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적 근거없이 질주하는 문재인 케어…건보료부터 설득하라"
|긴급대담①|의료계 전문가 4인이 바라본 건강보험 보장성강화 정책의 허점
특별취재팀 기자 news@medicaltimes.com
  • 기사입력 2017-09-14 05:00


    |메디칼타임즈 특별취재팀| 정부의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가 2017년 하반기 의료계를 뒤흔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800여개의 비급여를 급여화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직접 발표하며 의지를 보이고 있다.

    메디칼타임즈는 지난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허대석 교수, 대한중소병원협회 정영호 부회장, 대한개원의협의회 어홍선 부회장, 대한의원협회 김성원 의료정책특임고문, 보건복지부 손영래 비급여관리팀장 겸 예비급여팀장을 초청, 특별 대담을 통해 비급여 전면 급여화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했다.

    정부는 60% 대에서 머물고 있는 보장성 강화 정책은 '비급여'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의료계는 불가피한 보험료 인상, 의료계의 저수가 현실 등을 정부가 나서서 적극 홍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칙없는 비급여의 급여화"

     ▲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허대석 교수
    허대석 교수: 급여화는 보장성 강화 차원에서 좋은 일이지만 현정부의 비급여 전면 급여화는 '원칙'이 없다. 원칙을 정리해야 한다. 의학적 근거가 높은 순서대로 급여화가 이뤄져야 한다. 영국은 근거수준을 계속 평가해 그 데이터를 공개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냥 회의 한 번 덜컥 해버리면 급여가 결정나버린다.

    지난 정부에서 등장한 선별급여만 봐도 그렇다. 우선 선별급여 목록 약 480개를 보면 근거 수준이 높다고 선뜻 말할 수 있는 게 없다. 한방향기요법, 자연훈련법 등이 들어있는데 무슨 기준으로 급여화를 하겠다는 말인가.

    김성원 고문: 비급여의 급여화 전제가 의학적 근거 수준이 아니라 오로지 재정적 문제에서만 접근하는 것 같다. 보장률, 보장성에만 너무 매몰돼 대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려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손영래 팀장: 처음 3800개라고 발표했던 비급여 항목은 재정비부터 해야 한다. 70년대 만들어진 목록이기 때문에 '이게 뭐지?'라는 것도 있다. 각 학회와 논의해서 의학적 근거를 검토하고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에도 검토를 의뢰하려고 한다.

    3800개를 정비한 후 근거수준이 높고 경제성이 뛰어난 것은 필수급여로 하고 그렇지 않은 항목은 예비급여로 편입한다. 물론 소수겠지만 퇴출되는 항목도 있을 것이다.

     ▲ 대한개원의협의회 어홍선 부회장
    어홍선 부회장: 비급여의 정의에 혼란이 있다. 비뇨기과의 예를 들겠다. 발기부전약도 비급여지만 의학적 타당성은 매우 높다. 노동력 상실과 관계없고 삶의 질을 높인다. 그렇지만 미용성형과는 다른 개념이다. 정부는 비급여의 급여화 과정에서 미용성형 관련 비급여는 예외로 둔다고 했지만 정의에 따라 계속 예외가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손영래 팀장: 비급여의 급여화는 필수적 의료에 방점을 찍고 있다. 치료에 필요성 정도를 보고, 그 원칙을 정할 것이다. 대머리, 발기부전 것에서 치료의 필수성이 있다고 볼 것인가, 기능개선으로만 볼 것인가에 대해 선을 그으려고 한다.

    비급여를 급여화 한다고, 보장성 강화가 가능할까?

    김성원 고문: 2005년부터 보장성 강화 정책이 시작됐는데 정부는 매번 보장률을 80%로 하겠다, 70%로 하겠다고 발표 했었다. 그러면서 몇십조원을 투자해 왔는데 보장률은 올라가지 않고 있다. 그 이유를 오로지 비급여 때문으로 보는가.

    손영래 팀장: 그렇다. 국민 총의료비 크기를 보는 것 중 하나가 보장률인데 이게 안오른다는 얘기는 환자 본인부담금이 커지고 있거나, 비급여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 대한의원협회 김성원 의료정책특임고문
    김성원 고문: 정부가 보장성 강화를 위해 투자하는 재원이 비급여 증가 속도를 못 따라가기 때문일 수도 있다. 비급여가 보장률을 정체시키는데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에 대한 보고서를 본적이 지금까지 한 번도 없다. 정부는 비급여 때문에 보장률이 올라가지 않는다고 믿고 정책을 펴고 있는데 전제부터 잘못됐다. 정부는 비급여를 급여화 했을 때 보장률이 올라갈 것인지 일종의 실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보장성은 경상의료비 대비 공공의료비 비중을 말하는데 독일이나 프랑스는 85%까지 올라가 있다. 이만큼 올라가면 국민 부담은 줄게 돼 있다. 비급여 때문에 보장성이 올라가지 않고 있다가 아니고 정부 재원이나 국민 부담이 낮기 때문에 보장성이 제자리 걸음이라는 것이다. 비급여 규제를 하더라도 공공의료 부분 보장성은 많이 올라가지 않을 수 있다.

    비급여를 희생양 삼아서 규제하면 오히려 건강이용량도 늘어날 것이고 정부 재정에도 엄청난 압박이 올 것이다. 우리나라 의료제도는 상당히 왜곡돼 있다. 보험료가 낮으며 정부재원도 적고 수가도 너무 낮다. 이런 요소들은 그대로 둔채 국민 부담을 덜어준다고 급여율만 올리면 건보재정이 당장 동날 것이다.

    허대석 교수: 암환자 본인부담률은 20%에서 5%까지 낮아졌다. 그사이 암환자 의료비는 2~3배 이상 늘었다. 본인부담은 줄었지만 총액은 바뀌지 않았다. 시장 전체가 늘어났으니 비급여 부분이 커진 것이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환자들이 엉뚱한데다 치료비를 쓰고 있다는 소리다.

    약 500개의 선별급여 항목 중 필수는 거의 없다. 적정보상이 안 되면 의사들은 다른 비급여를 또 개발해서 내놓을 것이다. 정부 통제 밖의 다른 어떤 것 말이다. 환자 역시 일정 방향으로 쓰고 싶어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손영래 팀장: 사실 이번 대책의 제일 고민거리다. 의료계에서 비급여를 계속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 보건복지부 손영래 비급여관리팀장 겸 예비급여팀장
    이전에는 없던 개념 '예비급여'…혁명적이다?

    손영래 팀장: 우리나라는 비급여 팽창 속도가 급여의 2.1배다. 상당히 왜곡된 구조다. 근거는 있지만 비용효과성이 떨어진다고 하는 항목은 본인부담률을 높여서라도 관찰하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도입한 게 '예비급여'라는 제도다.

    정영호 부회장: 문재인 케어가 혁명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예비급여라는 개념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비급여가 팽창하는 것을 끊어주기 때문에 혁명적이라는 것이다.

    의학적 근거가 전혀 없는 비급여를 제외한 모든 의료행위를 예비급여라는 이름으로 정부는 통제에 나선다. 즉 가격과 빈도를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껏 보험등재를 한 번 하려면 수가 결정에 굉장히 많은 에너지를 썼다. 검증된 것만 급여를 해줬는데 예비급여는 전혀 반대의 개념이다.

    과거에는 수가를 결정할 때 저수가를 근거로 만들어진 상대가치점수를 참고했다. 이것부터가 문제다. 정부 입장에서는 제조사 원가, 행위 원가 자료를 100%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예비급여 수가는 어떻게 결정해야 할까. 예비급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필수급여, 이미 급여화 돼 있는 부분에 대해 상당부분 원가보상을 하고 예비급여 가격을 정해야 한다. 필수급여는 저수가인데 예비급여 수가만 높게 책명하면 형평성에 맞지 않다. 전체적인 원가보상이 어떻게 이뤄지게 할 것인지 정부는 고민해야 한다.

    손영래 팀장: 예비급여는 급여와 비급여의 중간지대다. 빈도 분석을 위한 제도이지 통제를 위한 제도가 돼서는 안된다. 예비급여는 재평가를 할 예정이다. 통제를 하기 시작하면 재평가를 할 때 과소추계 된다는지, 편법을 쓴다든지 등의 왜곡이 생길 수밖에 없다.

    수가 정상화를 위해서는 비급여를 급여권으로 이전하면서 그 재정 포션을 급여권으로 넣어줘야 한다. 급여와 비급여를 합산한 수익률은 100을 넘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방법론은 물론 다르다.

    예를 들어 MRI는 급여권에서 2000억원, 비급여권에서 8000억원이 움직이고 있다. 8000억원을 유지하면서 급여권으로 들이려고 할 때 MRI 가격을 관행수가 수준으로 올리는 방법이 있다. 또 기존 가격을 인정하면서 결손되는 비용을 다른 부분에서 인상하는 방법이 있다. 이런 방법적인 부분은 의료계와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의사들은 비급여를 별로 하고 싶지 않지만 현실적으로 해야하고 사람에 대한 가치보다 장비, 기계들로 이익을 남기고 있는 실정이다. 이 이익부분을 급여권으로 옮겨가면서 이 재정을 필요한 수가 부분으로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저수가 현실, 정부가 나서서 국민 설득해야"

     ▲ 대한중소병원협회 정영호 부회장
    어홍선 부회장: 당초 정부 발표대로라면 내년 보험료 인상률은 3% 이상이 됐어야 함에도 1%p 낮은 2%대로 결정됐다. 최종 심의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변혁이 없으면 아무리 정부와 의료계가 논의해도 탁상공론에 그치게 된다.

    의료계랑 이야기한다면서 협의체를 만들자고 하면 뭐하나. 최종의결 기구에서 이렇게 막히는데. 보험료율 이라도 3% 올렸다면 의료계는 정부를 조금이라도 더 믿을 수 있었을 것이다.

    정부는 '전면' 급여화라고 해서 국민 기대감만 증가시켰다. 같이 합의하고 이해하고, 발전적으로 나가는 것이 중요한 상황임에도 말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제는 의료비 걱정없다'는 플래카드까지 내걸고 있다. 혁명적인 프레임을 좋아하지만 방법론 상에서 급진적이고 오류가 있다.

    지금까지 저수가였다. 각종 자료가 말해주고 있다. 많지는 않지만 건강보험료를 올려야 한다고 정부가 국민을 설득해줘야 한다.

    허대석 교수: 근본적 이슈는 국민이 의료에 대해 무엇이 불만인가를 봐야 한다. 우리나라 의료는 모든 게 소비중심이다. 과잉진료, 과잉소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저수가인데다 보장성 강화를 더 해주면 물적으로 쓰는 양은 더 늘어날 것이다.

    지난 40년간 저수가로 팽창하면서 국민한테 물적으로는 많이 보장해줬다. 그걸로는 보장률을 높이는 데 한계가 왔다. 필수진료는 이미 다 되고 있다. 현재 정부 정책은 국민이 엉뚱한 데 돈을 쓰게 만들고 있다. 간병, 왕진 등 잘 안되고 있는 부분에 돈을 써야 한다.


    김성원 고문: 보장성 강화를 할 생각이 정말 있다면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국고 지원도 4200억원 추가 하는 것으로 끝난 것 같은데 의지가 정말 없다고 본다. 진정한 의미의 보장성 강화에는 관심없고 총액계약제로 가는 전초가 아닌가 생각한다.

    손영래 팀장: 보험료 인상이 필요하다는 설득을 하려면 인상이 왜 필요한지를 설득해야 한다.

    지난해 급여비로 나간 돈이 45조원이다. 지금 건강보험 재정은 21조원이 흑자다. 이 상태에서 당장 보험료를 인상할 것인지 후반에 비교적 크게 인상할 것인지는 전략적인 선택이다.

    허대석 교수: 의사들이 비급여를 하지 않고도 진료를 할 수 있게끔 해줘야 한다. 필수의료에 대한 수가가 낮다보니 비급여를 하고 있다는 현실을 이야기해주고 국민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정부가 설득해야 한다.

    |특별취재팀| 이창진, 이지현, 이인복, 박양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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