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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조명에 가린 K-헬스케어의 민낯

발행날짜: 2021-02-25 05:45:54

의약학술팀 이인복 기자

4차 산업 혁명.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해도 막연한 개념에 불과했던 단어들이 코로나 대유행이라는 커다란 파도를 타고 이제는 생활 깊숙히 들어서고 있다.

이른바 K-바이오, K-헬스케어로 대표되며 국내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계속해서 승전보를 보내오고 있고 미래의료로 여겨졌던 의료 인공지능이나 가상현실 등도 이미 현실로 다가와 상용화되는 모습니다.

하지만 이렇듯 첨단 의료를 비추는 화려한 조명 뒤의 모습은 아직까지 어둡기만 하다. 척박한 환경속에서 국내 의료계와 기업들이 놀라운 성과들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 뒤를 들여다보면 여전한 어둠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이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조직은행 자진 폐업을 요청한 것이 하나의 예가 될 수 있다.

조직은행이란 뇌사자나 사망자로부터 말 그대로 인제 조직, 즉 뼈와 근막, 피부, 심장 판막, 안구 등을 기증 받아 이를 채취, 저장 분배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으로 대한인체조직은행 등 공공기관도 있지만 그 인프라가 한정적인 만큼 대부분이 전국의 지역 거점 대학병원 등에서 이를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인체 조직은 이식 등 환자의 치료에도 활용되지만 비임상시험의 큰 기둥 중의 하나다. 아직 유효성과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신약 후보 물질이나 치료기기 등을 인체에 적용할 수는 없는 만큼 사실상 유일하게 시험해 볼 수 있는 도구가 인체 조직 밖에 없는 이유다.

그렇기에 국내에서 처음으로 대학병원이, 그것도 상급종합병원이 이 조직은행 운영을 포기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금처럼 K-바이오와 K-헬스케어가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기반 연구시설을 스스로 놓아버린 셈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서울의 대학병원에서 혈액센터를 자진 폐쇄한 것도 연장선 상에 있다. 이 대학병원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민간 자격으로 혈액센터를 운영해 왔다. 공공적인 면에서 헌혈 사업자의 역할을 담당하면서도 혈액 기반 연구의 메카였기에 그 배경에 더욱 관심이 쏠리는 것이 사실이다.

어찌 보면 당연하게도 이 두 사례의 배경은 지나친 규제와 지원책 부재에 있었다. 일정 부분 공공적 역할을 담당하는데다 관련 연구의 기반인데도 지원책은 커녕 계속해서 규제 방안만 늘어나고 있어 버틸 수가 없다는 토로다.

한 의료기기 기업의 하소연도 이와 맞닿아 있다. 이 기업은 5년에 걸친 노력끝에 의료기기 국산화를 이뤄냈다. 물론 국책 과제의 성격으로 일정 부분 정부 예산이 투입됐지만 이는 개발 비용의 10분의 1도 되지 않았다. 나머지 수십억원은 이 기업이 스스로 부담했다.

하지만 국산화 소식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던 정부의 지원은 이후 완전히 끊겨버렸다. 이 기업은 결국 국산 제품을 국내에 팔아보지도 못한 채 도산을 걱정하며 수출 판로를 알아보고 있다. 정부가 10년 넘게 부르짖고 있는 의료기기 국산화의 어두운 단면이다.

이러한 가운데 정부는 또 다시 4차 산업 혁명을 외치며 K-바이오와 K-헬스케어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을 약속하고 나섰다. 기획재정부부터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진흥원 등 각 정부 기관이 앞다퉈 청사진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의료기관과 기업들의 표정은 어쩐지 시큰둥하다. 일부에서는 또 다시 의미없는 예산 따먹기가 시작됐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물론 화려한 조명은 누구나 원하는 영광이다. 어느 누가 스포트라이트를 마다하겠는가. 하지만 그 조명의 한 가운데에 정부가 있어서는 안된다. 국내 의료기관과 기업들이 세계로 뻗어갈 수 있도록 손톱 밑 가시를 빼주고 어두운 단면을 비추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연구 중심병원을 표방하는 상급종합병원이 기반 연구 시설을 스스로 폐업하고 국책과제를 받아 수십억원을 들여 국산화를 이뤄낸 기업이 도산을 걱정하는 지금 차라리 정부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도와주는 것이라는 기업들의 비판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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