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삭감과 심사기준, 전문가 자괴감·지원 기피 원인"
|신년대담①|의학은 세계 탑, 진료과 노력 저평가…복지부 "수가와 전공의 연관성 의문"
이창진 기자 (news@medicaltimes.com)
기사입력 : 2019-01-02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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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타임즈 특별취재팀| 미국이 부러워하는 한국의 건강보험 제도에서 전문과목별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세계학회 유치를 비롯해 선진국과 자웅을 겨루고 있는 핵의학과와 병리과, 방사선종양학과의 2019년도 전공의 지원율은 역대 최악 수준이다.

문제는 이들 3개 진료과만의 현안이 아니라는 점이다.

메디칼타임즈는 본사 스튜디오에 대한핵의학회 이경한 회장(삼성서울병원 교수)과 대한방사선종양학회 금기창 회장(세브란스병원 교수), 대한병리학회 이건국 이사장(국립암센터) 그리고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이중규 과장, 의료자원정책과 권근용 사무관 등을 초청해 '2019년 신년대담'을 개최했다.

학회들은 최저치를 기록한 전공의 지원율에 대한 자성과 함께 심평의학으로 불리는 과도한 심사기준과 저수가 그리고 미흡한 제도적 지원 등을 강도 높게 지적했다.

반면, 복지부는 전공의 지원율과 수가 연관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젊은 의사들 미래를 위한 학회들의 적극적인 노력을 주문했다.

2019년도 전공의 미달 사태 원인을 어떻게 분석하고 있나

이경한 회장:핵의학과 레지던트 정원 20명에 1명만 지원했다. 핵의학과 입장에서 예상 못한 생소한 결과다 2014년 PET 급여 기준 변경으로 검사 건수가 절반으로 감소했다. 검사 수 급감이 결국 전공의 1명 지원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본다.

또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혹독한 심사기준도 한 몫 차지했다. 젊은 의사들에게 왜 지원하지 않느냐 물었더니, 선배들의 취직자리가 없는 것을 보고 지원 안 했다고 하더라. 병원에서 검사 건수가 감소하니 의사를 채용할 이유가 없고, 일부 중소병원에서는 핵의학과를 아예 폐쇄했다.

금기창 회장:방사선종양학과는 25명 정원에 5명 지원했다. 얼마 전까지 최소한 20여명, 적어도 10여명 지원해 전공의 수급에 문제가 없었다. 방사선종양학회는 개원할 수 있는 진료과가 아니기 때문에 전공의 수요가 반드시 필요하다. 방사선종양학과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젊은 의사들의 생각으로 지원자가 줄었다고 판단한다.

이건국 이사장:병리과는 60여명 정원으로 40명을 유지하다, 20명으로 감소해 결국 2019년 17명, 후기 모집 1명 합쳐 18명에 그쳤다. 최근 의과대학 교육 목표가 일차의료 진료의사로 변화하면서 병리과 등 지원부서 관심은 줄어들었다.

여기에 인공지능(AI)의 병리와 영상 등 검사과 역할의 지나친 과장 그리고 내과, 외과 수련 단축 여파도 작용했다. 병리 검사는 늘고 있으나 일하는 노동 강도에 비해 수가는 낮다보니 젊은 의사들이 지원을 꺼리게 된 것 같다.

권근용 사무관:1월 추가모집이 있다. 전반기 모집결과를 놓고 전문과목 위기라고 단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리고 지원율과 함께 모수인 전공의 정원이 합리적인지 고민이 필요하다. 젊은 의사들의 수요가 아니라 향후 전문의 배출 인력에 맞는 적정 정원인지 검토해야 한다.

이중규 과장:건강보험 수가에서 자유로운 진료과는 없다. 하지만 전공의 모집 결과와 직접적 연관성은 의문이다. 실제로 세상이 변화는 것과 수가 변화는 다른 얘기다. 불합리한 삭감기준 개선에는 동의하나, 전공의 지원자가 감소하니 수가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은 무리가 있다.

건강보험 수가와 삭감 그리고 전문과 미래 연관성은

금기창 회장:복지부는 수가가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나 우리나라 의료는 정부에 의해 수가를 통제받고 있다. 방사선종양학회를 검사과와 묶어 향후 5년간 수가를 깎는 불합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수가인하는 나름의 이유가 있어야 한다. 단순히 검사과 수가가 높다는 이유로 일괄 깎겠다는 주먹구구식 처사는 전문가 집단의 자괴감을 느끼게 한다. 획일적으로 깎을 테니 그런 줄 알라는 수가 정책은 전공의 지원에 악재로 작용한다.

이경한 회장:환자 입장에서 적정 검사를 하는 게 핵의학과의 자부심이다. 급여기준에 맞았다고 생각해 검사하고 청구했는데 삭감 당한다면 의사들의 상실감은 커진다.

왜 삭감 당했는지 이해도 안 된다. 무조건 해당 처방은 안 된다는 것이 문제다. 급여기준이 합리적이지도, 예측가능하지 않다. 불합리한 급여기준으로 검사 건수는 감소하고, 진료과에서 처방을 못 낸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건국 이사장:왜 삭감됐는지 알아야, 피해갈 수도 해명할 수 있다. 지금은 충분히 설명을 해도 심사평가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병리과 검사 건수는 면역요법 관련 동반검사로 기존보다 증가했다. 검사를 다하고 처방했는데 삭감됐다. 뭐가 문제냐고 물으면 '하여간 안 맞는다'는 답변 뿐 이다.

심사실명제가 나오는 이유이다. 병리과는 대부분 일회성 검사로 어떤 치료를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중요한 분야이다. 대학병원 교수들은 자녀가 병리과를 선택한다고 하면 '참아라', '네가 노력하는 만큼 인정을 못 받는다'고 얘기한다. 전문인력 노력이 저평가 받고 있는 현실이 젊은 의사들에게 불합리하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 같다.

세계 의학계에서 핵·병·방 전문과목 위상은

이경한 회장:핵의학과는 첨단 과학 연구와 우수논문 등으로 세계에서 3~4위를 유지하고 있다. 알츠하이머 조기진단법 개발과 임상 적용, 암치료 기술 개발 그리고 최근 신경내분비 암 방사성의약품에 루테슘을 부착한 전립선암 진단 등 세계 핵의학 발전과 한국 핵의학 발전은 지속되고 있다.

금기창 회장:영상의학과에서 독립한 방사선종양학과의 역사는 짧지만 급격한 발전을 보이는 분야이다. 과거 30개 의료기관에서 현재 90개 의료기관으로 확대됐다. 미국 방사선종양학과 의사들의 수입은 매우 놓고, 개원도 가능하다. 한국의 치료 분야는 세계 탑 10 이내라고 생각한다. 회원 수가 300여명이 적을 뿐 아시아에서 일본에도 뒤지지 않다고 판단한다.

이건국 이사장:아시아 지역에서 일본과 한국이 탑이다. 국제학회 게재 논문 양과 IF(논문 인용도) 모두 처지지 않고 있다. 새로운 검사법이 개발되면 즉각 반응할 만큼 한국 병리학 수준은 매누 높다. 세계 암 질병분류에 한국 병리학자들이 참여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도 그 만큼 인정받고 있다는 의미다.

복지부의 사람 중심 수가 개편과 핵·병·방은 무관한가

이경한 회장:전공의 정원을 언급하기 전에 핵의학 검사에 대한 자존감을 회복하는 것이 시급하다. 핵의학과는 심사 삭감과 이의신청 답을 듣고 싶다는 것이다.

심사평가원에 삭감 이유를 문의하면 구체적인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복지부에 공식적으로 제안한다. 학회와 함께 구체적 기준을 담은 임상지침을 만들 용의가 있다.

이중규 과장:적어도 삭감이 무서워 처방을 못내는 상황은 없어져야 한다. 실제 수익률을 보면 기구와 장비에 의존하는 게 사람이 하는 것보다 높게 나온다. 일례로, CT는 24시간 돌려 수익률이 높게 나오는데, 사람은 이와 다르지 않느냐. 그렇다고 핵의학과와 방사선종양학과, 병리과 등이 사람 중심이 아니라는 뜻은 아니다.

권근용 사무관:모든 것을 전공의 지원율 하나만으로 평가하지 말았으면 한다. 한 번의 결과를 진료과 흥망성쇠 진표로 보지 않았으면 한다. 섣부른 판단은 오히려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의학적 변천과 경제적 포용력과 학문적 위상 등 모든 것을 복합적으로 봐야 한다.

[특별취재] 진행=이창진 기자, 기록=이지현 기자·황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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