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맥약침술 신의료기술평가 타당한가 2020-06-22 05:45:50
P요양병원을 운영하는 한의사 오OO은 폐암으로 입원한 환자 A씨에게 혈맥약침(산삼약침 등) 치료를 한 뒤 본인부담금 920만원을 받았고, 이와 관련하여 2014년 8월 경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으로부터 산삼약침 치료는 임의비급여에 해당한다며 과다본인부담금 확인 처분을 받자 심평원을 상대로 확인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하였다. 1심에선 원고(한의사 오OO)가 패소, 2심은 원고 승소 판결, 이에 심평원은 상고를 제기하였고 2019년 6월 27일 대법원은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한방 측에서는 승소 가능성이 없음에도 재상고를 하였고 2020년 5월 27일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을 내려 원고 패소로 최종 확정이 되었다. 혈맥약침술은 기존의 약침과는 달리 다량의 주사액을 정맥에 주입하는 방법이기에 통상의 약침술의 일종으로 볼 수 없으므로 신의료기술 평가를 통과해야 한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 이유였다. ‘혈맥약침술’중에는 대표적으로 ‘산양산삼 증류약침(이하 산삼약침)’이 있으며 10여 년 전부터 한의원이나 한방병원에서는 ‘산삼약침’을 말기 암 환자에게 주로 시술해왔다. 말기 암 전문 한의원들은 인터넷 포탈에 대대적인 광고를 하면서 더 이상의 치료방법이 없는 말기 암 환자들을 현혹해 왔으며 매달 수백에서 수천만원 하는 고액의 진료비를 받으며 헛된 희망을 팔아왔다. 한방에서는 ‘인삼’이나 ‘산삼’이 자양강장이나 항암효과가 있다고 주장해왔고 삼 종류에 포함된 ‘진세노사이드 성분’의 항암효과에 관한 동물실험 결과도 일부 존재하기에 ‘산삼약침’이라는 표현이 말기 암 환자나 그 가족에게는 구원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산삼약침’에는 한방에서 인삼, 산삼 등의 효능으로 주장하였던 유효성분인 ‘진세노사이드’가 없다. ‘산삼약침’은 산양산삼(산삼 씨를 야생에 뿌려 재배한 삼)을 물에 끊여 생긴 전탕액을 증류한 후 모은 액체를 가공 처리하여 주사액으로 만든다. ‘진세노사이드’는 증류 과정에서 기화하여 이동이 불가능하기에 증류추출물에는 기존에 유효성분이라고 하였던 ‘진세노사이드’ 성분이 존재할 수 없다. 그럼 왜 유효성분이라고 하는 ‘진세노사이드’를 포함한 주사액을 사용하거나 개발하지 않았을까? 진세노사이드 등을 포함하는 산삼의 추출물을 혈관에 직접 주입하면 면역반응과 발열, 쇼크 등을 유발할 수 있기에 ‘산삼약침’을 개발한 한의사 스스로가 사용을 안 했으리라는 추측을 할 수 있다. ‘산삼약침’에 대한 연구논문은 2003년도부터 보고되었으며 2011년까지의 관련 논문 29편은 모두 S 한의대 K 교수팀에 의해 발표되었다. 이에 대한 타 연구팀의 논문은 전무하기에 한방 내부에서 제대로 된 교차 검증은 없었다. K 교수 팀의 세포실험이나 동물실험과 같은 기초 연구논문 중에는 연구자의 자의적인 해석으로 효과가 없는데도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는 다음과 같은 사례도 있었다. [사례 1] B16/F10세포를 이식한 C57BL/6 생쥐에서 산삼약침의 항암효과 및 Doxorubicin에 의한 생식독성 완화 효과 (2006, 권 등)에서는 독소루비신 단독과 독소루비신+산양산삼 군은 종양 크기가 감소하였고 산양산삼 군은 대조군과 마찬가지로 종양 크기가 증가한 결론을 얻었다. 하지만 저자들은 산삼약침이 흑색종 세포에 의해 유발된 암세포에 유의한 항암효과를 나타내지는 않았으나 독소루비신의 투여로 인한 생식세포의 파괴를 억제하는 부작용 완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독소루비신과 비교하여 산양산삼약침의 항암효과가 관찰되지 않으니까 독소루비신+산삼약침 군에서 생식세포 보전의 효과 있다는 지엽적인 결과만 얻은 논문이다. 한방 항암제라고 주장하면서도 아무런 항암효과가 없음을 자인하였다. 한편, 이 논문과 동일한 내용을 복지부의 지원금을 받아 다른 학회지에 중복 게재까지 한 자기 표절 논문이기도 하다. [사례 2] 농도별 산양산삼 증류약침의 apoptosis에 관한 실험적 연구 (2004, 권 등)에서는 암세포사멸은 농도 의존적 결과 나타내지 않았으나 약침의 양을 늘리면서 세포사멸이 증가한다고 하는 결론을 얻었다고 주장하지만, 일반적으로 약물은 농도 증가나 용량 증가에 따라 같은 결과가 도출돼야 함에도 궤변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 한편 ‘산삼약침’ 관련 치료사례 관련 논문은 2015년도까지 총 12개였고 이 중 한 개만이 산삼약침 단독의 효과일 가능성이 있는 사례였으며 다른 사례들은 현대의학적 치료를 병행하였거나 논문에 게재한 치료 전후의 영상자료에 호전이 없음에도 호전사례라 주장하는 등 잘못된 해석을 통해 호전이 가능한 것처럼 엉뚱한 주장을 하였다. 논문으로 발표된 내용조차 신뢰하기 어렵고 제대도 고안된 임상연구 결과 없이도 말기 암에 획기적인 효과가 있는 것처럼 과장하여 홍보하며 실제 치료에 사용하면서 환자와 보호자를 현혹해왔으며 더욱 심각한 것은 허위과장 또는 조작된 논문에 대한 자체 검증도 한방 내부에서 못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의학적 근거가 빈약한데도 혈맥약침술은 과연 신의료기술 평가를 통과할 수 있을까?
원격진료는 '진료' 아냐…코로나에 묻어가지 말아야 2020-06-16 05:45:50
현재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원격진료는 진료가 아니다. 진료를 할 때 중요한 두가지가 병력 청취(history taking)와 이학적 검사(physical examination)인데 원격진료로는 병력 청취만 가능하고, 이학적 검사를 할 수 없다. 즉, 환자분이 기침을 호소하는데, 정작 흉부 청진은 할 수 없고, 흉부 X-ray 검사도 할 수 없다. 병력 청취만으로 진단을 하고 처방을 할 수는 없다. 그 옛날 허준도 그러지는 않았다. 직접 환자를 보고, 맥도 짚고 그러면서 처방을 했던 것이다. 원격진료에 대한 논의는 약 10여년 전에 시작됐는데 의료기반이 취약한 지역의 환자들이 가까운 병의원이 없어서 제대로 진료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원격진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여전한데, 예를 들어서 독도에서 근무하는 경찰이 참을 수 없는 복통이 발생했다고 하자. 원격진료로 환자 진료가 가능할까? 절대로 불가능하다! 닥터헬기를 타고 날아가서 환자를 빨리 의료기관으로 이송하는 것이 답이다. 즉, 의료기반이 취약한 지역의 환자들을 위해서 원격진료를 도입하자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원격진료가 아니라 제대로 된 공공의료기반 또는 의료전달체계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일부 전화처방이 허용되고 생활치료센터에 대한 원격자문을 하면서 비대면 진료라는 용어가 생기고, 뜻하지 않게 원격진료에 대한 논의가 다시 불붙게 됐다. 마치 전화처방과 원격자문이 가능하니 원격진료도 가능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의 흐름인데, 이런 현상을 신경정신과에서는 flight of idea, 즉 사고의 비약이라고 한다. 특수한 상황에서의 전화처방, 원격자문과 원격진료는 같은게 아니다. 또 정부는 원격진료가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 상황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얘기하는데 이런 잘못된 추론을 '교란됐다(confounded)'라고 한다. 바른의료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원격진료 선진국인 미국이나 유럽 국가의 코로나 발생율이 원격진료가 활발하지 않는 한국, 대만, 일본 등보다 더 높다. 즉, 원격진료와 코로나19 방역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그러니까 사고의 비약, 교란된 추론으로 원격진료를 밀어부친다면 크게 잘못하는 것이다. 다만 이번 코로나19 상황에서 우리는 두가지 새로운 의료시스템을 만들게 됐다. 첫번째는 전화처방을 허용한 것이다. 전화처방 허용을 통해 환자들의 전화처방 만족도가 높다는 것을 확인하게 됐다. 필자의 시아버지도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데, 전화처방을 이용해 약을 처방받았다. 담당 주치의는 전화로 환자의 상태에 대해 확인한 후 두 번은 전화처방을 해주었는데, 다음에는 환자 상태도 직접 확인하고, 필요한 검사도 해야 하니 병원에 꼭 오도록 설명해 주었다. 아마도 꽤 많은 만성질환 환자들이 전화처방을 활용했고, 편안함을 느꼈을 것이다. 90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화처방에 대해서 환자들의 87%가 만족스러웠다고 답했다. 즉, 만성질환자의 경우 건강 상태의 변화가 없다면 늘 규칙적으로 처방받는 약을 전화로 처방받을 때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다. 두번째는 원거리 생활치료센터에 대한 원격자문이다. 코로나19 판데믹 상황에서 감염내과 전문의들은 거점병원에서도 인력이 모자라는 상황이었다. 그러므로 생활치료센터에는 감염내과 전문의가 파견될 수 없었다. 이에 생활치료센터에는 일반의 또는 타과 전문의가 상주해 환자들을 모니터링하면서, 의학적 자문 또는 결정이 필요한 경우에는 원격으로 거점병원과 논의하는 방식이었다. 이 방식은 코로나19 판데믹 상황에서 매우 효율적이었다. 그러므로 정리를 해보자. 정부가 주장하는 의료기반이 취약한 곳의 사람들에게는 공공의료기반 또는 적절한 의료전달체계가 필요한 것이지 원격진료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도리어 원격진료로 의료취약계층의 의료의 질이 더 낮아지고,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번 코로나19 판데믹 상황에서 잘 조절되고 있는 만성질환의 경우 전화 처방을 허용할 때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다는 것이 입증됐으니 이를 코로나19 이후에도 활용하는 것은 바람직하겠다. 이를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경증 질환의 상급종합병원 이용 제한 정책과 맞물려 경증 만성질환의 전화처방을 1,2차 의료기관으로 제한한다면 우리나라의 비정상적인 의료전달체계를 바꾸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지역전염병센터를 구축하려고 할 때 이번 코로나19를 통해 경험한 생활치료센터와 원격자문의 형태를 도입하는 것이 한정적인 의료인 자원을 활용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원격진료는 공공의료기반과 의료전달체계의 기본을 견실히 놓으면서 고민할 문제이지 얼렁뚱땅 코로나19에 묻어갈 일이 아니다.
심사환경의 변화 2020-06-15 05:45:50
이곳 원주의 본원으로 이사 온 지도 벌써 반년이 가까워지고 있다. 작년 12월부터 서울사무소의 모든 부서가 순차적으로 옮겨오고 심사부서도 12월 27일 이곳 2동에 자리 잡게 됐다. 처음 이곳을 왔을 때에는 눈에 덮인 치악의 봉우리들과 백운산의 장관에 감탄하고 혁신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뛰어난 경관 속에 자리한 심평원의 탁월한 입지선정에 놀라움을 느꼈다. 이제는 봄도 거의 지나가고 초여름의 절경이 펼쳐지며 내가 즐겨 산책하는 반곡역까지의 길에는 아름다운 꽃들이 활짝 피어 서로서로 화사함을 경쟁하고 사무실의 창을 동해 매일 보는 치악과 백운은 무성한 푸른 숲으로 뒤덮여있다. 많은 분이 이곳의 아름다움을 함께 나눌 기회가 자주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곤 한다. 그동안 코로나19로 많은 놀라운 일들이 벌어져 나라가 어려웠지만 국민들과 의료계, 정부가 하나가 되어 큰 위기를 넘기고 다른 나라들에 비해 빨리 이 사태를 안정시켰다고 생각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뛰어난 건강보험체계, 수준 높은 의료체계, 메르스를 경험한 전염병 방역의 전문성 등은 대한민국을 세계인들이 다시 평가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 작년 5월 건강보험발전 종합계획안이 결정된 후 심평원의 고유업무인 각 분야에는 많은 변화의 물결이 다가오고 있다. 특히 요양급여비용 심사지급업무 처리기준과 관련해 작년 말까지 새로운 고시와 심사지침들을 전문학회와 의협의 협조로 제정했고 이 일은 앞으로도 계속되며 변화하는 의료환경에 걸맞는 심사체계를 만들어 가고자 모두 노력하고 있다. 동시에 심사체계 개편의 일환으로 기존의 중앙심사조정위원회의 업무 외에도 전문심사위원회(SRC)와 동료심사위원회(PRC)를 만들고 기관심사 외에도 5개 질환 즉 고혈압, 당뇨, 천식, COPD, 슬관절치환술을 대상으로 해 심사하는 새로운 체계를 도입해 심평원의 고유업무의 일부였던 심사기능에 의료계가 참여해 수평적인 관계에서 원활하고도 합리적으로 수행하려는 심평원의 의지가 반영된 대책을 수립했다. 또한 심사체계도 모두 전산화되고 심사위원들이 고시와 기준에만 의거해 심사하게 함으로써 객관성, 타당성, 전문성, 일관성 등이 제고되도록 했다. 지난 과거에 병원에서 일할 때 가끔 보험과에서 청구내역이 조정됐다고 사유서를 써달라고 찾아오면 내역을 보고는 그 결정이 부당하다고 느꼈던 적이 여러 번 있었고 그때마다 소명서를 쓰면서 귀찮은 업무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적이 여러 번 있었지만, 이곳에서 4년 동안 있으며 심사를 하다 보니 청구를 잘못해 조정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사실 한 의료행위에 대한 상대가치는 어렵게 했건 쉽게 했건 심사지침에 별도의 기재사항이 없으면 그 의료행위에 수반되는 모든 과정을 포함하는 것이 원칙이다. 또한 행위에 수반되는 치료재료에 대한 기준도 정해져 있다. 그러니 대부분의 별도로 수반되는 행위에 대한 급여청구는 조정되기 마련이며 의사는 정당하게 받을 수 있는 비용을 삭감당했다고 불평하며 심평원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드러내곤 한다. 또 많은 경우 청구사항 중에는 고시와 기준, 심사지침에 대해 잘 모르고 청구한 항목들이 있는 것을 발견하곤 한다. 이제 대형병원들은 보험청구실을 전문화해 내부에서 심사를 거친 후에 청구가 돼 내역들이 정확해지고는 있으나 아직도 일부 사례에서는 불완전한 청구를 하기도 한다. 심사에 참여하는 각 분야가 더 전문적인 지식을 위해 내외부적 소통과 교육을 필요로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심평원은 의료계와 함께 국민건강 향상을 위해 달려가는 동지이다. 복지의 목표 중 하나인 국민 개개인의 건강보장을 위해 예방적 치료이건 질병의 치료이건 최상의 의료가 국민 각자에게 보장되도록 함께 노력하는 동반자이며 그 관심은 항상 의료계와 모든 국민들을 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을 뿐이다.
안심할 수 있는 보건의료 현장이 되길 기원하며 2020-06-15 05:45:00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 2019년 1월 시행됐다. 응급의료종사자를 폭행해 상해에 이르게 한 사람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중상해에 이르게 한 사람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며, 사망에 이르게 한 사람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기존에도 제12조를 위반해 응급의료를 방해하거나 의료용 시설 등을 파괴, 손상 또는 점거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하는 규정이 있음에도 국회는 왜 새로운 규정을 만들었을까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의료법도 이와 비슷한 형태로 뒤따라 개정되었는데 의료인 등을 폭행해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형법상 법정형 보다 가중 처벌하는 등의 내용이다. 바로 제12조 제3항으로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7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중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3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며,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 법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그 보호법익을 직접적으로는 응급의료종사자와 의료인 등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나,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의료인 등을 두텁게 보호함으로써 응급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고 나아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것임에는 두말할 나위 없다. 이후 보건복지부는 안전한 진료환경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배포했는데 주목할 내용은 경찰청의 경우 진료 중 폭력 및 폭행 사건은 보건의료기관 종사자와 주변 환자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중대한 사건으로 인식해 현장에서 적극 대응하도록 했다. (다소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만) 의료인이 범죄행위, 의학적 사유 등 합리적 사유가 있을 경우 진료거부도 가능하다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와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의료기관 내에서는 폭행으로 응급의료종사자가 폭행을 당하거나 의료인이 감금을 당했다는 뉴스가 끊임없이 보도되고 있다.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보건의료 현장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의료기관 사용자는 폭행(暴行)과 상해(傷害)의 개념을 정확하게 숙지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폭행(暴行)'이란 사람의 신체에 대한 직접적 유형력의 행사를 말하는 것인데, 신체에 직접 접촉하는 것 뿐만아니라 피해자에 근접해 욕설을 하면서 때릴 듯이 손발이나 물건을 휘두르거나 던지는 행위도 폭행에 해당한다. 상해(傷害)란 신체의 완전성을 훼손하거나 생리적 기능에 장애를 초래하는 것을 의미한다. 수사기관에서는 폭행에 수반된 상해가 경미해 폭행이 없어도 일상생활 중 통상 발생할 수 있는 상처나 불편정도이고, 자연적으로 치유되면 상해죄의 상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정 성범죄로 인해 피해자가 불안, 불면, 악몽, 자책감, 우울감정, 대인관계 회피, 일상생활에 대한 무관심, 흥미상실 등 정신과적 증상인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 해당한 것은 상해를 입은 것이라고 판단한 판례도 존재한다. 한편, 중상해는 생명에 대한 위험 여부, 불구 여부, 불치나 난치 질병 여부, 대화 또는 보행 가능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하는 '교통사고에 대한 대검찰청 업무처리 지침'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둘째, 수사기관에서는 의료법 제12조 제3항 위반의 죄와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12조 위반의 성격에 대해 '구체적 위험범'이 아닌 '추상적 위험범'으로 해석할 것을 요청한다. 위험범은 위험에 대해 고의가 필요하다는 구체적 위험범과 고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추상적 위험범으로 구별한다. 다시 말하면, 어떤 행위가 실제로 위험을 일으키지 않더라도 위험성이 인정될 수 있으면 범죄의 구성 요건이 충족되는 것이다. 교통방해죄, 현주건조물방화죄 등이 이에 해당한다. 대법원은 "법 해석의 법리에 따라 법률에 사용된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에 기초를 두고 입법 취지와 목적, 보호법익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라며 "운행 중인 자동차 운전자를 대상으로 하는 범행이 교통질서와 시민 안전 등 공공의 안전에 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보아 이를 가중 처벌하는 추상적 위험범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여기에다 사람을 상해나 사망이라는 중한 결과에 이르게 하면 보다 중한 형으로 처벌하는 '결과적 가중법'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봤다. 이런 대법원 판례를 의료법과 응급의료법에 적용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보건의료 현장이 될 수 있도록 수사단계에서 적극적으로 해석해 범죄에 강력 대응해야 할 것이다. 셋째, 병원 행정직원이나 보안요원도 법에서 보호해야 한다. 의료법 제36조(준수사항) 제11호인 의료인 및 환자 안전을 위한 보안장비 설치 및 보안인력 배치 등에 관한 사항이 신설되었는데, 이와 같은 업무는 의료기관 내 행정직원이나 보안요원 등이 역할을 담당한다. 그러나 의료법과 응급의료법에서 보호하는 대상에 병원 행정직원이나 보안요원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에 따라 응급의료센터 내에서 위법 행위가 있더라도 단순 폭행, 상해, 모욕 등의 범죄로 처벌되고 있어 해당 법의 취지가 무력해진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해당 법의 객체 범위에 행정직원과 보안요원 등을 두루 포함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폭행 또는 상해 피해를 입은 직원을 보호하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의료법과 응급의료법 위반의 죄로 인해 근로자에 대한 건강장해 등이 발생하면 산업안전보건법 제41조(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한 건강장해 예방조치)에 따라 법무조직의 적극적인 노력(의견서 작성 및 수집한 증거자료 등의 제출)과 법률지원을 통해 의료기관 종사자를 두텁게 보호하는 환경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문 정부 질병관리본부 강화를 진정 원한다면 2020-06-08 05:45:50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승격시켜 제2의 코로나19 파동에 대비한다고 한다. 정부안에 따르면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가 제대로 행사할 수 없었던 독자적인 인사와 예산에 관한 권한은 승격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개편안을 보면 기가 막힌다. 우선 질본의 소속기관으로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K방역의 기초를 세우는 데 큰 공헌을 하고 있는 국립보건연구원(이하 보건원)을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 소속으로 전환시킨다고 한다. 이 문제는 대통령의 전면 검토 지시로 백지화 될 수도 있으나 아직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보건원은 감염병 연구를 비롯한 질병관리를 위해 필수적인 연구를 수행하며 긴 세월을 질본과 동고동락 해온 조직이며 2004년 창설된 질본의 전신이다. 소속 인력만 해도 공무원과 공무직을 합치면 400명에 달하는 큰 조직이고 주요 업무를 담당하는 대다수는 박사나 석사 소지자들로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다. 평소에도 법정 감염병, 유전체, 심혈관질환, 호흡기질환, 뇌질환, 희귀질환 등의 연구로 질병관리본부 행정업무의 의학적, 과학적 기반을 조성해왔으며 이번 코로나19 방역에도 바이러스 배양과 유전자분석을 비롯하여 진단키트,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의 중심에 서 있다. 이런 기관을 떼어 내겠다는 정부안에 어안이 벙벙하다. 분리해야 하는 이유로, 정부는 감염병 관련 업무 이외 바이오헬스 등 다양한 기술 지원 업무가 이뤄지며 다수 부처의 협력이 필요한 업무가 다수 포함돼 복지부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효율적이라 했다. 일견 맞는 말이다. 하지만 보건의료관련 R&D 예산의 약 80%는 보건산업진흥원을 통해 복지부가 이미 집행하고 있으며, 국립보건연구원은 고작 10%만 배정해왔다. 정부 발표대로라면 우선 국립보건연구원이 전체 R&D예산을 집행하도록 해주는 것이 순서이다. 분리의 배경으로 미국 CDC 와 NIH를 거론했는데, 그렇다면 그와 같은 처우를 해주면 분리가 가능하다. 미국 2개 기관은 소속은 보건부에 있지만,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고 의회 청문회도 거치는 우리와는 비교조차 안 되는 매우 권위 있는 기관들이다. 또한 보건원은 국립백신지원센터, 병원체자원은행, 바이오뱅크 등 우수한 시설과 자산들을 보유하고 있어 질본의 고유업무 수행에 맞춤형 연구기관의 역할을 해왔다. 뿐만 아니라 가장 위험한 병원체를 취급하는 BSL4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는 세계적으로도 많지 않은 특수시설이며 이를 통해 에볼라 등 치명적 바이러스 연구를 함으로써 또다른 팬데믹에 대비해야 하는 것이다. 결론이 어떻게 날지 모르나, 이런 세부사항을 다 알고 분리를 추진했으면 매우 나쁜 정책이고,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첫째는 복지부가 복수차관을 절실하게 원했기 때문이다. 보건차관이 맡을 새로운 업무가 필요했던 것이다. 보건원과 더불어 가져가려는 장기이식센터(KONOS), 혈액안전업무 등도 질본의 전문가들이 지금까지 해온 고유사업이다. 특히 국립감염병연구소를 만들고 이를 질본에 두지 않겠다는 발상은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한다. 보건 담당 차관도입은 필요하다. 현재의 과중한 보건의료정책 업무와 궁극적으로 보건부의 독립을 위해서라도 2명의 차관이 있는 것이 옳다. 하지만 질본의 청 승격과 맞물리면 지휘권의 분산으로 상충하게 된다. 질병관리청이 복지부의 외청이므로 보건차관은 청장에 대해 지휘권을 가지게 되며, 이는 질본의 독립성을 저해하는 결과가 된다. 지금도 본부장은 차관급이므로 서열상 복지부내 3위이다. 보건차관이 들어서면 4위로 밀리게 되며, 이는 일반인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의 심각한 청의 위상 격하로 이어진다. 메르스 수습으로 차관급 질본을 만들게 되었는데, 막상 일을 해보니 무늬만 차관이었다. 인사는 6급 이하 공무원만 재량권이 있었고, 예산편성도 복지부에 항상 우선 순위가 밀렸다. 같이 일하는 5급 공무원이 4급으로 승진하는 인사위원회에 참여도 못하는 기관장이 과연 지휘를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 예산도 제대로 따지 못하는 기관장을 누가 신뢰할까. 지금의 사태에 질본과 보건원 구성원들이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도 복지부의 인사권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복지부가 질본의 독립을 내심 바라지 않는데 있다. 식약처 독립한 전철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독립성과 전문성 보장 선언으로 청으로의 승격은 거스릴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 그래서 사전에 최대한 지분(인원과 예산)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이번 정부 조직개편안에 실리게 된 것이다. 청장에게 감염병 컨트롤타워 역할을 일임을 한다면서 중수본부장은 왜 맡기지 않는가. 지휘권 보장을 위해 의료기관 보상에 관한 것은 청장이 결정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지 않은가. 이 모든 것이 separation anxiety 라고 보면 된다. 이미 독립행 열차는 플랫폼을 서서히 빠져나가고 있다. 그리고 언젠가는 보건부라는 종착역에 다다를 것이다. 그래서 차제에 청 보다는 처로의 격상을 제안한다. 국무총리실 직속이 되면 보건차관 도입과도 무관하게 된다. 그리고 복지부는 지금부터 보건차관이 주도하여 보건과 복지를 분리하는 작업에 착수하면 된다. 그 작업의 첫발은 학교보건, 환경보건, 산업보건, 노동보건 등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보건 행정을 통합하고, 지자체 보건소를 보건부로 이관시키는 것이다. 현재 교육부, 환경부, 산자부, 노동부, 보훈처 등은 보건의료전문성이 거의 없는 인력들이 해당 부처의 보건을 맡고 있어 의료계에서 보기에 답답할 때가 적지 않다. 첫 발을 떼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나, 선진국을 향한 발걸음이니 그리해야 한다. 또한 전국의 국공립 의료기관도 보건부가 관장을 해야 한다. 이번 코로나19도 국공립 기관이 지자체, 산자부, 보훈처, 국방부, 행안부 등에 산재한 관계로 일사 분란한 병실 수급이 불가능하였다. 이런 과정을 통해 국공립병원의 수준 향상으로 전 국민이 고른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현 정부가 강력하게 원하고 있는 공공의료 인력의 확보 및 발전과도 일맥상통한 방향이다.
|이경권칼럼|코로나19와 비대면 진료 2020-06-02 10:42:46
정부발 비대면 진료 화두로 의료계가 시끄럽다. 여당은 자신들이 반대했던 원격의료와는 다르다고 선을 긋고 있다. 여당 소속 국회의원이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밝힌 바에 의하면 취약한 대상, 취약한 지역에 한해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한시적으로 허용했던 전화상담 및 처방건수 26만 건을 기초자료로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언론에서도 관련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현행 의료법 제17조에 의하면 직접 진찰하지 않은 의사는 처방전이나 진단서를 발급할 수 없고, 여기서의 ‘직접 진찰’을 대면진료로 보는 것이 다수의 견해다(재진환자에 대해 전화로 진찰하고 처방전을 발급한 것은 의료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례도 있다. 대법원 2013. 4. 11. 선고 2010도1388 판결). 즉,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려면 현행 의료법 제17조를 개정해야 하는 것이다. 반면 원격의료를 규율하고 있는 것은 의료법 제34조로 제목도 ‘원격의료’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원격의료의 일부인 원격협진 또는 원격자문만을 허용하고 있다. 즉, 진정한 의미의 원격의료인 의사-환자간 진료는 금지하면서 의사-의사간 협진이나 자문만 허용한다.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듯이 무늬만 원격의료인 제도를 원격의료라는 이름을 붙여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법의 규정이 이렇다 보니 정말 불필요한 시범사업이나 연구가 벌어진다. 취약지역에 사는 환자가 의사와 진료를 하는 것이 필요하지 취약지에 근무하는 의사가 왜 다른 의사와 협진을 해야 하는가. 그럴 바에야 환자를 이송하여 진료를 보게 하면 된다. 교도소에 있는 의사가 다른 의사와 협진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하다면 죄수를 외진 내보내면 된다. 비대면 진료라는 용어를 써서 우회할 것이 아니라 이번 기회에 의사-환자간 원격의료라고 떳떳이 밝히고 국민의 의견을 묻는 것이 낫다. 그래야 여러 논의도 같이 진행될 수 있다. 처방전을 어떤 약국에 보낼 것인가, 약의 배달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처방전 리필제는 시행할 필요가 있는가 등등. 세상은 바뀌고 있다. 당연히 학교에 모여서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도 과거의 것이 되었고, 글로벌화, 지구촌이라는 단어도 어색해졌다. 기존의 상식이 도전받고 있는 상황이다. 반드시 의사와 얼굴을 맞대고 진료를 보아야 하는 것이 불변의 진리일까. 과학기술의 발전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휴대폰의 카메라 기능으로도 의사의 시진기능을 대체할 수 있다. 촉진이나 청진도 대체가능하며 실제 청진기를 잘 사용하지도 않는다. 앱을 이용한 신체활동 측정은 보편화되었다. 최근 원격 모니터링의 하나인 손목시계형 심전도 검사기기가 건강보험에 포함되어 업계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비대면 진료, 원격의료, 원격협진, 원격 모니터링, 국민들은 용어에 혼란스러워 한다. 본질은 하나인데 왜 직접적으로 얘기하지 않는가. 기술의 발전과 인구의 노령화 등으로 인해 원격의료는 시행될 수밖에 없다.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들을 마련해야 할 뿐 거대한 시대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는 것이다. 방직기계를 부순들 산업혁명을 막을 수는 없었던 것처럼.
원격의료 대안이 왕진? 과연 올바른 해법인가 2020-06-01 05:45:00
원격의료 추진은 정부·여당과 의료계 사이 '뜨거운 감자'로 등장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국민 안전 확보를 위해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원격의료 추진이 필요하다는 정부와 원격의료의 안전성과 효과가 입증이 우선이라는 의료계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정부가 국민의 안전을 위해 도입하려는 원격의료가 의료계의 주장처럼 도리어 국민의 건강과 안전 확보가 보장되지 않았다면, 먼저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의료계의 동의하에서 시행한 전화 상담과 처방을 통해 원격의료의 안전성과 효과가 충분하게 입증되었다고 주장하지만, 의료계의 입장은 사뭇 다르다. 의료계는 정부가 발표한 제한된 전화 상담 및 처방만을 기준으로 원격의료의 안전성과 효과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라며 원격의료 추진을 즉시 철회하라고 연일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의사협회는 정부의 근거로 제시한 전화 상담과 처방 건수가 전체 진료 건수 대비 미미하여 안전성 여부를 평가하기 어렵다는 견해다. 또한, 코로나19 사태로 안전에 위협을 느낀 독자 보행이 어려운 고령의 만성질환자에 한해 시행된 전화 상담과 처방 결과를 일반화하여 원격의료 추진의 근거 자료로 활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는 사실을 경고하고 있다. 의사협회와 의료계가 원격의료 추진 반대에 목소리를 높이는 중에 놀랍게도 의사협회 홍보이사가 원격의료의 대안으로 '왕진제도(방문 진료)' 시행을 주장하고 나섰다. 정부가 커뮤니티사업의 핵심으로 제안하였으나 현재 유명무실화한 방문 진료가 원격의료의 대안이라는 주장이 과연 현실성 있는 것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원격의료를 산업의 관점에서 활성화하려는 것과 마찬가지고 의료계가 원격의료를 대체할 수단으로 방문 진료를 주장하는 이유가 수가 인상을 위한 방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원격의료 반대에 대한 명분과 실리 측면에서 큰 착오다. 물론 방문 진료가 대면 진료 원칙을 준수하고 있으나, 이 또한 환자의 안전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 의사협회의 공식적인 판단이다. 아울러 방문 진료비 책정 또한 현실과 동떨어져 참여하는 의사가 적을 수밖에 없는 한계점을 노출하여 현재 참여도가 매우 저조한 상황이라는 상기해야 한다. 따라서 방문 진료는 원격의료의 대체 수단으로 적절하지 않다. 최근 대법원의 판단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의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의료분쟁이 발생하면, 책임은 대면진료와 같다는 태도다. 이것이 원격의료를 반대하는 의료계는 대표적인 이유 중 하나로 법적 책임 소지에 대한 불명확성 해결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가장 중요한 국민 건강의 안전성과 의료 행위에 대한 책임소재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수립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산업 논리에 근거하여 원격의료를 시행하는 것은 국민을 위한 제도로 평가받기 어렵다. 국민으로서도 불완전한 제도로 인해 자신의 생명과 건강이 위협받을 수 있다면, 원격의료 시행이 주는 편리함만으로 원격진료가 대면진료를 대신하기 어렵다는 사실에 공감할 것이다. 정부도 이런 점에서 무조건 원격의료를 추진하기보다는 의료계와 국민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사전 안전장치 마련에 최선을 다하고, 여기서 한 합의에 근거하여 원격의료가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올바른 제도로 정착하는 데 힘써야 한다. 정부는 반대를 위한 원격의료 철회 주장이 아닌 국민 건강을 위한 진정한 의료계의 충언을 허투루 듣고 흘리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된다.
전통의학과 코로나19 2020-05-28 05:45:50
코로나19에 대한 전통의학 혹은 전래요법 활용에 관한 기사를 검색해보면 대부분 아프리카 국가들의 소식이 잡힌다. 에티오피아가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는 전래요법을 찾아냈다고 주장했고, 짐바브웨 정부는 전래요법사들에게 코로나19 환자 진료를 허가했다. 카메룬에서는 전래요법사들에게 코로나19 예방과 치료할 수 있는 처방을 해달라며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고 한다. 아프리카의 섬나라 마다가스카르에서는 지난 4월에 개똥쑥 등 약초들을 혼합한 드링크제 “CVO(COVID-Organics)”가 출시됐다. 마다가스카르 대통령이 코로나19에 대한 예방과 치료 효과가 좋다며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서자 적도 기니, 기니비사우, 니제르, 탄자니아 등 여러 국가에서 주문이 몰려들었다. 사태가 커지자 WHO는 이 드링크제가 효과가 있다는 근거가 없다고 경고하고 임상시험 검증을 진행하자는 입장을 발표했다. 마다가스카르 대통령은 프랑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것이 만약에 유럽 국가에서 개발됐다면 이렇게 많은 의심을 받았겠는가? 문제는 아프리카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마다가스카르 같은 가난한 나라가 세계를 구할 치료제를 개발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고 반발하며, “105명의 코로나19 환자를 이 드링크제만으로 치료했다”고 주장했다. CVO에는 말라리아치료제 성분인 아르테미시닌을 함유한 개똥쑥이 포함되어 있어서, 남용되면 열원충이 말라리아 치료제에 내성을 갖게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매년 40만 명이 말라리아로 목숨을 잃는다. 아프리카 국가들에게 전통의학 검증을 권유한 WHO는 지난 3월 전통의학 때문에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 WHO 홈페이지에는 코로나19에 하지 말아야 할 행동 목록에 “한약 복용(Taking traditional hermbal remedies)”이 있었는데, 3월 초 은근슬쩍 사라졌다. WHO 중국어판 홈페이지에서 가장 먼저 사라졌고, 곧이어 영문 등 다른 언어의 홈페이지에도 삭제됐다. 이 내막에 대해 BBC 중국어판은 WHO가 중국으로부터 2천만 달러를 지원받기로 약속받고서 한약을 먹지 말라는 경고 문구를 삭제했다고 비판했다. 코로나19 치료에 전통의학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 정부는 음식을 직접 삼킬 수 있는 모든 코로나19 환자들에게 반강제적으로 청폐해독탕 같은 한약을 복용시키고 있다. 4월에는 한약제제 3종에 대해 코로나19 증상을 완화시키는 효능을 승인했다고 한다. 온 세계가 코로나19 치료제를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지만, 한약에 대한 중국 밖에서의 반응은 대체로 냉담하다. 2월 5일 뉴욕타임즈의 “In Coronavirus, China Weighs Benefits of Buffalo Horn and Other Remedies”, 3월 16일 CNN의 “Beijing is promoting traditional medicine as a 'Chinese solution' to coronavirus. Not everyone is on board”, 5월 6일 Nature의 “China is promoting coronavirus treatments based on unproven traditional medicines” 같은 보도가 대표적이다. 코로나19에 대한 한약 치료가 근거가 없다는 점, 중국의 ‘일대일로’에 포함되는 거대한 돈벌이로서의 한의학 문제 등이 지적됐다. 왜 박쥐나 천산갑에게 있었을 야생동물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전염되었는지에 대해서도, 희귀한 동물이 건강에 좋다고 믿는 중국인들의 한의학적 식문화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선조들로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한의학’의 전문가인 대한민국의 한의사들은 중국의 임상진료지침을 들고 와서 자기들도 중의사들이 만든 지침을 근거로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겠다고 나섰다. 정부가 한의사들을 진료에 참여시켜주지 않자, 한의사들은 전화만 걸면 한약을 공짜로 배송해준다고 홍보했다. 최근에는 한약을 공짜로 받은 환자들이 만족스러워했다며 자화자찬을 늘어놓고 있다.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전통의학에 기대를 거는 나라들은 중국을 제외하면 자기 땅에서 나는 풀뿌리를 달여 먹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는 가난한 나라들이다. 한의학을 활용하는 일본과 대만도 코로나19 환자들에게 한약을 먹이겠다는 방침은 내놓지 않고 있다. 중국의 한의약산업은 성장을 거듭해 2020년에는 5조원 규모로 추정된다고 한다. 중국은 이 막대한 돈벌이에 국제사회의 비난을 감수할 작정을 한 것이다. 중국산 전래요법에서 1980년대에 한국전통의학으로 탈바꿈한 한의학은 국제사회에서 호응도 비판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존재감이 없다. 그동안 한의약육성과 홍보에 예산을 쏟아 부었어도 외화벌이는커녕 중국의 아류라는 정도의 인식조차도 얻지 못했다. 그 우수하다는 동의보감은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에서 영어로 읽을 수 있는데 왜들 그렇게 알아주지를 않는지, 올해도 세금을 써서 여러 홍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의 떳떳하지 못한 돈벌이를 뒤쫓는 일을 그만두고, 최첨단 과학에 전력투구하는 편이 국민과 인류의 건강을 지키고 국가의 위신을 높이는 데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메디톡스 겨눈 무소불위의 검, 식약처 신중해야" 2020-05-28 05:45:50
필자는 수년 전 메디톡스라는 회사를 우연히 알게 됐는데, 메디톡신이라는 보툴리눔톡신 제제를 만드는 회사였다. 비록 블록버스터급의 약물은 아니지만, 이제 우리나라에도 전세계에 수출하는 의약품을 개발하는 회사가 생긴 것 같아서 무척 반가운 마음이었다. 그런데 최근 이 회사가 메디톡신의 시험성적서와 원액 정보를 조작했다는 것이 내부고발자에 의해 드러나, 품목허가가 취소될 위기에 처해 있다. 이번에도 역시 식약처는 해당 제품이 유통되는 시기에는 전혀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 왜 식약처는 해외규제기관이나 내부고발자의 제보가 아니면 품질의 문제를 전혀 발견하지 못하는 걸까? 어떻게 보면 국민의 안전을 해치는 것은 다름 아닌 식약처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참으로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전문성이 미약한 식약처가 허가와 취소에 관한 무소불위의 검을 가지고 있다. 최근에 품목 허가가 취소된 코오롱 인보사의 경우 과연 무엇이 문제였을까? 세포가 뒤바껴서일까? 물론 이 점도 매우 심각한 문제였지만 의외로 관절염에 관한 전문가 집단인 대한류마티스학회에서 제기한 문제는 애초에 허가할 만큼의 유효성이 아니었다는 점이었다. 이는 인보사 허가를 심의하기 위한 중앙약사심의위원회 1차 회의에서 7명 중 6명의 위원이 반대 의견을 피력한 점, 대한슬관절학회에서 인보사의 급여에 반대의견을 표명했다는 점에서도 드러난다. 즉, 애초에 허가해서는 안되는 약물을 허가한 것이다. 그럼 누구의 책임이 더 클까? 무리한 허가를 한 식약처의 책임이 훨씬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약처는 코오롱 뒤에 숨어 모든 책임을 코오롱에 던지고 품목허가 취소라는 검을 휘둘렀다. 심지어 식약처장이 세포가 뒤바뀌었지만 환자에 미치는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발표한 후에 말이다. 반면, 세포 뒤바뀜의 문제를 처음 발견한 미국의 FDA는 철저히 환자에 미치는 안전 중심이었다(물론 여러 차례 말하지만 미국 FDA가 항상 정답은 아니지만 우리나라보다는 낫다는 것이다). 세포가 뒤바뀌었기 때문에 환자에 미치는 안전성이 우려돼 임상시험을 보류시켰지만 추가자료로 어느 정도 우려가 해소되자 임상시험 재개를 허락한 것이다. FDA의 환자 중심, 안정 중심 마인드는 세계적인 다국적 제약회사인 노바티스의 데이터 조작 사건에서도 드러난다. 작년 노바티스의 자회사 아벡시스는 졸겐스마의 허가시 신청한 자료 중 일부가 조작됐음을 고백했다. 문제는 자료 조작을 알았음에도 허가시 해당 자료를 제출했다는 점이었고, FDA는 강력한 민,형사상 조치를 예고했다가 올해 추가적인 조치는 필요없다고 발표했다. FDA는 문제가 발견된 그 당시에도 졸겐스마의 허가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왜냐하면 해당 데이터 조작이 동물시험 자료로서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즉, 데이터 조작은 심각한 문제지만, 품목허가의 취소는 환자에게 미치는 안전성과 유효성에만 기초해서 판단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반면 작년에 발생한 에스앤지바이오텍의 혈관용 스텐트의 예를 통해 식약처 규제가 얼마나 환자와는 무관한지를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급여 문제로 혈관용 스텐트 보급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고, 이 회사가 제조하는 대동맥 텐트가 시장 점유율 43%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환자마다 대동맥의 크기나 모양이 다르므로, 회사는 환자맞춤형 스텐트를 제조해서 의료기관에 보급했고, 의료진과 환자는 이로 인해 도움을 받고 있었다. 그런데, 이 환자맞춤형 스텐트가 불법이었던 것이다. 즉, 우리나라는 규격이 다르면 일일이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회사가 이를 간과한 것이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환자 맞춤형 스텐트를 일일이 허가받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데도 식약처는 즉각 해당 스텐트의 판매중지와 회수 조치를 명했고, 언론과 방송은 무허가 의료기기로 시술했다고 떠들어댔다. 식약처는 자신들의 경직된 규제를 고칠 생각은 하지 않고, 모든 책임을 회사에 돌린 것이다. 결국 환자에게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는 환자맞춤형 스텐트는 물 건너갔다. 각 나라마다 자국의 제약회사, 의료기기회사를 보호하려는 경향이 조금씩 있다. 제 아무리 환자 중심의 FDA일지라도 이런 모습은 있다. 예를 들어 FDA는 유럽이 앨러간의 인공유방에 대해 허가를 취소할 때 비교적 충분한 안전성 위해의 증거가 있었음에도 즉각 취소하지 않았다. 선형가돌리늄 제제를 유럽은 취소했지만 FDA는 취소하지 않았는데 해당 제제는 대부분 미국 회사의 제품이다. 물론 이런 모습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그만큼 품목 허가 취소가 미치는 파장이 매우 크기 때문에 좀 더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는 것이다. 해외규제기관은 허가도 매우 어렵고, 허가취소도 매우 어렵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허가도, 허가취소도 너무 쉽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데이터 조작은 매우 심각한 것이며, 이에 대한 응당의 행정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러나 허가취소를 하려면 환자의 안전 및 치료효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어야 할 것이다. 영화 '호빗'에서 간달프는 빌보에게 스팅이라는 검을 주며 이렇게 말한다. '이 검을 사용해야 할 때 다음을 기억해라. 진정한 용기란 생명을 빼앗을 때를 아는 것이 아니라, 살릴 때를 아는 것이라는 걸'. 식약처는 허가와 허가 취소에 대해 모두 무소불위의 검을 쥐고 있다. 부디 그 검을 언제 사용해야 하는지를 알기를 바란다.
코로나19로 인해 바뀐 일상 2020-05-21 05:45:50
2020년 한해는 코로나19가 대단원의 시작이자 마침표가 아닐까 할 정도로 세상의 모든 이슈들을 덮어버렸다. 정치, 경제, 문화 등 일상의 모든 것들이 감염병에 매몰되었기 때문이다. 출, 퇴근길 교통정체가 사라진 풍경도, 북적거리던 거리가 갑자기 고요해진 것도, 지나가면서 쳐다본 극장 골목의 적막함도, 마스크 위로 보이는 불안하고도 의심스런 눈빛들이 낯설었던 것도 잠시일 뿐, 이제는 익숙한 풍경이 되었다. 그리고 평생 이런 광경을 얼마나 만날까 싶을 정도의 상황을 병, 의원도 직면해야 했다. 병원 앞에 늘어선 선별진료소 천막과 컨테이너박스는 의례 당연한 것이 되어 버렸다. 병, 의원은 사람들의 기피대상이 되면서 산더미 같은 폭설이 내리던 날의 조용한 진료실처럼 인적 없는 하루를 매일 매일 보내게 되었다. 환자가 없어 힘들어하면서도 목이 아프면서 기침하거나, 냄새를 못 맡거나, 목이 아프면서 열감이 있는 환자가 외래로 들어오지 않기만을 바라는 이중적인 마음이 들 때면 깜짝 깜짝 놀라곤 했다. 일인 원장이 진료하는 의원에서 확진환자를 진료한다면 대부분 2주간의 자가격리와 병원폐쇄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확진자의 이동 동선에 병원 이름이 공개되는 순간 주홍글씨가 새겨지고, 지역사회에서는 두고두고 꼬리표가 붙기 때문에 이에 대한 불안감도 만만치가 않았다. 그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열심히 홍보하는 대로 의심 환자가 선별진료소로 가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자리 잡기를 기도하는 것 외에는 할 일이 없다는 것에 좌절감도 느꼈다. 필자는 이비인후과 단독 개원이다 보니 내원하는 환자의 대부분은 코로나19와 유사한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담당 환자들의 건강을 지키는 것은 물론 병원과 병원식구들을 안전하게 지킨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문제는 아니었다. 여기에 대구시의사회의 다급한 소식들을 들을 때면 현장에서 함께 하지 못하는 죄책감에 힘든 맘을 다독거리기 어려운 시간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초유의 사건들이 터지고 있는 시기에 고양시에서는 고양시의사회가 참여한 ‘고양안심카’라는 드라이브스루 선별검사소가 2월 26일에 문을 열었다. 코로나19로 인한 공포심이 극을 달하던 초기 시절에 심욱섭 고양시 의사회장님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강력한 추진력을 덧붙여서 만들어지게 되었다. 지역 주민들뿐만이 아니라 의료진들도 기존의 검사소 자체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아무리 개인보호장비를 착용하고 소독을 열심히 한다고 해도 밀폐된 공간에서 문진과 검사를 진행하는 것이 환자나 의사 모두에게 공포심을 유발하기에는 충분하였다. 이때 자동차를 이용한 드라이브스루 문진과 검사는 주저주저하는 지역사회와 의료진에게는 단비와 같은 소식이었고, 이를 통해서 조기 발견을 용이하게 함으로서 확산 위험성을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었다. 또한 동네의원으로 갈 수 있는 환자들을 고양안심카 선별검사소로 유도함으로서 의사회원들을 보호하고, 지역사회에 만연한 두려움을 줄이면서 건강한 거리를 만들 수 있도록 기여를 하게 되었다. 다만 얼마나 많은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지는 걱정이 되었지만, 73분의 회원들이 본인 병원도 문 닫고 선별진료소를 지켜줌으로서 성공적인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4월 20일까지 54일간 총 3,500여건의 검사를 진행하면서 서로간의 동료의식도 고취할 수 있었고, 의사가 되어서 지역사회에 가슴 뭉클할만한 일을 할 수 있다는 점도 감동이었다. 대구로 내려가지 못한 미안함도 한편으로 조금은 위로가 되는 순간이었다. 지역 최초로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를 만들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일차의료를 담당하는 의사들이 감염병으로 국가재난이 생길 경우에 일선에서 효율적이면서도 큰 가치창출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알릴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국가의료정책을 만드는데 비중을 두고 고려해야 할 문제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더불어 소중한 가치를 동료들과 함께 지켜냈다는 믿음을 모두가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은 값진 소득이 아니었나 싶다. 이런 경험은 앞으로 더 큰 위기상황에서도 동료들이 있다면 언제든지 헤쳐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진 덕분으로 고양안심카 드라이브스루는 중단되었지만 상황이 안 좋아진다면 언제든지 다시 열 수 있는 만반의 준비가 지금도 되어 있는 상태이다. 하지만 소원이건데 ‘안심카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가 문을 열어야 하는 상황이 다시 발생하지 않았으면 한다. 다시 과거 코로나19가 있기 전의 일상생활로 하루 빨리 돌아갔으면 하는 소망들이 다들 있다. 하지만 돌아간다고 한들 정말로 이전의 사회로 완벽하게 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이제는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들이 익숙해졌고, 호흡기 증상이 있어도 집에서 3일에서 4일간 경과를 지켜보다가 병원을 방문하는 일도 생활 속에 자리잡아가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조금만 아파도 병원을 방문하던 일들이 줄어든 것이 일상이 되어 버린 것 같기에 과거 북적거리던 병원 풍경은 이제 박물관으로 가야 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자주 만나던 코흘리개 아이들의 울음소리도, 어딘가 많이 아프다고 걱정이 많은 할머니의 근심어린 눈빛도 조금은 멀어지지 않을까 싶다. 더욱이 앞으로 대면으로 이루어지던 모임들은 많이 줄어들 것 같고, 모임 뒤풀이로 빠지지 않던 잔 돌림도 많이 없어질 것 같다. 역사책에 남을 법한 큰 변화의 시대 한 가운데에서 ‘나는, 우리는 그 때 무엇을 하고 있었지?’하는 추억을 안주거리 삼아서 이야기 할 수 있는 시기가 되면, 이 시기가 어떤 의료와 사회변화를 결론적으로 가져왔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힘든 시간에 가족, 따뜻한 집 그리고 건강한 병원과 병원 식구들이 있어서 하늘에 감사하게 된다. 그동안 인류는 이종의 다른 동물들과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균에 대한 감염이 발생하였고, 생존위험의 역경을 뚫고 지금까지 잘 살아왔다. 험난한 과정을 겪을 때마다 이를 토대로 새로운 과학 문명들을 꽃피워왔고 한 단계 도약하는 시대를 만들어냈다. 앞으로 코로나19의 어려운 시기를 거치면서 얻게 되는 과학의 발전은 많은 질병들을 해결하는 기회를 만들어 낼 것이다. 그리고 적어도 두 단계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질 새로운 세상과 마주하게 될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져본다.
초진 환자에 전화처방은 위법 소지 있다는 대법원 2020-05-20 12:00:55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기존의 '원격의료'가 '비대면 의료'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적지 않은 수의 의료인들이 전화 통화로 환자를 진찰한 경우에도 처방전을 작성해 교부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보건복지부가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해 의료기관에 방문하지 않은 환자들에게 전화 통화 내용을 기초로 처방전을 작성하여 교부할 수 있도록 올 초에 한시적으로 허용한 것은 맞다. 그러나 이는 코로나19 사태라는 특별한 상황에 한하여 한시적으로 허용한 것이다. 따라서 아래에서는 의료법에 따른 전화 통화 진찰의 원칙적인 내용을 설명하도록 하겠다. 먼저 관련 조문인 의료법 제17조 제1항은 의료업에 종사하고 직접 진찰한 의사가 아니면 처방전 등을 작성해 환자에게 교부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법원(2010도1388)은 2013년 "조문 중 직접이란 '스스로'를 의미하므로 전화 통화 등을 이용해 비대면으로 이루어진 경우에도 의사가 스스로 진찰을 하였다면 직접 진찰을 한 것으로 볼 수는 있다"고 판결했다. 여기까지 설명하면 모든 전화 통화 진찰이 가능한 것으로 오해할 소지가 있다. 그러나 대법원(2014도9607)은 최근 "현대 의학 측면에서 보아 신뢰할만한 환자 상태를 토대로 특정 진단이나 처방 등을 내릴 수 있을 정도의 행위가 있어야 '진찰'이 이뤄 졌다고 볼 수 있고, 그러한 행위가 전화 통화만으로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최소한 그 이전에 의사가 환자를 대면하고 진찰해 환자 특성이나 상태 등에 대해 이미 알고 있다는 사정 등이 전제되어야 한다"라고 판결했다. 위 대법원 판결은 의사인 피고인이 전화 통화만으로 환자에게 전문의약품을 처방한 처방전을 작성해 교부한 사안에 대한 것이었다. 대법원은 의사가 전화 통화 이전에 환자를 대면해 진찰한 적이 단 한 번도 없고, 전화 통화 당시 환자의 특성 등에 대해 알고 있지도 않았던 점을 내세웠다. 위와 같은 피고인의 행위는 신뢰할만한 환자의 상태를 토대로 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결과적으로 피고인이 환자에 대하여 진찰을 했다고 할 수 없다고 보았다. 따라서 일선 의료현장의 의료인은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전화 진찰 허용은 한시적이란 점, 원칙적으로 전화 통화 진찰을 통한 처방전 작성·교부는 그 이전에 환자를 대면해 진찰한 적이 있어서 환자의 특성이나 상태를 알고 있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구분해 주의할 필요가 있겠다.
원격의료, 쇠귀에 경(經) 읽기 2020-05-19 09:53:59
최근 청와대 사회수석의 원격의료 검토 발언을 두고 정부·여당과 의료계의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로 환자와 의료인의 안전을 위해 과거 정책에 대한 기조 변경이 불가피하다 포장하고 있지만, 원격의료 시행 추진이 단순히 환자 안전만은 아니리라는 것이 의료계의 보편적인 시각이다.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행위는 현행 의료법상 금지되어 있다. 또한 과거 의료 영리화, 민영화 등의 사유로 사회시민단체의 반대와 원격의료의 효율성, 환자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원격의료 시행에 반대하는 의료계의 반발에 부딪혀 제도화에 실패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의사-환자 간 안전을 빌미로 원격의료 시행에 긍정적으로 입장을 선회할 조짐을 보인다. 대한민국은 전 세계적으로 뛰어난 정보통신망을 구축한 대표적인 나라다. 코로나19 사태로 경제가 위축하고, 산업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사람과 사람 사이 접촉 없이 정보를 교환하고 이를 통해 자신에게 필요한 문제와 욕구를 해결할 수 있다면 인간의 삶에 근원적인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 정부는 발달된 ICT 기술을 활용해 다가올 4차 산업을 선도하는 매개체로 원격의료 도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원격의료가 산업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따라서 원격의료가 국민 건강에 미치는 효과를 우선해서 검증하고, 환자의 안전 확보가 우선이다. 만약 원격의료 제도 시행에 미흡한 점이 있음에도 정부가 서둘러 강행하다 불러올 불행에 대해 과연 누가 책임질 것인가? '사람이 먼저다'라는 구호가 무색하게 '경제와 산업이 우선이다'는 정부의 판단을 과연 국민은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그동안 의료계는 지속해서 원격의료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시행에 앞서 해결해야 할 과제를 제시했다. 국민을 위해 도입하려는 새로운 제도 추진에 국민과 의료인이 배제되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경제논리를 내세워 접근한다면, 원격의료는 성공적으로 안착하기보다는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 집단의 반복적인 문제 제기에 눈감고 원격의료를 일방적으로 도입하려는 정부의 안이한 판단은 결과적으로 국민 건강에 큰 화(禍)가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거듭 밝혀둔다. 비록 이런 노력이 쇠귀에 경을 읽는 행동이라도 국민 건강 문제에 대한 의료계의 활동은 지속해야 한다.
연 품목취하 의약품 2600여개…공동생동의 민낯 2020-05-18 05:45:50
필자는 제네릭의약품의 생물학적동등성(생동성) 시험을 시행하는 임상시험센터에서 약 3년간 일한 적이 있다. 그 때 참으로 부끄러운 우리나라의 제네릭 상황을 알게 되었다.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아래 2가지는 FDA, EMA 등에는 없고, 우리나라에만 있는 부끄러운 제도들이었다. 첫번째, 우리나라의 생동성 시험은 약사법에 명시된 GCP(임상시험 관리규정)에 의해 관리되지 않고, 식약처 고시인 생물학적동등성 시험 관리기준에 의해서 관리되고 있었다. 그 규정 어디에도 시험대상자의 안전에 관한 내용은 없었다. 해외도 비슷한가 살펴보니 FDA, EMA, PMDA는 모두 GCP에 의해 관리되고 있었다. 생동성 시험도 엄연히 건강한 자원자에게 독성이 있는 약물을 투여하는 임상1상 시험으로서 GCP에 의해 관리되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제네릭 의약품은 비교적 안전하다는 말도 안되는 이유로 시험대상자 안전이 유기되고 있었다. 이에 필자는 GCP 수준으로 시험대상자를 관리하기 위해 임상시험센터의 시스템을 개선하고 식약처에도 이를 제안하였다. 다행히 지금은 생동성 시험도 GCP 규정에 통합되어 관리되고 있다. 그러나 과연 서류는 바뀌었겠지만 관련 업무를 하는 사람들의 마인드가 GCP 마인드로 바뀌었을지는 의문스럽다. 너무나 잘못된 마인드가 뿌리 깊이 박혀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두번째, 우리나라에만 독특하게 공동생동이라는 제도가 있었다. 제약회사가 자기 회사가 판매하는 약을 스스로 만들지 않고, 공장에서 떼다가 판매만 하는 것이다. 본래 우리나라도 제네릭을 2개만 허용했는데, 2011년 관련 규정이 폐지되면서 무제한 공동생동이 가능해졌다고 한다. 그 결과 2018년 자료에 따르면 제네릭 의약품의 87%가 위탁생산을 하고 있다. 필자가 알기에 우유 회사도 자기들이 관리하지 않는 목장에서 짠 우유를 떼다가 팔지 않는다. 과자 회사도 그렇다. 초코파이만 해도 원조 제품 외는 몇 개 되지 않고, 그것도 다 각각 자기 회사의 이름을 걸고 만든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에는 제네릭 의약품의 공동생동이라는 기형적인 제도를 가지고 있는지 참으로 이해되지 않는다. 품질 문제가 되었던 발사르탄은 약 200여개, 라니티딘은 약 300여개의 제네릭이 있었다. 이 많은 약들 중에서 어떻게 의사가 골라내어 처방할 수 있겠는가? 결국은 제약회사 영업사원의 홍보와 더 나아가 불법 리베이트를 암암리에 조장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이번에 공동생동 규제가 폐지된다고 하여 늦었지만 그나마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것이 무산되었다고 한다. 식약처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한 공장에서 만든 제네릭 의약품은 원샷으로 심사하겠다고 발표하였다. 과연 공동생동 폐지 정책을 주관한 정부부처인지 의심스럽다. 이것이 신약강국을 만들겠다는 정부의 의지인가? 공동생동 제도로 인해 우리나라의 제약업은 그 수준이 보따리 장사 수준으로 낮아졌다. 한 공장에서 만든 제네릭을 팔다가 장사가 잘 안되면 다른 공장에서 다른 제네릭을 가져와서 판다. 이런 식으로 하니 작년에 발표된 식약처의 의약품 품목허가갱신제 데이터에 따르면 1년 동안 갱신이 안된, 즉 품목을 취하한 의약품만 2,686개나 된다. 너무나 부끄럽고 한심스러운 데이터이다. 또한 신약 개발에 사활을 걸고 다국적제약회사들조차 M&A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소형 제약회사가 대부분이다. 이는 정부의 정책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식약처와 규제개혁위원회는 공동생동제도를 폐지하기 바란다. 의약품이 초코파이보다는 나아야 하지 않겠는가.
'공공의료' 유감 2020-05-18 05:45:50
선거철 마다 그리고 정권마다 맞이하는 오래된 반복되는 동일 주제, 그리고 야당 시절에 반대하다 여당이 되면 자동 찬성으로 변환되는 알다가도 모를 숨바꼭질 주제인 '의대 신설'이 다시 수면위로 올랐다. 말썽 많았던 서남의대 폐교 이후 아직 최소 한 개의 의과대학은 다시 만들 수 있다는 근거를 부정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그러나 서남대 폐교까지 의사 전문직 단체와 정부는 10년 이상의 지리한 세월을 질 낮은 대학의 처리 문제로 줄다리기에 시간을 낭비하였다. 이런 와중에서 부실한 학사운영으로 도저히 의과대학 같지 않은 '가짜 의과대학'을 처리하고 학생에게 교육피해가 없도록 노력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보고 싶지 않았던 우리나라의 정치와 정부 조직의 부패, 소유주와 결탁의 현상은 사법부까지 침범된 흔적도 보았었다. 여, 야 의욕적인 국회의원의 힘을 빌려 폐교 절차의 동력을 받았다가도 여, 야 국회의원, 교육부, 복지부 등 다양한 정부부서와 지역주민, 부패를 주도한 소유주 간의 이해갈등의 결과 결국 10년이 지나서야 겨우 매듭을 지었었다. 그러나 이제 정권의 교체와 선거를 둘러싼 공약 이행의 문제는 다시금 신설의대를 논의할 수밖에 없는 시점에 이르렀다. 타당성 검증 없이 반복되는 의대 증원 및 신설 선심성 지역주민 달래기 고정 메뉴 20대 국회 회기 말 마지막으로 상정된 국립공공의료대학은 국회에서 논의되었으나 끝내 부결되었다. 여러 가지 정황이 국립공공의료대학의 설립이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국립공공의료대학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 설립되어서는 안 된다. 적절한 근거가 필요하고 설립 후의 문제도 검토되어야 한다. 국립공공의료대학의 설립 목적이 공공의료의 강화인데 공공의료가 과연 무엇인가를 놓고 설왕설래 하고 있다. 공공(公共) 이라는 단어가 의료와 결합하며 생긴 현상인데 같은 한자 문화권인 타이완과 일본에서도 공공의료란 단어는 매우 이해하기 힘들고 사용하지 않는 단어라는 것이 사실이다. 타이완과 일본의 의학자에게 문의한 결과 ‘공공의료’란 단어는 사용하는 단어는 아니고 혹시 ‘공중보건의료’가 아닌지 오히려 우리에게 반문하기도 하였다. 우리나라에는 이미 공공의료에 관한 용어가 의약분업 투쟁이후 슬며시 법체계에 들어왔다. 의사들도 당시 아무도 몰랐다고 한다. 이해 당사자 아무도 모르게 슬며시 처리한 것은 서남대 사태와도 유사하다. 서남대의 문제로 의과대학 평가인증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통과되어 의학계 모두 한동안 새로운 변화에 대한 기대가 컸었다. 그러나 나중에 알고 보니 의학계와는 아무런 상의도 하지 않고 시행령을 제정하여 41개 대학 모두 평가인증을 받고 난 후에 평가인증 결과를 반영하는 조치가 가능하게 하여 실제로 서남대가 평가인증 거부를 하면 법 자체가 무력화 되도록 시행령을 만들었었다. 평가인증 자체를 누군가의 계략에 의하여 매우 효과적으로 무력화 시킨 것이다. 이런 중요한 내용을 의학교육 당사자나 의학계 누구와도 상의를 하지 않고 슬며시 국무회의에서 통과시킨 것이다. 공공이라는 용어 자체도 이렇게 법률용어로 의학계에 침투한 것과 유사해 보인다. 공공하지 않은 공공 개념 정부 입맛대로 채색 의료에 강제 접목 의철학 고찰 부재 놀랍게도 '공공'이라는 단어에 대한 고찰은 이웃나라 일본인 학자가 우리나라에서 발표한 적이 있었다. 공공이라는 단어의 기원은 중국 사기에서 찾을 수 있는데 본래 동사로 사용되었고 모두가 같이하다는 의미였다고 한다. ‘공공하다’라는 의미는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 ‘천상천하 공공하다’라는 구절은 법을 지킬 때 임금이나 백성이나 모두 같이 지킨다는 의미를 뜻한다고 한다. 일본인 학자의 발표에 의하면 공공이라는 단어는 한, 중, 일 삼국 중에서 유독 우리나라 특히 조선시대에 많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중국이나 일본과 비교하여 월등히 역사적 기록물에 많이 등장하는데 조선실록이 이를 대표하고 있다. 추측해 본다면 나라의 중요한 일을 결정하는데 있어 군주 외에 유림, 양반계급, 신하 들 모두의 의견을 충족하여 같이 한다는 뜻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조선시대의 공공이라는 용어도 중국의 원문과 다를 바 없이 모두가 같이한다는 의미로 사용되었던 동사였지 명사는 아니었다고 한다. 그러나 언제 부터인가 명확치 않으나 조선의 멸망기인 순종부터 이후 공공은 명사로 사용되기 시작하였고 결정적 계기는 일본 천황이 대한제국을 병합할 때 천황이 내린 문서에 공공의 안녕이라는 단어가 등장하였다. 대한제국이 백성의 안녕을 위하여 잘못하니 천황이 조선 백성의 안녕을 위하여 병합한다는 내용의 용례를 남긴 것이다. 이런 용례 이후 현재 일본에서 받아들이는 공공의 의미도 이와 매우 유사하다고 한다. 공공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과거 매우 민주적인 동사적 사용 개념에서 일제의 강점기시점 부터 매우 독재적인 그림자를 보여주는 명사적 사용법으로 변화된 것이다. 공공과 관련하여 현재 우리나라 의료제도는 어떤 것인가? 라는 질문에 아직 대답이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군사독재 정권시절 국민을 위한다는 시혜의 차원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데 의료가 공공재인지 상업재인지 개념도 불분명한 상태에서 강제적 의료보험 제도가 시작되었다는 사실은 오늘날까지 의료의 철학적 고찰은 별로 없어 보인다. 다만 빠른 성장에 따른 폭발한 의료수요의 충족만으로도 버거워 깊은 성찰을 요하는 개념 정리는 그대로 지나간 것이다. 반면에 공공기관이라는 용어는 국, 공립 기관을 의미하며 사적기관이나 민간이 설립한 기관과 대비되는 용어로 사용되어 왔다. 공공기관은 비교적 공공의료보다 우리에게 의미전달이 더 명확하여 보인다. 즉, 국공립 혹은 정부나 지자체 관련 기관임을 의미한다 하여도 무리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공공의료라는 단어는 의료가 무엇인지 명확한 정의를 내려 보지 않은 우리나라의 역사에서 매우 혼란스러운 단어임에 틀림없다. 공공의료 역할 정체성 개념정립 없는 상태에서 국공립, 민간 단순 경계선만 구분 공공의료는 국, 공립 의료기관에 의한 의료라고 보기에는 민간의료 기관과의 차별성이 너무 약해 보인다. 의료보험 자체가 독점 공보험이고 공공이던 민간이던 정부가 독점하는 의료보험의 구매자로서 의료기관의 역할은 공공이던 민간이던 매우 유사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기에 민간의료라는 대비되는 단어는 매우 어울리지 않고 사용되고도 있지 않으나 억지로 만들어 볼 수 있는 단어이기는 하다. 세계보건기구 등 공중보건이나 예방의학에서는 민간영역 보다는 private sector가 public sector와 대비되는 단어로 등장한다. 최근 의료정책연구소의 정책과제로 민간병원과 소위 공공병원이라는 국, 공립의료기관과 공공지수를 설정하여 비교하여 본 결과 공공병원의 공공성은 약간 높을 뿐이다. 국가재정이 투입된 점을 감안하면 공공병원의 역할과 공공성에 대한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공공의료라는 단어를 쓰기 힘든 이유를 분명히 알 수 있다. 공자는 일찍이 정명론(正名論)을 주창하였고 정명론이란, 명칭이 실제에 맞도록 바로잡으려는 주장이다. 즉 명분을 바로 세우려는 주장을 이른다. “명분이 바로 서지 못하면, 말이 올바르지 못하고, 말이 올바르지 못하면 일이 성사되지 않는다”라는 논리인데 공공의료라는 이름이 분명치 않은 이유로 실체파악도 분명하지 않다는 점이 문제인데 여기에 공공이라는 이름이 변화하여 독재나 식민체제하 국민에 대한 시각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서양의학의 도입의 역사는 100년이 넘어 많은 세월이 지났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서양의학의 변천과 더불어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많은 의학 관련 단어가 처음부터 정립되어 내려왔다고 생각한다면 커다란 오류이다. 학문 명칭 하나도 근대사를 거치면서 명칭간의 경쟁과 철학적 고증과 논증 그리고 학계의 합의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 내려온 것이다. 특히 단어 하나하나에 대한 철학적 논증의 역사는 우리에게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어떻게 보면 일본 천황이 물려준 공공의 안녕을 위한 의료가 공공의료인지도 모를 일인데 알고 나니 무슨 영문인지 사용하기 꺼려지는 단어다. 이런 생각은 단순히 반일 감정에 근거한 것은 아니다. 그렇게도 민주화를 떠들어 대는 운동권 정권에서 민주적이 아닌 독재적이고 시대착오적인 불쌍한 수동적 백성의 개념을 위한 시혜적인 의료를 위한 명칭으로 인식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기 때문이다. 현대의학 도입 1세기 '의료개념' 아직도 온전히 뿌리내리지 않아 정제시기 필요 한, 중, 일을 주축으로 하는 동아시아( 혹자는 동북아시아)의 역사에서 살아남은 것이 있다면 법가와 유교라고 한다. 유교는 칼의 양날처럼 사용되어 본래의 교육적이고 도덕적인 의미보다는 과거시험에 합격한 관리에 의하여 군주와 친족을 위한 악성 독재의 정치 이데올로기로 변질되어 왔다. 유교 안에 현대의 민주주의에도 부합될 정신도 그리고 미래사회에 적용될 도덕적이고 교훈적 내용도 많으나 유교는 기나긴 시대적 변천과정에서 공자와 맹자는 하지도 않은 말을 수없이 덧붙이며 결국 독재정치에 익숙한 국민으로 순치하였다. 여기에 악성 식민지를 경험하여 내려온 의학과 교육 그리고 의료에도 결국 우리는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으나 이미 물들어 버린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이 프랑스 철학자가 쓰는 ‘facticite’ 로 잘 표현된다. 일본의 근대화로 사무라이 계급이 몰락할 때 지방의 통치에서 중요한 몫을 담당하고 있었던 이들의 재빠른 변신은 일본의 군인, 공무원, 전문직으로 변신하였다. 일본의 근, 현대 전환기에서 서양식 의사가 된 일본인의 절반이 사무라이 계급이 차지하게 되었다고 한다. 여기에 독일 군의관학교에서 파견된 의사에 의하여 설립된 동경의대 출신 교수의 한반도 진출이 결국 우리나라 서양의학의 초기 역사를 형성하였다는 사실도 시혜적 의료의 형성과 관련이 있음에는 틀림없다. 과거 일본인이 세운 공립병원에서 치료 후 환자들은 천황에게 감사의 글을 바쳐야 했었다. 해외 진료진이 북한에서 개안 수술 후 자신들에게 감사할 줄 알았는데 김정일에게 보내는 충성문과 감사의 글로 대신함을 보며 매우 신기하게 본 것과 비슷하다. 이런 배경에서 도입된 변질된 식민 일본식 서양의학과 의료는 사실은 우리 국민 스스로 자신에 필요한 정당한 이름이나 명칭의 부여도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정권과 정권에 충성하는 정부가 주장하는 공공의대의 변은 취약지 배치, 공공 의료기관 근무, 보건소, 글로벌 리더 등 다양한 이유를 달고 이것을 공공의료로 범주화 하려는 듯하다. 내용을 보면 이질적 요소이기도 하고 신설대학의 이유의 층이 다양하기도 하다. 이런 다양한 미션은 코로나 사태에서 보여주는 미국의 공중보건복부지원단(Public Health Service Commissioned Corp)이 하는 임무와 매우 유사한데 미국은 공공의료가 아닌 공중보건서비스로 표현하고 있다. 의대 신증설 경기부양 토목공사 아닌 국가 보건의료 백년대계 큰 사업 "신중해야" 우리는 이미 기존의 40개 의대가 있다. 신설 국립의대를 위 하여는 최소 3000~4000억 원이 소요되고 이 후 국립의료원이 실습병원이 되었을 때 병원자립도도 문제다. 중견 의과대학의료원의 수입이 5000억대에서 2조를 돌파하였다. 현재의 국립의료원 규모를 보면 자생불능으로 보인다. 그리고 한 의과대학이 정상적인 궤도에 오르는 데는 약 20년 정도가 소요된다. 현재의 거대 여당의 정권이 강하게 추진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어 보인다. 그럼에도 대안제시로써 기존 40개 의과대학으로 충분히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주장도 만만찮아 보인다. 신설 공공의료대학은 착한 여당이 불쌍한 백성을 어여삐 여겨 만드는 것도 아니고, 지역구 공약사항의 실천을 위한 것인데 그럴 예산이 있다면 의료인 전체의 질적 향상을 위한 의료인 교육에 투자되는 것이 훨씬 합당한 일로 보인다. 그럼에도 독재의 어두운 그림자가 보이는 이름의 공공의료를 위한 대학의 신설을 막아야 할 정권이 서둘러 추진하는 것을 보며 정치가 보다 이성적이고 합리적 근거에 의하여 현명한 판단을 내리기는 이미 어쩔 수 없다는 세상이 되었다는 느낌마저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한방 폐지와 부활 그리고 갈등의 시작 2020-05-14 05:45:50
대한제국 때 갑오경장(1894년 7월~1896년 2월)을 시행하면서 기존의 과거제도를 폐지함으로써 한의사들의 선발통로로 기능했던 의과시험도 폐지되었다. 즉, 현재와 비교하자면 한의사 고시를 폐지함으로써 조선 시대 500년 동안 지속한 한의의 충원 형식 자체가 없어진 것이다. 대안으로 의학교 관제(1899년 3월)를 설립하면서 내외의 각종 의술을 가르친다고 규정하였고, 의학교 규칙(1899년 7월)을 정함으로써 의학생의 선발에서 졸업과 면허 획득까지 전 과정을 규정하였다. 의학교의 교과목인 동물, 식물, 화학, 물리, 해부, 생리, 약물, 진단, 내과, 외과, 안과, 부영, 위생, 법의, 종두, 체조과 등을 보면 서양 의학을 근본으로 전통 의술을 취사선택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이것은 일본에서 검증된 합리적이고 이상적인 의료일원화를 시행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의학교의 초대부터 폐지될 때까지 교장은 문과 관료출신의 지석영으로 주권강탈 후 의생이 배출되면서 의생면허에 이름을 올리면서 한의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지석영은 근대의학의 도입에 선구적인 역할을 한 의학교육자이지만 의사와 한의는 아니었다. 한의사협회에서 한의학을 중심으로 서양의학을 받아들여 통합의학을 가르쳐서 통합의사를 양성하는데 주력했다고 억지 주장하고 있는 관립인 의학교가 서양의학만 가르치자 한의들은 한의 전문교육기관인 관립 대한의학교(1904년)를 청원하였지만 대한제국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래서 한의들은 사립 동제의학교를 설립(1906년)하게 된다. 그 후 의학교를 폐지하고 대한의원 교육부로 통합하여 대한의원(1907년 4월 25일)을 설립하였고 의사, 약제사, 산파 및 간호부 양성과 교과서 편찬을 하였다. 이후 대한의원 의육부로 개칭(1908년)과 대한의원 부속의학교로 개편 (1909년)하는 과정을 겪게 된다. 치욕적인 주권강탈 후 조선총독부령(1913년 11월 15일 반포, 1914년 1월 1일 시행)으로 의사규칙, 치과의사규칙과 의생 규칙을 만들게 되는데 여기서 의생이라 함은 서양의학의 교육과정을 거친 한의를 말하는 것으로, 실제적으로 한의들은 배제 되었다. 이로서 서양의학 중심의 의료체계가 수립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확립하게 된다. 이를 두고 한의사협회는 일제에 의해서 한의가 몰락이 되었다고 주장하는데, 실제로는 일제는 자국에서는 폐지한 한방(칸포)을 조선인에게 일본인의 의료 수준을 보장하기 위해 투자할 수 없다는 이유로 부족한 의사의 역할을 한의가 할 수 있도록 눈감아 주었다는 점에서 억지라고 볼 수 있다. 광복 후 의생들은 과학적인 한의 양성 목적으로 을종대학인 동양대학관(1948년 3월 설립인가, 4월 1일 개강)을 설립해서 해부학, 조직학, 병리해부학과 세균학 등 서양의학과목도 교육하게 된다. 연이어 서울한의학전문학관(1949년 4월)과 부산동양의학전문학관(1950년 6월)을 설립하고 정부에 한의학 대책을 요구하였다. 대한민국 정부가 출범한 후 사회부 보건국 산하 한방과를 설치하였고, 이후에 보건부로 독립하면서 한방계로 격하(1949년)하였다. 이에 의생은 한의사로 개칭하고 의사와 동등한 지위를 가질 수 있도록 의료법 제정을 요청하였다. 제헌국회 때 보건부가 한의사를 배제한 ‘의사 및 치과의사법’을 국회에 제출하였으나 국회의원 조헌영의 반대와 여론으로 본회의 상정이 불발되어 국회 안인 ‘의사와 의업 법’을 입안하였다. 여기에는 의사와 한의사에 관한 규정이 함께 포함되어 있었는데 한의사는 의사가 아니었고, 별도 규정을 통해 의생과 한지의생을 둔다고 했다. 이에 한의들은 반발했고, 유사의료업자의 비과학적 의료행위를 합법화하는 것이라는 이유로 대한의학협회도 반대했다. 결국, 법안은 제2대 국회로 이관(1950년 5월 만료)되었다. 국민의료법(1951년 7월)에서도 의사와 치과의사만을 의사로 간주하고 한의사를 별도의 의료자로 구분하여 제2종 의료업자로 분류하였다. 이때 의료시설이 부족한 현실과 강제진료제를 마련하기 위해서 의생에서 한의사로 명칭을 변경했다. 의사법(1952년)에서 별도의 한의사 제도가 확립되었는데, 이는 이원적인 의료제도의 존재를 의미하는 것으로 제도적인 차원에서 갈등이 시작된 것이다. 제도적으로 이원화된 의료제도는 의료이용자의 불편과 혼란 그리고 불필요한 재정 낭비가 발생할 수밖에 없어서 의료일원화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고, 그동안 의사는 일반적으로 찬성하였으나 한의사는 한의학이 서양의학에 흡수되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정부는 의약분업과 같은 구체적인 정책 실현 의지를 갖고 나서지 않고 의사와 한의사 양측의 입장이 다르고 강경해 제도적인 차원의 일원화는 당분간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