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보톡스의 몰락...5년간 시장진입 불가 '사형선고'
|식약처, 비윤리적 자료 조작 행위 근절 의지 천명
최선 기자 (news@medicaltimes.com)
기사입력 : 2020-06-19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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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가·승인 신청 제한기간 5년 상향, 소급 적용에 무게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허위 자료 사용 등을 이유로 메디톡스가 생산하는 '메디톡신주' 등 3개 품목이 오는 6월 25일자로 허가가 취소된다. 사실상 시장 퇴출이 결정된 셈.

국내에서의 처분은 해외 수출 및 내달로 다가온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국내 생산 길이 막혀 해외로의 수출 활로가 차단돼 만성 적자가 가시화될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허가·승인 신청 자료의 조작이 적발된 업체에 대해 허가·승인 신청 제한기간을 확대하는 법령 개정이 소급 적용될 경우 최대 5년간 시장 진입이 제한될 전망이다.

품목 허가 취소 이후 메디톡스의 대응 방향 및 재무적인 영향에 대해 짚었다.

▲메디톡신 3품목, 868억원 허공으로

메디톡스는 치료용 항체부터 골관절염 치료제, 유착방지제까지 개발 및 승인을 받았지만 사업 구조는 크게 보툴리눔 제제와 히알루론산 필러로 양분된다.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제제는 ▲메디톡신주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 독소 A형 (Hall 균주) ▲이노톡스주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 독소 A형 (Hall 균주) ▲코어톡스주(클로스트리디움보툴리눔독소A형 세 가지다.

메디톡신은 총 50/100/150/200 단위로 판매되는데 이중 200을 제외한 50/100/150 단위가 허가 취소됐다.

2019년 메디톡스의 전체 매출액은 2059억원이다. 이중 취소된 세 품목이 차지하는 매출액은 868억으로 전체의 42%를 차지한다. 국내 매출액만 따지면 416억원(20.2%)이다. 이노톡스와 코어톡스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10% 안팎으로 추산된다.

메디톡신주는 현재 49개 나라에 수출되고 있다. 허가 취소 처분이 국내에만 적용되는지는 이견이 있지만 해외로의 판매 활로가 차단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해외 규제기관에서는 별도의 허가 절차를 거쳐 승인을 얻었기 때문에 국내 처분이 해외에서 100% 그대로 적용된다고 볼 수는 없다"며 "국내 행정처분을 해외 규제기관이 어떻게 인용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메디톡신은 해외 생산기지없이 국내에서만 생산된다. 해외 규제기관이 메디톡신의 허가 사항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해도 국내에서 생산이 중단됐기 때문에 공급 물량을 제공할 수 없다. 사실상 868억원 전액이 허공으로 날라간다고 봐야 한다.

의약품실사상호협력기구(PICS) 가입국들의 규제 동향 공유도 메디톡신의 발목을 잡을 전망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규제 동향, 처분과 관련해 PICS 가입국이 해당 내용을 공유하고 이를 각국 허가사항에 반영한다"며 "메디톡신의 행정처분 내용을 PICS 가입국과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매출 42% 사라진다…만성 적자 가시화

2019년도 기준 메디톡스의 매출액은 2059억원, 영업이익은 257억원, 당기순이익은 256억원이었다. 메디톡신의 시장 퇴출로 42%의 매출액 감소는 불가피해졌다. 처분 시점이 6월 25일이기 때문에 올해 예상 매출액은 1500억원 언저리로 곤두박질 칠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 영업이익률이 12.5%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건비와 경상연구개발비, 판관비 등 고정비용 지출 및 ITC와의 소송비로 인해 만성 적자가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작년 4분기에만 약 163억원을 ITC 소송 비용으로 충당하며 46억원의 적자를 기록한데다가 올해 1분기 역시 27억원의 반품 비용이 발생하며 9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ITC 예비판정이 7월, 최종판정이 11월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해당 기간동안은 지속적인 소송비용이 소요된다.

보통 보툴리눔 제제의 성수기는 여름전 2분기와 겨울철 4분기가 꼽힌다. 이번 처분이 성수기 돌입 직전에 이뤄진다는 점에서 바캉스 특수는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가장 큰 문제는 신용도 하락과 재고 자산의 처분 문제다. 올해 1분기 기준 재고 자산은 393억원으로 품목 허가 취소 및 판매 정지 여파로 재고 자산의 소진 및 현금화가 쉽지 않아 보인다. 폼목허가 취소 대상 세 품목은 전 제조번호가 회수 및 폐기 대상이다.

게다가 생산시설, R&D 비용 등에 들어갔던 차입금이 만성 적자의 부메랑이 될 조짐이다. 1분기 기준 매입채무는 377억원, 단기차입금은 1214억원이 있다. 이중 만기일시상환이 도래하는 금액을 따지면 당장 7월부터 360억, 8월 150억, 9월 193억 등 하반기에만 965억원의 상환금액이 발생한다. 이자율은 보통 2% 대 안팎이지만 신용도 하락에 따른 금리 인상도 대비해야 한다.

정부 규제당국이 고의 조작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주주들의 손해배상청구 소송도 줄이을 전망이다.

▲메디톡스의 대응 '소송전'…가시밭길 예고

메디톡스의 대응은 행정소송이다. 식약처의 품목허가 취소 등 처분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및 처분취소 청구소송 등을 통해 대응할 예정이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식약처의 보도자료에서도 해당 보툴리눔 제제와 관련 안전상 위해 가능성이 낮다고 언급했다"며 "안전상 위해가 거의 없는 것에 비해 처분의 수위가 너무 높은 것이 아니냐"고 항변했다.

그는 "잘못을 인정하지만 처분의 적절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고 있기 때문에 행정소송으로 다투겠다"며 "식약처 처분에 법원의 합당하고 공정한 판단을 받고자 18일 저녁 대전지방법원에 효력정지가처분 및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고 덧붙였다.

업계는 행정소송에 따른 실익이 거의 없다는 판단이다. 행정소송은 행정 처분의 정당성, 절차적 적법성을 주로 따지는데 메디톡스의 경우 명확한 위법 행위가 밝혀졌기 때문이다.

메디톡스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지속·반복적으로 원액을 바꿔치기하고 원액 및 제품의 시험성적서 등을 고의로 조작했는데, 특히 서류 조작행위가 조직적으로 은폐됐다는 점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 제11조
정당한 행위에도 불구하고 행정 착오로 인한 잘못된 처분이 나올 경우 행정소송을 통해 법리적으로 다퉈볼 수 있지만 이번 사례는 고의적인 서류 조작이 밝혀진 이상 행정소송에 따른 실익이 없다는 게 업계 전반의 분석이다.

▲1년 후 품목허가 신청 가능할까? 최대 5년+α 공백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 제11조는 의약품등 제조판매·수입 품목허가 또는 품목신고의 제한대상을 규정해 놓고 있다.

제1항 5호를 보면 "해당 업소의 허가취소된 품목과 동일한 품목으로서 취소된 날부터 1년이 지나지 아니한 것"은 허가 신고를 받지 않도록 했다. 즉 1년이 지나야 품목 허가 재신청이 가능하다는 뜻.

메디톡신의 품목 승인 신청은 행정처분이 시행되는 6월 25일부터 1년이 지난 시점인 2021년 6월 24일 신청가능하다.

문제는 식약처의 약사법령 개정 의지다. 식약처는 이번 사안을 고의적인 데이터 조작과 허위 기록 등이 들어간 비윤리적인 범죄행위로 보고 있다.

식약처는 이와 같은 행위를 방지코자 처벌 수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식약처는 "현행 법령은 자료 조작이라는 범죄행위에 비해 기업이 받는 처벌은 과소하거나 불확실한 측면이 있다"며 "허가·승인 신청 자료의 조작이 적발된 업체에 대해 허가·승인 신청 제한기간을 1년에서 5년으로 상향하겠다"고 공표했다.

법령 개정 시 적용 시점 및 소급 적용 여부는 사안마다 다르다.

지난 3월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된 식약처 소관 8개 법률안은 허위자료 제출로 허가가 취소된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를 겨냥,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허가 등을 받은 경우 허가 취소 및 벌칙 부과 근거를 마련했다. 해당 법률안은 소급 적용이 된다.

식약처 관계자는 "법령 개정 과정에서 소급 적용 여부를 같이 논의하게 된다"며 "3월 통과된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허가받은 경우 품목허가 취소 관련 약사법은 소급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인보사와 메디톡스 모두 거짓 및 부정한 방법으로 허가를 받았다고 식약처가 판단한 만큼 승인 신청 제한기간 확대 방침 역시 소급 적용 쪽에 무게가 실린다.

이 경우 메디톡신의 재진입 시점은 최소 5년+승인까지의 시간이 더 소요된다.

국내 보툴리눔 시장에 명함을 내민 업체는 대웅제약과 휴젤, 종근당 등 총 9개에 달한다. 국내 보툴리눔 시장이 레드오션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 신뢰 문제가 전적으로 제기돼 소비자 및 의료진이 외면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메디톡신의 5년 후 재진입은 사실상 사형 선고로 읽힌다. 해외 시장 공략 역시 장기간 공회전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다만 기사회생의 기회는 있다. 메디톡신의 비중이 차세대 품목 이노톡스, 코어톡스로의 품목 전환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위기가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소비자 불신은 넘어야할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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