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2021년부터 쉬는 날이 늘어납니다 2020-12-31 05:45:50
|노무칼럼|이동직 노무사(노무법인 해닮) "나는 근로를 신성하다고 우겨대면서 자꾸만 사람들을 열심히 일하라고 몰아대는 이 근로감독관들의 세계를 증오한다. 나는 이른바 3D 업종으로부터 스스로 도망쳐서 자신의 존엄을 지키는 인간들의 저 현명한 자기방어를 사랑한다. 그러므로 이 세상의 근로감독관들아. 제발 인간을 향해서 열심히 일하라고 조져대지 말아 달라. 제발 이제는 좀 쉬라고 말해 달라. 이미 곤죽이 되도록 열심히 했다." - 김훈, 밥벌이의 지겨움 中 - 제가 좋아하는 수필의 한 구절입니다. 책 제목 그대로 밥벌이의 지겨움을 적나라하게 토로하고 있는 셈인데, 이토록 밥벌이가 서글프고 힘겨웠던 건가요. 저 역시 월급쟁이 시절을 거쳐 이젠 조그마한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긴 하지만 올 한해 빨간 날이 며칠 정도 있는지, 이번 달에 주말과 붙어있는 빨간 날이 있긴 한 것인지 자연스레 달력을 확인하는 걸 보면 밥벌이의 비애를 잠시나마 잊을 수 있는 휴일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다가오는 2021년은 근로자에겐 꿀맛 같은 휴일이 더 늘어나는 경사스러운 해이고, 사업주에겐 늘어난 휴일만큼 줄어든 근로일에 업무처리 방식을 어떻게 효율화해야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숙제를 받아든 해입니다. 내년부터 상시 근로자 30~300인 미만 사업장에서 법정공휴일이 의무화되기 때문입니다. 5~30인 미만 사업장에서도 내후년부터 법정공휴일 의무화 규정이 적용되는 만큼 작은 병원을 운영하는 원장님들도 미리 법정공휴일 의무화에 따라 달라지는 점들을 알고 계셔야 합니다. 이쯤에서 법정공휴일이 의무적으로 쉬는 날이었지, 언제 쉬는 날 아니었던 적이 있었느냐고 볼멘소리하는 원장님들이 있을 줄 압니다. 그렇습니다. 오늘은 그렇게 알고 계신 분들이 하도 많다보니 법정공휴일의 정확한 개념에 대해 짚고 넘어가고자 합니다. 먼저 법정휴일과 법정공휴일을 구분해야 합니다. 법정휴일은 근로기준법 및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에 의해 보장되는 유급휴일을 말합니다.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법정휴일은 1주 소정근로일(근로하기로 약정한 날)을 전부 출근했을 때 부여되는 주휴일을,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법정휴일은 법령의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 근로자의 날인 5월 1일을 가리킵니다. 그러니 매주 돌아오는 주휴일과 1년에 한 번 맞는 5월 1일은 민간기업 근로자들이 쉬면서 임금을 받을 수 날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법정공휴일은 법정휴일과 사뭇 다릅니다. 법정공휴일은 민간기업 근로자와 상관없는 법에서 정한 공무원 휴무일을 뜻합니다. 그러니 우리는 여태 잘못 알고 있었던 셈입니다. 구정&12539;추석&12539;크리스마스 등 달력상 빨간 날에 당연하다는 듯 휴무를 가졌는데 사실은 공무원에만 해당하는 휴무일 뿐 민간기업에서 일하는 근로자와 별 상관없는 날이었던 셈입니다. 법정휴일과 법정공휴일은 명칭에선 한 끗 차이인데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야말로 천지 차이 그 이상입니다. 왜 그랬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아마도 한강의 기적을 이뤄내기 위해 민(民)보다 관(官)이 주도했던 경제개발계획 탓이 크지 않을까 싶습니다. 70~80년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는 보릿고개를 갓 넘겨 겨우 개발도상국에 머물고 있었고, 정부 차원에서 빠른 경제부흥을 달성하기 위해 골몰하던 시기였습니다. 정부의 정책사업에 따라 많은 기업들이 우르르 움직이던 시절이다 보니 행정업무 처리를 하던 관공서와 대관 업무를 보며 사업을 일궜던 기업들은 어깨동무하며 한 걸음씩 내딛을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니 관공서가 열지 않는 법정공휴일에 기업들도 보조를 맞추게 된 게 아니었을까요? 물론 우리나라 특유의 집단주의 문화가 작용한 탓도 있습니다. 구정&12539;추석 같은 민족의 가장 큰 명절에 다른 기업 근로자들은 부모님과의 상봉을 위해 서둘러 시골에 내려간다는데 한줌 제 이익 차리겠다고 근로자들에게 일만 하라 강요할 순 없었을 것입니다. 가뜩이나 공장 불빛이 밤늦게까지 꺼지지 않던 시절인데, 그날마저 일개미가 되라고 쉽사리 얘기하긴 어려웠을 겁니다. 이렇게 법정공휴일은 민간기업 근로자와 하등 상관없는 날이었지만, 관행적으로 거의 대부분의 기업 근로자들이 법정공휴일에 휴무를 가졌던 탓에 법정공휴일은 쉽사리 연차휴가의 먹잇감이 됐습니다. 소정근로일에 해당하는 법정공휴일에 다 같이 쉬면서 임금을 받다보니 이는 연차휴가의 모습과 정확히 일치했고, 기업에선 잔여 연차휴가일수를 줄이기 위해 법정공휴일에 휴무할 경우 연차휴가를 사용한 것으로 간주한 겁니다. 1년에 법정공휴일이 10~15일 정도인데 결국 모든 법정공휴일을 연차휴가로 대체하면 남은 연차휴가는 겨우 2~3일 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마저도 여름 휴가철에 소진시킬 수 있으니 결국 근로자가 날짜를 지정해 가는 연차휴가는 아예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간에 기업은 이를 합법적으로 적극 활용했고, 근로자는 남들과 똑같이 법정공휴일에 휴무를 갖고자 울며 겨자 먹기로 법정공휴일을 연차휴가로 대체하는 관행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제 2021년부터 법정공휴일을 연차휴가로 대체할 수 없습니다. 법정공휴일은 의무화되었고, 이는 유급화의 다른 말입니다. 법적으로 쉬면서 임금을 받을 수 있는 날이지요. 이 날을 연차휴가로 간주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만약 의무화된 법정공휴일에 근로를 해야 한다면 먼저 근로자의 동의를 구해야 하고, 향후 1.5배에 해당하는 휴일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할 겁니다. 물론 휴일근로수당 대신 대체휴일을 부여하는 것도 가능하긴 하지만, 빡빡한 병원 스케쥴을 감안한다면 쉽진 않을 겁니다. 부담감이 물밀 듯 밀려오나요? 그게 정상입니다. 그래야 미리 대비할 수 있거든요. 어차피 던져진 주사위, 씩씩하게 말을 들어 조금이라도 일찍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
최근 이슈된 안내염 발생시 대응 방법 2020-12-28 05:45:50
최근 안과 수술에 사용하는 OVD(점탄물질)의 오염으로 인하여 일부 환자들에게 안내염이 발생하는 일이 있었다. 다행히 특정 제조사의 특정 제조번호 제품에서만 오염이 있었기에, 오염된 히알루론산나트륨을 사용한 의료기관이 전국적으로 많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운이 없게도 이 제조번호의 제품을 공급받아 수술에 사용한 병원들에게 닥친 문제는 그리 간단해 보이지 않는다. 먼저 안과 전문의들에 따르면, 오염된 물질로 인해 안내염이 발생할 경우 치료가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실명에 이를 수 있고, 단시간 내에 치료가 잘 되지도 않는다고 한다. 이에 환자들은 장기간 치료를 받으며 배상을 요구하고 있고, 병원의 입장에서는 오염된 치료재료를 공급한 제약사에 책임을 떠넘기기가 쉽지 않다. 환자의 입장에서 보면 오염된 치료재료를 사용하여 수술을 한 것은 제약사가 아닌 병원이기 때문이다. 즉, 나중에 병원이 제약사에 구상을 청구할지언정, 환자는 일단 병원에 대하여 1차적인 배상책임을 지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병원에 손해배상 의무가 있는지 여부 하지만 우리 민법 제750조 손해배상의 법리상 의사에게 고의·과실이 없는 상태에서 배상책임을 지우기는 어렵다.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조정 사례에서도, “백내장 수술 후 안인내염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수술 전 예방적 점안 항생제 사용, 질 좋은 인공수정체 사용, 수술 시 소독 및 무균조작, 수술 시 살균소독제의 결막낭 내 점안, 술전 및 술후 항생제 결막하주사 및 술중 사용하는 수액에 항생제 첨가 등을 시행하는 것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제하면서, 이 사건의 경우 "피신청인은 이 사건 수술 4일 전 소독을 위한 점안액을 5일치 처방하고 수술 당일까지 계속 점안하도록 지도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수술에서 사용된 인공수정체는 감정결과에 따르면 매우 우수한 것으로 보이는 점, 게다가 피신청인은 안인내염 예방을 위해 절개창을 한 바늘 봉합(봉합을 하지 않는 경우도 흔한데 봉합을 하지 않은 경우보다 봉합한 경우가 외부로부터의 감염예방에 더 효과적이라는 보고가 있다고 함)하였고 수술 다음날 촬영된 사진을 볼 때 그 봉합은 잘 되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및 수술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소독 및 무균조작을 소홀히 하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피신청인이 신청인의 안인내염 발생 방지를 위한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였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보인다.” 라면서 주의의무 위반을 부정한 사례가 있다. 물론, 이는 원론적인 이야기일 뿐이고, 일선에서 환자와 마주하며 하소연을 듣고, 배상 요청에 대응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이런 매몰찬 이야기를 하긴 어려울 것이다. 실제로 이번에 오염된 OVD(점탄물질)을 사용하여 환자에게 안내염이 발생한 병원에서, 의료진에게 최종적인 책임이 없음을 알면서도 도의상 치료비를 배상해주고, 위자료를 얹어서 합의까지 해준 사례도 심심치 않게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대응 방법 그런 선택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어쨌든 우리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환자에게 문제가 발생했으니 도의적인 책임을 지겠다는 마음가짐은 존경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적정 수준에서 합의를 하는 것은 늘 좋은 선택이다. 합의를 할 때 자문변호사 등이 합의를 대리해 주는 경우도 있는데, 환자의 성향에 따라 변호사가 나서면 합의가 쉽게 되기도 하고, 때로는 화를 돋우기도 하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잘 선택해야 한다. 하지만 환자 측의 무리한 요구로 합의가 불가능하고, 진료에 차질을 빚거나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라면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조정·중재를 신청하거나 보험사에 사고 접수를 해서 대화 채널을 변경해 볼 필요가 있다. 원인이 명확할 경우에는 소송까지 가지 않고도 분쟁이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으니 합의가 되지 않을 때 우선적으로 고려해볼 수 있는 절차다. 이런 조정절차가 원활하게 마무되지 않아서 불가피하게 법원이나 경찰서를 통하게 될 때에는 미리 진료기록과 소견서, 협회의 조사 자료, 뉴스 기사 등을 준비해서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분쟁이 종결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할 것이다.
의사가 본 정경심 재판…"사실이 사실의 권위 찾아" 2020-12-28 05:45:50
어제(12월23일) 정경심 교수의 1심 재판 결과가 발표됐다. 입시비리 관련 공소 사실에 대해 모든 혐의가 인정됐다. 작년 9월 당시 대한의사협회, 대한소아청소년의사회 등은 입시비리에 대해 조민씨의 퇴교를 요구했고, 5천명 이상의 의사들이 자발적으로 서명했다. 그 긴 시간이 지나 비로소 일단락된 것이다. 재판 결과가 발표된 후 어떤 분이 '사실이 사실의 지위를 찾는데 1년이 걸렸다'고 했다. 참으로 적절한 표현이지만, 안타까운 현실을 보여준다. 사실보다 더 권위가 있는 뭔가가 있다는 현실이 말이다. 필자는 2019년 7월부터 식약처의 부실한 의약품/의료기기 안전성 관리 등에 대해 1인 시위를 했다. 내부에서 여러 차례 문제제기를 해도 아무 소용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가장 크게 문제 제기한 것 중 하나는 의약품의 시판 후 안전관리 정보의 핵심인 PSUR(Periodic Safety Update Report)을 전혀 검토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를 검토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미국의 FDA, 유럽의 EMA 등의 시판 후 조치를 그대로 copy & paste 밖에 할 수 없는 것이다. PSUR을 검토하지 않는 것은 필자가 1인 시위 후 의약품심사부장에게 가장 크게 항의한 내용이기도 했고, 그 자리에서 의약품심사부장 스스로도 잘못했다고 인정한 내용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식약처는 공식적인 답변서에는 PSUR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그 때 필자는 참 큰 충격을 받았다. 사실을 인정하지 않다니! 이런 사람들과 무슨 정상적인 대화가 가능하겠는가? 2019년 9월 식약처는 필자에게 3개월 정직 징계를 내리고, 그 뒤에는 해고했다. 징계 사유는 공무원으로서의 품위를 훼손했다 등이었다. 필자가 훼손했다고 하는 공무원으로서의 품위는 과연 무엇일까? 진실을 가리고 조직을 보호하는게 공무원의 품위인가? 2019년 10월 필자는 명백한 사실조차도 인정하지 않는 식약처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식약처 고위공무원들을 직무유기로 고발했다. 3일간 검찰에 가서 고발 이유를 상세하게 설명했고, 증거자료를 정리해서 모두 제출했다. 그런데 검찰이 (아마도 바빠서겠지만) 필자의 고발 건을 경찰로 넘기더니 올해 8월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다. 이에 필자가 요청해 받은 경찰의 수사 내용은 고작 몇 페이지에 불과했고, 피고발인이 얘기하는 내용을 그대로 몇 줄 받아 적은 것이었다. 그 수사보고서를 보면서 식약처의 임상시험계획서 검토 매뉴얼이 생각났다. '무엇을'만 있고, '어떻게'가 없는 매뉴얼을 보면서 초등학교 과학실험계획서도 이보다는 낫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부실한 수사보고서를 보면서 마피아 게임도 이보다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발인의 고발 내용을 확인하는 수사가 아니라 피고발인이 얘기하는 것을 그대로 받아 적을거라면 수사가 왜 필요한지 이해할 수 없었다. 식약처와 경찰이 한통속이 아니라면 말이다. 2020년 국정 감사에서는 리아백스주의 부실한 허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당시 허가에 관여했던 사람들이 리아백스주 회사인 젬백스로 이직하고, 허가 보고서 자체가 없는 등 수상한 부분이 많이 있었다. 이에 식약처는 내부 감사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두 달이 지나도록 아무 발표가 없다. 필자에 대한 내부 감사는 3일만에 끝냈던 식약처가 말이다. 문제를 제기했던 국회의원도 더 이상 follow-up을 안하는지 추가 조치가 전혀 없다. 이러는 사이 젬백스는 정부의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 지원과제로 선정됐다. 이제 놀랍지는 않지만 여전히 화는 난다. 많은 국회의원들이 문제 제기하기만 하고 follow-up을 하지 않을 때 이렇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칼을 잠깐 빼서 칼 자랑만 하다가 칼집에 도로 꽂는 문제제기라면 차라리 하지 말기를 바란다. 그 칼에 헛된 희망이라도 갖지 않도록 말이다. 식약처는 필자가 1인 시위를 통해 요구한 임상시험 중 안전성 정보인 DSUR(Development Safety Update Report) 검토에 대해서 2020년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제 2020년이 1주일도 안남았는데 감감무소식이다. 실리콘겔 유방 시술 후 발생하는 역형성 림프종에 대해서 환자등록연구를 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역시나 감감무소식이다. 그들은 거짓말을 한 것이다. 필자가 식약처에서 일하기 전까지 필자가 알고 있는 대한민국은 상식이 통하는 사회였다. 사실이 힘이 있는 사회였다. 그러나 식약처에서 일하면서, 징계와 해고를 받으면서, 사회에서 벌어지는 여러 일들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사실보다는 거짓말이, 조작된 위조가 더 힘 있는 사회일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특히 공직사회에서 말이다. 사실과 진실이 힘이 없다는 것만큼 절망적인 것은 없다. 거짓이 힘있는 사회에 무슨 소망이 있겠는가? 이런 필자에게 사실이 사실로서의 권위를 찾은 어제의 재판 결과는 큰 위로와 힘이 된다. 아마도 필자에게뿐만은 아니었으리라. 2021년, 사실의 힘을 믿고, 더 열심히 싸우자고 스스로를 격려해 본다. Happy New Year! ※칼럼은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첩약급여 시범사업에 관한 합리적 회의 2020-12-28 05:45:50
대부분 동료 의사들은 한방 의료와 정책에 관해서 전혀 관심이 없다. 혹시 관심이 있다면 우리 주변의 다른 직업, 예를 들면 약사나 간호사 같은 직업에 관해서 가지는 정도의 관심일 것 같다. 의사들은 스스로 의사와 한방은 완전히 다른 직업이라고 생각하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한방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의사처럼 생각하고, 의사처럼 말하고, 어쩌면 스스로를 의사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평소 정부의 한방 정책에 관심이 없고, 한방협회가 한국 사회에 끼치는 막강한 영향력을 무시하다가 뭔가 의사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 터지면 그 때 비로소 ‘어떻게 이런 황당한 일이?’ 라며 탄식한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의사들이 크게 탄식할 일이 벌어지고야 말았다. 소위 한방 첩약 급여화 시범 사업이란 것은 공보험의 급여화 원칙을 조금만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할 것 같다. 한정된 재원으로 운영되는 공보험에서 유효성, 안전성 그리고 비용효과성 등이 불분명한 행위를 1년에 500억원이나 들여서 시범사업을 진행하는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고,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의사들의 반발이야 어떻든 시범사업에 참여하겠다는 한방 측의 열기는 매우 뜨거워서 불과 몇 일만에 9천 여 곳의 한방 의료기관이 시범사업 참여 신청을 하고 전국에서 1만2천명이 넘는 한방치료 종사자들이 관련 교육을 이미 수료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한방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은 한방 종사자들에게 유리하기만 한 것일까?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보험 재정이 매우 부족한 한국에서 특정 비급여 의료행위의 급여화라는 것은 그렇게 만만한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비급여 행위인 경우에는 환자와 의료기관의 개별적 계약과 만족도에 따라서 자율적으로 시술할 수 있지만, 급여화 되면 모든 것이 세밀하게 정의되고 그 정의와 기준에 따르지 않으면 설령 환자는 매우 만족하더라도 의료서비스 제공자는 부당하게 이익을 취했다는 오명(汚名)과 함께 환급 환수를 당하게 된다. 의사들의 영역과 한방 영역을 비교해서 몇 가지만 살펴봐도 한방에서 급여화 이후에 준비해야 할 것이 매우 많아 보인다. 예를 들면, 조제-탕전이란 행위를 한 번 세분화해서 살펴보자. 한의원에 들어가는 첩약의 원료 한약재를 검수하고, 약장에 넣어서 관리하고, 처방된 원료 한약재를 약장에서 꺼내고, 그 원료 약재들의 무게를 재고, 섞고, 탕전기에 넣고, 탕전기의 시간과 온도 등을 설정하고, 스위치를 누르고, 탕전이 끝나고 나온 시꺼먼 액체가 각각의 포장재에 제대로 담겼는지를 검사한다. 최종적으로 완성된 약을 환자에게 주면서 약의 복용 방법과 부작용 등을 설명하는 상세한 행위로 나눠볼 때, 각각의 상세 행위를 누가 해야 할까? 참고로 현재의 대한민국 약사법에 의하면 조제는 약사와 한약사의 면허 범위이고 부칙에 의해서 예외적으로 한의사가 자신이 치료용으로 사용하는 한약 및 한약제제를 자신이 직접 조제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그렇다면 위에 나열한 행위 중 대부분의 행위를 한의사가 직접 해야 조제-탕전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비급여 상황에서는 한의사 본인이 하든, 한약사를 고용해서 하든, 심지어 무자격자인 간호조무사가 한방 조제-탕전에 관여해도 지금까지는 관심 갖는 이가 거의 없었지만, 현재 약사가 직접 조제하는 약국의 10일치 조제관련 수가와 비교해서 5배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조제-탕전 행위에 대해서 심사평가원과 공단 등에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보도에 의하면 2019년 국정감사 기간에 윤일규 의원은 한방의 원외 탕전실 한 곳이 2000여 곳의 한방 의료기관과 거래하는 경우도 있고, 한약사의 한약 조제건수에는 제한이 없다는 것을 지적한 바 있다. 약국에서는 약사 면허 당 조제 건수가 75건 이상일 경우에 일정 비율로 수가를 감액하는 차등수가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복지부는 약국의 차등 수가제를 풀어주거나, 한의사 또는 한약사의 조제 건수를 제한함으로써 균형을 맞추는 것이 마땅한데, 조제 건수 제한을 통해서 의료의 질을 향상 시킨다는 명분을 훼손시키는 것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만약 복지부가 원외 탕전실에서 상근하는 한약사에게도 차등 수가제를 시행한다면 하루에 한약사 면허 당 몇 건 정도가 적당할까? 필자는 약국 수가 대비해서 본다면 아마도 20명 정도일 것이고, 최대 30명을 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1993년에 약사-한의사 분쟁 합의에 따른 한방 의약분업이 숙제로 남아 있다는 것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한방협회 내부에서도 어느 정도 각오를 하는 것 같긴 한데, 기왕에 공보험에서 첩약을 급여화 하는 마당에 무슨 비방이니 한의분야에서는 의약일체니 같은 변명이 통하기 어렵다. 기존에 없던 한약사라는 직업을 만든 이유도 결국 한방의약분업의 준비 작업이었다고 본다면 첩약 급여화 이후에 논의가 급격하게 진행될 것은 분명하다. 한방에서는 한방 의약분업 이후에 어떤 형태로 진료를 하게 될지 사뭇 궁금하다.
|기고|의료계 결집력 강화 중심에 '의사배상책임보험' 있다 2020-12-24 12:00:00
의료사고로 교수가 구속되는 사태가 해마다 일어나고있다. 의료계는 해결도 못하고 이런 심각한 사태가 해묵은 산적한 미해결 현안들과 함께 파업투쟁 속으로 다시 묻히고 있는 듯 보인다. 파업으로도 모든 현안 해결이 불가능하다. 의료계 내부적으로 해결 가능한 문제도 정리되지 않고 혼란스런 의사사회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에 이 글을 쓴다. 미국, 일본에서는 의료사고가 형사적인 조치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이들은 의료사고배상책임보험(이하 의사배상보험)이라는 안전장치 없이는 진료를 생각할 수도 없다고 한다. 자동차보험가입자는 교통사고를 내도 중과실이 아니면 구속이 드물다. 의사배상보험은 의료사고를 일반상해 사건과 같이 취급하여 구속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는 의미가 있다. 교수/봉직의/전공의 뿐만 아니라 병원에 비해 행정조직이 없어 대응이 어려운 개원의의 보험가입은 환자가족대면, 법률적 대응 등 경제적, 절차적 위험을 보험회사에 전가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모든 의사가 아니라 오직 개원의와 이에 소속된 대진/봉직의만 의사배상보험 가입이 가능하다. 미국은 각 의사가 보험회사에 가입하는 형태이고 의료사고 시 미국의사협회(AMA)의 사고조사 결과에 따라 배상 항목에서 배제한다. 즉 내시경 사고가 나면 이 후에는 내시경시술은 보험커버가 안 된다. 일본은 협회비를 보험료와 함께 징수하고 각 지역의사회가 운영해 의사회비 징수율을 높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의료분쟁조정법’ 제정 시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처벌 특례를 제도화 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으나, 사망이나 중증 사고는 제외되고 경한 의료사고가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을 통할 경우만 기소가 안되도록 한정되면서 그 의미가 축소되었다. 자동차사고특례법 같이 의료분쟁조정법을 대체하는 의료사고특례법 제정은 모든 진료의사가 의사배상보험을 가입한다는 전제 없이 국회를 설득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의료사고배상책임보험 개발 경위 의사배상보험을 말하려면 23년 전 의약분업 직전 의료계 상황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1997년 당시 진료는 의사 만의 것이 아니고 약사와 의사가 모두 1차 진료를 하고 있는 형편이었다. 대한의사협회는 의약분업을 주장해왔고 10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곧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실제 의약분업 시행으로 생기는 문제를 인지한 의료계는 위기감에 긴장하고 있었다. 당시 '의학회'는 각 전문과별 요구(니즈, NEEDS)를 수렴하지 못하고 사안마다 병원협회 입김에 휘둘리고 있었고, 이를 견제할 강력한 개원의 조직의 필요성이 절실했다. 임의단체로 이미 몇몇 개원의조직이 활동하고 있었고 서울의 내과 개원의들이 모임을 시작해 1997년 4월 19일 서울내과개원의협의회 창립총회를 마치고 전국 조직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제 의약분업반대투쟁의 전운이 감도는 상황에서 전열의 정비가 시급했다. 한편 당시에도 의료사고 시 환자나 보호자가 고액의 배상을 요구하며 병원 집기를 부수고 멱살을 잡히는 등 폭력을 당하는 일은 지금보다 더 흔해 의료사고 시 회원들은 큰 고통을 감수해야만 했다. 의협 공제회에서 1천만원 이내로 합의금을 지원해주는 제도가 있었지만 해결에는 많이 부족했다. 1998년이 되었지만 내과개원의 조직은 회비, 재정기반은 물론 회원 결집력도 미흡했다. 고심 끝에 초대 내과개원의협의회 김동준회장에게 의료사고 시 경호원을 출동시켜 회원을 보호하는 '배상보험'을 만들어 보겠다고 제안했다. 이 때 5~6군데 보험사를 접촉했으나, 70년대 산부인과 '배상보험'의 손해율이 커서 판매 중지된 선례 때문에 선뜻 나서는 곳이 없었다. 그 중 유일하게 관심을 보인 H해상과 약관을 만들고 마케팅 방안을 논의하는 등 6개월의 산고 끝에. 1998년 10월 '의료사고 대응을 위한 의사배상책임보험 세미나'를 내과개원의협의회와 H해상 공동주관으로 개최했다. 의료법학회 관계자들과 대법원 연구관들도 함께 참석해 최대 보상한도액을 차량 사고(8억원)를 준용하는 일본과 달리 항공기 사고를 준용해 2억원으로 논의하여 일본보다 4분의1로 또 단체 계약으로 보험료 부담을 더욱 최소화해 개발을 완료할 수 있었다. 리스크 분산을 위해 H해상을 주간사 회사로 하고 3개사 컨소시엄 형태로 같은 해 11월 내과개원의협의회가 의사배상책임보험을 단체계약으로 런칭했다. 우리나라 처음이었다. 1800여명의 내과 개원의 중 1100명이 가입하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듬해 산부인과, 정형외과, 그리고 연이어 각 과 개원의 단체가 동 프로그램을 시작하는 초석이 되었으며 협의회 사업의 성공 경험은 결속력으로 이어져 개원의 단체의 조직 결속력에 도움을 주고 이후 의료장비 공동구매 등 편익사업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의협 공제회도 2002년 동 프로그램을 도입해 의료배상공제 사업을 시작하게 되어 개원의 누구도 예외일 수 없는 의료사고로 인한 불안감을 극복하고 소신진료 할 수 있는 기틀이 되어 의협의 결속력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후기 작금의 파업사태는 의약분업 직전 상황이 연상된다. 이를 대비하는 의사 조직의 결집력 강화가 절실한 상황이나 지금도 의협은 약하고 이 틈새를 이용한 정부와 병협의 독주가 맞물려 생긴 파장은 의료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번 사태로 의정협의체 구성이라는 약속을 받아냈지만 의견 수렴을 위해 병협을 포함한 의료계 내부의 협의기구 구성이 더 필요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 의사회 조직이 추구해야 하는 것은 코로나 대응 단계와 같이 투쟁단계를 설정하고 1)조직역량강화 2)의사신분안정 3)의사편익제공을 목표로 해야 한다. 개원의/교수/전공의단체는 가능하다면 병협도, 의협 아래 다시 조직되어 조직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의협은 의견수렴 방법을 모색하고 거듭나서 의협이 단 하나의 힘있는 대정부 협상 상대가 되길 바란다. 전공의 조직은 단계별 투쟁계획을 가지고 있어 의협보다 전투력이 낫다. 조직은 목표가 없으면 죽은 조직이다. 각 의사 조직은 자체생존을 위해 수익사업을 경쟁적으로 해야 하고 전공의와 교수도 가입 가능한 의사배상보험을 개발하고 일본과 미국의 예를 참고해 운영하여 조직결속력을 키워야 한다. 편익제공으로 회원결집을 못하면 의사회는 정부문서 수발조직으로 전락한다. 이런 문제해결의 중심에 의사배상책임보험이 있다. 전직역 모두 가입 가능한 의료사고 보험은 3대 목표를 모두 가능하게 만드는 만능키가 된다. 이를 잘 활용하면 회비 미납회원에게 투표권을 줄지 말지 하는 논의가 무의미해진다. 그 다음에 의협 조직을 문서수발 등 공적부문과 의사편익을 제공하는 편익부문으로 나누어 정부 예산을 받아내고 의협조직을 정비해서 정부에 대한 조직대응력을 키워야 한다. 나는 의사의 미래를 나쁘게 보지 않는다. 이번 파업 투쟁 때 학생들을 포함한 모든 직역 동료의사들의 힘이 합쳐지는 모습을 봤기 때문에…
통계 왜곡 방역, 국민 생명을 위협한다 2020-12-22 05:45:50
1945년 독일 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1945년 봄, 미국 소련 연합군이 독일 영토 안으로 진군하자 히틀러는 날마다 휘하의 장군들을 지하 벙커로 불러서 닦달을 했다. 그리곤 지도를 펼쳐놓고 직접 독일군 사단(師團)의 공격을 지시했는데, 명령을 받은 장군들은 각자 방으로 돌아가 술만 마실 뿐이었다. 왜냐하면 공격 명령을 받은 사단들은 지도상에만 존재할 뿐, 대부분의 장병들이 전사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왜 작전 참모들은 지도 위에 이미 사라져버린 사단의 존재를 지우지 않았을까. 사실대로 기록했다간 총통의 불호령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미 전쟁의 패배를 알고 있는 장군들은 사실대로 보고하지 않았고, 참모 장교들은 제대로 기록하지 않았다. 오로지 히틀러만 부하들의 무능을 질타하면서 엉뚱한 명령을 내렸다가 무산되거나 취소하기를 반복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참혹했다. 독일군 수뇌부가 전쟁의 패배를 빨리 인정하지 않고 소년병까지 동원하면서 버티는 동안, 죽지 않아도 되었을 많은 독일인들이 무차별 공습과 포격으로 희생되었다. 결국 전쟁은 히틀러의 자살과 독일의 무조건 항복으로 끝을 맺었지만, 지도부의 안위만 생각한 결정은 많은 국민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1958년 중국 1958년 중국공산당 지도자 마오쩌둥은 제2차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7년 안에 영국을 초월하고, 15년 안에 미국을 따라잡는다.’라고 선포했다. 이후 중국은 이른바 ‘대약진운동’이라는 비극적인 수렁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일명 토법고로(土法高爐)와 제사해운동(除四害運動), 즉 철강생산 증진과 네 가지 해악(참새, 쥐, 파리, 모기)을 제거하기 위해 온 국민들이 매달렸다. 집단농장 생활이 강제화 되었고 농업과 공업 생산량 목표가 터무니없게 높이 잡혔다. 무리한 계획에 대해 우려를 표한 간부들이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그런 사람들은 여지없이 숙청되었다. 오히려 너도나도 충성 경쟁에 뛰어들었다. 농업 공업 생산 부문에서 과장된 수치들이 세간의 주목을 받으면서 모든 사람들이 목표량을 높이기 시작했다. 그런 목표들은 대부분 실패했으나 어쩌다 좋은 실적을 낸 곳은 큰 영예를 받았다. 그 쯤 해서 끝냈으면 피해를 최소화 했을지도 모르지만, 이듬해 참담한 실적을 보였는데도 당 간부나 관료들은 실패를 감추고 성공했다고 보고하기 일쑤였다. 그리고 그 다음해 더욱 끔찍한 실패가 기다리고 있었다. 대약진운동의 광풍(狂風)은 5년 만에 대실패로 끝나면서 중국의 경제는 파탄이 났고, 약 3천만 명에서 5천만 명으로 추산되는 국민들이 굶어죽으며 세계 역사에도 기록적인 대기근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가장 치명적인 원인 중 하나는 통계의 조작이었다. 온 국민들이 쓸데없는 철 생산 등에 매달리느라 농업생산량이 격감했고 때마침 홍수나 가뭄까지 겹쳐서 식량이 크게 부족해졌는데도, 왜곡된 통계를 접한 중국 정부는 오히려 식량을 징발해서 해외로 수출했다. 뒤늦게 중국 정부가 현실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많은 국민들이 죽고 난지 한참 뒤였다. 2020년 대한민국 올해 우리나라는 한마디로 코로나로 시작해서 코로나로 끝나가고 있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일명 ‘우한 폐렴’이 Covid-19라는 명칭으로 바뀌기는 했지만, 많은 의사들은 아직도 1,2월에 중국으로부터 유입 차단에 실패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아쉬워한다. 이후에도 정부는 의료계의 조언을 제대로 듣지 않고 일부 정치 의사들의 주장에만 귀를 기울여 빈축을 사기도 했으며, 감염 확진자 수가 좀 줄어들자 민간병원들의 노력과 희생은 외면하고 이게 다 정부의 방역 성과라고 자화자찬하기도 했다. 그런 근거 없는 자신감이 도를 넘어 이른바 K-방역이라는 신조어로 포장 되었는데, 그것이 아전인수 정도로 끝났으면 모르되 아직도 전 세계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해 상식 밖의 대처로 이어져 진료 현장의 의사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예컨대 주로 호흡기 감염으로 이뤄지는 Covid-19의 특성상 겨울에 다시 전파 확산이 심해질 것이라는 의사들의 우려가 많았는데도, 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가을에 여행 숙박 등 쿠폰을 뿌리면서 사람들의 이동을 부추겼다. 지금 화이자(Pfizer)나 모더나(Moderna) 등에서 백신이 개발되어 영국, 미국 등 여러 국가들에서 예방접종이 시작되었으므로, 이번 겨울만 철저한 방역을 통해 잘 버티면 내년 봄에는 백신 면역을 통한 Covid-19 극복이 원활하게 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너무 안이한 판단으로 올 겨울 대유행을 막기는커녕 오히려 촉발시킨 것이 아닌가. 심지어 백신 확보에도 비상이 걸려 정부가 주요 공급원으로 정한 아스트라제네카 등의 백신이 제대로 도입되지 못하면 올 겨울은 물론 내년 봄까지 백신 접종은 힘들어질 수도 있다는 비관적인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쯤 되면 방역 당국이 Covid-19와 관련된 정확한 정보나 통계를 내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확진자 수가 적었던 것은 검사 건수가 적어서 그런 착시현상이 아닌가 하는 지적도 많았는데, 최근 언론 보도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검사율은 6.7%로서 세계 218개국 중 130위에 불과하며(검사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후진국들도 많다) OECD가입 37개국 중 검사율은 35위로 최하위권이다. 다시 말하면 검사율을 높일 경우 확진자 수가 급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확진자 발생률은 OECD국가들 중 최저 수준인 36위지만 치명률은 중하위권인 27위로서, 우리나라의 의료 수준에 비해 치명률이 높은 이유는 숨어있는 감염자 수가 많기 때문이라는 예측도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12월 들어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방역단계가 자꾸 상향되는 것은 정치적 오락가락 방역에 따른 인재(人災)지변이라는 비아냥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2021년은? 최근 감염자 수가 급증하자 이에 따른 입원 병상 수요가 크게 늘어났다. 그러나 의료계가 올해 초부터 계속 주장해왔던 Covid-19 국공립병원 병상 확보 등의 조치를 정부가 미뤄온 탓에 애꿎은 민간병원들로 불똥이 떨어지고 있다. 특히 상급종합병원 등 대형병원들의 중환자실의 상당수를 Covid-19 병상으로 제공하라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의사들을 놀라게 한 것은 어느 친정부 학자의 얘기였다. Covid-19 병상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병원들이 코로나19 환자 진료를 기피하고 여유 병상이 있음에도 제공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과연 사실일까? 상급종합병원에서 중증환자를 돌보고 있는 의사들은 그의 발언에 경악하면서 통계상 숫자 놀음으로 생명을 재단하지 말라고 성토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중환자실 병상 하나를 확보하지 못해서 입원이나 전원이 안 되는 중환자들이 부지기수다. 비단 중증외상이나 심뇌혈관질환자뿐만 아니라 생명이 경각에 처해있는 여러 중환자들이 병상 하나만 바라보고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런 문제들은 우리나라 의료제도가 갖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로서 개선되어야 하겠지만, 그럼에도 현실에 맞는 대책을 세워야한다고 반박한다. 그럼에도 정부의 강압으로 불이익을 염려한 대형병원들이 억지로 중환자실을 비우고 Covid-19 병상으로 제공한다면, 통계에 잡히지 않는 중환자의 사망이 늘어나게 될 것이다. 통계에 보이는 Covid-19 방역의 성과를 위해서 그렇지 않은 국민의 사망이 더 많이 생긴다면 국가적으로 바람직한 일인지 묻고 싶다. 결국 정부가 자랑하는 K-방역이라는 것이 미국이나 유럽과 차별되는 우리만의 장점을 살린 방역시스템이라기보다는, 통계를 주물러서 성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분식(粉飾)방역이 아닌가 하는 심증을 거둘 수 없다. 세계 주요 국가들은 앞 다투어 검사를 늘리고 백신을 사들이고 공공병원의 Covid-19 병상을 확보하고 있다. 우리보다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나라들이 과연 우리만 못해서 그런 일에 매진하고 있는 것일까. 세상에는 3가지 거짓말이 있다고 한다.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 현 정부의 경제 정책을 통계주도성장이라고 비판하는 것처럼 방역 또한 통계주도방역, 나아가 통계왜곡방역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그런 말을 듣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다른 선진국들의 대응을 참고하면서 투명하게 공개하고 현재 상황에 맞는 대책을 세우고 의료계의 협조를 구해야 한다. 그래야 진심으로 의사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고 국민이 믿고 따르는 방역이 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던 독일과 중국의 비유가 불편할지 모르겠다. 나도 우리 정부가 그렇게까지 막장 정부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당시 독일이나 중국 정부도 자국 국민들의 열렬한 지지로 탄생되었다는 것을 말해두고 싶다. 진정으로 국민들을 위한다면 사실을 왜곡하지 말고 진실 되게 일하라. 그것이 전 세계적 방역 위기에서 국민의 생명을 구하는 지름길이다.
코로나 환자치료 손실보상이 중요한 이유 2020-12-21 05:45:49
광우병 사태가 있을 당시 대부분의 의사들은 미국소고기 먹는다고 광우병이 발생한다고 생각하지 않으면서도 논문이나 근거가 없어 공개적으로 '광우뻥'이라는 주장을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말하지 못했다. 사석에서는 '광우뻥'이라고 했으면서도 말이다. 코로나19 대응을 보자. 지난 1월 20일 국내 첫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했을 당시에는 과학적 검증이 되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일부 감염내과 의사들 외에는 아무도 코로나19에 대해 이야기 하지 못했다. 치료 약물에 대해서 모르는 것은 물론이고 질병의 전염경로나 사망률에 대해서도 알 수 없었다. 지금은 적어도 경증 질환과 무증상 환자가 많다는 것과 스테로이드를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중증 코로나19 환자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설비와 장비와 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또 알게 된 것이 있다. 코로나 19 바이러스는 사람의 통제를 받아 전파되지 않거나 지구상에서 사멸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코로나19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변종 중에 하나다. 국내에도 검사를 해보면 매년 2-5% 발견되던 독감의 원인 바이러스 중의 하나였다. 감염된다고 모두 사망하는 바이러스 질환이 아니다. 개인위생과 적극적인 치료 그리고 앞으로 나올 예방접종으로 극복 가능하다. 건강한 생명체에는 자신을 방어할 자기방어기전 즉 자가 면역이 있기에 이런 일들이 가능하다. 오래 기간 국가의 적극적인 의료기관 통제 정책으로 인해 필수의료와 중증환자 치료인력과 시설과 장비가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나 위기 상황에 중환자실이나 인력이 모자란 상황이다. 김윤 교수는 치료병상이 부족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최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는 복지부 관계자는 “소아외과등 필수의료에 대한 최소한의 인프라를 유지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발언하여 필수의료나 중증환자를 다루는 의료인들에게 좌절감을 안겼다.. 코로나19가 국내 나타난 지 11개월이 다 되어 간다.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심각하다. 전국의 자영업자는 560만명이고 1가구당 3명의 가족까지 합하면 약 1600만명의 국민이 코로나19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 그들 외에 자영업자에게 고용되어 일용직으로 근무하는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그들은 정부가 보호하고 싶어하는 사회적 약자 계층이다. 이런 경제적 피해를 줄이기 위해 추가 경정 예산이 편성되었다. 1차 11조7000억원, 2차 12조2000억원, 3차 35조3천억원, 4차 7조원 등 총 66조2000억원이 사용되었다. 반면 지난해 건강보험예산은 약 66조원이며 국내 최대 매출을 기록한 병원 중에 하나인 서울아산병원은 연간 매출이 2조1400억원(8개 병원 합산)이다. 민간 의료기관에 주는 비용을 더 들여서라도 66조2000억원의 추경예산을 민간병원에 투자하여 코로나19 중증환자를 치료하는데 더 사용하였다면 치료를 받는 국민도, 책임을 지는 국가도, 진단도 치료도 못하고 선별진료소로 보내야 만했던 병의원도 행복하지 않았을까? 지금 다시 코로나19의 질병 특성을 살펴보면 외국이나 국내나 코로나19 경증환자 보다 중증환자의 치료가 문제다. 검사를 통해 무증상환자나 경증환자를 발견하는 것에 집중할 때가 아니라는 판단이다. 최근 평택의 종합병원이 코로나19 전담 병원을 자원하였다. 지금이라도 중증 환자 치료가 가능한 시설을 갖춘 2차 병원 중에 자발적으로 원하는 의료기관을 전담병원으로 지정하고 물심양면 전폭적인 지원을 하기 바란다. 의료인들에 대한 신뢰회복과 필수의료와 중환자 치료에 대한 적극적 인식 개선과 투자가 절실하다. 그것이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길이고 서민들을 코로나19보다 더 무서운 경제위기에서 구하는 길이다. 문재인 대통령님께서 지난 9일 코로나19 대응이 '긴 터널의 끝이 보인다‘고 했지만 그 말이 허구로 끝나지 않으려면 말이다.
코로나19 방역 '전환'을 고민할 때 2020-12-16 05:45:50
자영업자들의 비명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노래방을 하는 지인은 폐업 상태이다. 주점을 하는 지인은 매출이 절반 이하 심지어 90% 이하로 줄어드는 날이 발생하였다. 의사단체들이 회의를 위해 자주 가던 식당은 12월 7일 의사단체 회의 외에는 손님이 전혀 없었다. 식당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직원은 일자리를 아예 잃은 것은 물론이다. 지난 9일 김현정의 뉴스쇼라는 라디오 방송에서 자영업자 단체인 전국소상공인연합회 차남수 정책홍보본부장은 "자영업자들에 대한 정부의 대출이 문제가 아니라 장사를 하게 해주든지 아니면 처음부터 방역을 더 철저히 하든지 해야지 지금와서 이렇게 하면 어떻게 하냐? 자영업자만 힘들어진다. 영업이 금지될 때 엄청난 적자를 우리만 감당해야 하나? 진작 봉쇄해서 끝내지 우린 죽으란 말이냐? 연말연시 매출로 1년을 먹고 산다는 사람도 있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모든 것을 내려 놓고 싶다!"라며 특단의 대책을 해달라고 절규하였다. 의료기관들도 예외가 아니다. 감기나 호흡기 경증 질환 환자들은 질병이 감소되기도 하였지만 병원 방문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심각한 경영난에 처해 있다. 코로나19에 대한 정보가 없을 때는 방역은 충분히 가능했던 이야기들이지만 이제 코로나19에 대한 정보가 많이 축적되고 있다. 경증 환자가 많은 편이기도 하고 그중 일부에서만 중증환자로 전환되는 상황이다. 국내 나온 논문에 의해서도 40명을 검사했을 때 무증상 감염자가 2명 즉 5%에 해당한다는 자료도 있다. 일부에서는 청소년기 환자의 특성상 코로나19 검사를 해도 무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PCR검사의 정확도와 신속항원검사의 정확도의 차이와 그 영향에 대해서 이해 못하는 바도 아니다. 검사나 격리가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2018년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3,781명이고, 같은 해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 수는 2,142명으로 집계되었다. 2020년 약 11개월간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은 2020년 12월 10일 현재 564명이다. 교통사고가 발생했다고 교통을 통제 하지 않는다. 산업재해가 발생했다고 공장을 멈춰 세우지 않는다. 코로나19는 전염이 되는 감염질환이고 일시적으로 환자가 폭증하는 질환이며 호흡기 중환자가 문제가 된다. 그런데 이런 호흡기 중환자들을 치료하는 시설과 장비는 많지 않으며 이들을 적극 치료하는 것은 적자를 면할 수 없는 구조이다. 대학병원도 민간병원도 코로나19 치료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 않다. 코로나19 중증환자를 치료하는데 드는 막대한 비용을 감당할 수 없으며, 기존의 환자들에 대한 치료를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부 있는 공공병원도 코로나19 치료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이유는 공공병원에도 기존의 환자가 있어 치료를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전공의 교육을 하는 공공병원들은 전공의들의 교육이 멈출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생활 치료 보호소를 만들기도 하고 긴급하게 간이 병실을 만들어 격리 수용을 할 계획을 한다. 문제는 경증환자에 있지 않다. 따라서 중증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시설과 인력과 장비가 필요하다. 따라서 정부는 지금이라도 인공호흡장비, ECMO, 음압병동 시설과 장비와 같이 투자 후 회수하기 어려운 지출부문을 정부가 전액 지원하고, 코로나19 치료를 자원하는 코로나19 치료에 나서고 싶은 2차 병원이나 요양병원을 선별하여 병원 매출의 2-3배를 임대료로 지급하는 방식으로 중증환자 치료에 문제가 없도록 해야 한다. 극복하지 못할 질환은 없다. 피하고만 있을 수 없다. 정치 방역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국민들의 원성을 듣지 않으려면, 국민들의 생명을 지키고 싶다면 정부 당국자의 발상의 전화과 의료에 대한 선투자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경증의 코로나19 환자들은 일선 의료기관이 적극 진료하도록 지원하는 것은 물론이고 민간 의료기관에게 인센티브를 주어서라도 중증 환자에 대한 의료시스템과 검사 시스템 치료 시스템을 신속히 갖추어야 한다. 지금까지의 방역을 폄하할 생각은 없다. 코로나19에 대해 전문가들이 예측한 것보다 경증환자와 무증상자가 늘어나 감당할 수 없는 상황으로 변해 가고 있다. 코로나19의 대응에 있어 마스크와 개인 위생을 통해 전파를 차단하는 것에 동의한다. 하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국가의 통제를 받는 존재가 아니다. 일선의 의사와 의료기관을 믿고 전향적인 투자를 통해 발생한 코로나19를 치료하기 위해 적극 대응하는 것이 국가의 경제와 국민의 생명에 덜 치명적이지 않은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싼게 비지떡일 수 있다" 2020-12-14 05:45:50
필자가 이전 칼럼에서 지적했듯이 코로나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 아스트라제네카는 백신 개발 중 횡단성 척수염 발생에 대한 정보를 불투명하게 공개하고, 유효성 중간 분석도 부적절하게 보도해(2020.11.30. 칼럼 참고), 스스로 신뢰성을 떨어뜨렸다. 이에 아스트라제네카는 데이터의 신뢰성 회복을 위해 중간분석 결과를 Lancet에 실어 전문가들의 peer review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제 데이터가 나왔으니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국내 언론에서 이 논문의 자세한 분석에 대한 보도가 거의 없어서 필자가 요약, 분석해 칼럼으로 싣고자 한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중간 분석은 4개의 진행 중인 임상시험, 즉 COV001(phase 1/2, UK), COV002(phase 2/3, UK), COV003(phase 3, Brazil), COV005(phase 1/2, South Africa)의 데이터를 함께 분석한 것이다. 이 중 유효성은 COV002, COV003을 합쳐서 분석했고, 안전성은 4개를 합쳐서 분석했다. COV005를 제외한 3개의 임상시험은 단일 맹검, 즉 시험대상자는 자신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받는지, 대조군을 접종받는지 모르지만, 연구자는 알고 있는 상태로 진행됐다. 이는 화이자, 모더나의 이중 맹검보다는 데이터의 객관성 면에서 한 단계 낮은 수준이다. 미국에서 진행 중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3상 임상시험은 이중맹검으로 진행되고 있다. 문제의 low dose(LD) 접종 오류는 COV002 임상시험에서 발생했다. 접종되는 바이러스양을 2가지 방법, 즉 spectrophotometer와 quantitative PCR(qPCR)로 이중 측정했는데, 한 batch에서 두가지 방법의 결과가 다르게 나왔고(spectrophotometer는 standard dose-SD, qPCR 결과는 LD), 어느 쪽 결과를 신뢰할지 규제기관(영국의 MHRA)과 의논 결과 COV001 임상시험과의 연속선상에서 spectrophotometer 결과를 받아들였지만, 나중에 확인 결과 spectrophotometer 분석상 부형제가 함께 분석돼 falsely 증가된 결과를 보인 것이고, qPCR 결과가 타당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됐다. 이 검증 기간 동안 결국 실제는 LD가 SD군에 상당히 투여된 것이다. 이는 바이러스 양을 측정하는 방법이 충분한 검증이 안된 상태로, 즉 품질의 일관성이 유지되지 않은 상태로 임상시험이 진행됐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사실상 이 시기의 임상시험 결과는 신뢰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문제가 발생한 이후 바이러스양을 측정하는 새로운 방법이 도입됐다고 기술돼 있으므로, 이 새롭게 확립된 방법에 의해 품질이 관리된 백신이 투여된 결과만이 신뢰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 또한 본래 1회 접종만으로도 충분한 항체가 만들어질 것으로 추정해, 단회 투여 디자인으로 임상시험을 하다가 booster를 추가해야 확실하게 항체가 증가하는 것을 확인하게 돼, 뒤늦게 booster를 추가하는 디자인으로 변경했는데, 이로 인해 COV002 초기에 참여한 시험대상자들이 booster를 접종한 것은 매우 늦은 시점이었다. 전체적으로 2개월 뒤에 booster 접종을 받았고, 53.2%은 3개월 뒤에 받았다. 문제는 booster 접종 타이밍에 따른 subgroup 분석 결과 booster 접종을 늦게 할수록 백신 효과가 더 좋은 경향을 보였다는 점이다(59.3% vs. 65.6%, 53.4% vs. 65.4%). 이는 booster 접종을 초회 접종 후 4주 뒤에 시행하고 있는 현재 진행 중인 3상 결과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한다. 결국 회사가 90%의 유효성을 주장하고 있는 LD/SD군의 유효성을 평가하는데 상당히 큰 교란인자들이 있다. 첫째 투여한 바이러스양을 신뢰하기 어렵고(품질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음), 둘째 booster 접종을 2~3개월 뒤에 한 점, 셋째 18-55세 군만 포함한 점, 넷째 대상군의 수가 2741명으로 적다는 점 등은 유효성 결과 해석을 매우 어렵게 한다. 또한 이전 칼럼에서도 지적했듯이 LD/SD군, SD/SD군의 항체 형성 정도, 중화항체 형성 정도, 세포면역 반응정도가 유사했기 때문에 이 결과를 설명할 수 있는 과학적 개연성이 없는 점도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러므로 LD/SD군의 유효성 결과는 반드시 추가 임상으로 검증돼야 하겠다. 허가 신청을 할 가능성이 높은 SD/SD군의 중간 분석 유효성은 62.1% 이다. 그런데, 신뢰구간 41.0~75.7로서 신뢰구간 하한이 국내 식약처 코로나 백신 허가 기준인 50%를 충족하지 못한다(물론 신뢰구간의 하한으로 판단하지는 않지만 하한까지 기준을 충족해야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62.1%도 바람직한 백신 효과 기준인 70%를 충족하지 못한다. 즉, SD/SD군의 경우 중간 분석 결과로는 백신효과가 코로나를 종식시키기에는, 즉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할 수 있을 만큼의 효과는 어려울 수 있음을 시사하며, 좀 더 많은 대상군의 결과가 나와야 최종 유효성 평가를 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 또한 무증상 감염에 대한 예방 효과는 SD/SD군에서 3.8%로서 거의 없다고 판단된다. 참고로 화이자와 모더나는 무증상 감염에 대한 예방 효과는 분석하지 않았다. 이번 논문에 비로소 안전성 정보가 비교적 명료하게 기술됐다. 중대한 부작용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군과 대조군에서 빈도가 유사했다. 백신과 관련이 있다고 평가된 중대한 부작용은 문제의 횡단성 척수염 1예였다. 이 사례는 booster 접종 후 14일째 발생했고, 독립적인 신경학적 자문위원회에서 평가했다. 횡단성 척수염 1예가 더 있었으나, 임상시험에 참여하기 전 다발성경화증이 있었던 것으로 평가됐다. 비록 문제의 사례에서 후유증 없이 회복된 듯하나, 백신과 관련된 횡단성 척수염의 약 40%는 영구적인 장애를 가지게 된다는 점에서 절대 가볍게 여겨서는 안되는 부작용이다. 정리하면, 이번에 란센에 발표된 논문을 통해서도 유효성, 안전성 면에서 허가할 수 있을 만큼의 근거는 매우 부족하다고 할 수 있겠다. 따라서 식약처는 임상3상 최종 결과 없이 섣불리 허가를 해서는 안될 것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보관 온도, 가격 등에서 매우 큰 장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중간 분석 논문을 읽어보니 '싼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칼럼은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3차 대유행 앞에 '쪽대본'도 없는 K-방역 2020-12-14 05:45:50
필자는 이전 칼럼(2020.3.9. 및 2020.4.6)에서 코로나19의 가을/겨울 대유행을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즉, 생활치료센터를 단순 모니터링 센터로 쓰지 말고, 산소를 공급할 수 있는 야전병원화하고, 산소포화도를 이용한 단순한 의료전달체계를 제안했었다. 그런데, 정부는 이제 본격적인 3차 대유행에 대해서 무엇을 준비했는가? 대구/경북발 1차 대유행을 막은 것에 대해서 필자는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필자는 그 때 우리나라가 곧 우한처럼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 올 수 있으므로, 대구/경북을 봉쇄(물리적인 봉쇄가 아니라, 시민들에 의한 자발적인 봉쇄)해야 된다는 의견을 제시했었다. 그런데 정말 놀랍게도 통제가 된 것이다. 이에 대해서 당시 방역 책임자 중 한 분이었던 민복기 선생님은 'divine maneuver'라고 칭했는데, 그 이름에 무척 동의하는 바이다. 대구/경북 의료인 연합의 자발적인 헌신, 대구 시민들의 자발적인 봉쇄, 지방자치단체장의 적극적인 전문가 의견 경청 및 협조, 전국적인 지원 등 참으로 놀라운 헌신과 협력의 결과였다. 그러나 필자는 이런 기적이 반복되기는 어렵기 때문에, 앞으로의 2,3차 유행을 준비해야 된다고 말해 온 것이다. 정부의 방역 정책에 그림자가 드리워지게 된 것은 2차 유행의 시발점이었던 이태원발 집단감염이었다. 이 때 유행한 바이러스는 1차 대구/경북에서 유행한 코로나19 바이러스 아형보다, 훨씬 더 전파력이 강한 아형이었고, 현재 유행하고 있는 바이러스 아형도 이 아형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집단 감염의 온산이었던 클럽 방문자 중 약 수 백명이 끝까지 연락이 되지 않았고, 이 중 일부가 익명 검사를 받았다 할지라도 역학적 연결 고리가 끊어지게 된 것이다. 이후로 점차 역학적 연결고리를 찾을 수 없는 확진자의 빈도가 늘어나게 됐다. 초기 방역 정책, 즉 적극적인 검사로 확진자를 찾아내고, 역학적 연결고리를 찾아내서 끊어내는 방법만으로는 방역이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필자를 비롯한 모든 전문가들이 가을/겨울 3차 대유행에 대해서 경고했다. 스페인 독감의 역사적인 예를 통해서 3차 대유행은 예상이 가능했고, 우리나라와 같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철저히 하는 방역 정책 아래에서 사람들이 지치는 시기에 발생하는 3차 대유행은 폭발적일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 데이터도 있다. 그러므로 적어도 역학적 연결고리를 찾아내기 어려운 감염자들이 발생하기 시작한 때부터는 3차 대유행을 준비했어야 했다. 그런데 최근 "병상이 곧 떨어진다", "중환자실이 곧 포화상태다" 이런 뉴스를 보면 정부는 3차 대유행에 아무런 준비를 안 한 것인가 의구심이 든다. 그리고 "상급종합병원이 병상을 확보하는데 협조해야 한다"는 정보의 발표를 들으면서, 평상시에도 중환자실 포화도가 높은 상급종합병원이 어떻게 중환자실을 비울 수 있는가, 상급종합병원에 입원한 중환자들은 다른 병원으로 보내는 동안 사망할 수도 있는 가장 중증의 환자들일 가능성이 높은데, 이런 걸 대책으로 내놓을 만큼 아무 준비가 없었다는 것에 참으로 안타까웠다. 우리나라는 평상시 병상 가동률이 매우 높기 때문에,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다른 나라보다 의료시스템 붕괴가 빨리 올 수 있다. 그러므로 가을/겨울 대유행시 어떻게 의료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것인지에 대해서 반드시 준비가 돼 있었어야 했다. 코로나19 초기에는 말 그대로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의 초기이므로 정부의 쪽대본을 이해할 수 있었지만, 중간에 감염자 수가 줄어들었을 때 나중 시나리오를 예측하고 제대로 된 대본을 준비했어야 하는데, 오히려 이제는 쪽대본마저 중구난방인 느낌이다. 배우들(의료진과 국민들)은 지쳤고, 백신 구입은 늦어졌고, 이제 이 드라마가 어떻게 흘러갈지 아무도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 정부는 이제라도 대구/경북 1차 유행 방역을 진두지휘했던 전문가들을 포함해, 의료계 전문가들을 구성해서, 긴급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생활치료센터를 신속히 확충하고, 생활치료센터에서 경증의 환자들에게 산소를 공급해 중증으로 진행하는 비율을 낮춰야 의료시스템의 붕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칼럼은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특별기고| '한의약분업' 도입을 촉구한다 2020-12-11 12:00:18
지난 2017년 한약소비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한의원 중 한약을 한의원 내(원내탕전)에서만 조제하는 비율이 58.3%, 원내탕전과 원외탕전을 모두 이용하는 비율이 29.0%, 원외탕전만 이용하는 비율이 12.1%였다. 즉, 한의원의 41.1%가 외부에 조제를 의뢰하는 분업 형식을 이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 분업에 이용되는 원외탕전실은 약사나 한약사가 운영하는 기관이 아니라 한방병원이나 한의원의 부속시설이다. 탕전실 공동이용을 허용한 제도가 (한)약국을 배척하는 기형적인 한의약분업을 낳았다. 게다가 일부 원외탕전원들은 의약품 제조허가도 없이 똑같은 한약 제품을 대량 생산해서 판매하며 형식적으로만 처방전을 받는 시늉을 하는 편법과 불법 사이의 줄타기를 하고 있다. 한의약분업을 전제로 한약사 제도가 만들어져 2000년부터 한약사 면허시험이 시작됐고, 약사는 1996년 약대 입학생까지 한약 조제사 시험을 통해 한약조제자격을 취득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20년이 지나도록 소위 한약 전문가들은 한약 조제에서 소외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의원 원내탕전의 경우 한의원 중 0.7%만이 한약사를 배치했다. 보건복지부의 12월 7일 발표를 보면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한의원은 9023곳인데 반해 (한)약국은 31곳에 불과하다. 한의사들이 한의원에서 직접 조제하지 않는 경우에도 (한)약국이 아닌 원외탕전실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원외탕전실에는 한약사가 한 명만 있어도 되기 때문에 수백 곳 이상의 한의원과 거래하는 원외탕전원도 한약사가 한두 명밖에 근무하지 않는다는 문제점을 올해 국정감사에서 서정숙 의원이 지적하기도 했다. 보건복지부는 시설 및 관리 기준을 제시해 원외탕전실 인증제도를 실시하고 있는데, 100여개에 이르는 원외탕전실 중에 8곳만 인증을 받았다고 한다. 이 중 3곳은 첩약이 아닌 약침이고, 2곳은 자체 프랜차이즈용 원외탕전이라 외부와 거래하는 첩약 원외탕전은 3곳만 인증을 받은 셈이다. 보건복지부는 10월까지만 해도 첩약 급여화에 인증 원외탕전실만 참여시킨다는 입장을 밝히다가 11월 시범사업 모집에는 갑자기 인증 여부에 상관없이 사업에 참여하는 한의원들의 부설 원외탕전실을 허용했다. 의사의 처방에 따라 약을 조제하는 일보다 한방 첩약을 조제하는 일이 결코 더 간단하다고는 볼 수 없다. GMP 인증 한약재조차 표기된 종이 아닌 다른 종의 식물이 들어있어서 회수조치가 내려지는 경우가 빈번하며 신장 손상 등의 사고로 이어지기도 해서 전문가의 검수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한약 조제는 한약에 대한 전문 인력이라고 할 수 있는 한약사나 한약조제약사가 담당해야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 한의원 내에서 간호조무사 또는 무자격자에게 조제를 맡기거나 원외탕전에서 한약사 면허를 하나만 걸어두고 조제 업무를 무자격자들이 하는 현실을 이제는 바로잡아야 한다. 한약사 1인 당 조제 건수 제한도 필요하다. ‘쉼터’라고 불리는 한의사들의 비밀카페에서 어떤 한의사가 자신의 다이어트 한약 비법이라며 마황을 권장량만큼만 사용하면 식욕억제가 전혀 안 되기 때문에 1일 16g 기준으로 가감한다는 글이 공개된 적이 있다. 대한한방비만학회에서는 마황을 1일 4.5~7.5g을 6개월 이내로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제시된 용랑과 처방 가능 기간마저도 안전성을 신뢰할 수 없는데, 이 한의사의 처방은 한방학회의 허용량보다 3배가량 되는 엄청난 양이다. 그럼에도 위험성 지적은 없고, 알려줘서 감사하다는 댓글이 줄을 이뤘다. 현대의학에서는 마황이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아야 할 식물로 여기며 2000년대 초반 안전성 이슈가 부각된 이후로는 중국과 한국 외에는 임상 연구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위 사례처럼 한의사가 마황 같은 위험한 한약재를 과량 사용하는 경우도 있고, 한방난임치료 사업에서 드러났듯이 임신 목적의 한약에 동물실험에서 태아에게 독성이 발견된 한약재를 사용하기도 한다. 한의사가 이윤을 목적으로 환자에게 불필요한 한약을 권할 수도 있다. (물론 현대의약품 검증 기준으로 평가하면 ‘필요한’ 한약은 없다.) 따라서 이러한 폐해를 막기 위한 방법으로 한의약분업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한의사들은 분업 이야기가 나오면 환자에게 처방전을 주면 환자들이 임의로 조제해 먹을 수 있어 위험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근거가 없는 구차한 핑계일 뿐이다. 대한한의사협회 최혁용 회장은 작년에 마황을 환자들이 구입할 수 있다는 발언을 했다. 그러나 식품의약품안전처 담당자는 식품위생법 제93조 2항에 따라서 마황을 일반인에게 판매하는 일은 징역 1년 이상의 처벌 대상으로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게다가 마황은 우리나라에서 자라지 않기 때문에 산에서 채취해 시장에서 판매하는 일도 있을 수 없다. 아울러 한의협 김경호 부회장은 최근 모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쌀, 대추, 밤도 한약재라며 인간이 수 천 년 동안 사용하며 안전성이 검증됐기 때문에 임상시험이 필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런 논리라면 환자가 한의사가 사용했던 처방을 이용해 조제해도 안전한 것 아닌가? 한방에서 진심으로 환자의 안전을 우선시한다면 환자가 자신이 복용하는 한약에 대해 정확히 알아서 위험한 한약재가 없는지, 용량이 지나치지 않은지 등을 확인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물론 한약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임상시험 검증이 제일 중요한건 변함없다. 한의사들은 한의학이 우리 민족 고유의 유산이라서 일제에 핍박받았다는 거짓말을 하다가도 근거를 물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중국의 임상시험 논문을 제시한다. 그런데 2016년에 중국의 신약 허가를 위한 임상시험 1,622건을 조사한 결과 80% 이상이 조작된 데이터라고 밝혀진 적이 있다. 2014년에는 중국 학술지에 발표된 840건의 침술에 대한 무작위대조군임상시험 논문 중 무려 99.8%가 ‘효과가 있다’는 결론이었다는 분석 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이렇듯 중국의 한의학 논문은 거의 대부분 효과가 있다는 결론이 미리 정해져 있어서 사실 과학적 근거로 여길 가치는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위기로 급박한 와중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억제할 가능성이 여러 논문으로 제시된 물질이나 기존 의약품들에 대해서도 수개월에 걸쳐 대규모 임상시험 검증을 하는 것이 현대의학이고 의학의 기본이다. 만약 한방에서도 한약의 효과를 입증한 대규모 임상시험 논문이 유수의 의학저널에 발표된다면 의사들도 환자에게 한약 사용을 권하겠지만, 한약은 모두 이러한 근거가 없기 때문에 사용을 하지 않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하루아침에 한약 사용을 다 금지할 수는 없는 일이고 무엇보다 환자들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지 않은가. 그렇기에 우선은 한의약분업을 통해 한의사들끼리 이윤을 독점하는 기형적인 공동이용탕전 제도 등을 바로잡고 오남용을 막아 한약의 위험성을 줄이고 환자의 알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본다. 정부 당국자의 조속한 한의약분업 실행을 촉구하는 바다. *본 칼럼의 내용은 메디칼타임즈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제라도 의료 통제하려는 시선 바꿔야 2020-12-10 05:45:50
코로나19 수도권 상황이 심각해졌다. 정부는 지난 6일 오후 브리핑을 통해 수도권 코로나19 방역의 수준을 2.5단계로 상향한다고 발표했다. 수도권 지역에서 12월 8일 0시를 기해 일반 영업장의 운영을 밤 9시까지 제한하고 대중교통도 30% 운행을 감축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국민들의 협조가 매우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월 21일 최초의 코로나19 환자가 국내에서 발생한 이후 확진자수가 늘때마다 정부는 브리핑을 통해 거리두기 단계를 높이며 대외 활동을 줄이라는 요구를 했다. 정부도 고민이 많으리라는 것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코로나 발생 이후 거의 한 해가 지나가는 지금까지도 해결되지 않는 것이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위한 시설과 인력, 이에 동반 되는 각종 행정지원이다. 특히 정부의 중환자실 준비 부족에 대해서는 관련 전문학술단체와 많은 언론매체에서 일관되게 지적하고 있다. 제대로 된 전담병원 가동은 하지도 못하고 상급종합병원에만 떠맡기는 소극적인 정책 결과로 이미 중환자 병상은 포화되었음에도 애써 몇 자리 남아있는 듯이 발표하는 정부의 태도도 애처롭기 그지없다. 병원에서 중환자실을 운영하기 위해서 음압시설이나 인공호흡기와 같은 전문 장비와 함께 중환자를 치료할 수 있도록 훈련된 많은 인력이 투입되어야 한다. 필요한 고가 장비를 구입하고 설치하는데 필요한 비용은 물론이고 고급인력을 훈련시키는 과정에도 많은 노력이 들어가야 한다. 지난 5월 일본 아사히신문, NHK 등에 따르면 일본 후생노동성은 코로나19 중증 환자의 입원치료를 담당하는 병원을 대상으로 중환자실(ICU) 의료수가를 평소의 약 3배 인상하는 조정이 있었다. 물론 우리나라도 코로나19 중환자실 치료를 위한 수가 산정이 있었지만 여전히 현실과는 차이가 크다. 코로나19 중환자 치료와 더불어 함께 해결되어야 하는 것이 필수의료에 대한 문제다. 의료계는 필수의료 유지에 대한 지원을 지속적으로 요구했으나 정부 반응은 늘 시원치 않다. 필수의료 분야나 중환자실 분야는 국가가 튼튼한 국방을 위해 군인들을 훈련하고 군사 장비를 유지하는 것과 같다. 민간이 군인과 군사력을 준비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은 견고한 편이고 의료비용이 매우 저렴한 것을 정부가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국민의 경제적 고통을 완화할 수 있는 것은 마스크 착용과 철저한 개인위생, 그리고 현재의 의료시스템에 좀 더 적극적인 투자를 하는 것이다. 필수의료와 중환자실을 운영 관리하는 인력에 대한 의료 행위료를 현실화 하고 수많은 급여제한을 풀어야 하며 필수의료와 중환자실 인력을 교육하는데 필요한 행정과 재정적인 면을 지원해 줘야 한다. 이를 위해 건강보험 재정만으로는 부족한 정책수가를 적극 신설하여 실질적인 예산의 뒷받침을 해주어야 한다. 정부는 이제라도 의료분야를 통제만 하려던 시선을 바꿔야 한다. 현재 필수의료 분야는 일을 하면 할수록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민간에서는 이런 적자를 지속적으로 감당하기 어렵다. 코로나19 방역을 계기로 중환자실 장비와 시설에 지원하는 것은 물론이고 필수 의료분야 인력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총탄없이 전쟁에서 승리를 기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입원전담전문의 본 사업, 입원환자진료의 뉴 노멀 2020-12-07 05:45:50
2016년에 첫 발을 내딛은 후 4년간 이어오던 입원전담전문의 시범사업이 본 사업으로 전환된다. 의사 인력 증원, 지역 가산 등 다양한 문제에서 첨예한 대립에도 불구하고 입원환자의 안전과 의료 질 향상을 위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내 가입자와 공급자, 공익위원들이 한 뜻을 모았다는 점에서 더욱 환영할 만한 소식이다. 입원전담전문의 본 사업은 다양한 지역과 다양한 규모의 의료기관을 찾는 모든 환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될 때 가장 큰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이번 건정심에서 의결된 수가 안은 시범사업에서 드러난 여러 문제점들을 보완하기 보다는 시범사업의 틀을 유지하는 선에서 마무리되어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경직된 수가 구조 형태는 본 사업에서 각 기관별로 운영의 형태를 제한하고 전문의의 진료가 더욱 필요한 중증 환자들을 본 제도로부터 더 멀어지게 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입원전담전문의 당 환자 수 상한을 시범사업 수준으로 유지하였으나 질 높은 의료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는 여전히 적정 환자 수 보다 많다고 여겨진다. 본 사업이 시행되고 나면 수가 구조의 한계로 현재 입원전담전문의를 운영 중인 많은 기관들이 24시간 운영형태 보다는 주 7일, 주 5일 등으로 축소 운영할 것이 예상되며, 이는 어렵게 시작한 본 사업을 통해 기대했던 바는 아닐 것이다. 이전 건정심에서 논의되었던 서울 외 지역가산 삭제도 아쉽다.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는 서울의 대형 의료기관 만을 위한 제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 시범사업에서 드러났듯 입원전담전문의 제도에 대한 환자 만족도는 비수도권 지역에서 더욱 크게 나타나며, 이는 수도권에 비해 비수도권 지역에서 의료 서비스의 질적 향상에 대한 요구가 더 뚜렷함을 의미한다. 서울의 대형 의료기관에서만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를 운영하게 되면 지역 간 의료격차는 더욱 증가되고, 우려했던 환자와 입원전담전문의의 서울 쏠림 현상은 더욱 가속화 될 것이다. 최근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에서 지역수가제 법안이 논의됨에 따라 법률적 근거가 마련되면, 서울 외 지역에서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를 효과적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정책적 유도 방안을 마련하여야 한다. 본 사업 운영의 세부 지침이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시범사업의 경험 상 본 사업이 시행 되면 다양한 규모의 의료기관으로부터 많은 질의와 지적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본 사업의 운영 지침은 시범사업으로부터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 질 것이나, 지금의 시범사업 기간 동안 축적된 경험은 대부분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수가 수준으로도 입원전담전문의를 운영할 여력을 가졌던 대형 의료기관으로부터의 경험이기 때문이다. 본 사업에서는 이를 수시로 관리 감독하고 보완할 수 있는 상설 협의체의 구성과 유지가 필수적이며,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논의와 결정 권한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이미 시범사업 운영 관리를 위하여 '입원전담전문의 시범사업 협의체'를 구성하였던 경험이 있는 만큼, 이와 유사한 상설 협의체의 구성이 본 사업 시행 초기 안정화에 필수적이다. 본 사업이 시행되면 의료계의 역할 또한 매우 중요하다. 전국의 병상 중 입원전담전문의가 담당하는 병상의 적정 비율과 입원전담전문의 수를 추계할 수 있는 관련 근거를 만들고,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의 발생을 미리 대비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또한 전공의, 개원의, 봉직의 등 각 의사 직군별로 입원전담전문의로 전환을 유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전문자격을 취득하고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전문의들을 입원전담전문의로 전환하는 경우, 의료현장에서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재교육 프로그램 운영을 통한 입원전담전문의 인증제도 등을 마련하는 것 또한 필요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입원의학의 학문적 정립, 전공의 수련환경에 대한 입원전담전문의의 역할 정립 등 다방면에 걸친 의료계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하며, 본 사업 성패의 공을 오롯이 정부에 넘겨서만은 안 된다. 입원환자진료의 새로운 표준을 위한 입원전담전문의 본 사업의 시작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무엇보다도 환자들이 환영하는 제도에 다른 이해관계가 우선시되어서는 안된다. 얼마 전 열린 주최 국회토론회에서 나온 한 발표자의 발언을 빌리면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는 ‘내가 받고 싶은 의료’이며, 의료인의 한명으로서 바라볼 때 ‘모두가 받을 권리를 가진 의료’이다. 이번 본 사업 시행을 통하여 입원전담전문의가 필요한 전국의 모든 환자들이 쉽게 다가가고, 특별한 ‘사업’이 아닌 입원환자가 받을 수 있는 진료의 당연한 ‘표준’이 되기를 바란다.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 백신을 좀 더 지켜봐야하는 이유 2020-11-30 05:45:50
필자는 이전 칼럼(2020년 11월 2일자 칼럼)에서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 백신의 횡단성 척수염 관련 안전성 정보 공개가 불투명한 것과 식약처가 이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콕 집어 신속 허가를 심사하겠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 주(11월23일)에 아스트라제네카가 코로나 백신 임상시험의 중간분석 결과를 발표했는데 이 또한 매우 우려스러웠다. 그 내용은 2회 접종 중 첫 접종시 풀도즈(full dose)의 1/2 용량을 투여받은 2,741명에서의 유효성은 90%, 풀도즈(full dose)를 접종한 8,895명에서의 유효성은 62%였다는 점이다. 이 결과는 현재 미국을 중심으로 진행 중인 이중 맹검 3상 임상시험의 중간 분석 결과가 아니라, 영국에서 진행 중인 임상2/3상, 브라질에서 진행 중인 임상3상의 중간 분석 결과로서 코로나 환자 131 사례가 발생한 시점에서 분석한 것이었다. 문제는 서로 다른 임상시험을 합쳐서 중간 분석을 하고, 평균적으로 70%의 효과가 있다고 발표한 것이다. 서로 다른 임상시험, 심지어 투여 용법이 다른 임상시험의 결과를 제시할 때는 각각의 결과를 기술적으로(descriptive) 제시해야 하며, 합쳐서 평균으로 제시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참고로 코로나 백신 허가를 위한 최소 유효성 기준은 50%, 바람직한 유효성 기준은 70%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90%의 유효성을 보였다고 발표한 2,741명 데이터의 신뢰성이다. 미국 FDA는 코로나 백신 허가를 위한 3상 임상시험에 대해 최소 3만명의 데이터를 권고하고 있다. 이는 신뢰할 만한 안전성/유효성 데이터를 얻기 위해서는 최소 그 정도의 참가자가 필요하다는 감염역학/통계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2,741명은 3만명의 채 10%도 되지 않는 수이다. 또한 심지어 중간 분석 시점에서 확인된 코로나 발생 131 사례 중 몇 예가 2,741명 임상시험에서 발생했는지 조차 제시되지 않았다. 즉, 이는 지극히 탐색적인 수준의 참고 자료일 뿐이며, 신뢰할 만한 근거 수준이 전혀 되지 못하는 것이다. 또 회사에 따르면 2,741명에게 1/2 용량이 투여된 것은 본래 임상시험계획서에 명시되지 않았던 것으로서 연구진의 실수로 인했다고 한다. 임상시험 중 이런 투약 오류가 발생할 수는 있다. 그런데 지난 11월18일 Lancet에 발표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영국 임상2상 결과에 따르면, 분석 대상 560명 중 투약 오류는 1명(0.2%)에서 발생했다. 즉, 투약 오류가 일어날 수는 있지만, 그것은 매우 드물게 발생하는 것이며, 2,741명에게 일어났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임상시험은 중간중간 임상시험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모니터링이 돼야 하고, 임상시험용의약품(백신)의 배송은 일반적으로 전산적인 tracking이 되기 때문에 설사 배송 오류(1/2 용량이 full dose 로 잘못 배송)가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수천명에서 오류가 발생할 때가지 발견을 못했다는 것은 오히려 이 임상시험이 GCP(임상시험관리기준)에 따라 제대로 관리됐는지를 의심하게 하는 부분이다. 그러므로 아스트라제네카는 어느 부분에서 오류가 발생했는지를 명확히 밝혀야 할 것이다. 그리고 위에 언급한 대로 데이터의 신뢰 수준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과학자들은 저용량에서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반응이 더 높게 발생할 수 있다는 해석을 하고, 이런 의견들이 무분별하게 보도가 되고 있다. 그러나 위에도 언급한 11월18일 Lancet에 발표된 바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저용량, 고용량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항체의 역가, 중화항체의 역가, 세포면역 반응(IFN-γ 반응)의 정도 모두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그러므로 1/2 용량이 더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과학적 개연성이 매우 희박하기 때문에 만약 회사가 1/2 용량이 더 유효성이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반드시 대규모 임상시험으로 입증을 해야 할 것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이미 횡단성 척수염 부작용에 대해 불투명한 정보 공개로 Nature의 우려를 산 바 있다. 그런데 이번 백신의 유효성 발표도 이만저만 우려가 되는 것이 아니다. Nature 또한 필자와 동일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언론들은 마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최대 90% 효과가 있다고 보도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깝다. 과거 리아백스주는 실패한 3상 임상시험 결과의 채 10%도 안되는 데이터를 후향적 분석해 식약처의 허가를 받았다. 이 허가 과정에 여러 의혹이 제시돼 지난 국감에서 이슈가 됐고, 식약처는 이에 대해 내부 감사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코로나 백신의 최소한의 과학적 신뢰성을 위해 3만명 이상의 데이터가 필요함에도 그 10%도 되지 않는 데이터가 마치 매우 신뢰할만한 데이터인 것처럼 평가되는 것을 보면서 리아백스주의 부실허가가 악몽처럼 떠오르는 것은 필자의 지나친 과민반응이기를 바란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유효성은 미국에서 진행 중인 이중맹검 임상3상 결과가 나온 후 판단해도 전혀 늦지 않다. ※칼럼은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경쟁병원 이직, 과연 막을 수 있을까요? 2020-11-30 05:45:50
|노무칼럼|이동직 노무사(노무법인 해닮) 삼성은 세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1, 2위를 다투는 글로벌 기업이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닙니다. 스마트폰이 태동하던 시기 애플의 아이폰 3GS에 맞서 삼성이 내놓은 옴니아는 조악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앱을 실행하면 화면이 멈췄고 통화가 안 되는 경우가 잦았으며, 인터넷 연결도 자주 끊겼습니다. 삼성은 이를 교훈 삼아 영국 런던비즈니스 스쿨의 폴 게로스키 교수가 제시한 패스트팔로워(Fast follower) 전략을 실행합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후발주자인 삼성이 기술력을 바탕으로 퍼스트 무버(First mover)인 애플을 모방하며 빠르게 시장을 선점해가는 벤치마킹 전략인데, 삼성은 아이폰의 디자인과 유저인터페이스, 심지어 스마트폰 패키지까지 모방했다는 날선 비판을 받으면서도 갤럭시 시리즈 성공을 통해 현재 시장의 선도적 지위에 올라설 수 있게 됩니다. 결국 애플을 따라잡은 셈이지요. 성공가도를 한창 달리고 있는 원장님들도 패스트팔로워(Fast follower)를 두려워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산전수전 다 겪은 원장님 밑에서 의술을 수련하며 경영 노하우를 지켜보던 봉직의가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의 다른 병원에서 파트너 봉직의로 또는 개원의로 한정된 파이를 두고 모객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원장님의 그 심정은 이루 헤아리기 힘듭니다. 게다가 비슷한 병원 인테리어 컨셉에 유사한 의료장비를 갖추고 며칠 전 원장님 병원에서 갑작스레 그만둔 일 잘하는 간호사와 함께 하고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면, 원장님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 갈 겁니다. 이런 생채기를 남기지 않기 위해 조심성 많은 원장님들은 가까운 경쟁병원으로 이직하지 못한다는 약정을 핵심 직무를 맡고 있는 몇몇 잠재 패스트팔로워와 체결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전직금지약정'입니다. 전직금지약정이 헌법상 보장된 직업 선택의 자유와 충돌하긴 하지만, 대법원은 전직금지약정의 효력을 제한적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전직금지약정으로 인해 자칫 종전의 직장에서 배우고 익힌 바를 이용하는 업무에 종사하지 못하게 될 경우 근로자의 생계에 상당한 위협을 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먹고 살기 위해 기껏 고생해서 기술을 익혔는데, 더 이상 그 '생존' 기술을 사용할 수 없다는 건, 어찌 보면 어불성설이긴 합니다. 고개가 자연스레 끄덕여지는 판결이죠. 따라서 원장님이 봉직의와 호기롭게 체결한 전직금지약정이 법적 효력을 발휘하려면,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먼저 다른 병원으로의 이직을 금지할 정도로 경제적 가치가 있는 '영업비밀'이 존재해야 합니다. 여기서 영업비밀은 업계에서 비밀스레 통용되는 획기적인 지식이나 노하우를 뜻하는 게 아니라, 부정경쟁방지법이 정하고 있는 영업비밀을 의미합니다. 영업비밀의 요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정보가 공연히 알려지지 않았어야 합니다. 둘째,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지녀야 합니다. 셋째, 합리적 노력에 의해 비밀로 유지되고 있어야 합니다. 예컨대, 비밀번호를 설정한 보안시스템을 통해 영업비밀이 저장돼 있는 매체에 대한 물리적인 접근을 통제하는 등의 행위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이렇게 부정경쟁방지법이 정하고 있는 영업비밀의 엄밀한 요건을 갖춘다 하더라도 몇 개의 난관을 더 통과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전직금지약정이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으므로 취업제한 기간과 제한범위를 최소화해야 하고, 영업비밀 유지의 대가로 근속기간 중 기밀수당 등의 보상이 주어져야 하며, 퇴사 후 취업제한과 관련해 일정기간 보상이 이뤄져야 하는 등 근로자의 생계가 갈급해지지 않도록 갖가지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한 마디로 한두 장짜리 전직금지약정서를 작성한 것만으로는 의심의 여지없이 법적 효력이 발생하지 않으며, 전직금지약정이 법적으로 유효하도록 젖 먹던 힘까지 모아서 부단하게 애를 써도 모자를 수 있다는 소리입니다. 봉직의를 포함해 병원을 함께 키워나갈 핵심 직무 근로자들을 앞에 두고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전직금지약정서를 작성하며 신뢰와 상도를 부르짖었던 원장님들께 흔히 말하는 '현타'가 왔을 줄 압니다. 하지만 공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정령(政令)으로 이끌고 형벌로 다스리면, 백성들은 빠져나가고도 부끄러움을 모른다. 덕으로 이끌고 예로써 다스리면 백성들은 부끄러워할 줄도 알고 잘못을 바로잡게 된다." - 김원중, ‘인생을 위한 고전 논어’ 中 - 확약서나 약정서, 합의서나 동의서 따위의 종이 쪼가리로 무언가를 금지하거나 허용할 게 아니라 무엇을 얻을 수 있고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는지 비전을 제시하고 그 비전을 손수 실행에 옮기는 모습을 보인다면, 병원을 역량있는 근로자들과 오랫동안 함께 키워나가는 게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