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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신진료 의료환경으로 돌아가자"
  • 박종훈 • 서울기독병원 진료부원장
  • 기사입력 2003-06-16 00:25
이창열기자 기자 (news@medicaltimes.com)
프롤로그

올리버 스톤 감독의 1997년 작 ‘U-turn’. 아리조나주 사막 지대의 한적한 마을을 지나던 청년은 온통 비정상적인 마을 사람들을 상대하며 겪게 되는 인간군상을 그린 작품.

마을 초입에 세워진 ‘유턴 금지’라는 푯말은 마치 한번 들어서면 도저히 빠져 나오기 힘들 것 같은 마을임을 미리 알려준다.

멀더 선생이 최근 개원의에서 봉직의-‘봉직의’는 일본식 표기라고 하는데 ‘병원의사’ 하면 왠지 말의 느낌이 이상하다. 왜? ‘약국의사’라는 말은 없으니까-로 ‘U turn’했다.

‘멀더’를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먼저 소개하면 본래 ‘멀더’는 미제(未濟) 사건, 기이한 사건, 가령 미국은 네바다주 S4 지하기지에서 불시착한 외계인에 대해 비밀리에 생체실험을 하고 있다는 등 즉 영어로는 ‘X-file’을 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FBI 요원으로 폭스사 제작의 텔레비전 드라마 주인공.

그러나 여기서 멀더는 메디게이트 무찌마 그 동네에서는 꽤 유지로 통하면서 여러 추종자들을 거느리고 두어 차례 의협 회장 선거기간 동안에는 선거에 출마하라는 권고 종용과 함께 ‘안 나오면 쳐들어간다’는 식으로 갖은 애교 섞인 협박(?)까지 받았던 인물로 본명은 박종훈(서울기독병원 진료부원장 • 정형외과 전문의) 선생이다. 박종훈 선생의 양해로 이 인터뷰에서는 멀더 선생으로 부르기로 한다.

멀더 선생을 만나 개원의에서 봉직의로 유턴하게 된 속내와 그래서 지금 행복하신지 살림살이는 좀 나아졌는지 들어보았다.

2000년 강호의림에 들다

멀더 선생은 1997년 정형외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3년여를 전임의 생활을 하다가 수련병원에서 봉직을 하던 중 어느 날 아침 출근 길에 그만하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어느 날 아침 출근하다가 그만하자는 생각이 들어서 사표 내고 개원을 시작했어요. 개원 자리는 그냥 지나가다가 신호에 걸려서 무심결에 둘러보던 중에 눈에 띄는 임대 플래카드가 보이길래 차 세우고 들어가서 계약했지요. 주변의 인구가 어떻고 병의원이 얼마고 이런 것 조사 안 했지요. 그저 큰 병원서 탈출해서 조용히 살고 싶었으니까요”

‘어느 날 아침’ 하면 생각나는 것이 ‘달과 6펜스’에서 런던의 평범한 주식중개인 스트릭랜드는 아내와 자식이 있는 40대 남자로 ‘어느 날 아침’ 무엇인가에 이끌려 처자를 버리고 파리로 떠나 그림을 그린다.

이문열의 소설 ‘귀두산에 낙타는 없다’에서도 ‘어느 날 아침’ 평범한 직장인은 양복에 넥타이를 맨 출근 차림 그대로 회사가 아닌 귀두산으로 일탈한다.

멀더 선생의 ‘어느 날 아침’도 ‘그저 큰 병원에서 탈출해서 조용히 살고 싶은 것’이 그런 것이었을까?

그는 이어 “우리의 의료환경에서 많은 환자를 수술한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의료분쟁의 소용돌이를 피해갈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리고 개원이 욕심만 없으면 편안하게 진료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었습니다”고 말한다.

개원의로서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

경기도 구리시에 본정형외과의원 간판을 걸고 개원 자체는 어렵지 않았지만 개원 초기 지출은 크고 수입은 적은 정형외과 특성상 어려움도 있었다고 한다.

멀더 선생은 “처음 개원해서는 야간 진료도 했습니다만 잠시 하고 그만두었어요. 개원을 한 이유가 아둥바둥 하면서 살기 싫어서이었는데 다시 그렇게 하는 것이 싫었지요. 물론 그러다 보니 내원 환자가 초반에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직원들하고 지내면서 아주 즐거웠습니다.”고 말한다.

1년 정도 지나다 보니 단골 환자들도 생기고 돈이 있으면서도 원장 앞에서는 죽는 소리하는 할머니와 실랑이를 벌이면서 웃음도 나오고 그런 삶의 소소한 일상들이 좋았다고 한다.

멀더 선생은 “환자들 개개인의 속사정까지 알고 있는 개원의가 가장 좋은 의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고 말한다.

소신진료 막는 부당 삭감

“환자수가 적기 때문에 발생하는 경제적 고민은 얼마든지 감수 하겠는데 적절한 진료를 하고도 억울하게 당한다든지 또는 의사를 삐딱하게 바라보는 환자를 대할 때 느끼는 허탈감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한번은 내게 진료를 받은 단골 환자가 직원들에게 내게 과잉진료 하지 말라고 충고해 달라고 하더랍니다. 그나마 나를 좋게 생각을 해서 조용히 말하더랍니다. 자초지종을 물으니 심평원서 그 환자에게 시행되었던 물리치료가 자신들이 인정하는 기준을 초과해서 했다고 삭감을 하고는 내게서 환수한 돈을 환자에게 돌려주면서 치료 받는 병원에서 과잉 진료한 부분을 찾아주는 것이라고 통보를 했다는 것이지요. 의사의 진료행위가 아무런 사전통보 없이 의사가 아닌 사람들에 의해서 평가되고 그 결과가 왜곡된 설명과 함께 통보되는 이런 시스템 속에서 진료를 한다는 것이 무척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멀더 선생은 이어 “당시에 저야 청국액이 적은 상황이라 실사가 안 나왔지만 언제나 실사를 염두에 두고 진료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 도저히 분해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고 말한다.

그는 이어 “심평원이나 공단에 대한 분노보다 동료 의사들이 힘없이 무너져 가는 현실을 보는 것이 더 황당했습니다”며 “연일 그런 문제를 가지고서 이곳 저곳에 글을 올리면서 싸운다는 것이 개원의로서 부담스럽기도 하고 그래서 진료행위가 보장 받는 시기가 되면 다시 개원해야지 하고 그 때까지는 부담 갖지 않고 싸우고 싶어서 개업을 접었습니다”고 말한다.


권토중래를 꿈꾼다

멀더 선생은 요즈음 “퇴근 후에도 하루 이틀 걸러 밤 10시 11시에 병원으로 콜 받아서 다시 들어와 환자를 다시 보지만 삭감을 우선 머리 속에 염두에 두지 않고 진료할 수 있어 좋다”고 말한다.

멀더 선생은 “어느 의사나 자신의 진료실에서 소신 진료를 하는 것은 의과대학 때부터 누구나 갖는 꿈일 것입니다. 병원으로 돌아오면서 개원의로서 투쟁에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는 생각도 했습니다”며 “의사로서 소신진료를 할 수 있는 의료환경이 되는 날 좋은 개원의로 돌아갈 것이다”고 말한다.


에필로그

멀더가 들어선 마을은 ‘온통 비정상적인 사람들(?)이 모인’ Medigate 익명 게시판 무찌마이거나 무찌마에 들어서기까지 달려온 열사(熱沙)의 땅 대한민국 의료현실일 지도 모른다.

멀더 선생의 진료실 책상에는 영화 배우 안재욱과 정준호와 함께 찍은 사진이 액자에 담기어 놓여 있다. 멀더 선생은 “의사가 되지 않았으면 딴따라가 되었을 것이다”고 말한다.

의사의 무게를 빼고 환자에게 좀더 친숙하게 다가가고 싶은 따뜻한 마음으로 읽힌다.

의사 수 증가와 함께 이미 개원가는 포화상태라고 말한다. 그 역기능으로 정부와 국민 의사 모두 고통을 받고 있다. 당연한 필연적인 결과일 것이다.

포화된 개원가는 봉직의로의 U-Turn을 가속화시키고 병원의사협의회에서 병원의사노조 등으로 조금 더 의사회 조직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해 본다.

‘The truth is out there’라고 말하는 멀더가 소신 진료를 할 수 있는 의료환경속에서 개원의로서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에 ‘우헤헤’ 웃는 모습이 하루 빨리 오기를 모두 함께 기원한다.
  • 기사입력 2003-06-16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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