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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루 20시간 살인근무 전공의 자살 "병원 책임있다"
  • 대전지법 "보호의무 위반…국가와 공동배상, 책임 70%"
  • 기사입력 2017-06-15 13:08
박양명 기자 (news@medicaltimes.com)
|메디칼타임즈 박양명 기자| "수련을 받는 것이 너무 힘들어 도망치고 싶다. 환자뿐만 아니라 회진이나 컨퍼런스 때문에 미칠 것 같다."

4개월 동안 병원에서 하루 3~4시간 쪽잠을 자며 20시간 가까이 근무하던 내과 전공의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동료들에게 건낸 마지막 말이다.

이 전공의가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데는 병원과 국가의 책임도 있다며 유족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전지방법원 제12민사부(재판장 문보경)는 최근 A대학병원에서 내과 레지던트로 약 4개월 동안 근무를 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전공의 B씨의 유족이 국가와 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병원과 국가의 책임을 70%로 제한하고 공동으로 유족에게 5억7827만원을 배상하라고 했다.

2003년 의대에 입학한 B씨는 공부에 대한 부담과 불안감으로 2005년 본과 1학년 때 혼합형 불안 및 우울병 장애, 2008년에는 비기질적 불면증 진단을 받은적 있다.

인턴을 마친 후 해군 군의관으로 군 복무를 마치고 2013년 5월부터 A대학병원 내과에서 수련을 시작했다. 9월 7일 극단적 선택을 할 때까지 B씨는 휴가 5일을 제외하고는 하루 20시간 가까이 근무를 해야했다. 잠도 틈틈히 하루 3~4시간 불규칙하게 눈을 붙이는 게 전부였다.

호흡기내과, 소화기내과를 거쳐 신장내과 근무를 시작하면서 B씨는 특히 극한 피로를 호소했다. 선배 레지던트가 없어 담당 교수에게 1대1 교육을 받아야 했고 1년차가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져야 할 문제들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신장내과 근무 일주일 동안 B씨는 환자 진료에 필요한 전화 연락을 170번이나 받았고, 야간시간대에만 44번 전화를 받았다.

A대학병원은 통상적으로 1년차 레지던트 1명당 약 15~20명의 환자를 배정하는데, B씨는 신장내과 근무 기간 동안 25~30명의 환자를 담당했다. 레지던트로서 처음 접하는 치료법인 혈장교환술 환자도 담당해야 했다. 여기에다 컨퍼런스 발표 준비까지 겹쳐 사망 3~4일 전부터는 거의 잠도 자지 못했다.

B씨의 아내는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지만 "고인이 스스로 사망하기 전 업무상 스트레스로 정상적 인식능력을 상실한 정신 이상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B씨 아내는 유족 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서울행정법원은 "고인의 사망은 A대학병원에서 한 레지던트 업무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B씨 유족측은 병원과 정부를 상대로도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대전지법 역시 "B씨의 죽음과 레지던트 업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B씨 근무조건이 전공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과 전공의의 표준 수련 지침 상 최저기준에 한참 못미칠 정도로 열악하다"며 "극단적 선택에 직접적이고 중요한 원인을 제공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병원은 B씨에 대한 보호의무를 현저히 위반한 과실이 있다"며 "정부는 병원에 대한 출연 및 보조를 하고 병원 업무를 지도, 감독하는 주체로서 공동해 손해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또 "객관적인 사회 통념에 비춰보더라도 A대학병원은 B씨에게 도저히 처리할 수 없는 환자수 및 업무량을 배정했다"며 "병원 측은 업무량이나 인력배치 등을 조정하는 조치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다만 "B씨는 과중한 업무가 힘들더라도 이를 이겨내면서 발전할 수 있는 계기로 삼거나 업무에 문제가 있다면 상급자 등에게 정당하게 문제를 제기해 해결하려는 적극적 노력을 하지 않은채 극단적 행동을 선택한 부분에서는 잘못이 있다"며 병원과 국가의 책임을 70%로 제한했다.
  • 기사입력 2017-06-15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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