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혈우병 환자 예방요법, 순응도 높인 치료제 선택 중요"
원종혁 기자 (news@medicaltimes.com)
기사입력 : 2020-09-09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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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회초대석| 대한혈액학회 혈우병연구회 회장
  • |인하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순기 교수
[메디칼타임즈=원종혁 기자] X염색체 돌연변이로 발생하는 대표적 출혈질환인 혈우병.

혈액내 응고인자 결핍으로 인해 신체 각부위에서 출혈이 일어날 경우, 정상적인 지혈과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환자관리의 난제로 거론된다.

인구 1만명당 한 명꼴로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되며, 현재 국내에서는 2019년도 기준 2,367명의 혈우병 환자들이 등록된 상황이기도하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국내에서도 혈우병 전문가들이 모여 환자관리를 보다 전문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태동한 대한혈액학회 산하 연구단체가 있다.

2010년 결성된 혈우병연구회는 작년 10월, 신임 회장으로 인하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순기 교수 주도아래 국제학회들과의 네트워킹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혈우병연구회 김순기 회장.
최근 메디칼타임즈와 만난 김 회장은 "연구회의 설립 목적이라면, 국내 혈우병을 포함한 선천성 출혈질환에 대한 이해와 연구를 회원들이 중심이 되어 격년으로 열리는 동아시아혈우병포럼(East Asia Hemophilia Forum, EAHF)에 대한 준비와 실행, 그리고 세계혈우연맹(World Federation of Hemophilia, WFH) 참가를 준비하자는 취지로 구성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존의 한국혈우재단과의 유기적인 협조아래 국내 혈우병 연구를 주도하고, EAHF와 WFH 참가뿐 아니라 국제혈전지혈학회(International Society of Thrombosis and Hemostasis, ISTH) 참가로도 범위가 확대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올해 한국인 혈우병A 환자 505명을 대상으로 치료 만족도와 선호도를 조사한 리얼월드데이터(RWD)가 국제혈전지혈학회(ISTH) 연례학술대회에서 공개됐다. 여기서 한국인의 경우 편의성에 대한 수요가 높게 나타났으며 특히, 다루기 쉬운 디바이스 등의 편의성이 높은 치료제를 보다 선호한다는 특징이 관찰된 것이다.

김 회장은 "혈우병 환자들은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자연 출혈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게 되고, 그로인한 연골 손상과 관절 구축장애가 남는게 문제"라며 "이런 장애로 인해 삶의질이 떨어지고, 수명이 감소하게 된다. 과거와 달리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출혈의 예방을 위해 정해진 계획대로 보충해주는 예방요법을 받음으로써, 관절 출혈 등 출혈 이슈가 예방되면서 점차 삶의질이 향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모든 혈우병 환자들이 의료진의 치료방침을 준수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혈우병 치료가 일상생활을 방해한다는 인식 및 혈우병 치료를 위한 시간 부족 등의 이유로 치료방침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 점이 치료의 순응도가 낮아지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치료제 선택시에는 디바이스의 편의성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순응도를 높이는 것이, 환자관리의 중요한 대안으로 고려될 수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한편 올해에는 코로나19 감염병 대유행이 장기화되면서, 당초 목표로 잡았던 환자 등록사업이나 전국 순회 교육프로그램, 내년에 열릴 동아시아혈우병포럼 준비 계획 등에 모두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 회장은 "2020년도에는 혈우병 등록사업을 제도적으로 시행하는 한편 환우 및 가족 순회교육 계획을 목적으로 잡았다. 그리고 내년에 실시할 EAHF 준비도 마찬가지였다"면서 "그런와중에 전무후무한 COVID-19의 세계적인 유행에 따라 모든 집회와 모임에 제한이 가해지는 대변혁이 발생했고 혈우병연구회 역시 이런 변화에 따라 계획의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현재는 비대면 회의를 통해 의견교환과 논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끝으로 김 회장은 "최근 혈우병에 여러 치료법들이 개발되고 약제도 다양해져서 치료옵션은 매우 다양해지고 있다"면서 "항체 환자에 대한 피하주사의 사용이 있고 또한 유전자치료도 성큼 다가오고 있다. 이런 방향은 환자와 가족을 위해서도 매우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김 회장과의 일문일답.

Q. 올해 ISTH 학회에서 한국인 혈우병A 환자에 리얼월드데이터가 발표됐다. 어떻게 평가하시나.

-이번 연구는 한국에서 진행된 혈우병A 치료에 대한 환자 및 보호자의 만족도와 선호도를 조사하기 위해 진행된 것이다. 본 연구는 2018년 4월부터 2019년 9월까지 한국의 혈우병 치료를 대표하는 6개의 병원에서 8인자 치료제를 사용한 혈우병A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치료 만족도 설문지(TSQM, Treatment Satisfaction Questionnaire for Medication)는 총 4개의 항목으로 구성되었는데 '약효(Effectiveness)' '부작용(Side effects)' '편의성(Convenience)' '전반적 만족도(Global satisfaction)'의 4가지 도메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총 14개의 항목을 조사했다.

전체 505명의 환자(평균 나이 31.5세, 평균 치료 기간 102 개월) 중에 87.7 %가 중증 환자였으며, 53.5%가 예방요법으로 치료를 받았다. 80%의 환자가 두개의 바이알을 연결하는 형태의 치료제, 6.3%의 환자만이 프리필드 듀얼 챔버 시린지(Prefilled Dual Chamber, PDC) 주사기를 사용하였으며, 52.3%의 환자가 출혈을 경험했다. 치료 만족도 설문지(TSQM) 평균 점수는 효과성 면에서 64.6점, 부작용 면에서 97.9점, 편의성 면에서 57.1점, 그리고 만족도에서 66.8점을 보였다. 치료 만족도는 치료제 유형, 바이알 개수 및 투여 빈도와 관련이 있었다. 월 2회 투여(0.39BW) 및 프리필드 듀얼 챔버 시린지(PDC) 주사기 (0.22BW)가 선호되는 반면에, 월 2회를 넘는 투여(0.42BW 감소)는 대부분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즉 더 낮은 투여 빈도와 프리필드 듀얼 챔버 실린지를 사용하는 경우에 더 높은 선호도(part-worth utility)를 보였다. 즉, 국내 혈우병A 환자 역시 보다 쉬운 디바이스 타입 혹은 투여 빈도 감소 등의 간편한 치료제를 선호했다. 따라서 이들에게 편의성을 보다 높인 치료 전략이 우선적으로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프리필드 듀얼 챔버 시린지(PDC)의 대표적인 치료제로는 한국화이자제약의 진타 솔로퓨즈가 있다.

Q. 혈우병을 포함한 희귀질환을 대상으로 잡은 리얼월드데이터(RWD)의 중요성은 무엇인가?

-혈우병을 포함한 희귀질환은 환자의 숫자가 적은 만큼 실제 환자들이 사용한 경험을 데이터화해 후향적으로 분석한 리얼월드데이터가 매우 중요하다. 사실 희귀질환은 전향적인 연구가 매우 어렵다. 결과를 도출하는데 오랜시간이 걸리고, 때로는 의학발전의 속도를 따라가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리얼월드데이터는 오랜경험과 관찰에서 나온 경우이기 때문에 환자행동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치료전략에 참고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Q. 국내 혈우병 환자가 2천여명 정도다. 혈우병A 환자가 500명 이상 참여했는데 의미를 어떻게 해석하시나?

-이번 연구가 한국인 혈우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첫 리얼월드데이터라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고 강조하고 싶다. 특히, 국내 혈우병 환자가 약 2천여명이며, 혈우병A 환자가 그 중 70%를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할때, 이와 같은 대규모 리얼월드데이터를 통해 다른 국가와는 차별화되는 한국인 환자의 성향과 특징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가 가지는 의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Q. 실제 진료현장에서 혈우병A 환자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

-혈우병A 환자들이 겪는 어려움이라면 바쁜 일상생활에서 지속적인 병원방문과 잦은 주사제 투여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들은 생업에 종사해야 하고, 한편으로는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과거에는 2주간격으로 처방을 받아야 했지만, 2019년 후반부터는 4주 간격으로 처방을 받을 수 있게 된 점도 환자의 편의성을 고려한 조치였다. 그러나 여전히 미흡한 면이 많이 있을 것이다. 환자들의 욕구나 지적사항을 경청해 개선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Q. 과거에 비해 혈우병 치료옵션은 다양해졌다. 치료제 선택에 있어 고려해야 할 요소를 꼽는다면?

-다양한 제품들이 출시되었고, 특히 반감기가 연장된 약제들이 출시되었다. 환자들의 선택이 다양해지고 편리해졌다. 그러나 여전히 기존의 표준반감기제제(SHL)를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환자에 따라 기존 SHL 약제로 잘 조절되는 경우에는 굳이 EHL로 변경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제는 환자마다 개별적으로 치료전략을 가져가는 것이 중요한 만큼 환자의 연령, 약동학, 활동량 등을 고려하여 혈우병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 밖에도 글로벌 가이드라인에서는 반감기가 짧은 소아나 활동성이 많은 환자의 경우에는, 활동과 관련된 출혈 혹은 잠재성의 출혈(Subclinical Bleeding)을 예방하기 위해, 높고 잦은 응고인자 활성도 최고치(PEAK Level) 레벨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권고하고 있기에, 이를 고려했을 때 표준반감기제제를 옵션으로 두고 디바이스의 편의성을 통해 순응도를 높이는 것이 하나의 대안으로 고려될 수 있다.

Q. 평생 출혈을 관리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는 혈우병 환자들에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유전자질환은 수만가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혈우병은 이 가운데 단 하나의 돌연변이에 의한 출혈질환이다. 이에 대한 의학적 발전은 눈부시게 일어나서, 치료약도 다양하게 존재하는 시대가 됐다. 치료 매뉴얼대로 치료를 받으면 정상인과 똑같은 삶을 누릴 수 있다. 조금도 실망하거나 한숨쉬며 지낼 필요가 없다. 향후에는 근본적인 치료인 유전자치료도 나올 것이 틀림없다. 그러므로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고 예방요법을 실행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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