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환자를 위한 연명의료법 돼야 한다
최성철 암시민연대 대표
이창진 jina@mgnews.co.kr
  • 기사입력 2018-02-13 12:00
    2016년 2월 3일 제정된 연명의료결정법이 4일부터 시행되었다. 2004년 보라매병원 사건부터 2009년 김할머니 사건, 그 후에 이루어진 각종 사회적 논의와 제출된 법률안들의 통합 및 조정을 거쳐 무의미한 연명의료의 유보 및 중단이 제도화 된 것이다.

    시행 초기라서 당연한 일이겠지만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연명치료결정 요건의 까다로움이나, 윤리위원회의 미설치, 처벌 규정 등 일부 의료인들이 제기하는 문제점들을 환자 입장에서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의료계에서 가장 많이 지적하는 부분은 연명의료 결정 요건의 까다로움이다. 연명의료결정법은 말기 환자와 임종기 환자를 구분하고 있고, 말기 환자는 호스피스 완화의료의 대상으로 하고, 임종기 환자만 연명의료결정의 대상으로 하고 있다.

    연명의료결정법에 관한 사회적 논의 초기에는 말기환자, 임종기 환자는 물론 지속적 식물상태 환자 등도 연명의료결정의 대상으로 하는 것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 그러나 임종기 환자로만 그 대상이 제한된 것은 연명의료 결정의 대상을 엄격히 구분하여 남용을 막고, 말기 환자에게 연명의료 결정에 대한 충분한 고민과 선택의 시간을 부여하고자 함이다.

    말기 환자의 상태가 갑자기 악화되어 사망에 이를 정도가 되면 이미 임종기로 판단할 수 있고 연명의료결정의 대상이 되는데, 필요 이상으로 대상을 확대해서 말기 환자에 해당하는 모든 4기 암환자의 혈액 투석이나 인공호흡기 착용을 중단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의식이 없는 환자에 대한 연명의료 결정을 위해 가족 전원의 동의를 요구하는 것도 많은 논란이 되고 있다. 이는 가족들의 합의된 의사(意思)로 환자의 의사(意思)를 추정하는 것에 대한 문제이고, 그 자체의 적절성에 대한 논란은 물론 수많은 분쟁을 양산할 가능성도 있다.


    1인 가정이 늘고 가족 간의 유대가 점점 약해지는 요즘 가족의 합의로 환자의 의사를 추정하는 것 자체는 악용의 위험이나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 일부 가족의 동의만으로 연명의료를 결정할 경우 분쟁이 발생할 위험 또한 크다. 다소 불편함이 있더라도 환자의 의사를 최우선으로 하고 분쟁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은 필요하다.

    다만, 동의 주체인 가족의 범위가 배우자, 직계 존속 이외 직계비속까지 포함되어 그 범위가 너무 넓다는 의료계의 주장은 타당성이 있다. 임종기 환자의 배우자, 부모, 자녀로 그 범위를 제한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다음으로 윤리위원회 설치 문제가 있다. 의료기술의 발달로 인해 새롭고 복잡한 윤리적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일정 규모 이상의 병원은 윤리위원회를 구성,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또한 연명의료의 결정은 사람의 생명에 직접 관여하는 일로 어떤 경우보다 신중하고 엄격한 절차가 필요하고, 환자와 가족의 의사(意思)를 확인할 수 없을 경우 발생할 윤리적 문제를 심의하기 위한 의사결정구조가 꼭 필요하다. 더구나 환자와 환자가족 이외에 의사의 요청도 심의함은 물론 상담과 교육 등의 기능도 수행한다.

    법률 제정 후 1년 6개월의 기간이 연명의료 결정을 위한 윤리위원회를 구성하기에 부족한 시간은 아니다. 법률과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병원의 노력이 부족한 것이다. 중소병원이나 요양병원의 경우에는 공용윤리위원회에 업무의 위탁이 가능함을 감안하면 현실을 무시한 제도라는 의견도 납득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처벌 조항의 문제가 있다. 연명의료결정 이행의 대상이 아닌 사람에게 연명의료 결정을 이행한 자에 대해서는 고의가 있으면 당연히 형법 상 살인죄의 적용이 가능하고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고의가 아닌 과실로 연명의료 결정을 이행한 자에 대해서는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죄가 되고,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그러나 연명의료결정법에 의해 이를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 것은 형벌을 대폭 완화한 배려 측면이 강하다. 그런데도 의료계에서 형사처벌 조항이 연명의료 문화 조성을 위축시킨다고 하니 이해하기 힘들다.

    의료기록을 허위로 기록한 경우나 정보를 유출한 경우에는 기존 의료법상의 처벌과 큰 차이가 없고, 이외의 벌칙이나 자격정지, 양벌규정, 과태료 등에도 크게 무리는 없다고 본다. 문제는 제도의 시행을 위한 시스템이 아직 완벽히 갖추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억울한 처벌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어 시급한 개선이 필요하다.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죽음에 대한 성숙한 논의가 부족하다. 죽음에 대한 진지한 고민보다는 애써 외면하며 살아가는 경우가 많고 변화는 있었지만 아직 사회적 합의는 존엄사나 안락사가 아닌 무의미한 연명의료의 중단에만 겨우 이르렀다. 최소한의 경우로 그 적용을 제한하여 남용이나 악용의 가능성을 최소화한 상황이다.

    앞으로 지속적인 논의와 법과 제도의 개선을 통해 문제점을 보완하고 발전시킬 필요가 있음에도 당장 대상의 확대나 요건의 간소화, 책임의 회피만을 주장하는 것은 환자의 존엄한 죽음을 위한 연명의료결정이 아니라 의료 행위와 절차의 간소화를 위한 연명의료결정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환자의 존엄한 죽음을 위한 연명의료결정이라면 그 결정은 말기환자나 임종기 환자가 할 것은 아니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사람이 평소의 가치관에 따라 합리적인 판단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고, 그런 상황에서 선택을 강요하는 것은 심각한 학대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건강할 때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 충분히 고민해보고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고, 그런 의미에서 사전의료의향서를 더욱 보편화하고 나아가 의무화나 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연명의료의 중단은 선이고, 연명의료의 지속은 악이라는 판단도 위험하다. 사실 경제적 문제가 없다면 일정 기간 이상은 연명의료를 지속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그 선택은 존중받아야 하며 비난할 수 없다. 국내 최대 재벌의 전 회장님에게 연명치료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이를 문제 삼는 의료인은 없지 않은가?

    아울러 당장 연명의료가 중단되어도 환자가 바로 사망하는 것은 아니라서 이들이 이용할 호스피스, 완화의료가 필요함에도 이를 위한 병상은 여전히 부족한 문제도 있다.

    이처럼 시행 초기에 있는 연명의료결정법에는 개선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대상을 늘이고 요건을 완화하는 것 이외에도 죽음에 대한 인식의 개선이나 다양하고 간소한 의사결정 수단 등 시행 후 일정 기간이 경과해야만 하는 것들도 많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실제 환자들이 존엄한 죽음을 맞을 수 있게 하는 연명의료결정법으로 만들어 가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본 기고문은 메디칼타임즈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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