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항정약 증가 발표에 병원들 “복지부 원인 제공”
이창진 기자 (news@medicaltimes.com)
기사입력 : 2021-04-23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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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년 증증도 수가 시행, 치매환자 의료 중도 항정약 투여해야 인정
  • |병원들 격앙 "처방해야 수가 주더니, 공문·적정성 평가로 압박하나"
[메디칼타임즈=이창진 기자] "요양병원 항정신성의약품 처방 증가 원인은 보건복지부다. 중증도 중심 수가체계에서 처방을 유도하더니 코로나 사태 이후 처방을 규제하겠다는 정책이 말이 되느냐."

수도권 A요양병원 원장은 항정신성의약품 처방 규제를 위해 요양병원 압박 정책에 구사하는 보건복지부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요양병원계는 항정약 처방 증가 원인은 건정심에서 의결한 수가개편 방안에 있다고 지적했다. 강도태 보건차관 주재 건정심 회의 모습.
앞서 복지부는 지난해 11월 중대본 정례브리핑을 통해 "코로나 사태 이후 요양병원 항정신성의약품 처방량이 급증하고 있다"면서 "적정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처방 내역 제출 의무화와 청구내역 분석을 통한 현지확인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당시 복지부는 코로나19 발생 전과 비교해 요양병원의 항정신성의약품 처방량이 7.5% 증가했다며 코로나 블루와 관련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 파악하겠다고 덧붙였다.

복지부 발표 이후 빠르게 실행 방안이 진행됐다.

심사평가원은 전국 1400여개 요양병원의 처방내역 분석을 통해 코로나19 전후 대비 처방량이 증가한 요양병원을 대상으로 중점관리 대상임을 알리는 공문을 최근 전달했다.

지난 2019년 11월부터 2020년 1월 그리고 2020년 10월부터 2020년 12월 등 코로나19 발생 전후 총 6개월 진료분을 지표로 삼았다.

또한 요양병원 수가와 연동된 적정성평가 항목에 항정신성의약품 처방 지표 신설 등으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요양병원들은 보건당국의 갑작스런 공세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요양병원에서 항정신성의약품 처방이 증가한 이유는 무엇일까. 복지부 추정대로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고령 입원환자들의 코로나 블루가 원인일까.

2020년부터 적용한 중증도 중심 요양병원 정액 수가.
메디칼타임즈 취재결과, 요양병원 수가체계 조정이 항정신성의약품 처방 증가에 크게 작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복지부는 2019년 4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7단계 정액수가를 5단계로 축소하는 '요양병원 건강보험 수가체계 개선방안'을 의결했다.

수가개선 핵심은 의료 중증도가 높일수록 수가를 높게 책정한 것이다. 사회적 입원 등 경증 환자의 장기입원을 차단하겠다는 의미이다.

복지부는 2020년부터 의료 최고도와 의료고도, 의료중도, 의료경도, 선택입원군 등 5단계 요양병원 수가를 적용했다.

문제는 의료중도에 포함된 치매환자이다.

복지부는 2019년 5월 상대가치점수 개정을 통해 의료중도 분류에 '치매진단을 받은 환자가 망상과 환각, 초조, 공격성, 탈억제, 케어에 대한 저항, 배회 중 하나 이상의 증상을 1주에 2일 이상 또는 4주에 8일 이상 보여 이에 대한 약물 치료를 받은 경우'로 명시했다.

또한 같은 해 11월부터 적용한 요양병원 환자 분류체계 및 입원정액수가 개정 질의응답 자료를 통해 치매환자의 항정신성의약품 목록을 친절히 안내하며 처방을 사실상 권고했다.

치매환자 약물치료 여부는 '항정신성 의약품인 할로페리돌, 리스페리돈, 올란자핀, 아리피프라졸, 쿠에티아핀, 퍼페나진, 클로자핀, 팔리페리돈, 클로로프로마진, 설피라이드, 아피설프라이드(Haloperidol, Risperidone, Olanzapine, Aripiprazole, Quetiapine, Perphenazine, Clozapine, Paliperidone, Chlorpromazine, Sulpiride, Amisulpride) 등을 투여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상세히 설명했다.

요양병원 입장에선 의료중도 수가를 받기 위해서는 치매환자의 항정신성의약품 처방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셈이다. 고령 입원환자가 대부분인 요양병원에서 치매환자 비율이 20%를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는 2019년 고시 개정과 질의응답 자료를 통해 의료중도 기준에 치매환자의 항정약 약물치료를 명시했다.
영남지역 B요양병원 원장은 "치매 환자와 뇌졸중 환자 등 항정신성의약품이 불가피한 고령 환자들이 늘어난 것도 아닌데 처방 증가 이유에 의아해했다"면서 "의료중도 수가를 받기 위한 요양병원들의 생존 몸부림이었다. 처방 증가 원인을 복지부가 제공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심사평가원으로부터 항정신성의약품 처방량 증가에 따른 중점관리대상이라는 공문을 받고 처방을 줄이자 치매환자와 뇌출혈 환자의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며 "복지부 스스로 원인을 제공하고 국회와 여론을 의식해 요양병원 탓으로 돌리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경기도 C 요양병원 원장은 "중증도별 수가 조정 이후 요양병원들은 높은 수가를 받기 위해 인력 채용과 중증환자 분류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면서 "항정신성의약품 처방을 해야 의료중도 수가를 인정한 복지부가 이제와 공문과 적정성평가 지표 신설 등으로 처방하지 말라고 압박하는 것이 정상이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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