 그런 사유에서였다. 근거와 의학적 표준에 따라 전문가들의 주관적 관점이 근거에 의하여 균형적으로 의사결정 하도록 회의 자료 작성의 표준화를 시도했던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의사결정을 할 것인가'에 대한 'how'의 정의는 부족했다. 어떤 판단 기준으로 어떻게 의사 결정할지에 대한 구체적 판단 잣대가 아직 공유된 것이 부족하다 보니 공들여 전문가들이 모여 진지하게 기준을 만들어도 몇 일 후 항의의 목소리가 들려오곤 한다. 건강보험법 체계하에서 급여대상을 정하는 원칙은 의학적 타당성, 의료적 중대성, 치료효과성, 비용효과성, 환자의 비용부담 정도, 사회적 편익을 고려해 복지부장관이 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요양기관에서 급여대상 환자들을 진료할 때 요구하는 원칙은 의학적으로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 최적의 방법으로 진료 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야 하며 약제, 치료재료의 경우는 식약처 허가사항 내, 그 외는 고시&8231;공고에 따른 범위 내에서 진료해야 한다. 임상연구 성격은 인정하지 않으며, 영양공급·안정·운동 그 밖에 요양상 주의를 함으로써 치료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의약품을 처방·투여해서는 안 된다는 요구를 하고 있고 이는 심사의 원칙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의학적으로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 최적의 방법으로 진료 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라는 것을 구체적 사안에서 결정할 때 어떻게 해석하고 정해야 할까. 전문가들마다 그 판단 기준이 달라 어떤 전문가는 의학적으로 적절하지 않다 하나 어떤 전문가들은 정반대의 생각을 강하게 주장하기도 한다. 따라서 공적 보험 체계에서는 이에 대한 판단의 척도가 분명히 제시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공적 의료보장 제도인 메디케어에서는 급여보장의 원칙으로 '의학적으로 필요하고(necessary) 의학적으로 적절한(reasonable)'이란 표현을 사용하며 이러한 원칙은 사보험에게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그러나 이 말들조차 모호해 각론에 들어가서는 역시 많은 논쟁을 낳게 된다. 이러한 혼돈을 줄이기 위해 스탠포드의 사라박사는 신의료기술의 경우는 과학적 근거를 따르고, 기존 의료는 최대한 과학적 근거를 따르되 결론을 내리지 못하면 의학적 표준을 따르고, 이로도 결론을 얻지 못할 때는 신뢰할 만한 전문가의 의견을 따르도록 권고했다. 이러한 정의가 적절하게 느껴져 미국의 여러 주에서 법으로 '의학적으로 필요하고 의학적으로 적절한' 정의를 채택하게 됐다. 이러한 정의가 '의학적으로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 최적의 방법으로 진료 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설명할 좋은 정의로 채택해도 좋을 것이며, 2006년 신의료기술평가제도 도입과정을 포함한 많은 전문가들과 공개적 토론에서 이 정의를 제시했을 때 부정하는 전문가들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여기서 과학적 근거란 근거기반의학에서 말하는 과학적 근거를 말하는 것이며 이를 평가하는 체계는 이제 국제적으로 너무나도 정형화 돼 잘 알려져 있으므로 더 설명할 필요가 없다. 무작위대조군임상시험을 통해 양질의 수많은 근거들이 생성되고 있으나 많은 비용과 노력이 들어가는 이러한 연구들이 의학적 판단을 요하는 모든 상황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고 오랜 기간 의사들이 사용하며 알게 되고 경험하게 된 결과들이 학술대회의 교류와 전문가들의 문헌 게재를 통해 산출되는 지식들이 있는데 이를 'practice-based evidence generation'이라고 부르고 싶다. 이러한 내용들은 앞서 기술한 의학적 기준들과 합해 그 시대 그 시점에서 의학적 표준으로 자리잡게 된다. 의학적 표준은 교과서, 임상진료지침, 종설 등의 형태로 발간된다. 따라서 과학적 근거에 따라 결정하기 힘든 상황에서는 이러한 자료들을 고찰해 일관성 있게 지지되는 의학적 표준을 판단의 근거로 취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체계도 어떻게 의사결정 하는 것인지에 대한 과정과 절차와 방법을 엄밀히 하고 명문화함으로써 더 이상 소모적인 논쟁을 피하고, 강한 이해당사자들의 목소리나 정치적 영향을 받지 않음으로 일관성 있는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엄밀한 평가 자료,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 그리고 일관성을 갖춤으로 이제 이렇게 말해보고 싶다. 그래요 '심평의학' 제대로 한번 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