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도 누군가의 가족이다
윤석하 학생(순천향의대 본과 3학년)
기사입력 : 2021-10-05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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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18년 2월 27일이지."

2021년 8월 말, 치매 검사라고 불리는 'MMSE(간이정신상태검사)' 진행 중 환자에게서 들은 대답이었다. 뇌출혈로 인지 능력 저하가 나타난 환자라는 정보를 미리 알고 왔기에, 어느 정도 예상된 답변이었으므로, 나는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나 검사자와 나, 피검사자인 환자 외에 옆에서 이 대답을 들은 다른 한 사람은 많이 놀랐던 것 같다. 환자의 침대 옆에서 그를 보살피고 있던 보호자였다. 이후로도 환자의 검사를 위한 질문은 계속되었고, 여기가 어디인지 묻는 질문에 집이라고 대답하는 등 '엉뚱한 대답'은 이어졌다.

MMSE 검사를 위한 질문을 모두 마치고 옆을 보았을 때, 그제서야 고개를 푹 숙인 채 거의 울먹일 듯한 모습을 하고 있는 보호자의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보호자는 그러한 슬픈 태도를 금세 숨기고 그 후 운동 검사, 감각 검사 등의 신경학적 검사를 이어서 진행하는 동안 환자가 검사를 더 잘 받을 수 있도록 환자의 순응도를 높이는 격려를 해주는 등 많은 도움을 주셨다. 아마도 치료를 위한 보호자의 의지였던 것 같다.

많은 생각이 들었다.

'만약 환자가 나의 가족이고, 내가 보호자로 병원에 와 있었다면 나는 어땠을까. 며칠 전까지 함께 식사도 하고 대화도 잘 하던, 사랑하는 나의 가족이 소위 엉뚱한 대답들을 하며 인지 기능이 저하된 모습을 직접 보게 된다면, 다른 사람이 그런 반응을 보였을 때처럼 놀라지 않고 넘어갈 수 있을까.'

분명 그렇지 않을 것이다.

PK 실습을 돌다 보면 매주 한 명의 환자를 맡아 진단부터 치료, 그리고 그 질환에 대해 공부해보는 기회를 가진다. 그 과정에서 실제로 어떠한 증상이 나타났고, 어떻게 입원하게 되었는지 등의 많은 정보를 환자가 가지고 있기에 환자분께 많은 문진을 하며 정보를 얻곤 한다.

그렇게 20주 가량 실습을 돌았으니, 적어도 20명 이상의 환자와 직접 대화를 해 보았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적은 숫자라고 할 수 있지만, 작년까지 의자에 앉아 의학에 대하여 책과 ppt 파일로만 접하였던 나에게는 무엇보다 큰 경험이었다. 그 경험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를 떠올리면 바로 이 환자가 떠오른다. 그 검사를 진행하던 병동에서의 장면말이다.

모든 사람은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다. 이 당연한 사실은 너무나 당연하기에 떠올리기 어려운 것 같다. 환자 한 명 한 명이 나의 가족이라면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그들을 대하게 될 것인지 생각해본다.
물론,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대처해야 하는 의사가 항상 감성에 치우쳐 잘못된 판단을 내려서는 안된다. 그렇지만 이 당연한 생각을 이따금씩 떠올리는 정도는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경험을 잊지 않고 더 열심히, 그리고 게으르지 않게 공부해 환자와 보호자가 힘들 때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의사가 되고 싶다.

최근 방영하고 있는 의학 드라마에서, 한 주인공이 했던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저는 환자를 진료할 때, 만약 내 가족이었으면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 항상 떠올려 봐요. 제 가족이었다면 이 방법을 이용하여 치료할 것입니다.' 그런 의사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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