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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시골 응급실 의사의 호언장담 "강제근무는 필패"

발행날짜: 2020-09-01 05:45:55

취약지·기피과 의사에게 물었다① 목포한국병원 김재혁 센터장
"인력배치 강제하면 효율성·열정 떨어진다" 정책 실패 전망

취약지, 기피과 의사들에게 물었다
"의대증원·공공의대 정책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부는 의료취약지 및 기피과 의료공백을 채우기 위한 대책으로 의대 정원 확대와 더불어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했지만 의료계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쳤다. 메디칼타임즈는 현재 취약지에서 기피과로 일선 의료현장을 지키고 있는 의사들에게 정부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직접 물어봤다. <편집자주>

① 목포한국병원 김재혁 센터장
"생명을 다루는 것에는 무시무시한 책임이 뒤따른다. 선의의 의지만으로, 봉사하는 마음만으로는 버티기 어렵다."

전라남도 목포시에 있는 목포한국병원 김재혁 권역응급의료센터장(45, 응급의학과 전문의)의 호소다.

김 센터장은 31일 메디칼타임즈와 전화 인터뷰에서 의대 정원 확대를 통해 의료 취약지 및 기피 진료과에 인력 배치를 강제하는 정책이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장담했다.

전남 목포시 목포한국병원 김재혁 권역응급의료센터장
의료취약 지역이면서, 필수의료 분야인 응급실에서 실제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의사 증원을 통한 지역의사제의 실패를 자신 있게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센터장의 고향은 경기도다. 경희의대를 졸업하고 인천 길병원에서 수련을 받았다. 은사의 추천으로 연고도 없는 목포까지 가족과 함께 내려와 정착했다.

응급실 근무를 비롯해, 닥터헬기도 타야 하고, 입원환자 케어, 재난상황 콜도 받아야 하는 만큼 공식적으로 마음 편하게 쉴 수 있는 날이 단 하루도 없을 정도라고 한다.

김재혁 센터장은 "자녀 교육, 문화생활 등을 생각하면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이후 주거지를 옮기는 게 쉽지 않다"라며 "현재 의료취약지, 기피과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은 자발적으로 선의의 의지만으로 버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생명을 다루는 문제에 있어서는 무한한 책임이 뒤따른다"라며 "의사들이 진료를 잘못했다는 이유로 형사처벌까지 받는 요즘 시대에 무조건 선의의 의지, 봉사하는 마음만으로는 기피과를 전공하고 의료취약지에서 근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병원 입장에서도 필수의료를 감당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투자를 선뜻할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도 이야기했다.

김 센터장은 "중증 환자를 치료 못해 할 수 없이 더 큰 병원으로 전원 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라며 "의료취약지역에서는 당장 손을 쓰지 않으면 죽고 사는 문제가 발생할 정도로 전달체계가 거의 무너져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대동맥박리증을 예로 들었다. 대동맥 혈관 내부 파열 때문에 대동맥 혈관벽이 찢어져서 발생하는 것으로 고난도의 수술로 꼽힌다는 게 김 센터장의 설명이다.

그는 "목포한국병원에서는 대동맥박리증 수술이 필요한 환자가 1년에 20~30명 정도 있는데 수술 의사를 채용하고 장비를 갖추려면 비용이 굉장히 많이 발생한다"라며 "대동맥박리증은 생겼다 하면 바로 수술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해당 의사는 1년 내내 온콜 대기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병원은 한 달에 한두 번 있는 수술이지만 의사 인건비, 관련 직원 인건비, 시설비 등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결국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의사 수 늘려 10년 강제 근무대신 "취약질환군 수가 개선해야"

이런 상황에서 공공의대 신설, 의대정원 확대 등을 통해 의사 숫자를 늘려 10년 강제 근무를 시켜도 정부가 기대하는 효과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김 센터장은 "강제로 일하는 사람들이 모였을 때 효율성과 열정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라며 "공공의대를 만들어 기피과, 의료취약지에 강제로 일하도록 했을 때 환자 상태가 조금만 부담스러우면 다른 병원으로 전원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강제로 근무하는데 굳이 환자 생명을 책임지면서 최선을 다할 이유가 전혀 없다"라며 "어마어마한 책임이 뒤따르는 일을 지역의사제로 선발된 의사들은 장담하건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김재혁 센터장이 내놓은 해결책은 '수가'였다.

그는 "수가가 마냥 돈을 달라는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대동맥박리, 지주막하출혈 등 취약질환군이나 도서산간으로 꼽히는 의료취약지역에 대한 수가를 충분히 고민해봐야 한다. 합리적인 어려움 등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공의대 신설, 의대 정원 확대 등에 반대하며 집단행동을 하고 있는 젊은의사와 의대생에 대해서도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했다.

"(파업하러) 나가겠다는 전공의를 붙잡을 용기도 없다"고 표현했다.

김 센터장은 "일을 그만둘 수 있는 것은 개인의 자유권한이다. 응급의학과 의사가 된 것도, 목포한국병원을 선택한 것도 내 의지였다. (병원을) 그만두고 싶으면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다"라고 운을 뗐다.

그는 "요즘 전공의는 세대도 달라 개인의 삶을 중시하는데 파업을 했다는 이유로 정부에 고발 당하고 있는 상황에 굉장히 많은 상처를 받았을 것 같다"라며 "의사이기 전에 하나의 사람인데 지금 분위기는 자유가 없어진 느낌"이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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