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납사 겨냥한 제도 속속 등장…현장 분위기는 미지근
이인복 기자 (news@medicaltimes.com)
기사입력 : 2021-01-20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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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료기기법 개정안·표준 계약서 등 제제 방안 지속 도출
  • |현장에선 실효성과 규제 가능성 물음표 "꿰어야 보배"
|메디칼타임즈=이인복 기자| 의료기기 유통 구조 개선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히는 간납사와 대기업의 이른바 갑질이 사회적 논란으로 떠오르면서 이를 겨냥한 제도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의료기관과 특수 관계에 있는 간납사의 납품을 제한하는 등의 제도가 속도를 내고 있는 것.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실효성에 의구심을 제기하며 반신반의하는 모습이다.

의료기기 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제도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정숙 의원(국민의힘)은 의료기관과 특수 관계에 있는 의료기기 기업간 거래를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의료기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서 의원은 "의료기관에 직접 의료기기를 공급하는 기업이 다른 판매 업자로부터 물건을 구매해 공급할때 의료기관과의 특수 관계를 이용해 불공정 행위를 지속하고 있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법안을 발의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의료기관과 특수한 관계에 있으며 타 판매업자로부터 물건을 받아 직접 공급하는 형태. 즉 간납사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법안이다.

실제로 이같은 의료기기법 개정안은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등 의료기기 수입 및 제조 기업들이 숙원 사업으로 여길 만큼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요청해 온 일이다.

의료기관이 직접 투자하거나 간접 투자 방식으로 세운 간납사의 우월적 지위로 인해 대금 결제를 1년 넘게 지연하거나 아예 계약서조차 쓰지 않고 가납 형태로 물건을 대는 행위로 속을 끓여왔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의료기기 유통 구조 개선을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마련한 공급내역보고까지 수입, 제조사에 떠넘기면서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가 지적되기도 했다.

이렇듯 숙원사업이던 의료기기법 개정안이 발의되면서 협회 등은 상당한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유통 구조 개선의 첫 걸음이자 핵심이었던 내용들이 다 담겨 있는 이유다.

실제로 이 법안에는 의료기관이 직간접적으로 투자한 간납사에서는 아예 기기를 받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대금 결제를 지연하는 등의 갑질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의료기기산업협회 유철욱 유통구조개선 TF 위원장은 "국회와 정부에 지속적으로 간납사로 인한 구체적인 피해 사례를 전달하며 문제를 제기해왔다"며 "특히 간납사라는 것이 법적으로 존재하지도 않는 업종인 만큼 의료기기 유통 구조의 특수한 상황과 개념을 이해시키는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성과로 국회 보건복지위원들 일부가 개선의 필요성을 깊게 공감했고 결국 개정안까지 발의되는 성과를 거뒀다"며 "또한 보건복지부와 공정거래위원회 등도 간납사의 실체와 문제점을 인식했다는 것이 큰 성과"라고 강조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번 달 의료기기협회의 의견을 받아들여 대기업과 대리점간 불공정 행위를 제한하는 '표준 계약서'를 만들어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들에도 실제 현장의 목소리는 미지근한 반응이다. 실제 의료기기 유통 구조 개선에 얼마만큼 적용될 수 있을지 아직까지는 판단할 수 없다는 의견. 즉 아직까지는 못믿겠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 현장에서는 실효성 있는 장치가 시급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의료기기 수입 및 제조업체인 A사 임원은 "사실 간납사 갑질을 막기 위한 방안들은 계속해서 나왔었다"며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실제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못한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그나마 국회와 공정위 등이 간납사의 심각한 문제를 인식한 것은 기대할만 하지만 법안도 통과가 돼야 의미가 있는 것 아니냐"며 "지금 같이 어지러운 정국에서 이런 법안에 얼마나 관심을 가져줄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같은 내용을 담은 의료기기법 개정안은 과거 회기에서 윤일규 전 국회위원 등에 의해 발의됐지만 위원회조차 통과하지 못하고 좌절된 것이 사실이다.

이로 인해 실제 현장에서는 약사법과의 형평성을 강조해 적어도 약사법을 준용하는 방식 등으로 실제적인 제재 방안들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재 약사법에는 의료기관과 특수 관계에 있는 의약품 도매업체는 실제적으로 거래를 제한하고 있으며 처벌 규정도 마련돼 있다.

결국 의약품 유통이나 의료기기 유통이 맥을 같이 한다는 점에서 의료기기 유통에도 약사법을 준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필요하지 않겠냐는 목소리다.

국내 의료기기 기업인 B사 임원은 "아무리 좋은 법안이 나와도 결국 통과되기 위해서는 여론이 필수적이다"며 "하지만 여론을 형성하는 곳 어디에서도 간납사라는 존재 자체도 모른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약사법 개정도 결국 리베이트 문제에서 시작됐듯 사회적 노이즈(논란)을 만들어서라도 간납사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며 "약사법 같은 장치가 의료기기에도 필요하다는 여론 형성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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