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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증원' 차근차근 명분 쌓아 온 정부…의료계 승산 있을까?

발행날짜: 2024-02-08 05:30:00

의료현안협의체 가동 및 필수의료 10조원 투자 등 근거 마련
의료계 역대급 총파업 예고 "규모 등 2020년과 차원 다를 것"

의과대학 2000명 증원이라는 역대급 정부 발표에 의료계 투쟁 의지가 불타오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역대급 총파업을 예고하며 투지를 다졌지만, 정부 역시 보건의료 위기 단계를 '경계'로 상향하며 즉각적으로 강경 대응에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우선 의료계는 예상치를 뛰어넘는 증원 규모에 '단체 패닉'이 온 상황. 그에 따른 의료계 단체행동도 역대급 고수위로 진행될 전망이다.

에 의료계 투쟁 의지가 불타오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역대급 총파업을 예고하며 투지를 다졌지만, 정부 역시 보건의료 위기 단계를 '경계'로 상향하며 즉각적으로 강경 대응에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박중원 대한내과학회 이사장 "2020년에는 400명 증원으로 의료계가 들썩였는데 이번 발표는 천명 단위로 늘어나 체감 수위가 전혀 다르다"며 "2000명 증원은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큰 감흥이 없을 수 있지만 의료 현장에 있는 사람으로서는 충격이 여간 큰 것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교수들조차 모두 넋이 나가고 일명 멘붕이 온 상황으로 가볍게 넘어갈 것 같지 않다는 공감대가 이심전심으로 전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단체행동 참여 규모나 수위 모두 지난 2020년 당시와는 차원이 다를 것"이라며 "총파업이 국민 여론까지 공감대를 형성하기는 힘들 수 있지만 지금 의료계는 해머로 강하게 맞은 듯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공의 파업과 관련해서도 수련병원 교수 대다수는 아마 각오하고 있을 것"이라며 "전공의들이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없다. 병원장이 와도 힘들다"고 덧붙였다.

■ "전공의 파업한다고 형사처벌하는 나라 없다"

하지만 지난 2020년 젊은의사 총파업의 뼈아픈 교훈이었을까. 보건복지부는 의료계 집단행동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갖췄을 뿐 아니라 의대 증원을 위한 명분까지 차곡차곡 쌓아왔다.

우선 복지부는 작년 1월부터 대한의사협회와 의료현안협의체를 구성하고 의대 증원을 포함한 지역·필수의료, 의학교육 발전방안 등을 논의하며 의대정원 확대 추진을 위한 여론을 형성했다. 1년 동안 27차례 협의체를 운영했다.

또한 최근에는 의료계가 꾸준히 주장해 온 필수의료 수가체계 개편과 의료사고특례법 등이 포함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발표하며 필수의료 강화 의지를 강조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10조원 이상의 예산을 투자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의대증원 결정까지 의료계를 비롯한 사회 각계각층과 다양한 방식으로 130차례 이상 소통했다고 밝히며, 정부의 독단적 결정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단순히 의과대학 정원만 늘리는 게 아니라 필수의료 패키지 대책이라는 큰 그림 속에서 의대증원을 추진하고 있어 의료계가 반대 명분을 찾기 쉽지 않아 보인다.

의료현안협의체에 참여한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은 "협의체에서 2000명이라는 숫자는 한 차례도 언급된 바가 없다"며 "제대로 된 논의도 못 했는데 어떻게 협의가 될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의료현안협의체에서 1년 이상 정부와 소통해 온 의료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의료현안협의체에 참여한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은 "협의체에서 2000명이라는 숫자는 한 차례도 언급된 바가 없다"며 "제대로 된 논의도 못 했는데 어떻게 협의가 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박형욱 부회장은 "정부는 OECD 관련 수치를 자주 언급하는데 전공의가 파업한다고 형사처벌하고 경찰이 와서 감시하는 나라가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며 "정부는 정식 직원이나 교수도 아닌 전공의들에게 가혹적 법적 칼날을 들이대며 오히려 자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히려 전공의 없이는 병원이 운영되지 않도록 의료시스템을 설계한 사람들이 잘못한 것"이라며 "전공의들의 의사표현 기회마저 박탈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 "의사단체, 결국 총파업 돌입한다면 국민들에게 고립될 것"

지난 총파업과 달리 여론이 의료계에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 또한 주목해야 할 점이다. 코로나19 유행이 절정이던 2020년도에는 의료진을 대상으로 '덕분에 챌린지' 등이 유행하며 긍정적인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수술실 CCTV 설치 반대, 의료인 면허취소법 반대 이슈 등으로 의사 단체에 대한 국민 시선이 달갑지만은 않은 상황. 게다가 국민 대다수가 의대 증원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어 단체행동의 정당성도 확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보건의료노조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국민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 89.3%가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보건의료노조 나영명 기획실장은 "응급실 뺑뺑이와 소청과 오픈런 등을 겪으며 의대 증원에 대한 대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국민과 정부가 의대 증원에 찬성하며 필수의료 살리기에 애쓰는 가운데 의사협회가 집단행동을 보인다면 이는 의사 단체 기득권을 지키려는 태도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을 저버리고 총파업에 돌입한다면 그야말로 의사단체는 국민들에게 고립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건노조는 2000명 증원 규모와 관련해서도 국내에 부족한 의사숫자를 고려하면 향후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나영명 실장은 "2000명이라는 숫자는 일반적 예상을 뛰어넘는 규모로 보일 수 있지만 필수·지역의료 의사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최소 3000명 이상 증원이 필요하다"며 "2026학년도부터는 의대 교육 시설이나 여건 등을 강화해 정원을 더욱 늘리면 빠른 시간 안에 부족한 인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의대 증원이 모든 문제의 답이 아니라는 점은 공감한다"며 "하지만 의료계는 2000명 증원에 반대하며 단체행동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증원된 숫자가 필수의료 인력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정부와 협의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보건노조는 의사단체가 집단행동을 시작하겠다는 구체적 날짜를 밝히면 그에 맞춰 시민사회단체 등과 함께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대응체계를 마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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