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돌봄 통합지원법 시행을 앞두고 의료계 논의가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하지만 낮은 보상과 과도한 행정 업무 부담이 여전하며, 간호조무사 수가 제외 등 방문진료 현장 애로가 크다는 비판이 나온다. 기존 체계의 문제점을 개선하지 않고는 올바른 돌봄 통합지원법 안착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우려다.
서울시립보라매병원 공공의학과 정혜민 과장은 12일 열린 일차의료 방문·재택의료 활성화를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국내 방문진료의 현황과 애로사항을 짚었다.

정혜민 과장은 우리나라가 이미 지난해 말 초고령사회로 진입했으며, 지금의 노인 인구는 이전 세대와 다른 양상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과거 노인 세대는 자녀에게 의존하고 요양원 등으로 거처를 옮기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현재의 노인은 경제력을 바탕으로 시설에 들어가지 않고, 집에서 독립적으로 살기를 원한다는 것.
실제 2023년 노인 실태 조사에 따르면, 노후에 건강할 때 90%가 집에서 살기를 원했으며, 건강이 악화했을 때도 67%가 재가 서비스를 받더라도 집에 있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또 응답자 절반 이상이 집에 거주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로 의사와 간호사 등이 집으로 오는 의료 건강 서비스를 꼽았다. 이처럼 통합 돌봄지원법의 핵심 요소로 재가 진료의 중요성이 부각됐다는 설명이다.
정 과장은 환자가 의사를 찾아가던 기존 공급자 중심의 의료체계가, 이젠 의사가 환자를 찾아가는 수요자 중심의 재택의료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일차의료 방문진료는 의원급을 중심으로 의사가 직접 환자의 집으로 방문해 고혈압, 당뇨 등 만성 질환 관리나 퇴원 후 연계 관리를 제공한다. 또 필요시 엑스레이, 초음파 등 장비를 활용한 진료도 가능하다.
하지만 정 과장은 이 사업의 참여율이 전체 의원 중 3%도 안 되는 등 저조하며, 그마저도 30% 정도만 실제 수가를 청구할 정도로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지역 간 불균형이 심화해 관련 기관이 대부분 서울이나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는 문제도 짚었다.
또 현장 의사들이 밝힌 방문진료의 주요 애로사항으로는 ▲외래 진료와 병행하기 어려운 시간 부족 ▲통합 14만 원 수준의 낮은 방문진료 수가 보상 ▲환자 섭외, 동선, 행정 처리 등으로 인한 행정 부담 등이 꼽혔다.

이와 함께 주차 문제와 서류 작업의 복잡성이 문제로 언급됐다. 진료 장비 무게로 인해 차량 이용이 필수적인데 주차 위반으로 인한 과태료나 사고 위험이 크다는 우려다. 이와 함께 종이 기록 후 EMR 입력, 행정 청구, 시범 사업 서류 작성 등 서류 작업이 여러 번 반복돼 비효율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정 과장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사회 방문진료 지원센터' 등의 설립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 센터는 중앙 정부와 의사 단체를 연결하는 네트워크 허브 역할을 수행한다. 행정기관과 연계해 대상자를 발굴하고, 의사회가 적절히 병원을 배분하는 역할을 맡는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 센터를 통해 행정 업무를 지원하고, 실무 중심의 역량 강화 교육 사업을 연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국민건강보험 자료 연계를 통한 성과 보고 데이터 구축을 통해 사업의 효과성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다.
인력 문제 해결을 위한 제언도 이어졌다. 현재 방문진료는 간호사 동반 수가만 책정돼 있어 간호조무사 동반 시 수가를 받을 수 없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간호사가 부족한 일차의료의 현실을 고려할 때, 간호조무사 동반 수가 신설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정규 교육과정을 거친 간호조무사는 욕창 드레싱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에도, 현재는 수가 책정에서 제외돼 있다는 것.
정 과장은 이어 "개원의들이 방문진료를 한 번 경험해 더 큰 재택의료센터로 연계돼야 하지만, 낮은 보상, 복잡한 행정, 이동의 어려움 때문에 참여를 주저하고 있다"며 "지원 사례를 보면, 미신청 의원급에도 같은 수준의 수가를 보상하고 동반 인력 활동비를 추가 지급하는 등 재정적 인센티브가 사업 참여의 중요한 유인책임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주시처럼 의사회 주체로 의사를 할당·관리했던 사례를 볼 때, 자원 및 네트워크 문제와 지역 거버넌스 구축이 방문진료 활성화의 핵심이었다"며 "이에 중앙 정부와 의사단체를 연결하는 '지역사회 방문진료 지원센터'를 구상했다. 이 센터가 행정기관과 연계해 대상자를 발굴하고 환자를 적절히 분배하는 네트워크 허브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마지막으로 "결국 주차 문제나 인력, 복잡한 행정 서류 같은 현장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성과 보고를 위한 데이터 연계 문제를 해결하는 등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이런 제도 개선이 지금부터 시행돼야만 국민이 '의사가 집으로 오는 건강한 생활'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어진 발제에서 대한의사협회 이충형 의무이사는 현재 지역사회에서 방문진료 수요가 폭증하고 있으나, 현장 노력만으로는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방문진료는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 다학제 팀 진료가 요구돼 초진 환자 진료에 40~50분 이상이 소요되는 등 시간적 소모가 크다는 설명이다.
이 이사는 방문진료가 필요한 잠재적 대상 인구는 최소 50만 명에서 15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거동 불편으로 진료받지 못하는 인구 17만 명, 요양 시설 및 병원 거주자 50만 명, 장기요양 등급자 및 심한 장애인, 암 사망 후 전환기 치료 필요 환자 등을 합산한 수치다.
반면, 현재 방문진료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은 전체의 1%도 안 되는 303개에 불과하다는 것. 특히 의원급 방문진료 혜택을 본 환자 수는 2만 명 수준에 그쳐 필요 수요의 4% 미만에 머무르는 실정이다.
이 의무이사는 현재 보건복지부가 시행 중인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이 환자의 응급실 방문이나 입원 일수를 줄이는 등 긍정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사업 역시 장기요양 등급자 전체 환자의 약 1% 수준만 등록돼 있어 서비스 대상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아울러 ▲기존에 진료를 보던 의사가 아닌 새로운 의사와 관계를 맺어야 하는 문제 ▲일부 의원의 경증 환자 선별 진료 ▲한의원 연계 시 통합 관리 부족 등의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는 것.
복지부 계획대로 재택의료센터가 80개까지 확대되더라도, 장기요양 등급자의 5~10% 미만만 혜택을 볼 수 있어 나머지 환자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이에 이 이사는 '주치의 모형'의 방문진료 활성화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기존부터 관계를 맺어왔던 의사가 있는 의원으로부터 간호 인력과 함께 방문진료를 제공하는 모델이다. 이 방식이야말로 환자에게 가장 편안하고 안전한 최선의 진료가 될 수 있다는 것.
이와 함께 이 이사는 개선책으로 ▲의사·간호사 등 의무 고용 부담을 완화하고 업무를 분담할 의원급 재택의료 지원센터 구축 ▲간호조무사 동반 시에도 가산 수가를 지원하는 등 수가 및 가산 제도 보완 등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초진 포괄 평가 수가 현실화와 주말·응급 방문 가산 마련 ▲환자에 대한 통합 정보 접근 권한 부여 및 의료법 보완 ▲방문진료 기관 접근성 개선을 위한 국민 홍보 등 법률적·행정적 지원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이 의무이사는 "현재 방문진료 수가는 재진 중심으로 책정돼 초진 시 필요한 포괄 평가에 비해 현실성이 부족하다. 특히 주말이나 응급 방문 가산, 산정 특례 미적용, 높은 본인 부담금 등 의료기관이 방문진료를 적극 제공하기 어렵다"며 "의사 교육과 정책 지원을 통해 일차 의료기관의 역할을 방문진료로 전환하도록 유도하는 고도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복지부도 수요에 맞춰 공급을 확대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국민이 방문진료기관을 찾는 것조차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심사평가원 홈페이지 검색 시스템 등의 개선이 시급하다"며 "의료기관이 아닌 현장에서 진료하는 특성을 고려해 환자의 통합 정보에 접근할 권한을 부여하고, 전문 진료 상황에 맞는 세밀한 법률적 보완이 뒤따라야 한다"고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방문진료 의료기관 자체의 저변이 확대되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와 국회는 환자가 오랫동안 관계 맺었던 의사가 간호 인력과 함께 방문진료를 올 수 있도록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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