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시장 초토화 속 '코로나블루 특수' 누린 정신과
문성호 기자 news@medicaltimes.com
  • 기사입력 2020-10-26 05:45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 서울 마포구에서 작은 정신건강의학과를 운영하는 김 모(48) 원장은 요즘 건물 내 다른 의원을 보면서 남몰래 안도의 한숨을 쉰다. 코로나19의 대유행 탓에 외래 진료를 찾는 환자가 반년째 급감하면서 주변 원장들은 시름이 깊어졌지만, 우울증 진료를 주로 하는 김 원장의 의원은 악영향을 덜 받아서다. 오히려 최근에는 우울증 환자가 늘어나면서 경영 상태가 훨씬 좋아질 정도다. 김 원장은 "우울증 환자가 늘어 지난해 이맘때보다 매출이 오히려 15% 정도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코로나19 여파로 대다수 의원들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우울감(코로나 블루)으로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정신건강의학과는 표시과목별 의원 중 유일하게 성장세를 기록하는 전문과목이 됐다.

     ▲ 자료사진. 코로나19 영향으로 인해 대부분의 의원들이 경영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정신건강의학과는 나홀로 뚜렷한 성장세를 기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메디칼타임즈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2020년 표시과목별 의원급 의료기관 수진자수 현황’ 및 '개‧폐업 현황' 자료를 받아 현황을 분석했다.

    우선 코로나19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닥친 2020년 상반기를 살펴보면 대다수의 표시과목별 의원이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하는 사이 정신과는 유일하게 수진자수, 즉 환자수가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물론 신경과도 전년도 같은 기간과 비교해 3.7% 늘어났지만, 정신과만큼은 아니었다. 표시과목 중 유일하게 두 자리 수인 10.9%의 환자 증가세를 기록한 것이다.

    이는 정신건강의학과 외래 진료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우울증 환자 수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심평원 자료 분석 결과, 표시과목별 의원을 찾은 경증과 중증 우울증 환자 모두 작년 기간(1월~8월)보다 10% 안팎으로 증가했다.

     ▲ 의원 표시과목별 2019년 및 2020년 상반기 명세서건수와 수진자수(자료제공 :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정신과로만 살펴보면, 우울증 환자 중 경증은 12.7%, 중증은 9% 늘어났다.

    서울 용산구의 한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은 "타과는 환자수가 줄었다고 하는 것을 고려하면 정상적으로 유지되는 것은 맞다"며 "코로나19 자체에 의한 공포, 불안보다는 감염병 사태로 인한 실직과 구직의 어려움에 의한 우울, 불안 증상으로 내원하는 환자수가 급격하게 늘었다"고 전했다.

    금천구에 정신과 원장 역시 "환자가 늘었다는 것을 체감한다"며 "상반기는 물론이거니와 지난 8월까지 꾸준히 우울증 환자가 의원을 찾았다. 코로나19에 따른 외출제한과 실직 등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최근 정부는 신경정신의학회에 우울증과 별개로 코로나블루 상병 코드 신설을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 사태로 급격히 증가한 우울증 관련 진료비를 관리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 의원급 의료기관 우을증 수진자수 현황(단위 : 명, %, 자료제공 :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신경정신의학회 임원인 한 대학병원 교수는 "정부 측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우울증 환자가 늘어나는 것을 고려하면서 별도 코로나 블루 코드 신설을 제안했는데, 학회 입장에서는 원론적인 입장만 전달했다"며 우울증과 코로나 블루를 구분해 명확한 통계를 잡으려고 한 것인데 그 이면에는 우울증 관련한 진료비 부당청구를 잡아내려고 하는 계획이 담겨 있다"고 해석했다.

    신규 개원도 걱정 NO "3개월이면 충분"

    이러한 정신과의 성장세는 개원 시장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심평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정신과가 85곳이 개업하는 사이 폐업을 선언한 곳은 13곳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코로나19가 국내에서 창궐하기 이전인 올해 1월 폐업이 집중됐다. 다시말해 코로나19 감염병이 발생한 시기 이후 정신과의 폐업은 극히 드물었다는 얘기다.

    이를 표시과목별 의원 중 코로나19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소아청소년과와 비교하면 극명하게 드러난다.

     ▲ 2019년, 2020년 1월~8월 정신건강의학과 및 소아청소년과 개폐업기관 현황(자료제공 :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소청과는 같은 기간 동안 신규 개원한 곳은 정신과보단 많은 87곳였지만, 폐업은 126곳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소청과는 전년도 같은 기간(85곳) 보다 40곳 넘게 문을 닫은 것이다.

    결국 소청과가 지난 8개월 동안 126곳이 사라지는 사이 폐업한 정신과는 13곳에 불과한 것이 된다.

    이를 두고 일선 정신과 원장들 사이에서는 '개업한 뒤 3개월이면 자리를 잡을 수 있다'는 말이 정설이 됐다.

    서울의 한 정신과 원장은 "사실 환자가 늘어난다는 것이 국가적으로는 좋은 것이 아니다"라며 "우울증 환자가 늘어나 매출이 증가했다고 어디에 자랑을 할 수도 없다. 다른 의원들은 초토화인데 정신과만 특수를 누리고 있다고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쉬쉬할 뿐"이라고 하소연 했다.

    그는 "올해 신규 개원한 원장들은 3개월만 지나면 안정기로 접어든다"며 "예전에 원장들 사이에서 '대한민국 미래가 어두운 것을 보니 정신과의 미래는 밝다'고 우스갯소리를 한적이 있는데 올해 현실화되니 씁쓸하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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