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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병원 The Cave

김미성
발행날짜: 2020-11-30 05:45:50

김미성 강원대 의전원 학생(의학과 2학년)


|강원대 의전원 2학년 김미성 의대생| 영화를 보는 이유 중 하나는 아마도 현실을 잠깐 잊게 해 주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이 때문에 국경없는의사회에서 진행하는 영화제의 리뷰어를 Medical Mavericks 회원 중에서 모집한다는 소식에, 별다른 고민 없이 신청했습니다.

‘국제 인도주의 의료 구호단체인 ‘국경없는의사회’는 전 세계의 관심 밖에 있는 ‘소외된 위기’를 세상에 알리고자, 매년 ‘국경없는 영화제’를 개최합니다.‘

이 문구를 주의 깊게 읽었더라면 그렇게 가볍게 생각하지 않았을 텐데 또 현실에서 잠깐 도피할 수 있는 재미있는 무언가를 보겠구나라는 생각으로 신청했습니다. 영화제는 코로나 상황을 고려해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로 안전하게 영화제에 참가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엔 넷플릭스와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영화 ‘The Cave’를 보기 시작하기 전까지는요.

영화는 유엔조사위원회에서 반인도적 전쟁 범죄로 분류한 동 구타 포위 작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현대사에서 가장 오랫동안 지속된 이 포위 작전은 5년 이상 계속되었다고, 2013년 시리아 정부와 러시아 동맹군이 민간인을 상대로 사린 가스를 살포한 후, 폭격은 점점 확대되어 수많은 사람이 죽임을 당했습니다.

동 구타에 남은 30만 명은 정부군에 포위된 상태로 그곳에 갇혀 있었습니다. 2018년 1월까지, 이곳에서는 의사 한 명이 3600명을 담당해야 했습니다. 영화는 동 구타에서 소아과 의사로 일하고 있는 닥터 아마니와 닥터 살림, 그리고 지하 병원‘케이브’를 함께 지탱하고 있는 사람들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여줍니다.

평소 100분, 120분 정도 되는 영화도 거뜬하게 보지만 겨우 이 95분짜리 영화를 한 번에 다 볼 수 없었습니다. 영화는 폭격기 소리와, 폭격기 소리를 듣는 사람과, 폭격기가 지나가고 남은 폐허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이지만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들의 절규와, 아이의 울음소리, 죽은 아들을 보고 울부짖는 어머니의 목소리를 담고 있습니다.

진통제 대신 핸드폰으로 틀어둔 오케스트라 소리를 진통제 삼아 듣게 하는 닥터 살림, 약을 구하지 못해 병원으로 다시 찾아와 당신보다 더 높은 남자 책임자를 데려오라고 하는 보호자의 생떼를 마주하는 닥터 아마니, 폭격기 소리에 트라우마가 생겼는데도 꿋꿋하게 일하는 사마헤르를 보여줍니다. 그들의 일상을 겨우 30분 정도 엿보았을 뿐인데도 괴로워서 더 마주할 수 없었습니다.

노트북을 닫고 나면 영화 속 장면이 뇌리에 남아 끈질기게 생각의 발목을 붙잡았습니다. 수술하다 폭격을 맞아 무영등이 꺼진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했을까요. 소염제도 없는 병원에서 염소가스 공격을 받은 사람을 어떻게 치료해야 했을까요. 해야 하는 건 많은데, 할 수 있는 게 없는 상황에서 도대체 저라면 어떻게 해야 했을까요.

영화 속에서 닥터 아마니는 서른 살 생일을 맞습니다. 마침 저도 얼마 전에 서른 살 생일이 막 지았기 때문에 이 공통점을 축으로 저와 그녀를 비교하게 되었습니다. 영화에서 닥터 아마니는 어른이 되어 광적인 사회와 인종 차별, 독재 정권을 직면하게 되리라는 것을 알았다고 말 했습니다.

그녀는 자유의 길을 찾다가 소아과 의사가 되었고, 자신의 직업을 분노의 표출이라고 했습니다. 스스로 본인이 끔찍한 현실에 답하고 있다고 느낀다 했습니다. 저에게 직업은 돈벌이 수단이었습니다. 꿈은 병원 밖에 있고, 현실은 달콤하고 재미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마니가 부러웠습니다.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환자에게 해 주고서도 더 해 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눈물을 흘리는 그 삶이 부러웠습니다. 괴로움에 몸부림치고 결국 마지막엔 부모님께로 돌아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말을 텅 빈 표정으로 하는 아마니를 보며 부럽다고 생각하는 게 적절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언젠가 저 자리에 저도 서 있고 싶습니다. 갈 곳 없는 사람들이 찾아오는 마지막 병원을 지키고 싶습니다. 저런 삶을 살고 싶습니다.

‘전 문제를 찾아내 변화하고 싶어요. 힘든 삶일 건 알지만, 또한 더 정직한 삶이니까요.’
- 아마니 발루어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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