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만 아는 지도전문의와 전공의
이창진 기자 news@medicaltimes.com
  • 기사입력 2016-10-19 05:00
    |메디칼타임즈 이창진 기자| 고 백남기 씨 사망진단서 논란으로 불거진 지도전문의(지도교수)와 전공의 관계.

    서울대병원 서창석 원장과 백선하 교수는 지난 14일과 15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종합국감에서 "사망진단서 관련 모든 책임과 권한은 주치의(지도전문의)에게 있다"고 밝혔다.

    역으로 해석하면, 사망진단서를 작성하고 서명한 권모 전공의(레지던트)는 아무런 책임과 권한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증인으로 출석한 서창석 원장과 주치의이자 지도교수인 백선하 교수의 답변은 많은 물음을 던진다.

    일각에서는 '병사'로 기재한 백남기 씨 사망진단서가 정치 쟁점으로 부각한 만큼 원장과 지도교수가 모든 책임을 떠안고 가겠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여기에는 백선하 교수의 지도하에 사망진단서를 작성한 권 모 전공의를 보호하겠다는 뜻이 이면에 담겨있다.

    반대로, 수직관계인 도제식 교육인 스승과 제자인 지도전문의와 전공의 간 관행에 입각한 답변이라는 지적이다.

    전공의에게 지도전문의는 절대 권력이라는 과거의 잔재가 여전히 남아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의견이 나누고 있다.

    한 그룹은 사망진단서 '병사' 표기에 대한 진위여부 추궁에, 다른 한 그룹은 지도교수로서 책임감 있는 언행 등에 무게감을 실고 있다.

    국감 현장에 있던 기자조차 혼란스럽다.

    사망진단서 관련 정치적 공방은 둘째치고라도, 지도전문의와 전공의 상호의 역할과 책임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야당 측이 지적한 대로 전공의 수련내용을 명시한 현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에는 지도전문의라는 용어가 없다.

    인턴과 레지던트, 수련병원, 수련기관의 장, 모병원, 자병원 등으로 현 수련업무가 규정되어 있다.

    다만, 병원협회 병원신임위원회 규정을 통해 전문과목 전공의 정원을 정할 때 수련병원별 지도전문의 수에 따라 결정하는 방식에 상징적 의미로 적용했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모두 아는 사실이나, 법적인 근거와 규정도 없는 지도전문의.

    다행히 오는 12월 23일 시행하는 '전공의특별법'(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향상을 위한 법률)에는 지도전문의 용어를 명시하고 있다.

    입법예고를 마친 관련법 시행규칙 제5조 3(지도전문의 교육의 내용 등)에는 지도전문의 역할과 책임 및 전공의 지도교육을 위해 필요한 사항 등을 포함하고 있다.

    그렇지만 상징적 의미일 뿐 지도전문의 역할과 책임 등이 전공의특별법 하위법령에 세부적으로 담길 가능성은 희박하다.

    복지부도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한 공무원은 "전공의특별법 입법예고 기간 제출된 의견 중 지도전문의 관련 내용은 없다. 국정감사에서 불거진 만큼 지도전문의와 전공의 역할과 책임 등을 현실적 부분을 고려해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전공의특별법이 지도전문의와 전공의 간 관계를 교육자와 피교육생 간 사무적 관계로 변질시킬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정진엽 복지부 장관의 답변처럼 '교육이 끝나면 수련병원을 떠나는 피교육생'에 불과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전공의협의회가 서울대병원 서창석 원장과 백선하 교수의 답변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도 전공의특별법 시행과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보건복지위원회 야당 관계자는 "서울대병원 원장과 백선하 교수의 답변을 준용하면 전공의특별법이 시행되더라도 실효성이 의문"이라면서 "교육생이자 근로자인 전공의라는 특이한 사항을 감안해 복지부가 하위법령을 어떻게 준비하는지 면밀히 지켜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수련현장에 있는 2만 여명의 전공의들이다.

    자신이 서울대병원 권모 전공의 입장이라면, 서울대병원 서창석 원장과 백선하 교수의 답변을 어떻게 판단했을까.

    분명한 점은 수련과정을 마치고 개원의나 봉직의가 되더라도 학연과 지연으로 얽힌 의사 사회 치열한 생존법은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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