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경영 칼럼|3불(不) 성과분석은 '하나마나' 2017-11-27 11:40:58
3불(不) 성과분석은 '하나마나' 성과분석 시즌입니다. 한 해를 정리하는 것은 환영하지만 한편으로 우울합니다. 십여 년 전 성과평가가 도입되어 이제 안정화됐나 싶어도, 방법론은 여전히 개선 중입니다. A 지자체 사례입니다. 기업지원 정책이 바이오, 헬스케어, ICT 등 업종별로 구분되나보니 한 개 기업이 다수 지원을 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중복 지원 평가는 없습니다. 성과의 과대포장은 불보듯 뻔합니다. A 지자체의 올해 지원기업 성과는 좋습니다. 실제로 작년보다 향상되었습니다. 그러나 방법론이 정교해지면 실적은 오히려 떨어져 보일 겁니다. 개선방향은 명확합니다. 본 사업을 진행한 과거 3년간의 실적 모두를 되돌리는 겁니다. B 기타공공기관 사례입니다. 지난 4년 R&D 예산이 2천억 원을 넘습니다. 외부기관에 의한 사업평가가 올해 처음이라 다소 의외입니다. 중장기 사업이니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내부 관리지표가 모두 단기성과이고 결과지표입니다. 당해 결과가 도출된다는 관리의 편의성 이외에 장점은 없어 보입니다. 5년이면 사업으로 인한 내외부 파급효과를 측정할 시기입니다. 그러나 이 사업은 단계별 성과를 정의하는 것부터 다시 시작입니다. 사업을 기획하고 지자체별 지부가 정책을 수행하는 C 준정부기관 사례입니다. 본사의 관심은 진행 중인 많은 사업이 각 지역에서 어떤 성과를 보이는 지로 귀결됩니다. 전년 대비 올해 향상 정도를 보되, 사업간 비교는 성과분석의 기본일 것입니다. 그런데 조직이 크고, 사업도 많고, 중간 관리자의 역량도 천차만별이다 보니 성과를 수평비교하기 여의치 않습니다. 다수의 유사 사업임에도 지표가 서로 다른 경우가 있습니다. 지역과 대상이 동일한데도 구분 기준이 서로 다르기도 합니다. 기준에 대한 명확한 논의 없이 시작된 사업별 평가 결과는 항상 유사하게 마무리되곤 합니다. 납득할 이유와 함께, 질적으로는 하향 평준화되는 것입니다. 개인이 실패하면 경험으로 남지만 조직은 그럴 여유가 없습니다. 경영진단(기관 전반의 경영분석)과 성과분석(사업 단위별 평가)이 적절히 배분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지속가능한 성과 향상에 대해 고민할 때입니다. 고주형 대표는 코넬대학교(미국 뉴욕), 대학원에서 보건의료정책·의료경영학 석사(M.H.A.)를 취득했으며, 美공인회계사이다. 미국 FTI Consulting Inc.의 FTI Healthcare과 삼일회계법인에서 근무했으며, 현재 헬스케어 경영컨설팅회사 캡스톤브릿지의 대표 컨설턴트로 재직 중이다. 국내외 병원, 연구소를 비롯한 바이오·헬스케어 기관의 성장전략과 실용화 방안 자문을 업으로 삼고 있다. 저서로 <의대 본과생에게(What they didn’t teach you in med school, 2015, 고주형)>가 있다.
|성형외과노트|골절 수술에서 코를 높이는 수술로 2017-11-15 12:17:26
골절 수술에서 코를 높이는 수술로 종합병원에서도 소위 '쌍꺼풀 수술' 혹은 '코 높이는 수술'을 하는지 질문받을 때가 있다. 답은 '한다'이지만 비중이 크지는 않다. 순수한 미용 목적의 수술은 환자들이 상업적인 광고를 보고 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종합병원까지 찾아오는 경우가 드물다. 이보다는 다른 문제로 종합병원을 찾았다가 부차적으로 미용 수술을 하는 경우가 더 잦다. 30대 초반의 젊은 남자 환자는 자전거를 타다 넘어지면서 응급실로 내원했다. 다행히 까진 상처 외에는 코뼈 골절만 관찰되어서 골절 수술(비개방정복술)&8201;을 하기로 했다. 보통 코뼈 골절의 경우 손상이 심하지 않으면 콧구멍에 집게 모양의 기구를 넣어서 교정한다. 뼈를 맞추는 것과 다름없지만 그 고통이 심하기 때문에 대개 전신마취를 한다. 또한 주저앉은 뼈를 다시 끌어올리기 때문에 예전보다 코가 높아져 보일 수도 있다. 종종 이런 설명 뒤에는 이번 기회에 다른 ' 업그레이드' 도 함께할 수 있는지 문의하는 경우가 있다. 손상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코뼈가 골절된 상태에서 위에 실리콘이나 조직을 이식해서 높이면 오히려 득보다 실이 될 수 있다. 코뼈 위에 층을 쌓아 높이는 것이기 때문에 골절된 상태처럼 바닥이 단단하게 지지하지 못하면 오히려 주저앉을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코뼈 골절이 잘 아물고 나서 몇 개월 뒤 이차적인 교정 수술을 한다. 코뼈 골절의 경우 철심이나 플레이트로 고정할 수 없기 때문에 나중에 아무는 과정에서 비대칭하거나 휘어진 모양이 남을 수 있다. 이런 이차적인 변형 때문에 골절 수술 이후 이차적인 코 수술을 계획하기도 한다. 이 환자의 경우 때마침 구직 중이어서 코뼈가 부러진 김에 코 성형수술을 하고 싶다고 했다. 평상시 인상이 너무 밋밋한 것이 불만이라는 것이다. 우선 골절된 부위가 잘 아무는 것이 중요해 골절 수술부터 진행했다. 만약 골절 부위가 삐뚤어진 상태로 아물면 나중에 교정하기도 힘들고 그 상태에서 실리콘 같은 보형물을 얹으면 오히려 비대칭한 모양이 두드러져 보인다. 내 또래였던 환자는 코뼈 골절보다 '업그레이드' 에 관심이 있던 탓에 골절 수술 후에도 외래에 잘 찾아왔다. 다행히 골절은 잘 아물어서 이차적으로 확대 코 성형술만 시행하기로 했다. 환자는 너무 수술한 티가 나지 않으면서 남성적인 인상을 가지면 좋겠다고 했다. 보통 확대 코 성형술의 경우 실리콘 보형물을 많이 쓴다. 하지만 이런 남자 환자에게는 진피조직을 종종 이용한다. 환자 역시 콧대가 날카롭게 도드라지는 것보다는 자연스러우면서 콧대가 높은 것을 원해 진피조직을 이용하기로 했다. 코뼈 골절과 달리 코 미용 수술은 부분 마취로 진행해 훨씬 수월하다. 우선 엎드린 상태에서 꼬리뼈가 있는 부위에서 검지손가락 크기만큼 조직을 채취해 목각인형을 깎듯이 모양을 잘 다듬는다. 그리고 코 피판을 들고 진피조직을 삽입하고 봉합 한 뒤 부목을 이용하여 드레싱한다. 수술 시간은 1시간도 걸리지 않았고 환자 역시 당일로 수술하고 퇴원했다. 후에 외래에서 다시 만난 환자는 결과에 만족했다. 혹시 주변에서 코가 높아진 것을 알아보지 않았는지 물어보았는데, 골절 수술한 것이 비뚤어 다시 재수술했다고 적당히 둘러댔다고 했다. 아직까지 남자들이 성형수술을 받았다고 고백하기에는 사회적인 눈치가 보이는 것 같다. ※본문에 나오는 의학 용어들은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실제 에이티피컬 병원에서 사용되는 외래어 발음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이 글은 박성우 의사의 동의를 통해 그의 저서 '성형외과 노트'에서 발췌했으며 해당 도서에서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
|성형외과노트|미용에서 외상까지……눈과 코 2017-11-04 05:30:00
미용에서 외상까지……눈과 코 한국은 성형외과가 포화상태이다. 강남역이나 압구정동, 청담동 거리에서 음식점보다 눈에 더 많이 띄는 것이 성형외과 간판이다. 1974년부터 성형외과가 전문 진료과목으로 수련과정을 인가 받은 이래 2015년까지 한국에는 1,200여 명의 성형외과 전문의가 자격을 취득했다. 초기 원로 성형외과 의사 및 종합병원에서 재직 중인 의사를 제외하고는 소위 개업한 진정한 성형외과 의사는 채 1,000명도 되지 않을 것이다. 2014년 기사에 따르면 강남 일대에서 성형외과 전문의가 하는 병원은 400여 개지만 '진료과목&8211;성형외과'식의 간판을 걸어놓고 운영하는 '비전문의 병원'은 2,000여 개를 넘는다고 한다. (아주경제 2014.8.14) 성형수술 잘하는 곳을 소개해달라는 부탁을 받을 때가 많다. 보통 잘한다는 소문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미용 수술은 성공률과 실패율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지표도 충분하지 않고 성공률보다 환자의 만족도가 더 중요하다. 그래서 나는 학술대회에서 들었던 팁을 대답 대신 들려준다. "병원 광고는 주로 수술 전후를 비교한 사진으로 홍보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사진 모델 중 눈, 코, 가슴 등 자신과 가장 닮은 수술 전 사진을 찾으세요. 그리고 그 모델의 수술 후 사진을 보고 원하는 결과가 눈에 보이면 그 병원에서 상담받아 보는 것이 좋습니다." 성형외과 전문의 선생님이 해주셨던 이 말이 가장 겸손하고 현실적인 조언이었다. 서양과 달리 동양권, 특히 한국 환자들의 성형수술은 얼굴 수술이 압도적으로 높다. 최근에는 육감적인 몸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달라지면서 가슴이나 엉덩이, 허벅지 수술도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눈과 코가 압도적이다. "성형외과 의사로 성공하려면 일단 눈, 코를 잘해야 한다." 이는 1년차 레지던트 때부터 듣던 성형업계의 불문율이었다. 외꺼풀이 많은 한국인의 특성상 쌍꺼풀 수술은 이제 기본 옵션이나 다름 없고 코 수술도 보편화 되었다. 코 수술 역시 매부리코나 휘어진 코 교정이 많은 서양과 달리 한국은 '높이는 수술'이 대다수이다. 이는 성형외과 학술대회에서도 마찬가지여서 코를 주제로 다루는 강연도 국내인지 서양권인지에 따라 그 초점이 서로 상반된다. 관심이 쏠리면 그만큼 대중들의 수준도 높아진다. 괴로웠던 질문 중 하나는 "저 연예인이 성형수술 어디 했는지 맞춰보세요" 라는 질문을 받을 때다. 물론 오랜 경험이 쌓인 선생님들이야 ' 딱 보면 척하고 ' 알 수 있다. 하지만 요즘 한국의 성형수술은 최대한 자연스러우면서 예쁜 게 가능할 정도로 높은 수준이어서 맞추기가 쉽지 않다. 틀리면 곧바로 "성형외과 의사라면서 이것도 못 맞추나요? 제가 더 잘 맞추겠어요" 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일반 여성 중 전문 의사보다 안목이 좋은 '성형 전문가'들이 많다. 미용 수술에 공식은 없지만 '대세'는 있다. 심지어 '깨끗하고 안전하게 절제'하는 원칙을 가진 암 수술도 시대에 따라 발전하고 변화한다. 미적 기준은 시대와 문화에 따라, 그리고 개인에 따라 다르다. 대세 속에서도 서젼, 개인이 선호하는 정도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쌍꺼풀 수술과 코 수술 쌍꺼풀 수술에도 오랜 전통의 절개법과 인기를 끄는 비절개법이 있다. 상안검 수술이라 하여 노화에 따라 윗눈꺼풀이 쳐지거나 선천적, 혹은 후천적인 이유로 눈을 잘 못 뜨는 질환의 환자들을 위한 교정 수술이 있다. 대표적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상안검 수술을 받았고 이후 뚜렷한 쌍꺼풀이 눈에 띄었다. 이를 응용하여 미용 목적으로 쌍꺼풀을 만드는 수술이 절개법이다. 문자 그대로 윗 눈꺼풀에 메스를 이용하여 절개해 교정하기 때문에 수술 자국이 보인다. 절개법으로 쌍꺼풀을 수술하면 재수술 시 교정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맞는 이야기지만 그만큼 고정력이 강하고 오래 유지되는 장점이 있다. 우리 몸은 한 번이라도 상처가 나면 염증을 거치는 상처 치유 과정을 겪기 때문에 예전과 달리 상처끼리 들러붙는 '유착'이 발생한다. 그러한 과정을 거쳐야만 상처가 단단하게 아물어 반흔이 되는 것이다. 절개법 역시 인위적으로 상처를 가하는 것과 같아서 윗 눈꺼풀에 영구적인 반흔이 남는다. 비절개법은 눈꺼풀에 바늘이 통과할 정도의 1~2밀리미터 정도의 얇은 절개창을 만드는 것이다. 절개창을 통해 보통 녹지 않는 실을 이용하여 인위적으로 쌍꺼풀 라인을 잡아준다. 비절개법이라 하여 원천적으로 절개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절개법에 비해 훨씬 작은 절개를 이용하여 영구적인 반흔을 작게 만드는 것이다. 대신 비절개법을 이용해 쌍꺼풀을 고정하는 실이 눈꺼풀 안에 남아있는 것이고, 이 실이 풀리는 경우 쌍꺼풀이 풀리는 것이다. 절개법에 비해 고정력이 약한 대신 혹여 수술이 잘못되거나 환자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교정이 쉽다는 장점이 있다. 코를 높이는 수술 역시 마찬가지다. 절개를 하는 방법에 따라 개방코성형술과 비개방코 성형술로 분류할 수 있고, 코를 높이는 데 쓰이는 재료와 봉합법에 따라 술기가 다르다. 각각의 술기 조합에 따라 수많은 수술 방정식이 도출되고 이는 환자의 개별적인 필요성에 따라 서젼이 선택하여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고심한다. 심지어 코를 높이는 교정 외에도 휘어진 코를 교정하거나 넓은 콧볼이나 콧구멍을 줄이는 방법 등에 따라 수술이 다르다. 수련받는 전공의 입장에서는 하나하나 차이를 구별하고 배우는 것도 머리 아프지만 한편으로는 다양한 조합 덕분에 흥미롭다. 코를 높이는 데 쓰이는 재료 중에는 몸의 연골이 있다. 귀의 연골을 채취하기도 하고 갈비 연골이나 코 중앙에 위치한 연골을 쓸 수도 있다. 꼬리뼈나 사타구니에서 진피지방층을 채취하여 사용할 수도 있으며 생체 재료 말고 실리콘 보형물을 맞는 크기와 원하는 모양으로 다듬어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조합식 역시 다양해서 귀 연골만 단독으로 사용할 수도 있고 서로 다른 연골을 같이 쓰거나 연골과 보형물을 동시에 사용할 수도 있다. 각각의 필요성은 환자에 필요한 수술 범위와 원하는 정도에 따라 달 라진다. 그래서 보형물만 콧등에 넣는 수술은 30분 만에 끝날 수도 있지만 선천기형이나 심한 외상으로 수술을 하는 경우 미용 목적일지라도 4~5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코 수술 시간이 짧다는 의미가 그만큼 수술을 잘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환자에게 개별적으로 필요한 계획에 맞추어 다양한 수술 방정식이 가능한 의사가 수술을 잘하는 것이다. 성형외과는 다른 의학 지식처럼 "A는 B다"라는 명제로 단언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미용을 다루지 않고서는 성형외과라 할 수도 없다. 그래서 눈, 코, 안면윤곽, 가슴 성형 등 모든 미용에 관련되어 항상 동일한 이야기가 반복된다. 수술 전 정확한 진단과 환자의 기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패하는 미용 수술은 잘못된 진단으로 환자가 원하는 방향과 다른 수술이 시행되는 경우다. 심지어 수술 이후 모습에 대해 '비현실적인 기대'를 하는 환자는 수술을 하지 말라는 금기가 있다. 미용 수술에서 절대적인 수술법은 없다. 환자 개인마다 최선의 수술법이 여러 선택지로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니 성형수술은 꼭 전문의와 상의하고 자신에게 맞는 수술법을 선택해야 한다. ※본문에 나오는 의학 용어들은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실제 에이티피컬 병원에서 사용되는 외래어 발음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이 글은 박성우 의사의 동의를 통해 그의 저서 '성형외과 노트'에서 발췌했으며 해당 도서에서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
|성형외과노트|성형외과의 흥미롭고 다양한 영역들 2017-11-01 05:00:11
성형외과의 영역들 성형외과 의사 중에 노벨상 수상자가 있을까? 정답은 '있다'. 주인공은 하버드 의과대학 주임 성형외과 교수였으며 세계 최초로 신장 이식을 성공했던 조셉 머레이(Joseph Murray) 박사다. 그는 1990년 '장기 이식'에 기여한 업적으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박사는 1954년 세계 최초로 쌍둥이 간에 신장 이식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장기 이식의 장을 열었다. 이후로도 1962년 세계 최초로 사체 신장 이식을 성공하였고 장기 이식에 관련된 수술법과 면역 억제제 발견 등의 많은 업적을 이루었다. 이제는 신장 이식이 보편화되었지만 수술을 처음 시행하고 발전시킨 이가 성형외과 의사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의사 중에도 드물다. 성형외과는 재건을 하는 데 있어 이식하는 수술이 근간을 이루고 있다. 어쩌면 플랩을 이용하여 결손 부위에 새롭게 살을 덧대는 사고가 자연스럽게 몸 속 장기도 이식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로 이어졌는지도 모른다. 피부 이식의 종류 성형외과 레지던트가 되면 초집도로서 '피부 이식편'을 채취하는 법을 배운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전동식 기계를 이용하여 허벅지나 엉덩이, 등처럼 평평한 곳에서 얇게 포를 뜨듯 피부를 벗겨내는 방법이 있다. 두께는 필요에 따라 조절이 가능하지만 0.3밀리미터 정도로 채취하면 종잇장처럼 얇고 투명하게 비친다. 이렇게 채취한 피부를 필요한 부위에 얹으면 피부가 이식된다. 이 방법은 플랩보다 훨씬 간편한 수술로 간단한 상처에서 화상까지 매우 유용하고 널리 쓰이는 방법 중 하나이고 가장 기초적인 단계의 피부 이식수술이다. 나아가 두꺼운 피부 전체와 근육, 뼈 등을 포함하는 플랩 수술이 있다. 이 수술은 앞에서 말했듯 독립적인 혈액순환이 가능한, 수술로 만들어낸 일종의 장기와도 같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신장 이식이나 간이식, 심장 이식은 모두 각각의 장기에서 나오는 혈관을 새롭게 연결해주어야 한다. 플랩 역시 '유리 피판술'이라 하여 플랩 혈관을 우선 끊고 이식하고자 하는 부위의 혈관에 장기를 이식하듯 연결하여 완성하는 수술이 있다. 이식 수술에서는 혈관을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1912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알렉시 카렐 박사는 '혈관 문합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당시만 해도 혈관을 서로 연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보편적이지 않았다. 중요한 혈관끼리 연결하는 기술인 '혈관문합술'은 핵심 기술이나 다름 없다. 본원은 세계적인 간이식 센터가 되었지만 초창기에는 간의 혈관을 문합하는 경우 성형외과 서젼들이 했다고 한다. 지금은 일반외과 서젼들이 모두 수행하지만 장기이식에 관한 성형외과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기록이다. 수술용 현미경의 발달과 미세수술을 위한 기구들이 발전하면서 현재 는 직경이 0.8밀리미터도 채 되지 않는 혈관이나 림프관도 서젼의 손으로 문합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 분야는 성형외과뿐만 아니라 이식외과, 신경외과, 정형외과에도 함께 포용되어 있다. 이식 수술 성공에 있어 가장 큰 장벽은 사람 몸의 면역 체계이다. 수혈을 할 때 혈액형에 맞추어 하듯, 장기이식 역시 면역체계를 넘어서야 한다. 정상적인 사람에게 다른 사람의 장기를 이식하면 우리 몸은 이를 외부물질로 인식해 균이 침입하면 방어하듯 면역 체계가 발동하고 면역 세포들이 이식된 장기를 공격해서 제거한다. 면역 억제제가 장기이식에 있어서 또 다른 핵심 기술인 것이다. 최초의 신장 이식을 시행받았던 환자는 일란성 쌍둥이었기에 이런 고민은 없었다. 하지만 친족, 나아가 면역체계가 다른 사람의 장기를 이식받기 위해서는 받는 사람의 면역을 억제해서 생착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피부 이식이나 플랩 수술은 자신의 조직을 써서 이식하는 '자가조직이식술 Autograft'이기 때문에 면역억제가 따로 필요 없다. 장기이식의 새로운 장을 열었지만 정작 다른 사람의 조직을 이식하는 수술은 그동안 큰 발전이 없었다. "여기 내 뱃살 좀 가지고 가라." 뚱뚱한 사람의 살을 떼어 마른 사람에게 이식해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리는 방법은 농담일 뿐이다. 첫째는 우리 몸에서 이미 여분의 살, 주로 배나 엉덩이, 허벅지 등에서 플랩을 채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피부는 다른 장기와 달리 면역 거부 반응이 가장 심한 조직이어서 이를 넘어서기 위한 면역 억제제의 발전이 필요했다. 안면이식 하지만 아무런 발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영화 '페이스 오프'는 선과 악을 맡은 주인공들이 서로 얼굴을 바꿔 이식한 뒤 벌어지는 흥미진진한 이야기이다. 당시만 해도 불가능하리라 여겼던 수술이 이제는 가능해지고 있다. 2005년 프랑스에서 개에게 얼굴을 물어뜯겨 양쪽 뺨과 턱까지 아래쪽 얼굴을 잃은 여성이 최초로 안면이식을 받았다. 당시만 해도 이 사건 은 세계적인 이슈여서 국내에도 뉴스를 통해 소개되었다. 그리고 2015년 11월 미국 뉴욕대학교 성형외과 로드리게스 박사 팀에 의해 두피에서 목에 이르는 역사상 가장 극단적인 범위의 안면이식이 성공했다. 이 수술은 CNN에 대대적으로 소개되었는데, 환자는 화상 흉터로 뒤덮인 얼굴 대신 완전히 새로운 얼굴을 이식받았다. 안면이식은 단순히 피부만 이식하는 것이 아니라 눈, 코, 입 등 표정을 만들어내는 근육과 신경, 교합이라고 하여 위턱과 아래턱까지 잘 맞아 떨어져야 하는 등 고려할 사항이 많다. 물론 다른 사람의 얼굴을 이식받는 데에는 윤리적인 이슈가 있다. 몸에 보이지 않는 간이나 신장은 괜찮을지 몰라도 사람의 얼굴이 바뀌는 안면이식은 환자나 대중 모두에게 심리적인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다. 현재까지 한국에서는 안면이식이 성공적으로 시도된 적이 없다. 성형외과 의사가 8명 이상 붙어 수술 해도 20시간 넘게 걸리는 수술이라 하니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 외에도 팔과 다리를 잃은 환자들을 위해 통째로 이식하는 수술 역시 발전 중에 있다. 의수나 로봇팔을 이용하여 환자를 돕는 기술 역시 두드러지지만, 다른 사람의 팔을 이식해서 기능을 되찾는 수술도 멀지 않다. 공상과학 소설에서 보듯 사람의 장기나 팔, 다리를 부품 교체하듯 로봇으로 만들거나 혹은 생체 재료로 다른 이의 장기를 이식하는 등의 상상이 조금씩 현실화되는 것이다. 지방이식 또 다른 이식은 강남이나 압구정 성형외과에서 많이 시행하고 쉽게 접할 수 있는 지방이식이다. 자신의 뱃살이나 엉덩이, 허벅지에서 지방을 빼내 얼굴이나 가슴, 혹은 흉터 등에 주입하는 것이다. 지방흡입과 지방이식은 다르다. 지방흡입의 경우 대개 피하지방을 제거하는 과정을 뜻한다. 초음파나 진동파장을 이용해서 지방 세포를 분해하고 그것을 쭉 뽑아낸다. 허벅지나 엉덩이, 뱃살 등을 인위적으로 단시간 내에 제거하는 방법이다. 반면 지방이식은 지방을 채취해서 부족한 부위에 채워 넣어준다. 그래서 이 역시 채취한 지방이 잘 생착하여 살아남아야 한다. 생착되지 못한 지방은 괴사가 되어 딱딱하게 멍울처럼 만져진다. 현재 기술로는 이식한 지방이 100퍼센트로 살아 남을 수 있는 기술은 없다. 대개 이식한 부피의 60~70퍼센트 정도만 살아 남는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이마나 볼, 가슴 등에 지방이식을 할 때는 목표한 부피보다 더 빵빵한 느낌이 들게 이식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원하는 부피만큼 살아남아 효과를 낸다. 특히 채취하는 과정에서 지방 세포들이 파괴되지 않게 조심해야 돼서 지방흡입보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섬세하게 수술한다. 한편 지방이식은 다른 측면에서 발전을 이루고 있다. 한동안 떠들썩했던 줄기세포는 배아에서부터 연구가 시작되었지만 현재는 성체인 사람에게서도 채취하는 방법이 있다. 특히 우리 몸의 지방 역시 줄기세포를 공급할 수 있는 훌륭한 자원이다. '지방유래 줄기세포'(Adipose derived stem cell)라 불리는 성인 지방에서 채취한 줄기세포는 배아에서 채취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생명 윤리적 측면에서 보다 자유로워 줄기세포 연구에 활력을 더하고 있다. 성형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성형외과 광고 중 지방유래 줄기세포를 이용한 시술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지방유래 줄기세포가 상처 치유나 항노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 속에 전 세계 성형외과 의사들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성형수술은 사회 이슈처럼 비춰질지 몰라도 성형외과학은 엄연히 의학의 학문적 갈래이다. 먼 미래의 성형외과는 어떤 모습일까? 더 이상 수술이 필요하지 않으리라는 상상도 한다. 줄기세포나 이식수술 등이 발전을 이루면 수술 없이 간단한 주사만으로도 주름이 펴지고 코가 높아지며 쌍꺼풀이 생기는 날이 올 것이다. 그중 일부는 이미 현실에서 시행되고 있다. 재건 분야 역시 피부이식이나 플랩 수술 없이 연고 바르듯 상처에 뿌리면 조직이 모두 재생되는 미래가 올지도 모른다. 도마뱀 꼬리가 잘리면 다시 자라나듯 사람에게 유전자 주사를 놓으면 노출된 상처도 순식간에 낫는 게 가능할지 모른다. ※본문에 나오는 의학 용어들은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실제 에이티피컬 병원에서 사용되는 외래어 발음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이 글은 박성우 의사의 동의를 통해 그의 저서 '성형외과 노트'에서 발췌했으며 해당 도서에서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
|성형외과노트|성형외과의사의 기본 단위, 플랩 2017-10-25 12:00:15
기본 단위, 플랩 성형외과 의사를 성형외과 의사답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자질은 무엇일까? 섬세한 손일까 뛰어난 미적 감각일까. 성형외과 의사를 다른 과 의사들과 구분 짓는 것은 플랩(Flap)에 대한 이해이다. 성형수술은 다른 수술과 달리 유일하게 창조를 업으로 삼은 영역이다. 일반적인 수술은 몸에서 무언가를 제거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성형은 미용과 재건의 영역 모두에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플랩의 사전적 의미는 '제공부로부터 수용부에 옮겨지기까지 자신의 혈관 내 순환을 유지하는 피부와 다른 조직의 한개 단위'이다. 처음 플랩을 접했을 때 그 뜻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고 와닿기까지도 제법 시간이 걸렸다. 장기를 개별적으로 지칭하는 해부학적 용어와 달리 플랩은 수술과 밀접하게 고안된 개념이다. 성형수술 중 보형물이나 필러 같은 외부 물질을 사용할 수도 있다. (플랩은 번역하면 '피판'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원어 그대로 '플랩'이라 쓰기 때 문에 본문에서는 플랩으로 표기하였다.) 하지만 우선적으로 여분의 '살덩이' 조직을 부족한 부위로 옮겨 이식하는 것이 기본 원리이다. 뱃살을 유방 재건수술에 쓰는 것이나, 코끝을 높이기 위해 귀의 연골을 사용하는 것을 떠올리면 된다. 수술 중 필요한 피부나 근육 조직을 뭉텅 떼어내서 붙인다고 붙는 것은 아니다. '생착 '이라 하여 떼어낸 '살덩이 ' 조직이 원하는 부위에 살아서 부착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생착에 필수적인 것이 혈액순환이다. 만약 점토처럼 떼어내서 붙이는 대로 다 붙을 수만 있다면 누구아 성형외과 의사가 되지 않았을까. 여기서 필요한 게 플랩이다. 이식하는 피부나 근육, 뼈 등의 조직을 플랩이라고 지칭하는데, 플랩은 혈액순환이 가능해야 한다. 그래서 성형수술에서 기본을 이루는 단위가 바로 ' 플랩 '인 것이다. 예를 들어 외과 서젼에게 기본 단위는 위, 간, 대장, 소장 같은 내부 장기일 것이다. 흉부외과 서젼에게는 심장, 폐 등이 수술의 단위이다. 성형외과 의사에게는 플랩이 하나의 단위이자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루어야 하는 무기와도 같다. 플랩의 기능 의과대학 시절, 교수님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우리 몸에서 가장 큰 장기는 무엇인가?" 흔히 장기라고 생각하면 몸 안에 있는 물컹물컹하고 징그러운 무언가를 떠올린다. 해부 실습 기억을 떠올리며 '뇌인가? 간이 더 큰가? 소장을 길게 늘리면 가장 크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정답은 ' 피부'였다. 피부 역시 우리 몸을 구성하는 장기로 외부로부터 보호하는 장벽의 역할과 함께 땀을 배출하고 수분을 흡수하는 등 항상성 유지에 중요한 기능을 갖는다. 교수님의 질문은 장기에 대한 우리의 편견을 맹점으로 삼은 질문이었다. 혈액순환은 단순히 빨간 피가 혈관을 타고 흐르는 것이 아니다. 혈액 속에 포함된 산소와 영양분이 우리 몸 구석구석을 돌면서 공급하는 것이다. 뇌, 폐, 심장 등의 장기뿐만 아니라 피부 역시 이런 혈액순환으로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는다. 뇌는 뇌혈관을 따라 심장은 심혈관을 따라, 각각의 장기는 장기로 향하고 나오는 동맥과 정맥에 의해 혈액순환이 유지된다. 그럼 피부는 어떤 혈관으로부터 공급받을까 ? 피부 혈관이라는 혈관이 있을까 ? 평소 인체에 관심이 있었거나 의학 다큐멘터리를 유심히 보았다면 우리 몸의 혈관이 얼기설기 네트워크처럼 얽혀 있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피부 역시 그렇게 형성된 네트워크의 일부이지만 각각의 피부에는 들어가고 나가는 혈관들이 존재한다. 천공지(Perforator)라 하여 몸 속 깊은 혈관에서부터 근육이나 근막을 뚫고 피부로 혈액순환을 담당하는 혈관들이 있다. 연구에 의하면 우리 몸에는 대략 400여 개에 이르는 천공지들이 피부로 출입하고 있다. 마치 온 몸에 혈관 지도가 그려진 것과 같다. 초능력자처럼 피부를 보면 그 밑에 흐르는 혈관들이 성형외과 의사 눈에는 상상이 되어야 한다. 그 지도에 맞추어 플랩을 디자인하고 떼어내어 점토를 붙이듯이 쓰는 것이다. 그 과정은 피부라는 거대한 장기에서 필요한 만큼의 '살을 발라내어' 혈액순환이 가능한 독립적인 장기를 창조하는 것과 같다. 보통 ' 플랩을 든다' 라고 표현한다. 그래서 성형외과 수술에 쓰이는 플랩은 종류가 수십 가지이며 이제는 자유자재의 디자인으로 플랩을 드는 방법도 사용된다. 그 차이가 성형수술을 단순히 눈에 보이는 과정만 보고 따라 한다고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는 이유일 것이다. 플랩은 독립적으로 혈액순환을 유지하는 혈관을 그대로 발라내어 옮기는 방법도 있고 그 혈관을 끊고 이식하려는 부위의 다른 혈관에 이어서 옮기는 방법도 있다. 플랩을 이용하여 성형외과 의사는 코도 만들 수 있고 혀와 식도도 만들 수 있으며 뼈도 플랩에 포함시켜 팔, 다리 재건도 가능하다. 또한 종잇장처럼 얇은 피부의 일부나 연골 등은 독립적인 혈관 없이도 생착이 가능해 혈액순환 없이 이식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플랩과 달리 '이식편 Graft' 이라고 한다. 하지만 보다 큰 부피의 살덩이 조직을 성형수술에 이용하기 위해서는 플랩의 탄생과 발전이 필수적이다. 플랩이 없었다면 지금의 수많은 창조 작업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플랩의 개념은 쌍꺼풀 수술이나 안면주름 성형술 중 하나인 페이스 리프트 같은 수술을 설명하고 이해하는 데도 쓰인다. 그러니 플랩을 성형외과의 기본 중에 기본이라고 칭할 만하지 않을까. ※본문에 나오는 의학 용어들은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실제 에이티피컬 병원에서 사용되는 외래어 발음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이 글은 박성우 의사의 동의를 통해 그의 저서 '성형외과 노트'에서 발췌했으며 해당 도서에서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
|병원 경영 칼럼|병원 조직문화와 유통기한 2017-10-23 05:00:40
병원 조직문화와 유통기한 상소 분위기로 본 병원인사와 조직문화 조선시대 상소의 주제는 다양했습니다. 정치, 경제, 국방에서 풍속까지 국정 현안에 이릅니다. 순기능도 있었고 개인 폭로로 악용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론적으로 누구나 올릴 수 있었으나, 조정의 치부를 드러내고 왕의 심기를 거스를 경우 서울 성균관이건 지방 향교 유생이건 뒷감당을 예상할 수 없습니다. 공론화 과정은 민주적이라도 결과는 그렇지 않으니, 상소의 소통방식은 투박합니다. 병원의 소통문화를 짐작하는 방법 중 하나는 보직자 회의 분위기를 보는 것입니다. 판단 기준은 기관장이 경영회의를 의견을 '구하는 곳'으로 여기는지, 아니면 본인 의견을 '전달하는 프로세스'로 여기는지로 나뉩니다. 외형(의료수익, 임직원 수) 기준 국내 30위권 종합병원 사례입니다. A병원장은 전자인 의견을 '구하는 곳'으로 보직자회의를 적극 활용합니다. 엄하기로 소문한 A병원장의 회의 분위기는 대단히 엄숙합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병원장의 중재 없이도 참석자들의 의견이 자유롭게 오갑니다. 각 직종간 특이성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느껴지며 의견이 한 곳으로 모입니다. 파행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A병원장은 임기 초기 색깔이 불분명한 보직자를 구성했다는 평이 있었습니다. 강한 성격에 다양한 노선의 보직자가 혼재하여 병원장 리더십에 상처를 입을 것이라 예상은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개인적 충성(忠誠)은 없어도 됩니다. 조직에 대한 충언(忠言)이 있는 구성원을 바랍니다"는 A병원장의 희망은 어느 정도 이루어졌습니다. 본인 의견을 '전달하는 프로세스'의 장으로 활용하는 B원장의 회의입니다. 부서별 중간관리자의 시선이 A병원과 다릅니다. 원장만 바라봅니다. B원장이 호명하며 의견을 묻지만, 보직자들은 B원장의 의중대로 답변합니다. B병원은 대규모 시설 유치로 재무구조가 취약한 실정입니다. 병원 현원은 정원을 한참 넘어서지만 채용은 계속 이루어집니다. 계층구조가 비정상적인 것도 모자라 유사 규모 병원과 비교해도 인력은 비대합니다. 공개된 자료만 봐도 조직문화가 어떨지 예상할 수 있습니다. 자기 자리로 돌아간 보직자들의 회의 분위기는 경영회의와 유사할 것입니다. B병원 조직문화에 회의란 없습니다. 조직문화는 유지하는 노력을 요구 조직문화를 정의하는 데 국공립과 민간의 구분은 없습니다. 임기가 정해진 기관장과 평생 소유주인 민간 경영인도 긍정적인 조직문화를 유지하는 유통기한은 있습니다. 군주론의 니콜로 마키아벨리가 "다수를 설득하기 쉬우나 그들을 설득한 상태로 유지하기는 어렵다"고 한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헬스케어 시대에 대응할 창의인재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외부에서라도 수혈해 조직문화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합니다. 필자는 '창의인재 육성과 조직활성화'를 이렇게 해석합니다. 함께 생각하고, 고민하고, 이야기하는 과정 속에 바꾸고, 잊어버리고, 포기하고, 뒤집는 숙고의 조직문화가 쌓였을 때, 전혀 예상치 못한 기회를 만나 창의인재로 육성되는 것입니다. 전략적 포지셔닝으로 목표지점을 잡더라도 실행 주체인 구성원이 창발적으로 통합하는 시각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조직문화 유통기한의 기준은 인사 병원은 다직종 조직입니다. 전투기 조종사 빼고 다 있다고들 합니다. 그만큼 관심을 가져야 할 집단이 많고, 힘의 우위에서 밀려난 직종일수록 피해의식은 큽니다. 보직자의 작은 언행이 오해를 부르기도 합니다. 직종별로 그들의 손을 잡아주는 것, 같은 직종 내에서도 부서(진료과), 직급, 지역에 따라 관심을 표현하는 것은 경영자의 의무입니다. 비를 대신 맞아주는 기관장, 때로는 특정 직종을 대변하는 보직자의 진심이 인재경영의 일부이어야 합니다. 인사는 조직 내부 경영 성공의 잣대입니다. 인사 실패는 조직문화의 병목을 일으키고 전략의 실패로 이어집니다. 인사는 제도의 문제와 운영의 품격이 동시에 검토될 때 성공 가능성을 높입니다. 성추행으로 기관장이 물러나는 이슈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낮은 급여에 과도한 업무로 고통받는 직종이 존재하는 병원의 병폐는 다양한 모습으로 표현될 것입니다. 개선 이슈가 명확할 때 내외부 조언을 구하고, 적절한 사람을 치우치지 않게 배치하고, 정직하게 평가하고 윤리적으로 포상할 때 조직문화는 움직입니다. 리더십의 방향성을 정성껏 정의하고, 권한을 배분하고, 실행결과를 점검하는 과정이 선순환 구조를 이루는 것, 이것이 병원인사와 조직문화 활성화전략입니다. 적절한 인사로 조직문화의 유통기한이 정의됩니다. 조직 구성원의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순수하다는 가정이 필요합니다. 조직문화 활성화 성패는 기관장 의지와 구성원 대응이 빠르게 선순환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에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 병원의 기반은 인사입니다.(캡스톤브릿지 고주형 대표) 고주형 대표는 국내외 병원, 연구소를 비롯한 바이오 헬스케어 기관의 성장전략과 실용화 방안 자문을 업으로 삼고 있다. 코넬대학교(미국 뉴욕), 대학원에서 보건의료정책·의료경영학 석사(M.H.A.)를 취득했으며, 美공인회계사이다. 삼일회계법인과 미국 FTI Consulting Inc.의 FTI Healthcare에서 근무했으며, 현재 헬스케어 경영컨설팅회사 캡스톤브릿지의 대표 컨설턴트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의대 본과생에게(What they didn't teach you in med school, 2015, 고주형)'가 있다.
|성형외과노트|꿰매기의 달인 2017-09-26 12:00:35
꿰매기의 달인 성형외과 의사의 기본은 봉합이 아닐까. 미적 감각과 해부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일지도 모르지만 그 모든 것에 선행되어야 하는 기초는 결국 봉합이다. 물론 성형외과 수술은 다양하기 때문에 봉합이 중요하지 않은 수술도 있다. 하지만 피카소의 전위적인 그림도 기본에서 출발했던 것처럼, 성형외과 또한 봉합에서 출발해야 한다. 모든 기술이 처음부터 익숙할 수는 없다. 1년차 전공의가 봉합에 익숙해지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 드레싱 제품에 한 땀 한 땀 연습을 한다. 사람 살결보다 훨씬 말랑말랑한 드레싱에 6-0 에칠론 실을 이용한다. 일직선으로 줄을 긋고 칼집을 낸 다음 봉합을 하는 것이다. 글씨 연습하듯 줄을 맞춰 하다 보면 우선적으로는 기구가 손에 익게 된다. 두 번째, 수술장에서 선배의 지도 아래 실습하는 것이다. 한 땀 한 땀 긴장된 손으로 실제 살결을 꿰매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응급실에서 열상 환자들이 왔을 때 상처 봉합의 경험을 쌓는 것이다. 그렇게 수천 번 꿰매다 보면 어느새 기계처럼 꿰매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제각각인 살결들 한 땀 한 땀 꿰매다 보면 공방이 떠오른다. 기술이 발달해도 가죽 가방을 만드는 공정은 노동집약적인 과정이다. 동물의 가죽은 어느 하나 똑같은 것이 없다. 어떤 가죽은 두껍고 질기고, 또 어떤 가죽은 파인 곳이 있고 반대로 매끈한 최상품도 있다. 가죽의 개별적 특성을 파악하고 원하는 가방을 만들기 위해 재단하고 배접하는 과정 자체를 일괄적으로 통일할 수가 없다. 그래서 손이 많이 가는 가방의 가격이 비싼 것이다. 성형외과 봉합도 마찬가지다. 사람의 살결은 제각각이다. 수술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그 차이를 극명하게 느낄 수 있다. 매끈하게 박리가 잘되는 살결이 있는가 하면 지방과 피부가 단단해서 메스마저 잘 들어 가지 않는 살결이 있다. 80대 노인의 늘어진 살결이 있는가 하면 생후 100일이 안 돼 탱글탱글한 살결도 있다. 그렇기에 살결의 특성에 맞추어 매끄럽게 봉합하는 것이 수술의 기본일 수밖에 없다. 층층에 맞추어 봉합하는 것, '레이어 바이 레이어(Layer by Layer)'라 불리는 요령이 있다. 피부는 맨 위 표피층부터 시작하여 진피층, 지방, 근막, 근육 등 케이크의 층처럼 구분되어 있다. 이런 해부학적 구조를 이해하는 것은 수술에서 매우 중요한데, 마지막 봉합 역시 각각의 층별로 봉합하거나 층을 한 번에 묶어서 봉합하는 방법 등 상황에 따라 다르다. 흉터를 최소화하기 위해 각각의 층은 층별로 봉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근육은 근육끼리 봉합하고 근막은 근막끼리 봉합하고 피부는 피부끼리 봉합한다. 그래야 수술한 부위가 움푹 들어가거나 바닥에 눌어붙은 것 같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방수가 될 정도의 봉합, '워터타이트'(Watertight라 불리는 기초가 있다. 상처를 봉합했는데 울퉁불퉁하고 피부가 울면 흉터가 보기 싫게 생긴다. 각각의 면을 매끈하고 접합하듯이 봉합하는 것, 즉 물이 한 방울도 침투하지 못할 정도로 단단하게 꿰매는 것이다. 이는 주로 진피층을 봉합할 때이다. 얼핏 보기에는 피부에 보이는 실밥 자국이 가지런하면 예쁘면 잘 꿰매진 것이라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눈에 보이지 않는 숨은 진피층을 어떻게 꿰맸는가가 중요하다. 녹는 실을 이용해서 상처 면의 높낮이와 장력을 잘 분산시켜 봉합해야 흉터 예방에도 좋고 상처도 빨리 잘 아문다. 가죽 가방에서 눈에 보이는 표면의 박음질보다 가방의 뼈대를 만드는 배접과 눈에 보이지 않는 안쪽 박음질이 중요한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래서 녹는 실을 이용해서 진피층만 훌륭하게 꿰매놓으 면 그 자체로 90퍼센트는 완성된 것이나 다름 없다. 몇몇 의사들은 마무리로 피부를 꿰매지 않고 의료용 본드나 테이핑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경우 실밥 자국이 남지 않는 장점이 있다. 다소 느슨하게 피부를 괴롭히지 않고도 장력을 유지하는 정도. 성형외과 전공의가 봉합에서 제일 많이 꾸중을 듣는 부분이다. 우리가 얼굴 에 쓰는 실은 6-0 또는 7-0 정도의 규격인데 두께가 0.05밀리미터에서 0.07밀리미터로, 어린아이가 힘을 주면 툭 하고 끊어질 정도이다. 얇은 실을 이용해서 겉 피부를 꿰매는 데 힘을 조금이라도 세게 주면 잘 끊어진다. 꽉 꿰매는 것과 느슨하게 꿰매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어렵냐고 묻는다면 느슨하게 꿰매는 것이라 답하고 싶다. 1년차 때 제일 힘들었던 것이 적정한 긴장도에서 느슨하게 꿰매는 것이었는데 연차가 올라가도 여전히 어려웠다. 상처에 실밥 자국이 남는 대부분의 이유는 봉합할 때 너무 세게 조이기 때문이다. 교수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피부에 살짝 얹는' 느낌으로 해야 한다. 순전히 손끝의 감과 경험이다. 초밥 장인이 손에 적당량의 밥을 알맞게 쥐는 것과 같다. 한 점 손에 쥘 때마다 밥이 과도하게 눌리지 않으면서도 모양을 유지할 수 있게끔 말이다. 자신이 의식하기도 전에 미세하게 실의 긴장도를 조절할 수 있을 정도가 되면 성형외과 의사가 다 되었다고 할 만하다. 나아가 미세문합술이라고 하여 1~2밀리미터 두께의 혈관을 사람 손으로 꿰맬 수가 있다. 성형외과 재건수술에 이용되는 유리 피판술뿐만 아니라 간이식 수술에서 혈관을 이을 때 거대 현미경을 통해 봉합하 는데 이때 쓰이는 실은 9-0, 10-0 정도 규격이다. 0.03밀리미터와 0.02 밀리미터의 굵기인데 사람의 머리카락 굵기가 보통 0.06밀리미터에서 0.08밀리미터이니, 머리카락 굵기의 반도 되지 않는다. 그래서 수술 중 한 번 읽어버리면 맨 눈으로는 도저히 찾기 힘들 정도다. 현미경으로 보면 크게 확대되어 보이지만 겉에서 보면 깨작거린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다. 성인 몸의 2~3배 정도 크기의 육중한 현미경을 수술 부위에 두고 두 명의 서젼이 마주보고 앉는다. 이어 이식할 장기나 피판을 떨어지지 않게 위치시킨다. 대략 이어폰 줄 굵기 만한 혈관을 잇기 시작하는데, 잇는 방법에도 다양한 기술이 상황에 따라 바뀐다. 원통형 모양을 따라 8땀에서 15땀 정도 굵기와 혈관 탄력에 따라 꿰 맨다. 수술 현미경의 경우 보통 4배에서 40배까지 확대되기 때문에 최대 배율에서는 거즈의 미세한 구멍까지 큼지막하게 보인다. 반면 미세한 손 떨림도 지진처럼 느껴진다. 첫 미세수술 어시스트를 섰을 때 긴장한 탓에 현미경을 통해 본 나의 손가락이 마치 파킨슨병 환자 손처럼 떨리는 것 같았다. 다른 수술에서는 볼 수 없는 현미경 속 세상이다. 현미경을 앞에 두고 첫 미세수술 어시스트를 섰을 때의 두근거림은 아직도 생생하다. 미세수술은 성형외과 고유의 영역이 아니다. 흉부외과, 신경외과, 정형외과 역시 미세수술을 시행한다. 하지만 미세수술을 빼놓고는 성형외과를 논할 수 없기에 꿰매기 장인의 마지막 단계라 일컫는 것이다. 서젼의 기본인 봉합. 하지만 다른 과보다도 더 정교하고 미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성형외과의 봉합이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응급실에 턱을 찧거나 어딘가에 부딪혀 상처가 난 꼬마 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모님들이 외친다. "성형외과 선생님 좀 불러서 꿰매게 해주세요." ※본문에 나오는 의학 용어들은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실제 에이티피컬 병원에서 사용되는 외래어 발음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이 글은 박성우 의사의 동의를 통해 그의 저서 '성형외과 노트'에서 발췌했으며 해당 도서에서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
|성형외과노트|성형외과의 기본영역…미용과 재건 2017-09-13 12:30:39
성형외과 기본영역…미용과 재건 종합병원은 협진 또는 협의 수술을 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서로 다른 두 분야의 서젼 외과의&8201;들이 한 사람의 수술에 동시에 또는 차례로 참여하 는 것이다. 암 수술의 경우 간이나 위, 대장 등에 발생한 암이 주변으로 전이되면 같이 절제해야 하는데 이때 빠지지 않는 과가 성형외과다. 협진 수술에는 '성형외과 장인이 꿰매주는 상처 봉합'이 생각보다 잦다. 흉터에 극도로 예민한 환자의 경우 다른 과에서 수술받고도 배나 팔, 가슴 등의 상처를 봉합할 때 꼭 성형외과 의사를 불러달라고 신신당부한다. 그런 협진은 주요 수술은 다 끝나고 성형외과 의사가 상처만 봉합하러 들어간다. "선생님네서 봉합해도 되는데 왜 꼭 성형외과에 부탁할까요? 저희보다 더 잘하실 텐데요." 우리 쪽에서 미안한 기색을 보이면 "그러게요. 환자가 수술보다 흉터에 더 예민해서요. 그래도 잘 부탁드립니다" 라는 답이 돌아온다. 꿰매기 장인의 품격이 느껴지게 한 땀 한 땀 정성들인 봉합과 함께 수술이 끝나면 환자는 우리에게 매우 고마워한다. 이와 달리 절실한 상황도 있다. 반복적인 복부 수술, 혹은 복막염이나 상처 감염으로 인해 어른 손바닥만 한 복부의 상처가 안 닫히는 경우다. 사람의 배는 골칫덩어리인 뱃살만 있는 것이 아니라 복막, 복부근육, 근막, 연부조직 등 여러 겹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복벽에 결손이 있거나 다른 합병증의 이유로 '배가 닫히지 않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성형외과에 연락 좀 해봐. 여기 환자 배가 안 닫혀!" 수술실에 도착하면 복압을 견디지 못하고 창자가 삐져나오는 경우도 있고, 아무리 양쪽에서 당겨도 상처가 맞닿지 않기도 한다. 때로는 복압을 낮추는 처치와 함께 장기의 붓기가 빠지기를 기다리며 중환자실에서 관찰하는 경우도 있다. 그냥 당겨서는 맞닿지 않는 복부를 여러 겹의 '살을 발라서' 피판 수술로 해결하기도 한다. 성형외과에는 '복벽 재건Abdominal wall reconstruction' 이라는 분야가 따로 있다. 성형외과 의사는 배의 상처를 미용적으로 예쁘게 꿰매기도 하지만 닫히지 않는 상처투성이 복벽을 재건하기도 한다. 대다수 사람들이 성형외과는 미용 수술만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성형 강국인 한국에만 존재하는 선입견이 아니라 대다수의 나라에서도 그렇다. 성형수술은 크게 '미용 수술' 과 '재건수술'로 나눌 수 있다. 미용 수술은 우리가 흔히 아는 미모를 업그레이드하는 수술을 말한다. 대중화된 성형 인식 덕분에 쌍커풀 수술, 코 수술, 가슴 수술 이렇게 해당 부위에 수술만 갖다 붙혀도 미용 수술로 알아 듣는다. 재건수술은 정상적이지 않은 부위를 정상적인 형태로 만드는 수술을 말한다. 선천적인 기형이나 사고, 혹은 암 수술 등으로 발생한 결손 부위에 정상적인 '형태'와 '기능'을 갖추는 과정이다. 이런 환자들은 대개 병의 원인상 종합병원을 먼저 찾기에 재건수술 또한 종합병원에서 이루어진다. 너는 실업계니 인문계니? 이 질문은 곧 중학교를 졸업하는 학생에게 하는 질문이 아니라 성형외과 레지던트를 하는 동안 주어졌던 질문이었다. 미용 수술의 경우 개업한 병원에서 수행했기 때문에 그쪽에 뜻을 두면 실업계라고 한다. 반대로 종합병원에서 교수로 재직하는 경우 재건수술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그 길을 목표로 하면 인문계라고 한다. 개업가 의사로 사는 삶과 종합병원에 남아 교수로 사는 삶, 두 경우는 매우 상반되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미용과 재건의 서로 다른 행보는 역사가 제법 깊다. 20세기 초중반 미국과 유럽에는 소위 '뷰티 닥터beauty doctor' 라고 불리는, 허가받지 않은 시술자들이 살롱salon을 근거지로 성행했다. 간단하고 빠르게 예뻐지는 방법을 신문이나 여성 잡지를 통해 홍보하고 비싼 돈을 받고 시술했다 고 한다. 이런 현상에 대항하기 위해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성형외과 의사로 재건과 미용을 모두 수련받은 전문의들이 '성형외과 학회 '를 창설한다. 하지만 대중들은 미용에 관심이 많았기에 올바른 인식을 퍼뜨리기는 어려웠다. 한국도 불과 20년 전까지만 해도 미용실이나 일반 가정집에서 파라핀 주사나 불법 쌍꺼풀 수술을 시행하는 ' 미용 아줌마' 들이 성행했다. 지금도 종합병원에는 그 당시 코나 이마, 볼에 파라핀을 주사한 것이 잘못되어 오는 아주머니들이 있다. 한국이나 영국, 미국에서도 성형외과의 모습 중 재건수술에 대한 인식을 대중들에게 알리고자 학회 차원에서 많은 노력을 한다. 하지만 예전이나 지금이나 사람들의 관심은 오로지 '어떻게 하면 매력적으로 보일까 ' 라고 홍보하는 미용 수술 뿐이다. 근대 성형외과의 역사는 채 100년이 되지 않는다. 의학 분야는 현재 여러 갈래로 되어 있지만 오래전에는 하나로 통합되어 있었다. 성형외과 역시 마찬가지여서 단편적인 기록들을 통해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하나는 인도 무굴 제국 당시, 이마 피판술을 이용한 코 재건이다. 16~17세기 당시에는 강도나 전쟁 포로를 처벌하는 방법 중에 코를 절단하는 행위가 있었다. 이에 인도에서는 코를 재건하는 수술이 시행되었다. 그래서 학자들은 성형외과의 탄생이 코를 재건하는 고민과 밀접하게 연관 되어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렇게 간간이 내려오는 수술들은 제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성형외과의 기틀을 마련했다. 당시 군사들은 유난히 얼굴에 외상이 많았다. 참호 속에서 얼굴만 빼 꼼 내밀다가 총상을 입는 경우였다. 흉측한 얼굴의 재건을 위해 1917년 영국의 길리스 Harold Gillies박사가 퀸스 병원에 안면재건 센터를 구축한 것이 근대 성형외과의 모태가 되었다. 전쟁 전후로 급격한 발전을 이루는 게 의학이지만 성형외과는 그중에서도 전쟁의 포화 속에서 태어난 학문이다. 그런 태생적 배경 때문에 초창기 성형외과 의사들은 재건에 관심이 많았고 뷰티 닥터들과는 차별을 원했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서는 그런 구분 없이 미용 수술도 초기 재건 영역만큼이나 성형외과 영역으로 포용하고 알리고 있다. 경험 많은 서젼들은 후배들에게 '재건수술과 미용 수술의 극의는 맞닿아 있다'고 가르친다. 두 영역이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결손을 정상으로 만드는 과정이나 정상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과정이나 방법과 원리는 통한다는 것이다. 길리스 박사 역시 안면 재건을 시작하면서 3년간 미술학교에서 얼굴 스케치를 배웠다고 한다. 그래서 성형외과 의사는 의술뿐만 아니라 창의성과 예술적 감각도 좋아야 하는 것 같다. 성형외과의 참모습은 '재건수술' 만이 아니라 '재건의 아름다움'이 함께 있다. ※본문에 나오는 의학 용어들은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실제 에이티피컬 병원에서 사용되는 외래어 발음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이 글은 박성우 의사의 저서 '성형외과 노트'에서 발췌했으며 해당 도서에서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
'바이오 기술사업화' 실패 막으려면 2017-09-04 12:30:58
'바이오 기술사업화 실패' 막으려면 바이오 기술사업화는 근사해야 합니다. 원천기술자의 상업적 이익이 고객 건강의 욕구와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대학 산학협력단 TLO 사업이 2016년부터 TMC로 전환되었습니다. 대학의 사업화 지원체계는 강화되었습니다. 양적 성장은 이루었습니다. 그러나 기술이전 수입은 정체입니다. 건당 이전료는 오히려 감소하는 시기입니다. 이런 때에 모대학병원 P교수의 바이오 기술이 몇 십억원 투자를 유치했다는 소식은 기관 구성원들에게 부러운 뉴스입니다. 미래 성공 여부는 예단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교원 스타트업을 더욱 활성화할 유인이 된 것은 분명합니다. 몇해 전입니다. 의료기술 상용화를 위해 P교수는 대학 홀딩스 자회사를 설립하였습니다. 그리고 외부 자금으로 상용화 가능성을 높였습니다. 경영전략을 자문한 필자가 느낀 뿌듯함은 투자 유치 그 자체에 있지 않습니다. 필자가 집중하는 부분은 일반적이지 않은 경영프로세스를 거쳤다는 점에 있습니다. 대표이사 마인드 셋의 변화 P교수가 20년 이상 지속해 온 것이 학교 일입니다. 그러나 사석에서는 오히려 "두려움이 많아진다"는 말을 자주 하였습니다. 그것은 기술 이전 자체에 대한 두려움이나 사업 성공 여부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었습니다. "조금씩이지만 아는 것이 많아집니다. 그것이 의료행위에 대해 스스로를 단정짓는 편견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이 기술은 그 편견의 결과물이 아닐까요."라고 덧붙였습니다. 기술 우수성에 비해 리더의 심리적 요인이 사업 추동력을 떨어뜨리는 케이스로 판단됩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아무리 훌륭한 전략이라도 의사결정의 적시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다수의 협의를 거쳐 자신이 이룬 성과 그리고 자신을 정의하는 무형적 이미지에 대해 "놓치고 싶지 않는 이기적인 욕심"이라는 결과에 다다랐는데, 이것이 발전의 욕구로 대체되었습니다. 이제 원천기술자 수준을 넘어 사업가로의 마인드 셋으로 정립되었습니다. 요즘은 대표이사 명함이 더 자연스럽다고 합니다. 돌아보면 욕심이라고 인지한 그 계기가 미래 나비효과를 막아주었습니다. 집도 행위에 대한 업(業)의 재정의 P교수 기술은 개복 환자의 주요 장기에 활용됩니다. P교수는 수술 행위를 관장하는 집도의의 개념을 넘어, 수술실 경영인이 된 것입니다. 행위에 대한 업을 재정하는 과정을 통해 오히려 기술 활용 프로세스의 리스크를 줄이고 핵심 역량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국내외 특허를 만들고 논문을 통해 해외에 알리는 작업이 매우 치밀하게 진행되었습니다. 의료행위 하나하나를 표준화하고 실제 환자에게 적용하는 과정을 통해 통계를 축적한 것이 그 예입니다. 이를 통해 단순한 기술 개선의 측면에서 끝날 수 있었던 잠재적 리스크를 보완할 수 있었습니다. 핵심 역량에 더욱 집중 앞서 설명하였듯이 P교수 회사는 대학 홀딩스의 자회사입니다. 그러다 보니 될성시픈 사업에 대학 산학협력단의 사업 확장 제안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사업계획서를 읽은 자리에서 거절한 적도 있고, 필자의 타당성 분석결과에 의해 포기되거나, 일부는 진행하다 접은 사업도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P교수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본인의 핵심 역량에 부합하는 사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융복합이 대세라지만 제 전공 이외 분야에는 깊이 있는 지식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제 영역에 집중하겠습니다." 시기적으로 볼 때 필자가 듣고 싶었던 이야기였습니다. 이후 기획과 사전 준비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보건의료의 특이성과 기술 사업화 성공의 길 의료기기, 식품 혹은 의약품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이 있습니다. 신사업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링에는 정형화된 방법론이 있다는 점입니다. 경영학의 영역입니다. 경쟁환경을 보고 기술의 역량을 진단하고 임상을 지원합니다. 그러나 동일 질환에 대해서도 매일 진료 상황이 다른 것처럼, 정해진 프레임대로 사업화의 좁은문을 통화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기술 사업화 행위 그 자체만을 위한 실험 공간은 없습니다. 이것이 보건의료의 특이성입니다. 바이오 기술사업화에는 남다른 균형감각을 요구합니다. 실패 가능성을 낮출 기술경영 부문 전략은 최소한의 전제입니다. 거기에 원천기술자의 품격이 융합될 때 전략 운영이 현실화될 것입니다. ▶ 고주형 대표는 국내외 병원과 다병원체계(Health System)의 성장전략과 지속가능방안 자문을 업으로 삼고 있다. 코넬대학교(미국 뉴욕), 대학원에서 보건의료정책·의료경영학 석사(M.H.A.)를 취득했으며, 美공인회계사다. 삼일회계법인과 미국 FTI Consulting Inc.의 FTI Healthcare에서 근무했으며, 현재 헬스케어 경영컨설팅회사 캡스톤브릿지의 대표 컨설턴트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의대 본과생에게(What they didn't teach you in med school, 2015, 고주형)'가 있다.
플렉스너가 아인슈타인을 대하는 방식 2017-08-21 05:00:33
플렉스너가 아인슈타인을 대하는 방식(협상전략) 플렉스너 보고서를 쓴 그 플렉스너(Abraham Flexner)의 조금은 다른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프린스턴 고등연구소(IAS, Institute for Advanced Study)의 핵심 구성원을 채워나가는 과정에서 그가 보여준 가치평가체계는 병원경영의 협상전략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아인슈타인 마음을 움직인 협상조건 플렉스너가 IAS 초대 소장으로 부임한 것은 플렉스너 보고서 20년 뒤인 1930년입니다. 플렉스너발 수학·물리학 분야 '천재 모시기' 리스트는 문외한인 필자가 봐도 분명 '드림팀'입니다. 아인슈타인을 비롯하여 모스이론의 수학자 모스, 지금도 활용되는 컴퓨터 CPU 내장형 프로그램의 폰 노이만, 바일, 베블런, 괴델, 그리고 알렉산더에 이릅니다. 플렉스너가 구상한 유럽을 능가할 세계 최고 기초과학연구소 설립 멤버로 부족함이 없습니다. 플렉스너는 각자 한자리씩 하던 분들을 어떻게 드림팀으로 실현했을까요. '비범함의 항해(Pursuit of Genius; Flexner, Einstein, and the Early Faculty at the Institute for Advanced Study)'에 소개된 드림팀과의 협상과정은 드라마보다 더 흥미진진합니다. 미국 거주 학자와의 협상이슈는 단연 연금과 급여입니다. 이를테면, 베블런의 연봉은 10,000불로 공개된 상황이었고, 우여곡절은 있었으나 기존 연봉에서 50% 인상된 15,000불에 IAS 이적을 합의합니다. 다수의 다른 협상을 통해 플렉스너는 아인슈타인의 시장가격을 20,000불 이상으로 책정합니다. 반면 아이슈타인은 명확하지만 당시로는 다소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합니다. 세 번째 만남에서 플렉스너에게 던진 쪽지 내용입니다. 1. 급여 : 유럽 현 근무지와 동일한 3,000불 2. 연구비서 : 현 연구비서인 메이어(Walther Mayer)와 함께 이적하고 IAS 연구원으로 임명 3. 근무기간 : 1년에 6.5개월(10월∼다음 해 4월 중순)만 봉직, 이외 기간은 현재 계약된 영국 옥스퍼드대, 미국 칼텍(Caltech)에 프로젝트 근무 이에 플렉스너는 아인슈타인 제안을 훨씬 넘어서는 조건으로 그를 영입합니다. 1. 급여 : 미국 현 물가를 고려해 10,000불(실제로는 1933년 이적 당일 베블런의 연봉과 같은 15,000불로 상향조정함) 2. 연구비서 : 수용(연봉 4,000불, 직책은 추후 논의) 3. 근무기간 : 수용 플렉스너 의사결정의 기반은 '합리적 가치평가'와 '정직'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플렉스너는 이미 협상 우위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시대 상황은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아인슈타인조차 구석으로 몰아넣었습니다. 파시즘과 반유대주의(anti-semitism)가 유행했던 1930년 초, 아인슈타인을 비롯한 유럽학자들에게 미국 이적은 기회이자 희망이었습니다. 프린스턴 IAS 개원 예정이던 1933년, 히틀러가 집권했고 독일에 있던 아인슈타인의 가옥과 모든 재산은 압류당한 상태였습니다. 봉직기간은 어떻습니까. 다른 학자들이 매년 1년의 대부분을 채웠습니다. 반면 아인슈타인은 6.5개월에 불과했습니다. 게다가 손발을 맞춰온 연구비서와의 묶음이적을 바랐습니다. 이 때문인지 아인슈타인의 연봉 3,000불 제시는 기대보다 낮아 보입니다. 3,000불은 유럽에서 그가 받던 연봉입니다. 당시 미국 대학 평균이 7,000불이고, 10,000불이면 높은 수준으로 여겨지던 때입니다. 필자의 상상에 의하면, 당시 아인슈타인의 협상력은 높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조건이 까다롭고 경제 관념이 명확했습니다. 그가 특수상대성이론을 발표한 뒤 당시 근무처인 연방특허청보다 연봉이 낮다며 취리히대 교수직을 거절한 적이 있습니다. 1909년 일입니다. 1911년에는 프라하의 찰스 페르디난드대 교수직으로 옮기며 희망 연봉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불과 1년 뒤에는 모교인 스위스 연방공대로 돌아왔습니다. 1914년 독일 훔볼트대 교수 겸 카이저 빌헬름 물리연구소 소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등 당신의 가치를 연구환경과 급여로 제대로 평가받기 희망한 흔적이 적지 않습니다. 플렉스너와 합의할 당시 아인슈타인이 미국 대학의 연봉 수준을 알고 있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비범함의 항해'에 의하면, 미국 교수직 연봉을 정직하게 공개한 것은 오히려 3,000불 쪽지를 본 플렉스너였습니다. 어차피 알게 될 조건에 대해 플렉스너는 정직한 협상전략으로 일관했습니다. 정당한 대우에는 합리적인 가치에 대한 평가가 기반이 되었습니다. 숫자만 보면 20,000불도 지급한다던 플렉스너의 초기 조건에서는 조금 벗어났습니다. 그렇다면 플렉스너의 협상은 실패한 협상이고, 어부지리로 현지 급여를 챙긴 아인슈타인의 협상은 성공한 협상일까요? 플렉스너가 사실 돈은 조금 더 썼습니다. 그러나 그는 '최고'를 얻었습니다. 최고의 '신뢰'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평생' '최고'의 마음을 품었습니다. 협상은 일희일비의 거래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안정성을 덤으로 얻었습니다. 근무기간입니다. 이후 예일대, 하버드대 등의 나은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고, 1955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는 프린스턴 고등연구소 교수로 재직했습니다. 플렉스너가 IAS 소장직을 내려놓은 것은 1939년입니다. 재직기간 9년의 변화라면 독자께서 상상하는 그대로입니다. 수학이라는 기초과학에서 세계 최고 교육기관이라는 타이틀은 독일 괴팅겐(G&246;ttingen)대에서 프린스턴 IAS으로 넘어왔습니다. 인재를 대하는 병원의 품격과 협상전략 올해 진행한 3건의 협상이 뇌리에 강하게 남아있습니다. '비범함의 항해'를 읽으며, 플렉스너와 같은 가치 기반의 평가와 정직을 기대했습니다. 국내 모대학병원이 개발한 수술기자재를 미국 국립보건원(NIH)으로 기술이전(technology transfer)하는 협상 테이블이었습니다. 기술의 경제적, 사회적 가치를 설명하는 필자의 진정성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다수의 협의를 진행하는 동안, 흔들림 없이 합리적인 시각을 유지하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비슷한 시기에 이루어진 국내 A대형병원의 협상은 협상교과서 케이스에 나오는 '상대 약점 파고들기'의 전형을 보여주었습니다. a병원장의 목표는 최고 서비스에 낮은 가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처럼 보였습니다. 3회의 협의에서 가치평가의 기준이 매번 바뀌는 과정을 지켜보며, 가치를 바라보는 잣대에 개선의 여지가 존재함을 느꼈습니다. 협상 후 A병원장은 원하는 것을 얻었다며 기뻐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일회성 거래였습니다. 정직과 가치기반의 평가, 배려, 장기적 신뢰는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명의의 여유는 없었습니다. 국내 B, C중견병원 폐업 여부를 결정한 병원 이사진간의 협상 시작은 인간관계의 끝이 이런 것인가를 느낄 정도의 암울한 테이블이었습니다. 20년간 앞, 뒤 진료실을 써오던 세월의 진득함은 무엇이었는지, 세월의 무색함을 느끼게 한 프로젝트였습니다. 협상이 끝난 날, 표면적(금전적)으로 병원을 지키려는 자(B원장)와 떠나는 자(C원장)에게 모두 성공한 협상이었습니다. 그러나 정직으로 일관하고 병원의 가치유지에 집중하려는 필자 제안을 그대로 수용한 b원장이야말로 미래의 진정한 승자입니다. 협상은 현재의 상대와 하는 것이지만, 이와 동시에 미래의 나와 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세상을 뒤집을 만한 협상을 완성한 플렉스너. 천재를 품에 안은 플렉스너의 희열은 짜릿했을 것입니다. 그는 미국 대학 연봉이라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즐기지 않고, 유럽 정세라는 협상의 우위를 이용해 상대를 공격하지 않았습니다. 가치에 대한 정확한 평가는 합리적 사고의 결과물입니다. 경제적, 비경제적 성과는 그 다음입니다. 병원 신축 혹은 분원 설립을 위해 인재를 찾아 고민하는 분이 계시다면, 이번 휴가를 '비범함의 항해(Pursuit of Genius; Flexner, Einstein, and the Early Faculty at the Institute for Advanced Study)' 탐독에 할애할 것을 권합니다. ▶ 고주형 대표는 국내외 병원과 다병원체계(Health System)의 성장전략과 지속가능방안 자문을 업으로 삼고 있다. 코넬대학교(미국 뉴욕), 대학원에서 보건의료정책·의료경영학 석사(M.H.A.)를 취득했으며, 美공인회계사이다. 삼일회계법인과 미국 FTI Consulting Inc.의 FTI Healthcare에서 근무했으며, 현재 헬스케어 경영컨설팅회사 캡스톤브릿지의 대표 컨설턴트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의대 본과생에게(What they didn't teach you in med school, 2015, 고주형)'가 있다.
|칼럼| 병원의 경쟁과 병원전략의 품위 2017-07-24 05:00:22
고주형의 '병원경영의 시선' (1) 다시 연재를 시작하며' 2016년 연재한 '헬스케어 스타트업 리더십'이 미래 인재를 향한 목소리였다면, 이번 연재의 대상은 사람이 아닌 병원입니다. 지속가능성과 실행(sustainability and implementation)이라는 주제를 놓고 병원경영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큰 병원에서 작은 병원까지, 단일 병원에서 다(多)병원체계까지, 세대를 흘러 개원하고 운영하고 문을 닫는 경영의 행위 속에서 병원경영의 연속성 확보란 여전히 어려운 주제입니다. 병원마다 저만의 도시가 있습니다. 대도시 병원에 행정구획이 나뉘듯, 산간지역 병원에게 산이란 저만의 도시요. 도서지역 병원에게 도시는 섬 그 자체입니다. 무궁무진한 힘과 자원이 있음을 느낍니다. 그 속에서 새로움을 발견해내고, 기록하고, 잊히지 않을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헬스케어 매니지먼트(Healthcare management)라는 역사의 시선이어야 할 것입니다. 병원과 함께한 시간 속에, 인위적인 지역적 한계가 지워지고 앞으로의 병원이 과거의 병원을 넘어설 역량을 갖추기 바랍니다. 이것이 '병원경영의 시선'의 미션입니다. 점진적 도약은 모험입니다. 과거 일상이었던 성장의 시간을 다시 한 번 경험할 때입니다. 고주형의 '병원경영의 시선' (2) 병원의 경쟁과 병원전략의 품위. 병원 업(業)을 진화시키는 도구, 전략 전략(戰略)은 군사 용어로, 전쟁을 이끌어가는 방법과 책략을 말합니다. 오늘날 병원운영에서 전략은 경영의 필수요소이고, 우위를 점령하기 위한 변치 않는 원칙입니다. 전략을 수립한다는 것은 어느 집단에 파고들 것인가 하는 문제로 볼 수 있습니다. 병상수와 의료진, 의료장비가 동일해도, 인구 백만 이상 대도시 병원의 경쟁전략과 몇 만 명이 넓은 지역에 분포한 병원의 전략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같은 지역에 같은 역량을 가진 병원이라도 주변 상황 변화에 따라 전략은 시차를 두고 변해야 합니다. 병원 경영진이 경영전략을 실행하는 데에는 유연성이 요구됩니다. 유연성은 최초 수립한 전략을 숙성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환경변화에 대응한 창발적 전략이 핵심일 것입니다. 전략은 항상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병원경영에도 업의 진화에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한 것은 만고의 진리입니다. 전략과 함께 지나는 시간과 그냥 흘려보내는 시간에는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클리브랜드클리닉의 지속가능 전략 4개월 전, 미국 오하이오 클리브랜드 클리닉 본 캠퍼스에 암센터(Taussig Cancer Center)가 문을 열었습니다. 아시다시피 클리브랜드 클리닉은 다병원체계 전반의 위상이나 심장 등 특정 장기, 질환에 대한 역량은 전미 최상급입니다. 그러나 암센터만은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어 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코스그로브 원장(Toby Cosgrove, M.D., CEO)에 따르면, 자연친화 트렌드에 부합하는 시설임은 물론이고, 앞으로 암 외래진료는 모두 이 건물에서 이루어지게 되어 환자경험 차원에서도 개선을 기대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할 것은 건축비, 바로 겉으로 들어나지 않은 3천억 원의 재원 확보 전략입니다. 코스그로브 원장은 암센터 건물 골조가 올라가기 전부터 개원전략과 함께 다병원체계 전반의 비용 효율화전략을 추진해왔습니다. 쥐어짜는 원가절감 차원에서 탈피한 모습입니다. 지출의 명분이 명확한지, 그 일을 가장 잘 아는 실무자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쳤고, 외주업체 선정 프로세스를 개선하여 재정 효율을 기했습니다. 특히 2010년부터는 'My Two Cents(의견 제안)' 프로그램을 통해 구성원의 자발적 합의를 이끌어 낸 점이 돋보입니다. 장기간에 걸친 재정 건전화의 결과는 암센터 건축비 규모를 지불하고도 남을 정도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원가율을 낮추는 코스트 리더십 전략(원가우위)과 서비스 질을 높이는 차별화전략은 추진하기 어려운 것으로 여겨지곤 합니다. 그러나 하버드대 마이클 포터의 경쟁전략의 틀을 빌려 말하자면, '하지 않을 행위(불필요한 지출)의 선택'에 적중했고 오히려 암외래 부문에서 집중화전략이라는 덤까지 챙긴 성공적인 전략 실행으로 판단됩니다. 병원 구성원에게 비용절감 책임을 전가했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으니 그 또한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정부지원금에도 불구하고 자부담 부족으로 개원 후 재정안정화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우리나라 국공립의료기관의 현실과 대조적입니다. 모방을 통해 이미 다른 병원이 선택한 전략 이상의 것을 추구하는 병원이 자주 보이는데, 이는 병원을 극단적인 무방비 상태로 몰아넣기 쉽습니다. 전략 수립이란 해야 할 선택과 하지 않을 선택, 그 자체를 선택하는 전문성이 요구되기 때문입니다. 병원전략의 품격을 찾아야 할 때 과거 미셸 오바마가 말한 “When they go low, we go high(그들은 저급하게 가도, 우리는 품위 있게 가자)”는 내 위치에서 닻을 내리고 주변에 휩쓸리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습니다. 병원 전략의 품위란 의료기관으로서 뜻을 세우고 어려움 속에서도 품격을 지켜내는 것에서 비롯할 것입니다. 김위찬과 마보안이 말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상생입니다. 포터의 경쟁전략 역시 경쟁자를 이기는 전략으로만 이해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요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병원의 풍경이 있습니다. 모방(me-too)전략이 일반적인 목표가 되어버린 상황에서 우수의사를 스카우트했다거나 고가장비를 들여왔다며 환자 확보에 열을 올리는 홍보까지는 이해합니다. 그러나 무지에 의한 의료사고, 정권에 따른 병원정책의 변경은 편협한 경쟁전략이 난무하는 병원경영의 모습입니다. 불치성 소아환자의 웃음을 되찾는 것이 밤샘의 대가가 되는 것은 생명을 다루는 병원의 업무특성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소위 '격'이 떨어지는 병원이 자꾸 나타나게 되면, 의료행위 그 자체가 의료인의 높은 자존감로 귀결되는 시대는 서서히 짧아지게 될 것입니다 오늘날 의료계는 전대미문의 경쟁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남다른 준비가 필요하고, 전략을 통해 '나'와 '조직'이 할 일을 실감 나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병원전략체계도(Strategy map)는 나와 우리 병원이 서로 자극제 역할을 할 수 있고, 힘든 일을 극복할 수 있도록 격려해주는 내용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기관의 방향(Vision)은 내가 원하고 지역사회가 원하는 일이어야 합니다. 그것이 병원전략의 품위입니다.
|성형외과노트|인생에서 외모가 얼마나 중요할까? 2017-07-07 11:51:06
프롤로그 Q 1 우리 인생이나 운명에서 외모가 얼마나 중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중요하다 (86%). Q 2 남성이 취직할 때 외모 때문에 자주 실패한다면 성형수술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할 수 있다 (65%). Q 3 여성이 결혼을 위해 성형수술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할 수 있다 (66%). 강남의 번화가에는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얼굴들이 행인들을 지켜본다. 보는 이를 직시하는 시선, 자신감 있는 표정과 몸짓, 자극적인 문구까지. 이제는 익숙한 풍경, 성형외과 광고다. 숨겨야만 했던 성형수술 고백은 더 이상 연예인들을 괴롭히지 않는다. 당당하게 '성형 고백'을 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고 휴식기를 가진 배우의 얼굴에 일어나는 작은 변화는 더 이상 놀랍지 않다. 남성 역시 성형외과 광고에 빈번하게 등장하며, 성형외과 개원가(2015년)에는 중학생들이 수술 상담을 받으러 온다고 할 정도이다. 과연 우리 사회에서 성형수술은 무슨 의미일까. 한국의 성인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2015년 )에서 60퍼센트 이상의 응답자가 사회적 필요에 따라 성형수술을 할 수 있다고 답했다. 한국에서 '성형'이란 단어는 복합적인 감정을 일으킨다. 한편에는 한류, 의료 수출, 그리고 번듯한 성형외과의 모습이 긍정적인 이미지를 자아내고, 다른 한편에는 과대 광고, 허위 광고, 부작용으로 인한 피해 이야기가 불편한 사회 이면을 반영한다. 성형수술로 외모가 ' 업그레이드' 된 연예인에 감탄하면서 동시에 헐뜯는 대중의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영화 <미녀는 괴로워>&8201;는 당시 성형 열풍을 반영한다. 2005년, 내가 의과대학을 입학하던 때에는 성형수술이 연일 사회적 이슈였고 종합병원에서도 소위 '피안성 (피부과, 안과, 성형외과)'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던 중이었다. 그 후로 10년의 세월이 흘러 성형외과 수련을 마쳤다. 종합병원에서 수행하는 성형외과 진료와 일반 개원가의 성형외과의 모습은 많이 다르다. 종합병원에서 수련을 받아도 대다수의 성형외과 전문의는 거친 개원가에서 살아남아야만 하고 나조차도 그 경계에 서 있다. 학술대회나 사석에서 만난 개원가 선배들 모두 상황이 갈수록 안 좋아진다고 말하며 전공의들을 걱정했다. 찢어진 상처를 꿰매고 욕창 드레싱을 하며 암 환자 재건을 했던 레지던트에게는 요원한 이야기였다. "사람들이 성형수술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라는 질문은 성형외과 전공의로 4년간 수련하면서 숱하게 받았다. 의사들 중에 자신의 진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원론적인 질문을 받는 의사는 성형외과밖에 없을 것이다. 정석인진 모르지만, 자신의 자존감을 위한 성형수술은 긍정적이지만 과도한 성형 중독은 좋지 않다는 게 나의 대답이었다. 수련기간 동안 마주쳤던 수많은 환자들이 성형외과를 바로 보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선천성 안면기형 때문에 괴로웠던 아이들을 수술 후 밝은 모습으로 외래에서 만났을 때, 유방암 제거 수술 후 10년 동안 수영장을 못 가던 아주머니가 재건수술 이후 여름휴가를 잘 다녀왔다는 이야기를 전했을 때는 뿌듯했다. 미용 수술도 마찬가지였다. 주걱턱으로 심한 콤플렉스가 있던 어린 환자가 양악 수술 후 활짝 웃으며 회사 면접을 잘 봤다고 했을 때도 성형의 위력을 실감했다. 반대로 성형 중독으로 여러 개원가 병원을 거쳐 마지막으로 종합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모습도 심심찮게 보았다. 미국 성형외과 교과서에는 미용 수술을 하는 환자 중에는 7~15퍼센트가 신체추형장애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며, "언제 아니라고 해야 하는가" 라는 꼭지가 미용 챕터 첫 장에 나올 정도이다. 성형 중독 환자들을 상담하는 교수님 뒤에서 무분별한 성형수술이 왜 위험한지 절실히 깨닫기도 했다.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닌 의사들이 무분별하게 성형수술을 시행하는 것이 안타까웠고 때로는 이에 분노하기도 했다. 뇌 수술을 받을 때면 신경외과 전문의를 찾아가고 심장 수술을 받으려면 흉부외과 전문의를 찾지만, 정작 성형수술을 받을 때는 성형외과 전문의를 찾지 않는 현실. 아무리 간단한 수술이라도 허황된 광고나 저렴한 가격에 끌려 소위 '~의원 진료과목: 피부과, 성형외과' 식의 간판이 붙은 병원을 찾아서는 안 된다. 성형수술은 성형외과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단순히 자격의 문제가 아니라 말도 안 되는 부작용과 그에 따른 대응법, 고난도의 수술에 참여하며 얻은 경험적 지식은 크기 때문이다. 성형수술에 대한 사회 인식은 10년 사이 크게 변했다. 우리 사회도 이제는 성형수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안정된 것은 아닐지 생각해본다. 매체로 손쉽게 접하는 성형수술 정보와 수술에 대한 보다 자연스러운 관용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성형외과 의사로서의 인식과 대중들의 인식에는 간극이 있고 편견도 존재한다. 이 글은 그러한 간극을 좁히고 편견을 없애고자 시작했다. 전문의가 바라보는 성형외과의 진실, 지금부터 들어가 보자. ※본문에 나오는 의학 용어들은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실제 에이티피컬 병원에서 사용되는 외래어 발음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이 글은 박성우 의사의 저서 '성형외과 노트'에서 발췌했으며 해당 도서에서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
헬스케어 트렌드의 주인 2017-01-06 05:00:22
헬스케어 트렌드의 주인 조선 말기 계층 타파로 내 몸의 주인이 되었다. 광복으로 나라의 주인이 되었다. 경제 발전으로 돈의 주인이 많아졌다. 그리고 민주화로의 변화는 생각의 주인을 찾아주었다. 전문 분야별로 본다면 업계는 여전히 성장과 변화의 주인을 찾아가는 단계일 것이다. 부문별 차이는 있으나, 지난 1∼2세기 동안 서양인의 뒤만 보고 달려온 분야가 적지 않다. 필자 역시 그런 분위기에 편승해 서양에서 공부하는 길을 택했었다. 국내에 학문의 기반이 전무하던 선배 시대에는 무작정 서양에서 배우는 것이 곧 답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가 막무가내로 따라가지 않아도 될 때가 되었다. 유학 혹은 벤치마킹이란 가능하면 가는 것에서 지금은 신중히 검토한 후 선택하는 것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세계 1위 상품과 서비스가 나오고 있다. 각종 통계가 말해주듯 의료를 비롯해 우리를 따라오려는 선진국의 움직임이 포착된다. 서양은 충분히 검토하고 연구할 대상이지 그대로 베끼는 대상이 아니다. 필자가 생각하는 헬스케어 트렌드의 주인은 다음 세 가지 특성을 가진 사람이다. 첫째, 혼자 하는 힘을 가진 사람이다. 나를 믿고 남에게 의존하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홀로 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이다. 혼자 할 수 있는 일에 틈새시장이 있다. 맬컴 글래드웰과 찰스 핸디의 예측처럼 점조직이 많아지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여지없이 큰 조직이 할 수 없는 틈새를 노린다. 우리나라는 IMF 구제금융 당시인 2000년을 전후하여 1인 기업가라는 이름으로 이런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식산업에 기반을 둔 사업 분야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를 뚫고 개인 브랜드를 앞세운 역량 있는 전문가이다. 헬스케어 업계는 이와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 병원경영과 같이 전문자격으로 스타트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지역적 틈새인지 사업내용의 새로움인지 확인을 요구한다. 전문자격인의 딜레마다. 제약, IT와 융합된 일반 제품의 생산 등 새로운 기회에 눈을 뜬 의원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으며 이는 새로운 트렌드를 선점하려는 움직임이다. 둘째, 내가 아는 그 반대의 것과 합치는 역량이다. 창의력이 대세라고 하지만 창의력은 과거에도 필요했고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까. 창의는 상상이고 상상은 이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남과 반대로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반대와 결합하는 능력, 그것이 창의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중에서 잘 알려진 유홍준 선생의 지식인으로의 가치는 더욱 커진다. 일본에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일본편(일본어판)'을 펴내며 역발상을 통해 창의력을 실천한 역사학계의 진정한 지식인이다. 일본 정부가 왜곡된 역사관으로 연일 한국정부를 자극하는 시기에 양국의 역사 이해를 높이는 객관적인 시각을 넘어 일본의 문화를 긍정적인 시각으로 봐야 한다는 내용을 담아 책을 낸 것이다. 단순히 독도를 방문하는 것과는 비교가 힘든 창의의 힘이다. 예비 의료인이라면 다들 해외로 시야를 향할 때 지방을 자세히 보는 것, 지방과 외국을 연결하는 뭔가를 이루어내는 것 자체가 창의이며 상상이 아닐까. 필자는 지방과 서울의 편견이 사라질 때 서울과 뉴욕을 같은 눈으로 바라보게 될 거라 생각한다. 큰 것만 좋아 보일 때 소수의 작은 것을 발견하여 가치를 크게 할 때 고객의 수요가 생기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처음 가보는 지역에서의 생활과 경험은 지역사회를 이해하고 지역의 특색을 펼칠 엄청난 기회의 시간이 될 것이다. 셋째, 현재를 읽고 동시대를 사는 나를 읽을 수 있는 사람이 트렌드를 읽는다. 역사를 통해 미래를 예측한다고 하지만 거시적인 안목에서의 의미이고, 오늘의 현재, 그리고 스스로를 정확히 볼 수 있을 때 트렌드를 바라볼 수 있다. 의학자이자 시인, 평론가인 올리버 웬델 홈즈는 일찍이 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내가 '어디'에 있는지가 아니라 ‘어느 쪽’을 향해 가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필자는 이를 ‘나를 읽는 눈’으로 해석하고자 한다. 나를 바라보는 창은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내 속에 나인 것과 내가 아닌 것을 구분하면 나에게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나만 할 수 있다. 이 연재칼럼의 최종 목표가 독자 스스로의 힘으로 독립된 개체로 성장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다. 개체의 독립은 투자를 요구한다. 삶에 투자하는 것이 최고의 투자이다. 내 인생에 투자하는 시간과 돈은 내가 이루고 싶은 미래의 크기이다. 미래는 통제 불가하다. 투자는 시작되었고 노력하되 품격을 잃지 말고 미래에 찾아올 운을 기다린다. 무언가를 이룬다는 것은 자기 규율을 요구한다. 때로는 내키지 않는 일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이룸에 대한 대가다. 크고 작은 실패로 낙담할 때라도 나를 둘러싼 긍정적인 요소를 생각해야 한다. 멀리 보고 더 멀리 가서 달라진 나를 경험하기를 바란다. 감사하는 글 상아탑 속 모든 이의 박수를 받는다면 그건 불변의 진리 아니면 선동이다. 업계(Industry)의 환영을 받는다면 가까운 시일 내에 수익이 실현될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본 연재칼럼이 마음에 와 닿을 분이 일부라도 존재했다면 필자는 역할을 다 한 것이다. 그동안 졸저로 생각하는 연재칼럼을 읽어준 논객 여러분의 인내력에 감사드린다. 여러분의 건승을 빈다. (캡스톤브릿지 고주형 대표)
자생력의 기반, 그러나 조금은 손해 보는 듣기 2016-11-22 05:00:22
고주형의 '헬스케어 스타트업 리더십' 17. 자생력의 기반, 그러나 조금은 손해 보는 듣기 헬스케어 스타트업을 앞두고 '홀로 일어섬'의 길로 안내하는 자생력 확보의 기반, 네 번째 칼럼이다. 일본의 호스피스 케어 종사자에게 널리 알려진 설문 하나를 소개한다. 내&8228;외과 전문의, 정신의학 전문의, 의대생, 그리고 간호사와 간호대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설문이다. 질문. 호스피스 환자가 '나는 이미 손을 쓸 수 없는 상태입니까?'라고 묻는다면, 의료전문가인 당신은 어떻게 대답하시겠습니까? 보기. ⓐ "그런 말씀 마시고 조금만 힘내세요"라고 격려한다. ⓑ "그런 것까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라고 말한다. ⓒ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라고 되묻는다. ⓓ "그 정도로 많이 아프시면 그런 생각도 들 수 있어요"라고 동정한다. ⓔ "이미 끝났어. 이런 기분이 드시는군요"라고 대답한다. 본 설문을 소개한 나카가와 요네조에 따르면 설문 결과는 직업에 따라 극명하게 나뉜다. 정신의학 전문의는 ⓔ번 선택 비중이 높았다. 정신의학 전문의를 제외한 나머지 전문의와 의대생은 ⓐ번, 간호사와 간호 대학생은 ⓒ번을 대부분 선택했다. 호스피스 케어에서는 ⓔ번에 주목한다. ⓔ번 "이미 끝났어. 이런 기분이 드시는군요"가 얼핏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이것이야말로 환자의 말을 확실하게 받아들이고 반응했다고 설명한다. 첫인상 3초가 기업채용을 결정한다는데, 질문의 첫 대답은 대화를 이어갈지 아닐지를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감은 위로하는 연민과는 다르므로 위 설문이 실제 상황이었다면 정신과의는 환자와 대화를 이어갔을 것이고 나머지 의료전문가는 그렇지 못했을 거라 추측할 수 있다. 남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인내를 요한다. 듣는 것도 힘든데 의도를 파악하는 듣기는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그래서 의도를 파악하는 듣기는 하나의 능력이다. 돌려 말하면 상대의 이익이 무엇일지 생각하며 내가 손해 보기를 각오하는 듣기다. 순진한 발상이라고 해도 젊은 시절에는 도움이 된다. 경험 많은 사람의 이야기가 이해하기 힘들거나 지루할 때 머리 회전이 빠른 사람은 재빨리 귀를 닫는다. 계산이 투철한 사람은 꼭 들어야만 하는 이야기일까 의구심을 품는다. 손해 보는 듣기는 일방적인 독서와는 다른 생생한 분위기 속에서 의견을 청취하는 것이니 독서만큼 정제된 용어로 다가오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내 상황에 정확히 들어맞게 듣는 것은 가능하다. 그 이야기 속에서 미래감각이 생기고 나의 오만함을 밀어내며 통제력을 가지는 운을 만나기도 한다. 당장은 손해를 보는 것 같지만 우직해야 할 때가 있다. 내 역량을 집중시킬 분야를 찾아야 하는 스타트업 초기에는 특히 그렇다. 유의할 점은 있다. 의도에 긍정적인 부분만 있는 것은 아니어서 과하면 음모론적 시각에 물들게 된다. 필자 주변에 직업적으로 숨은 의도를 찾는 사람이 있었다. 그에게 다른 조직은 음모의 대상이었다. 심지어 함께 일하는 동료, 직원의 의도까지도 캐내려 했다. 이 사람과 함께 일하며 필자조차도 그 음모의 대상이 될 것 같았다. 이런 사람과 대화할 때 자신을 지키는 것은 대단한 내공이다. 귀로 색깔을 듣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열한 살 때 완전색맹 판정을 받은 닐 하르비손이다. 소리로 보는 사람도 있다. 다니엘 키시는 생후 13개월에 시력을 상실했지만, 혀를 차서 소리를 낸 후 그 소리가 사물에 부딪혀 되돌아오는 반향을 감지해 사물을 인지한다. 귀로 소리를 듣는 것은 이보다는 쉽지 않을까. 우직하게, 조금은 손해 보듯.
자생력의 기반, 속지 않는 보기 2016-10-13 05:00:44
고주형의 '헬스케어 스타트업 리더십' 16. 자생력의 기반, 속지 않는 보기 헬스케어 스타트업을 앞두고 '홀로 일어섬'의 길로 안내하는 자생력 확보의 기반, 세 번째 칼럼이다.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거래에서 불리한 것은 매수인이다. 과거 만들면 팔리던 과소공급&8228;과잉수요 시대에서 과잉공급&8228;과소수요 시대로 넘어오며 소비자가 상전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구매과정에서 한번쯤 속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현대 상법은 매수인책임원칙(買受人責任原則)에 예외를 두고 한국소비자원과 같은 피해구제기관도 제 역할을 하고 있지만 매수인 보호 의무는 여전히 매수인 본인에게 있다. 아찔한 순간이 있었다. 후배 A가 통장비밀번호는 물론이고 자금이체용 보안카드를 통째로 인터넷 창에 기록하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 마지막 전송버튼을 누르기 전에 만류했기에 다행이지, 고생해서 모은 자금을 고스란히 날릴 뻔했다. 결혼을 앞둔 그에게 그 통장은 전부였다. 보이스 피싱이든 매일 아침 신문에 끼어오는 사기성 부동산 광고든 도대체 누가 이런 것에 걸려들까 의심하다가도, 상황에 따라 속아 넘어가는 사람도 있구나 하며 놀랐던 기억이 있다.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에 따르면 금융사기의 3분의 2 이상이 친구나 동료, 친지 등 아는 사람을 통해 발생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범죄 유형별 국가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사기범죄 1위 국가였다. 우리는 지금 사기천국시대를 살고 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음속에 이기심과 이타심이 혼재한다. 마리아 테레사 수녀와 같은 이타적인 사람이 추앙받는 현실은 본래 이기와 이타의 복합존재로 태어난 사람에게 이기심이 압도적이라는 반증이다. 공공선택이론 영역을 개척하고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제임스 M.. 뷰캐넌은 일찍이 '합리적 도덕인간'을 정의한 바 있다. 정치와 경제활동에서 합리적이라는 개인들조차 이기심 안에서 행동에 대한 도덕적 기초를 찾는다는 것이다. 애덤 스미스도 '도덕 감정론'을 통해 인간의 본성은 이기적이고 본원적이기 때문에 타인의 최대 관심사보다도 자신의 작은 이해 손실이 훨씬 더 중요해 보인다고 했다. 남미에서 화산이 폭발하고 아프리카 전염병으로 몇 만 명이 죽어도, 여전히 협잡꾼은 창궐할 것이고 내 지갑과 내 정신을 노리는 사람은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 나와 내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는 누구든 자신의 이익을 먼저 앞세운다는 전제를 깔면 된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 일반적인 상식을 뒤엎는 제안이라고 생각되면 일단 의심하고 봐야 한다. 눈이 혹할 정도로 대단한 수익을 약속하는 사람이 있다면 투자금만 받고 어떻게든 나중에 빠져나갈 거라 생각하면 된다. 지나친 호의에는 분명 나를 통해 자기 이익을 내세우는 숨은 의도가 있을 거라 생각하면 거의 맞을 것이다. 파산한 원장들 이야기를 가끔 들어본다. "그때 그 투자를 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환자가 넘쳐나서 병원 운영에 문제가 없어서 새로운 투자도 잘될 줄 알았습니다. 그때 그 투자만 하지 않았어도 파산까지 가지는 않았을 텐데요." 'Caveat emptor'. 매수인이 조심해야 한다(let the buyer beware)는 뜻의 라틴어다. 어떤 일이 있어도 거래는 caveat emptor다. 매수인이 책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