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재난 상황 맞이한 코로나19에 대한 제언 2020-02-24 12:01:47
지금은 왜 일이 이렇게까지 되었는지 잘잘못보다는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 일에 모든 총력을 쏟아야 할 때이다. 우선순위 설정의 잘잘못을 따질 때가 아닌 국가적인 위기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일에 모든 행동을 집중시켜야 할 때이다. 원칙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첫째, 감염자를 조기에 찾아내서 비감염자로부터의 격리 및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그럼 우린 무엇을 해야 하는가? 검체 채취를 급성호흡기 의심환자를 대상으로 모두 시행하여야 한다. 하루에 1000건이 아니라 10,000 건이라도 해야 한다. 모든 역량을 이곳에 집중시켜야 한다. 지금의 시스템으로는 불가능하다. 각각 보건소, 병원에서 해서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지자체에서 대규모로 검체 체취만을 위한 장소를 만들어야 한다. 기존의 장소를 확대해서라도 시행하여야 한다. 모자라는 인력은 파견을 받아서라도 시급히 시행하여야 한다. 둘째, 절대적으로 병원내 감염은 막아야 한다. 급성호흡기 증상을 보이는 사람의 병원 유입을 막아야 한다. 국민을 위한 국가 및 지자체의 사명이다. 기존의 의료체계 및 특히 응급의료체계를 유지하여한다. 이에 실패하면 중국 우한지역의 상황이 전국적으로 일어날 것이다. 이는 재앙이다. 이를 위해 각 병원은 선별외래 및 선별진료를 통한 급성호흡기 증상 환자의 적극적인 방어막을 구축하면서 기존의 병원 역할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병원 별로 만들어야 한다. 선별외래를 확대하든 선별진료를 확대하든 출입통제를 강화하든 여러 가지 방안을 병원 사정에 맞게 유지 운영하여야 한다. 국가 및 지자체는 병원의 노력에 적극적인 물적 인적 지원을 해야 한다. 출입통제 인원의 보강 및 기존의 정상적인 체계에서 통용되던 각종 제재 등을 유예 내지는 완화, 폐지를 지원하여야 한다. 셋째, 국민의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현재의 상황에서 호흡기 증상 (기침, 가래, 인후통등) 이 있으면 각 병원에 바로 가면 안된다. 단순 감기 증상을 동반한 호흡기 증상은 충분한 휴식과 안정 그리고 가정 상비약으로 1주일 이내로 대부분의 치유된다. 병원에 와서 약 먹는다고 치료가 되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의심이 되면 보건소 또는 1339의 연락 후 지시를 따라야 한다. 증상이 심한 경우는 119 구급대를 이용하여 병원 이송을 권하여야 한다. 119 구급대에 의한 병원 선정이 이루어지고 일차 처치를 시행한 이후 병원에 통보가 이루어지면 병원 응급실은 치료를 위한 준비를 할 수 있다. 충분한 준비시간을 방역체계를 꾸릴 수 있다. 이는 나를 포함한 우리 가족 이웃의 안전을 확보하는 매우 중요한 흐름임을 명심하여야 한다. 우리는 2009년 신종 플루, 2015년 MERS 의 여러 차례 신종 감염 병에 대처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국가는 국가대로, 지자체는 지자체대로, 각 병원은 병원대로 그리고 가장 중요한 국민은 국민들이 해야 할 역할과 사명이 있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우린 할 수 있다. 각자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재난상황임을 잊지 말자.
|칼럼|지역사회 감염단계 대책도 바뀌어야 한다 2020-02-20 15:44:42
대학병원의 선별 진료소는 우한폐렴 대책의 실질적 최전선이고, 대학병원 응급실은 지역사회 응급의료의 최전선이다. 그런데, 지역사회 감염의 단계로 접어들었다. 며칠전 고려대 병원 응급실에 흉통이 주 증상이고 심근경색이 의심되는 환자가 들어왔다. 엑스레이와 CT를 찍은 후에야 우한폐렴을 의심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대구에서 환자 10여명이 한꺼번에 확진되고 지역내 대학병원 응급실들이 줄지어 폐쇄되고 있다. 선별진료소에서 걸러지지 않고 응급실 혹은 외래에 진입한 환자가 문제이다. 우한폐렴의 증상이 다양하다. 환자 뿐 아니라 의사마저도 감기나 다른 질환과 구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선별진료소에서 문진으로 걸러낸다지만, 중국 등에의 여행력이 없으면 의심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누구든지 전파자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응급실이나 외래로 불쑥 진입하는 우한폐렴 환자의 증가는 필연적이다. 인근의 모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에게서 기존 대책의 문제점을 듣게 되었다. 해당병원에서는 확진검사를 시행하지 않으며 다른 곳에 의뢰해야 한다고 했다. 검체를 보내고 결과가 나오기까지 하루는 꼬박 걸린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한폐렴을 의심한 의사가 확진검사 오더를 내는 전제 조건이 의료진 및 환자의 격리라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의 지침이라고 한다. 격리없이는 확진검사를 시행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루 동안의 인원격리와 응급실 폐쇄를 의미한다. ‘크나 큰’ 결단이 없이는 확진검사를 오더낼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알아보니, 우리 병원에서는 감염내과 의사 만이 확진검사를 오더낼 수 있도록 되어 있다고 한다. 그 병원과 우리 병원의 실정을 종합해 보니, 확진검사 오더와 격리를 일체화한 개념은 선별 진료소를 전제로 만들어진 지침으로 보인다. 격리대상 환자 및 의료진의 숫자가 제한된다는 가정 하에 가능하다. 하지만, 응급실 혹은 외래에 이미 진입한 환자에 대해 응급의학과 혹은 다른 진료과 의사가 의심한 경우에 대한 지침으로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보다 많은 진료과의 의사가 ‘부담없이’ 오더를 낼 수 있어야 가벼운 증상의 환자까지 찾아내어 확산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문제가 하나 더 있다. 검사결과가 나오기까지 응급실들이 폐쇄되고 있다. 몇 안되는 대학병원 응급실들의 장시간 폐쇄는 지역 응급의료체계의 붕괴를 의미할 수도 있다. 소독은 필요하겠지만, 폐쇄시간에 대한 지침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지역감염 방역실패 우려…한국이 곧 우한시된다" 2020-02-20 10:42:21
우려했던 일이 터졌다. 역학적으로 감염의 근원이 밝혀지지 않는 환자들이 발생하고 있고, 특히 일부 지역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 지역사회 감염은 명백해졌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가? 국가에 이런 상황에 대비한 위기대응 매뉴얼이 없고 시스템이 없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메르스 때 소를 잃었음에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았으니 어쩌겠는가? 지난 칼럼에서 필자가 강조했듯이 감염병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격리이다. 중국 우한시에서 감염자가 수십명에서 수만명이 되는데 불과 채 한 달이 걸리지 않았다. 초기 방역에서 실패했기 때문이다. 리원량 의사의 경고를 무시한 중국은 호미로 막을 수 있었던 것을 이제는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비극적인 상황이 된 것이다. 다만, 중국은 우한시 봉쇄 조치를 적절한 시점에 내려서 중국의 타지역 및 중국 외 국가로의 전파를 차단하는데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번 지역사회 집단 감염의 경우 메르스 때의 집단 감염과는 매우 다르다. 메르스 때의 집단감염은 지역사회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의료기관 내에서 발생했다. 해당 의료기관을 폐쇄하고, 의료진을 격리하면 됐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 집단 감염은 지역사회에서의 집단 발생이다. 잠복기 전염이 가능한 이 전염병에서 환자들의 잠복기 기간 동안의 동선을 명확하게 파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며, 접촉자들의 능동 격리 또한 제대로 작동할지 우려된다. 우리나라는 이미 수십년 전부터 일일 생활권이 됐으므로 일부 지역의 집단 감염이 타 지역으로 퍼지는 것은 시간 문제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신속하게 집단감염 도시를 봉쇄해야 한다. 까뮈의 '페스트'에서 파리를 폐쇄하듯이, 이번에 중국에서 후베이성을 폐쇄하듯이 하기보다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시민의식을 믿고, 능동적 봉쇄를 할 것을 필자는 건의한다. 즉, 해당 지역 시민들은 지역을 벗어나지 않도록 하고, 타 지역에서 해당 지역으로의 출입은 자발적으로 제한하는 것이다. 또한 손씻기와 마스크 착용의 표준지침을 엄격하게 준수하도록 하고, 자신들의 활동 동선을 날마다 기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초중고 등 교육을 무한정 연기할 수는 없으므로 웹 베이스로 시행할 것을 제안한다. 또한 집단발생 지역 내 의료기관들은 신속하게 집단감염이 증가할 것에 대비해야 한다. 해당 지역 내 몇 개의 준종합 의료기관을 집단 감염자들의 치료 센터로 개편하고, 서울 경기권에서 본 전염병의 치료 경험이 있는 의료진들과의 집단 논의 시스템 하에서 운영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 즉, 집단 감염 발생지에서 모든 발열 및 호흡기 증상 환자들은 산발적으로 위치하고 있는 선별 진료소가 아니라 정해진 소수의 병원으로 가도록 해야 한다. 또한 지역사회감염이 증가하면 확진 검사는 보조적인 진단법이 돼야 하며, 임상적인 판단이 가장 중요하게 된다. 중국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확진 검사의 임상적 민감도, 즉 질병이 있는 환자에서의 양성율은 30~50%에 불과하며, 폐CT 소견을 확진 기준에 추가했을 때 환자가 급증했다. 이는 중국산 진단 키트에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감염병 진단법 자체의 한계인데, 검체의 질, 검체 채취 방법 등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역사회 감염이 번지게 되면, 우리 나라도 진단 키트에 의한 검사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말고, 폐CT를 포함한 임상적 판단에 따라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부디 이번 일부 지역사회 집단 감염이 전국으로 확산되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
|칼럼|코로나19, 또 하나의 러시안 룰렛 2020-02-17 05:45:50
러시안 룰렛은 6발의 장탄수를 가지는 권총에 한 개의 총알만 넣고 실린더를 돌린 다음 참가자들이 돌아가며 자신의 머리에 방아쇠를 당기는 복불복 결투다. 횟수가 반복되면 결국 누군가는 총알이 발사되어 죽게 된다. 임상에서 진료를 하다보면 의사의 능력이나 노력과는 무관하게 말 그대로 '운이 없어서' 곤경에 처하는 일이 종종 생긴다. 예를 들어, 어떤 의사도 진단하기 어려운 희귀한 케이스가 나타난다거나 애당초 고위험 상태인 환자의 진료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다하여 의사에게 책임을 묻는 경우들이 그것이다. 2018년 11월 11일, 의사들이 대한문 앞에 모였다. '횡격막 탈장 사건'으로 기억되는 의사 3명의 법정 구속에 대한 반발이었다. 소아의 횡격막 탈장은 1년에 몇 건 있지 않을 정도로 흔하지 않은데다가 당시 상황만으로 의사의 책임을 물어 법정에서 구속까지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한 의사들의 분노가 끓어올랐다.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로서 행사를 기획하면서 의사들이 처한 억울한 상황을 어떻게 알리는 것이 효과적일지를 고민하다가 러시안 룰렛을 떠올렸다. 과목이나 직역을 떠나 많은 의사들이 공분하는 밑바탕에는 "내가 저 세 명 대신 그 자리에 있었다면 피할 수 있었을까?", 즉 이러한 사회의 분위기와 제도 아래에서는 의사라면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공포가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의료현장을 누군가는 반드시 죽게 되는 러시안 룰렛에 비유한 이 날의 퍼포먼스가 끝나자 장내에는 숙연한 분위기가 맴돌았다. 의도가 잘 전달된 것 같아 만족스러웠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기획을 해야만 하는 현실에 씁쓸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최근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2019) 감염증으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진원지인 중국에서는 확진자가 6만명에 육박하고 있으며 하루 100명 이상 사망이 보고되고 있다. 다행히 국내 확진자 수는 아직까지 많지 않고 환자들의 임상 경과 역시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가운데에는 지역사회 감염으로 의심되는 사례들이 있으며 이에 따라 세계보건기구(WHO)는 우리나라를 지역사회 감염이 있는 국가로 분류한 상황이다. 또, 유행이 일어나고 있는 중국으로부터의 입국 제한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증상 전파 가능성에 대한 경고가 이어지고 있으므로 본격적인 지역사회 감염에 대한 주의가 요구된다. 코로나19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한 의료계의 움직임은 분주하다. 미지의 위협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럼에도 의원, 병원, 상급종합병원 모두 한편으로는 불안감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의심환자가 내원하거나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불가항력적으로 생길 수밖에 없는 손실에 대해 아직까지 구체적인 지원, 보상방안이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의원급 의료기관에 의심환자가 내원했다고 가정해 보자. 미리 준비한대로 신속하게 조치를 취하고 환자를 당국에 인계 후에 적절한 소독 및 환기를 하고 나면 원칙적으로는 진료를 재개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런 조치를 취하는 데에 수 시간이 걸리므로 사실상 그날 하루는 진료가 중단될 수밖에 없다. 또 인계한 환자가 여러 정황상 코로나19 감염이 강력히 의심된다면 이에 노출된 의료진은 환자의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확인될 때까지 진료를 자제하는 것이 안전할 것이다. 만약 환자가 확진이 되면 의료진 역시 격리 대상이 되므로 사실상 휴업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결국, 아무리 잘 대응하더라도 환자가 의료기관을 경유하는 순간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설령 운이 좋아 나는 피하더라도 근처의 누군가는 희생양이 되는 것이다. 그야말로 러시안 룰렛인 셈이다. 이는 병원급 이상의 의료기관도 마찬가지다. 비록 선별진료가 가능하더라도 실제 의심환자 한 사람을 진료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과 인력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현장에서는 '레벨 D'라고 부르는 방호복을 입고 벗는 것만도 힘이 든다고 말할 정도다. 거기다가 1회용으로 사용 후 폐기해야 하는 각종 진료용품들과 수시로 이루어지는 소독과 환기 조치 등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감당해야 할 것들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선별진료에 투입되는 의료진의 피로감 역시 문제다. 만에 하나라도 병원급에서 폐쇄 조치가 필요할 때는 이로 인한 손실은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 결국 크고 작은 의료기관에서 코로나19에 의한 러시안 룰렛은 반복되고 있다. 누군가는 오늘 하루 별 일 없었다고 가슴을 쓸어내릴 때, 누군가는 장탄식을 내뱉고 있을지 모른다. 물론 의료 현장에서 이러한 불가항력적인 상황은 누구에게나 언제나 벌어질 수 있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그러한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정책적 뒷받침이 존재하느냐는 것이다. 현장에서 바이러스와 맞서는 것이 의료기관의 몫이라면 그들이 안심하고 싸움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정부의 몫이다. 정부가 하루라도 빨리 환자를 만난 의사와 의료기관이 탄식하지 않도록, 오히려 감염병에 맞선 공로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현실적인 지원과 보상 방안을 제시하기를 기대해 본다.
"방역 골든타임 놓친 정부…호미 대신 가래든 셈" 2020-02-10 05:45:50
전염병 관리에 여러 중요한 요소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격리(isolation)라고 할 수 있다. 초기 격리에 실패할 때 결국 지역사회 감염으로 번질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종식까지 많은 시간, 인력, 비용의 낭비를 초래하게 된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번 신종코로나 감염 사태에 대해 북한은 국가에 상관없이 모든 관광객의 입국을 금지시켰는데, 이는 아예 국가 자체를 격리시킨 것으로서 내부 방역 및 의료시설이 미비한 북한으로서는 매우 잘 취한 조치이다. 북한이 취한 조치를 잘했다고 말하는 순간이 올 줄이야. 이번 신종코로나 감염의 진원지인 중국의 대응을 살펴보면 약 40명대의 환자가 발생한 이후 감염지의 근원지로 추정되는 우한 수산물시장을 폐쇄했고, 감염이 해외로 퍼져나가기 시작하자 후베이성 봉쇄 조치를 내렸다. 초기 발생 41명의 환자들에 대한 관찰 연구 또한 Lancet에 신속하게 발표했고, 이 연구 발표에는 신종 코로나 확진 검사를 위한 정보도 포함돼 있어서 우리나라 질병관리본부도 이 연구결과에 기초해 진단 키트를 개발할 수 있었다. 이런 일련의 중국의 조치에 대해서 필자는 사실 많이 놀랐다. 중국의 의학 수준이 이 정도였던가? 만약 우리나라였다면 이런 과감한 조치와 연구 발표가 가능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 정도의 조치는 우리나라가 가습기 살균제에 의한 폐질환 집단발생에 대해 취한 조치보다도 빠르고 적절했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내 방역 시스템과 의료시설의 과부하로 확진자와 사망자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안타깝다. 후베이성 봉쇄를 1월23일 시행했으므로 2월 중순경이면 그 효과가 나타날 것이며, 그 효과는 각 국가와 지역의 감염병 방역 시스템이 어느 정도인지, 잘 작동하고 있는지 그 현주소를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신종코로나 감염병에 대한 우리나라의 대응은 어떠했는가? 이번 신종코로나 감염에 대해 초기 대응은 메르스 때와는 달리 질병관리본부가 어느 정도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듯이 보였으나 이는 착각이었다. 점차 컨트롤 타워가 모호해져서 질병관리본부, 복지부, 외교부, 교육부, 청와대가 각각 의견을 내고 있다. 이 무슨 콩가루 정부인가? 정부는 질병관리본부 중심으로 TF(task force)를 만들고, 언론 및 국민과의 소통 창구를 일원화해야 한다. 또 큰 문제는 신종 감염병의 경우 새로운 사실이 발견될 때마다 정보 및 조치가 그 때 그 때 신속하게 업그레이드 돼야 하는데 처음 조치 그대로인 것이 많다는 점이다. 필자는 이 칼럼을 쓰는 2월 6일 ktx 셔틀버스를 탔는데 여전히 중국 후베이성만을 강조하는 홍보 영상에 진심으로 안타까왔다. 이는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시스템이 얼마나 경직돼 있는지를 보여준다. 변화에 대해 신속하게 유기적으로 대응을 해야 하는데 처음 한 방만 날리고 가만히 있으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현재 신종 코로나 감염병은 무증상 전파가 가능하다는 점이 거의 명백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증상이 발생한 후 의료기관을 방문했을 때 격리를 시행하는 의료기관의 방역 시스템만으로는 전파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즉, 증상 발생 전, 병원에 오기 전 격리를 시행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증상 발생 전 격리로서 중국 후베이성 방문자의 입국금지, 제주도의 무사증 발급 중지, 그리고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들에 대한 자가 격리 등을 시행하고 있다. 이 중 중국 후베이성 방문자의 입국금지는 이미 후베이성이 봉쇄된 상태에서 그저 질문 확인만으로 금지시키는 것이 어떤 실효성이 있는지 모르겠고, 나머지 2개의 조치로는 무증상 위험자에 대한 격리가 충분하지 않다. 이미 골든타임을 놓쳤지만, 신속하게 신종코로나 감염 위험국가를 지정하고, 위험국으로부터의 외국인 입국금지, 내국인은 입국시 2주간 자가격리를 한시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국내 및 세계의 발생 추이를 보면서 순차적으로 해제하면 되는 것이다. 또한 우리 국민들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자가격리에 대한 훈련을 받는 것이 다음 유사 사태 대응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지 말자.
|칼럼|의료자원분포의 불균형 해소 전략이 필요하다 2020-02-03 05:45:50
건강은 대개 자기 스스로 관리를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금연과 절주, 그리고 식이관리와 운동으로 건강관리를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알고 보면 건강은 소득이나 교육수준과 같은 사회적 결정요인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실제로, 이러한 사회적 결정요인들이 각 개인의 생활습관 및 건강관리에도 강력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개인적 요인과 사회적 요인들의 영향을 분리해서 보기는 어렵다. 또한 분명한 것은 이러한 요소들이 흔히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더 나은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더 부유해지고, 더 좋은 환경에서 살고, 흡연할 가능성이 더 적기 때문에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사람들에 비하여 보다 나은 건강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소득이나 교육수준의 차이에 의해서 생기는 건강 불평등은 생애 전체에 걸쳐 그리고 여러 세대에 걸쳐 지속될 수 있어서 현재 뿐 아니라 미래 세대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편 소득과 교육 수준 외에 거주 지역과 같은 사회적 결정요인도 건강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소득이나 교육 수준은 각 개인의 노력에 의하여 어느 정도 달라질 수 있지만 사회경제적 박탈지수로 평가되는 지역적 요인은 지역사회 혹은 중앙정부의 노력이 없이는 개선되기 어렵다. 2018년에 간행된 박진욱의 ‘지역간 건강 불평등 현황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252개 시·군·구별로 기대수명이 78.9세부터 86.3세까지 7.4년의 격차를 나타내며 다르게 나타났다. 물론 지역 간 격차에는 지역사회의 사회경제적 위치가 건강불평등에 미치는 영향이 존재하지만 지역간 건강 불평등에 영향을 주는 요인 중에 의료자원의 분포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건강은 질병에 대응할 수 있는 의료자원이 어떻게 분포되어있고 의료자원에 대한 접근이 얼마나 용이한 지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2019년에 수행된 건강보험공단 자료를 이용한 서울대병원 연구에서 인구 10만명 당 요양기관 수를 10분위로 나누어 의료자원분포에 대한 지표로 분석한 바 있다. 이 연구결과를 보면 의료자원분포가 질병 혹은 건강결과와 상당히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뇌졸중 및 심근경색 환자가 서울이 아닌 지방에 거주하는 경우 서울 거주자에 비하여 사망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의료자원분포가 희소한 지역에서는 중독(독액성 동물, 농약 등) 에피소드 유병률이 높았다. 장애가 있는 경우 병의원에 대한 접근용이성이 의료이용에 상당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의료자원분포에 보다 민감할 수 있다. 의료자원분포와 장애유형별 우울증과의 관련성을 분석하였을 때 청각장애와 신장장애를 가진 사람은 의료자원분포가 희소한 지역에 거주할수록 우울증 유병률이 높은 추세를 보였다. 신장장애인의 경우 의료자원분포가 가장 희박한 1분위 지역에 거주할 경우 자살률도 높게 나타났다. 이와 같이 의료자원의 분포는 건강상태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 이제 질병에 대한 대응전략은 생활습관 개선과 같은 개인적 수준의 관리전략을 넘어서 사회적 결정인자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전략으로 확대 발전해야 한다. 소득과 교육수준과 같은 사회경제적 요인에 의한 영향을 줄여나가는 노력과 함께 특히 의료자원의 분포를 개선함으로써 의료 격차를 줄이고 형평성을 추구하는 사회적 수준의 관리전략이 필요하다.
개구충제에 축적된 자료들, 항암 임상 가치없다고? 2020-01-28 05:45:50
성경에 이런 구절이 있다.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있는 것이요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있는 것이 아니니." 곧 어떤 제도든 사람을 위해서 있는 것이지, 사람이 그 제도를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그런데, 그 시대뿐만 아니라 오늘날에도 사람을 위해서 만든 제도와 규제에 도리어 사람을 끼워 맞추려는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최근 지속되고 있는 구충제 이슈는 이런 면을 잘 보여준다. 식약처, 대한의사협회, 국립암센터 등은 펜벤다졸 및 구충제의 항암효과가 사람에서의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에 복용해서는 안된다고 반복해서 말하고 있다. 물론 이는 일반적으로 타당한 것이다. 그러나 여명이 얼마 남지 않은 말기 암환자들에게, 같은 논리를 적용하는 것이 타당할까? 먼저 말기 암환자에 대한 국제적인 임상시험 규정을 살펴보자. 임상시험에 대한 국제적인 가이드라인인 ICH S9 규정은 항암제 임상시험의 경우 동물에서의 반복독성 자료, 생식독성 자료, 유전 독성 자료, 발암성 자료 등 일반적으로 의약품 임상시험을 위해 필요한 자료를 면제해 준다. 우리나라도 이 규정을 따르고 있다. 임상3상을 위해서는 반복독성 자료 제출이 필요하나, 이 경우에도 3개월 반복독성 자료면 충분하다고 간주한다. 임상시험뿐만 아니라 허가에 있어서도 항암제는 반복독성상 심각한 독성이 있거나, 생식독성/유전독성/발암성 독성이 있더라도 허가를 받을 수 있다. 환자의 생존을 수개월 연장할 수만 있다면 말이다. 이 ICH S9 규정은 말기 암환자에게 투여되는 항암제의 경우 일반 의약품과는 다른, 즉 매우 완화된 규정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인식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펜벤다졸의 경우 사람에서의 임상시험을 결정하는데 필요한 자료들이 부족한지 살펴보자. 우선 펜벤다졸의 항암 효과는 미국 존스 홉킨스 의대의 연구진들이 우연히 발견한 현상이었다. 쥐를 가지고 뇌종양에 대한 연구를 하던 중 쥐에서 집단 기생충 감염이 발생하여 펜벤다졸을 투여했는데 그 뒤로 뇌종양이 잘 자라지 않는 현상을 발견한 것이다. 마치 알렉산더 플레밍이 페니실린을 발견한 것과 유사하게 말이다. 펜벤다졸의 동물시험 자료는 ICH S9이 요구하지 않는 반복독성 자료, 생식독성 자료, 유전 독성 자료, 발암성 자료를 모두 가지고 있다. 심지어 반복독성 자료는 3개월 뿐만 아니라, 마우스와 랫트의 전 생애 동안 투여한 장기 안전성 자료를 가지고 있다. 또한 펜벤다졸은 치료 용량에서 생식독성, 유전독성, 배태자 독성(기형 유발), 발암 독성이 없었다. 그리고 현재 사람에게 투여되는 용량으로 환산되었을 때 종양의 크기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이 정도의 자료가 사람에서의 임상시험을 할 가치가 없는 것인지 참으로 의아스럽다. 메벤다졸의 동물 시험 자료는 펜벤다졸보다 몇 배 더 풍부하다. 또 실제 말기 암 환자에게 투여된 사례 보고도 있다. 예를 들어 한 사례 보고는 매우 인상적인데, 해당 환자는 주치의에게 메벤다졸을 처방받고 싶다고 요청하였고, 주치의는 이를 받아들여 메벤다졸을 처방했다. 그 결과 환자와 주치의는 메벤다졸의 항암효과를 함께 경험할 수 있었다. 비록 메벤다졸 투여 후 2년 뒤 암은 다시 진행하였지만, 주치의는 메벤다졸 치료 기간 환자의 삶의 질이 좋아졌다는 점을 언급했다. 말기 암환자의 삶의 질은 참으로 중요하다. 약물 독성으로 고생하면서 여명을 사는 것과 비교적 부작용 없이 편안하게 사는 것은 차이가 큰 것이다. 메벤다졸은 실제 사람에서의 임상시험도 여러 국가에서 여러 건이 진행 중이다. 우리 나라도 의사가 관심만 있다면 얼마나 많은 펜벤다졸 사례를 보고할 수 있는가? 효과가 있든 없든 다양한 사례를 정리하고 보고할 수 있는 상황이다. 또 존스 홉킨스 의대는 메벤다졸의 항암 효과에 대해 특허를 출원하고, 사람에서의 임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는데 국립암센터는 어떤 명확한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발표된 논문이 허접하다, 연구할 가치가 없다는 의견을 내다니 너무나 실망스러울 뿐이다. 전문가 집단은 좀 다를 줄 알았는데, 규제 기관과 똑같이 그저 원론적인 의견만을 내는 것을 보면서, 필자가 1인 시위를 하며 주장한 ‘우리 나라가 땅이 작지, 전문가가 적냐’고 한 말은 취소를 해야 될 것 같다. 아이비 맥킨지라는 의사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에서 인용된 구절임). "의사는 단 하나의 생명체, 역경 속에서 자신의 주체성을 지키려고 애쓰는 하나의 개체, 즉 주체성을 지닌 한 인간에 마음을 둔다." 말기 암이라는 절망적인 역경 가운데서도 자신의 주체성을 지키려고 애쓰는 환자들의 소리를 무시한다면 과연 참된 전문가 집단이라고, 환자를 위한 규제기관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칼럼|권역외상센터로 지정받은 병원의 자격조건 2020-01-20 05:45:50
경증환자가 큰 병원에 가면, 대형 응급실의 과밀화로 의료자원을 낭비하게 할 것이고, 중증환자가 작은 병원에 가면, 생존률이 낮아질 것이다. 응급의료체계가 환자의 흐름을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같은 이유로 응급의료체계의 학문적 목적은 '적절한 환자를, 적절한 시간에, 적절한 병원에'로 표현된다. 한국은 권역외상센터를 정부가 지정하고 있다. 그런데 응급실을 가진 다른 많은 병원들도 외상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손가락을 베인 환자도 외상환자이다. 우리나라에서 통용되는 외상센터 개념은 엉터리이다. 손가락을 베인 환자들은 어디에서 진료받아야 하는가? 그들이 진료받을 병원도 지정받아야 한다. 외상 응급환자를 진료하는 모든 병원이 각 급수의 외상센터라는 개념 하에서, 경증환자는 작은 병원, 중증환자는 큰 병원으로 가는 체계의 구성이 가능하다. 미국에서는, 주(州)에 따라 다르지만, 외상 응급환자를 진료하는 병원들을 1-3급 또는 1-5급으로 분류해 지정 혹은 인증하고 있다. 외상 응급환자를 진료하는 모든 병원이 외상센터인 것이다. 급수가 다를 뿐이다. 손가락을 베인 환자는 5급 외상센터에서 진료받으라는 것이다. 병원이 일단 외상센터로의 지정을 신청했다면, 해당 병원은 어떤 의학적 수준의 환자를 진료하기를 원한다고 세상에 선포하는 것이다. 외상센터로 지정되었다면, 당국, 구급대 및, 국민과 병원 간에 계약이 성립됐다는 의미다. 외상센터는 병원과 어떤 관계인가? 미국에도 독립된 건물을 가진 외상센터는 드물다. 1급 외상센터라 하더라도 그렇다. 외상센터로 지정받은 것은 병원 전체이며, 특정 공간이나 인원이 아니다. 중증외상센터로의 지정은 해당 병원 전체의 진료능력과 관계된다는 의미이다. 중증외상센터로의 지정에 따른 의무는, 특정 건물에 속한 특정 인원이 아닌, 해당 병원 전체에게 부여되는 것이다. 즉, 이번 이국종 교수와 아주대 병원 집행부 간의 분쟁에 있어, 병실부족과 운영 상의 제반문제에 대한 책임은 병원 집행부에 있다. 문제해결의 의지가 없었다면, 외상센터로의 지정을 신청하지 말았어야 한다. 또한 최근 아주대병원과 이국종 교수의 갈등과 관련해 언론보도와 정부당국의 대처가 국민들로 하여금, 바이패스(bypass, 우회)가 악(惡)이라고 오해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 바이패스라는 용어는 이러한 목적의 달성을 위해 만들어진 개념이다. 구급대로 하여금, 중증외상 환자를 진료능력이 없는 작은 병원에 이송하지 말라는 의미이다. 즉 선(善)한 목적으로 도입된 가치중립적 용어이며, 바이패스가 악(惡)으로 매도되어서는 안된다. 한국의 구급대는 미국의 60년대와 비슷한 방식으로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결정하고 있다. 거리가 가깝다고 중증환자를 작은 병원, 경증환자를 큰 병원에 이송하고 있다. 그러면, 생존률이 낮아진다. 중증외상 환자를 바이패스 시키면 권역 외상센터에게 불이익을 주는 정책을 당국이 수립하고 있다고 한다. 당국은 구급대에게도 불이익을 주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중증외상 환자에서 작은 병원을 바이패스하고 중증외상 센터로 이송하는 것이 구급대의 의무가 되어야 한다. 물론 중증외상 센터는 사고현장과 거리가 멀 것이다. 당국은 닥터헬기 운용방안을 먼저 확립해야 할 것이다. 이번 분쟁의 근본원인은 개인 간의 감정 싸움이 아니다. 이국종 교수와 아주대 병원 집행부간 분쟁은, 상기 개념을 인식한 상태에서 실행하지 못한 보건당국, 소방 구급대, 아주대학교 이사회에 기인한 것이다. 또한 근본적으로는 상기의 개념을 확립하고 사회에 확산시키지 못한, 응급의학 전문의 및 외상외과 의사 포함하는, 전문가 집단의 몰이해와 무책임에 기인한다.
|신년칼럼|경자년, 의학발전 위해 희생한 쥐를 추모하며 2020-01-13 05:45:50
2020년 경자년(庚子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신년은 60년마다 한 번씩 돌아오는 경자년(庚子年) 쥐의 해로 12지신 동물 중 첫 번째 쥐의 동물로, 경자해년의 경(庚)은 백색을 뜻하므로 경자해년은 하얀 쥐의 해라고 합니다. 하얀 쥐의 해는 다산(多産)과 풍요 지혜와 근면의 상징이고 어떤 상황에서도 예측이 빠르고 몸이 날쌘, 지혜롭고 총명한 동물로 전해내려 오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생쥐라고 하면 텔레비전에서 방영하는 만화영화 톰(고양이)과 제리(쥐) 중에서 톰은 제리를 잡으려고 합니다만, 영리한 제리는 뛰어난 순발력으로 위기대처를 잘 해서 탈출하는 장면이 떠오릅니다. 생쥐는 설치류에 속하는 동물로 1회 출산 시 10마리 내외로 번식력이 높으며 약 1,800여종으로 지구상에서 인간다음으로 가장 수가 많은 포유동물로 실험용 쥐의 경우 색깔은 대부분 흰색이지만 검정색, 갈색 등 다양합니다. 최근 과학계에서 쥐의 위상은 급변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생쥐를 개량한 실험용 쥐는 의학, 수의학, 약학, 축산학 등 의생명과학분야에 필요로 하며 더불어 인간의 질병 예방 및 치료를 위해 사용되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특정질환모델 생쥐가 개발되어 질환 예방 및 치료제 개발에도 사용되고 있어 기여하는 부분이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으며 2007년 노벨생리의학상으로 ‘유전자 변형 쥐’를 생산한 연구자가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위와 같이 동물실험 필요성이 있는 반면 실험동물의 사용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인 유럽의 경우 동물보호단체에서 동물을 과학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없애고 동물복지 향상을 위한 법안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다른 대체 모델이 만들어 지기 전까지는, 질병연구에 있어서 실험동물의 사용은 필요악으로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과정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첨단과학이 발달하고 의료기기 개발 및 신약 개발이 활발해 지면서 인간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전 단계인 임상시험에서 동물실험이 증가해 실험동물 사용수 또한 점차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EU 집행위원회도 “응용연구와 의약품 개발에서 안전성을 시험하기 위해서는 동물 실험 이외 다른 대안이 없다”며 동물실험의 폐지는 현재로선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안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 이유는 상대적으로 동물복지가 낮은 나라에서 동물실험이 더 활발하게 진행될 수 있으므로 동물실험에서 고통 받는 동물이 더 늘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2008년 동물보호법 및 2009년 실험동물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었습니다만, 최근에 동물실험윤리 증진 및 실험동물의 복지에 관한 구체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관련 분야의 전문가 및 관련 부처 담당자, 동물보호단체 등 관계자가 모여서 토론회 개최 동물복지에 관한 세계적인 추세에 부응하고 실험동물 관련법과 제도를 점검하면서 동물실험윤리 확보를 위한 정책 방향을 모색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연구자 입장에서 동물실험을 실시하는 경우에는 국제규범인 3R 원칙 즉 대체사용법 강구(Replacement)하고 동물고통 최소화(Refinement) 및 동물 개체 수 감소(Reduction)를 반드시 준수하고 이와 함께 연구의 타당성과 중복실험을 피하면서 진행해야합니다. 경자년, 하얀 쥐띠 해를 맞이해 비록 동물이지만 인간을 위해 희생한 숭고한 목숨을 기리고 연구목적으로 희생된 실험동물에 대해 추모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동물입장에서 한 번쯤 생각을 해야 할 때입니다. 이와 함께 진정한 실험동물의 복지를 위해서는 관련 실험동물시설에서 근무하는 현장 종사자들에 대한 제도적 관리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서두에 잠시 언급한 톰과 제리의 만화에서 쫓아다니는 톰에서 이제는 소중한 제리를 모셔오는 모습을 잠시 떠올려보면서 끝으로 다산과 풍요를 상징하는 쥐띠 해를 맞이하여 몸 건강하고 여러분 모두가 뜻한 바를 이루시고, 또 행복한 한 해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인보사 사태로 끝났을까? 조건부 허가 제도 복마전 2020-01-13 05:45:50
작년 인보사 사태는 식약처의 여러 심각한 문제를 한꺼번에 드러냈다. 언론에서는 주로 세포가 뒤바뀐 문제, 즉 품질 문제를 다루었지만, 유효성에 대한 심사 문제도 심각했다.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의 주된 안건은 허가를 할 만큼의 유효성 근거가 있는가 하는 점이었는데, 1차 위원회에서는 대부분의 의원들이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의견을 냈지만, 우리가 알다시피 2차 위원회 때 기존 위원들이 대거 바뀌면서 허가로 결론이 났다. 또한 대한류마티스학회과 대한슬관절학회는 심평원의 급여화 의견에 대해서 반대했는데, 일반적으로 의사 집단은 어느 정도 효과가 인정되면 환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급여화에 찬성을 하는 편인데, 급여화를 반대한다는 의견은 매우 이례적이며, 이는 인보사의 허가가 얼마나 부적절했는가를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인보사는 정부가 조건부허가를 완화하는 정책에 따라 조건부 허가된 치료제였다. 필자는 인보사 사태를 통해 국산 신약의 조건부 허가 심사가 매우 문제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 후 한 의약품이 충분한 과학적 근거 없이 조건부 허가된 것을 확인하게 됐고, 식약처와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의 고위공무원들에게 허가를 취소하라고 요청했지만 아무 반응이 없었다. 심지어 이 제품은 임상3상 진행 중 무용성 결과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와 식약처에서 임상시험 지속을 결정했는데, 무용성 결과에도 불구하고, 임상시험을 지속하는 경우를 필자는 처음 본다. 임상 지속의 이유는 비교적 안전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는데, 효과는 없지만 안전하기 때문에 임상시험을 지속할 수 있다면 환자들에게 물과 과일을 충분히 섭취하라고 하는 것과 다름이 없는 것이다. 이 제품을 개발한 회사는 임상시험 지속 결정으로 인해 주가가 많이 올랐고, 이전에도 조건부 허가 이후 여러 차례 먹튀 논란을 받은 적이 있었다. 조건부 허가 10개 정도에서 2개 제품이 허가에 문제가 있다면, 나머지 8개도 과연 제대로 된 허가 심사가 이루어졌을지 의심해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체 50개가 안되는 국산 신약 중 10개 이상의 품목이 조건부 허가를 받았으며, 이 중 허가시 조건을 충족한 제품은 단 1개에 불과하고, 임상3상을 완료한 제품은 단 1개의 제품도 없다. 국산 신약이 아니라 글로벌 신약은 어떠할까? 글로벌 신약의 경우 조건부 허가 후에는 대부분 임상3상을 진행해 성공하면 조건부를 뗀 정식 허가를 받거나 또는 실패하면 회사가 자진 철수하거나 허가가 취소된다. 예를 들어 다국적 제약회사 릴리에서 개발한 항암제 라트루보는 2016년 하반기 2상 결과에 기초해서 미국과 유럽 등 및 국내에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그 뒤 진행한 임상3상에서 실패하면서 2019년 1월 회사는 시장에서 자진 철수했다. 불과 3년이 체 안되는 시간 내에 이루어진 결과이다. 조건부 허가는 단어 그대로 조건 이행을 전제로 잠시 허가를 내주는 것이므로, 허가 자체도 신중해야 하지만 허가 후 제대로 된 조건 이행을 심사하고, 부적절한 경우 신속한 허가 취소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조건부 허가는 부적절하게, 허가 후 조건 이행은 심하게 부실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심지어 어떤 조건부 허가 약물은 허가받을 당시에만 잠시 생산되다가 생산을 전혀 하고 있지 않으며, 인보사의 경우 FDA에서 문제가 발견돼 허가가 취소됐지만 그 외에는 허가가 취소된 적도 없다. 만약에 제대로 된 조건부 허가였다면 해당 적응증의 환자들에게 대부분 처방이 이루어져야 마땅하지만, 그렇게 처방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매우 적다. 과연 누구를 위한 조건부 허가인가? 회사의 주가나 올려주고, 먹튀에나 도움을 주는 조건부 허가가 아닌가? 그런데 정부는 지난 하반기 통과된 첨단재생바이오법에 신속 심사와 조건부 허가 조항을 삽입했고, 식약처는 최근 '맞춤형 신속심사' 가이드라인을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와 글로벌의약산업협회와 의논해서 속히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그들의 입맛에 맞는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는 것인가? 과연 식약처는 이름을 바꾸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특히 의약품과 의료기기에 있어서는 안전처가 아니라 산업처로 말이다. 그러나 실상은 산업 자체도 망가뜨리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참 부끄러운 현실이다. (참고로 필자는 첨단재생바이오법의 취지에는 공감하며, 다만 조건부 허가와 조건부 허가를 위한 신속심사는 삭제돼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이경권칼럼|의료의 패러다임은 언제나 바뀔까 2020-01-06 11:38:23
요즘 어린이들은 유튜브를 주로 본다고 한다. 처음에는 별반 믿지 않다가 어느덧 유튜브를 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소스라치게 놀란 적이 있다. 모 유명인이 공영방송을 다소 비난하는 듯한 유튜브를 한 적이 있다. 싸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상당 기간 이슈가 되었다. 주 1~2회 방영되는 드라마를 보고 다음 주를 애타게 기다리는 시청자는 옛말이다. 넷플릭스로 대변되는 새로운 미디어 기업들이 제작과 동시에 전편을 몰아서 볼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공룡 언론들이 대중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도도한 시대의 흐름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세돌 9단의 은퇴대국이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이었다는 사실이, 그것도 치수고치기였다는 사실에서 또 한 번 세상이 바뀌었음을 절감하게 된다. 그 뿐이랴. 도쿄올림픽과 같은 기존의 스포츠 축제도 조만간 E-sport에 우위를 내 줄 가능성이 높으며, 아마존이 백화점을 비롯한 오프라인 시장들을 문 닫게 하고 있다. 세상은 변했다. 우리는 100년 이래 제2·3·4차 산업혁명을 경험하고 있으며, 농업사회에서, 산업화사회를 거쳐 정보화사회에 이르렀다. 이제는 정보를 돈이라고 보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의료계 역시 상대적으로 느리지만 의료정보의 활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축적된 의료정보와 이에 기반한 인공지능의 활용에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들은 대체로 개별 산업 영역의 형태 자체를 바꾸고 있다. 오프라인 위주에서 온라인 위주로, 대량생산에서 소량맞춤 생산으로, 일방적 정보전달에서 쌍방향 정보교류로. 이러한 사회 전반적인 변화를 의료계는 반영하고 있는가. 여전히 의사는 하나의 의료기관만을 개설·운영해야 한다. 의사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자신이 개설한 의료기관에서만 진료할 수 있다. 병원들은 병상의 규모에 따라 필요한 과와 일정 시설을 갖추어야 한다. 환자는 집에서 진료를 받으면 안 되는가. 의사는 만성환자를 화상으로 진료하고 온라인으로 처방하여 드론을 띄워 집으로 배송하면 안 되는가. 정부가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지만 더디다. 세상의 변화속도에 버금가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그 전에 상상력을 제약하고 가로막는 현행 의료법에 대한 대대적인 개정작업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21세기 의료법’이라고 부르는 의료법의 전면적 개정이 필요한데 정부는 물론 민간에서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자신과 관련된 지엽적 부분만 이야기하고 있을 뿐이다. 아쉽고 안타깝다. 중국에서는 하늘이 무너질 걱정을 하는 사람이 있었고, 소돔과 고모라는 10명의 의인이 없어 멸망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본 칼럼은 법무법인 엘케이파트너스 뉴스레터 및 LK 보건의료정보사이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www.lkhealthcare.co.kr
|신년칼럼| 2020년 보건의료 분야가 나아갈 길 2020-01-02 05:45:50
한동일 교수는 그의 명저 ‘로마법 수업’에서 다사다난 했던 하루가 저물고 나면 또 다른 아침이 시작되지만 하루가 바뀌는 그 순간 대개 사람들은 잠들어 있듯이 변화란 언제나 그렇게 조용히 찾아온다고 말한다. 그렇다. 지난 수 년 동안 보건의료분야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우리에게 부지불식간에 찾아온 보건의료분야의 변화는 무엇이고, 올 해 이에 대처하는 방향은 무엇일까 . 우선, 보건의료의 주요한 외적 환경 분야의 변화를 살펴보면, 급속한 저출산과 고령화의 진행으로 인한 인구구조의 변화가 심화되었다. 가임여성들의 합계출산율이 1명 이하로 떨어진 지는 이미 오래 전인데 비해 올해부터 베이비부머 1세대인 1955년생들이 노인이 된다. 그 동안에는 1년에 평균 38만명 정도가 노인인구로진입하였지만 앞으로 8년 동안은 평균 80만명~85만명 수준이 진입한다. 뿐만 아니라 평균수명의 증가로 의료비 지출이 많은 75세 이상의 후기노령인구가 급증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는 건강보험재정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임은 불문가지다. 보건의료의 주요한 내적환경변화도 크다. 근자에 각종 전염병 등은 크게 감소하였지만, 암과심뇌혈관 질환, 자살,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폐쇄성폐질환(COPD), 우울증 등은 매년 크게 증가하고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자신의 건강상태가 나쁘다고 주관적으로 생각하는 국민들이 유난히 많다.(보사연2012) 따라서 이제 보건의료의 내적 환경변화에 우리사회가 적절하게 대응하고 있는지, 국민들의 불안감을 제대로 해소해주고 있는지, 관련 재정은 효율적으로 집행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살펴볼 때가 되었다. 또한, 의료기술의 개발과 신약개발, 신의료기기의 개발 등 보건의료산업분야에서도 이제는 R&D를 변수가 아닌 상수로 생각하고 있다. 고무적이고 큰 진전이다. 보건의료산업의 발달은 잘 활용하면 치료효과도 높이고 의료비도 절감하며 국가경제에도 도움을 주지만 그렇지 못하면 여러 가지 부작용과 국민 건강에 오히려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육성은 말이 아니고 실천으로 보여 주어야 한다. 어렵게 신기술 신약을 개발했는데도 관련규정이 있느니 없느니 핑퐁이나 치면서 관련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것은 난센스다. 길이 없으면 만들어 가야 한다. 그게 육성하는 자세다. 불쑥 우리에게 찾아온 보건의료와 관련 산업분야의 다양한 변화에 적극적이며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과제는 무엇일까. 다양한 의제가 도출될 수 있겠지만 필자는 보건의료분야의 많은 과제를 포괄하는 의제는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보건의료분야에서우리가 원하는 어떤 개혁이나 개선, 변화를 모색하든 그 재원은 사회보험(건강보험)하에서는 건강보험재정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 담보가 과제를 추진하는 에너지고정책의지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과제를 중심으로 올해 보건의료계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첫째, 의료자원들간의 역할분담과 전달체계를 재구축하고 수가가산제도를 전면적으로 손질해야 한다. 현재 의원, 병원, 종합병원, 전문병원, 상급종합병원 간의 역할과 기능의 중복에 따른 오용과 낭비가 너무 심하다. 심하게 얘기하면 1차 의료기관과 상급병원이 경쟁하는 형국이다. 복잡한 수가가산제도는 제도를 만든 사람도 이해하기 힘든 수준이 되었다. 사정이 이러하니 의료자원의 낭비와 보험재정의 낭비는 얼마나 심하고 비효율성은 또 얼마나 심각하겠는가. 민관이 함께 유·불리를 따지지 말고 합심하여 시급히 개선해야 할 과제이다. 둘째,통합적 만성질환의 관리체계를 구축해아 한다. 만성질환의 효율적인 관리는 향후 건강보험의 재정안정과 직결되는 과제다.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베이비부머들이 노인으로 진입하고 있다. 앞으로 더 급증할 노인의료비의 절감은 지금과 같은 분절적 단편적인 만성질환 관리체계로는 달성하기 어렵다. 수요자(노인)는 오히려 더 편리하고 재정안정에도 큰 도움을 주는 통합적 만성질환 관리체계의 구축은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가름 할 수 있는 가늠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셋째,보건의료정책의 예측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진료를 하든, 진단검사를 하든, 신약과 신의료기기를 개발하든 관련 정책의 예측가능성이 높아야 한다. 그래야 더 효과적인 치료방법, 더 효과적인 약재, 더 적합한 의료기기를 찾는 자발적인 노력을 유도할 수 있고 자원의 투입도 과감하게 이루어 질 수 있다. 손쉬운 재정확보 방법만 찾다보면 재정은재정대로 악화되고 신뢰는 신뢰대로 잃어버릴 수 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물이다. 보건의료분야의 시급한 과제가 어찌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뿐 이겠냐 마는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닐뿐더러 생색도 나지 않는 힘든 일들이다. 게다가 올해는 생색내기 좋은 과제가 각광을 받는 총선이 있는 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관 보건의료계가 지혜를 모아 주기를 간절히 희망해 본다. 경자년의 벽두에.
|칼럼|"인공유방 부작용, 제2의 가습기살균제 사태" 2019-12-30 05:45:50
필자는 위해평가에 대한 개론에서 입증된 위해의 경우 적극적인 안전성 관리조치를 시행하지 않으면, 언젠가 반드시 환자에게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기술한 바 있다. 예를 들어 발사르탄이나 라니티딘을 장기 복용하고 암이 발생했다는 근거는 없다. 단지, 추정되는 잠재적 위험이다. 그런데도 얼마나 열심히 판매중지를 했는가? 그것이 잘못했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잠재적 위험에 대해서 그렇게 적극 조치를 취한 식약처가 확증된 위험인 인공유방 사태에 대해서 너무나도 부실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인공유방 관련 역형성림프종((Breast -Associated Lymphoma, BIA-ALCL)은 2019년 10월 기준 전세계에서 500예 이상이 보고 됐고, 이중 30예 이상에서 사망했다. 즉, 이는 완벽하게 확증된 위험인 것이다. 첫째, BIA-ALCL의 위험을 평가할 때 특히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 이 수술을 받는 사람들이 일부 유방암으로 유방 절제술을 받은 환자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건강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건강한 사람들에게 투여 또는 시술되는 의약품/의료기기의 경우 유익/위해 평가상 유익이 환자들에 비해 적기 때문에 빈도가 매우 낮을지라도 상당히 엄격한 위해 평가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다이안느35정은 처음 허가 시 피임제로도 허가됐지만 독일에서 이 약의 장기 복용 후 간암 발생 사례가 1예 보고됐고, 유전독성상 과학적 개연성이 있었으므로 피임제 적응증은 삭제됐다. 즉, 건강한 여성이 피임제를 복용할 때 약 10년 후에 암이 발생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복용할 필요는 없다고 상식적으로 판단한 것이다(포탈에서는 이 약이 여전히피임제로 검색된다). 그렇기 때문에 BIA-ALCL의 위해평가시에도 이 수술이 대부분 건강한 사람들이 받는 수술이라는 점을 주의해야한다. 전세계적으로 거친 표면 인공유방의 판매중지를 가장 먼저 시행한 프랑스의 규제기관인 ANSM은 수술을 받은 사람들이 느끼는 유익/위해를 평가하기 위해서 수술 받은 사람들을 불러서 공청회를 시행했으며, 이로 인해 적절한 평가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미국 FDA의 조치를 일부 그대로 복사해 증상이 있을 때 병원을 방문하고 예방차원의 제거는 권고되지 않는다고 반복하고 있다. 일부 보고된 BIA-ALCL은 무증상이었으며, 미국 FDA도 정기적인 검진을 권유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이는 얼마나 무책임한 것인가? 필자는 필자를 포함한 우리나라 여성들이 암에 대해 훨씬에민하다고 생각하며 자신의 몸에 암이 발생할 수 있는 인공유방을 그대로 가지고 있기를 원하는 사람은 매우 적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식약처는 FDA의 조치를 그대로 따라할 것이 아니라 프랑스와 같이 공청회 등을 통해 우리나라 여성들이 느끼는 유익/위해에 대해 적절한 평가를 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둘째, BIA-ALCL의 위해성을 평가할 때 고려해야 할 점이 발병까지의 기간이다. 발표된 역학조사의 결과들에 따르면 인공유방을 이식하고 BIA-ALCL이 발생하기까지 약 8년 전후의 기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문제는 인공유방을 이식받은 사람들은 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한 정기적으로 의료기관을 방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이 새롭게 확인된 위험을 환자들에게 알리기가 어렵다. 선진규제기관들은 BIA-ALCL에 대한 우려가 시작됐던 2010년대 초부터 환자등록을 하기 시작했다. 이는 인공유방을 시술받은 환자들에 대한 정기적인 관찰을 시행하고, BIA-ALCL이 발생하면 이를 보고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됐다. 반면 식약처는 FDA 발표에 따라 2011년 BIA-ALCL에 대해 인지했으나, 안전성 서한만 뿌리고 FDA와 같은 환자등록연구는 전혀 시행하지 않았다. 또 인공유방은 의료기기법상 추적관리대상에 해당했으나 식약처는 추적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즉, 환자들을 환자등록연구든, 추적관리대상이든 등록을 해 정기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친 것이다. 이후에도 2013년 의료기기통합안전관리시스템을 만들겠다고 했으나 만들어지지 않았고, 추적관리대상 의료기기에 대한 관리 부실이 거의 해마다 국정감사에서 지적을 받았음에도 시정되지 않았으며, 2016년에는 실리콘 인공유방에 대한 안전성 재평가, 2017년에는 인공유방의 파열로 모유에 섞이는 사건이 발생해 인공유방에 대한 안전성 평가를 다시 하면서 역형성 림프종의 문제를 더욱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 위험성을 적극 환자들에게 알리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결국 식약처가 추적관리시스템을 들여다 본 것은 국내에서 BIA-ALCL 환자가 결국 발생한 뒤였다. 이때서야 부랴부랴 의료기관에 자료요청을 했으나 시술받은 환자들의 50%도 확인하지 못했으며, 실제 안전성 정보에 대한 환자 개별 통보는 이 중의 일부 환자들에게만 이뤄졌다. 뒤늦게 시작된 환자등록연구에는 12월 26일 현재까지 60여명의 환자만이 등록했다고 하니 한숨만 나올 뿐이다. 수없이 반복된 지적에도 불구하고 추적관리대상을 전혀 관리하지 않은 것은 식약처라는 조직의 완악함, 안전 불감증을 보여주며,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이 떠안게 된 것이다. 세번째로 BIA-ALCL은 거의 대부분 텍스처드(textured) 인공유방에서 발생했다는 점이다. 텍스처드 제품에는 매크로텍스처드(macro-textured)와 마이크로텍스처드(micro-textured) 제품이 있는데, 식약처는 매크로텍스처드 제품에 대해서만 판매 중지가 아닌 사용 중지를 했다. 심지어 유일하게 자발적 회수 조치를 하고 있는 엘러간사 제품도 회수율이 5%에 못미치고 있으니 실로 어이상실이다. 물론 매크로텍스처드 제품이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큰 것은 사실이나 마이크로텍스처드 제품도 위험도가 분명히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일부 국가는 모든 텍스처드 제품에 대해서, 일부 국가는 매크로텍스처드 제품에 대해서만 사용중지를 한 점이 있으나, 마이크로텍스처드 제품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국내 전문가그룹과 논의해 분명한 조치가 필요하다. 또 식약처는 매크로텍스처드 제품에 사용 중지를 하면서 엘러간사 제품만 부각시킴으로써 환자들이 엘러간사 제품만 아니면 괜찮다는 잘못된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방치했다. 식약처는 지금이라도 모든 텍스처드 제품에 대해서 판매 중지와 같은 적극적인 조치를 해야하며, 모든 제품의 회사명과 제품명을 환자들에게 공개해야 한다. 확증된 위험임에도 불구하고 안전성 관리를 소홀히 한 인공유방사태는 지금이라도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제2의가습기살균제 사태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 칼럼은 개인 의견으로 저자 소속 기관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의협을 보며 9세기 신라 경주가 떠오른 이유 2019-12-17 10:33:23
|호시탐탐 왕권 노린 경주 귀족처럼 |회장 직 탈취에 몰두한 몇몇 감투 쓴 의사들 |내분으로는 ‘의료 새 세상’ 열지 못해 의사는 아니지만, 최대집 집행부 출범 때 "국민과 의사를 가깝게 할 수 있는 레토릭을 만드는 데 도움이 돼 달라"는 부탁을 받고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에서 이사로 일하게 됐다. 단 몇 주 의협을 지켜보면서 든 생각은 '서기 9세기 신라가 딱 요 모양이었겠구나'였다. 호시탐탐 왕권 탈취를 노리는 진골 귀족 세력 간 쟁투 탓에 피가 마를 날이 없던 경주처럼, 의협이 딱 그런 꼴이었다. '귀족 상쟁' 탓에 몰락한 신라와 의사 사회의 공통점 신라의 역사는 상대(上代)와 중대(中代), 그리고 하대(下代)로 삼분된다. 이중 하대는 김 씨 일가 귀족에게 살해된 혜공왕(재위 765~780년)의 죽음 이후였다. 신라 몰락의 서막이었다. 이후 신라 왕실은 죽고 죽이는 암투가 이어졌다. 서기 9세기 전반에만 세 명의 왕이 일가친척이 되는 진골 귀족에게 살해됐다. 정치와 행정이 제대로 작동될 리 만무. 결국 지방의 호족이 발흥했다. 양길과 궁예, 견훤, 왕건이 그들이다. 최고 엘리트인 김 씨 귀족끼리 서로 죽고 죽이는 사이 ‘새 세상’은 진골이 보기에는 '듣보잡'이나 다름없는 사람들이 열고 있었다. 현 집행부 출범 직후의 의협을 지켜보면서 놀랐던 것은 '반란을 꿈꾸는 감투 쓴 의사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집행부 출범 초기부터 탄핵을 노리는 듯 보였다. 서기 9세기 경주의 귀족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신물이 났다. 의사도 아닌 필자가, 의사들이 벌이는 이전투구의 장에 있을 필요가 없었다. 이사직을 미련 없이 던졌던 것은 그런 까닭이었다. 20년째 반복되는 내분 요즘 최대집 회장에 대한 탄핵 주장이 구체화되고 있다는 보도를 보았다. 지난 20년 간 의협에서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물론 탄핵할 사람은 마땅히 탄핵해야 한다. 그렇다면 탄핵하자는 사유부터 면밀히 살피자. 결국 수가 대폭 인상에 실패했다거나, 문재인 케어(이하 문케어) 저지를 못했다는 것으로 귀결되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회장이 바뀐다고 이 주장이 현실화될 수 있느냐다. 우선 따질 것은 문케어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다. 보장성을 강화한다는데 싫어할 사람은 없다. 투표로 선출된 대통령이 표를 의식해서 정책을 펴는 것을 비판하는 것이야말로 '반(反)민주'일 수도 있다. 베네수엘라처럼 극단적인 경우를 들면서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기에 앞서 보장성 강화가 시대적 흐름이라면 '완급 조절'을 이야기하는 것이 옳다. 문케어 파기를 외치기보다는. 저수가 문제도 그렇다. 국민은 병원에 가든 않든 '세금과 다름없으면서도 해마다 다락 같이 오르는' 건강보험료를 다달이 내며 한숨 쉰다. 은행에서 빌린 채무와 건강보험료 미납분이 있을 때, 변제 우선순위는 무조건 건강보험료다. 법에 그렇게 정해져 있다. 우리 의료 정책은 어찌됐든 사회주의적 틀을 근간으로 한다. 제도로 인한 고통이라면 '그래도 진료를 통해 밥벌이를 하는' 의사의 고통이 크겠는가, 아니면 세금처럼 다달이 보험료를 내는 국민의 그것이 크겠는가? 필자 주변의 자영업자들은 건강검진을 받지 않은 것은 물론, 아파도 약국에서 약을 사 먹으면서 참는 사람도 많다. 필자의 경우 1990년 직장 생활 이후 건강보험료로 지금까지 낸 원금(회사 분담금 포함)만 1억 원 정도는 된다. 그러나 '자유인'이 된 지난 11년 동안 단 한 번도 건강검진을 받지 않았다. 병원에 가는 경우도 거의 없다. 이런 와중에 몇몇 의사들의 주장처럼 "수가를 30% 높이자"거나 "문케어를 타도하자"는 주장이 먹힐 수가 있을까? 국민은 의사의 눈물을 믿지 않는다 의사들이 고통당하고 희생한다는 이야기를 의사들은 안타깝게 이야기하지만, 국민은 동의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TV 드라마 '스카이 캐슬'을 단 한 번이라도 보셨는가? 필자가 대학에 입학한 1984년, 연세의대의 커트라인은 후하게 쳐도 서울대 중하위권 공대보다 낮았다. 지금은 전국의 꼴찌 의대 커트라인이 서울대 공대의 커트라인과 비교되는 세상이다. 특정 학과의 커트라인은 그 학과가 배출하는 직업에 대한 사회적 선호도와 선망의 표상이다. 그럼에도 의사들이 힘들다고 외치겠다고? 설사 정권이 바뀌어도 수가의 대폭 인상이나 '공공성이 강한 의료 정책의 후퇴'는 당분간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한데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고 의협 집행부를 탄핵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인가? 사실, 그 누구도 이룰 수 없는 일로 보이는데? 파업을 하자고? 파업 주동자들이 줄줄이 연행되고, 파업에 단순 가담한 의사들이 운영하는 의원에까지 국세청 조사관 2~3명이 나와서 장부의 먼지까지 탈탈 터는 것을 버틸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몇일까? 병자호란 때 숱한 선비들이 전쟁을 외쳤다. 그러나 주전파(主戰派)의 대표자였던 김상헌마저 호미조차 들지 않았음은 물론, 남한산성이 열리고 청에 항복할 때 몰래 혼자 도망갔음은 조선왕조실록에도 기록돼 있다. 현실이란 그런 것이다. 지난 3월 호기롭게 파업을 외쳤지만 여론을 등에 업고 강공에 나선 정부에 밀려 단 하루 만에 '무조건 항복'을 선언한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의 경우도 이를 증명한다. 현실과 대의민주주의를 제대로 이해한다면 어떻게든 국민을 '의사 편'으로 설득하는 것이 최우선일 것이다. 그것을 이루기 위해 의사 사회는 어찌됐든 '대외적으로는' 하나로 뭉쳐야 한다. 뭉친 것처럼 보여야 한다. 그것이 현금 의사 사회에서 최우선의 과제일 것이다. 그래도 정부와 싸워 이기기 힘든 판국이다. 실상은 '감투 쓴' 몇몇 의사들이 협회장을 주살하기에 바쁠 뿐이다. 그렇게 등극한 새 왕 역시 문케어 저지나 수가의 대폭 인상을 이룰 수 없기에, 누군가 또다시 "왕을 참수하자"고 나설 것이고... 그 반복되는 역사가 의협에서는 어느덧 20년 가까이 되는 듯하다. 경주의 진골 엘리트 귀족들이 그 짓거리를 하다가 급기야 경애왕이 견훤에게 자살을 강요당했고, 왕비가 적장에게 성적 능욕마저 겪었다. 결국 그 잘난 신라의 엘리트들은 나라를 제 손으로 '듣보잡' 출신 왕 씨에게 가져다가 바쳤고. 중앙 대의원, 의협 중심 단합에 힘 모아야 물론 "최대집도 그렇게 해서 회장이 됐다"고 이야기한다면 할 말은 없다. 그에게 '원죄'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제라도 그런 '못난 되돌이표'는 끊어야 하지 않겠는가? 언제까지 엘리트 귀족 간 내분으로 나라를 망친 신라 꼴을 따를 것인가! 대한민국 최고 엘리트들인 의사들, 특히 의협 중앙대의원들이 최소한 그것만큼은 기억하시기를 엎드려 바란다. 제대로 된 싸움을 위해서라도, 엘리트 간 내부 다툼은 무조건 멈추고 뭉쳐야 할 때라는 것을. *칼럼 및 기고는 메디칼타임즈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칼럼|전자담배 위해평가 편파적…평가 내용 공개해야 2019-12-16 05:45:50
담배는 아마도 가장 긴 인류 역사를 지닌 기호품이 아닌가 싶다. 약 50여년 전에 흡연이 폐암의 원인이라는 역학 조사가 발표된 후 각 나라에서는 국가 단위의 법적인 제한(예: 담배 홍보 제한, 담배에 세금 부과 등)을 하고, 금연 운동을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나라 인구의 20% 이상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담배처럼 확실히 입증된 발암불질이 여전히 합법적으로 허용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지난 번 라니티딘 경우는 잠재적 위험임에도 불구하고 판매중지가 됐는데 말이다. 담배를 안 피우는 사람으로서는 참으로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담배의 허용에 대한 이 사회, 더 나아가 전 세계의 암묵적인 공감대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일반적으로 위해 평가는 절대 평가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담배 또는 유사담배의 위해 평가는 흡연에 대한 사회의 암묵적인 허용을 고려해, 이미 명백히 알려져 있는 연초 담배의 위해성을 기준으로 상대 평가를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올해 미국에서는 전자담배로 인한 폐질환(E-cigarette or vaping product use associated lung injury, EVALI)의 집단발생(outbreak)이 있었고, 현재도 감소하고는 있지만 진행 중이다. EVALI의 원인으로 THC(tetrahydrocannabinol), 비타민 E acetate 등이 제시되고 있지만 아직 확실하지는 않다. 예를 들어 미국의 질병관리본부는 비타민 E acetate를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적했지만, 미국의 Mayo Clinic 분석 결과와는 일치되지 않는 등의 문제가 있다. 그런데 한가지 확실한 것은 거의 모든 발병 환자들이 허가된 전자담배를 사용한 것이 아니라 불법 음지에서 제조되거나 판매된 것들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실상 액상전자담배는 수년 전부터 허용돼 오던 것인데 왜 올해 이런 집단발생이 일어났는가에 대해서 더 조사가 필요하겠지만, 불법음지에서 시행된 액상 담배 제조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유럽이나 일본, 또 우리나라에서는 집단 발생이 없는 지역적 특색을 보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액상전자담배로 인한 폐질환 문제를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과학적으로 타당할까? 예를 들어 영국은 미국에서의 집단발생에 대해서 매우 차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 이유는 영국의 경우 우리나라의 식약처라고 할 수 있는 MHRA에서 전자담배를 포함한 담배에 대한 엄격한 품질 관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영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액상전자담배에는 포함될 수 있는 성분들이 제한돼 있으며, 예를 들면 비타민 E acetate가 포함될 수 없다. 또 담배를 사용한 후 발생하는 부작용에 대해서 의약품 부작용을 보고하듯이 적극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즉, 이미 엄격한 관리 하에 허가 및 안전성 관리가 되고 있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비정상적인 집단 발생에 대해서도 차분할 수 있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떠한가? 우리나라는 전자담배가 법의 사각지대에 있어서 정부 차원의 관리가 안되고 있다. 즉, 액상전자담배에 어떤 성분이 들어가 있는지 품질관리가 안되고 있는 것이다. 관리가 안되니 우려가 되면 일단 모든 제품을 다 중지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발사르탄 사태 때에도 NDMA 분석을 할 수 없었던 식약처는 NDMA가 높은 특정 발사르탄 제품을 집어낼 수가 없으므로, 일단 모조리 판매중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1년쯤 뒤에 식약처는 막상 조사해보니 발사르탄에 포함된 NDMA는 우려할 수준이 아니었다고 발표함으로써 '아님 말고'식의 무책임한 자세를 보였다. 이번 액상전자담배에 대한 강력 사용 중단 조치도 과학적 근거에 기초한 판단보다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였다. 본래 복지부는 미국발 집단 발생에 대해서 해당 내용을 국민들에게 알리면서 사용 자제를 권고했고 의료진에게는 의심사례를 적극 질병관리본부에 보고하도록 조치했다. 이후 질병관리본부는 보고된 EVALI 의심사례 1예에 대해서 1예를 가지고 연관성을 판단할 수 없으며, 좀 더 사례가 모여야 역학 조사를 통해 연관성을 판단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 정도의 조치를 취하면서 전자담배에 대한 근본적인 조치, 즉 정부 차원의 관리를 전향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국민의 안전을 위해 한 말이 갑자기 근본적인 과학적 근거가 생긴 것같이 대소란이 일어난 것이다. 대통령이 의도하신 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위험을 충분히 알리고, 위험할 수 있는 요소에 대해서 적극 조치하라는 의미였을 것이다. 갑작스러운 강력 사용 중단 조치 후 식약처와 복지부는 분석 결과에 대해서 적절한 평가를 했을까? 12일 식약처는 액상전자담배와 유사담배 성분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EVALI의 직접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는 비타민 E acetate가 일부 제품에서 검출됐으나, 극미량이었다. 식약처의 발표에 따르면 0.1~8.4ppm의 범위로 검출됐다. 그런데 매우 정밀한 HPLC(고성능 액체 크로마토그래피) 검출 방법의 비타민 E acetate 정량한계(limit of quantitation, LOQ)는 0.899ppm으로서 이는 0.899ppm 미만 결과는 신뢰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식약처는 분석법과 분석법에 대한 평가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 그런데도 식약처와 복지부는 미량의 위험물질이 검출된 제품뿐만 아니라, 여전히 모든 액상전자담배에 대해서 기존 조치, 즉 강력 사용 중지 권고를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EVALI 의심사례 1예, 일부 제품에서의 극미량의 비타민 E acetate가 이런 권고의 근거가 될 수 있다면 연초 담배는 우리나라에서 진작에 퇴출됐어야 마땅할 것이다. 물론 필자는 액상전자담배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모든 국민들이 액상전자담배를 포함해 금연을 희망한다. 그러나 위해평가를 편파적으로 하는 것은 못봐줄 노릇이다. 이 사태의 원인은 전자담배의 위해성 자체라기 보다는 전자담배에 대한 품질 등 관리를 하지 않고 사각지대에 둔 정부에게 있기 때문이다. 다음 칼럼에서는 분명히 입증된 위해였지만 매우 소홀히 조치돼, 여전히 우려가 되고 있는 인공유방 사태에 대해서 정리하겠다. ※ 칼럼은 개인 의견으로 저자 소속 기관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