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전국의대 교수들 대우 상향평준화 기대한다 2021-05-24 05:45:50
등록금 수입에 의존하여 대학을 운영하는 대부분의 사학재단은 대학병원에서 운영하던 영안실이나 병원 내 상가를 재단이 직접 운영하여 자금을 확보하고 이를 대학에 지원하는 자금으로 운용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므로 대학병원이라고 하더라도 그 운영 방식은 민간병원과 차이가 없이 의료 이익을 늘리는 데 집중하게 된다. 의과대학의 교수 중 진료를 담당하는 임상교수는 의과대학 학생을 교육과 연구에 더해서 환자 진료가 주 업무이며 이 점은 교수가 아닌 대형병원의 의사가 근무하는 형태와 차이가 없다. 그러므로 규모팽창과 매출 증대를 최우선 목표로 설정하고 매출을 직접 일으키는 임상교수에 대한 압박이 증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동안 대학병원에서 의대 교수는 기관의 정책결정에 참여하거나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다른 직능에 비하여 수월했다. 그래서 다른 직능의 구성원도 의대 임상교수를 경영진의 일부로 여겼으며 의대 교수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해 왔다. 시간이 지나면서 대학병원의 경영의 목표가 이익 증대에 맞추어 지면서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의대 교수의 의견을 중히 여기지 않게 되었다. 이에 띠라 교수회나 교수협의회를 통한 의견 전달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심지어는 교수들이 모임을 만드는 것조차 막으려는 대학병원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운영진이 의무감을 가지고 대화를 하도록 강제하는 수단은 현행법으로는 노동조합이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이런 이유가 단초가 되어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노동조합을 창립했다. 지난 2018년 12월 아주대병원 의사노동조합을 만들었으니 두 번 노동조합을 설립한 꼴이다. 2018년 인사문제로 우리병원에 갈등이 있었다. 내용은 어느 곳에서나 일어나는 평범한 사건이고 이에 대하여 교수회에서 의견을 발표하고 교수들에게 서명을 받고 항의를 했지만 운영진에서는 묵묵부답으로 일관 하다가 규정을 바꾸어 버리는 일이 있었다. 묵묵부답은 당시 몇 년간 학교당국의 기본적인 대응책이기는 했지만 더해서 아예 규정을 바꾸어 버리는 일은 좀 더 나간 일이었다. 당시 동남권의학원에서 의사 노동조합이 설립되었다는 소식이 있었고 이를 검토하여 노동조합 설립을 추진하였다. 인사문제가 단초가 되기는 했지만 점점 병원 수익에 대한 압박은 높아지고 병원의 운영에 의견을 개진하기는 어려워져 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진료 환경과 근무조건이 점점 열악해 지고 있는 임상교수의 피고용인으로서의 현실적 문제의식이 추가 되었다. 진료환경이 교수뿐 아니라 환자에게도 위험해 지고 있으므로 진료환경과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과정에 주체적 참여를 요구할 시점이 되었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아주대학교 병원에서 일하는 임상교수가 조합원인 ‘Ajou Doctors& Union’을 설립하였다. 그러나 당시의 교원노동조합법으로는 대학교원은 노동조합을 결성하는 것이 제한되어 있었다. 물론 그 조항이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아서 법 개정이 예정되어 있었고 임상교수가 병원에서 근무하는 형태는 대학 교수라기보다 병원의 의사로서의 업무가 주이므로 교원노조법보다는 일반 노동법을 적용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판단했고 약 10년에 걸쳐 대학병원에도 다양한 교수라는 명칭으로 법적 정의는 기간제 근로자로서 채용되는 전문의가 많아지고 있어 취업의 안정성 마져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노동위원회의 판정과 행정소송을 거치면서 의사로서 노동조합을 만들게 해달라고 주장은 거부되었고 의과대학 임상교수에게는 교원노조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판결을 받았다. 소송이 진행되던 2020년 교원노동조합법이 개정되어 대학교원도 노동조합을 결성할 수 있게 되었고 이에 따라 지난 2021년 3월 18일 의과대학 교수를 조합원으로 하는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노동조합을 설립총회 통하여 창립하였고 4월 12일 노동조합 신고필증을 교부 받음으로서 우리나라 최초의 의과대학 교수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기간제 근로자의 지위에 있는 비전임 교원 전문의가 노동조합의 가입대상이 될수 없다는 것이 매우 애석한 일이다. 교원 노동조합법 제 6조는 ‘조합원의 임금 근무조건 후생복지 등 경제적 사회적 지휘의 향상에 관하여 사용자와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진다'고 정하고 있고 노동조합의 세 가지 권리 중 가장 중요한 권리가 단체교섭권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법학자들의 의견이다. 우리 조합은 단체교섭을 위하여 법적인 절차에 따라 재단에 단체교섭을 요구하였으나 재단은 단체교섭을 요구받았다는 사실을 공고하여야 함에도 이를 무시하고 있다. 심지어 기자의 질문에 ’노코멘트‘라고 하였다는 것은 보면 교수회의 질문에 대하여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태도가 계속 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노동조합법 혹은 노동조합 제도의 원래 목적은 본질적으로 대등하지 않은 노-사 간 서로 협의가 가능할 수 있도록 강제하는 법률이다. 그런데 사용자가 너무 쉽게 법을 무시하는 현실에 매우 놀랐다. 대학을 설립 경영하는 주체가 법을 대하는 태도가 이렇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사회적 문제이다. 더해서 교수조합을 만들었는데 결국은 일반 기업의 노동조합이 마주하는 동일한 대응에 직면한다는 것이 새롭기도 하다. 앞으로 우리 조합은 절차에 따라 교섭권을 행사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문제는 교수노동조합은 학생의 학습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단체행동권이 유보되어 있기 때문에 노사자치에 의한 문제의 해결이 원칙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점이다. 그런데 의과대학 임상교원은 이미 주장했던 것처럼 의사로서의 업무가 대부분이고 학습권과는 상관이 없는데도 일반 의료인의 노동조합에는 허용되어 있는 단체행동권이 제한된다는 것은 평등권에 위배된다. 이에 대하여는 앞으로 헌법 소원 등을 통하여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 4월 23일 전국의대교수노동조합 설립총회가 있었다. 그리고 5월 12일 고용노동부로부터 노동조합 설립 신고증을 교부받았다. 전국 단위의 의대 교수노조가 설립됨으로 의과대학 교수의 대우가 상향평준화 될 것을 예상한다. 그 동안은 각 의과대학이 어떻게 교수들의 지원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고 단순 비교가 어려웠으나 이제 한 조합으로 단체교섭을 진행해 나갈 수 있게 되면 소속된 병원이 일정 기준을 충족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러한 기대는 대학병원의 일반 노동조합이 결성되고 나서 근무 조건 및 후생복지의 변화 추이를 보면 예측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노동조합은 구성원의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관철하는 제도이다. 더구나 국가 사회적 요구와 의과대학 임상교수의 요구가 다르지 않기 때문에 현실을 공론화 하는 것이 상황을 개선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급여 보고 의무화, 정책 방향 제시해 달라" 2021-05-17 05:45:50
보건복지부는 최근 비급여 진료비 등 현황조사, 분석공개 항목을 확대하고 결과 공개시기를 4월에서 6월로 바꾼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공개에 관한 기준' 고시 일부를 개정했다. 2021년 초 위의 건과 관련된 의료법이 개정된 후,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행정예고 된 상태다. 2015년경 병원급 의료기관에 비급여 진료항목 및 비용고시와 더불어 동의서까지 받는 내용의 입법이 발의되어 당시 병원급 의료기관에 큰 혼란이 발생 했던걸로 기억한다. 당시 의원급 의료기관까지 향후 파급되리란걸 예측이 가능했던 사안이었지만, 정부는 의원급은 비급여 현황 파악만 하는 것이지 실제적으로 실행단계가 아니라고 못 박았다. 5년이 지난 지금. 코로나-19로 인한 방역활동과 치료에 전념이 없는 중차대한 시기에 문케어로 불리는 보장율 강화 정책에 먹구름이 드리워지면서, 기대만큼의 보장율이 오르지 않자 급기야, 비급여를 억제해서 의료보험 보장율을 반대급부로 높여 정책 효과를 거두고자 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법안을 만든 취지가 비급여 진료를 강요했던 의료기관의 문제와 비급여항목에 대한 급여화 사업추진이 목적이라고 개정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취지가 순수하다면, 강요했던 곳은 확인 후 그에 상응하는 법에 준해 행정처분을 하면 되는 것이고, 급여화하겠다면 급여화 대상목록을 먼저 선행하는 작업 후 급여화 대상목록의 가격만 조사하면 된다고 본다. 그런데 취지와 다르게, 가뜩이나 어려운 의료계에 무려 616가지의 비급여항목을 보고하고 연 2회 실시하라고 한다. 더구나 일선의료기관은 행정파트와 심사파트가 독립되어 있지 않은 영세한 구조이다. 심평원이 요구하는 진료비 세부내역서 및 비급여 자료를 모두 요구하는 것은, 법 위임사항을 훨씬 초과하는 월권행위이며 직업수행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라 판단된다. 또한 이러한 자료의 수집 후 일정기간 뒤, 질환별 내지 의료기관별로 어떠한 평가로 되돌아와서 의료기관을 통제하는 수단이 될지 가히 걱정스럽다. 법이란, 입법취지와 목적에 맞는지 그리고 위임범위에서 벗어난게 없는지를 재차 확인하고 그에 따른 여파와 문제점을 세세히 분석해야 함에도 불구, 일부 시민단체에서 요구하는 법 위임사항 이상으로 과도하게 요구하는 부분까지 반영함은 법을 집행하고 준수해야하는 행정부의 순기능을 망각하는 행위라고 본다. 병·의원의 비급여 진료가 재산권 및 자유권의 침해가 아니라 정당한 치료의 한 방법이라고 본 대법원 판례에서도 알 수 있다. 적정 보험수가가 아닌 현재의 대한민국 의료체계에서 발생한 비급여 진료부분을 법으로 통제하고 관리하겠다는 것은, 환자의 알권리와 보장율 증가라는 미명 아래 의료기관을 옥죄는 보여주기식 행정편의적 발상이다. 더불어 건강보험공단과 심사평가원의 비급여 분석 및 활용을 위해 너무나도 손쉬운 자료획득 방편이라 판단된다. 이제 법이 통과되었고, 대통령령과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위임된 고시로 시행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제라도 의료계가 일치단결하여 위임범위에 벗어난게 없는지 조목조목 따져서 회원에게 최소한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길 바라며, 헌법소원 등 타 직역과 합심해서 막아주길 기대 한다. 정부에게도 보고 의무화를 강제하기 이전에, 해야 할 일을 먼저 제안한다. 건강보험제도가 지불가능한 범위가 어디까지인지와 지속가능한지를 먼저 살피고 사회보험제도의 원칙을 준수하면서, 선택의 의료영역은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국민의 민감한 사생활 보호는 지켜야 한다는 점과, 요양기관지정제가 만들어진 배경을 살펴보길 바란다. 더 시급한 문제는 급여기준 개선이다. 그리고 의학기술의 발전으로 혜택을 모두에게 드릴지, 아니면 적당히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하길 바라며 국민의 건강 및 의료에 대한 요구도가 높은데, 획일화된 제도권의 편입문제는 더 고민 해야될 사안이다. 직업수행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 비급여 보고의무화 법안에 대한 위헌심판청구가 진행 중이다. 결과가 나올때까지 시행을 멈추고 법안의 문제점을 되돌아 보길 바란다. 모든 의료정책을 논함에 있어서 의료전문가단체의 목소리에 늘 기울여 주길 바란다. 그것이 국가와 국민을 위한 의료정책임을 잊지 말아 달라. ※칼럼은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중앙약심 투명치 않으면 약사법 개정 공염불 2021-05-10 05:45:50
최근 의약품 등의 조건부허가 제도를 법률로 상향해 정비하고,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거쳐 조건부허가를 할 수 있도록 약사법 일부개정안이 입법예고됐다. 2년 전 국정감사에서 문제가 됐던 리아백스주의 경우 해외 임상3상에서 실패한 약을 중앙약사심의위원회도 거치지 않고 조건부허가가 난 점을 생각하면 법률 개정은 타당하겠다. 그런데 만약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자체가 문제가 많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법률 개정은 아무 소용이 없고, 도리어 조건부허가가 악용되는 사례만 늘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작년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거쳐 조건부허가된 국내 폐암치료제의 경우 필자가 판단하기에 조건부허가로 부적절하다고 생각돼 회의록을 살펴보니, 참석한 위원 중에 실제 임상에서 폐암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는 1명도 없었고, 회의 내용 또한 조건부허가의 쟁점을 매우 부실하게 다루었다. 그러므로 이 시점에서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이하 중앙약심)의 문제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중앙약심의 독립성이 담보되지 않고 있다. 이 부분이 가장 심각한 문제이다. 중앙약심이 약무에 관한 최고 심의위원회임을 고려할 때 약심은 독립적으로 운영이 돼야 한다. 그런데 필자가 식약처에 일하면서 약심의 독립성에 의구심이 들었다. 약심 위원 풀 자체가 약심에서 알음알음 섭외한 사람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위원 풀 자체가 상당히 제한적이다. 이렇다 보니 약심 회의에 참석하는 의원이 채 10명이 안될 때가 대부분이고, 그마저도 안될 때에는 심의를 요청한 식약처(평가원 포함)에 의원 추천을 요청할 때도 있었다. 예를 들어 인보사의 조건부 허가 때 1차 회의에 참석한 대부분의 전문가들(7명 중 6명)은 인보사 허가를 반대했다. 그런데 2차 회의에 새로운 위원들이 참여하면서 결과가 뒤집어졌다. 1차 회의의 압도적인 결과에도 불구하고 2차 회의는 누구의 요청으로 했으며, 2차 회의에 새롭게 참석한 위원들은 누가 추천한 위원들이었을까? 이래서 중앙약심이 식약처의 거수기나 다름없다는 평가를 받게 되는 것이다. 둘째, 첫째와도 관련이 있는데, 중앙약심 회의에 식약처 직원이 대거 참석한다는 점이다. 미국이나 유럽에도 중앙약심과 유사한 위원회가 있지만, 이 위원회에 행정기관의 직원은 그 사람이 해당 분야의 전문가일지라도 전혀 토론에 참여할 수 없다. 이는 토론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위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식약처 직원이 대거 참석도 하고 토론에도 참여하고 있다. 인보사 중앙약심 회의록이나 최근 조건부 허가된 폐암 치료제의 회의록을 살펴보면 식약처 직원이 상당히 결론을 유도하는, 또는 이미 조건부허가를 전제로 발언하는 내용들을 찾아볼 수 있다. 셋째, 중앙약심의 회의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다. 미국 FDA의 경우 중앙약심과 유사한 위원회의 회의 과정은 생중계된다. 어떤 위원이 어떤 근거로 찬성을 하고, 반대를 하는지가 공개된다. 그러므로 회의에 참석하는 위원들은 과학자로서의 양심과 전문성을 가지고 의견을 얘기하게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 중앙약심은 생중계는 커녕 회의록조차 매우 부실하다. 거의 모든 회의록에서 발언한 사람을 공개하지 않는다. 이런 수준이니 익명의 댓글과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자신의 발언이 공개된다고 생각할 때 회의 자료도 충실하게 요청하게 되고, 충분한 고민을 하고 참석하게 될 것이다. 넷째, 회의 위원장을 대부분 연장자로 결정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회의 위원장은 중립적인 위치를 취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산의 의견을 말하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되면 연장자의 의견에 반한 의견을 젊은 전문가들이 적극 내기가 어렵고, 위원장의 견해대로 회의가 흘러가기 쉽다. 다섯째, 이 부분도 매우 중요한데 중앙약심이 의결기구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래서 중앙약심의 심의에서 분명한 반대의사가 표시됐다고 해도, 식약처는 그저 그것은 참고하는 사항이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파미셀의 줄기세포치료제가 정해진 재심사 사례를 채우지 못했을 때 중앙약심은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으나, 식약처는 도리어 재심사 사례를 낮추어 주고 허가를 유지시켜 주었다. 이럴려면 중앙약심을 할 필요가 뭐가 있겠는가? 그러므로 중앙약심은 의결기구가 돼야 한다. 미국이나 유럽 모두 유사한 심의위원회는 찬성과 반대 투표를 통해 과반수로 의결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중앙약심은 식약처의 부족한 전문성, 공정성 등을 보완할 수 있는 중요한 심의기구이다. 그런데 그저 중앙약심이 식약처의 거수기나 다름이 없는 작금의 상황은 통탄할 일이다. 그러므로 중앙약심의 독립성, 전문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수정되지 않는다면 관련된 약사법 개정 등은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다. ※칼럼은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육지 의료인력 채용, 제주 의료복합체 꿈꾼다 2021-05-10 05:45:50
직원들과 병원 내 텃밭정리를 하고 있는데, 마을 이장님이 지나가다 오늘 꺽은 고사리라고 툭 내려놓으신다. 사실 제주도는 지금 고사리가 한창이다. 고마운 마음에 차라도 한잔 드리고 싶지만, 시기가 시기인지라 서로 덕담으로 인사한다. 가시는 길에 “요양원 언제 할 꺼”라고 물으신다. “조만간 하겠죠”라고 인사는 했지만, 생각이 또 복잡해진다. 10여 년 전 ‘의료복지’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막연한 꿈과 부푼 기대를 안고, IT사업에 초점이 마쳐졌던 내가 패기만 앞세워 현재의 본원을 세웠다. 그 옆에는 한림병원(지금의 신관) 운영되고 있었다. IT인프라를 통해 혁신적인 의료서비스 모델을 구현하고자 하였으나, 아직 햇병아리인 나에게 의료시장은 그리 녹녹치 않았다. 요양병원 개원 후, 몇 개월 지나지 않아 한림병원이 망했고, 그 옆에 있다는 이유로 개원한지 몇 개월 되지 않는 나의 요양병원이 망했다는 소문이 제주지역에 파다하게 퍼졌다. 이러한 소문의 확산은 제주사회의 문화가 한 몫 했다. 아무리 아니라 해도 내말이 먹혀들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요양병원 근무인력들은 사직을 했고, 제주도내에서는 의료인력 등을 구인할 수가 없는 지경이 되었다. 자구책으로 육지 구인시장에 구인광고 냈고, 제주의 자연환경을 내세우며 기숙사 제공 등의 조건을 내걸고, 육지 의료인력을 구인, 차차 안정을 찾아 갔다. 꿋꿋하게 버터 작년에 그 한림병원 터를 인수하고, 요양병원의 신관을 개원하였다. 이러저러한 우여곡절을 겪으며, 신관을 증축할 때 코로나19가 한창 심했던 터라 감염예방을 위해 무리를 해서라도 모든 병실을 5인실 이내로 하고, 병실과 복도의 환기나 채광, 조명에 중점을 두고 공사를 하였다. 주위에서 뭐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고 했었지만, 막상 해놓고 보니 환자나 환자가족, 직원모두가 만족해했다. 특히 요즘처럼 대면 면회가 안 되는 시기에 영상통화를 하거나 비접촉면회를 할 때 넓고 밝은 모습에 다들 좋아라 하신다. 지금 나는 ‘요양원’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안고 있다. 보건복지 관련 선배들은 ‘병원을 늘려 야지 왠 요양원’이냐고 하지만, 지역주민들은 10년간 병원의 성장을 봐왔기에 병원 옆에 번듯한 요양원을 원하신다. 물론 근처에 없어서 그런 것도 있다. 정부의 정책에서도 알 수 있듯 노인사업의 궁극적 목표는 가정이나 지역에서 감당 안 되는 부분은 의료기관에서 해결하고, 이후 지역(시설)이나 가정으로 복귀라 생각하기에, 지역과 상생의 방법을 찾고자 오늘도 발품을 팔아본다. 오랜 경영을 하다 보면 그러하겠지만, 나에게도 요양병원을 운영하면서 큰 시련이 있었다. 그 시련을 극복할 수 있는 원동력이 지역사회와 병원 식구들이었다. 물론 경제적 수익이 안정되어야 이런 그림도 가능하다는 걸 알기에 여기서 안주하지 않고, 요양재활이나 지역투석 연계 등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검토하여, 우리보다 더 나은 의료기관 들과의 교류를 통해 정보도 얻고 배우고 있다. 혼자서는 할 수 없기에 지역과 더불어 한 걸음 한 걸음 가다 보면, 지역의 중심체가 되어 공생공존하며, 내가 꿈꾸고 있는 의료복합체에 한발 더 다가서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희망을 가져본다.
개원의가 바라본 '비급여' 통제의 문제점 2021-05-03 05:45:50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은 전 국민 단일보험이자 강제가입제도라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비급여는 현재의 단일강제보험제체에서 다양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장점이 있다. 특히 신의료기술의 등장, 의료 소비자의 선택권(특수한 상황에서 고가의 또는 아직 의학적 검증이 부족한 일부 의료행위 등에 대한 보장), 보험재정의 효율성을 고려할 때 필요한 부분이다. 비급여신고는 엄청난 행정부담 최근 개정된 의료법 45조의 2에 따라, 앞으로 의료기관은 이런 비급여항목의 금액 뿐만 아니라 기준과 진료내역을 보고해야 한다. 이에 따라 의료기관은 숙련된 임상의사조차 낯설은 양식과 코드로 비급여를 신고해야 하고, 환자가 알아보기도 힘든 비급여코드(인플루엔자항원 현장검사, CZ3940000)를 의료기관내에 게시해야 한다. 또 비급여가격을 변경하고 나서, 신고를 잊어버리기라도 하면 수백만 원의 과태료도 내야한다. 의료기관에게는 엄청난 행정부담이다. 결국 정부는 국민의 선택으로 시행되는 선택비급여를 포함한 모든 비급여의 가격과 양, 질 등을 통제 및 관리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자칫 환자의 의료정보가 담긴 모든 진료내역을 제출해야 할지도 모른다. 정부가 알고 싶은 것은 단일 비급여 항목의 비용이 아니라, 치료에 소요되는 질환별 총 진료비이기 때문이다. 비급여는 국민의 기본권, 영국도 비급여인정 현재의 건강보험 체계에서는 모든 환자에게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면 비용이 높아지고, 모든 행위를 급여화하면 의료접근성증가로 행위량(급여 및 비급여행위)이 증가되며, 환자가 요구하는 대로 다양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면 임의비급여(예. 환자가 비타민D검사를 비급여로 요구할 때)가 될 우려가 있다. 또한 의료서비스의 다양한 제공을 위해 대부분의 국가가 채택하고 있는 다보험체제(독일, 호주, 일본 등)는, 우리나라에서 법을 바꾸어야만 실현이 가능하다. 결국 현 체계 하에서 국민들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다양한 요구를 수용하면서, 건강보험재정악화를 막는 유용한 제도가 바로 비급여인 것이다. 의료서비스에서 ‘시장실패’의 원인으로 흔히 ‘외부효과’를 얘기하지만, 비급여항목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급여항목은 ‘외부효과’(건강보험공단이 비용의 상당부분을 지급하기 때문에 가격&수요공급이 왜곡됨)의 영향을 받을 수 있으나, 비급여항목은 철저히 수요공급의 법칙에 따라 움직이고, 비급여가격은 SNS나 인터넷포털에서 의료기관의 서비스와 함께 수시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비급여항목 지출증가의 책임이 의료기관에 있다고 단정짓지만, 책임은 상대적인 개념일 뿐이다. 의료기관이 의료서비스의 내용과 가격을 포함한 책임을 지고 싶어도, 우리나라와 같이 의료소비자가 자유롭게 의료기관의 선택권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는, 소비자가 그 권한을 부여한다. 그래서 미국은 물론이고, 영국과 같이 의료를 공공재로 간주하여 정부의 일반재정으로 의료서비스를 생산하고 분배하는 국가조차도, 의료서비스의 경제영역(비급여)을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이 비급여를 통제하고 관리하겠다고 하는 것은, 의료소비자인 국민의 기본권을 근본적으로 침해할 우려가 있다. 비급여보다 적정수가가 우선 비급여의 필요성을 떠나서, 국민건강보험의 근본적인 문제점인 저부담, 저수가의 상황을 개선하지 않고, 건강보험급여율(비급여를 포함한 총진료비 중 건강보험에서 부담하는 부담 비율)만을 높이려고 비급여를 통제하는 것은 우선순위가 잘못되었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공적보험의 재정부담을 줄이면서, 적정부담 및 적정수가를 완성한 후에 비급여관리를 진행해야 한다. 민간의료기관은 저수가구조에서 생존을 위하여, 의료기관의 업무량을 증가시켜서 수익을 보전하고 있다. 건강보험급여율은 정부의 일반재정을 확대하고, 공적보험의 재정부담을 줄여, 가계직접부담률을 줄이는 정책을 시행함으로써, 국민의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실현해야 한다. 건강보험급여율 70% 보다 중요한 것은 의료보장이 필요한 환자를 보호하는 것이다. 비급여관리는 그 다음이다. 비급여통제는 의료의 질 & 국민건강 위협 일부 비급여항목의 문제를 이유로, 모든 비급여 항목을 국가가 관리한다는 것은 경제 주체에 대한 과도한 규제이고, 국가 행정력의 낭비이다. 만약 특정 비급여 항목의 관리가 필요하다면, 그 문제를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의료계 내부에서 자율적으로 규제를 할 수 있는 정책을 펴는 것이 현실적이고 효과적일 것이다. 의료서비스에는 의료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할 부분과, 민간 경제영역이 필요한 부분이 공존한다. 비급여를 통제하는 것은 결국 국민의 ‘의료소비선택권(행복추구권)’을 침해하고, 의료의 질을 떨어뜨려, 국민건강을 위협하게 될 것이다.
검증된 동의보감 개정판이라도 보고 싶다 2021-04-30 05:45:50
동의보감은 조선 시대, 1596(선조 29)년에 임금의 명(命)을 받아 1610(광해군 2)년에 완성한 책으로 병을 고치기에 앞서 수명을 늘이고 병이 안 걸리도록 하는 방법을 중요하게 여긴다는데 의미를 두었다. 우리나라에서 편찬된 의서는 물론, 중국에서 수입된 의서까지 모두 활용해서 모아서 편집한 것으로 또 인용한 부분은 인용처를 밝혀놓았다고 하니 그 당시의 의식치고는 대단해서 작가 허준이라는 어의가 존경스럽고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총 25권 25책으로, 주로 목판본을 사용했지만 금속 활자로도 발행되었다니 4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기록물이라 대단한 가치를 인정할 만은 하다. 당연한 결과겠지만 2009년 7월 31일에 오래전의 시대에 기록으로 역사성을 가지고 후세까지 보존하는 게 좋겠다는 판단에 의해 유네스코의 세계기록문화유산에 지정되었다. 유네스코는 인류의 문화를 계승하는 중요한 유산인데 훼손되거나 영원히 사라질 위험에 있는 기록유산의 보존과 이용을 위하여, 기록문화유산의 목록을 작성하고 효과적인 보존수단을 강구하기 위해 1995년에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 사업을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사업의 목적은 세계의 기록유산이 훼손되거나 유실되지 않고 미래세대에 전달되거나 원하는 사람들이 방해받지 않고 접근할 수 있도록 보존하는 데 있다고 한다. 어쩌면 우리나라에서 등재된 동의보감 같은 기록물을 너무 자랑하다보니 오해가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한의학계에서는 동의보감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한의학의 우수성을 세계가 인정한 것이라고 홍보하고 있고 또 많은 사람들이 의심 없이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앞서 설명했듯이 세계기록유산이라는 게 책의 내용을 과학적으로 평가하거나 하는 게 아니고 또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효과에 대한 검증이 됐다거나 우수성 등을 고려하는 차원의 것이 아니다. “인류의 문화를 계승하는 중요한 유산”이라는 의미는 그 속의 내용이 긍정적이라거나 훌륭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고 그저 그 당시의 시대상황을 반영하는 가치가 있다는 의미일 뿐이다. 동의보감에 수록된 치료법의 몇 개만 보면 다음과 같다. 물사마귀는 아이 배꼽 때를 바르면 낫는다, 야맹증 치료법은 올빼미의 눈이 좋다, 눈이 나쁜 데는 매의 눈을 젖에 넣어 눈에 넣는다, 광인(狂人)을 낫게 하는 방법은 똥을 먹인다, 오줌이 잘 나오지 않을 때에는 설사를 시켜야 한다. 대변이 나오면 오줌도 저절로 나온다 등등. 이런 걸 보고 믿거나 따라하는 사람은 없으리라 본다. 내용이 중요하다고 했다면 이런 황당한 내용이 있는 책을 유네스코에서 문화유산으로 지정해주지는 않았을 게다. 그러니 동의보감의 우수성이라는 의미는 여기까지다. 그 당시 시대를 연구하고 목판이나 금속활자를 연구할 때는 이 책이 필요하다해도 그 속의 내용 더더군다나 향약 안내 책자가 아닌 의학서로 받든다는 건 과학사회인 현대에는 곤란하다. 음식이라는 것도 전부터 내려온 게 다 약이 되는 것도 한심한 일이다, 방송에서 보면 항상 서두에 붙이는 말이 ‘동의보감에 의하면’ 이라는 말이다. 그 동의보감이 어느 시대의 지식인데 믿어도 되는지 의심조차하지 않는 표정들이다. 시대를 떠나서 그 식품이라고 하는 것에 독성은 없는 건지 궁금해 하지도 않고 400년 동안 전해 내려왔다는데 설마 죽기야하겠어? 하는 생각으로 그저 앵무새처럼 얘기하는 것 같다. 병을 예방하고 수명을 늘리는 데 중점을 둔 동의보감이니 우리 조상들은 지혜로워서 먹는 것도 건강을 생각하고 먹었다고 믿고 있나보다. 조선시대 말 평균 수명은 겨우 40을 넘기고 환갑이라도 되면 천수라 하여 잔치를 벌인 게 그 시대라는 걸 염두에나 두고 있지 모르겠다. 100세 시대의 21세기 한국에서 조선시대 동의보감이 한방의 대단한 책자인 양 국민들을 호도하고 있다. 현대의료에 접근해서 통합면허니 치매진단이니 이것저것 하려 하지 말고 양생이 중요하다 하니 내 안의 생명력을 기른다는 양생 거기까지만 하자. 가려 먹으며 섭생하는 것 정도까지만 말이다. 근대화 이전의 당시 우리나라 의료사정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는 있는데 지금은 21세기인데 아직도 검증은 할 생각도 하지 않는 기록 유산물인 유네스코타령만 하니 한심할 따름이다. 현대사회에서는 과학적으로 규명돼 새로이 찾아지는 병 그리고 치료방법들도 새로운 것들이 많다. 그래서 현대의학서는 개정판이라는 게 계속 나온다. 동의보감이 고전 소설도 아니고 고전 한의학서 라고 한다면 말이다. 한방도 과학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주장과 어울리게끔 현대 사회에 맞게 고쳐진 동의보감 개정판이라도 보고 싶다. 동의보감이 한의학서로 그렇게 자신할 수 있는 기록물이라면 하나하나 검증을 받아보고 얘기하면 어떨까? 아님 의과 의료기기에 의지하지 않는 개정판이라도 이 시대에 맞게 내보던지.
코로나백신 예방접종 위탁의료기관 신청을 취소합니다 2021-04-26 05:45:50
|칼럼|이양덕 원장(대전 이양덕내과) '이 원장 코로나 백신해! 안해?' 선배로부터 한통의 문자를 받았다. 나의 답은 간단하게 '안 합니다'였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코로나19 예방접종 위탁의료기관 신청을 안 한 것이 아니고 선정기준을 완벽하게 갖추지 못해 취소한 것이었다. 올해 1월 25일 저녁 8시쯤 서재에서 공부를 하다가 보건소의 이메일을 받았다. '(필독) 코로나19 임시예방접종 위탁의료기관 참여 의향 조사 안내'였다. 내용에는 병의원 면적, 24시간 모니터링이 되는 자동온도기록계, 별도의 백신 준비 공간, 접종 후 모니터링 공간 등 이전의 독감백신 접종과는 다른 내용들이 있었고 제출기한은 '1월 27일(수) 오전11시(기한엄수!!)'로 급박해 보였다. '기한 내 제출하지 않으시면 참여의사가 없는 걸로 간주'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고 바로 위탁의료기관 신청 서류를 작성했다. 24시간 모니터링 온도계는 설치예정으로 하고 바로 여러 교수님들에게 정보를 얻어 구매를 했다. 그 후 의협에서는 정부와 협의 중이니 온도계 구입을 기다려달라는 문자를 보내왔고 업체에 문의한 결과 대전지역의 개인 의원에서는 처음이고 3년 후에는 매월 관리비가 있다는 말에 보류를 하였다. 그 후 여러 번의 새로운 내용의 공문들이 보건소에서 왔는데 현장의 여러 의견을 수렴해 통합된 지침이라기보다는 각 지자체별로 변화무쌍하고 혼란스러운 면이 있었다. 의료현장의 실태파악과 소통이 없는 일방적 통보식의 진행과 시시때때로 변화하고 늘어가는 행정업무, 병원운영에 또 하나의 지출이 정기적으로 발생하는 것(백신냉장고를 관리해주는 것도 아닌 온도 측정 이용료)에 대한 부담감이 밀려왔다. 또한 선정기준을 정확히 맞추려면 병원을 구조 변경하여 새로운 공간을 만들고 추가인원 등이 필요하였기 때문이었다. 코로나백신 접종을 꼭 해야 하는지 진료 때마다 물어보는 단골환자들이 편안하게 주치의에게 안심하고 맞을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던 마음으로 신청을 하였지만 이러다간 정작 진료에 집중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고 아쉽지만 신청을 취소하였다. 지금은 코로나 백신 공급량이 원활하지 못해 접종 위탁의료기관의 수가 부족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백신공급량이 충분해질 때 신속한 집단면역 형성을 위해서는 많은 접종센터가 필요할 것이고 독감처럼 매년 맞게 되는 경우와 변이가 잦아 연 2회 접종하는 상황 등을 대비한다면 반드시 동네의원이 접종 위탁 의료기관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의료현장에서의 해결책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번에는 동네의사들이 코로나백신 예방접종 위탁의료기관 신청을 취소한 이유 중 하나인 백신보관&8901;관리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코로나백신 동네의원 접종센터를 위한 제언 1. 백신냉장고 24시간 온도 모니터링의 필요성에 대한 현황분석 2. 백신냉장고 온도 유지에 문제가 있다면 온도조절기를 설치 3. 24시간 온도 모니터링의 데이터를 질병관리청에서 관리 1. 백신냉장고 24시간 온도 모니터링의 필요성에 대한 현황분석 작년 9월 독감 백신 유통 과정 문제로 무료접종 사업이 일시 중단되는 사태가 있었고 그로 인해 콜드체인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었다. 백신냉장고 24시간 온도 모니터링의 필요성에 대한 근거로 제시된 연구는 2019년도에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시행한 '국내 생백신의 콜드체인 유지관리 현황분석 및 개선방안' 질병관리청 정책연구용역 사업의 보고서(정책연구보고서)였다. 이에 따르면 조사 대상 기관 가운데 적정온도(2~8℃)를 유지한 냉장고는 보건소(38개) 38%, 민간의료기관(2200개) 23%에 불과하였다. 필자는 전문을 구해 읽어 보았다. 총연구비 6000만원의 8개월간 연구였으며 백신 냉장고 온도를 2주 동안 모니터링하였고 보관된 수두 백신의 역가를 평가하였는데 바이러스의 역가가 1200∼9750 pfu/0.5ml로 다양하였다. 그 원인으로는 공장생산-출하과정, 운송과정, 의료기관 보관과정에서의 콜드체인 문제를 제기하였다. 하지만 이 연구에서는 수두 백신의 역가와 냉장고 온도 모니터링 결과나 냉장고 종류에 따른 직접적인 상관관계는 확인하지 못했다(정책연구보고서 p141). 현재 보급된 백신냉장고 24시간 온도 모니터링을 이용한다면 상기 연구를 2주마다 시행하여 문제점을 파악한 후 백신관리에 대한 교육을 하고 재평가를 반복할 수 있다. 이를 통한 현황파악과 함께 문제해결을 제시하고도 수정되지 않는다면 1차 의료기관에서 24시간 온도 모니터링이 필요한지에 대한 논의를 해야 할 것이다. 2. 백신냉장고 온도유지에 문제가 있다면 온도조절기를 설치 의료기관 백신냉장고 현황파악에서 적정온도유지가 교육으로 교정되지 않는다면 백신 온도 24시간 모니터링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인 냉장고 온도 조절기를 부착하는 것이 우선 되어야한다. 냉장고 디지털 온도조절기는 2만 원 정도에 구입할 수 있으며 설치비는 10만 원 내외이다. 온도조절기의 원리는 설정한 온도이하가 되면 냉각기를 끄고 설정온도보다 오르면 냉각기를 재가동시킨다. 즉 냉장고 온도 범위를 숫자로 손쉽게 설정할 수 있다. 교통사고 다발지역의 안전을 위해서는 과속차량 적발을 위한 감시카메라를 설치하는 것보다 안전표지판, 과속방지턱, 도로반사경, 안전지도 등 근본적인 예방조치가 우선되어야 한다. 백신의 안전관리에 있어서도 24시간 온도 측정기 설치만을 강조하기 보다는 효과적인 면과 비용적인 면에서 본다면 해결책인 온도조절기 설치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필자의 개인적 생각은 기존의 냉장고로도 충분히 안정적인 백신냉장고를 만들 수 있다. <2월 15일자 열역학법칙을 활용한 백신냉장고(해당 칼럼 클릭)> 3. 24시간 온도 모니터링의 데이터를 질병관리청에서 관리 동네의원을 운영하다 보면 해가 갈수록 작은 지출이 늘어나게 되고 행정적인 업무가 하나씩 많아져 간다. 개원 초에 하던 위 내시경과 건강검진 등을 그만 둔 이유도 그 때문이다. 24시간 모니터링 온도계를 구입하는 것으로 끝이 나지 않고 이를 유지하는 비용이 매월 청구되어 추가적 고정 지출이 발생한다. 의료기기의 특성상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즉각적인 수리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그럴 때마다 동네의사는 또 하나의 관리업체와 '저희 제품문제가 아니다. 다른 기기가 문제인 것 같다'라는 일상 속의 작은 분쟁에 빠지게 될 위험이 늘어난다. 환자로 온 기초과학 교수님은 이 데이터를 각각의 동네의원에 관리하기보다는 정부의 한 센터에서 컴퓨터 한 대로 실시간 관리하고 문제가 발생할 경우 바로 조치를 취하면 신뢰성도 높아지고 동네의사가 24시간 '데이터 경보음의 노예'가 되는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조언을 주었다. 이는 질병관리청 정책연구용역사업의 보고서에 '관리 감독 기관에서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문제가 발생할 경우 바로 피드백 및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제안한 것과 같았다(정책연구보고서 p141). 코로나 팬데믹을 극복하고 일상을 되찾기 위해서는 코로나백신이 필요하지만 불안정한 백신 공급부족으로 많은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이 시점에 필자는 '사막의 여우' 에르빈 롬멜(Erwin Rommel)이 떠오른다. 그는 부족한 병력과 장비로 아프리카 군단을 이끌었고 300대의 영국전차를 80대의 전차로 맞서 대승을 거두기도 했다. 영상을 통해 본 롬멜은 최전선에서 직접 지휘했고 사병들을 동료처럼 대하는 모습이 너무 멋있었다. 그는 현장에서 병사들과 같이 호흡했기에 명장이었다. 어려운 이 시기에 정책은 이상적이기보다 현장에서 수행 가능하여야하고 이를 위해서는 민관(民官)의 소통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백신 부작용 인과관계 저평가, 피가 거꾸로 솟는다 2021-04-23 05:45:50
코로나 백신은 안전성과 유효성이 충분히 평가된 후 허가된 의약품이 아니다. 대부분 약 3만명을 대상으로 2개월의 짧은 임상시험을 거쳤을 따름이다. 그래서 정상적으로 허가가 난 것이 아니라 미국/유럽은 긴급사용승인, 우리나라는 조건부 허가로 사용 승인이 났다. 즉, 어떻게 보면 코로나 백신은 현재 전세계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시간 임상시험 중이라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의약품 부작용에 대한 피해 보상은 제약회사가 지는 것이 마땅하지만, 코로나 판데믹 상황에서 판매자인 제약회사보다 사용자인 국가가 더 백신이 급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제약회사는 부작용에 대한 책임 면책을 요구했고, 이는 전세계적으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졌다. 그럼, 백신 부작용에 의한 피해에 대한 책임은 누가 져야 할까? 정상적인 국가라면 당연히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 우리나라도 백신 접종을 시작하면서 백신 부작용에 대한 책임을 국가가 지겠다고 분명히 발표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2021년4월15일 기준 백신 접종 후 사망한 사례 51건, 중증 사례는 28건 중 백신 부작용으로 인정받은 사례는 단 1건이었다! 인과관계를 저평가하는 경향이 있는 어떤 비윤리적인 제약회사도 이 따위로 인과관계를 저평가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20대 코로나19 대응요원에게 발생한 뇌정맥동 혈전증, 20대 의료기관 종사자에게 발생한 심부정맥 혈전증/폐색전증 모두 백신 부작용으로 인정받지 못했단 말인가? 지난 칼럼(2021년4월13일자)에서도 언급했지만 의약품부작용의 인과관계를 평가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의외로 temporal relationship이다. WHO의 웁살라 약물감시 모니터링 센터에서 주관하는 약물감시 교육을 받을 때 이 요소의 중요성에 대해서 강조를 해서, 속으로 '아니 이렇게 당연한 것이 가장 중요하다니!'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즉, 백신을 접종하고 발생했다면 일단 의심을 해야 된다는 것이다. 또 동반 증상도 중요하다. 백신 부작용으로 알려진 다른 증상/증후와 유사한 시기에 발생했다면 백신으로 인한 가능성을 좀 더 의심할 수 있다. 그 외 중요한 것은 그 부작용을 설명할 수 있는 다른 요소, 예를 들어 해당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기저질환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그러나 기저질환이 있다고 해서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 경우 기저질환의 경과를 모니터링을 하고 있던 주치의의 인과관계 평가가 중요하게 된다. 그 외 dechallenge, rechallenge 등 인과관계 평가의 주요 요소가 있지만 이는 1~2회 접종하는 백신에는 해당되기 어렵다. 또한 의약품과의 인과관계를 평가할 때 그 강도를 일반적으로 5단계로 나눈다. 1. 인과관계가 명백함(definite), 2. 상당히 확실함(probable), 3. 가능성이 있음(possible), 4, 가능성이 적음(unlikely), 5. 관련성이 없음(not related). 즉, 1~4단계는 모두 '관련성이 있음(related)' 범주에 들어간다. 과거에는 4. 가능성이 적음(unlikely)을 '관련성이 없음' 범주에 넣기도 했으나, 의약품 안전성 관리가 강화되는 추세에서 수년 전부터는 이 또한 '관련성이 있음' 범주에 들어간다. 그러므로 의약품과의 인과관계가 없다고 평가하기 위해서는 의약품이 아닌 다른 원인, 예를 들면 외력에 의한 외상 등 분명한 다른 원인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지금 1번(인과관계가 명백함)인 경우만 관련이 있다고 평가하는 것 같은데, 도대체 무슨 근거로 이렇게 협의적 해석을 하는지 묻고 싶다. 의약품과의 인과관계를 평가할 때 기저 발생빈도(background incidence)를 참고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그 질환 자체가 해당 부작용의 위험을 가지고 있는 경우이다. 예를 들어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의 경우 대부분 면역을 억제하기 때문에 암발생율을 높일 수 있다. 그런데 자가면역질환 자체가 암 발생을 높인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질환의 치료제의 암발생 부작용 빈도를 평가할 때에는 해당 질환의 기저 암 발생 빈도와 비교한다. 또 한가지 예를 든다면 폐암 치료제에서 혈전증 부작용의 빈도를 평가할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폐암 자체가 혈전증의 위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치료제에 의한 혈전증 위험을 평가하는데 교란이 되므로, 이 경우에도 폐암의 기저 혈전증 빈도를 참고해 평가하게 된다. 그런데, 코로나 백신은 일반적으로 건강한 사람이 접종을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무슨 기저 발생빈도와 비교를 한다는 말인가? 그런 자료를 참고로 할 수는 있겠지만 마땅히 개별 사례에 대해 각각 인과관계를 평가하는 것이 마땅하다. 예를 들어 코로나 백신을 접종받은 20대 여성 의료기관 종사자에서 발생한 심부정맥혈전증/폐색전증의 경우 해당 여성이 혈전유발 위험 요소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백신과의 인과관계를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최근 40대 간호조무사에게 발생한 급성파종성뇌척수염에 대해서도 방역대책본부는 "확정진단까지 시간이 소요될 수 있고, 안전신호를 통해 발생이 올라가고 관련성이 인정되는 경우 재평가가 좀 더 근거있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 이 무슨 개소리인가! 이 뉴스를 보고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었다. 이 사례에 대해서 적어도 의약품 부작용 인과관계를 평가해 본 경험이 있는 의사라면 백신과의 인과관계가 없다(not related)라고 평가하지 못할 것이다. 정부는 당장 코로나백신 예방접종 피해보상위원회의 위원 명단과 2021년 4월15일 기준 사망 51건, 중증 28건에 대한 인과관계를 평가한 위원회 회의록을 공개하기 바란다. 그리고 인과관계 평가에 자신이 없으면 약물부작용 감시를 모범적으로 시행해 온 서울대병원이나, 임상시험 중 약물부작용 감시를 그나마 제대로 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서울아산병원 기관윤리위원회(IRB)에 위탁하기 바란다. P.S. 서울대병원은 수년전부터 여러 명의 전담인력을 배치한 병원내 약물감시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필자가 아는 한국내 병원 중 유일하다. 서울아산병원 IRB는 필자가 식약처에서 약 2년간 일하면서 임상시험 중 발생한 중대한 약물부작용 보고서를 검토하면서 제약회사에서 어떤 조치를 취하기 전 기관윤리위원회에서 먼저 적극적인 조치를 취한 경우를 2건 보았는데 2건 모두 서울아산병원이었다. ※칼럼은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본인부담금상한제와 건강보험 부당청구 2021-04-22 05:45:50
건강보험 요양급여비용은 공단부담금과 본인부담금으로 구분되고, 따라서 본인부담금은 요양급여비용의 일부를 구성하게 된다. 여기서 본인부담금과 관련된 제도로 ‘본인부담금 상한제도’가 있는데 이는 과도한 의료비로 인한 수급자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수급자가 1년간 부담한 의료비 중 본인부담금의 총액이 일정한 상한금액을 초과하는 경우 그 초과금액을 공단이 부담하는 제도이다. 그리고 요양기관이 본인부담금상한제를 준수하지 않고 공단으로부터 사전상한액을 지급받는 경우에는 건보공단으로부터 환수처분을 받게 된다. 이와 관련하여 법원은 최근 본인부담금상한제와 관련하여 몇가지 판결을 선고한 바 있다. 첫째, 요양기관을 양도·양수 받는 경우에 양수도 전후의 요양기관은 실체적으로나 법률적으로나 동일한 요양기관이라고 보아, 양수도 전후의 본인부담금을 모두 합산하여 본인부담금 상한제의 상한액에 도달한다고 볼 것인지 문제된다. 이에 대하여 하급심 법원은, 새로운 의료기관 개설허가를 받는 것이 아니라, 요양기관을 양수한 의료인이 의료기관 개설자 명의를 변경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양수도 전후의 요양기관은 동일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 요양기관 양수 후의 본인부담금만 누적 합산하여 본인부담금상한제 적용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환자가 다른 요양기관에 지불한 본인부담금도 합산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이에 대하여 하급심 법원은 본인부담금 상한제에 따른 사전급여 기준상한금액 초과 여부는 요양기관별로 각각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다. 셋째, 본인부담금상한제 상한액 도달여부 판단시 본인부담금 미수금액을 합산할 수 있는 것인지 문제된다. 이에 대하여 하급심 법원은 본인부담금 상한제는 환자가 실제로 부담한 의료비를 기초로 해야 한다고 보아 미수금은 본인부담금 누적액에 산입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와 같은 법원의 판단 중 특히 미수금을 본인부담금 누적액에 산입할 수 없다는 판단은 선뜻 수긍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본인부담금 상한제와 관련하여 건보법은 본인이 ‘연간 부담하는’ 본인일부부담금의 총액을 기준으로 상한제 도달여부를 판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본인이 ’연간 부담한‘ 금액으로 규정되어 있다면 혹시라도 아직 납부하지 않은 미수금을 제외할 여지가 있다고 볼 수 있을지 모르나, 본인이 ’연간 부담하는‘ 금액이라고 규정하고 있는 이상 미수금 또한 본인부담금 누적액에 포함시켜야 하며, 이러한 해석이 법령 해석의 제1의 원칙인 문리해석(文理解釋)에 부합하는 것이다. 요양기관으로서는 환자 본인이 본인부담금을 납부하지 않아 어려운 상태인데, 이에 더하여 환자의 귀책사유를 이유로 본인부담금상한제 적용을 받지 못하여 공단으로부터 상한금액을 지급받지 못한다면 이중의 불이익을 겪는 셈이 된다. 최근 대법원은 보건의료법령, 특히 건강보험법령의 해석에 있어서 종전과 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 대법원의 시각이 이와 같다면 위에서 살펴본 본인부담금상한제에 대한 하급심 판결들은 앞으로 대법원에서 정반대되는 판단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인다.
입원전담의제는 전공의 없는 미래의료의 유일한 해법 2021-04-19 05:45:50
레지던트 없는 의료 환경의 실현은 가능할까? 지난 수 십 년간 국내 의료기관의 입원환자 진료를 지탱해온 레지던트의 존재는 여전히 절대적이다. 지난 여름, 수련 받는 의사의 존재가 여전히 굴지의 대형병원들마저 뒤흔들 수 있음을 함께 지켜보았고, 극적으로 시행된 의사 실기시험이 아니었으면 지금 이 순간에도 의료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었을 것임을 알고 있다. 근대적 레지던트 수련 제도의 기틀을 완성한 Willam Osler, William Halsted 교수의 영향 아래 국내에서도 1951년 전문과목 표방허가제와 1957년 수련병원 지정제도가 시행되면서 레지던트 수련은 현재와 같은 모습을 갖추기에 이르렀다. 2021년 레지던트 정원은 3399명으로, 인턴을 포함하여 매년 전국 1만 5000여명의 젊은 의사들이 수련을 받고 있다. 보다 엄밀히 말하자면, 레지던트는 ‘수련을 받는’ 것이 아니라 의료현장을 지탱하며 ‘저절로 수련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레지던트를 둘러싼 해묵은 논쟁처럼 레지던트는 ‘피교육자’와 ‘근로자’의 경계에서 누구도 쉽사리 한쪽 손을 들어줄 수 없는 아주 미묘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레지던트를 둘러싼 이중적 잣대 아래서 젊은 의사들이 소진되어 가는 동안, 정작 그들을 보호해야 할 수련환경은 그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 대학병원의 수술실은 전임의와 PA들로 가득하여 배움과 집도의 기회는 멀어져만 가고, 레지던트 첫날 존경의 눈빛으로 바라보던 교수들은 밀려드는 수술과 외래, 연구, 학회 등으로 하루에 한번 만나기조차 쉽지 않다. 같이 밤을 새며 환자를 살피고 앞서 배운 지식을 가르치던 상급 년차 레지던트는 이미 주 80시간 근무를 초과하여 더 이상 곁에 없으며, 중환자라도 발생하는 날에는 입원전담전문의, 중환자실전담전문의, 신속 대응팀 등 어디선가 전문의들이 잔뜩 나타나서 환자를 채가기 일쑤인데, 그럼에도 담당환자는 많고 80시간 안에 해야 할 일은 여전히 차고 넘친다. 레지던트는 과연 제대로 된 수련을 받고 있는가? 질문을 바꾸어 이렇게 묻고 싶다. 이 수련 과정을 거치면 이들에게 ‘전문의’의 자격을 부여하기에 충분한가? 수련 환경이 뒷걸음질 치는 동안 의료기관의 몸집은 더욱 커져 왔고, 전공의 정원구조 합리화 정책과 맞물려 초대형 의료기관의 레지던트의 수는 더욱 감소하였다. 이미 이들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는 지난 지 오래이며, 어차피 과거와 같이 유지될 수 없는 시스템이라면 전문의 중심의 의료 환경으로 개편하고 레지던트로부터 근로자로서의 멍에를 벗겨주는 것이 합리적이다. 피교육자로서 마땅히 받아야 할 수련의 질을 담보할 수 있도록 일정한 수의 환자를 담당하고, 환자의 곁에서 전문의들로부터 살아있는 지식을 배울 수 있는 환경이어야만 제대로 된 수련이 가능하다. 수련환경평가로 대표되는 제도적 개선 노력은 환영할만한 일이나, 여기에는 레지던트 곁에서 이들을 직접 대면하고 교육하는 의사의 존재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되며, 최근 본 사업으로 전환한 입원전담전문의는 레지던트 수련의 문제를 해결할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 독자적인 진료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병동에서 환자 곁에 상주하며 실제 환자 진료에 필요한 처방, 의무기록 작성, 술기 등을 직접 수행하는 전문의의 존재는 레지던트 수련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상주하는 전문의의 지도와 감독이 뒷받침되면, 수련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해오던 많은 실수들이 감소하고 환자는 더욱 안전해진다. 모든 입원전담전문의가 레지던트 수련을 감당하기 어렵다면 레지던트와 팀을 이루는 academic hospitalist와 그 외의 attending hospitalist로 구분하고, 수련에 참여하는 입원전담전문의는 현재 부과된 진료 규정을 완화하는 것도 방법이다. 가까운 미래에 입원환자 진료의 중심은 레지던트에서 전문의로 옮겨가야 하며, 이에 따라 레지던트는 ‘수련의’의 자리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 이것이 현재의 수련환경에서 질 높은 교육을 받은 전문의를 배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를 위해서는 입원전담전문의를 더욱 확충하여야 하는데, 본 사업 전환 후 제도적 결함으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새로운 직역에 대한 불안한 인식에도 정책적 의지를 가지고 추진한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는 전문의 중심의 의료 환경으로 전환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 있으며, 자칫 이 기회를 놓치면 전문의다운 전문의의 양성을 마지막으로 보게 될는지도 모른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레지던트 없는 의료 환경은 실현은 가능할까? 제대로 된 수련을 받지 못하고 표류하는 ‘레지던트’는 사라져야 하며, 그 자리에는 ‘수련의’가 남아야 하고, 그 수련의는 전문의에 의해 길러져야 한다. 그것이 결국 언젠가 우리의 가족과 이웃의 건강을 책임질 실력 있는 전문의를 미래 세대에도 지속적으로 전해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혈전 부작용 논란 속 AZ 백신 혜택과 위해성은? 2021-04-13 05:45:50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AZ 백신의 혈전 부작용에 대해서 살펴보자. 2021년 3월10일경 유럽 일부 국가는 AZ 백신 접종 후 혈전증으로 사망하는 사례들에 대한 우려로 백신 접종을 중지했다. 유럽연합의 식약처라고 볼 수 있는 EMA 산하의 약물부작용 감시위원회인 PRAC(Pharmacovigilance Risk Assessment Committee)에서 이 사안에 대한 검토를 시작했고, 3월18일 50페이지에 달하는 중간 보고서(preliminary review)를 발표했다. PRAC의 보고서는 구글링해서 찾아볼 수 있다. PRAC의 보고서는 늘 그렇지만 특히 이번 보고서는 부작용 정보를 어떻게 검토해야 하는가의 아주 좋은 예이다. 식약처가 필히 이 보고서를 정독하고 배워서, 의약품안전관리원에서 매분기마다 보고하는, 채 몇 줄이 안되는 안전성 보고서의 수준이 조금이라도 올라가기를 바란다. 문제는 PRAC의 보고서가 발표된 다음에 발생했다. PRAC은 약물부작용 감시위원회이고, 이 위원회의 검토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행정 조치, 즉 결정을 하는 기관은 EMA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도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서 검토를 하면 식약처에서 결정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부끄럽게도 우리나라에는 아직 PRAC과 유사한 위원회가 없다). 그런데 3월18일 PRAC의 중간 보고서가 발표되고, 4월7일 EMA의 최종 결과가 발표되기까지 대혼란이 발생했다. 이 기간 일부 유럽 국가는 백신 접종 중지를 해제하고, 일부 국가는 계속 중지하고, 또 이 기간에 독일, 프랑스 등은 백신 접종의 연령을 제한하는 등 혼란이 지속된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 기간에 백신 접종을 재개했다. 이렇게 약 20일의 기간 동안 전 세계가 혼란에 빠진 이유는 아마도 PRAC의 보고서가 50페이지로 너무 길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대부분의 기자들이 PRAC의 보고서는 읽지도 않고, EMA news의 제목에서 "benefits still outweigh the risks…"만 퍼나른 것 같다. 그런데 3월18일 EMA news의 제목은 정확히는 "benefits still outweigh the risks despite possible link to rare blood clots with low blood platelets" 으로서 사실상 4월7일 발표한 news의 제목 "EMA finds possible link to very rare cases of unusual blood clots with low blood platelets"로 별 차이가 없다. EMA가 3월18일 좀 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PRAC이 드물게 발생하는 혈전증과 백신의 관련성에 대해 가능성을 제시한 이유는 백신 접종 후 혈전증의 발생 빈도가 높았기 때문이 아니었다. 가능 큰 이유는 임상 양상에 유사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의 사례들이 거의 대부분 백신 접종 후 2주 이내 발생한 점인데, 부작용을 평가할 때 temporal relationship은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례에서 백신 접종 후 2~3일 정도의 초기 부작용이 있었고, 그 뒤 잠시 괜찮아졌다가 다시 6~12일에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는 양상을 보였다고 한다. 또 대부분의 사례에서 혈소판감소증을 동반하는 특징이 있었는데, 이와 같이 유사한 동반 증상이 있는 점도 백신과의 관련성을 평가하는데 중요한 요소이다. 또 대부분 젊은 연령에서 발생한 점, 치사율이 높은 점은 이 부작용의 위해성에 대해서 좀 더 중요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기술했다. 그럼 우리나라에서 AZ 백신의 유익/위해성(Benefit/Risk)을 검토해보자. EMA도 발표했듯이 AZ 백신 접종은 전체적으로 유익이 위해성을 상회한다. 그런데 이 말은 이 백신의 허가를 취소할 필요는 없다는 의미이지, 모든 연령에서 유익이 위해성을 상회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왜냐하면 젊은 연령에서는 코로나19에 감염돼도 거의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즉, 이 연령대는 백신 접종의 개인적 유익이 거의 없다. 그런데 드물더라도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는 백신을 접종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백신 접종으로 사회적거리두기를 완화한다는 인류 역사상 최초의 시도를 위해 청년들이 희생돼서는 안될 것이다. 참고로 청년의 정의는 UN 기준으로는 만65세 이하이다. 또 한가지 우려스러운 점은 PRAC이 혈전증과 AZ 백신과의 관련성을 설명할 수 있는 몇가지 가설을 발표했는데, 그 중 가장 많은 분량을 할애해 설명한 가설이 AZ 백신이 사용하는 아데노바이러스 벡터에 대한 면역학적 반응이다. 다른 가설들은 화이자나 모더나 대비 AZ 백신 접종 후 혈전증의 O/E(observed/expected) 빈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점에 대한 설명이 불가능한데, 이 가설은 설명이 가능하다. 문제는 최근 국내 허가된 얀센 백신도 아데노바이러스 벡터를 사용한다는 점이고, 게다가 이 백신의 임상시험 중 백신 접종군에서 혈전증의 빈도가 대조군 대비 높아서, 시판 후 시행하는 안전성관리에 혈전증, 특히 문제의 뇌정맥동혈전증을 중요한 잠재적 위험으로 포함시켰다는 점이다. 게다가 유효성마저 AZ 백신보다 낮다. 그러므로 얀센 백신의 유익/위해성은 AZ보다도 안좋으므로 우리나라가 굳이 이 백신의 최초 접종국가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칼럼은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젊은 의사가 의협 이필수 당선인에게 드리는 글 2021-04-12 05:45:50
2021년 5월부터 3년간 의사협회 대표가 되신 이필수 당선인께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결선투표까지 가는 새로운 투표방식이 도입되어 투표자의 과반이 넘는 지지를 받아 회장이 되는 것은 크게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작년 한 해를 돌이켜보니 코로나 전염병의 확산과 의사 파업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에 의사들이 유난히 더 힘들었던 한해 같습니다. 의료최전선에서부터 전염병과 사투 벌이는 선생님들의 노력에 비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코로나 전염병은 체력적, 정신적으로 피폐하게 하며, 지난 파업의 실패로 인해 의대생들과 전공의들은 선배 의사들의 의협 운영방식과 상의 없는 철회로 인한 걷잡을 수 없는 회의감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절망의 연속인 순간에도 의사 여러 직역의 고충을 귀담아 들어줄 것을 기대하고 또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간곡히 부탁하는 13만 의사의 마음이 이필수 당선인에게 향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공의들의 삶은 예전보다는 훨씬 나아졌습니다. 많은 선배 의사들의 노력에 전공의법이 각각의 병원에 연착륙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데도 아직 전공의법을 서류상으로 날조하고 가혹한 업무를 여전히 감당하는 전공의들을 마주하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비단 전공의들만 힘든 것이 아닙니다. 수년간 정립해왔다던 의료전달체계 개편안은 유명무실해져서, 개원하신 선생님들은 날이 갈수록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어 노심초사하고 있고, 종합병원급 이상의 규모에서 종사하는 선생님들은 밀려드는 환자들과 중증의 환자들을 보살핌에 있어 피로도가 누적되고 있습니다. 지난 수년을 돌이켜보면, 의사들은 항상 정부와 상생하려 하지 않고 다투기만 하려고 했습니다. 문재인 케어라는 보장성 강화의 정책부터 시작하여, 법률 입안부터 의료행위 중 발생하는 일들에 대한 사법절차까지 상식적인 수준에서 추진된 정책들이 없다고 보기에 다투어야 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다투는 방식에 있어선 얼마든지 수준을 높일 수 있습니다. 구시대적인 편 가르기 정치적 행보와 아군 적군마저 구분하지 못하는 편협한 사고로는 여당 야당 가릴 것 없이 권력을 상대하여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지난 회무를 통해 뼈저리게 느끼셔야 합니다. 의사협회가 이 거대한 권력과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환자의 질병을 대하는 '전문성'입니다. 애꿎은 피를 사혈이랍시고 뽑아내거나 산삼 약침이나 놓아주며 돈만 되는 것이면 무지함에도 불구하고 갖다 베껴 쓰려고 하는 전문성을 주장하는 모 단체는 논외로 하고, 누구보다도 환자를 이해하고 치료할 수 있는 의학을 배운 이들은 의사들밖에 없습니다. 정치가들이 의료정책을 만들어내는 과정에 그 누구보다 의사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인적, 물적 자원을 아끼지 말아 주십시오. 의료정책을 논할 때 모든 자원을 동원하여 의사협회가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통계자료를 내놓고 그들과 토론하여 정략적인 결정이 아닌 '의료사회에 옳음' 되는 결정을 정치가들이 할 수 있도록 도우셔야 합니다. 그렇다면 한 직역에만 국한하는 의사들만 참여해서는 안 됩니다. 전공의, 군의관, 공중보건의, 개원의, 봉직의, 교수 모두가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열린 장을 마련해 주셔서 그들이 치열하게 토론하고 정책을 만들어 감으로써,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올바른 정책을 마련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지난 39대 때부터 의사협회 선거를 지켜보며 모든 후보가 전공의들의 표를 얻기 위해 선거철만 되면 '전공의들의 수련 및 교육환경에 대해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되뇌었습니다. 이필수 당선인 또한 전국 수련병원을 상시로 방문하여 격려하고 소통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수련병원의 장들과 교육 수련 부장들을 만나십시오. 그리고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소속된 선생님들과 대한전공의협의회 임원들을 자주 만나주십시오. 전공의들을 위해 수련환경을 어떻게 개선해나가고 있는지, 수련 중 부당한 사례를 겪진 않는지, 그 병원에서 무면허 의료 인력이 판을 치고 있진 않는지,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수련 시간 80시간인지, EMR을 임의로 차단해 다른 이들의 아이디로 처방을 내고 있진 않는지, 전공의를 선발하는 과정에서 펠로우를 강제하는 계약서를 작성하는지, 수련 중 폭언과 폭행을 일삼는 교수는 없는지, 그리고 그들의 신고와 민원이 잘 접수되고 있는지 확인해 주십시오. 전공의를 상대로 공약하신 내용이 잘 지켜지는지 대한전공의협의회에 속한 한 명의 전공의로서 주시하겠습니다. 훌륭한 후보님들을 제치고 당선되신 만큼 더욱더 훌륭한 회무로 의사협회를 3년간 잘 이끌어 주시리라 믿고 의지하겠습니다. 의료에 대한 올바른 가치를 소망하는 젊은 의사들의 외침이 메아리로 그치지 않기를 간곡히 바라며, 두서없는 글 마칩니다.
AZ 코로나 백신 예방률 86%...해석 문제점 2021-04-05 05:45:50
한 국내 연구팀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효과에 대해서 1차 접종만으로 86% 라는 데이터를 발표했다. 2021.2.26.~2021.3.25. 약 한 달간 아스트라제네카 1차 접종자 76만 3618명과 접종을 받지 않은 일반인 사이의 코로나19 발생률을 비교했고, 이 기간 백신 미접종군은 104명(계산으로 추정한 결과), 접종군은 15명(실제 감염자 수)이 발생했으므로 89명의 감염을 예방해 백신 효과가 86%라는 것이다. 이 데이터의 문제점에 대해서 하나씩 살펴보자. 첫째, 비교군 설정이 잘못됐다. 이 점은 굳이 의대에서 selection bias를 배우지 않은 일반 국민들도 쉽게 알 수 있는 부분이다. 2021.2.26.~2021.3.25. 기간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받은 사람들은 2021.2.26.~2021.3.22. 중에는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만65세 미만 입원자 및 종사자, 코로나19 1차 대응요원,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종사자들이었고, 3.23.~3.25. 기간에는 요양병원 및 시설의 만 65세에 대한 접종이 포함된다. 즉, 이 기간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받은 사람들에는 일반인이 전혀 포함돼 있지 않았다. 의료진의 경우 개인방역이 일반인보다 더 철저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확진자를 접촉할 가능성도 일반인보다는 높을 수 있다. 또 요양병원의 경우 2021.1.11. 부터 주2회 코로나검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검사 횟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점이 있다. 즉, 의료진이든 요양병원이든 일반인 그룹과는 방역 면에서 특수한 점들이 있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이런 특별한 그룹을 일반인 그룹과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렇다고 이 기간 접종 대상군이지만 접종을 하지 않은 사람들과 비교하는 것도 접종을 거부한 특성 자체가 교란인자가 될 수 있으므로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사실 비교군 설정이 쉽지 않은데, 부득불 비교를 한다면 접종을 받은 대상군의 접종 기간 이전 데이터와 비교하는 것이 그나마 나을 것으로 판단된다. 둘째, 만65세 이상 데이터가 포함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 받은 후 2주 뒤 효과를 평가했다. 그렇게 되면 2021.3.23.~3.25. 기간 접종을 받은 만65세 이상의 데이터는 포함될 수 없게 된다. 고령이 절대적인 위험인자인 코로나 관련 연구에서 만65세 이상 데이터를 포함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 자체로 부실한 데이터라고 볼 수 있다. 셋째, 평가지표가 모호하고 부적절하다. 연구팀이 배포한 보도 자료에 따르면 평가지표로서 '감염자'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이 용어가 '확진자'와 같은 표현이라면 지표 자체가 부적절하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포함 승인되거나 또는 임상 중인 코로나 백신의 유효성은 모두 증상이 있는, 즉 유증상 코로나 감염을 얼마나 예방할 수 있느냐를 지표로 삼고 있다. 평가지표로 유증상 감염자와 무증상 감염자를 합친 확진자를 삼기 어려운 이유는 검사 빈도, 검사 방법, 검체 채취 방법 등등 교란 인자가 매우 많아서 잘못된 결과 해석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연구팀은 '감염자'라는 표현이 증상이 있는 확진자를 의미하는지, 아니면 무증상 확진자까지 포함하는 것인지를 명확하게 해야 하며, 백신 유효성 평가의 기준이었던 유증상 확진자에 대한 데이터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넷째, 중요한 지표들이 전부 빠졌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 접종한 영국은 real world data를 국가에서 분석해서 발표했는데, 평가 지표로서 유증상 감염율, 입원율, 사망률, 그리고 이 지표들의 고령에서의 결과 등을 분석했다. 이는 매우 실용적인 지표들로서 코로나 백신의 real world data를 분석할 때 어떤 지표들을 분석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연구이다. 이렇게 좋은 선례 연구가 있는데, 왜 연구팀은 이 중요한 평가 지표들은 전부 빠트렸을까? 물론 사망률을 분석하기에는 기간이 짧지만 입원률 정도는 분석이 가능했을텐데 말이다. 질병관리청은 국내 코로나 백신 접종에 대해 총괄하고 있고, 예방접종위원회를 통해 중요한 결정을 하고 있다. 그런데 위에 언급한 것처럼 문제의 소지가 있는 데이터를 발표한 연구팀은 바로 예방접종위원회 위원 중 한 사람이다. 질병관리청은 이런 데이터가 발표돼 국민들에게 잘못된 정보가 전달될 수 있는 점을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또한 급조한 날림 연구가 아니라 영국의 real world data에 준한 연구를 시행하고, 전문가 peer review를 거쳐 제대로 된 데이터를 발표해야 할 것이다. ※칼럼은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는 이왕재 선생님 의견이 옳다 2021-03-29 05:45:50
한 공중파 방송에서 '백신의 적이 된 엇나간 의사들' 이라는 내용을 방영했다. 엇나간 의사들로서 현 대한의사협회의 대표인 최대집 선생님과 전 서울의대 해부학교실 교수인 이왕재 선생님이 등장한다. 최대집 선생님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만65세 이상에 대한 유효성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접종을 연기해야 한다고 SNS에서 주장했는데, 그 당시의 과학적 근거에 따르면 그 주장은 타당했다. 이는 최대집 선생님의 개인 주장이 아니라, 당시 정부의 예방접종위원회에서도 동일한 결론을 냈던 부분이다. 다만, 최근 아스트라제네카의 미국에서의 3상 결과가 나왔고, 만65세 이상에서도 유효성이 입증됐기 때문에 이제는 좀 더 확실하게 백신의 효과를 신뢰할 수 있게 됐다. 그러므로 최대집 선생님은 당시 기준으로는 과학적 근거를 엇나가지 않았으므로 방송의 내용이 오히려 편향됐다고 판단된다. 이왕재 선생님은 좀 더 근본적인 차원의 몇가지를 얘기하고 있는데, 요약하면 첫째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기존 감기 바이러스와 다를 바 없고, 둘째 감기는 인류역사와 함께 한 질병으로 집단면역이 불가능하고, 셋쨰 백신으로는 코로나-19 감염의 전파를 막을 수 없고, 중증으로 진행할 수 있는 위험군만 맞으면 된다는 내용이다. 이 부분들에 대해서 하나씩 살펴보자. 첫번째,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기존 감기 바이러스와 다를 바 없다는 부분에 대해서 현 시점에서는 이 의견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코로나 확진자 추이를 보면, 이제 코로나-19 감염은 지역 사회에 널리 퍼져, 이 바이러스가 인간과 편안하게 공존하고 있는 듯한 양상이다. 일일 확진자가 날마다 300명 이상이지만, 음압병실과 감염병전담병실은 남아 돌고 있고, 사망률도 낮아지고 있다. 이 정도면 독감보다도 중증으로의 이환율, 치사율이 낮아 보인다. 정부는 확진자 수만 제시할 것이 아니라 중증으로의 이환율, 치사율 등 좀 더 이 바이러스의 성격을 이해할 수 있는 데이터를 함께 제시할 필요가 있다. 바이러스는 점점 사람 사이에서 공존하기 위해서 virulence가 약해지고 있는데, 사람은 계속 지나치게 호들갑을 떨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1918년 발생해서 수천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은 약 2년만에 종식됐는데, 그 이유를 아직도 모른다. 백신이 나온 것도 아니요, 무슨 특별한 방역대책을 썼던 것도 아닌데, 자연스럽게 종식이 됐다. 코로나-19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두번째, 감기는 인류역사와 함께 한 질병으로 집단면역이 불가능하다는 내용도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위에 언급한 스페인 독감이나 2009년 발생한 신종플루나 H1N1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했고, 판데믹은 자연스럽게 종식됐지만(위에 언급한 대로 종식의 이유는 명확하지 않음), 여전히 지금도 이 바이러스들이 사람에게 감염을 일으킨다. 그래서 해마다 맞는 독감 백신에는 H1N1 바이러스 항원을 포함하고 있다. 물론 코로나 바이러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대비 변이가 적고, 독감 백신과 달리 코로나-19 백신은 유효성이 좀 더 지속될 가능성이 있어서(백신의 유효성 지속 기간은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 백신에 의한 집단면역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그런데, 현재 허가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에는 아예 효과가 없고, 화이자/모더나 백신도 이 변이 바이러스에는 효과가 현저히 감소한다. 그렇다면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서 계속 후속 백신을 만들어서 접종을 해야 하는데, 아무리 코로나 바이러스가 변이가 적다고는 하지만 과연 바이러스의 변이 속도를 백신 접종으로 따라갈 수 있을지는 의구심이 든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는 형국이지 않을까? 세번째, 백신으로 코로나-19 감염의 전파를 막을 수 없고, 백신은 중증으로 진행할 수 있는 위험군만 맞으면 된다는 내용도 대부분 맞다고 생각한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백신은 1차 유효성 지표로서 증상이 발현되는 코로나-19에 대한 예방효과를 평가한 것이다. 그런데 알다시피 코로나-19는 무증상 전파가 흔하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경우 무증상 전파를 막을 수 있는지에 대한 평가를 진행했는데(화이자/모더나 등은 무증상 전파에 대한 예방효과는 분석하지 않음), Lancet에 실린 연구 결과에 따르면 거의 효과가 없었다(3.8% 예방). 이는 이왕재 선생님이 설명하는 대로 백신은 바이러스가 체내에 들어와서 증식해 질병을 일으키는 것을 막는 것이지, 바이러스의 전파 자체를 막을 수는 없는 것이다. 다만, 코로나-19의 전파가 유증상 전파도 당연히 가능하고 신천지 집단 감염도 기침에 의한 비말 전파였었던 점을 고려하면, 백신에 의해 질병으로의 이환을 막는 것이 증상으로 인한 바이러스의 전파를 막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코로나-19에 감염됐을 때 중증으로의 이환율, 치사율이 높은 위험군은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타당하지만, 단지 전파를 막기 위해 젊은 사람들까지 백신을 접종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이미 위험성이 경고된 드문 혈전증(cerebral sinus venous thrombosis 등) 등의 부작용을 고려할 때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리하면 이왕재 선생님의 의견이 거의 대부분 과학적으로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일부의사들이 엇나간 것이 아니라, 방송이 엇나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초기에는 이렇게 저렇게 조금은 과도한 조치가 필요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1년이 지났고 좀 침착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아직 코로나-19에 대해서 완전히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 심지어 이미 100여년 전에 발생한 스페인 독감에 대해서조차 왜 종식이 됐는지 과학자들도 충분히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므로 다양한 과학적 견해가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그런 견해들을 방송은 중립적으로 전해야 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정보는 국민들이 합리적인 결정을 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도리어 필자가 코로나-19 초기부터 의구심이 든 것은 왜 코로나-19는 독감과 달리 소아에서는 질병을 거의 일으키지 않는가 하는 점이었다. 이는 바이러스 질환의 일반적인 특성을 벗어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코로나-19는 고령의 나이가 절대적인 위험인자인데, 그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하는 중 소아와 젊은 사람들은 mucosal barrier가 intact 하고, 구강 위생이 좋기 때문이 아닐까 추정했다. 그런데 실제 치주질환이 있는 경우 코로나-19 감염을 악화시킨다는 연구 결과들이 점점 발표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한치주학회는 '매번 3분 이상 이 닦기와 구강 위생 관리'를 코로나 방역지침에 추가할 것을 제안했다. 이런 정보야말로 널리 전파돼야 되지 않을까! 백신은 천천히 맞고~ ※칼럼은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칼럼| 영상의학과 원격판독과 부당청구에 대해 2021-03-29 05:45:50
영상의학과 전문의의 경우 의료인의 수가 부족하여, 장비가 설치되어 있는 의료기관에서는 비전속으로 1명을 둘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비전속으로 근무를 하는 경우, 자신이 근무하는 의료기관이 별도로 있는 것이 일반적이기에, 특수의료장비가 설치되어 있는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서 원격으로 영상을 전송받아 판독해주고, 장비가 설치되어 있는 기관에서 그 비용을 지급받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경우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을 환수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그동안 하급심판결들은 견해가 갈렸다. 대다수 하급심 판결들의 입장은 특수의료장비규칙을 위반했으니 건강보험법상 부당청구에 해당하고, 따라서 비용을 환수하는 처분이 적법하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부합하는 대법원 판결들도 존재는 했지만, 동 판결들은 본안에 대한 판단없이 상고를 기각(심리불속행기각)하는 판결들이었을 뿐, 실질적인 내용을 판단한 대법원 판결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에 이르러 대법원이 이에 대한 구체적인 본안판단을 하였는데, 그 내용은 기존 대다수의 하급심판결들의 내용을 뒤집는 것이었다. 즉 대법원은 최근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원격지에서 영상을 전송받아 판독을 하고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는 것은 부당청구가 아니라고 최종 결론 내렸다. 구체적으로 건강보험법과 요양급여기준규칙의 입법목적은 ‘적절한 요양급여를 제공하도록 하는 것(요양급여 서비스 질의 담보)’이고, 따라서 특수의료장비규칙의 내용 중 요양급여 서비스의 질과 무관한 사항들은 위반하더라도 이를 부당청구로 보지 않겠다는 취지이다. 그리고 ‘의료영상 품질관리, 영상화질평가, 영상판독업무’는 촬영된 영상을 확인하는 것으로 수행 가능한 것이고 반드시 장비가 설치된 의료기관에 출근하여 확인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즉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원격지에서 영상을 전송받아 판독하는 것만으로도 위 업무수행이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다만 동 대법원 판결은 위와 같은 방법으로 비용을 청구하는 것이 부당청구는 아니라고 판단하였지만, 시정명령 등의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여지는 남겨두고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따라서 향후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 내지 복지부의 현지조사 과정에서는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원격으로 영상을 전송받아 판독하는 것을 부당으로 처리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한 가지 더 고려되어야 할 점이 있다. 앞서 살펴본 대로 이번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에 이미 많은 하급심판결들이 건강보험공단의 부당이득환수처분이 적법하다는 판단을 하였다. 하급심판결들이 나온 때나 이번에 대법원판결이 선고된 때나 법령의 개정은 없었고, 단지 법원의 입장이 변경되었을 뿐이다. 즉 이번 대법원 판결의 법리는 예전에 진행되었던 하급심판결 사건들에도 적용되었어야 할 법리라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경우 건강보험공단이나 주무관청인 보건복지부는 이미 과거에 잘못된 판단을 받은 요양기관들을 정책적으로 구제해 주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때로는 법 논리 보다는 정책적 혜안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때가 있다. *필자 소개 : 필자는 약 16년간 국민건강보험공단 선임변호사로 근무해왔고, 법조인 중 건강보험 1호 법학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2020년 5월 법률사무소를 열어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동안 필자가 수행해온 현지조사 실무사례를 메디칼타임즈에 연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