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의료계 정치색 성향을 철저히 버려야 산다 2020-04-22 12:00:56
필자는 동대문을에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로 출마했으나, 경선에서 졌다.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병원에서 수련 받은 내과 전문의로,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뒤 20대 윤일규 국회의원의 비서관으로 일하다 21대 국회의원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혹자는 물었다. ‘편한 길’을 두고 왜 굳이 험난한 정치의 길을 걷느냐고. 나는 믿는다. 더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의사 1명이 환자 1명을 잘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장을 잘 아는 의사가 보건의료정책의 수립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그리고 정책을 잘 하기 위해서는 정치를 반드시 해야 한다. 개인이나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든,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된 정책을 위해서든, 더 많은 의사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하며, 참여해야 하고, 세력화해야 한다. 경선에 진 직후 3월 29일 대구로 내려갔다. 필자는 경선을 이유로 대구에 가지 못했고, 먼저 가서 고생하고 있는 동료들에게 마음의 빚이 있었다. 또 정치권에서 상처받은 마음을 쉬고 싶었다. 의사라면 누구나 이해할 것이다. 병원은 사람이 죽고 사는 전쟁터지만, 역설적으로 ‘전쟁터’에 있을 때 가장 ‘속 편하다’는 것을. 눈앞에서 사람이 죽고 사는데 바깥세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무슨 상관인가. 중환자실에서 하루 평균 8~12시간을 일했다. ‘좋아질 수 있을까?’ 걱정했던 환자들이 기계호흡기를 떼고 중환자실 밖으로 나가는 걸 보면서 오랜만에 환자 살리는 보람을 느꼈다. 연신 고맙다는 환자와 가족들의 인사에 위로받으며, 경선에서 받은 마음의 상처도 조금씩 나았다. 그렇게 정신없이 지냈더니 2주가 훌쩍 흘렀고 선거도 끝났다. 결과는 모두가 알다시피 민주당의 압승이었다. 총선이 끝난 뒤,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았던 일부 의사 중에는 ‘이제 망했다’는 반응도 있었으나, 의료계 전체를 놓고 본다면 전혀 좌절할 이유가 없다. 의사 개개인은 특정 정당을 지지할 수 있으나 의료계란 집단은 특정 정당을 지지하지 않으며, 정치적으로 중립이다. 13만 의사의 정치적 성향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민주당을, 누군가는 통합당을, 누군가는 정의당을 지지하며, 특정 당의 지지자도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다. 지금은 정치적 계산을 해야 할 때이다. 의료계에게 중요한 것은 정치색을 떠나 현장의 목소리를 최대한 정책에 많이 반영하는 것이다. 21대 국회에는 2명의 의사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었으며, 아마도 복지위에 배치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2명 모두 여당 소속이다. 여당이 180석을 차지하여 과반 정당이 된 지금, 의료계의 소통창구가 되어줄 2명이 모두 여당 소속이라는 것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설령 의료계가 반대하는 정책이나 법이 통과되더라도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서 의료계가 입을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그래서 지금은 특정 정당과 척을 질 때가 아니라, 연대할 때이다. 민주당이 선거에서 이겼으니 돌연 의료계가 민주당을 지지해야한다는 뜻이 절대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의료계란 집단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한다. 그러나 정치적 연대와 지지는 매우 다른 것이다. 의료계가 가진 카드는 두 장이다. 하나는 전문가로서의 의견. 정책 수립이나 입안 과정에서 현장을 잘 이해하는 전문가의 자문은 필수적이다. 의료계는 정치적 성향을 철저히 지우고 전문가로서 정책 수립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전문가 의견은 들어주지 않는다.’고 테이블에 조차 나타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다. 항상 ‘미워도 다시 한 번’이라는 자세로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 정치는 끝까지 버티는 놈이 이기는 싸움이다. 마지막 하나의 카드는 국민이 준, 가장 힘이 센 ‘필살기’다. 바로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최전선에서 싸워준 의료진에 대한 국민들의 감사와 응원이다. 의료계 전체는 특정 정당을 지지할 수는 없지만 국민을 지지할 수 있으며, 그러므로 여론을 등에 업을 수 있다. 지금처럼 의사에 대한 여론이 우호적이었던 적이 없다. 그리고 여론은 정치권이 두려워하는 유일한 것이다. 코로나 사태는 더디지만 언젠가 끝날 것이고, 21대 국회가 꾸려지면 미뤄놓았던 보건의료정책을 처리해야 한다. 그 때 의사들의 목소리가 얼마나 반영되는 지는, 지금 의료계의 행보에 달렸다. 위기는 곧 기회다. 내가 지지하지 않은 정당이 여당이 되었다고 좌절할 것이 아니라 그 거대 여당을 의료계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의사들의 정치세력화 성공의 열쇠가 될 것이다.
|칼럼|무엇이 변해야 하는가? 잊지 말자 우선은 보건소다 2020-04-21 05:45:50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가장 헌신적으로 역할을 한 곳을 꼽으라고 한다면 당연히 보건소가 들어갈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의료인들에게 가장 많은 비난을 들은 곳을 들라고 하면 아마 보건소일 가능성이 있다. 왜 그럴까? 최전선에서 대민 업무를 하는 곳의 특성 상 어쩔 수 없는 면도 있지만 보건소의 역할이 그동안 정치인 단체장들에 의해 왜곡된 것에 기인하지 않나 싶다. 사실 보건소의 역할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의료인들 사이에서 지적된 바 있지만 이참에 보건소의 기능을 원래대로 돌려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 나의 주장이다. 보건소의 원래 기능은 지역 보건 사업일 것이다. 감염병 관리, 방역, 그리고 가능하다면 만성질환자들에 대한 생활 습관 개선 사업 같은 의료기관이 수행하기 어려운, 그러나 사회적으로 국민 보건 상 매우 중요한 사업에 매진해야 함이 맞다. 과거에는 본래의 역할을 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방 자치 시대로 들어오면서 보건소가 정치인 단체장들의 치적 사업의 한 방편으로 전락되면서 본래의 역할에 취약해 지고 말았다. 즉 보건 사업보다는 저렴한 값에 1차 의료기관의 역할을 하는 이상한 기구로 전환된 것이다. 물론 저소득층 주민을 위한 진료 기능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기능이 주가 돼서는 안 됐어야 하는데 대민 진료에 치중하다보니 코로나19 같은 사태에서는 중심이 되기보다는 초기에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서 원성을 사고 말았다. 사실은 워낙은 이랬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 코로나19 사태의 최초 방어선은 보건소라야 했다. 열이 나거나 호흡기 질환 의심이 드는 환자는 무조건 관할 보건소를 방문해서 거기서 확진 여부 판정을 받고 지정된 코로나19 관리 병원으로 갈지, 아니면 1차 의료기관이나 더 상급의 의료기관으로 갈지가 결정되었어야 하는 것이다. 즉, 확진자 선별 기관이 대형병원의 선별진료소나 응급실이 아닌 보건소가 그 역할을 맡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떠했던가? 의심환자 또는 우연히 발견된 감염자가 의료기관에 와서야 확진이 되다보니 치료에 전념해야 할 의료기관이 폐쇄되거나 접촉했던 의료인들이 격리되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의료기관이 그런 식으로 폐쇄되고 의료인들이 격리되는 것은 정말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보건소가 이 상황에서 무슨 일을 하는가 보니 확진자를 관리하는 역할을 하고 있을 뿐, 적극적인 1차 저지선의 역할을 못하고 있더라는 것인데 보건소의 구성 인력이나 역할을 본다면 바로 이런 상황에서는 보건소가 이 역할을 했었다면 그야말로 칭찬할만한 방역시스템이라고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아쉽게도 우리의 보건소는 이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왜냐고? 정치인들 탓이다. 단체장이 관할하는 보건소가 단체장이 요구하는 사업에 매진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 어처구니없게도 보건소가 1차 의료기관과 경쟁을 하는 상황이니 말해 무엇 하랴. 그렇게 입만 열면 코로나19 사태에 발 벗고 나서겠다는 정치인 단체장들이 만든 시스템의 왜곡을 이번 기회에 반드시 돌려놓아야 할 것이다. 아직은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이제 어느 정도 정리 되어가는 듯 한 양상을 보이기에 하는 소리다. 간혹 들리는 1차 의료기관이 감염병 대응의 최초 저지선이 되어야 한다는 이런 이상한 주장이 나오면 안 된다. 바로 보건소가 그 역할을 하는 것이 맞다.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놓을 뿐이다.
의협은 정치보다 회무에 진력해야 2020-04-20 19:52:00
중국발 코로나 사태로 온 나라가 심한 몸살을 앓는 동안 치러진 제21대 총선이 여당의 승리로 끝났다. 한편 의사 출신 후보는 14명이나 도전했지만 당선된 사람은 지역구 1명, 비례대표 1명으로 두 명뿐이었고 모두 여당 소속이다. 코로나 사태로 의료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부각된 상황이라, 의사 출신 당선자가 줄어든데 아쉬움이 크게 남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총선 다음날 오전 대한의사협회(의협) 최대집회장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정부와 여당이 코로나19에 범정부적으로 최선을 다 하도록 요구하고, 의협이 반대해왔던 정책을 힘으로 강행한다면 ‘전국의사총파업’으로 맞서겠다고 말했다. 사실 이런 얘기는 의협이나 회장이 여태 여러 번 해왔던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의료계 전문지를 비롯한 언론에선 의협의 공식적인 입장으로 보도했고, 이미 정치적인 언행으로 주목받았던 의협과 최대집회장은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서고 있다. 알다시피 최대집회장은 오랫동안 이른바 우파 사회운동을 해왔던 경력이 있다. 그래서 회장에 출마하고 당선되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의협이 정치적으로 치우친 행보를 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했다. 선거 과정에서 최회장은 당선이 되면 정치 활동은 자제하고 회무에 집중하겠다고 했지만, 당선 후의 언행은 거리가 있어 보인다. 작금 문재인정부는 급진적인 건강보험 보장성강화 정책, 소위 ‘문재인케어’ 추진 과정에서 의협과 적지 않은 파열음을 빚어왔고, 그 외의 보건의료정책에 있어서도 소통과 화합보다는 불통과 갈등을 빚어왔던 게 사실이다. 따라서 의사들을 대표하는 의협이 정부와 사사건건 충돌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보건의료 정책의 이견으로 다투는 것과 그 외의 정치적인 이슈로 논란이 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최대집 집행부는 출범 이후 야당 편중의 정치적인 행보를 보여 적지 않은 회원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이번 총선 선거운동 기간 중에도 최회장은 미래통합당 황교안대표의 유세 현장을 방문해서 구설수에 올랐다. 의료계와 관련된 정책과 행정은 정부 여당이 주도하여 추진되기 때문에, 지나치게 등 돌리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더욱이 지금은 코로나 사태로 국가적인 위기 상황이며 국민 건강에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 되고 있기 때문에, 대표적인 보건의료단체인 의협이 무겁게 행동해야 할 때다. 지난 수개월 간 코로나 방역과 치료에 헌신적인 모습을 보인 의사들로 말미암아 국민들이 감사하고 있고 또 그동안 왜곡되었던 이미지가 개선되고 있는 참이기에 더욱 그렇다. 코로나 사태 발발 초기부터 의협이 중국 입출국 차단 등 소신 있는 방역대책을 주장한 것은 잘 했다고 본다. 다만 의협이 이전부터 정치적 중립성을 보였다면 그 무게감이 다르지 않았을까. 아무리 올바른 주장을 해도 편향성으로 희석되고 폄하되기 일쑤다. 두고두고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그동안 정부여당이 의협을 대화상대로서 제대로 인정하지 않고 정책 결정 과정에서 소외시켰던 억울함이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런 설움을 시시때때로 강하게 질타함으로써 시원함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의협이나 의사 회원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럴수록 점점 더 의협은 고립되고, 의사들의 주장은 정치적으로 폄하되고 정책에 반영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 의협은 최대집회장과 정치적인 의견을 같이 하는 회원들만 있는 곳이 아니다. 사안별로 차이는 나겠지만, 다양한 정치적인 의견이 있을 수 있고 집행부는 다수뿐만 아니라 소수의 목소리도 챙겨들으면서 회무를 해야 한다. 정치색이 없을 때 더욱 힘을 발휘하는 전문가 단체 필자는 의협의 감사로 재직 중이던 7,8년 전부터 의협 회장의 정치적 중립성을 여러 차례 강조해왔고,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서 회장이 정치적 견해를 피력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조언했었다. 아무리 개인적인 입장이라고 전제해도, 이를 바라보는 언론이나 국민들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총선 과정에서 의협은 상근부회장을 제1야당의 비례정당인 미래한국당에 공천을 신청하고 당선권에 근접한 번호를 받기도 했었다. 의협의 제2인자에 해당하는 상근부회장이 현직에서 공천을 신청하는 것이 적절한가는 의문은 차치하고서라도, 이런 모습이 과연 의사회원 전체의 권익에 도움이 되는 일이었는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서두에서 언급했던 전국의사총파업의 실현성에 이르면 더 할 말이 없어진다. 최대집회장은 회장 선거 과정에서 당선만 되면 총파업을 감행하고 1년 내 감옥 가는 것을 불사하겠다고 호언장담하여 의사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어 당선된 바 있었다. 그런데 2년이 지난 지금 무기한 총파업은 고사하고 하루나 반나절이라도 파업을 한 적이 있었는지 묻고 싶다. 그리고 이것을 바라보는 정부여당이 도대체 어떻게 생각할지도. 이제 최대집회장의 임기는 겨우 일 년이 남았다. 다음번 정치적 큰 이슈는 2년 뒤의 대통령선거이다. 이 년 후는 그 때의 회장이 알아서 할 문제다. 부디 바라건대 최회장은 남은 임기 동안 정치적인 언행을 자제하고 현실성 있는 회무에 집중해주기를 바란다. 다음달에는 1년 농사라고 불리는 의료수가 협상이 열린다. 지금껏 수가 협상이 각 의료 유형별 줄 세우기에 불과했다면, 이번엔 코로나 사태로 중요성이 두드러진 의료계에 어떤 대접을 해줄 것인지 가늠하는 자리가 될 수 있다. 또 새로이 개원할 21대 국회에서 쏟아져 나올 각종 법안들도 걱정이다. 이전보다 더욱 고립무원이 된 현실에서 어떻게 의료관련 법안들에 대처해나갈지 고민이 앞서지 않을 수 없다. 아직 끝나지 않은 코로나 사태에 대해서도 대한민국 의사들과 의협의 역할을 크게 각인시킬 수 있도록 힘써주기 바란다. 위기는 기회의 다른 말이라고 했다. 투쟁을 통해서 성과를 얻어낼 수도 있지만, 싸우지 않고도 이기는 방법이 있다면 그것을 모색해봐야 한다. 우선은 의협이 정치 색깔을 지우고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 단체로서 다시 위상을 세우는 것도 방법이라고 본다.
인보사 사태 본질은 ‘조건부 허가’ 남용 2020-04-20 05:45:50
인보사 사태는 FDA를 통해 주된 세포 중의 한가지가 바뀌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촉발됐다. 우리나라 식약처는 허가시에도 이를 발견하지 못했고, 허가 후 품질 모니터링에서도 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런데, FDA는 어떻게 이를 발견할 수 있었을까? 이것이 FDA와 식약처의 심사 수준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세포가 뒤바뀐 것이 인보사 사태의 본질일까? 물론 이 점은 법적으로는 본질적인 문제이다. 그러나 의학적으로, 즉 환자에게 미치는 안전성/유효성 면에서는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FDA는 한국에서의 법적 분쟁을 알고 있지만 임상3상을 재개하도록 승인한 것이다. 환자에게 미치는 안전성/유효성 측면에서 인보사 사태의 본질은 무엇일까? 그건 우리나라는 허가를 내줬고, FDA는 임상3상을 승인했다는 점이다. FDA에도 조건부 허가 제도가 있다. FDA는 인보사를 조건부 허가하지 않고, 임상3상을 하라고 한 것은 조건부 허가를 할 수 있는 적응증에 해당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왜 우리나라는 조건부 허가를 했을까? 그것도 1차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위원들 대다수가 허가를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위원들을 대거 변경해 2차 회의를 열면서까지 말이다. 당시 1차 중앙약사심의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위원들 대다수는 인보사가 조건부 허가를 할 만큼의 유효성을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인보사는 연골세포를 이용한 세포유전자치료제였기 때문에 연골의 재생 여부 없이 통증 완화만으로 허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한 인보사 사태가 발생한 이후 대한류마티스학회는 인보사 임상2상 결과는 임상3상으로 진행할 수 있는 근거는 되겠지만, 허가를 위한 근거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의견을 발표했는데, 이는 필자의 의견과 동일하다. 이런 치료제가 2차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거치면서 조건부 허가가 난 것이다. 즉, FDA에서는 허가하지 않는 치료제를 국내에서는 허가해 환자들은 고가의 치료비를 지불하고 시술을 받은 것이다. 이것이 문제의 본질이다. 임상시험은 안전성이 어느 정도 인정되고, 효과에 대한 과학적 개연성이 있으면 승인된다. 인보사의 장기안전성은 좀 더 자료가 필요하겠지만, FDA가 임상3상 승인한 것은 단기안전성에 대해서는 추가 제출된 자료를 통해 인정한 것이다. 아마도 시험에 참여하는 환자들에게 잠재적 위험을 설명하고 동의를 받도록 했을 것이다. 그럼 이번 임상3상을 통해 안전성/유효성이 입증되면 FDA가 허가를 할까? 전혀 그렇지 않다. FDA는 임상시험 승인과 허가가 완전히 분리돼 있다. 임상시험을 승인하는 조건과 허가를 하는 조건이 다르다. 연구는 광범위하게 승인하지만, 허가는 매우 까다롭다. 그래서 국내 신약이 FDA에서는 거의 허가를 받지 못한다. 거꾸로 해석하면 식약처는 해외에서는 인정받지 못하는 허가를 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누구를 위한 허가일까?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인보사 사태의 본질은 우리나라는 허가를 했고, FDA는 임상 승인을 한 것이다. 임상시험을 더 해야 할 약을 식약처는 허가를 한 것이다. 그럼 인보사만 그럴까? 요즘 뉴스를 보니 대형 제약사도 개발중인 신약도 조건부허가를 신청할 모양이다. 이 후보약물은 임상3상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표준요법이 있는 적응증에 조건부 허가를 한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임상3상 마치고 떳떳하게 국내와 FDA에서 허가 받기를 바란다. 인보사 사태의 본질은 조건부 허가의 남용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칼럼|코로나19로 노출된 정신보건계 민낯과 대응방향 2020-04-20 05:45:50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사태는 우리사회 모순된 영역의 민낯을 그대로 표출했는데, 그동안 우리들이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고 간과했던 취약 부분들이 코로나19 확산과 치명률을 높였다. 미국 존슨홉킨스대학의 17일 집계에 따르면, 전 세계 185개 나라와 지역의 코로나19 감염자는 213만 4465명, 사망자는 14만 2148명인 가운데 미국의 사망자가 3만 1628명으로 나타났으며, 미국 전역에서 요양원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빠르게 번지면서 뉴저지주 요양원에서만 현재까지 471명이 숨졌으며 북서부 앤도버 서브어큐트 재활센터 요양원 한 곳에서만 68명이 사망해 지금으로선 며칠의 앞조차 예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은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시행과 18만병상의 요양시설과 38만병상의 요양병원이 격벽방역의 역할을 수행했고 총선시즌의 가장 큰 이슈로 코로나19 감염사태가 등장하면서 현 정부의 사활을 건 개입으로 여타 선진국들과 크게 다르게 안정적인 상황을 유지하고 있어 다행스럽다 하겠다. 이런 대한민국의 선방에서도 청도 대남병원과 대구 제2미주 정신병원의 참담한 상황은 코로나19 뉴스를 바라보는 우리에게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 정신보건 기득권층은 이번 사태도 기회다 싶어 "정신보건은 탈원화가 대안이다", "국립정신병원의 역할과 기능강화를 위해 수백억원을 추가 투입해야 한다"고 또다시 외친다. 그러나 이러한 이유를 들어 민간 정신병원을 타깃 삼아 낙후된 치료환경상태로 방치하고 저수가로 통제만 해온 세월이 수십 년이고 보면 청도 대남병원의 경우, 50명의 내과 환자가 입원해야 할 병동에 100명의 정신질환자들이 입원하고 있었다는 방역보건전문가들의 후담은 정부와 정신보건전문가 그룹들이 내 몰아친 민간 정신병원의 현주소가 아닌가 해 씁쓸하기 그지없다. 정신보건 전문가 그룹의 대척점으로 여기며 민간 정신병원을 몰아세우고 자신들의 이상을 실현시키는 사이에 재투자를 전혀 할 수 없었던 민간 정신병원은 사회복지시설인 정신요양원보다 시설환경이 취약해졌으며 정신병원의 인당 정부부담도 정신요양원보다 더 취약하다는 현실은 거론하기조차 부끄럽지만 정신보건계에선 다 아는 사실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대남병원의 코호트 격리 결정 및 다수의 사망자 및 확진자가 나온 것과 관련, "정신질환자라는 특수성 때문에 이송에 한계가 있었다"고 언급했으나 실상은 &160;코로나19와 정신질환의 통합적 진료가 이뤄질만한 종합병원들이 정신질환의 저수가 정책과 정신질환 의료급여 차별화로 정신과 병상을 유지하기가 어려워 모두 철수한 상태이기에 갈 곳이 없었던 것이다. 민간 정신병원에 격벽방역이 가능한 1~2인 병실과 병실 내 화장실 그리고 공기정화시스템등 적정 치료환경만 개선됐었다면 각 민간 정신병원의 코호트 격리치료라 할지라도 치료의 적정을 기하지 못할 이유가 없었지만 정신질환 저수가정책에 따른 취약한 치료환경의 방치가 민간 정신병원의 한계를 그대로 노출시켰다. 정부는 그동안 민간 정신병원의 치료환경 개선의 여지까지도 차단함으로 탈원화 실현이 가능하다고 십수년을 낭비한 결과로, 정부는 감추고 싶었나. 이십여년 전에 시계가 멈춰버린 참담한 민간 정신병원의 민낯을 청도 대남병원으로, 제2미주병원으로 국민들에게 다 노출하고 말았다. 민간 정신병원의 현 사태를 병원 경영진의 Moral Hazard나 탈원화의 부진으로 몰아가거나 정부지원책 없이 민간병원의 출혈만 강요하는 정신병원규정 강화만으로 이번에도 봉합만 한다면, 국민의 눈을 잠시 속일지 모르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결코 될 수 없다. 부작용은 감춘 채, 탈원화와 커뮤니티 케어가 마치 요술방망이나 되는 것처럼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매우 위험스럽다. 하천범람 시마다 민간 정신병원 규정만 강화한다고 선진화될 수 없다. 민간 정신병원이 정부 지원책의 부재로 다인 병실은 협소하고 취약한 구조라는 것은 정신보건계에서는 다 아는 사실로서 전혀 새로울 게 없다. 병상의 개보수는 염두에 둘 수조차 없어 페인트가 퇴색하면 병원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린 민간 정신병원을 탈원화 구호아래 수십년간 지원책 없이 방치해 왔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미국와 유럽에서 보였던 것처럼 노인요양시설과 함께 코로나19 집단감염에 취약한 구조로 언급되었지만 한국에서는 민간 정신병원이 더 취약하다. 수계체계상 산림과 하천 그리고 강이 제대로 기능하도록 기획돼야 완전한 수계체계라 할 수 있다. 매번 찾아오는 집중호우와 수계범람의 재난을 예방하기 위해선 울창한 숲도 보전해야 하고 하천의 뚝방과 강들의 제방도 견고하게 해야 한다. 산림이 필요하듯이 정신질환자의 사회재활을 위한 커뮤니티 케어와 강의 역할인 국립정신병원이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중간 치료기관인 민간 정신병원이라는 한 축을 망가뜨리고 숲과 강만 견고하게 하고서 수계체계를 완성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커뮤니티 케어도 도입하고 국립정신병원도 존재감 있게 만들되 지금껏 오명 속에서도 묵묵히 정신보건계를 지탱해온 민간 정신병원의 환자들의 적정 치료와 치료환경 개선을 위해 십 수 년 동안 실질적으로 동결해 온 정신과 입원수가의 적정보장과 정부보조 기능보강사업을 이번만은 제대로 지원하여 민간 정신병원들이 치료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원했으면 한다. 이것만이 한국 정신보건계를 건강하게 균형을 잡을 수 있는 조치라 사료된다.
코로나 장기전 대비해야…생활치료센터→야전병원화 2020-04-06 05:45:50
국내에서 코로나19 감염병이 발생한지 2개월이 지나고 있다. 대구, 경북에서의 집단감염 발생으로 큰 위기가 있었지만 초기 진단 및 조치에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 막아낸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고 자랑스러운 일이다. 특히 능동적 자기 봉쇄를 한 대구, 경북 시민들의 높은 시민의식과 언제나 그렇듯이 위기의 때 희생적으로 헌신하는 의료진들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와 찬사를 보낸다. 그런데 메르스 때처럼 이렇게 한차례 폭풍이 지나간 후 잠잠해지면 좋겠지만 이번은 다를 것 같다. 2009년 신종플루 이후 다시 판데믹으로 번져서 해외 유입에 의한 발생을 완전히 막을 수가 없고, 더 큰 문제는 치료제도 백신도 빠르게 나올 것을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신종플루는 기본적으로 인플루엔자라는 백신 플랫폼이 있는 상태에서 발생한 변종 바이러스여서 백신 개발이 빠르게 가능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는 전혀 백신 플랫폼이 없다. 유사한 코로나 바이러스 변종인 사스 또는 메르스 때 백신 개발이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백신 개발을 올해 내 기대하기는 어렵다. 또한 램데시비르와 같은 약물이 임상시험을 통과해서 허가가 된다고 해도 어느 정도로 공급이 가능할지도 예측하기 어렵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증식에 온도가 영향을 준다는 것은 밝혀졌지만, 코로나19 감염 발생에 기온이 영향을 줄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있다. 그러나 바이러스의 특성상 적어도 날씨가 따뜻해지면 조금이라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된다. 물론 마스크와 손씻기의 표준지침을 계속해서 잘 지킨다면 말이다. 그런데, 이 바이러스는 지금 전세계로 퍼지고 있어서 우리나라에서 발생 빈도가 줄어든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계속 해외에서 유입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여름에 잠시 줄어들었다가 가을, 겨울에 다시 발생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조금이라도 안정세에 들어간 지금과 여름에 가을, 겨울 준비를 하는 지혜로운 개미가 돼야 한다. 그럼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첫째, 마스크와 개인보호구를 비축해야 한다. 만약 우리나라가 중국에서 코로나19 발생시 미리 필요를 예측해 마스크를 비축하고, 공급을 관리하고, 마스크 착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면 코로나19 2위 발생국 위치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이다. 개인보호구도 마찬가지이다. 언론에서 잠깐 다루어지다가 사라졌지만 여전히 의료진의 개인보호구가 모자라 대부분의 병원들이 아끼고 아껴서 사용하느라 충분한 의료진 보호가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므로 지금과 여름에 발생자가 조금 줄어들게 될 때 도리어 마스크와 개인보호구를 충분히 생산해서 비축하고, 공급 대책을 잘 세워서 가을, 겨울을 대비하자. 둘째, 생활치료센터의 야전병원화이다. 아마도 이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국민들을 가장 안타깝게 한 것은 대구에서 집단감염의 발생으로 의료기관이 포화가 돼 집에서 격리를 하다가 적절한 때 의료적 처치를 받지 못하고 사망한 경우일 것이다. 의료기관이 포화가 되면 그 어떤 나라에서도 동일한 일이 발생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비록 좀 늦었지만 생활치료센터를 만들어서 환자들을 그 곳에 격리하고 모니터링해, 위험한 증상/증후가 발생하면 의료기관으로 이송했다. 필자는 여기서 한단계 더 나아가 생활치료센터의 야전병원화를 제안한다. 즉, 생활치료센터를 산소 공급, 간단한 수액 치료가 가능한 야전병원으로 구축하는 것이다. 코로나19 중앙임상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약 2주간 산소 공급을 하면 대부분의 환자가 안정된다고 했다. 또한 코로나19 폐렴의 경우 증상/증후의 불일치가 심해서 환자는 증상이 없는데 실상 폐의 병변은 심각한 경우가 있어서 증상이 심해졌을 때 치료를 시작하면 늦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증상이 경미한 초기에 산소 치료를 하는 것이 현재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상태에서는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생활치료센터를 산소 및 간단한 수액 치료가 가능한 야전병원으로 구축하게 되면 경증에서 중증으로 가는 빈도를 줄이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빠른 진단시스템을 계속해서 유지하고, 생활치료센터에서의 경증 치료 및 모니터링, 산소포화도에 따른 중증 환자 이송(2020.03.09일 칼럼 참조)의 코로나19 의료전달체계를 갖추면 가을/겨울에 코로나19가 다시 증가하더라도 조금 염려가 덜할 것 같다. 그러니까 조금이라도 코로나19 발생 곡선이 완화됐을 때 다음 회차 대본을 써보자. 쪽대본은 이번까지.
코로나19, 가보지 않은 길이 우리 앞에 있다 2020-04-01 16:37:15
선진국이라던 나라들이 코로나에 떨고 있다. 그들에게는 대비가 없었다. 마스크, 방호복, 병실, 인공호흡기와 의료인력이 부족하다. 검사키트 부족이나 비싼 의료비로 인해, 검사 받기가 어렵다. 슈퍼마켓 사재기에 싸움이 벌어진다. 수천명이 사망하고 도시가 봉쇄되고 있다. 우리도 다르지 않았다. 2003년 사스 시절의 응급실에는 마스크가 없었다. 낡은 수술복을 잘라 만든 마스크가 수술실에만 존재했다. 병원의 의료진은 공포에 떨었고 인근 주민들이 수용반대 시위를 했다. 시행착오 후에야 재난 메시지가 제대로 날아 왔다. 전국의 검체를 한 곳에 모아 검사했고 며칠 후에야 결과가 나왔다. 음압병실은 큰 병원에도 없었고,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선별 진료소, 방호복과 매뉴얼도 신종 플루와 메르스를 거치며 도입되었다. 한편 이번 대응은 성공적이다. 신규환자 급증과 사재기가 없다. 진단키트, 드라이브 스루, 건강보험, 생활치료센터 그리고, 성숙한 시민의식은 세계가 부러워하는 모델이라고 한다. 벤치마킹, 발상의 전환 그리고 사회의 합의에 의한 것들이다. 그런데, 성패의 차이는 경험에 있다. 오늘의 성공은 과거의 경험에 기인한다. 그런데, 앞으로는 다르다. 가보지 않은 길이 우리 앞에 있다. 인구의 60-70%가 면역을 가져야 환자가 더 생기지 않는다. 대책없이 놔두면, 병에 걸리고 낫는 과정에서 집단면역을 얻게 된다. 하지만, 예측되는 사망자가 10만명으로도 한참 부족하다. 집단면역을 만들어 낼 백신개발에 몇 달 혹은, 몇 년이 걸릴지 알 수 없다. 사람들이 만나지 않으면 환자는 생기지 않겠지만, 경제도 없다. 완벽한 봉쇄는 가능하지 않고, 국가예산으로 경제를 언제까지나 돌릴 수도 없다. 우리의 성공은 지속이 보장되지 않았다. 우리는 어려운 결정에 직면했다. 연간 몇천명의 교통사고 사망자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자동차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도 찾아내야 한다, 세계에는, 구급대가 현장에서 심정지 환자를 발견했을 때, 생존확률이 1% 미만이면 소생노력을 포기하고 병원으로 이송하지 않는 지역들이 있다. 최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생존률이 낮은 상황에서, 신속한 이송이 초래할 교통사고 사망과 의료비용을 고려한 정책이다. 확률을 정하는 의료윤리 논문에 이어 1% 미만의 생존확률에 대한 현장판단 기준이 연구되었다. 마지막으로 사회의 합의를 거쳐 구급대원 매뉴얼로 발표되었다. 그들 사회는 수학, 윤리와 경제의 복합문제에 대한 합의를 가지고 있다. 응급실 실습도 없이 의사가 되는 의대생들이 생겨날 상황이다. 경제악화와 관련된 사망자가 코로나 희생자보다 많아질 수도 있다. 우리 사회는 신규환자가 몇 명까지 줄고 늘었을 때 학교, 식당과 결혼식장을 어떻게 열고 닫을지를 결정하기 위한 토론을 시작해야 한다. 결정을 미루기만 할 수는 없다. 결단의 무거운 짐을 어느 개인이 짊어지게 해서도 안된다. 가보지 않은 길이 우리 앞에 있다.
|이경권칼럼|어떤 교수 2020-04-01 05:45:50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온 나라가 시끄럽다. 아니 전 세계가 시끄럽다. 초기 대응에 문제를 삼던 국내 언론은 소위 선진국이라는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폭발적인 환자 및 사망자 수 증가와 대한민국의 방역시스템을 칭찬하고 이를 따라야 한다는 외국 언론의 기사들에 의해 머쓱해졌다. 과거 정보의 부족이 아니라 정보 과잉의 시대에 매일 뉴스를 통해 수많은 정보가 쏟아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다루는 뉴스가 전체 방송시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 시점에 어떤 새로운 뉴스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코로나19 관련 뉴스로 거의 모든 시간을 메우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많은 의료 전문가들이 방송에 출연하고 있다. 종편에 겹치기로 출연하는 정치 또는 시사평론가들만큼이나 많은 의료 전문가들이 등장하고 있다. 과연 저 사람이 감염 관련 전문가일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사람들도 미디어에 얼굴을 내비치거나 언론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요양병원 병원장으로서 보기 싫어도 이런 미디어를 볼 수밖에 없다. 기저질환이 있는 노령의 환자들이 모여 있는 요양병원의 특성상 매일의 추세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내과전문의인 병원의 진료원장이 보건복지부 소속 공무원일 때 질병관리본부에 파견되어 정은경 본부장(당시 센터장)과 메르스 사태의 최일선에 있었음에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전문가라는 분들의 발언이 구글에서 찾을 수 있는 정도의 정보인 경우도 많고 사실과 다른 면도 있어 실망할 때도 있지만 혹시 건질 것이 없냐는 마음으로 가능한 한 확인을 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많은 전문가들을 화면으로 보았는데 공통되는 것이 있었다. 대부분 “~교수”라는 직함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었다. 사적으로 아는 분들도 정식 교원이 아님에도 교수라고 표기되는 것을 보고 의아해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보았다. 교수라는 직함을 붙여 달라는 출연자의 요구가 많으며 미디어에서도 발언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이를 허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었다. 심지어는 학교법인과의 관계가 없어진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가 자신을 00의과대학 교수라고 표시해 달라고 애원해 그렇게 해주었다는 일화도 얘기해 주었다. 원래 교수는 전임교원만을 말하는 것이다. 개별 학교마다 사정은 있으나 학계에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교수의 기준도 동일하다. 즉 학계에서 정식으로 교수라는 직함을 쓸 수 없는 분들이 미디어에서는 교수라는 직함을 버젓이 사용하고 있다. 물론 겸임교원, 초빙교수, 객원교수, 외래교수, 임상교수라는 직함들이 만들어진 것은 대학교의 잘못도 크다. 하지만 무분별한 교수 직함의 사용은 교수라는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생각하는 최고 지성에 대한 신뢰성을 깎아내리는 원인이 된다. 어느 사회나 지성의 상징인 대학교수에 대한 구성원들의 신뢰는 상당하다. 그러나 미디어에서 넘쳐나는 비전임교원들에 대한 교수 직함의 부여는 이러한 신뢰를 손상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특히 본업이 시사나 정치 평론가인 분들이 00교수라는 직함으로 중립적인 듯한 이미지를 시청자들에게 심어준 뒤 이번 총선에 여·야의 국회의원 후보라 나서는 것을 보니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의 제정이 시급하다는 생각이 한층 더 굳어졌다. 직업군에 대한 신뢰는 미디어에 출연하는 일부의 사람이 아닌 해당 군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만들어 놓고 유지해 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본 칼럼은 법무법인 엘케이파트너스 뉴스레터 및 LK 보건의료정보사이트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www.lkhealthcare.co.kr
|칼럼|매 먼저 맞은 한국…메르스·미세먼지 새옹지마 2020-03-23 05:45:50
코로나19 감염병이 판데믹으로 전세계에 퍼지고 있다. 대한민국은 이 와중에 방역의 모범사례로 해외에서 다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여러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매우 잘 대처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들도 '저래서 되겠나'라는 염려를 불러일으키고 있으니 말이다. 그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필자는 메르스와 미세먼지에 일부 공을 돌리고 싶다, 한 20% 정도. 80%는 여전히 정부의 임기응변식 쪽대본에도 불구하고 헌신을 다하고 있는 의료진들과 자발적으로 셀프 방역과 나눔과 봉사를 하는 국민들에게 돌려야 하겠지만 말이다. 첫번째 메르스. 2015년 메르스는 대다수의 국민들에게 방역 실패의 사례로 기억되고 있다. 가장 큰 실패의 원인은 초기 경각심이 없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초기 방역에 완전히 실패하게 됐다. 결국 세계 2위의 감염자수를 낳았고, WHO의 감사를 받기에 이르렀다. 이후 메르스 백서가 발간됐고 감염병 전문병원 신설, 역학조사관 확충 등 마땅히 바뀌어야 할 부분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그러나, 메르스 후 변한 곳이 한 곳 있는데 질병관리본부이다. 이는 참 놀라운 일이다! 필자는 식약처에서 2년여 일하면서 국민을 위험에 빠트리는 위기를 겪고도 전혀 바뀌지 않는 식약처라는 조직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고 생각하며 국정감사에서도 변명만 늘어놓을 뿐 근본적으로 바꿀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다. 그런데 질병관리본부는 달랐다. 메르스를 몸소 겪었던 수장은 '이 또한 반드시 다시 오리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됐는가? 미국이나 유럽의 조치가 없으면 아무 일도 하지 못하는 식약처와 달리 질병관리본부는 미국이나 유럽에서 어떤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았지만 비교적 체계적인 지침들을 만들어서 배포하고 있고, 이 준전시 상황에서 야전사령관 역할을 잘 해주고 있다. 메르스는 그들에게 치욕이고 상처였지만, 그들은 이를 발판으로 환골탈태한 것이다. 그러니까 코로나19 판데믹에서 우리나라가 칭찬을 받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메르스에 조금은 감사를 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두번째는 미세먼지다. 한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증은 무증상 감염이 10% 이상이다. 그러므로 지역사회 감염으로 퍼진 상황에서는 누가 감염원인지 알 수 없으므로 모든 사람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중요한 방역의 수단이다. 필자는 지난 칼럼에서 마스크와 손씻기 표준지침의 힘을 강조했는데, 이 노력이 우리나라의 확진자수 그래프를 완화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고 마스크는 앞으로도 가장 중요한 방역의 수단이 될 것이다. 이번 코로나19를 대처하는데 모범적인 국가 중 하나인 대만은 마스크의 중요성을 초기부터 알고 국가가 마스크 생산을 직접 관리하고 있으며 이는 대만의 매우 안정적인 방역의 기초가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지 않아서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미국이나 유럽은 전 국민이 사용할 수 있는 마스크 공급이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공급할 수도 없는 것을 착용하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마스크가 그들 나라에 없는 이유는 그 국가들은 미세먼지가 적기 때문인 듯하다. 그 국가들에서 마스크는 의료인 등이 사용하는 특별한 것이지 일반인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것이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마스크가 아주 친숙하다. 예전에는 황사철에나 마스크를 구비했지만 언제부터인가 시도 때도 없는 미세먼지 나쁨 매우 나쁨으로 인해 우리나라 국민들은 마스크와 매우 친숙하다. 다만 우리나라 정부는 초기에 마스크 공급에 대한 준비를 하지 못했다. 식약처는 초기에 마스크 공급에 문제가 없다고 큰소리 쳤지만,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마스크가 다른 나라로 이미 다 빠져나가고 국내에는 부족한게 아닌가! 또 식약처는 마스크 착용에 대해서도 전혀 일관성 없는 언행으로 국민들을 혼란케 했다. 우여곡절 끝에 비록 구입에 실패할 가능성도 매우 높지만(필자는 지난 3주간 2번은 실패했고 1번 성공했다) 일주일에 2개씩 마스크를 살 수 있게 됐다. 그나마 마스크 공급이 이렇게라도 가능한 것은 그 누구의 공로도 아니고, 미세먼지 탓에 우리나라에 마스크 인프라가 있었던 까닭이니, 조금은 미세먼지에 감사를 해야 되나 싶다.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했는데, 국가상황도 새옹지마이다. 메르스와 미세먼지가 코로나 판데믹을 대처하는데 큰 도움을 줄지 누가 알았으랴. 그러나 우리나라도 지금처럼 쪽대본으로만 움직이는데에는 한계가 있다. 조금이라도 확진자 수가 누그러들었을 때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으면 가을, 겨울 더욱 위험할 수 있다. 다음 칼럼에는 이 얘기를 해보고자 한다.
몸을 갈아 최전선을 지키는 그대들을 위하여 2020-03-18 11:50:18
다이어리를 들춰보니, 가족과 병원 직원을 제외한 외부 사람을 밖에서 만난 것은 2월 19일이 마지막이다. 이후론 정말 아무도 안만났고 모든 약속을 취소했다. 한달 넘게 소위 말하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체험하고 있는 셈이다. 공교롭게도 외부 사람을 마지막으로 만난 그날이 바로 청도대남병원의 정신과 병동에서 코로나 집단 감염이 확인된 그 당일이었다. 그날 만난 사람은 정신과 개업의인 친구였고 나는 경기도 근교의 만성정신병원 봉직의인지라, 둘 다 정신과 병동의 상황을 잘 아는 터였다. 당시만 해도 상황이 이 정도는 아니었기에, 우리는 '이러다 정말 큰 일 나는 거 아니냐'며 걱정 섞인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졌다. 그리곤 모두가 다 알다시피 정말 큰일이 났다. 청도의 그 병원에선 정신병동 입원 환자 가운데 2명을 제외한 100여명의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아 병원이 통째로 코호트 격리가 되었고, 신천지 교회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들불처럼 번져서 수천 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대구시 전체가 패닉에 빠졌고, 병원엔 하루가 멀다하고 도와 시와 보건소와 복지부에서 공문이 쏟아졌다. 경기도에선 '여건이 되는 병원에선 예방적 코호트 격리를 시행하라'는 주문까지 내려왔다. 집에 왔더니 아직 어린 아들이 걱정스레 묻는다. 아빠 병원 코호트 되면 2주 동안 집에도 못오는 거냐고. 병원에서 열심히 막고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짐짓 웃으며 아이를 안심시켰지만, 불안한 마음은 의사인 아빠라고 해서 뭐가 다를까. 자려고 누우면 온갖 생각이 머리를 스쳐지나간다. 이러다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정말 예방적 코호트까지 해야되는 것일까. 오늘 가볍게 기침을 하길래 코푸시럽을 처방했던 그 환자는 당장 선별 진료소에 보내야 하는 것 아닐까. 병원도 병원이지만 '사회적 거리두기'의 기간이 얼추 한 달을 향해 가자, 주변에서 온통 곡소리가 넘쳐난다. 개학도 연기되고 친구도 못만나는 아이는 하루 종일 집에 갇혀서 답답한 몸을 배배 꼰다. 개학날을 기다리던 것이 어디 우리 아이뿐일까. 같은 처지인 온동네 아이들도, 어쩌면 아이들보다도 더 지친 그 부모들도 한정 없이 길어지는 개학 연기와 보육에 몸살을 앓는다. 도서관도 셧다운, 체육 센터도 셧다운, 학원도, 가게도, 마트도, 동네 의원도, 이용자는 가지를 못해서, 운영자는 오는 사람이 없어서 난리가 났다. 나 역시 퇴근하면 한 가정의 가장이니까, 하루 종일 집에서 답답했을 아이와 놀아주기도 하고, 그 아이를 돌보느라 지친 아내를 위로하기도 한다. 그 역시 만만치 않은 일이다. 하지만, 그래도 의사인지라, 이번 코로나 사태로 제일 힘든 것은 역시 병원의 일이다. 우리 병원도 건물 밖에 외래 진료소를 따로 차리고 거기서 외래 환자를 본지 벌써 여러 주 되었다. 의무 사항은 아니지만, 장기입원 환자가 많은 환경이라 외부로부터의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정신과 면담은 환자의 말뿐 아니라 표정도 중요한데, 의사도 환자도 눈만 남기고 마스크를 뒤집어 쓰고 면담을 하고 있으니 그 또한 쉽지 않다. 빨리 이 어색한 상황이 끝났으면 좋겠다. 면회실을 임시로 개조한 이 낯선 방이 아니라 익숙한 내 방에서 진료하고 싶은 마음이다. 한달에 한번씩 방문하는 정호씨(가명)가 내원했다. 정호씨는 조현병 환자다. 오래 입원 생활을 하다가, 다행히 환청과 망상 같은 양성 증상이 많이 줄어 퇴원하여 통원 치료한지 일년 남짓되었다. 양성 증상은 호전되었다지만 사회적 철퇴나 무감동증 같은 음성 증상은 여전하기 때문에, 나는 한달에 한번 진료 때마다 정호씨의 사회활동을 체크하고 격려한다. '집안에만 계시지 말고 친구도 만나고 정신보건센터도 다니세요'라고. 그런데 이번엔 '어디 나가시지 말고 집에 계시면서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줄이세요'라고 권유하려니, 이것 참 울 수도 없고 웃을 수도 없이 난감했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그런데 가만 보니, 정호씨가 꽤 짱짱한 새 KF 94 마스크를 쓰고 있다. 정호씨는 핸드폰 앱을 보고 출생년도 뒷자리에 맞춰 마스크 여분이 있는 약국을 찾아가 줄을 서서 마스크를 살 정도의 기능이 안되는 만성 조현병 환자다. 같이 사는 가족도 없고, 친척은 있지만 이 시국에 정호씨를 챙길만큼 미더운 사이도 아닌 것으로 안다. 우리 병원에서 진료용으로 지급한 것도 아니다. 환자에게 지급할 KF 마스크가 동이 난지는 한참되었다. 마스크를 쓰고 오지 않은 외래 환자들에게만 덴탈 마스크를 겨우 지급하고 있다. 외래가 별로 없는 입원 위주 병원 특성상 가능한 일이다. 그나마도 언제 동날지도 모른다. 궁금해서 물어봤다. 마스크를 용케 구하셨네요? 정호씨의 대답은, '면사무소에서 매주 와서 몇 개씩 줘요.' 정호씨는 정신 장애인 등록이 되어 있고, 생활보호 대상자로 지정되어 있는 사람이다. 아 그렇구나. 이 상황에서도 어쨌거나 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은 어떻게든 이뤄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광명에 사는 어떤 임산부가 보건소에서 우편함에 꽃아 놓고 간 KF94 마스크 다섯 매를 받았다는 소식도 인터넷 게시물로 봤다. 임산부는 희귀난치성 질환자 등과 더불어 고위험군으로 분류되어 마스크를 따로 지급을 받는 모양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초유의 사태. 정부의 방침은 때론 우왕좌왕하기도 하고 허술한 빈 틈이 수두룩하기도 하다. 하지만 병원뿐만 아니라 정은경 본부장으로 대표되는 질본이, 면사무소가, 정신보건센터가, 그리고 많은 관공서가 '사람을 갈아넣어가며' 버티고 있다는 것을 순간순간 느낄 때가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들려오는 수많은 아우성과 관리들의 실언 속에서, 병원에서도, 관공서에서도, 우리는 어쨌거나 '버티고'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의 조직인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얼마 전 '국민을 위한 마음 건강 지침'을 발표했다. 이 고통스러운 상황을 버티고 있는 국민들에게 정신건강 전문가로서 조언을 한 것이다. 그 내용을 보면 '불안은 지극히 정상적인 감정입니다', '혐오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불확실함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세요', '가치 있고 긍정적인 활동을 유지하세요', '주변에 아프고 취약한 분들에게 관심을 가져주세요', '가족과 친구, 동료와 소통을 지속하세요', '규칙적인 생활을 하세요', '서로 응원해주세요' 같은 것들이 적혀있다. 구구절절 맞는 이야기이지만 좀 허탈하기도 하다. 그걸 누가 몰라? 이건 마치 '국영수를 중심으로 예습 복습을 철저히 하고 사교육 보다는 학교 수업에 충실했으며 주말에는 운동과 음악 감상으로 스트레스를 풀었어요'라는 수능 만점자의 답변 같잖아.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정답은 결국 뻔하고 누구나 다 아는 것이다. 수능 만점자가 가진 비결이란 대단한 것이 아니다. 쉽지 않은 저 이야기를 실천하는 것이 공부를 잘 할 수 있는 유일하면서도 가장 확실한 방법이듯, 이 전대미문의 재앙을 건너가는 우리의 마음을 달래는 방법에도 다른 비결이 있을 수 없다. 어떻게든 '함께' 이겨내는 것, 개인적으론 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자기 감정을 받아들이고, 집단적으론 상대를 혐오하지 말고 소통하며 서로를 응원하고 버텨내는 것, 언제나 재난을 건너가는 마음의 황금율은 이것이다. 오늘도 방송에선 '갈아넣어지고 있는' 대구의 의료진들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젖먹이를 할머니에게 맡기고 나온 간호사의 이야기, 방호복 안에서 비오듯 쏟아낸 땀으로 탈진한 의사 이야기, 임관식도 하지 못하고 대구에 투입된 신임 간호장교들, 개인의원을 접고 대구에 내려간 개업의 이야기, 염색을 하지 못해 나날이 그 머리가 희어지고 있는 질본 본부장의 수척한 얼굴,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에 조금씩 진전을 보이고 있다는 연구진들의 소식, 그리고 안타깝게도 과로로 유명을 달리한 어떤 공무원의 이야기까지. 때로는 안타깝고, 때로는 불안하며, 때로는 의지가 되는 그 모습들. 전쟁에 비유하자면, 방호복을 입고 환자를 돌보는 병원이 최전선이라면, 연구하는 학자들과 정책입안자들은 무기를 개발하고 있는 후방의 본진이다. 의료진 못지 않게 그들을 응원하고 그들이 잘 버텨내길 기원한다. 다시 한번 전쟁에 비유한다면, 2차 세계대전의 종지부는 노르망디에서 죽음을 무릅쓰고 돌진한 병사들이 아니라 핵폭탄을 개발한 과학자 오펜하이머의 연구실에서 찍었다는 것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물론, 오펜하이머가 태평양을 건넌 일본군의 함포 사격 걱정 없이 연구에 매진할 수 있었던 것은 이오지마, 과달카날, 크리스마스 섬에서 전사한 미 해병대 덕분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도 방역 현장에서 '갈아넣어지고 있는' 의료진에게 다시 한번 경의와 감사와 응원을 보낸다. 그리고, 그 긴 명단의 말단에 작게 적혀 있을 내 이름에게도. 이 글을 읽고 있을 병원의 모든 동료 의료진들에게도. 우리는 버티고 있고, 버텨낼 것이니까.
|칼럼|코로나19 환자에 한방치료? 위험한 발상 2020-03-16 05:45:50
전국의 모든 국민은 지난 연말 중국 우한시에서 시작된 신종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 사태로 사회, 경제적 충격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거의 공황상태에 이르러 이제껏 경험해 보지 못한 힘든 시간을 겪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태로까지 악화된 근본적인 원인은 전염성 질환 발생 시 기본적인 원칙들이 중국과 세계보건기구(WHO),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정치 및 경제적인 이유로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현대 의학적 전문지식을 가진 전문가를 중심으로 한 체계적인 방역과 환자의 조기 발견, 격리조치 뿐만 아니라 중증 환자의 집중치료를 효과적으로 시행해 인적 피해를 최소화 시켜야 할 것입니다. 국민의 불안을 이용하여, 근거 없는 논리로 자신의 이익을 추구 하려는 나쁜 집단이 국민들을 더욱 혼란하게 하고 있습니다. 바로 대한한의사협회 최혁용 회장과 일부 한의사입니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RNA 바이러스로 유전자 변이가 단시간에 자주 발생 하는 특성이 있어 백신 개발이 어렵고, 치료제 개발도 힘들기 때문에 한방 치료를 병행 할 것을 주장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바이러스 감염치료와 예방에 아무런 근거가 없는 한의계의 요구를 수용 하지 않자 확진자를 대상으로 무료 한약을 제공하겠다고 합니다. 이것은 정말 환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위험한 발상일 뿐만 아니라 무책임한 행동입니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속담이 떠오릅니다. 어린애가 불장난이 재미있다고 계속 성냥불을 켜고 놀고 있다면, 어느 부모가 성냥을 빼앗지 않겠습니까? 최혁용 회장님이 알고 있는 바이러스 감염성 질환에 대한 얕은 지식은 몇 편의 논문 혹은 기사에 실린 내용을 읽은 것이겠지만, 그 논문을 쓰기위해 연구하신 분들의 많은 노력과 깊은 의미를 안다면 감히 국민에게 항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관한 기대를 접고, 성분도 효과도 알 수 없는 한약으로 치료하자는 망발을 해서는 안 됩니다. 어린이가 바르게 자라기 위해서는 올바른 교육과 엄한 부모가 필요하듯 한의사의 무책임한 행동, 즉 당장에 눈에 띄는 부작용이 없다는 것을 이용해 건강이 악화된 확진자에게 한약을 먹이려는 시도를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임을 엄히 경고 합니다. 끝으로 최혁용 회장과 일부 한의사님께 하고 싶은 말은 그렇게 한방 치료효과를 자신 할 수 있다면 현대 의학적 치료에 빌붙어 경제적 이득만 보려고 하는 병행 치료가 아니라 자신 있게 한방 단독으로 치료 하고 그 결과를 책임지겠다고 하는 것이 오히려 떳떳해 보일 것 같습니다. *칼럼 및 기고는 메디칼타임즈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칼럼|코로나19가 바꾼 풍경…의사는 환자진료 대기중 2020-03-11 09:51:09
즐겁기만 했던 영화 관람이 두렵다. 출퇴근 시간 만원 지하철을 타야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한다. 장시간 대기를 감수해야 했던 맛집에서의 식사도 이젠 기다릴 필요가 없다. '코로나19'가 바꾼 일상 풍경이다. 모든 전염병이 그렇듯, 코로나19는 어느 날 갑자기 우리를 찾아왔다. 매일같이 방송되는 코로나19 발생 현황은 아직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수출하는 기업은 기업들대로, 영세 자영업자는 자영업자들대로, 개학이 늦춰진 학생들은 학생들대로 어려워지고 그에 대해 걱정한다. 그러나 코로나19로 가장 어려움을 받고 있는 곳은 '모든 환자'를 맞아야 하는 의료기관이 아닐까 한다. 예전에는 '환자들이 3분 진료를 위해 3시간 대기한다'는 말이 있었지만, 요즘은 '의사들이 환자 한 분을 진료하기 위해 3시간을 대기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들릴 정도이다. 그 정도로 환자 수가 급감했다. 영화관이나 지하철 이용도 겁나는 판인데 아주 급한 경우가 아니라면, 누가 의료기관에 선뜻 가려고 하겠는가? 2009년 신종플루와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겪었던 의료기관은 지금 데자뷰를 느끼고 있다. 신종 전염병은 어떻게든 지나가리라는 걸 체험적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의료기관 자체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경영난은 공포 그 자체라는 점이다. 그 크기나 정도 역시 여타 자영업자들보다 훨씬 심각하다. 이전 전염병과 달리 코로나19로 인한 의료기관의 공포가 더욱 큰 이유는 장기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만해도 경기도 평택이나 삼성서울병원 등 '국소지역에 200명 이하의 발생자'로 상황이 마무리됐다. 지금 이 순간에도 대구ㆍ경북지역은 물론 전국에서 수많은 의료인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24시간 사투를 벌이고 있다. 정부는 의료계에 협조를 당부하고 있지만 그 당부를 묵묵히 따르는 의료기관에 대한 지원은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의사들은 건강해야 한다. 감염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의사 개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환자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서다. 이를 위해 마스크나 소독제를 포함한 보호장구는 최우선으로 지급돼야 한다. 현실에서는 의료인들이 마스크를 3~4일씩 사용하는 형편이다. 의료 정책의 잘잘못 여부를 떠나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특히 수술용 마스크는 당연히 일회성 사용이어야 함에도 그렇지 못한 형편이다. 환자수 감소, 매출 감소로 힘든 의료기관은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추가 지출까지도 감수해야 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보호장비인 마스크 사용을 제한하지 않으면 안 되는 현실에 맞닥치는 순간, 심한 절망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의료기관의 대량 도산을 불러올 수 있음을 의미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추가 지출은 급증하는데, 환자 수가 급감한다면 의료기관이 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단 하나뿐이다. 현재도 많은 병원들에서는 연차 소진이나 단축 근무를 포함한 무급휴가를 유도하고 있다. 운영자금 부족으로 대출 상담을 진행 중이다. 의원급과 중소병원은 일차 진료의 최일선에 서있지만 영세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이들의 몰락이 가시화된다면 의료 체계 전체를 무너뜨리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일반적인 시장경쟁 상태라면 병원의 노력이 중요하겠지만, 작금의 코로나19 사태는 각 의료기관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문제는 국민건강권 보호 및 영세한 지역중소병.의원 살리기 차원에서 정부와 정책자들이 적극적으로 해결에 나서야 한다. 지역 중소병의원 경영난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지원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정부는 의료기관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우선적으로 건강보험 요양급여비용 선지급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인력집약형 산업, 그중에서도 특히 간호 인력 비중이 높은 의료업종은 특성상 계약직 비율이 낮고 대부분 정규직이어서 인건비 비중이 매우 높다. 코로나19 창궐은 이런 인건비 부담을 한계점까지 끌어올려 의료기관의 운영을 어렵게 한다. 정부가 직간접 금융 지원과 세제 혜택을 베풀어야하는 것은 이런 까닭이다. 인건비에 대한 간접적 지원도 필요하지만, 제도권 금융기관을 통한 무이자 혹은 장기 저리 대출 등의 직접 지원도 이뤄져야 한다. 또 금융을 통한 지원과 더불어 세제혜택도 병행되어야 한다. 조세가 국가 운영에 필요한 필수적 수입원이라면, 그 수입은 필요한 때 사용되어야 한다. 현재 코로나19 사태는 국가가 국가로서 역할을 하고 국민에게 존재감을 알릴 수 있는 최적기다. 의료기관에 조세 및 준조세 등에 대한 세제 혜택을 베풀어야 한다고 본다.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 창궐은 2009년, 2015년에도 그랬듯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의료기관은 이와 싸우는 전장의 최전선에 놓인 곳이다. 이들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서 인력집약형 근무 인력의 수급과 유지를 위해서 더 나아가 국민 건강을 최전선에서 담당하는 일차의료기관에게 주어진 숭고한 사명을 정부가 인정한다면 추후 만성적인 저수가를 현실에 맞게 인상해야 한다. 의원과 병원을 포함한 의료기관은 국가와 정부가 불확실하고 위험한 상황에서 그들의 존재를 안전하게 지켜주기를 희망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정책이 안정화돼 의료기관이 장기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기를 바란다. 그렇기에, 의료인은 메르스나 코로나19가 창궐할 때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봉사하고, 정부의 정책에 협력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이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국민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책이 낳는 결과를 어떻게 책임져야 하는지도 신중하게 고민해야 할것이다.
코로나19 경증-중증의 기준, 산소포화도로 단순화해야 2020-03-09 05:45:50
코로나19의 집단감염과 지역사회 확산으로 경증, 중증으로 나눠 치료하는 의료체계 개편이 필요하게 됐다. 그런데 막상 의료체계 개편은 쉽지 않았는데, 이는 우리나라 병원의 병동 가동율(병실에 환자가 입원해 있는 비율)이 매우 높아서 환자들의 이동이 쉽지 않은 까닭으로 이해된다. 즉 경증 치료 병원을 하려면 현재 입원 중인 일반 환자들을 타 병원으로 옮겨야 하는데, 타 병원들도 이미 병상이 대부분 차 있기 때문에 불가능한 것이다. 이렇게 의료체계 개편이 어려워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제 때 치료를 받지 못해 자가 격리 중 사망하는 환자가 발생했고, 결국 의료기관이 아닌 일반 시설에 경증 환자들을 격리하고, 의료인들이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으로 갈 것 같다. 그러나 이런 시설조차 불충분하다면 불가피하게 자가 격리하는 경증 환자들이 여전히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코로나19 감염의 경증/중증 기준이 아직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고 있고, 의료진의 판단에 맡기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환자가 적을 때에는 각 환자에 대한 다각적인 평가를 해 의료진이 평가하는 것이 가장 타당하겠지만 지역사회감염으로 확진자가 늘고 있는 상태에서는 각각의 의료인에 따른 따른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고 체온, 호흡수, 맥박수, 산소포화도 등 여러 지표를 가지고 진단적 알고리즘을 짜더라도 민감도와 특이도가 높을 것 같지는 않다. 무엇보다 의료인의 모니터링이 제대로 될 수 없는 자가 격리 확진자들은 여전히 자신이 언제 병원을 찾아야 하는지 알 수 없으므로, 상태가 악화된 후에야 병원을 찾기 쉽다. 즉, 경증/중증 기준은 의료인 뿐만 아니라 자가 격리 확진자들도 스스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돼야 한다. 산소포화도는 이론적으로 폐 감염이 폐실질을 어느 정도 침범했는지, 유용한 심폐 기능이 어느 정도 남아 있는지를 측정할 수 있는 지표로서 폐 감염의 중증도를 예측할 수 있다. 동물시험에서 산소포화도는 인플루엔자 감염시 폐 병리의 중증도 및 생존을 예측하고, 숙주의 면역 또는 항바이러스제에 의해 바이러스의 감소를 예측하는 지표였다. 또한 약 3000명의 폐렴 환자를 대상으로 수행한 연구에서 산소 포화도는 외래에서 환자를 치료할지, 입원해서 치료할지를 결정할 때 유용하다는 결과가 있다. 무엇보다 산소포화도는 비침습적으로 환자가 자가 격리시에도 집에도 쉽게 측정할 수 있고 자가 모니터링 소형 기구도 정밀도가 비교적 좋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므로 환자들이 급증하고 있는 비상 상황에서는 경증/중증 기준을 산소포화도로 단순화하는 것이 일선에서 진료하는 다양한 전공의 의사들과 자가 격리 중인 환자들에게 매우 유용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즉, 확진시 산소포화도에 기초해서 경증/중증을 나누고, 자가격리 중인 경증의 확진자도 자신의 산소포화도를 모니터링해 산소포화도가 감소하면, 이를 알려서 병원에 입원하면 되는 것이다. 물론 경증 확진자의 자가 모니터링을 위한 산소포화도 측정기는 정부에서 지급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 확산 막는 표준지침의 힘…"마스크·손씻기에 달려" 2020-03-04 05:45:50
필자가 생각하는 안전 준수의 바람직한 예는 2013년 아시아나 항공의 뉴욕 비행기 착륙 사고다. 이 사고는 매우 큰 사고였음에도 불구하고 인명 피해가 매우 적었다. 당시 승무원의 인터뷰가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그는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고 몸이 저절로 움직였다'고 말했다. 즉, 예기치 않은 사고 상황에 어떤 창의적인 생각이 떠올라서 사고에 대처한 것이 아니라, 평상시 훈련받은 대로 몸이 저절로 움직여졌을 뿐이라는 것이다. 곰내 터널 유치원 버스 사고나 차암초등학교 화재 사고나 마찬가지다. 어린이들이 평상시 훈련을 받은 대로 행동했기 때문에 인명 피해가 없었던 것이다. 이는 안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평상시의 훈련과 유사시에 이를 그대로 지키는 것에 있음을 보여준다. 감염병 전파를 줄이기 위한 표준지침(universal precaution)이라는 게 있다. 예를 들어 환자의 혈액을 채혈할 때 채혈하는 의료인은 장갑을 착용하고 채혈하도록 돼 있다. 이와 같은 표준 지침은 영문으로 universal precaution인데 말 그대로 어떤 상황에서나 동일하게 지켜야 하는 지침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도 환자의 감염 상황에 대한 알람을 요구한다. 예를 들어 내가 채혈하는 환자가 에이즈 환자인지 아닌지를 알고 싶어하는 것이다. 그래서 환자가 감염병 환자가 아니면 표준 지침을 잘 안지키고, 감염병 환자이면 더 심하게 지키려는 경향이 발생하게 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환자의 개인정보에 대한 비밀보장이 잘 이뤄지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이번 코로나19 감염병이 지역사회감염으로 퍼지면서 호흡기 질환의 감염 전파를 막기 위한 손씻기와 마스크 착용의 표준지침이 강조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감염병은 무증상 전파가 가능하기 때문에 나 스스로가 잠재적 감염원인지 여부를 알 수 없으므로 다른 사람에게 무심결에 전파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손씻기는 나도 모르게 감염원인 표면과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수시로 손을 씻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다. 이미 지역사회 감염이 명백해진 상황에서는 모든 사람이 감염원일 수 있다는 전제 하에 표준 지침을 잘 지켜야 한다. 즉, 상대방이 확진자인지, 접촉자인지 그런 정보가 없더라도 어떤 상황에서도 표준 지침을 잘 지키면 나와 상대방을 감염으로부터 지킬 수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확진자의 동선을 알아내고, 공개하는데 많은 인적, 시간적 자원이 소모되고 있는 점은 아쉽다. 병원에서 상대방이 에이즈 환자이든 아니든 표준 지침을 지켜 채혈을 해야 하듯이, 지역사회 감염 상태에서는 나와 너 모두가 잠재적 감염원이라는 전제 하에 표준 지침을 잘 지키면 된다. 한가지 필자가 무척 놀란 것은 대구, 경북에서의 집단 감염 이후 국민들의 마스크 착용이 매우 놀랍도록 잘 지켜지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가 거리를 다닐 때나 KTX를 탈 때 거의 대부분의 국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이를 보면서 필자는 이 코로나19 감염병이 생각보다 잘 관리될 수 있겠다는 희망을 보았다. 표준지침 준수에는 큰 힘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감염병은 전세계 감염(pandemic)으로 진행하고 있으므로, 우리나라에서 사그라든다고 끝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 때가 언제일지 알 수 없지만, 손씻기와 마스크 착용의 표준지침을 잘 지켜보자. 이런 훈련을 잘 받아두면, 다음 신종 호흡기 감염병시에는 좀 더 잘 대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경권칼럼|과전이하(瓜田李下) 2020-03-02 05:45:50
서 있는 곳이 다르면 보이는 풍경도 다르다는 말이 있다. 예전부터 의료소송은 환자들이 이기기 매우 힘든 소송이라는 인식이 존재하였다. 반면에 의료인들은 판결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 왔다. 환자들은 이기기 어렵다고 하고 의료인들은 결과에 승복하기 어렵다 한다면 도대체 누가 소송의 결과에 만족하는 것인가? 통계의 함정도 있다. 사법연감을 살펴보면 대체로 의료소송의 원고 승소율은 일반 민사사건과 유사하거나 조금 높다. 그렇다면 환자들이 엄살을 떠는 것인가, 아니면 몽니라도 부리는 것인가. 의료소송 전문 변호사들에게 물어보면 점차 환자측이 이기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사법연감에서 말하는 원고 승소율은 원고의 청구가 1원이라도 인정되는 사건을 승소 건에 포함시킨 것이다. 반면 현실에서는 원고의 청구에 비교하여 상당한 금액이 배상될 경우에만 승소한 것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이런 인식의 차이가 발생한다. 그에 따라 요즘 의료소송을 제기하기가 망설여진다는 고민을 토로하기도 하였다. 왜냐하면 수임료를 받은 변호사가 일정 정도 배상판정을 받아 내지 못하면 의뢰인으로서는 패소한 것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이에 더하여 패소하거나 사실상 패소한 경우에는 소송비용 확정제도에 의해 상대방의 변호사 비용에 대해서도 일정 정도 의뢰인이 물어주어야 하기 때문에 소송을 권유하기가 점점 힘들어 지게 된다. 여기에 쐐기를 박는 일을 요즘 대한의사협회가 하고 있다. 의료소송에서는 신체감정, 진료기록감정, 사실조회 등과 같은 입증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필수다. 이런 절차는 의료소송의 승패를 결정짓는 중요사항으로 당사자들-주로 원고-이 진행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 소송의 승패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감정이 불공정하다는 주장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이유로 감정은 주로 상급종합병원-대학병원-에 소속된 관련 진료과의 의료진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절차는 공짜가 아니라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과거에는 20만원 정도에 그쳤으나 점차 확대되어 대체로 100만원 이하로 정해진다. 이른바 신해철 사건의 경우 감정비용이 약 250만원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런데 대한의사협회가 공정한 감정을 기치로 설립한 의료감정원은 상당히 많은 금원을 감정료로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몇몇 경우 370만원, 340만원, 270만원으로 통상의 경우보다 상당히 많은 금원을 요구하여, 담당 변호사는 감정신청을 철회하였다. 비영리법인인 대한의사협회가 의료소송의 공정한 감정을 위해 만든 단체에서 위와 같이 많은 비용을 청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비용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 오해받을 소지도 있다. 복수감정, 교차감정, 전문감정인 인증제도 다 좋은 제도고 바람직한 제도다. 하지만 지나치게 과다한 비용의 요구는 절차 진행은 물론 소송의 제기를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모름지기 오이밭에서는 신발끈을 매지 말고 오얏나무 아래서는 갓끈을 고치지 않는 법이다. 본 칼럼은 법무법인 엘케이파트너스 뉴스레터 및 LK 보건의료정보사이트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www.lkhealthcar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