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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리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메디칼타임즈=강윤희 위원 이 칼럼이 필자의 마지막 칼럼이어서 무엇을 다룰까 고민을 많이 했다. 짧은 1년간의 지방의료원 경험을 통해 지방의료원의 문제를 정리해 보기도 했지만 그게 마지막 칼럼이기는 싫었다. 그러던 차에 필자는 ‘악귀’라는 드라마를 보게 되었는데, 이유는 이 드라마의 기획의도를 읽고 호기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기획의도를 복붙하면 이렇다. ‘누구보다 힘든 삶을 살고 있지만 누구보다 더 열심히 살아가는 산영을 통해 여전히 청춘은 아름답다는 걸 보여주려 한다…. 어느덧 나도 모르게 어른이 되어버린 해상이 성장하며 진정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려보려 한다’. 제목과는 영 연결이 안되는 기획의도를 보며 이 드라마를 끝까지 보고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러다가 넷플릭스의 ‘사냥개들’ 이라는 드라마 요약본을 보게 되었는데, 건우와 우진 두 젋은이와 진짜 어른 최사장님을 보면서 이런 드라마가 만들어지는 우리나라는 여전히 참 좋은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마지막 칼럼으로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또 한 명의 어른으로서의 나에게 격려가 되는 글을 쓰기로 했다! 필자가 지난 2년여간 칼럼을 쓰면서 느낀 건 칼럼을 쓴다고 사회의 부조리가 조금이라도 바뀌지는 않는다는 절망이었다. 식약처는 최근 위해성관리계획의 보고시점을 본래 6개월~1년이던 것을 3년까지 연장해준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GVP(good vigilance practice)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식약처로 인해 우리나라의 의약품 안전관리정책은 GVP로 한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오히려 후퇴하고 있는 상황이다. 식약처의 시판 후 안전관리가 얼마나 유명무실한지는 팬데믹 기간 긴급승인한 코로나백신의 제조회사에 요청한 위해성관리계획을 보면 알 수 있을텐데 전혀 공개가 되지 않고 있다. 제대로 된 위해성관리계획을 요청하니 않으니 당연히 위해성관리계획의 보고서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있을 것이며, 그러니 위해성관리계획의 보고서 제출기한을 연장시켜 준다는 황당한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질병관리청은 어떠한가? 백신부작용 인과관계 평가를 개떡같이 하여 피해자들에게 피눈물나게 한 피해보상전문위원회의 위원장에게는 건국훈장을 주고, 본인들이 자체적으로 백신부작용 인과관계를 연구할 능력이 없어서 외주를 준 백신안전성위원회의 연구결과조차 WHO가 인정하지 않으니 인정하지 않겠다는 추태를 부리고 있으며, 백신부작용에 대해 여야합의한 특별법안을 예산이 많이 든다고 거부하고 있는데, 문제는 추정 예산조차 제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필수의료시스템의 붕괴는 사실상 잘못된 의전원 의대교육시스템으로 인해 발생한 점이 큰데, 이에 대한 성찰은 하지 않고, 오히려 의예과 교육을 없애겠다는 의대교수님들이나, 간호사 등 함께 일하는 의료진들에 대한 배려와 포용 없이 공격만 하는 의사들이나 전체 의료시스템은 어떻게 되든지 자기 병원만 살면 된다고 의료시스템을 망가뜨리는 거대병원들의 횡포 등을 보면 우리나라 의료계에 진정한 어른은 없는 것 같다.  결국 사회의 부조리는 지속된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가 소망이 있는 것은 사회의 부조리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선택하고 걸어가는 멋있는 젊은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소아과는 망했다고 다들 얘기하지만 소아과 전공을 선택하는 젊은 의사들이 있고, 가장 삶의 질이 낮은 필수의료인 흉부외과/신경외과 의사의 길을 선택하는 젊은 의사들이 있다.3교대를 하며 과중하게 많은 환자들을 돌보며 그에 대한 보상은 충분하지 않음에도 환자들의 곁을 지키는 간호사들이 있다. 20여년 전이나 급여가 별 차이가 없고 코로나 팬데믹 가운데 정말 많은 고생을 했지만 전혀 보상을 받지도 못하고 그 수고가 알려지지도 않은, 그럼에도 성실하게 자신의 일을 하며 소소하게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는 소망스러운 임상병리사들이 검사실에는 있다. 이들을 응원하며 낭만닥터 김사부의 대사로 필자의 마지막 칼럼을 갈음하고자 한다. ‘세상 사람들이 다 우리 진심을 알아줄 수는 없어. 그 정도로 우리한테 뭐 관심 있지도 않고. 그러니까 우리가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지, 또 얼마나 최선을 다했는지 뭐 그거 일일히 설명하려고 애쓸 필요 없어. 우리는 우리가 그냥 해온 대로, 살아온 대로 누가 뭐라건 묵묵히 쭉 가. 묵묵히 산다고 그거 절대로 사라질 거 아니거든. 진짜로 의미 있는 건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 알지?’P.S. 그동안 필자에게 칼럼을 쓸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준 메디칼타임즈와 필자의 부족한 칼럼을 읽어주신 독자분들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칼럼은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023-07-10 05:10:00오피니언

간호법의 문제점과 대안

메디칼타임즈=강윤희 위원 최근 입법 폐기된 간호법에 대해서 의사를 포함한 대부분의 보건의료직역이 반발하였고, 각 단체마다 반대하는 이유들이 다양하였다. 필자 또한 간호법을 반대하였는데, 근본 이유는 간호사라고 통칭되는 직역이 가지고 있는 능력의 표준편차 때문이다. 의사의 경우, 물론 의전원 이후 의사들 능력의 표준편차가 상당히 커지기는 했으나, 그래도 의대는 실력있는 학생들이 입학하고 또 의대교육은 오래 전부터 의대교육에 대한 논의와 협의에 따라 대학별 커리큘럼이 유사하고, 의대를 졸업한 이후에는 인턴, 레지던트 훈련 과정이 있어서 의사들의 표준편차는 비교적 어느 정도 관리가 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매우 실력 있는 의사, 매우 실력 없는 의사와 같은 outlier는 존재하지만 어느 정도는 평균 근처에 몰려 있는, 즉 표준편차가 적은 편이다. 이는 의대 입학생의 우수성, 의대 교육의 질적 관리, 졸업 이후의 트레이닝 시스템 등의 영향이다. 또한 필자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바 의대는 실제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가 의대교수를 겸하고 있기 때문에 교육과 진료현장간의 갭이 작은 편이다.  그런데 간호법에서 간호사로 통칭되고 있는 직역의 경우 필자가 경험하기에 표준편차가 상당히 크다. 간호대에 들어가는 입학생들의 수준은 매우 높은 편이다. 그런데 간호대의 교육 수준이 아무리 국가에서 관리한다고 하여도 그 표준편차가 있다고 추정된다. 예를 들어 간호대의 커리큘럼 중 의학 교육을 의대교수가 직접 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의대와 간호대가 함께 있는 경우 이것이 가능하겠지만, 간호대만 있는 경우에는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간호대학의 거의 모든 교수는 실제 병원에서 간호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오래 전에 임상을 떠난 사람들이고, 임상경험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 경험조차도 매우 짧은 경우가 많다. 즉, 교육과 진료현장간의 갭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간호사들에게는 이런 갭을 메워줄 수 있는 임상 트레이닝 시스템도 없다. 이렇게 대학별로 상당한 질적 차이가 있을 수 있는 교육과 또 트레이닝 시스템의 부재로 인해 간호사들의 능력 표준편차는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간호법은 이런 차이를 무시하고 간호사라고 통칭되는 간호사들 모두에게 적용되는 법이기 때문에 필자는 이 법이 국민보건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위험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예를 들어 의사들이 우려를 표한 간호법상 지역사회 문구에 대해서 필자는 그 취지에 대해서는 깊이 동감하는 바이나 이를 간호사면 누구든지 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관련 지식과 임상 트레이닝을 받은 사람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간호법 이슈에는 PA간호사 논란도 함께 있다.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PA간호사가 실제 존재하기 때문이다. PA간호사가 하는 일은 예전에는 인턴, 레지던트가 했던 일들이다. 그런데 이 일을 할 인턴, 레지던트가 병원에 없다. 대형병원들의 분원경쟁으로 아이러니하게도 대형병원에 가장 상대적으로 인턴, 레지던트가 적고, 전공의가 있는 종합병원 또한 전공의법으로 인해 전공의 업무 공백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시간에 어쩔 수 없이 간호사 등이 그 업무를 대신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전공의들은 불법 PA간호사를 쓰지 말고 의사를 더 뽑아서 해결하라고 얘기하는데 ‘여러분들은 전문의가 된 후에 인턴 때 했던 일을 주 업무로 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되묻고 싶다. 또 간호법 이슈에는 잘 정착하지 못하고 있는 전문간호사 제도도 영향을 주고 있다. 그러므로 필자가 생각하기에 간호대를 졸업한 간호사들에게도 의사들과 같은 트레이닝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서 의사들이 모든 과를 돌며 인턴 과정을 거치고, 본인이 원하는 과를 3~4년 트레이닝 받듯이, 간호사들도 원하는 사람들은 비슷한 과정을 거쳐 전문간호사 또는 PA 간호사를 양성하는 것이다. 의대와 간호대가 함께 있는 대학병원에 간호사들의 트레이닝 시스템을 도입하면 되는 것이다. 지금 간호대에서 이런 시스템을 도입하기 어려운 이유가 간호대학의 교수들이 임상현장을 떠나있기 때문에 진료현장과의 괴리로 인해 발생한다고 추정된다. 그러므로 이는 간호대학 또는 간호협회에서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며, 정부와 국립병원 및 병원간호사회(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간호사들의 모임) 등에서 추진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된다. 이와 같은 트레이닝 시스템이 생기면 이에 맞추어 불법의 영역에 있는 것들이 도리어 전문의 영역으로 들어올 수 있고, 특히 지역사회 돌봄은 반드시 필요한 상황에서 가정간호 전문간호사의 영역도 크게 확장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칼럼은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023-06-12 11:26:50오피니언

식약처 중앙약심의 올바른 운영을 위한 제언

메디칼타임즈=강윤희 위원 필자가 지난 칼럼에서 여러 차례 지적했지만 우리나라 식약처의 주요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앙약사심의위원회(중앙약심)의 문제가 참으로 심각하다. 그 심각한 사례로서는 코오롱제약 인보사 제품에 대해서 1차 중앙약심에서 허가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다수였음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근거 없이 2차 중앙약심을 열어 허가를 한 경우가 있었고, 최근에는 네이처셀의 조인트스템에 대해서 일반적으로 임상3상을 성공하는 경우 안전성 이슈가 없는 한 허가를 하는 것이 관행임에도 불구하고, 중앙약심을 2차례 열어 허가를 반려한 경우가 있다. 두가지 사례 모두 1차 회의와 2차 회의 사이의 연관성이 그다지 없으며, 마치 결론을 내려 놓고, 그 결론을 내리기 위해 다시 회의를 한 듯한 양상인데, 이는 필자가 이전 칼럼에서도 지적했듯이 전 중앙약심 위원의 말처럼 '중앙약심이 식약처의 거수기 역할'을 하는 듯하다. 한가지 사례를 더 들어 중앙약심의 식약처의 거수기 역할을 하는 듯한 양상과 운영과정의 문제점을 살펴보자. 2019년 필자는 한 항함제 임상시험 중 발생한 중대한 약물부작용 보고서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약물과의 인과성이 명확하지는 않지만 최고 투여용량에서 사망 사례가 여러 건 발생했고, 이에 해당 약물의 비임상자료와 그 때까지의 임상자료들을 검토한 결과 최고투여용량을 줄이더라도 효과에 미치는 영향이 없을 듯해 최고투여용량을 조절하는 것에 대해서 회사에 검토요청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환자들의 안전을 위해서 일단 최고투여용량에는 환자들을 등록하지 않는 것이 필요하므로 임상시험의 임시 중단(partial hold)를 요청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식약처는 필자의 이런 의견에 대해서 내용은 살펴보지도 않고 국내 거대 제약회사의 임상시험을 중단시키는 것에 대해서 심한 부담감을 느껴 아무런 조치를 취하려고 하지 않았고, 이에 이미 몇 번 식약처의 부적절한(불충분한) 안전성 조치에 대해 분노하고 있던 필자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언론과 국회에 알리겠다고 압박하자 그때서야 결국 식약처는 중앙약심을 긴급하게 일요일에, 그것도 문제를 제기한 필자에게는 알리지도 않고 개최했는데 그 논의의 결과는 임상시험을 중단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회의록 어디에도 용량에 대한 논의 내용이 없었다. 필자가 황당해 이 회의에 참석한 의원 중 한 사람에게 혹시 회의 자료로서 필자가 검토한 보고서나 의견을 받았는지 확인한 결과 회의 당일 책상에 앉아서야 자료를 받았는데 그런 자료는 없었다고 했다. 즉, 필자의 의견은 최고투여용량을 낮출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는데, 회의 내용은 그저 임상시험을 중단할 필요가 없다는 결과를 내는데 급급한 참으로 딱한 회의였던 것이다. 최근 이 치료제에 대해서 용량을 낮추어도 효과가 적절하다는 리얼월드데이터가 발표된 것을 보면서 2019년에 필자의 의견대로 최고투여용량을 낮추었다면 많은 부작용을 줄일 수 있었을텐데, 어리석은 식약처와 여기에 악용되는 전문가들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것은 환자들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됐다. 이 외에도 중앙약심의 황당한 사례는 많지만 지면용량상 어쩔 수 없이 생략하겠다. 가장 먼저 중앙약심의 큰 문제는 투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 중 한가지 예로서 회의록이 올라오는 시간이 천차만별이다. 어떤 회의록은 다음 날 올라오지만 어떤 회의록은 몇 달이 지나도 올라오지 않는다. 회의록 공개에 대한 언론 또는 국회의 압박이 있으면 그 때서야 마지못해 올리는 경우도 있다. 반면 FDA에서 중앙약심과 같은 역할을 하는 advisory board committee 회의는 아예 실시간 생중계 된다. 필자는 우리나라의 중앙약심도 생중계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지 어떤 전문가가 어떤 근거로 어떤 발언을 하는지 관련 회사, 환자, 국민들이 투명하게 알 수 있다. 지금처럼 참석자도 공개안되고, 회의록에도 누가 발언했는지가 공개 안되는 밀실회의록의 결과를 과연 어떤 회사가, 어떤 국민이 신뢰할 수 있겠는가? 이 투명성의 문제가 가장 심각하면서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다. 또 필자가 이전 칼럼에서도 지적했지만 중앙약심 또는 식약처의 전문가회의에 참석할 수 있는 전문가 풀(pool)이 매우 적고, 실제 참석자도 적다. 필자가 식약처에서 일할 때 참석했던 한 전문가회의에는 달랑 2명이 참석했는데 그걸 과연 회의라고 할 수 있을까, 또 허가를 논하는 매우 중차대한 회의에도 10명 미만이 참석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실제 중앙약심이나 전문가회의를 해야 할 사안의 경우 식약처 스스로도 결정이 어려운 경계(borderline) 범주에 있기 때문에 자문을 하는 것이며 따라서 전문가들의 의견도 각자 다를 수밖에 없는데 그 정도 숫자가 충분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FDA의 advisory board committee의 경우 통상적으로 20명 이상이 참석하며, 유럽 EMA의 안전성 이슈를 심사하는 PRAC(pharmacovigilance risk assessment committee)의 경우 30명 이상이 참석해 열띤 토론 끝에 과반수로 의사를 결정한다. 그러므로 중앙약심 및 전문가회의의 참석인원을 절대적으로 늘려야 한다. 이를 위해 전국 국공립 및 민간 대학 및 연구소의 모든 교수와 연구팀장급을 모두 전문가 풀(pool)로 확보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전문가 회의는 적어도 10명 이상, 중앙약심은 적어도 20명 이상으로 의결을 위한 참석 정족수 자체를 고정할 필요가 있다. 또 식약처가 중앙약심의 거수기 역할을 한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가 무엇인가? 식약처가 이미 정해진 결론을 가지고 회의에 참석해 직접 발언해 그 결론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어떤 선진국의 자문위원회에 행정기관의 직원이 직접 참석해 관련 발언을 하는가? 이미 그 자체로 자문위원회가 독립적이지 않게 된다. 그러므로 중앙약심 또는 전문가회의에는 식약처의 직원이 참석해서는 안된다. 이 또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또 중앙약심의 위원장은 중립을 지켜야 한다. 이번 네이처셀 조인트스템 허가 관련 중앙약심의 회의록을 보면 위원장이 중립적이지 않은 발언을 하는 것을 볼 수 있으며 이렇게 위원장이 본인의 역할을 제대로 모르고 강한 자기 주장을 내세우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 예를 들어 질병관리청의 피해보상전문위원회도 마찬가지 문제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문화상 위원장이나 연장자가 강한 자기 주장을 하는 경우 다른 전문가들이 자기 의견을 제대로 펼치기 어렵다. 그러므로 모든 위원회의 위원장의 가장 큰 역할은 중립을 지키는 것이며, 이 역할을 잘 하지 못할 즉, 편파적일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처음부터 위원장에서 배제돼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기형적인 토론문화를 생각하면 차라리 중앙약심의 행정직원(팀장급), 즉 논의 내용에 대해서는 잘 모르면서 토의를 진행할 수 있는 사람이 위원장을 맡는게 나을 수 있다. 또 미국 FDA의 경우 advisory board committee의 논의할 사항 요약본을 약 1주일 전에 대중에게 공개하고 궁금한 사항에 대한 질의를 받는 과정을 거친다. 물론 전문가들에게는 충실한 자료를 약 1달 전에 보내며, 우리나라처럼 회의 테이블에 앉아서 자료를 받는 경우는 없다. 중앙약심의 논의 사항 자체가 국민의 안전과 관련된 사안이 많은 만큼 우리나라도 그 논의사항에 대한 요약본을 회의 전에 공개하고 국민들의 관심사를 미리 받아서 전문가들에게 알려주고, 국민들의 궁금해하는 부분이 회의 때 충분히 다뤄지게 할 필요가 있다.  ※칼럼은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023-05-31 05:20:00오피니언

백신부작용에 대한 질병청장의 이중성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본래 필자는 이번 칼럼으로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의 올바른 운영에 대한 제언을 다루고자 하였으나 최근 질병관리청장의 인터뷰 내용을 보고 이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이중성을 반드시 지적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번 칼럼을 쓴다.  필자는 코로나백신 부작용에 대한 정부의 미온적인 대처에 대해 이전에도 여러 차례 칼럼에서 다루었다. 처음 다룬 칼럼은 2021년 4월 23일 “백신부작용 인과관계 저평가, 피가 거꾸로 솟는다” 였다. 전 대통령이 백신부작용에 대해서 정부가 책임지겠다고 한 말이 무색하게 정부는 백신부작용을 인정하지 않았다. 한 간호조무사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후 급성파종성뇌수막염이 발생하였고 시간적으로나 과학적 개연성으로나 인과관계가 타당한 사례였음에도 불구하고 인과관계를 인정받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피가 거꾸로 솟는 듯한 분노를 느꼈다. 이렇게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을거였다면 백신부작용에 대해서 정부가 책임지겠다는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으며, 중증 또는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백신부작용에 대해서 국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백신을 접종할 수 있도록 해야 했다. 정부가 백신부작용에 대해 책임지지도 않고, 그렇다고 백신부작용에 대해 충분히 경고하지도 않으면서 백신접종을 거의 강제하는 상황에서 사망을 포함한 중증의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생각할 때 참으로 안타까왔다. 이 분들을 돕기 위해 그 뒤로도 여러 차례 칼럼에서 백신부작용 관련 내용을 다루었고, 피해자들과 함께 여당/야당 가릴 것 없이 관심이 있는 국회의원들을 만나 정부의 책임감 있는 대책을 호소하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국회의원 중에 백신부작용에 대해 정부가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의식 있는 의원들이 소수 있었다. 현 야당에도 전 정부에서 벌어진 일이므로 결자해지해야 한다는 책임감 있는 국회의원들이 소수 있었고, 현 여당에도 대통령이 백신부작용 정부책임제를 공약하였으므로 제대로 이행해야 된다는 의원이 소수 있었다. 즉, 백신부작용 국가책임제에 대해서는 여당, 야당이 어느 정도는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1년 이상의 시간 동안 진전이 없었다. 필자는 국회의원이라는 사람들이 앞과 뒤가 다른 것인지,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던 중 필자는 지난 2월 대정부질문에서 한 야당의 국회의원이 백신부작용 국가책임제에 대해서 질의하자 현 국무총리가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잘 하고 있다”고 답변하는 것을 보고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런데 더 안타까왔던 것은 이런 국무총리의 답변에 심지어 의사 출신인 야당의 국회의원조차 제대로 된 공격을 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즉, 여당/야당 모두 백신부작용 국가책임제에 대해 동의하고 있었지만 ‘과학’이라는 허울 뒤에 비열하게 숨어버리는 정부의 완악함 앞에서 길을 잃은 모습이었다. 필자는 이런 국회의원들의 어려움을 도와주기 위해서 정부의 대처가 어떤 면에서 과학적이지 않은지, 정부가 인과성 확대시 마치 천문학적인 예산이 들 것 같이 변명하는 것이 얼마나 허황된지, 대략 어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하며 현 질병관리청 예산 안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음을 국회의원들을 만나서 일일이 설명하였다. 국회의원들은 정부의 대처가 과학적이지 않다는 것도 좀 더 이해하게 되었고, 예산적으로도 충분히 가능할 수 있다는 점도 이해하게 되었다. 그래서 여야 합의하여 특별법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게 되었고, 대한변호사협회의 도움을 받아 초안을 만들었다. 이 초안은 백신부작용 피해에 대한 대법원의 판례에 근거하여 만들어졌으며, 백신부작용 피해자들의 요구 수준에는 못미치지만 정부와 피해자들의 입장을 모두 반영한 합리적인 안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질병관리청이었다. 질병관리청이 특별법 초안의 주요 내용을 거부한 것이다. 질병관리청이 문제가 된 것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라 지속적이었다. 필자가 백신부작용 관련해서 여러 국회의원들을 만났을 때 여당, 야당 구별없이 호소하는 어려움이 질병관리청이 너무 완강하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국회가 법을 만들어도 법을 시행해야 하는 정부의 동의 없이는 법을 만들기 어렵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즉, 국회가 특별법을 마련해도 질병관리청의 동의가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그럼 결국 백신부작용 국가책임제 시행의 가장 큰 걸림돌은 누구인가? 국회는 아니다. 비록 소수일지라도 여당, 야당 가릴 것 없이 백신부작용 국가책임제에 대해서 충분히 책임감 있게 입법을 하고자 하는 의원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 대통령인가? 원론적으로는 그렇다. 이전 대통령이든 현 대통령이든 본인이 내뱉은 말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하니까. 그래서 필자는 국회의원들에게 대통령을 만나서 얘기하면 되지 않느냐 하였지만, 그런 방식으로 문제 해결하는 것은 옳지 않고,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정부의 실무자, 즉 질병관리청장이 전향적으로 태도를 바꿔야 되는데 그게 안되고 있다고 얘기하였다. 즉, 백신부작용 국가책임제 시행의 가장 큰 걸림돌은 질병관리청장이다. 여야 합의 및 대한변호사협회의 중재로 마련한 합리적인 특별법 초안을 거절한 것은 질병관리청이고, 결국 질병관리청의 거절로 특별법은 그 뒤로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필자가 최근 중앙일보 강찬호의 직격인터뷰에서 현 질병관리청장이 ‘체계적인 지원이 이뤄지려면 법이 필요하다. 국회에서도 입법 움직임이 있는데 빨리 실현됐으면 한다’라고 말하는 내용을 보면서 분개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이중적일 수 있는가. 정말 그 뻔뻔스러움에 치가 떨린다. 코로나 판데믹 상황에서 질병관리청장은 3명이었다. 이 3명이 한결같이 백신부작용의 정부 대처에 대해서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 피해자들을 만난 자리 및 보도자료에서는 ‘폭넓은 보상 노력’을 얘기하면서, 뒤에서는 국회의 책임추궁에 안하무인식 오리발이다. 이 3명이 모두 서울의대 출신이라는 점에서 서울의대 출신인 필자는 비애감마저 느낀다. 필자에게 이들은 ‘서울의대 부끄러운 동문’ 공동 1위이다. 이들은 마치 거대병원의 도윤완 원장과 같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힘으로 피해자들을 돕는 것이 아니라, 겉으로는 위로하는 척하면서 뒤로는 돈이 많이 드니(그러면서 특별법 시행시 추정 예산조차 질병관리청은 제출하지 않고 있음) 돌담병원을 없애겠다는 도원장의 마인드로 피해자들이 제 풀에 지쳐 나가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으니 말이다. 질병관리청장에게 김사부의 모습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박민국 원장 정도는 되어 여야 합의로 마련한 백신부작용 특별법 초안을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칼럼은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023-05-17 05:30:00오피니언

"백신부작용 외면…질병청장·보상전문위 사퇴해야"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피켓시위에 나선 강윤희 전 식약처 심사위원(오른쪽)코로나19 백신 부작용 피해 보상 전문위원회가 비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2초당 1건의 심사를 하고 관련 학회의 자문 의견을 무시하는 등 파행 운영이라는 지적이다.1일 강윤희 전 식약처 임상심사위원와 피해자 가족협의회는 피해 보상 전문위원회 위원장의 근무처인 순천향대병원 앞에서 피켓시위를 진행했다.강 전 위원은 "코로나 백신 부작용 피해자들에게 아직 봄은 오지 않았다"며 "윤석렬 대통령의 후보 시절 첫 공약인 백신 부작용 국가책임제를 이행하실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촉구했다.이번 시위는 현 질병관리청장 산하의 백신 부작용 피해 보상 전문위원회가 비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 인과관계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부작용 발생 원인이 불분명한 경우 책임 소재를 개인에게 돌리는 등 보상에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강 전 위원은 "전문위원회가 2초당 1건 심사를 하고 있다"며 "의사로 구성된 지역 역학조사관 및 지역 전문가 의견을 무시하고 독단적인 운영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이어 "백신 부작용과 관련된 학회의 자문의견도 무시한다"며 "지역 역학조사관의 심의 참관을 배제하고 위원장의 주관적 의견을 주장하는 등 파행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이에 피해 보상 전문위원회를 파행으로 운영한 순천향병원 서은숙 위원장은 사퇴하고 이 모든 사태를 방관하고 있는 질병관리청장도 사퇴해야 한다고 입장을 정리했다.강 전 위원은 "국민들에게 큰 고통을 준 위원장에게 건국훈장을 주는 나라가 돼선 안 된다"며 "백신 부작용 국가책임제를 책임감 있게 시행할 새 질병관리청장을 세워달라"고 촉구했다.
2023-05-02 11:49:17병·의원

인보사 중앙약심과 거꾸로 간 조인트스템 약심

메디칼타임즈=강윤희 위원 필자는 칼럼에서 몇차례 중앙약사심의위원회(중앙약심)의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대표적 칼럼 – 중앙약심 투명치 않으면 약사법 개정 공염불, 2021.5.10.). 허가든 허가취소든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앙약심의 운영이 투명하지가 않고, 회의과정도 투명하지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중앙약심위원 풀(pool)은 어떻게 수집될까? 필자가 알기로는 식약처가 알음알음 전문가들을 섭외해서 모은 것이다. 그렇기에 약심 위원 풀(pool) 자체가 식약처로부터 독립적이기도 어렵고, 풀(pool) 자체가 매우 적다. 중앙약심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식약처 전문가회의의 전문가 풀(pool) 또한 마찬가지이다. 예를 들어 필자가 식약처에서 임상시험 중 발생한 예상하지 못한 중대한 약물부작용(SUSAR)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임상시험 중 출혈로 환자가 사망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해당 임상시험용의약품은 혈소판기능장애를 일으켜 이로 인해 출혈을 일으킬 수 있는 약물이었다. 그런데 임상시험계획서상 grade 2 이상의 출혈 발생시에는 투약 중지가 명시되어 있었는데, grade 1 출혈에 대한 조치가 명시되어 있지 않았다. 해당 사례는 grade 1의 출혈이 두 차례 발생한 후 중대한 출혈이 발생하여 사망하였기 때문에, 필자는 grade 1 출혈시에도 약물 투여 중지를 고려해야 하며, 혈소판기능이상에 의한 출혈이므로 혈소판수가 정상이더라도 출혈시 혈소판수혈을 고려할 것을 임상시험계획서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그런데 식약처는 다국적제약회사에 지나친 의견을 제시하는 걸 염려했고, 결국 전문가회의를 갖기로 하였다. 문제는 식약처가 가지고 있는 전문가 풀(pool)에 혈액종양내과는 여러 명 있었지만 혈소판기능장애에 비교적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혈액내과 전문의는 단 1명밖에 없었다. 필자는 혈소판기능장애가 임상에서도 매우 드물기 때문에 혈액내과 전문의를 몇 명 더 섭외해 전문가회의를 하자고 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단 1명의 혈액내과 전문의는 회의 참석이 어려운 상황에서 필자의 간곡한 탄원(?)으로 간신히 서신의견서를 받을 수 있었는데 이 분의 의견은 필자의 의견과 동일했음에도 불구하고, 전문가 회의에 참석한 다른 전문가들의 견해에 따라 임상시험에 대한 조치는 축소될 수밖에 없었다. 즉, 전문가회의든 중앙약심이든 식약처는 진짜 해당 사안을 가장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는 전문가를 정할 수 있는 능력 자체가 없다고 생각된다.  최근 식약처는 중앙약심 결과에 기초해서 네이처셀의 조인트스템 허가를 반려했는데, 중앙약심 회의록과 식약처의 의견에 따르면 임상시험의 유효성 지표를 만족했더라도 임상적 유의성이 부족해서 허가를 반려했다고 한다. 또 해당 중앙약심의 위원장은 임상적 유의성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설명하면서 고혈압 치료제의 예를 들었는데, 고혈압 치료제가 임상시험에서 혈압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떨어뜨렸을지라도 그것이 실제 임상에서 유의한가는 별도로 평가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어떤 규제기관이 고혈압 치료제가 3상 임상시험의 유효성 평가지표를 만족한 경우에 별도의 임상적 유의성을 검토하는가? 또 설사 임상적 유의성을 별도로 검토한다고 할지라도 그 임상적 유의성을 판단할 수 있는 전문가는 실제 임상에서 고혈압을 치료하고 있는 의사들만이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여 필자는 임상적 유의성이 부족해서 허가를 반려했다고 하는 조인트스템 2차 중앙약심에 과연 임상에서 퇴행성관절염 진료경험이 많은 정형외과 전문가가 몇 명이 참석했는지 궁금하다. 퇴행성관절염 치료제의 임상적 유의성을 퇴행성관절염을 진료해 본 경험도 없는 줄기세포 치료제 전문가가 더 잘 할 수는 없고, 사실상 회의록을 자세히 읽어보면 임상적 유의성에 대한 논의보다는 줄기세포 치료제가 가져야 하는 어떤 당위적인 과학적 유효성에 대한 논의가 주이기 때문이다.  2019년 KBS 추적60분은 "가짜 약의 탄생 그리고 식품의약품안전처"라는 제목으로 인보사 허가과정의 문제점을 방송한 적이 있는데, 이 방송에서도 중앙약심의 문제를 비교적 자세하게 다룬 바 있다. 이 방송에서 한 (전)약심의원은 중앙약심이 사실상 식약처의 미리 정해진 결론을 뒷받침하는 거수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솔직한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인보사는 1차 중앙약심에서 2/3가 허가를 반대했으나 2차 중앙약심의 심사위원이 바뀌면서 허가되었던 치료제이다. 조인트스템은 인보사와는 거꾸로 1차 중앙약심에서는 임상적 유의성을 인정했다가 2차에서 임상적 유의성을 인정하지 않은 경우이다. 둘다 참으로 석연치 않다. 참고로 필자는 네이처셀과는 어떠한 이해충돌도 없음을 밝혀둔다. 다음 칼럼에서는 중앙약심의 투명한 운영을 위한 제언을 다뤄 보고자 한다. ※칼럼은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023-05-01 05:00:00오피니언

"식약처의 예측 불가능한 행정, 제약사 발목 잡을라"

메디칼타임즈=강윤희 위원  필자는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로서 검사의 질을 관리한다. 검사의 질에는 크게 정확도(accuracy)와 정밀도(precision)가 있는데, 물론 2가지 모두 중요하지만 둘 중에서 좀 더 중요하고 질관리의 대상이 되는 것이 정밀도이다. 정밀도(precision)는 재현성(reproducibility)으로도 표현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안정된 물질을 가지고 측정한 어제 결과와 오늘 결과가 허용 오차 범위 내에서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다. 반면 정확도는 시약과 장비 자체의 고유의 성격으로서 질 관리보다는 시약과 장비를 처음 고를 때 중요하게 검토해야 하는 것으로서, 막상 직접 사용해보니 정확도가 의외로 좋지 않은 난감한 경우에는 검사를 처방하고 그 결과를 진료에 활용하는 의사들과 소통을 많이 해야 한다. 왜냐하면 진료하는 의사들 또한 약간은 부정확하더라도 정밀도는 괜찮은 시약의 결과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인데, 예를 들어 투석환자를 진료하는 의사가 환자가 이 정도의 상태에서 phosphorus 가 이 정도의 결과가 나오는데 적응이 되어 있는데, phosphorus의 정확도가 알고 보니 부정확하다고 해서 갑자기 시약을 바꾸어 phosphorus 수치를 정확하게(이전보다 높게 또는 낮게) 보고하기 시작한다면 진료하는 의사로서는 매우 혼란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정확도를 향상하기 위해 검사 결과에 의미있는 변동이 초래될 수 있다면 진료하는 의사들과의 충분한 소통 후 변화를 줘야 되는 것이다. 규제기관의 기능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검사의 정밀도와 유사한 단어인 예측가능성(predictability)이다. 예를 들어 임상시험 승인을 받는데 A 심사관이 검토할 경우에는 승인이 떨어지고, B 심사관이 검토하면 보완이 나온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일하기가 매우 어려워지는 것이다. 시간이 곧 돈인 기업 입장에서는 식약처의 검토 결과가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해야 일을 편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가 식약처에서 일할 때 제발 모든 임상시험계획서에 대해서 peer review 를 하자고 건의를 했었다. 하루 한시간 정도 다른 사람이 검토한 임상시험계획서에 대한 검토의견을 함께 나눌 때 검토의 관점을 맞춰갈 수 있고, 검토의 관점이 부득불 상이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아직 의학적 근거가 불충분한 영역 등) 기업이 어려움이 없도록 나름의 원칙을 정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예측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peer review를 하자는 필자의 의견은 바쁘다는 한마디로 거절됐다. 예측가능성(predictability)을 위해서 위에 언급한 규제기관 내부의 peer review와 더불어 기업과의 소통 또한 매우 중요한데 식약처는 이 또한 매우 취약하다. 예를 들어 식약처는 보툴리눔 톡신 제제에 대해 지난 10여년간 관행적으로 문제삼지 않았던 부분을 갑자기 문제삼기 시작하면서 여러 기업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것은 물론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신속하게 바로 잡아야 하는 관행이란 그것이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영향을 미쳐야 하는 경우여야 국민과 기업 모두 납득할 것이다. 그런 사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규제기관이 뭔가를 잘해보겠다고 갑자기 태도를 바꾸게 되면 기업들은 제대로 일할 수가 없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식약처가 톡신 기업들과 소통하여 그 동안의 관행이 규정에 맞지 않는 점에 대해서 규정이 불합리한 것인지, 또는 관행이 잘못된 것인지 소통하고, 규정을 수정하거나 또는 관행을 교정하기 위한 유예기간을 주었다면 톡신 기업들은 편안하게 일할 수 있었을 것이며 그것이 규제기관의 역할인 것이다.  최근 식약처는 네이처셀의 줄기세포치료제에 대해서 허가신청을 반려했다. 문제는 이 줄기세포치료제의 임상3상 디자인이 식약처와 논의를 거친 것이었고, 이 디자인에 따른 유효성 지표를 모두 충족시켰다는 점에 있다. 우리나라는 관행적으로 IND(임상시험)와 NDA(허가)가 맞물려 있다. 규정적으로 명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식약처와 논의한 임상3상을 성공했을 때 허가를 해주는 관행이 있는 것이다. 또한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규제기관의 경우 IND와 NDA가 분리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상3상을 성공했는데 허가가 안되는 경우는 안전성 이슈가 아닌 이상 극히 드물다. 이는 엄청난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 임상3상의 경우 당연히 허가를 염두에 두고 시행하게 되기 때문에 주요 선진규제기관과 미리 충분한 의논을 거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식약처가 갑자기 본인들이 승인한 임상3상을 성공한 품목에 대해서 안전성 이슈도 없는데 허가를 반려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이는 식약처가 갑자기 IND와 NDA를 분리해서 심사를 한 첫번째 사례로 추정되는 바 예상하지 못한 짱돌을 맞은 기업 입장에서는 매우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2차 중앙약사심의위원회 회의록을 읽어보니, 1차 유효성 지표가 적절했느냐에 대한 내용이 주인데 이런 논의는 해외에서 임상시험을 한 경우에는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있겠지만 본인들이 승인한 국내 임상3상 결과에 대해서 이런 논의를 한다는 것은 결국 누워서 침뱉기인 셈이다. 만약 품목허가를 심사를 하면서 비로소 본인들이 승인했던 1차 유효성 지표가 적절하지 못하다는 점을 인지하게 됐다면 기업에 무작정 짱돌을 던지기 전에 해당 분야의 전문가뿐만 아니라 임상3상의 연구자들, 기업의 연구책임자 등과 충분히 소통해 기업에 해를 미치지 않으면서도 어떻게 하면 의학적으로도 객관성 있는 근거 창출이 될 수 있을지를 심도있게 고민한 후 문제를 해결했어야 했다. 식약처의 예측 불가능한 행정으로 우리나라 기업들이 고생이 많다. ※칼럼은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023-04-17 05:00:00오피니언

자가 사용 의료기기, 병원 구입·교육 관리 가능해야

메디칼타임즈=강윤희 위원 필자는 2형 당뇨병을 앓고 있는데 최근 지인의 추천으로 연속혈당측정기를 해외직구로 구입하여 경험해 보았다. 2주간 식이패턴에 따른 혈당 추세를 알 수 있었고 크게 도움이 되었다. 그런데 필자는 참 의아했다. 이렇게 좋은 의료기기를 왜 병원에서 구입할 수 없고, 해외직구를 해야 될까? 필자가 알아보니 일부 연속혈당측정기는 국내에도 판매되고 있으나, 병원에서는 판매되고 있지 않은데 이는 의료기기법상 의료법인이 직접 의료기기 임대판매업을 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제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이 규제로 인해 환자 치료에 큰 지장을 초래하는 부분들이 있다. 예를 들어 천식 치료의 표준치료는 흡입제(inhaler)를 사용하는 것인데 우리나라는 흡입제 처방은 의료기관에서 하고, 흡입제 구입은 약국에서 하고 있으며, 흡입제 사용 교육은 일부 병원에서는 환자가 흡입제를 약국에서 사가지고 오면 교육해주는 병원도 있고, 약국에서 간단히 설명을 듣고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 얼마나 환자 입장에서 또 의료진 입장에서 번거로운가! 심지어 병원 입장에서는 의료보험상 흡입제 교육 수가가 없기 때문에 무료로 상담 시간을 내어 교육을 해주기 어렵고, 약국 또한 다양한 흡입제의 사용법과 주의사항을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해 주기는 불가능하다. 결국 이런 문제로 국내 천식 치료에 있어서 흡입제 처방률은 여전히 낮고, 이는 천식으로 인한 입원률이 OECD 평균의 2배 가량 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 물론 이는 병원에서 의료기기 판매가 안되는 문제와는 상관이 없는 의약분업의 문제인데, 흡입제와 같이 특별한 교육이 필요한 의약품의 경우는 주사제와 같이 병원에서 처방 및 구입, 교육이 일괄 이루어지는 것이 당연히 환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천식 관리에 있어서 더 심각한 문제는 흡입제를 사용하기 어려운 어린이나 노인, 또한 흡입제를 사용하는 중 구강내 칸디다증, 쉰 목소리 등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 스페이서(spacer)를 사용하도록 GINA 가이드라인데 명시되어 있으나 우리나라는 이 스페이서 구입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약국에도 판매하지 않고, 인터넷 구입도 쉽지 않다. 필자가 다국적 제약회사에서 흡입제 관련 업무를 하면서 스페이서를 사용해야 하는 환자들이 국내에도 꽤 많음에도 불구하고, 의사들과 정부 모두 이 문제를 적극 해결하려고 하기 보다, 그냥 흡입제를 포기하고 경구약으로 돌리는데 익숙한 모습을 보았다. 그래서 필자는 스페이서 수입판매를 하고 싶은 심정이 들 정도였다. 만약 정부가 환자의 치료에 필수적인 의료기기를 병원에서 직접 처방, 구입, 교육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한다면 이런 부분에서 환자 관리가 더욱 좋아질 것은 명약관화인 것이다. 의사단체와 정부는 연속혈당측정기, 흡입제, 스페이서 등 환자의 치료 및 관리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의료기기 및 의료기기 성격을 갖는 의약품에 대해서 병원에서 처방 및 직접 구입, 교육이 바로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는 급여, 즉 수가와는 별개로 치료목적 의료기기의 효율적인 사용과 관련되 부분으로서 향후 디지털의료기기의 효율적인 활용과도 맞물려 있을 것이다. ※칼럼은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023-04-10 05:30:00오피니언

"백신부작용 피해보상 위원회 해체·질병청장 사퇴해야"

메디칼타임즈=강윤희 위원 강윤희 전 식약처 임상심사위원3월21일 국회에서 '백신부작용 피해보상, 국가의 역할은?' 정책간담회가 있었다. 필자도 '백신부작용 인과관계 평가의 문제점과 해결방안' 발제를 맡게 돼 참석했다. 서울의대 김윤 교수님과 고려의대 최재욱 교수, 대한변호사협회의 황필규 변호사, 최석봉 변호사, 동아일보 송평인 논설위원 등이 참석해 충실한 발제와 토론, 절박한 제안들이 있었다. 그러나 가장 하이라이트는 예상치 못한 마지막 순간에 있었다. 제주특별자치도 안성배 역학조사관(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의 질병관리청 예방접종 피해보상전문위원회의 실상에 대한 폭로였다. 참으로 놀랍고도 충격적이었다. 피해보상전문위원회가 유명무실하고, 무능력한 것은 익히 추정하고 있었지만 이렇게나 썪어 있었다니! 그리고 질병관리청장은 이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안취하고 있었다니!! 역학조사관이 폭로한 내용을 간략히 요약하면 먼저 개별 사례의 인과성을 인정할 수 있는 과학적논리와 자료를 제시해도 피해조사반/피해보상전문위원회 위원장은 아직 알려진 이상반응이 아니기 때문에, 또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아직 이상반응으로 인정을 안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먼저 이상반응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고 한다. 이런 논리면 세계보건기구가 인정한 코로나백신 이상반응은 심근염/심낭염 뿐인데, 전문위원회가 왜 필요한가? 우리나라는 세계보건기구가 인정하는 질환만 인정해야 하는, 세계보건기구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보건의료시스템이 안돌아가는 후진국인가? 그리고 본래 모든 전문위원회의의 위원장은 중립적인 사람이 맡아야 한다. 그래야 개별 전문위원들이 충분히 자기 의견을 낼 수 있고, 이를 통해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위원장이 자기 의견을 내는가? 이런 분위기에서 개별 의원들이 자기 의견을 충분히 개진할 수 있겠는가? 또 제대로 된 의사라면 누구나 백신과의 인과성을 쉽게 인정할 수 있는 제주도 이유빈양의 참혹한 혈전증사례에 대해서 재난적항인지질증후군 때문에 재난적항인지질증후군이 발생했다는 이상한 논리를 주장하고, 대한류마티스학회에서도 백신 때문에 혈전증이 발생했다는 의견서를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의신청한지 500일이 지나도록 결과를 못내고 있는데 도대체 피해보상전문위원회 위원장은 뭐하는 사람인가? (참고로 한국혈전지혈학회는 진단검사의학과 전공의 1년차도 그렇게 쓰지는 않을 어처구니없는 의견서를 제출했는데, 그 의견서가 진짜 혈전성향 검사에 대한 전문적 학식이 있는 전문의가 작성한 것인지 밝히기 바란다.) 가장 심각한 것은 개별사례에 대해서 충실한 정보를 알고 있고 가장 많이 고민했을 지역 역학조사관들이 바쁜 시간을 쪼개서 피해보상전문위원회에 참관해 충실한 사례 자료와 관련 자료를 제출해 주는 것은 매우 감사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불합리한 회의 과정과 결과에 문제를 제기하는 역학조사관을 강제 퇴장시켰다니 이 무슨 말도 안되는 월권 행위인가! 그리고 솔직히 이 정도로 위원회가 파행으로 운영되고 있는데도 계속 위원으로 참석하고 있는 분들은 도대체 뭡니까? 위원장의 똘마니들입니까? 당신들은 아무 생각이 없습니까? 그냥 심사비를 받으니 형식적으로 참석하시는 겁니까? 정신들을 차리십시요! 안상배 역학조사관은 피해보상전문위원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만 했어도 많은 문제가 해결됐을 것이라고 언급했는데 필자가 심히 동의하는 바이다. 전세계적으로 코로나백신에 대한 피해보상이 적절히 이루어지고 있는 나라는 모두 전문위원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나라들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 처음 코로나백신 관련 사망을 인정한 91세 할머니의 사례의 경우 일본의 전문위원회가 얼마나 오랫동안의 인과관계 평가 겅험에 기초해서 사례를 종합적으로 접근하는지를 보여준다. 아마도 이 사례를 우리나라 피해보상 전문위원회에서 심의했다면 결코 갑작스러운 심장사에 대해서 인과성을 인정받지 못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갑작스러운 심장사는 세계보건기구가 인정하는 이상반응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세계보건기구가 인정했는가, 다른 나라에서 인정했는가를 따지는 일이라면 왜 전문위원회가 필요한가? 그저 질병관리청의 말단 행정공무원도 충분히 할 수 있을텐데 말이다.  그런데 피해보상전문위원회의 위원장은 질병관리청장이 임명하는 것이며, 이 위원회의 활동을 감시 감독할 책임 또한 질병관리청장이 맡고 있다. 위원회의 활동 보고를 정기적으로 받았을텐데 이렇게까지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상황을 질병관리청장이 몰랐다면 지독히도 무능력한 것이며, 만약 알고도 묵인했다면 질병관리청장 또한 우리나라를 그저 후진국의 어느 나라같이 세계보건기구의 지국 정도로 여기는 수준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후자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왜냐하면 정부는 이런 피해보상전문위원회의 위원장과 위원에게 훈장까지 수여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질병관리청장은 피해보상위원회의 파행 운영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할 것이며, 정부는 피해보상전문위원회를 당장 해체하고, 그 동안의 파행 운영에 대해 엄격한 조사를 통해 위원장과 위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또한 제대로 된 인과성 평가 전문가라면 이런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을 터인즉, 위원장과 위원들 선정 과정 또한 제대로 조사해야 할 것이다. ※칼럼은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023-03-28 05:30:00오피니언

의료계, 화타의 큰형 같은 예방적 접근 필요

메디칼타임즈=강윤희 위원 필자가 약 10여년 전 어깨의 통증으로 밤잠을 이루지 못해 정형외과에서 X-ray 촬영 결과 석회성건염이었다. 그 병원에서는 쇄석술을 권했으나 필자는 참을 수 없는 통증으로 5초도 견디지 못하고 시술비만 내고 뛰쳐나왔다. 그 후 어깨관절전문 종합병원을 방문했는데 MRI 촬영 후 바로 다음날 수술을 권했다. 그러나 필자는 다시 한 번 대학병원의 의대 동기를 찾아가 상담을 하였는데, 그 친구는 MRI 소견상 관절 주위 근육과 인대 손상이 심해서, 수술 후 통증이 회복될지 장담할 수 없고, 석회성 병변 안에 액화성 병변이 포함되어 있으니 주사기로 액화성 병변을 흡입해서 병변 크기를 줄어들면 통증이 감소할 수 있다고 그걸 해보자고 했고, 그 날부터 필자는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그런데 작년에 어깨 통증이 재발했다. 10여년 전과 같은 양상이었기 때문에 필자는 의대 동기의 진료 예약을 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유튜브에서 한 정형외과 의사가 석회성건염의 통증 기전에 대해서 설명하는 영상을 보게 됐는데, 석회성건염의 통증은 우리 몸이 석회를 흡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며, 이 과정을 잘 견디면 저절로 통증은 사라진다는 것이었다. 참 놀라운 설명이었다. 통증이 어깨의 병이 진행되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회복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이라니. 필자는 이 의사의 설명에 의지해, 통증에 오히려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고, 조금씩 어깨 관절을 움직이며 통증이 정말 사라지는지 셀프 관찰을 해보기로 했다. 통증의 원인을 아는 것만으로도 심리적으로 무척 안정될 수 있었고, 마침내 한 달 뒤 예약됐던 의대 동기의 진료는 볼 필요가 없게 됐다! 필자가 이렇게 본인의 경험을 길게 적은 이유는 우리나라는 예방과 설명보다, 진단과 치료가 과잉인 나라이기 때문이다. 코로나 판데믹 중에 우리나라는 PCR 검사만 2억건 이상, 예산으로는 5조원 이상을 소모했다. 그런데 그 결과 우리나라의 인구 10만명당 코로나 사망자 수는 일본, 싱가포르, 베트남 등보다 높으니 진단은 잘 했지만 치료는 잘 못했다고 해석해야 될까? 또 코로나 진단에는 5조원 이상, 백신구입에는 3조원 이상을 쓰면서 백신부작용 피해구제 예산에는 3백억도 쓰기 아까워 어떻게든 인과성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모습은 정말 뭐라고 해야 할지… 또 우리나라 40대 이상은 20% 이상 가지고 있는 고혈압과 당뇨의 경우 초기 치료는 생활습관 교정이지만, 과연 어느 정도의 의사가 이 단계를 진지하게 환자에게 설명하고 모니터링하고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예방과 설명보다 진단과 치료가 과잉인 예는 너무 많아서 이하 중략하겠다. 최근 우리나라 20대들의 건강이 심상치 않다. 20대 당뇨는 최근 4년 동안 60% 가량 급증했고, 위암도 증가 추세이다.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의사들이 상식적으로 알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유튜브에는 먹방이 넘쳐나고, TV 예능프로그램의 반 이상도 먹방 내용을 담고 있다. 라면은 점점 매워지고, 과자와 음료는 점점 달아지고, 단짠이나 맵단이 아니면 먹을 수 있는게 별로 없다. 또 중고등학교에는 체육시간이 적고, 그 시간마저 운동을 제대로 하지 않아, 20대에 운동을 하는 사람이 적다. 최근 대한내분비학회는 우리나라의 젊은 연령대 당뇨가 증가하니 당뇨선별검사의 연량을 낮춰 당뇨를 조기 진단하고 비만을 관리하도록 하는게 좋겠다고 했다. 물론 이렇게 화타의 둘째형 같은 접근도 필요하다. 그러나 화타의 큰형처럼 더 나아갈 수는 없을까? 10대, 20대의 건강은 우리나라의 미래이고, 체력은 국력이라는 말은 진리이니 말이다. 의사집단은 좀 더 적극적으로 청소년 건강에 대해 국가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제안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중고등학고 체육프로그램에 청소년들이 20대에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스포츠프로그램을 넣는다든지, 건강한 식사습관에 대해서 교육 내용에 넣는다든지, 식품에 들어가는 당과 염, 캡사이신을 좀 더 제한한다든지 먹방을 제한한다든지 등 이런 일들 또한 의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칼럼은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023-03-06 05:10:00오피니언

식약처 내부청렴도 4등급의 실상

메디칼타임즈=강윤희 위원 식약처가 2022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시행한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에서 내부청렴도 4등급을 받았다. 5등급이 거의 없으므로 사실상 최하위를 받은 셈이다. 내부청렴도는 내부 공직자들이 평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외부인들이 평가하는 외부청렴도보다 실상을 더 잘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이에 필자는 이번 칼럼에서 식약처의 청렴도 측면에서의 심각한 문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식약처는 산하기관에 대한 낙하산 인사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식약처는 4개의 산하기관을 가지고 있는데 이 기관의 기관장은 대부분 식약처 퇴임 공무원으로 채워지고 있다. 최근에도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에 식약처 전 처장을 임명했다. 식약처 산하기관장이 퇴임하는 식약처 고위공직자들에게 대한 위로의 선물이 되고 있는 듯하다. 이런 상황에서 산하기관의 발전이 가능할 수 있겠는가. 정부는 식약처 산하기관이 식약처 퇴임공무원들에게 주는 선물이 되고 있는 실상을 인지하고, 식약처 산하기관들을 식약처 조직 내부로 통폐합해야 할 것이다.  또한 식약처는 매우 비정상적으로 폐쇄적인 조직이다. 필자가 식약처의 부실한 의약품 안전관리 실상을 폭로하면서 1인 시위를 할 때 제작한 피켓의 제목이 '우리나라가 땅이 작지, 전문가가 적냐'였다. 우리나라에는 식약처의 전문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전문가들이 있다. 그런데도 식약처는 수십년간 반복적으로 전문성 부족을 지적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직에 필요한 전문가를 적극 영입하지 않는다. 사실상 전문가라고 보기는 어려운 심사관 채용만 늘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정부의 인사혁신처는 식약처의 인사혁신을 위해 식약처의 의약품안전국장, 바이오생약심사부장, 임상연구과장 등을 개방형 직위로 채용하도록 권고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이 3개 직위에 매우 능력있는 의사 전문가들이 지원했으나, 이 중 2/3는 최소 임기도 채우지 못하고 사직했고, 한 명은 최소 임기만 채우고 사직했다. 과연 왜 그랬을까? 그 후 모든 개방형 직위에 지원자가 전무함으로 다시 내부 직원 채용으로 도루묵이 됐다. 식약처는 사실상 외부전문가 영입을 포기한 것이며, 이는 식약처가 앞으로도 실제적인 전문성 향상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왜냐하면 필자가 여러 차례 칼럼에서 언급했지만 전문성은 내부 향상, 즉 고인물에서 업그레이드가 거의 불가능하다. 외부에서 전문가가 투입됨으로써 향상되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의 FDA 등은 끊임없이 의사전문가 채용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것이며 중국조차도 중국식약처의 혁신으로서 대대적으로 취한 조치가 수백명의 의사를 채용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국내 식약처는 공무원으로서 내부에서 일하는 의사가 점점 줄어들어 이제는 1명밖에 없고, 19명의 티오를 가지고 있는 임상심사위원조차도 충원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식약처의 이와 같은 조직적 폐쇄성은 전문성 향상의 가장 큰 방해물이며, 이로 인해 이제 조금씩 움트고 있는 글로벌 제약사로서의 발전 가능성이 있는 회사는 대부분 식약처를 패싱하고 다른 선진 규제기관을 먼저 찾고 있는 실정이며, 이와 같은 상황은 점점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식약처는 내부 비리에 대한 감사시스템이 부실하다. 가장 큰 원인은 식약처는 내부에 자체 감사실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식약처 내부 감사실의 감사 사례를 감사원에 보내서 이중 평가를 받아보면 식약처 내부감사 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한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내부감사를 요청한 직원들에 대해서 비밀보장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기에 직원들은 내부 감사실에 감사요청을 하지 않는다. 필자가 한 번 감사실에 감사요청을 했다가 도리어 필자가 감사를 받는 경우를 경험했으니 누가 감히 내부 감사 요청을 하겠는가. 결국 식약처의 비리는 암암리에 덮어지고 있다고 추정되며, 몇 사례만 경찰과 검찰까지 가서 언론에 노출되고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식약처의 내부 감사실을 없애고, 제3의 기관, 즉 보건복지부 또는 감사원에 직통 감사 요청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내부고발자에 대한 비밀보장을 확실하게 해주어 식약처의 내부 비리에 대한 진정성 있는 정화가 이루어질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최근 식약처는 규제혁신 100대 과제 50% 이상 순항 중이라고 발표했다. 이와 같은 규제완화 일변도의 업무로 인해 2022년 정부업무평가 종합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고 한다. 가장 무서운것이 비윤리적인 개인이나 조직이 열심히 일한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부처의 업무를 평가할 때 청렴도 결과 및 해당 조직의 정체성에 맞는 업무 평가를 해야 할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지, 식품의약품산업진흥처가 아니니 말이다. ※칼럼은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023-02-21 05:30:00오피니언

세월호는 국가책임, 백신부작용은?

메디칼타임즈=강윤희 위원 세월호는 국가 책임이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2015년 9월 세월호 특별법에 따른 보상을 거절하고, 단순히 피해를 위로해주는 성격의 보상이 아닌 국가의 책임을 입증하기 위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한 것이다. 보상액은 세월호 특별법에 따른 평균 보상금인 약 4억원보다 많은 평균 6~7억원대의 배상이 결정됐다. 이 결과가 나오기까지의 기간은 총 7년4개월이다. 재판부는 12차 재판에서 ▲청해진해운 임직원들이 과적과 고박불량 상태로 세월호를 출항시켜 변침 과정에서 복원력이 상실되는 사고를 야기한 점 ▲ 세월호 선장 및 선원들은 승객들에게 선내에 대기할 것을 지시한 뒤 자신들만 먼저 퇴선한 점 ▲ 해경 123정 정장은 승객들의 퇴선유도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실시하지 않았다는 점 ▲ 국군기무사령부가 세월호 유가족들을 불법 사찰한 책임 등을 인정했는데, 이 중 선박회사가 아닌 정부의 책임은 34번째 사항으로 추정된다. 필자가 아는 한 정부의 한 개인이 아니라 정부라는 조직 자체가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는 이와 같은 판결은 처음인 듯하며, 이와 같이 어렵고 지난한 싸움을 끝까지 싸운 세월호 유족들에게 참으로 경의를 표한다. 한두명이면 할 수 없었겠지만 함께 했기에 가능했으리라. 필자는 이 판결을 보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 백신부작용 피해자들이 처한 상황이 떠올라 답답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어떻게 보면 백신부작용 피해자들은 국가의 코로나백신 접종 장려정책에 협조해 백신을 접종한 후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더욱 국가에서 책임져야 마땅하고, 이전 대통령과 현 대통령 모두 말로는 그렇게 하겠다고 했지만, 이전 정부나 현 정부 모두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 정말 어떻게 한 국가의 지도자들이라는 사람들이 이럴 수 있을까 참으로 참담할 따름이다. 또한 백신부작용 피해자들은 전국에 흩어져 있고, 가족이 사망하고 자녀가 중증의 피해를 입었어도 먹고 살기 위해서는 일을 그만 둘 수 없는 형편이라 자주 모이기 어렵고, 어렵게 2주에 한번씩 모여 토요집회를 열지만 아무도 관심을 두는 이가 없어 쓸쓸하다. 국회의원들은 국정감사 때 반짝 관심을 두는 듯 했지만 국정감사가 끝나니 도루묵이다. 이전 질병관리청장은 백신부작용 피해자들을 앞에 두고 어떤 책임감 있는 얘기를 하지 않고 결국 사퇴했지만, 새 질병관리청장은 아예 백신부작용 피해자들에 대한 한마디 언급이 없는 냉혈한이다. 결국 정부가 이렇게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는 문제의 근본은 무엇일까? 국정감사 때 국회의원들의 발언을 들어보면 모두 백신부작용 피해가 발생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으며 정부의 인과관계 평가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견해도 마찬가지다. 고려의대 최재욱 예방의학 교수님,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님, 이대목동병원 천은미 교수님, 환자의 부작용이 백신과 인과관계가 있다고 부작용 보고서를 작성한 대학병원의 교수들, TV에 출연해 자신이 돌본 환자가 입은 피해는 백신 때문이었다고 말한 의사들, 지방의 역학조사관 의사들, 필자가 대한의사협회 의료윤리위원회에서 정부의 인과관계 평가의 문제점을 발표했을 때 동의하신 많은 전문가들 등 다수의 전문가들이 정부의 백신인과관계 평가에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아 얘기했다. 백신안전성위원회 위원장이신 박병주 교수님 또한 백신안전성위원회의 역학 연구 결과는 개별 사례의 인과관계 평가와는 무관함을 분명히 말씀하셨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백신안전성위원회의 역학연구결과 뒤에 숨어 백신부작용 피해자들을 외면하고 있다. 정부가 이렇게까지 전문가들, 국회의원들 등의 견해를 무시하는 이유는 결국 돈 때문인가? 아니면 다른 무슨 이유가 있는 것인가?  이제 벌써 2년이 지났다. 백신부작용 피해자들은 차가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끝나겠지 라는 희망했지만 다시 차가운 겨울을 지내면서 이제 결코 봄이 오지 않을 것만 같은 고통이 지속될 뿐이다. 그들이 세월호 사건의 희생자들처럼 한시에 사망하지 않았다고 해서, 한시에 중증의 장애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해서 개개인의 고통이 나누어지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보면 사회의 관심도 받지 못하고 있으니 더더욱 고통이 크다. 이제는 그들도 점점 지쳐서 무기력감과 우울을 호소하고 있다.만약 정부가 어떻게 하면 이들을 도울 수 있을지 그 방법을 몰라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라면 부디 필자를 접촉하기 바라며, 필자가 신뢰가 가지 않는다면 정부가 인과관계 평가를 위해 따로 세운 백신안전성위원회의 박병주 교수님을 부디 접촉하기 바란다. 필자의 이메일 주소는 holymed4321@gmail.com 다. 부디 정부는 백신부작용 피해자분들이 조금이라도 따뜻한 봄기운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바란다. ※칼럼은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023-02-06 05:00:00오피니언

의사국시에 대한 단상

메디칼타임즈=강윤희 위원 강윤희 전 식약처 임상심사위원필자는 89학번 학력고사, 95년 의사국시 출신이다. 필자와 유사한 세대에 의대를 다녔던 사람들은 이게 뭘 의미하는지 대충 짐작이 갈 것이다. 1989년 학력고사는 수학 난이도가 최악(최상?)이었고, 1995년 의사국시는 합격률이 64%에 불과했던 해이다.  필자는 고향이 제주도인데, 고3 담임선생님은 다음날 학력고사를 위해 서울로 가는 필자를 불러서 '너는 답안지만 제 시간에 내면 합격할 것이니 제발 답안지를 제 시간에 내라'고 조언해 주셨는데 그 때는 '원, 별 말씀을 다하시네'라고 생각했다. 다음 날 학력고사 시험장에서 수학시험 객관식 문제를 다 풀었을 즈음, 그러니까 주관식은 하나도 풀지 못한 시간에 감독관 교수님이 20분 남았다고 알려주셨다. 주관식은 문제지에 그대로 정신없이 풀고, 객관식을 OMR 카드에 부랴부랴 옮기는데 종이 울렸다. 그런데 우리 담임선생님은 어떻게 그런 선견지명이 있으셨을까!의예과를 마치고(예과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필자의 2022.2.21 '의예과 폐지가 아니라 도리어 활성화해야' 칼럼을 참고하기 바람), 본과에 가니 소위 시험족보라는게 있었다. 고등학교에도 없었던 시험족보가 대학교에 있다는게 황당했던 필자는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교에 와서 자존심이 있지, 족보는 보지 않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 알량한 자존심 덕분에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됐다. 해부학, 기생충학은 교수님들이 강의하면서 의학용어로 영어를 사용하셨는데 시험문제는 한글로 출제됐다. 그러니까 satorius 가 넙적다리빗근, Taenia solium 이 갈고리촌충, 뭐 이런 식이었다. 당연히 시험을 망치게 됐다. 약리학은 정말 어려워서 고생을 했는데 시험을 마치고 나니 동기들이 희희낙낙이어서 물어보니 거의 100% 족보 그대로 나왔다고 하기도 했다. 교수님들에 대한 배신감 같은 걸 그 때 조금 느꼈던 것 같다. 결국 예과 때 좋았던 성적은 수직하강하게 됐다. 이후로는 어쩔 수 없이 족보를 조금 볼 수밖에 없었는데, 그나마 다행인 것은 대부분의 임상교수님들은 족보를 타지 않았기 때문에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었다.이렇게 족보를 거의 보지 않던 필자가 크게 덕을 본 시험이 1995년 의사국시였다. 필자가 한 선배에게 국시 준비 어떻게 하면 되냐고 물으니 다 합격하니까 공부할 필요 없고, 예방의학 등 몇과목은 혹시 과락(과목 탈락)이 될 수 있으니 이런 과목만 시험보기 전에 잠깐 보면 된다고 조언해 주었다. 그래서 필자는 국시 족보를 거의 보지 않았다. 시험보기 몇일 전에 예방의학 등만 잠깐 족보를 살펴보았을 뿐. 그런데 국시 1교시를 보는데, 감독관 교수님이 제일 앞줄에서 시험을 보고 있던 필자에게 슬쩍 '문제가 많이 어렵니?' 라고 물으셨다. 표정이 상당히 긴장한 표정이셨다. 하지만 필자는 어렵고 쉬운 것의 기준이 뭔지를 모르는 상황이었기에 '뭐 괜찮다' 라고 대답했던 기억이 난다. 1교시를 마치고 쉬는 시간이 되니 일부 동기들의 얼굴이 사색이 돼 있었다. 국시가 완전히 족보를 벗어난 것이었다! 그 해 의사국시 합격률은 64%에 불과했고, 병원의 인턴수급이 부족해서 의사국시 최초로 추가시험이 있었다. 이번 의사국시 위원장이 의사국시 기출문제를 공개하면 안된다는 쓴소리를 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국시 문제를 10년 이상 공개하면서 의대가 국시 합격을 위한 족집게 학원이 됐다고 꼬집었다. 참 부끄러운 현실이지 않은가? 필자는 이 위원장의 의견에 깊이 공감한다. 물론 국시위원회에서 기출문제를 공개하지 않는다고 해도 의대생들 암기력이 워낙 좋으니 기출문제는 정리되고 알려질 수 있다. 하지만 위원회에서 아예 기출문제를 공개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또한 본질적으로 더 중요한 것은 각 의대 교육의 정체성이다. 의사를 키우기 위한 교육이 되지 않고, 국시합격률을 높이기 위한 교육이 된다는 것은, 예를 들어 의대에서 아예 본과4학년들을 대상으로 국시준비를 시킨다든지 하는 것은, 의대 교육의 본질을 잃어버린 것이다. 최근 의예과를 없애고 본과6년으로 개편하고자 하는 것도 의대교육의 본질을 의사를 키우는게 아니라 그저 방대한 의학지식을 집어넣고 보겠다는 것으로 밖에 생각되지 않으니, 이미 의전원 제도로 망쳐버린 의대교육을 다시 한 번 망치는 일은 제발 없기를 바란다. 그리고 한가지 더, 이제 지식의 1등은 의미가 없다. 솔직히 필자는 모든 분야에서 1등이라는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지식 분야에서의 1등은 더더군다나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학력고사를 1등하고, 서울법대를 수석으로 졸업한 현 국토부장관이 현 대통령의 정책본부장 시절 처음 내세운 공약이 백신부작용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책임제였는데, 아직까지도 바뀐 것이 없는 것을 보면 지식 분야의 1등이라는 것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내년 의사국시부터는 1등을 발표하지 않기를 바란다. ※칼럼은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023-01-25 05:10:00오피니언

질병청, 상식적인 소통과 조치 왜 못할까?

메디칼타임즈=강윤희 위원 강윤희 전 식약처 임상심사위원중국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다. 이는 예견된 일이었다. 감염병의 국가간 전파 초기, 즉 판데믹의 초기에는 자국내 의료시스템을 정비하는 시간을 벌기 위해서 발생 억제(prevention) 정책을 사용하게 되지만 이를 지속하는 것은 굳이 인간의 자유와 인권까지 언급하지 않더라도 비용-효과면에서 가성비가 매우 떨어지기 때문에 자국내 의료시스템이 정비되는 적절한 시점에서는 어느 정도의 발생을 허용하면서 관리하는 완화(mitigation) 정책으로 전환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적절한 방역완화 시점을 놓쳐서 여전히 마스크를 벗지 못하는 몇 개 안되는 멍청한 나라가 된 것이 아닌가. 중국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당히 늦은 지금 시점에서야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중국이 그만큼 통제가 강한 나라라는 것이며, 그럼에도 그런 강력한 통제도 한계는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중국에서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몇몇 나라가 중국에 대한 입국제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중국에서 입국하는 모든 사람들에 대해서 입국 후 PCR 검사를 시행하고 양성시 격리 조치를 하고 있다. 이 조치는 코로나 방역 초기에 의사협회, 대한감염학회 등 전문가 집단이 강력히 요구했던 정책이다. 왜냐하면 아직 코로나에 대해서 알려진 바가 적고, 대량 발생시 국내 의료시스템이 준비가 안됐기 때문에 코로나라는 병이 어떤 병인지, 대량 발생시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벌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그 때 우리나라 코로나 확진자 대부분은 해외 입국자들이었다. 그런데 그 때 정부는 어떠했는가? 자유와 인권 운운하면서 중국으로부터의 입국제한 조치를 시행하지 않았다. 결국 우리나라는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천지 집단감염 사태를 맞이하게 됐고, 의료진들과 국민들의 뼈를 깎는 희생으로 간신히 막아낸 경험이 있다. 그런데 가장 필요한 시점에는 하지 않다가 왜 지금 시점에서 이런 조치를 할까 참으로 의아하다. 전세계적으로 코로나에 대한 방역이 완화되고 일상이 회복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렇게 입국제한 조치를 시행해야 하는 유일한 이유가 될 수 있는 것은 중국내 확진자 폭증이 새로운 변이에 의한 것이고, 이 새로운 변이가 기존보다 독성(virulence)이 강한 경우뿐인데 지금 그런 근거가 일개도 없다. 사람들은 마치 거대한 인구를 가진 중국이라는 나라에서 이렇게 확진자들이 폭증하다간 바이러스 좀비들이 자국내로 쏟아져 들어올 것 같은 공포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실상은 어떠한가? 오늘(2023년 1월 4일) 우리나라의 신규확진자는 64106명이고, 이 중 중국으로부터 입국한 사람은 103명으로서 단지 0.16%에 해당한다. 코로나 초기 확진자의 대부분이 중국으로부터의 입국자였을 때는 취하지 않던 조치를 단지 0.16%일 때 시행한다는 것은 도무지 납득이 안간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았던 정부가 이제는 빈대 잡느라 초가삼간 태우고 있으니…그런데 중국에 대해 입국제한 조치를 취하는 나라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일본 등 몇몇 나라가 더 있다. 코로나에 대한 전세계의 대응은 초기부터 지금까지 대부분의 나라가 정상적이지 않다. 마치 인류가 과학을, 상식을, 생각을 실종한 듯한 모습이다. 그나마 상식적인 대처를 하고 있는 나라가 영국, 독일 정도인 것 같다. 영국은 미국/유럽 대부분의 나라가 그러했듯 초기에 우왕좌왕한 면이 있지만 방역완화도 가장 먼저 적절한 시점에 했으며, 이번에도 중국으로부터의 입국자들에 대해서 변이 여부 확인을 위해 검사는 시행하지만 확진자 격리를 하지 않고 있다. 영국은 트윈데믹으로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점이 있지만 고위험군에게 백신접종을 권고하면서 '몸이 좋지 않으면 가급적 집에 머물고 외출해야 할 경우엔 바이러스를 퍼뜨리지 않도록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상식적인 권고를 하고 있다. 즉, 개인의 건강에 대해서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또 독일은 중국 입국자들에 대한 규제를 할 과학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규제 강화에 반대하고 있다. 독일의 이런 기조로 인해 EU는 입국전 검사를 의무화하지 않고 권고했는데 이 정도의 조치가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막아야 할 때는 막지 않다가 이제 0.16% 발생을 막기 위해 입국제한 조치를 취하는 우리나라 질병관리청은 보일러도 아니면서 왜 자꾸 거꾸로 갈까. 하지만 국민들의 코로나에 대한 공포심, 중국에 대한 반감 등 여러 요소가 이 잘못된 정책에 기름을 붓고 있으니 참으로 그동안 코로나에 대해서 상식적인 소통과 조치를 하지 않은 결과가 참담할 따름이다. ※칼럼은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023-01-11 05:00:00오피니언

새 질병청장에게 바란다

메디칼타임즈=강윤희 위원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속담이 있다. 아무리 나는 갓끈을 고쳐 매었을 뿐이며 오얏나무 열매는 따먹지 않았다고 변명을 해도 오해를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 새 질병청장이 되신 분은 대통령의 55년지기의 아내라고 한다. 그러니 아무리 이 분이 질병청장이 되기에 충분한 전문성을 갖추었다고 해도 오해를 살 수 있는 임명이라고 생각되며 유감스럽지 않을 수 없다. 해 필자는 새 질병청장이 이런 오해를 불식하고, 제대로 된 임명이었음을 입증하기 위해서 몇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백신부작용 피해자들을 위한 국가책임제를 진정성있게 시행해야 한다. 백신부작용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책임제는 현 대통령께서 후보시절 내세운 1호 공약이다. 이 공약으로 필자를 비롯한 많은 국민들의 마음이 움직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후 이 공약에 대한 진정성 있는 시행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께서도 일절 언급이 없고, 이전 질병관리청장은 백신부작용 피해자들을 앞에 두고 무책임한 자세로 일관했다. 마치 첫 공약이 단순히 정치적 수사에 불과했었나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그러나 필자는 대통령의 초심을 믿어보고 싶다. 그 공약이 단순한 정치적 수사가 아니었으며 백신부작용으로 고통에 빠진 국민들에 대한 긍휼과 책임의 마음이었다고 말이다. 그렇다면 이번에 대통령께서 직접 임명하신 새 질병청장은 어떤 업무보다도 백신부작용 피해자들에 대한 진정성 있는 국가책임제를 시행하는데 온 마음을 드려야 할 것이다. 최근 한 언론사는 식약처가 의약품피해구제사업을 위해 수백억의 돈을 제약회사에 청구해서 받고 제대로 쓰지 않고 있다는 기사를 보도했다. 이는 필자가 식약처에서 일하는 동안에도 크게 문제의식을 가졌던 부분이다. 일본의 좋은 정책을 가져온 것까지는 잘 했으나 제대로 된 시행을 위해 식약처는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 필자는 식약처 고위 공무원에게 왜 이 좋은 제도를 의사들에게 제대로 홍보하지 않는지, 식약처에서 일하는 의사들이 주요 의학 학술대회에 가서 20분 정도프리젠테이션하면 될 터이고 학회에서도 환영할텐데 왜 이런 노력을 하지 않는가 메일을 보낸 적이 있다. 물론 필자의 많은 메일에 대해서 그렇듯이 식약처는 아무런 답이 없었다. 질병관리청 또한 백신부작용 피해자들을 위한 매우 적은 예산조차 다 쓰지 않는 형국이다. 그 몇 배의 예산을 신청해도 모자를텐데 말이다. 또 30만원 이하 소액 건에 대해서는 피해보상심의위원회 심의없이 보상함으로써 보상 퍼센티지를 늘리는 비열한 행정을 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식약처와 누가누가 더 무책임하고 비열한가 경쟁을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새 질병청장은 이런 비열한 행정을 멈추고, 진정성 있는 행정으로 국민들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바란다. 두번째, 국민들과 과학과 상식에 기반한 진정성 있는 소통을 하기 바란다. 이전 질병청장들은 자신들의 정책을 밀어붙이기 위해서 그 때 그 때 일부 제한적인 데이터를 악용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예를 들어 백신 접종 초기에는 1회 접종으로도 100% 감염이 예방된다는 국내 데이터를 활용해서 백신접종을 강요했는데, 백신의 임상시험 자체가 2회 접종으로 90% 였는데 그 때 일시적인 데이터를 심하게 왜곡, 악용한 것이다. 이는 백신을 판매하는 제약회사조차도 하지 않는 백신 프로모션이었다. 또 60세 미만에는 백신접종의 유익이 없고 도리어 해롭다는 국내 데이터는 전혀 제시하지 않고 있으며, 이런 자료는 무시하고 동절기 접종을 60세 미만까지 밀어붙이고 있다. 최근 마스크 관련 이슈에 대해서도 이전 질병관리청장은 NEJM에 실린 관찰연구를 이용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코로나 발생이 증가한다며 마스크를 벗기 어렵다고 얘기했는데 그럼 대부분의 국가들은 이런 상식적인 사실을 모르고 마스크 착용을 해지했겠는가! 지난 2년 동안 코로나 발생 증가에 대비한 의료전달체계는 구축하지 않고 대유행시기에 임기응변으로 땜빵만 하다 보니 마스크라도 붙들어야 하는 불쌍한 형국이 된 것이 아닌가. 이제 우리나라 국민들은 이런 데이터 악용에 전혀 속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옆 나라는 마스크를 쓰지 않는데, 우리는 써야 한다고 하면 쓰는 그런 독재 국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새 질병청장은 데이터를 공정하게 제시해 국민들과 진정성 있는 소통을 하기 바란다. 그 때 그 때 정책을 밀어붙이기 위해 데이터를 왜곡, 악용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할 것이다. 세번째, 중앙임상위원회의 기능을 회복하기 바란다. 중앙임상위원회는 감염병예방법상 명시된 공식 정부 위원회이며 코로나 초기 방역에 매우 크게 기여했다. 특히 중앙임상위원회는 정기적으로 기자간담회를 통해 코로나에 대한 국민적 이해와 앞으로의 예상되는 상황들을 설명함으로써 대국민 과학적 소통을 담당했다. 그런데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이 2021년 6월경 방역완화를 준비해야 한다고 언급한 이후부터 갑자기 중앙임상위원회의 기능이 사라졌다. 만약 우리가 그 때부터 방역완화를 준비했다면 우리나라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 먼저 사회적 거리두기의 해제와 마스크 착용 의무해제가 빨랐을 것이다. 그런데 그 때부터 질병관리청은 중앙임상위원회가 아니라 민간 전문가들의 입을 활용했다. 지금도 여전히 마찬가지이다. 왜 공식적인 정부위원회의 기능을 망가뜨리고, 여러 민간 전문가들이 활개치게 하는가? 새 질병청장은 이 왜곡된 행정을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새 질병청장이 필자의 위 세가지 제언을 경청하고 시행한다면 비록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을 썼다고 할지라도 그 변명이 통할 것이다. 솔직히 세가지 모두가 어렵다면 첫번째 제안이라도 잘 시행하기 바란다. 그것은 현 대통령께서 과연 첫 공약을 정치적 수사로서 자신의 정치적 야심을 위해서 취약한 국민들을 이용한 것인지, 아니면 정말 고통에 처한 국민들에 대한 긍휼과 책임의 마음으로 정치를 시작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시금석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2022-12-26 05:00:00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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