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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위염 지침 개발로 표준치료 정립될 것"

발행날짜: 2021-11-15 05:45:55

김재규 상부위장관·헬리코박터학회 전 회장
학회초대석 김재규 상부위장관·헬리코박터학회 전 회장(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한국판 위염 임상 진료지침이 첫 선을 보인다. 미국, 유럽이 일부 위염 병변에 대한 진료 가이드라인을 작성한 데 이어 위염 발생률이 높은 일본 역시 자체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상황.

국내판 제작 착수에 늦은 감이 없잖아 있지만 그럴만한 저간 사정이 있었다. 해외의 지침이 전문가 합의에 그치는 반면 국내에선 근거기반의 지침 개발을 원칙으로 수 천편에 달하는 자료 수집 및 체계적 분석, 전문가 논의까지 심혈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 지침을 참고하는 수용개작 대신 진료지침위원회가 핵심 질문 선정부터 문헌 고찰까지 다양한 분야를 스스로 판단, 결정하는 신규 개발(de novo) 방식을 선택한 것도 작업의 강도를 높이는 원인이 됐다.

한국판 진료지침의 중심 주제 및 특징은 어떻게 될까. 진료지침 제작을 진두지휘한 김재규 상부위장관·헬리코박터학회 전 회장에게 그간의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추계 심포지엄에서 위염 임상진료지침 초안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 및 특징은?

위염은 진료지침을 만들기 어려운 아이템이다. 연구가 많이 이뤄지면 팩트에 수렴하는 해답들이 쌓이기 마련인데 무엇보다 위염은 연구 근거가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작의 첫 원칙을 근거기반 진료지침 개발로 삼았다. 전문가들간 주요 사항에 대해 논의를 거쳐 합의를 이루는 컨센서스 방식의 가이드라인도 있지만 논란이 많은 주제들에 대해 과학적인 근거 제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외국에서도 장상피화생이나 전암성변병 등 일부 병변에 대해 가이드라인이 나왔다. 위암은 일본, 한국, 중국에 많은데 일본은 교토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상황이다.

적어도 더 이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한국판 지침 제작을 미루는 것은 득보다 실이 더 크다고 생각했다. 2년 전부터 착수해 초안을 마련한 상태다. 외국 권고안을 참고하는 수용개작 대신 신규 개발을 선택한 것도 특징이다.

▲보통 해외 가이드라인을 참고하는데 신규 개발을 채택한 이유는?

지침을 만드는 방법은 크게 수용개작과 신규 개발로 나뉜다. 이 둘을 적절히 섞은 하이브리드 방식도 있는데 보통 국내에서는 해외 지침을 많이 참고하는 편이다. 신규 개발은 정말 많은 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신규 개발은 문헌, 근거를 일일히 다 찾아서 평가하고 분석해 근거에 기반한 권고안을 만드는 형태다. 병인, 임상 양상, 그에 따른 치료법으로 단순 기술하는 게 아니라 핵심 질문을 만들기 위한 피코(PICO)를 활용해야 하고 이를 평가하고 정리해 권고안을 만든다. 노력이 배는 더 많이 들어가는 이유다.

인종마다 같은 약제라도 다른 반응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그런 걸 감안해 국내에서 연구된 자료를 우선적으로 채택했고 국내 자료가 없는 경우 컨센서스 방식을 채택할 수 없어서 외국 자료를 수집했다. 외국 권고안을 가져오지 않고 관련 자료들 중 공신력 있는 연구들을 추려 자체 평가했다.

김재규 상부위장관·헬리코박터학회 전 회장
임상의들이 궁금해 하거나 애매한 부분을 짚어주기 위해 핵심 질문 8개를 선정했다. 질문이 많으면 좋지만 핵심만 추렸다.

본 학회뿐 아니라 소화기학회, 위암학회, 내과의사회, 대한가정의학회까지 12분이 개발위원으로 참여해 공신력을 확보했고 매달 한 차례씩 만나 논의를 거듭해 현재 25차 회의까지 진행됐다. 총 135페이지 분량으로 제작했다.

▲효과적인 내시경 실시 주기 등 아직 정리되지 않은 문제들이 많이 있다. 위원회가 선택한 핵심 질문 8개는?

위염 치료와 관련해 국내에서 아직 정리가 안된 주제들을 담았다.

최근 더 선명한 화질로 병변을 볼 수 있게 해주는 영상증강 내시경 장치가 다양하게 개발, 보급되고 있다. 과연 실제로 영상증강 내시경 검사가 위축성 위염 및 장상피화생 진단에 도움이 되는지 확인했고, 백색광 또는 색소내시경검사 소견에서 위축성 위염 또는 장상피화생이 의심되는 경우 확진을 위한 조직검사가 필요한지도 점검했다.

위축성 위염/장상피화생이 고등급 환자가 저등급 환자 대비 위암 발생 위험도가 증가하는지, 헬리코박터 양성 위염 환자에서 제균 치료가 실제 위암 발생을 감소시키는지 하는 흥미로운 주제들도 담았다.

최근 PPI 약제가 널리 쓰이고 있는데 미란성 위염 환자에서 PPI 복용이 미란성 위염을 호전시키는지, 위염 또는 미란 환자에서 점막보호제 투여가 위염을 호전시키는지에 대해서도 증거 기반으로 권고안을 제시했다.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만 2년 단위로 내시경 검사를 한다. 내시경 검사 결과 장상피화생이 진단된 환자에서 2년 미만으로 검사 간격을 더 줄일 경우 위암 사망 감소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도 다뤘다.

▲공개된 지침은 초안이다. 정식 공개 일정이나 내용의 변동 가능성은?

위염에 대한 정확한 지침이 없어서 그간 의사들이 경험적으로 치료에 임했다.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 의사 개인마다 방법론이 다를 수 있어 환자 대응에 있어 표준화된 방식이 필요했다는 뜻이다. 같은 환자인데 A라는 병원과 B라는 병원의 판단 및 대응이 다르면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

정확히 말하면 초안은 현재까지 알려진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일시적인 권고안이다. 언제든 기존의 학설, 근거를 뒤집는 새로운 연구가 나오면 이를 반영할 수 있다.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체계적인 문헌고찰, 평가, 논의에도 불구하고 답이 안나오는 경우는 본 지침에서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2년 미만으로 내시경 검사를 할 때의 효용성에 대해선 결론을 미뤄두기로 했다.

현재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의료진들로부터 피드백을 받고 있다. 확정안은 빠르면 3개월, 늦으면 6개월 정도 더 걸릴 것 같다. 공신력을 위해 의학회의 평가도 받으려고 한다. 한번 내놓으면 주워담을 수 없다. 그만큼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의사들마다 진료 행태가 다르다 보니 지침이 제시하는 권고안과 그간의 진료가 다를 수도 있다. 모든 의료진이 권고안에 100% 동의할 수는 없고 심지어 비판이 나올 수도 있다. 대한의학회 임상진료지침 정책이사로 6년 일했고 내과학회 표준진료지침 초대 이사로도 활동하면서 근거중심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확고한 생각을 갖게 됐다. 과학적 근거 기반이 잘 갖춰져야 보험 영역의 합리적인 개정도 요구할 수 있다. 근거가 있어야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발 과정의 어려웠던 점이나 향후 계획은?

지침개발은 학회가 재원과 인력, 시간을 투자해서 자발적으로 하는 일이다. 사명감을 갖고 일하지만 한계는 분명히 있다. 해외의 경우 임상진료지침은 국가에서 독립적인 기관이 주도하거나 지원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경우가 많다. 일본만 해도 후생성에서 지침개발을 독자적으로 지원해준다.

물론 국내에서도 R&D 연구용역으로 지침개발이 이뤄지고 있지만 단발성이고 산발적이다. 이를 주도하는 기관 및 지원 체계가 있다면 양질의 지침이 나올 수 있고, 그런 지침이 불필요한 보험 재정 낭비를 막는데도 효과적이다.

특히 지침개발을 전문으로 할 연구인력이 너무 적다는 게 문제다. 지침 개발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방법론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이를 숙지한 전문가가 필요하다. 본 위원들도 교육까지 받아가며 제작을 진행했다. 전문가 풀의 편차에 따라 학회별 지침의 완성도 편차가 생긴다. 지침개발 저변 확대를 위한 인력 양성 등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의견 수렴이 원활치 못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대다수의 회원을 학회장 등에 모아 핵심 질문 별로 투표를 받는 등 대규모 의견 수렴 과정이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그 과정에서 지침이 알려지는 홍보 수단이 되기도 한다. 지침은 개발이 끝난 시점부터가 새로운 시작이다. 어떻게 수용되고 적용되는지 과제로 남기 때문이다. 널리 인식되고 활용되지 않는다면 죽은 지침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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